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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83화 (176/208)

00183  꽃이 지다  =========================================================================

왜? 비올렛이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의 정보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룸이 아닌가?

왜 그녀가 ‘성녀’ 아나스타샤인가?

비올렛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녀는 계속 되뇌었다. 충격을 받았지만, 저 사람이 비올렛을 현혹시키려 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비올렛은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아나스타샤가 린도의 어머니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린도는 분명 자신의 나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교황위에 올랐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아나스타샤가 린도를 낳은 것은 백살이 넘게 된다는 겁니다. 린도는 그동안 자신의 나이를 거짓으로 알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요, 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나스타샤는 백살이…….”

“여기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둘이나 있습니다.”

비올렛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쉰살이 넘음에도 젊은 외모를 간직한 남자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린도, 그 역시 나이에 비해서 어린 외모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아나스타샤라고 그러지 못할 리가 없었다. 체자레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내 아버지가 나를 가졌을 때, 그의 나이 아흔 한 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죽었을 때 그의 나이 백 다섯 살이었죠. 비올렛, 장생을 하는것과 오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방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신의 은총을 받은 아나스타샤는 어떨까요?”

신의 은총을 받은 아나스타샤가…. 살아있었다. 비올렛의 심장이 위험하게 두근거리며 뛰었다. 그녀역시 오랜 수명을 받아, 100년이 넘게 생존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녀가 왜…….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왜 말룸이 되어…….”

“이런 비올렛, 아무리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여도 너무한 것이 아닙니까. 모처럼 일기장까지 준비해서 보여드렸는데.”

그 말에 비올렛이 덜컹하고 가슴이 내려 앉았다. 그정도 성력을 쓰는 것은 성녀들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체자레 역시도 강력한 성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비올렛이 일기장을 가진 것을 보고 미소를 짓던 체자레가 떠올랐다. 그것도 체자레가 비올렛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그것도 스승님이 안배한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이라면 반드시 그곳을 찾아가 볼거라 생각했습니다. 조금은 행복해 지려던 참이 아니셨습니까.”

머리가 하얗게 질리며 몸이 떨렸다. 비올렛은 갑자기 그 진실이라는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체자레를 바라보자 체자레가 무표정으로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행복해 지려던 참’이라고?

비올렛이 행복해지니 그렇게 말한 것이란 말인가?

행복해 져서는 안되었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 일기장 속에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까? 고작 가디언과의 계약을 해지할만큼의 교훈밖에 얻지 못했던 겁니까? 성력이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나 사랑하는 에셀먼드 경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

“그저 의심할 수 없었던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일기장의 내용은 아나스타샤의 가디언이 아나스타샤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다 나왔을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의문이 없었던 겁니까?”

전혀 들지 않았다. 비올렛은 그때, 그 일기장의 내용에서 확인한 내용으로, 에셀먼드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었다. 매일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그 이외에 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가디언은 아나스타샤에게 어떤짓을 하려 했던 것인가.

비올렛이 창백한 얼굴로 체자레를 보자 체자레가 비올렛을 달래듯 다정하게 말했다.

“물론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요. 비올렛, 당신은 충분히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웃음지으며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비올렛의 고통을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비올렛에게 그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체 왜?

“비올렛, 이 나라가 얼마나 끔찍한 나라인지 알고 있습니까?”

“…….”

“그 구자르트의 카칸이 말했던 그대로입니다. 이 나라는 성녀의 희생에 기반된 나라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사람들은 그 섭리 자체에 의문을 품지 않고 성녀의 희생만을 강요합니다.”

“그것은….”

비올렛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은 비올렛 역시 품어온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에셀먼드를 위해서 그녀가 말룸에게 몸을 던져 그것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당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 저 앞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비올렛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스승님도 그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비올렛의 말에 여유로워보이던 체자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제가 그렇게 여긴다는 말씀입니까? 비올렛, 당신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요?”

“스승님도 제겐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희생하는게 당연한게 아니라는걸 알았으면서. 스승님은 제게 무엇을 하셨습니까? 언제나 저를 몰아가셨습니다. 언제나 제가 행복해지면, 삶의 희망을 품으면 제게 이런 진실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런 스승님역시 그 사람들과 다를 바가 무업니까.”

비올렛의 매서운 말에 체자레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광소를 터트렸다. 비올렛은 애써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체자레를 보았다. 이제와서 비올렛을 이해해준다 말해봤자 그것을 누가 믿겠는가. 비올렛에게 있어 체자레 역시 방관자였다. 그러나 체자레는 비올렛의 반박을, 그저 웃음으로서 답했다.

“방관했다고요? 그래요, 방관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것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방관이겠지요. 아니, 당신을 괴롭게 만들었으니, 방관이 아니라 가해자라고 할까요?”

“…….”

“하지만 비올렛, 저는 단 한 번도 그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적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희생해서 얻는 평화를 어떻게 ‘신의 사랑’이라고 사랑하겠습니까.”

“……”

“아시겠습니까, 비올렛?! 나는 그 누군가가 피를 토하며 그렇게 사랑하던 신을 저주하며 목숨을 잃어! 겨우 얻은 평화를 사랑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단말입니다! 당신은, 오로지 당신만은 날 그렇게 여겨서는 안돼요, 비올렛!”

체자레가 비올렛의 어깨를 잡고 외쳤다. 그러나 비올렛은 고개를 저으며 서늘한 시선으로 반론하려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평화를 깨려고……!”

“비올렛! 역대 성녀들이 다들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그 성녀들이 어떻게 살다 떠났는지 아십니까? 모르실겁니다. 그저 세상에 봉사하며 은둔했다고만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것이 세간에 기록된 기록이니까요!”

“…….”

“전대 성녀들은 은둔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존재에서 지워진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심지어 성녀가 혼인하는 것이 금지되느냐, 허용되느냐의 논의도 없을 정도로 말룸을 없앤 성녀들은 단시간에 사라졌습니다.”

“그건…”

일기장이 말하는대로 말룸을 없앤 성녀가 사라진 것은 성녀의 성력이 사라져 쓸모가 없어지자 교황과 왕에게 버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성녀는 신분을 잃고 쫓겨나 은둔한 것 뿐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왜 귀족가에서 성녀를 다시 데려가진 않은 것인가. 비올렛은 그제야 모든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나스타샤는 데후바스 후작가의 영애였다. 성력을 잃으면 다시 평범한 귀족 영애로 돌아가면 된다. 그때 비올렛은 그저 데후바스 후작가에서 교황과 척을 지고 있었거나, 아니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주 때문에 그녀가 버림받았을거라 짐작했다. 그렇지만 다른 성녀들은?

이상하게도 비올렛은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그들은 모든 것을 물리치고 평화롭게 살아갈거라 짐작할 뿐이었다.‘은둔한다’라는 결말이 아름다운 결말은 아니었을 지언정,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비참한 결말이라면,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일기장 속의 불행한 전조를 보았음에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일종의 자기방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얇은 방어막을 체자레는 다시 한 번 부수고 있었다. 그는 지독히도 잔인한 괴물이었다.

“가디언 말입니다. 왜 성녀에게 가디언이 붙을까요? 성녀는 말입니다. 말룸을 없애기 위해 신이 보낸 존재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칼에 찔려도 죽지 않고, 머리가 으깨져도, 심지어는 목이 잘려도 죽지 않습니다.”

그것을 체자레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목이 잘려도 살 수 있다’는 것은 비올렛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성녀에게 그 누구도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그는 그것을…….

“성녀는 애초에 누군가에게 지켜질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완전무결한 신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지요. 그 성녀를 고대의 술법으로 가디언이라는 무력을 가진 자와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초대 성녀와 가디언이 있었다고요? 초대 성녀와 초대 가디언이 마음이 통했다고요? 아그레시아가 선택받았던 것은 그녀가 열 여섯 살의 소녀였을 시절이었고, 그녀는 신에게 선택을 받아 말룸을 퇴치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역사상 기록에서 사라졌습니다. 가디언이 말룸을 무찌르기 전까지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말룸이 없어지자 가디언이 생겼다고요?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건 역사의 불확실함이 아닙니까?”

아그레시아는 천년이 넘은 나라이다. 당연히 기록이 불확실 할 수도 있다. 하물며 초대 성녀와 가디언이 앞뒤가 안맞은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오래 전의 역사는 언제나 그런 법이다. 해석이 다르고 기록이 틀릴수가 있었다. 모순 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오, 역사의 불확실함이 아닙니다. 가디언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던 것은 두 번째 성녀때부터니까요. 가디언은 본디 교황이 파견하는 성녀의 감시자였습니다.”

“…….”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성녀를 죽이는 처형자이기도 했지요.”

비올렛이 눈을 크게 뜨며 체자레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놀랄만한 어떠한 진실이었지 그녀를 쓰러트릴 진실은 아니었다.

“초대성녀와 가디언의 미담은 조작된 겁니다. 마음이 통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물론, 그 고대의 술법은 ‘맹세’를 매개로 해서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으면 그 미담대로 멀리 있어도 대화는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가디언 자체가 교황이 파견한 감시원이었으니 과연 마음이 통했을까요? 가디언의 계약은 그저 성녀를 속이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가디언은 성녀가 어디있는지 알아챌 수 있고, 순진한 성녀가 가장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비올렛은 사라져버린 손등의 인을 보았다. 가디언의 표식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체자레의 충격적인 말에도 위안이 되는 것은, 에셀먼드와 비올렛이 마음이 통해 서로 대화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계약의 인은 거짓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비올렛, 왜 역대 교황들은 가디언을 시켜 성녀를 죽였을까요?”

“…….”

비올렛은 일기장의 존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거야, 성녀라는 존재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 아닙니까. 신을 섬기는 자와 성녀의 관계는 좋을 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린도는 비올렛과 권력을 탐하며 겨룰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비올렛은 에셀먼드와 가디언 계약을 파기한 후 그녀의 곁에 누구도 두지 않았다. 그저 호위기사들의 명목으로 로디온을 가까이 두었을 뿐이다.

“성녀를 죽이는 이유가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체자레가 서늘하게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비올렛, 이 나라는 말입니다. 너무나 더러운 나라입니다. 서른 셋의 성녀의 피를 뒤집어 쓰고, 연명하던 나라란 말입니다. 그러나 더러운 국왕과 교황은 그것을 숨겨왔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스승님, 스승님이 말하는 건 너무나 알기 어렵습니다.”

“저런, 아직도 눈치를 못채고 있으십니까? 아직도 모르는 척 하려는 건가요?”

체자레가 비올렛의 뺨을 쓰다듬었다.

“당신은 언제나 내게 잔인한 말을 하게 합니다, 비올렛.”

다시 초상화에 손을 얹었다. 다시 한번 체자레가 성력을 밀어넣자 그림의 색이 또다시 바뀌고 있었다.

아나스타샤의 새하얀 은발이 점점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물들더니, 점점 붉음이 짙어져 붉은 눈동자로 변했다.

비올렛이 꿈에서 본 말룸의 얼굴이었다.

“비올렛, 이것이 당신의 미래입니다.”

그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아나스타샤가 말룸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심장이 쉴새없이 뛰었다.

“이제야 아셨습니까? 저는 방관한게 아닙니다. 당신을 희생해서 이룩한 평화가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았고요.”

“…….”

“저는 평화를 깨려 했습니다. 한 여자를 괴롭힘으로서 얻어지는 세상의 평화가 있다고 외친다면, 세상을 저주한 한 여자로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비올렛, 신을 저주하고, 세상을 저주하는 당신의 손에 세상이 멸망한 자격이 있던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나긋한지, 비올렛은 자신이 받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가 마치 동화를 읽어주는 듯하다 생각했다. 검은 흑발에 붉은 눈을 한 아나스타샤의 모습을 보며 비올렛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자신의 ‘미래’라고?

“성녀는 언제나 말룸에게 승리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신은 언제나 악에게서 승리했다고 하죠.”

“…….”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착각일 뿐. 신은, 그리고 창조물들은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요.”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아 하얗게 질려가는 비올렛을 보고 체자레가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비올렛, 이제 우리 마지막 수업을 하도록 합시다. 진정한 신화에 대해서요.”

*

태초에 신이 있었다는 것은, 피조물들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혼돈이 자리하며 혼돈에서 의지가 생겨나는 것까지의 시간이 길어도, 사람들은 신이 태어난 것을 기준으로 ‘태초’라 칭했다.  사람들은 신의 탄생이 신화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신’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을 ‘창조’한 어떠한 절대적 의지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은, ‘창조’를 한 친절한 어떤 존재만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들을 없앤다는 절대적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창조하는 유(有)를 뜻하는 신이 있다면 단순한 파괴가 아닌 그것을 모든 허무(虛無)로 돌리려 하는 무(無)의 신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빛과 어둠,삶과 죽음,불꽃과 얼음, 움직임과 멈춤. 모든 것은 그의 짝이 있었다.

모든 것을 창조하려는 창조의 의지와, 모든 것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무로 돌리려는 허무의 의지. 이 둘은 똑같은 힘을 가진 공평한 존재로서 세상에 나타났다.

인간들이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를 창조해낸 존재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위주로 생각한 인간들은 허무의 의지를 가진 절대적 존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창조의 존재만을 찬미했다. 인간들은 어떠한 절대적 존재를 바라며,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 부르며 숭배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찢어지며, 문화, 관습, 언어가 달라지며, 이 창조의 의지의 이름은 여러 신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얀 늑대, 절대신, 태양, 황금사자, 위대한 정신…….

그리고 이 창조의 의지가 빚어낸 가장 뛰어난 작품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계속해서 숭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의지’가 아닌 ‘신’이 되었다.

그 창조신이라 불리는 절대적 의지는 자신의 피조물들을 그저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똑똑한 피조물들은 신을 따라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을 발견했으며, 어여쁜 옷을 만들어냈으며, 식물과 동물을 채집, 사냥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법을 알아냈고, 휘황찬란한 궁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또 다른 것을 만들었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알고 차별을 두기 시작했으며, 힘의 차이에 따라 계급이 생겼다. 계급은 신분으로 이어지고, 이 신분은 누군가가 누군가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주었다. 여러 나라가 생기고 여러 풍습이 생겼다. 인간들은 왕성하게 모든 것을 만들어냈고, 또 파괴한 후 재창조를 시행했다.

창조신이 만든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연재해, 역병, 들짐승들의 습격, 그러나 인간을 괴롭게 했던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그 제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이었다. 결국 인간들 중에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고통에 겨울 때마다 신을 찾아 빌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피조물들의 간절한 기도를 그들의 신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는 그저 창조만 한 존재일뿐, 그들의 바람을 들어줄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저들은 저들이 만든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왜 저들은 괴로워 하는 것인가?

왜 그 제도를 만든 것이 그들임에도 그 해결책을 같은 인간에게서 구하지 않고 신을 찾는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욕심과 많은 것을 가지고서도 더욱더 많은 것을 탐하는 탐욕에 세상은 불길에 휩싸였다. 가장 한심한 것은 똑같은 신을 믿음에도, 서로가 믿는 신이 옳다고 싸우는 인간들이었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들의 세상들을 나락으로 만들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창조신은 그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이쯤되면 네 아이들은 널 저주하다 죽어 버릴거야.]

허무의 의지가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창조신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자신과 같은 존재를 보았다.

[창조물들의 주인인 너는 느껴지지 않는가? 저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괴로운 거야. 저 가여운 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아?]

[…….]

[봐, 존재라는 것은 저렇게나 불행한 거야.]

[…….]

[내말 안 들려? 존재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추구하게 된다는 거야. 그 무언가가 충족되지 못하면 괴로워 한다고. 저기 네가 만든 생명체에게 짓밟는 풀의 비명소리가 들려? 불길에 타는 나무의 울부짖음은? 고기를 먹는 생물이 풀을 먹는 생물을 해하며 풀을 먹은 생물이 풀들을 해하듯 존재는 무언가를 희생으로 필요로 하지. 그 희생하는 존재들의 가여운 비명이 당연한 건가? 네가 만든 최고의 생명체를 봐, 모든걸 희생하고도 더 달라고 탐욕스럽게 아우성치고 있어. 하지만 저들의 결핍은 절대로 채워지지 않을 거야.]

[…….]

[우린 비존재로, 허무로 돌아가야 해.]

[…….]

[오호라, 알았다. 너는 네 피조물들의 감정은 전혀 못 느끼는구나? 허무의 의지인 내가 감정이 있고 창조의 의지인 네가 피조물들이 가진 감정이 없다니 재미있구나.]

[…….]

[너는 피조물들에 대해 관찰하고 있지 그것에 대해 판단은 내리고 있지 않아. 너는 그저 창조만 하는, 그저 존재의 괴물인거냐?]

[…….]

[아아. 그래 재미없군.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아이들을 비존재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허무신이 허무의 칼날을 들어 세상을 절단내려고 할 때 처음으로 창조신의 입이 열렸다.

[그건 안 돼.]

[겨우 말을 해주는구나.왜지? 왜 그래야 하는거야?]

[안 돼.]

[재미 없구나 너, 그래도 내가 모든걸 없애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할건데?]

[네가 그러면 난 막을거야.]

[그래?]

허무의 의지는 즐거운 듯 미소지었다. 허무의 의지는 창조가 이루어진 이래

로 너무나 따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내기를 하나 하는게 어때?]

[…….]

[세상이 간단하게 비존재로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허망하지. 그렇다면 나는 저 피조물인 두다리로 걷는 생명체,‘인간’들에게 나름 발버둥칠 기회를 주겠어.]

[……]

[너를 그렇게 찬양하고 숭배하는 저 생명체가 과연 너를 저주할까, 저주하지 않을까.]

[……]

[그래, 그거야. 내 입김이 닿은 네 피조물들 중 하나가 너를 끝까지 저주하냐 저주하지 않느냐 물론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할거라서 되도록 네가 선택한 피조물에게 내 입김을 닿게 할 거야.]

[…….]

[창조의 괴물아. 네가 허무를 추구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듯, 나는 존재를 추구하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피조물들이 너를 저주하는 것을 너무나 보고 싶구나. 그리고 모든 것이 멸망해가는 그때도 너는 감정이 없을 수 있을까.]

[…….]

[내기를 하자. 그렇다면 나는 네가 만든 이 세계가 허용되어 있는 시간이 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주마.]

창조의 의지는 허무의 의지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이 창조신 역시 궁금했던 탓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신은 인간을 저주하지 않고 찬양할 것인가.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 모습으로, 여러 이름을 붙여 찬양하고,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들에게도 계급을 나누는 자들이 과연 어떤 것인가. 자신을 끝까지 찬양할 것인가?

그리하여 창조신과 허무신의 내기가 시작되었다.

허무신의 존재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권능으로 삼아 했던 일은 어떤 괴물을 보내는 것이었다. 원념과 허무신이 가진 힘으로 집약된 그것은 철저하게 인간이 만든 세상을 파괴했다. 그저 그것이 걸어다니며 독기만 내뿜은 것으로도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독기 때문에 그 존재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허무신이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내자, 존재와 삶, 생존의 의지를 짓밟는 그 무자비한 존재를 ‘악’이라 규정짓고, 그를 신이 아닌 ‘마귀’또는 악마, 악신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서 태어난 자식을, 마귀의 자식이라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창조신의 정원과도 같은 세상은 그 괴물에 천천히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람, 삶의 터전, 나라가 붕괴되었으며 사람들은 갈곳을 잃은채 벌벌 떨었다.

그리고 창조신이 나타났다. 창조신은 허무신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알았다. 괴물을 보내면 그 괴물을 없애면 되는 것이다. 창조신은 그때 가냘픈 기도를 들었다. 소녀는 손을 모은채 사람들을 무사하게 해달라 빌고 있었다.

그 인간 소녀의 이름은 아그레시아. 모든 이들이 절규하며, 신을 원망할 때, 그 소녀만은 가장 성결한 마음을 가진채 신을 불렀다. 소녀는 욱체는 약했다. 그러나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고강(高强)했다. 그녀의 고결함은 신과 그녀를 연결시키기 용이했다. 그는 힘을 주었고, 그 낙인으로 이마에 푸른 인을 새겼다. 그러던 창조신은 자신의 힘이 크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동안 힘을 쓸 수 없었다. 아마도 몇십년이 흘러야 겨우 힘을 쓸 수 있을 듯 했다.

신의 힘을 받은 소녀는 그 괴물과 직접 싸워 승리를 쟁취했다. 그리하여 신은 승리했고 평화는 도래했다. 사람들은 그 소녀의 이름을 따서 ‘아그레시아’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여린 몸으로 신의 계시를 받아 악과 싸워 이긴 소녀를 숭상했다. 그리고 그 소녀 역시도 신을 사랑했다.

하지만, 창조신은 허무신의 간계를 몰랐던 것이다. 아니, 나중에 그의 간계가 무엇인지 알았음에도 창조신은 침묵을 고수했다. 창조신은 자신이 ‘호기심’을 가지고 ‘내기’라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무신의 저주가 담긴 입김을 괴물로부터 받은 그 소녀는 점차 몸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소녀의 주위에 있는 인간들은 그 소녀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신의 은총을 받아 죽지 않던 소녀는, 죽을 때 까지 몇 번이고 그토록 지키길 바랐던 이들의 칼에 수십번을 찔려야만 했다. 그녀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신을 찾았다. 그러나 창조신은 그저 그것을 지켜보았다. 몸이 찢어지는 고통속에서 그녀는 신이 내려준 힘이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죽음을 당했다.

마침내 서른여섯번의 죽음 이후 아그레시아는 자신이 지키려던 세상의 맨얼굴을 깨달았다.

그리고 신은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애초에 자신은 그저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막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녀가 그렇게 가지고 있다 자부하던 신의 사랑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그레시아는 세상을, 그리고 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저주 있으라, 이 세상에 저주 있으라!”

소녀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로 자신을 죽을 때까지 자신을 죽이는 존재들을 바라보았다. 국왕과 같은 신앙을 가진 신자들의 지도자, 자신을 성녀라 따르던 기사들이 옆에 서있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저주 있으라!”

그 서슬 퍼런 기색에 그녀를 처형하던 자들은 겁에 질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죽어도 죽지 않은 저 괴물이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신에게 저주 있으라! 나는 다시 나타나, 신의 이름을! 이 세상을 몇 번이고 저주하리!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내 피가, 내 증오가 흘러넘칠 것이다. 이 나라, 나의 이름을 딴 이 나라 모든 것들에 내 피가, 내 저주가 흐르리! 죽어도 죽지 않은 자가 되어 너희들을 다시 한번 멸하리라!”

결국 허무신이 입김이 닿은 성녀는 신을 저주했고, 그녀를 보호하던 성력은, 상처를 수복하며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그 성녀의 몸이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아그레시아는 죽어서도 진정한 안식을 맞이하지 못했다. 그녀의 육신은 움직일 생명력은 소진했지만,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여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그녀의 유해에 허무신이 손짓하자 그녀의 육신은 지하로 가라앉았다.

허무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아그레시아가 창조신으로부터 받은 성력은 신에 대한 저주의 의지에 따라 썩어가고, 허무신이 심어놓은 저주의 씨앗이 피어남에 따라 점차 독기로 변모했다. 아마 이 독기로 변모한 첫 번째 아이는, 창조신이 힘을 회복할때에 맞추어 다시 부활할 듯 했다.

또다시 힘을 쓸수 있게 된 창조신은 작은 인간의 생명을 창조했다. 아그레시아처럼 이미 만들어낸 생명체에서 생명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아그레시아와 같은 고결하며, 신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여자는 매우 드물었으므로 아예 힘을 집어 넣은 아이를 넣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조신이 만든 신의 아이의 성별은 ‘여자’였다. 창조신은 인간을 만들며 그저 씨를 뿌릴 존재가 있으며 그 씨를 품을 존재가 필요하기에 여자를 만든 것이었다. 여자는 생명을 수태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창조신은 딱히 그 성별에 '힘'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힘이 없던 여자들은 권력이라는 것에 완전히 배제되었다.

허무신이 보낸 괴물과 싸운 인간들의 성별도 모두 ‘남자’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 약한 여자를 선택하니, 사람들은 신에게 뜻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신을 칭송했고, 그만큼 더더욱 신을 찬양했다. 신을 찬양하는 자들은 신을 쉽게 저주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신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 아이를 어디로 보낼까 생각하던 창조신은 화려한 옷을 입은 인간들의 태에 보내기로 했다. 더러운 옷을 입은 자들일수록 신을 원망했고, 이 깨끗한 옷을 입은 자들은 세상의 축복을 받은 것이니, 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의 태에 보낼까 생각하던 신은, 첫째 아이의 저주가 떠올랐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아이의 이름을 딴 ‘아그레시아’라는 나라의 귀족의 태에 아이를 보냈다.

그리하여, 첫 아이의 이름을 딴 아그레시라는 나라 속, 드높은 신분을 가진 자가 신의 아이를 태의 품을 자격을 가지며 신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영혼은 자라났다. 그러나 창조신이 예상치 못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허무신의 저주에 휩싸여 죽어도 죽지 않는 시신이 되어버린 첫째 아이는 세상의 멸망보다는 자신을 죽여줄 존재를 강렬히 열망했다. 그리하였기에, 창조신은 두번째 아이를 보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아그레시아의 정신이 나라 온구석을 헤집었고, 신의 아이를 찾아내 각성하게 했다. 그리하여 소녀는 성녀가 되었고. 말룸이 되어가는 아그레시아와 정신이 연결되었다. 몸을 타고 피어난 저주에 휩쓸리는 아그레시아의 영혼은  두 번째 소녀를 성장하게 도와주었다. 둘째 아이를 죽이려는게 아님을 확인한  창조신은 그것을 방관했다.

세상을 저주했음에도, 아그레시아의  영혼은 마지막까지 두 번째 아이를 배려했다. 자신이 나올 때가 되자 자신의 독기로 역병의 입김을 불어넣었고, 독기로 사람들의 시체를 일어나게 했으며,  마지막에, 두 번째 아이에게 보내는 최후의 경고로 하늘을 저주로서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는 첫 번째 아이를 죽였다. 첫째 아이의 영혼은 결국 허무신의 손에 거두어졌다. 그러나 또 두 번째 아이가 그 뒤를 이어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아이도 신들의 손에 죽음을, 정확히는 살아있는 시신이 되어버렸다.

허무신은 피조물들을 비웃으며 신에게 계속해서 내기를 하자 말했고, 창조신은 그것을 그대로 이어 나갔다.

창조신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것은 50년에 한번, 세 번째 아이를 기다리던 죽은 두 번째 아이역시도 자신의 죽음을 간절히 바라, 세상을 멸망시키는 대신 시체가 되어 완전히 자신을 죽일 아이를 기다렸던 것이다. 말룸은 자신에게 안식을 가져다 줄 존재를 기다렸고, 성녀가 성장하기를 기다렸다. 두 번째 성녀가 그러했듯, 말룸이 된 성녀들은 자신을 죽일 성녀들을 찾아 해맸고 그들을 각성시켜 자신을 죽이도록 교육 했다. 아주  친절하게도, 그들이 깨어날때가 다가오면 그들은 여러 징조를 보내왔던 것이다.

어느새인가 인간들 사이에 그 괴물의 이름이 ‘말룸(신을 저주하는 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나라의 왕은 두 번째 나타난 성녀도 괴물이 된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이 나라가 아그레시아 때문에 저주 받았다 생각했다. 모든 진실을 아는 자들에게 성녀란 신의 계시가 아닌,신의 저주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이 성녀의 나라에서 성녀를 죽이고 있다는 추악한 진실을 숨겨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에 이들은 교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모든 신자들을 이끄는 지도자는 사실 진실의 파수꾼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만든 조작된 신화에 의문을 가지는 모든 자들을 ‘이단’이라고 규정하여 처형하여 철저하게 진실을 숨겼다.

왕의 자손들은 대대로 내려오며 성녀가 말룸을 물리치고난 직후 때가되면 교황은 진실의 파수꾼으로서 왕에게 그 진실을 고했다.

왕의 명령아래 성녀들이 그 누구도 모르게 모두 제거되었다.어차피 성녀가 죽어도 이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원치 않는 신은 성녀를 또 보내주신다.

성녀들은 모두 신을 저주하며 죽었고, 이윽고 서른세 번째 성녀를 만들 때였다. 서른두 번째 패한 창조신은 남아있는 강력한 힘을 아이에게 집어 넣었다. 강력한 성력을 가지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틀린 일이었습니다.”

체자레가 쓰러질 것 같은 비올렛에게 말했다.

“신은 허무신의 저주도, 피조물인 인간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 우리의 신이 과연 그 내기에 이길 수 있었을까요?”

비올렛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지만, 체자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역대 가장 강한 성력을 가진 아나스타샤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은 성력이 강하면 말룸을 이길 수있을거라는 신의 몰이해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하나 생겼던 겁니다.”

============================ 작품 후기 ============================

으음..(눈치보며 사라진다)

한편내에 다 끝나려 했는데 안끝나네요.. 네....... 어 저 그래도.. 용량 빵빵하게...추천...해주시....(맞는다)

여러분 아무리 예상이 가능하셨어도... 모르시는 분들도 보시면 계시잖아여.. ㅠㅠ 그래서 추측하지 말라 해드렸는데 ㅠㅠ..흐윽........

뭐 괜찮아여. 여러분. (멀쩡)

드디어 완결이 한 20편남짓으로 다가왔네요....

아.. 또 마마마를 이야기하다니.. 패러디소설 연재할때 우로부치가 도대체 누구인가 했더니 마마마 스토리텔러분이 우로부치..ㅎ.. 내가 좋아하는 페이트제로 스토리작가가 우로부치!!! 네....아니 근데 제가 인간적으로 우로부치는 아니지않나요... 너무나 대단하신분.. 하핳.....무슨 맥락에서 그런건진 알고 있어요...네....제가..죄송해여..

여튼 모레 봬여! 새학기라 여러분 바쁘시죠? 그래도 후제꽃 곧 완결나니 잊어벌이시면 안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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