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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81화 (174/208)

00181  꽃이 지다  =========================================================================

체자레는 우아하게 편지를 내려놓았다. 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공작성은 화려하고, 깨끗했으나. 공작성에 발을 들이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조물과, 섬세하게 조각된 석상, 웅장한 그림과 화려하게 도색되어 번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에 넋을 잃었으나. 이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저택에 이유모를 서늘함을 느끼고는 했다. 공작성에서 일하고 있는 자들도 화려함을 칭송했으나 이 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나라를 지배하던 핏빛 암운이 사라졌건만, 공작성 내는 아직도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듯, 서늘한 어둠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붉은 성의 주인이 사용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손님이 오겠군요.”

그의 입술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용인들은 이 늙지 않은 공작에 대해 겁에 질렸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 겁에 질렸던 적은 없었다. 체자레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묘했다.

“아주 귀한 손님이 오실겁니다. 모시는데 이상이 없도록 준비 하십시오.”

그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

-네게 내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로군. 하지만 괜찮아. 너와 나 사이에 시간은 아주 많이 남아있으니, 아니, 아니, 아주 짧은 시간이겠구나. 넌 정말 운이 없군.

비올렛은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성도로 돌아가는 교황과 성녀를 향해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고 있었다.

“이제 가시면 언제 돌아옵니까?”

샤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글쎄요, 폐하의 탄신일에 또 오지 않을까요?”

초가을까지 3개월 정도 된다는 소리다. 생각 외로 금방 돌아온다는 소리에 샤를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왕위에 올라 제법 의젓한 모습이긴 했지만, 아직도 샤를은 어린 아이였다.

샤를의 해맑은 얼굴에 비올렛이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를 보는 비올렛의 마음은 무거웠다. 비올렛은 조만간에 사라질 생각이었다. 그 이전 성녀들이 그러했듯, 명이 다할 때 까지 은둔할 것이었다. 바로 에셀먼드의 옆에 있기 위해서. 그러나 에셀먼드도 비올렛도 샤를을 지지하는 자들이었고, 그들이 사라진다면 샤를이 곤란해 할 것이 뻔했다. 그러나 그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 아이를 고난 속에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비올렛은 어두운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샤를이 속삭였다.

“작별인사는 꼭 해주시고 가셔야 합니다. 약속이에요.”

그 말에 비올렛이 눈을 크게 뜨며 샤를을 보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샤를은 알수 없는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샤를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렛이 입술을 열려고 하자. 린도가 비올렛을 불렀다.

“비올렛! 어서 가자.”

마차에 오르려던 비올렛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 뒤에 에이든과 함께 서 있는 에셀먼드와 눈을 마주했다. 에이든이 정다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비올렛은 에이든을 보는 척하면서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연인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근사했다. 그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 아무래도 호위기사로서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거절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어차피 다시 수도로 돌아온다면 함께 할 수 있을텐데. 서로 마음을 확인한 뒤 에셀먼드는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고, 유치해졌다.

잘 다녀올게요. 비올렛이 에셀먼드에게 속으로 말을 건넸다.

[그렇게 성녀는, 붉은 추기경에게 진실을 물으러 마차에 올랐지. 그들 사이에 눈짓이 오갔어. 그들 사이의 이별이 시간은 아주 짧을 뿐이다,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서 인내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지. 성녀는 작별의 짧은 순간, 연인을 향해 아름답게 미소 지었단다.]

*

비올렛이 린도를 쳐다보자 린도는 굳은 얼굴을 한 채로 마차의 창문을 보고 있었다. 평소 린도는 비올렛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공작령으로 가는 마차 안에 린도는 단 한 번도 미소 짓지 않은 채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 얼굴, 그 표정 하나에 서린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심각한 얼굴로 창문을 보던 린도가 비올렛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린도의 굳은 얼굴이 사르르 풀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비올렛, 몸은 안 힘들어?”

그 다정한 목소리에, 비올렛은 린도가 자신을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다시금 자각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 아픈건 아니지?”

바로 자신의 몸상태를 걱정하는 말에 비올렛이 고개를 저었다. 남을 배려하거나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에 재주가 없었던 비올렛은 망설이다 물었다.

“긴장돼?”

그 말에 린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비올렛의 심각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웃고 있는 린도의 얼굴은 한폭의 성화처럼 아름다웠다.

“아, 비올렛. 답지않게 네가 그렇게 말하니 이상해.”

그 말에 기분이 상한 비올렛이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웃긴 일이 아님에도, 한참을 웃던 린도가 비올렛에게 말했다.

“그래도 네가 날 걱정해 주니 좋다.”

린도는 그렇게 말하며 비올렛을 보았다.

“그리고 네가 나와 함께 가줘서 더 좋아.”

린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말에 비올렛이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생글생글 여유로웠던 린도의 얼굴에서 가면이 벗겨지고 있었다. 떨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긴장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 순간 비올렛은 린도의 긴장을 절감했다. 비올렛이 진실을 알기 위해 가는 것이라면, 린도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나, 사실 많이 무서워, 비올렛.”

비올렛은 두려움에 떠는 린도의 모습을 보았다. 비올렛도 두려웠다. 그러나 린도만큼은 아니었다. 비올렛은 그 고고한 소년이 드러난 감정의 맨살을 보았다. 비올렛은 자신의 불안감을 애써 감췄다. 이 순간 린도는 청년이 아닌 아주 작은 아이에 불과했다.

그녀는 잠시동안 망설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리며 비올렛은 린도를 보고 있었다. 린도의 황금색 눈이 눈물에 젖어 있었다. 비올렛이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나, 사실은 한번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 왜 내가 성력이 강한지, 왜 내가 나이를 먹지 않은지, 의문을 가지지 않으려 했어. 그냥 나는 이대로, 이대로 있으면 된다고. 그저 너만 있으면 된다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으로 충분할거라 생각했어.”

“…….”

“막상 알려고 하니 무서워.”

비올렛의 팔을 잡은 린도의 팔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비올렛은 한숨을 쉬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

“나, 사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걸 알고 있어.”

“……..”

“어렸을적 아버지는 내게 웃어주지 않았어. 아버지가 처음으로 웃어주었을 때는 나보고 교황이 되라고 말했을 때 였지. 나는 아버지가 웃어주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어.”

울먹이던 린도는 자신의 과거를 드문드문 풀어헤쳤다. 비올렛은 조용히 그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린도.”

처음으로 자신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아버지가 황금색 눈을 부드럽게 휘었다. 처음으로 상냥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남자의 시선에 아이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교황이 되어주십시오.”

“교황이 무엇입니까, 아버지?”

“높은 자리에 앉는 겁니다. 린도가 좋아하는 할아버지처럼요.”

“높은 자리에 앉는건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거랍니다.”

‘행복’이라는 개념을 정확히는 몰랐지만 아이는 그것이 좋은 거라 생각했다. 할아버지 곁에 모든 사람들이 웃고있지 않았던가?

“그러면 교황이 되면 아버지와 더 많이 많이 같이 있을 수 있나요?”

그 순진한 물음에 그의 아버지가 잠시동안 굳은 얼굴로 린도를 보더니 이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합니다.”

“그러면 교황이 될래요.”

“정말입니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아버지와 많이 많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좋습니다.”

그 말에 아이는, 린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받는 칭찬에 린도는 환하게 웃음 지었다.

*

10명의 신관들이 모여 린도를 보고 있었다. 린도는 겁을 집어먹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얼굴을 찌푸리며 저 존재를 보았다.

“보십시오. 성 류스프리드님께서 미리 안배해 두신 아이입니다. 대신관들도 지금 느낄 수 있다 시피 아그레시아에서 가장 강한 성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이내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사이에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아버지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왕족의 금안을 가진 아이입니다.”

신관들의 시선은 모두 린도의 금색 눈으로 향했다. 린도는 집요하게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시선을 피했다. 그것이 무서워 아버지를 보았으나 아버지는 신관들을 보고 있었다.

“성하께서는 신성왕국에 지도자는 국왕이 아닌, 교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만약, 교황위에 오른 사람이 금안을 가진 왕족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왕국’의 법칙에 따라 교황이라는 신관이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될 까요? 아니면 ‘신성’왕국이기에 신이 내린 권한에 국왕이 삼켜질까요? 이기는 것은 국왕인가, 신전인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 매끄러운 말에 린도는 신관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기이한 흥분과 탐욕이 그들을 잠식해나갔다. 그리고 이 다섯 살의 소년은, 10명의 신관들의 만장일치에 교황이 되었다.

*

린도는 겁에 질려 있었다. 휘장 너머에 있는 그림자가 몇 번이고 머리를 쿵 쿵 찧었다. 그에 린도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신관들은 그것을 만류했다. 그저 겁에질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아비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성하께서도 노여움을 푸셨습니다.”

노여움이 무엇일까? 린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저 이 무서운 분위기가 어서 끝나기를 바랐다. 햐안 휘장너머로 보이는 노인은 고개를 숙인채 벌벌 떨고 있었다. 린도는 그 남자가 가여우면서도 무서워 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래야 한다 했으니, 그것을 따랐다.

*

린도는 깜짝 놀라 피를 토하며 쓰러진 신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관은 린도의 곁에 있었던 남자였다. 겁에 질려 아버지를 보았지만, 아버지는 그림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추기경,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아버지가 아닌 '추기경'이라는 아직도 어색한 호칭을 입에 담으며, 아버지를 부르자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성하의 비밀을 누설하려던 사람이었습니다.”

린도는 그 순간 아버지가 무서워졌다. 입을 헤 벌린 채 절명한 그 신관을 바라보던 린도가 겁에 질렸다.

“성하는 귀한 사람입니다. 성하의 정체가 밝혀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죽게 될겁니다.”

“더 많은 사람이요?”

“그래요. 우리가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린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도 체자레는 그의 주변에 있는 신관들을 죽였다. 신앙을 믿지 않은 자들을 죽이고, 죽였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는걸 알면서도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들만 보였다. 그래서 그는 간절히 원했다. 아버지가 언제나 말해주는 그 성녀와, 자신과,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한 낙원을.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린도는 사람들이 죽는 게 싫었으나. 아버지는 그것을 당연하다 했다. 그래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사람들이 죽는 것은 싫었으나,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린도는 그것이 괴로웠으나 힘들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그의 죄책감도, 생명에 대한 연민도 마모되어갔다. 그러는 주제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죽는 것은 싫어했다. 그의 모순은 여기서 출발했다. 모든 그의 신민들이 신의 은총아래 행복했으면 하되, 그의 규율을 거부하는 자에게는 그는 잔혹해져, 신의 철퇴를 내려왔다.

그는 성녀만을 기다리며,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 이제는 그 말에 거부감도 외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속살거린대로 그가 바로 신의 뜻이었으며, 그에게 반하는 자가 신을 거부하는 것이고, 그 낙원을 만드는데 방해되는 자들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지 않기 위해 했다. 자아를 가지면 자아가 괴롭다 날뛰며 마음을 상처입히니, 린도는 자아를 가지지 말고 생각하고 판단내리지 않기로 했다. 그가 유일하게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녀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성녀가 자신에게 나타나 자신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 해 줄거라 말했다. 그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소년은 믿었다. 새하얀 방에 가끔가다 연유모를 외로움이 밀려와 울부짖을 때면, 린도는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 대해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애타게 원하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백 개의 밤이 지나고 천 개의 밤도 지나며, 이제 만 개의 밤이 되려는 순간, 비올렛이 나타났다. 그녀가 성도로 오게 되고, 린도는 처음으로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그 두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말에 따랐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인지하는 순간, 드디어 그를 감싸는 알이 깨졌던 것이다.

린도는, 비올렛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로 결정한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은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자 했건만, 정작 린도는 아버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거부했다.

.

“아버지는, 여전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그 사람에게 가장 가까웠지만, 언제나 그 사람은 그랬지. 생각해보면 내가 교황의 자리에 바로 앉았던 것은 이상해.”

“무슨 말이야?”

“할아버지 말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교황이었던 것 같거든. 전대 교황 성류스프리드 말이야.”

“응?”

“교황은 누군가에 의해 폐위되지 않아. 다음대 교황이 선출되는 것은 오로지 전대 교황이 사망했을경우지. 그땐 할아버지가 정정하게 살아있는데, 아버지는 내게 교황이 되라 하셨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비올렛은 린도와 시선을 마주했다. 눈물을 그친 린도는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전대 교황도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던 거야.”

*

마차에 내려선 비올렛은 심호흡을 했다. 공작 성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첫 번째 방문의 기억을 떠올린 비올렛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녀의 옆에는 린도가 있었고, 성기사들이 있었다. 혹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샤를과 에셀먼드가 그들이 공작령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체자레는 그들에게 물리적으로 그 어떠한 힘도 행사할 수 없었다.

비올렛은 마음을 굳게 먹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공작의 붉은 성이 보였다. 예전 체자레의 말대로 여름으로 접어들자 붉은 장미가 공작 성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사용인들이 모두 나와 린도와 비올렛을 맞이했다. 그러나 체자레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비올렛은 이 저택 안에 있는 체자레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체자레가 있을법한 방을 바라보았다.

집사의 안내에 따라 공작성으로 들어가자, 짙은 향기가 코를 찔렀다. 어렸을적 비올렛은 이곳이 너무나 화려하고 멋진 장소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화려함은 지나쳐, 기괴해 보일정도였다. 사용인들이 많음에도 공작성은 조용했고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각하의 방입니다.”

집사는 따로 노크따윈 하지 않은 채 문고리에 손을 잡았다. 화려하게 세공된 문이 열리고, 비올렛과 린도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타오르는 붉은 머리가 보였다.  남자가 등을 돌려 그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오랜만입니다. 성하, 그리고 성녀님.”

화려한 옷차림, 기다란 손가락에 끼인 반지, 아름다운 루비가 박힌 귀걸이. 홍차색 머리카락, 그리고 부드럽게 휘어진 금안. 체자레는 바로 어제 만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이에요. 라고했지만 이틀만이로군요!! 오랜만에 체자레에 대해 쓰니 기분이 죠쿤요!

내일 모레 봬요!!

이제 진짜 후제꽃 완결이 다가왔네여 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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