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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201화 (194/208)

00201  꽃이 지다  =========================================================================

샤를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날에 일어난 일이 아직도 충격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라이셀 백작과 샤를은 거의 비어버린 왕성에 있었다.

“공작이 그런 일을 할줄은 몰랐소.”

침울한 표정으로 라이셀 백작에게 말하자 그 역시 입을 다물었다. 라이셀 백작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은 성녀를 보여달라 아우성 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귀족들의 불만에 샤를과 라이셀은 백작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수도의 사람들은 대부분 피신했고, 남아 있는 것은 중앙 귀족들 뿐이었다. 처음, 잠시동안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 했을 때, 귀족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린도가 일부러 성력을 발휘해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조작했을 때도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싸움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의 곁을 함께하겠습니다.

어전회의에서 그들은 샤를을 조롱하며 말을 내뱉었다. 교황에게 신성의 빛이 내려온 것은 너무나 미심쩍은 것이 많았다. 그들은 중앙귀족들을 내몰고 국왕이 무언가 간계를 꾸몄으리라 생각하며 국왕과 교황을 압박했다.

-좋소.

샤를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족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설마 이것은 무슨 계략이 아닌가?

-이순간 이곳에 있는 모든 귀족들은 그 최후의 싸움 끝까지 그것을 지켜보도록 하시오. 나 또한 이 나라, 이 수도의 주인으로서 끝까지 싸움에 함께 하리다.”

-…….

-내 그간의 일로 그대들의 충정을 가볍게 여긴 것 같소.”

그리하여 귀족들은 수도에 남아서 싸움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들은 어린 왕이 고집을 피운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크리처들이 나타나자, 그들은 ‘마귀의 최후의 발버둥으로 말룸이 나타난다’는 교황이 받은 계시가 사실임을 알았다. 스스로에 덫에 걸린 귀족들은 졸지에 수도에 남아있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불안에 떨다, 비올렛이 구자르트에서 수도로 왔다는 소리를 듣고 반색해서 만나게 해달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성녀라는 것은, 이렇게 이용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셀먼드 경은 어떻게 된 겁니까?”

“티게르난 공작의 힘으로, 몸속에 퍼진 저주를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제거했다고 했소.”

라이셀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샤를이 살짝 미소를 덧그렸으나 미소가 사라졌다.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에셀먼드의 저주는 풀리지 않았으며, 끝이 다가가는 시간이 멀어졌다. 샤를은 라이셀 백작을 보았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할까? 오히려 에셀먼드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도는 그만큼 다시 폐쇄되는 기간은 길어진다. 그럴수록 국가적단위의 손해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되어버리는 것이다.

“재상은…. 오히려 일이 빨리 일어나길 바라는 거요?”

샤를의 시선을 눈치 챈 라이셀 백작이 잠시동안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도 벌어질 일이라면 얼른 벌어져서 하루빨리 수도가 정상화 되는 것이 나았다. 의외로 라이셀 백작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 참 아비를 닮았습니다.”

그 녀석, 이라니 후작을 말하는 것인가? 눈을 껌뻑거리자 라이셀 백작이 아차 하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폐하. 어렸을 때부터 봐온 제 친구놈의 자식인지라…….”

“아니요, 개의치 마시오.”

샤를이 미소 지었다. 라이셀 백작이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베오른, 그녀석을 닮았으면서도. 가장 닮지 않은 녀석이기도 합니다.”

전 후작, 베오른 에르멘가르트는 고지식한 원리원칙 주의자였다. 이는 라이셀 백작도 인정한 것으로서, 베오른의 첫째아들, 에셀먼드는 소름끼칠 정도로 후작과 똑같았다. 철저한 원리원칙 주의자였으며, 베오른의 가치판단을 그대로 닮았기에, 어려서부터 뛰어나단 소리를 들으며, 에르멘가르트 가문의 중소임을 맡았다. 에셀먼드는 후작이 자랑스러워하는, 후작의 후계자 교육을 이겨낸 아들이었다.

“후작위를 버리고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로 낭만적인 녀석이 아닙니까? 차가운 녀석이라 생각했더니 꽤나 열정적이더군요. 이 늙은이도 감탄했습니다.”

라이셀백작이 드물게도 에셀먼드에 대해 평가하고 있었다. 확실히, 에셀먼드는 분명 세간에서 얼음과도 같이 차가운 사람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아버지를 닮아 피마저 차갑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폐하, 저도 그런 녀석이 빨리 죽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

“일이 지체되는 것이라면 걱정하시 마십시오. 행정부 쪽 관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왕비께서도 노력해주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이젠 익숙한 듯 제법 군권을 다루는데 익숙했고, 라이셀 백작이 이끄는 행정부 관료들은 근무하는 곳이 옮겨졌어도 커다란 진통 없이 일을 해내고 있었다. 재무부 쪽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샤를도, 린도도 국고를 풀고 있었다. 특히나 교황이 가지고있던 재산은 어마어마한 수치라서 아직까지는 나라가 기울정도로 커다란 손해는 나지 않았다.

“성하께선 어찌하시고 계십니까?”

“충격을 많이 받은 듯 했소,.”

샤를의 얼굴이 어둡게 물들었다. 왜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을 보며, 샤를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추악한 왕가의 핏줄을 타고 태어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의 마음이 어둡게 흔들렸다.

*

“깼어요?”

비올렛이 다정하게 에셀먼드에게 물었다. 에셀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운 그들은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어쩐지 간지러운 감촉에 그녀는 살짝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이 에셀먼드의 뺨을 쓰다듬었다. 따스한 감촉이 느껴지며 에셀먼드는 기분좋게 눈을 깜빡였다.

“정말 정신없이 자던데요.”

“당신이 옆에 있었으니까.”

에셀먼드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나른한 대답에 비올렛이 에셀먼드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어색하고도 달콤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머리를 가슴팍으로 끌어안았다. 비올렛은 가만히 그의 고동소리를 듣고 있었다.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에셀먼드가 찾아온 후 그들은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고, 일어나 같이 식사를 했다. 어느새 불어오는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비올렛은 가을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에 대해 이야기 하며, 산새들이 어떤 소리를 하는지 속삭였다. 에셀먼드는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저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신을 저주하는 것도, 세상을 저주하는 것도 그들에게 있어 헛된 투덜거림에 불과했다. 비올렛은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체자레가 몸을 바쳐서 그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도.

체자레는 비올렛이 자신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 충분한 이별의 시간을 지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산책나갈까요, 에드?”

저녁이 되어 비올렛이 소곤거리자 에셀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겠지만,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는 가을 저녁의 바람은 쌀쌀한 기운을 머금었으나 적당히 기분좋게 불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숄을 덮어 주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손을 꼭 잡고 걷고 또 걸었다. 에셀먼드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비올렛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를 데리고 이제는 좁다란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저택의 뒤로 돌아 후원에 간 순간 멈춰섰다.

“…….”

말라시들어버린 제비꽃이 비올렛의 눈에 보였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와 붙잡은 손을 떼고 조심스럽게 그 흉측한 꽃밭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에셀먼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검은색으로 변한 제비꽃 밭에 서 있는 비올렛의 뒷모습을 보였다.

“비올렛.”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어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걱정말아요, 에드. 알고 있었으니까.”

비올렛이 미소를 지으며 에셀먼드에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비올렛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저주라는 것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곁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다시 바람이 불어와 비올렛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간질였다. 저무는 해는 비올렛의 머리카락을 금갈색으로 물들고, 새파란 그녀의 눈을 자색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시든 제비꽃 위에서 비올렛은 그때와 같이 아름답게 서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바라보며 웃고있었다는 점이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다가갔다. 에셀먼드는 어쩐지 비올렛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에셀먼드가 다가가자 비올렛이 한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에 개의치 않고 에셀먼드가 다가가자 비올렛이 입을 열었다.

“에드, 나 말이예요.”

“…….”

“이 일주일동안 사실 당신과 함께하며 계속 신을 저주했어요.”

한걸음을 남기고, 비올렛은 천천히 자신의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했어요.”

“…….”

“이 후작가를 선택한 걸 후회했어요.”

“…….”

“당신을 만난 걸 너무 후회했어요.”

비올렛이 담담하게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아름답던 미소의 환영은 사라지고, 현실 속에 자리 잡은 슬픔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회한다. 비올렛은 그 모든 것을 후회했다.

“저라고 신이 원망스럽지 않은 건 아닙니다.”

에셀먼드가 조용히 말했다. 비올렛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만나서 괴롭기만 한 인연도 있는 법이다. 에셀먼드역시 그 점은 알고 있었다.

“당신은, 아니, 너는 내 삶 전체를 뒤틀었으니까.”

비올렛은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숨기려 했던 절망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말이 맞았다. 자신이 에셀먼드 앞에 나타나서 에셀먼드의 인생이 철저하게 망가져 버렸다. 그래서 너무나 후회했다. 예전, 그가 가디언이었을 때는 그의 속죄를 받는다 생각하려 위안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이제 온갖 저주를 대신 받아, 말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한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비올렛의 입술을 삼켰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뺨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의 인생을 철저히 파괴시켜버린 여자를 사랑한다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입술은 눈물이 떨어지는 비올렛의 눈가에 다가갔다. 떨리는 눈커풀 위로, 그의 따스한 입술이 느껴졌다.

“아니야, 지금은 안그래요. 지금은 슬프지 않아요. 저는 지금은 후회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비올렛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에셀먼드의 자색눈동자가 비올렛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 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서. 에셀먼드에게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드, 구자르트에 갔을 때 말이에요.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무엇입니까?”

비올렛은 그 뾰족한 말투에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에셀먼드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이자카에게 자신이 직접 보낸 주제에, 이자카에 관련된 화제에 에셀먼드는 드러내놓고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세히라라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구자르트의 신앙 중에 ‘내세사상’이라는 게 있대요.”

“……내세사상?”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웃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다음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대요.”

“…….”

“인연이 깊었던 사람들은 모두 다음 생에 마주하는 거예요. 서로 증오했던 사람들,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 특히나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는 악연이라면 더더욱.”

“…….”

“세히라는 그렇게 믿고 살았대요.”

거짓이다. 신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무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비올렛은 밝은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그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리는데도, 그녀는 억지로 기쁨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 사상이 사실이라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 이제 슬프지 않아요.”

비올렛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니까, 에드…….”

비올렛은 자신이 머릿속에 몇 번이고 되풀이 했던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할게요.”

이윽고 비올렛이 그 말을 내뱉었다. 에셀먼드는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후작가 내에 있던 성기사들은 후작가 바깥으로 벗어났다. 후작가에 거하던 린도가 사라지고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 일주일동안 비올렛은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

흐느끼고 있는 은발의 청년에게 비올렛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비올렛은 그의 머리를 끌어 안았다. 남자는 비올렛을 뿌리치려다가 결국 그녀의 팔에 매달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와도 같은 눈물이었다. 그녀의 연인에게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슬픔을 남자는 흘리고 있었다.

-미안, 비올렛 나는 지금……..

-괜찮아.”

비올렛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울어선 안되는 거 알아. 그렇게 네게 잘못을 한 남자잖아……슬퍼해선 안되는…데, 미안 정말 미안해.”

린도는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비올렛은 가만히 그를 안아주었다. 그가 흘린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체자레는 이 사람을 인간이 아니라 했다. 그런데 그 누가 그를 인간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노라 말하며 엉엉 울고 있는 저 존재가 어떻게 인간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괜찮아 린도, 울어도 돼.”

비올렛이 린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올렛은 사라져버린 그 붉은 머리의 남자를 떠올렸다.

-나도 알아. 스승님은, 끝까지 멋대로셨어. 그렇지?

그러자 린도가 입을 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비통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비올렛은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린도는 무언가를 웅얼거리며 말하다가도 이내 비올렛에게 사과하다 다시 또 울었다. 비올렛은 린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도 산적들에게 부모를 잃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비록 체자레가 린도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더라도 이 세상에 있는 혈육을 잃어버렸다.

그 고요한 기다림 끝에, 린도가 울음을 그쳤다. 훌쩍거리는 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스승님이 내게 널 부탁한다고 했어.

비올렛이 조용히 속삭였다. 린도가 고개를 들었다. 비올렛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같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순수하고 착한 사람, 자신을 상처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했던 사람이다.

-넌 내 일을 대신하지 않아도 돼.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다가와 그녀를 안아 주었을 때, 그리고 그의 남은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올렛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자레는 마지막까지 이기적이며, 잔혹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체자레가 딱히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이것이 맞았다. 이렇게 해야 했다.

-네 아버지가 내게 부탁하신 일이야. 네 목숨을 구하라고.

비올렛이 미소를 지었다. 린도는 멍한 표정으로 비올렛을 보았다. 눈물에 잠겨있던 그녀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홀가분해 보였다. 그 비극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해온 일이다. 그럼에도, 비올렛은 굳게 결심한 것이다. 린도는 무너져 내리듯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그는 비올렛의 마음이 이미 갈가리 찢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내뱉은 이 말이 얼마나 그녀에게 잔혹한지도.

“네가 나라를 구하는 소임을 떠맡을 필요는 없어. 넌 더 이상 세상을 구할 필요가 없다.”

에셀먼드가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구국과, 구세를 위해서라.... 그런면에서 보면 모든 것은 추측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말룸을 없애는 것은 성녀였다. 반쪽짜리 피를 타고 태어난 린도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컸다. 그러나 그것은 불확실함이나 린도의 목숨을 위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신의 죽음이라도 내가 가지게 해주세요.”

그의 목숨을 끊는 것은, 비올렛, 그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마주했다. 에셀먼드역시도 짙푸른 눈으로 비올렛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무언의 말이 시선으로 오고갔다. 에셀먼드의 표정이 변하나 싶었을때, 비올렛은 자신을 끌어안는 에셀먼드의 단단한 두 팔을 느꼈다. 귓가에 에셀먼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부서지도록 세게 끌어안았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팔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작품 후기 ============================

1. 선/추/코! 부탁드려요! 여러분 이제 진짜 완결까지 2,3편 남았다구!! 내일 완결 비축까지 힘낼테니 저 응원해주실거에요,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실건가요?

You'll stay with me until the very end?

흑흑.

2. 아 e-book물어보는데 저에게는 이북나오는게 너무 당연한지라 말씀 안드렸네요. 후제꽃 이북 나옵니다. 아마 카카오페이지에 먼저 공개되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듭니다. 출판사에서 일러스트 뽑아주셨는데 예쁩니다.

3.후제꽃 책 표지도 예뻐요. 15일까지 공개하지 않을꼬야!

4. 완결 진짜 코앞이다..흑.

5. 강아지 털갈이 강아지가 스피츠 종류라서 털이 아주 뿜어나오네요 흑

6. 다음편에 브금이 있냐 없냐가 다담편이 완결이냐 아니냐가 결정이 되는데 모르겠네요 일단 써보지 뭐...

7. 저 휴재한다 말한적 없습니다. 다만 휴재에도 기다림도 싫다 말하는것, 부정적인 감정을 뿜어내는것 자체가 제가 힘든것.

아프거나 일때문에 휴재한다는데 짜증내는 코멘받으면 저도 사람인지라.. 특히나 멘탈깨졋을땐 더 박살나느데 박차를 가한답니다.. 저 여린사람인것.. 사랑으로 보듬보듬해주세요.

8. 저번편 장문으로 코멘 달아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진심으로요.

후원쿠폰 주신분들

호야세요, 유리시계, 빙홍차님..세상에나 이렇게 많은후원쿠폰이라니 진심 감사드려요 ㅠㅠ  여러분들의 반응을 알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작가로서 진짜 뿌듯했던게 저번편에 대한 코멘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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