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9 꽃이 지다 =========================================================================
살짝 거칠어진 호흡으로 에셀먼드를 바라보자 에셀먼드는 잠시 말이 없이 비올렛을 보았다. 묘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갑자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 모습에 비올렛이 당황해서 고개를 갸웃 하자, 에셀먼드가 흘러내린 비올렛의 머리를 쓸었다. 비올렛이 눈웃음을 짓자, 에셀먼드역시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비올렛은 손을 위로 올려 그의 머리를 매만졌다.
“머리, 안 눌렸네요?”
“…….”
에셀먼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늦잠 자셨다면서요? 에이든이 그러던데.”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서늘하게 물들었다. 분명히 에이든에게 이를 갈고 있으리라. 그는 비올렛의 장난기어린 시선을 외면한 채 비올렛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람들이 보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에셀먼드는 비올렛에게 뚱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안 잡으면 또 나름 삐질 것 같아 비올렛은 그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감촉이 느껴졌다. 오늘은 장갑을 끼지 않길 잘했다 생각하며, 비올렛은 그 손의 감촉을 즐겼다.
“들어가야 하지 않아요?”
“에이든이 있으니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에이든이 변명을 해주지는 않을 거예요. 늦잠잤다고 분명히 이야기하던…….”
“이번 한번정도는 괜찮습니다.”
안 괜찮을 텐데. 후작이 늦잠을 자서 연회에 불참하는 게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나? 비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에셀먼드를 보았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어딘지 모르게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연회의 주인공이 여기 있는데 문제될 건 없습니다.”
“경, 제가 생각해 봤는데 생각 외로 뻔뻔하다는 거 알아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흘낏 보다 앞을 걸었다. 그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고집스러운 태도에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 했다. 에셀먼드가 천천히 정원의 입구로 들어갔다. 안으로 어느정도 들어가자, 에셀먼드가 나직하게 말했다.
“제가 뻔뻔했다면 성하 앞에서 당장 당신을 납치라도 했을 겁니다.”
“네?”
“납치해서, 어디라도 저만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을 겁니다.”
비올렛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셀먼드를 보았지만 하필 지금 걷고 있는 구간이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라 에셀먼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비올렛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것은 에셀먼드가 했던 최고로 우스운 농담이었다. 세상에, 린도 앞에서 납치라니. 린도의 얼굴 표정이 얼마나 재밌을까! 어쩌면 모든 성기사들이 비올렛을 찾으러 동원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웃고 있는 비올렛을 보는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얼굴을 보며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꽈악, 조금 아플정도로 자신의 손을 잡는 에셀먼드의 손이 느껴졌다. 비올렛은 그 말에 웃음을 멈추었다. 에셀먼드가 정원 깊숙한 곳으로 비올렛을 이끌었다. 설마 진짜로 납치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비올렛이 하늘에 새겨진 별을 바라보았다.
“아, 조용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벗어나, 식물들이 있는 곳을 오니 마음이 상쾌해지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물었다.
“풀벌레 소리랑 새소리는 시끄럽지 않습니까?”
“으음, 사실 지금도 짝을 찾는 소리나, 엄마를 찾는 소리, 춥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이젠 좀 익숙해졌어요.”
그는 비올렛이 가진 세상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 관심에 가슴이 벅차 비올렛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에셀먼드는 뚱한 얼굴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비올렛이 미소를 지을때면 에셀먼드는 보통 그것을 가만히 보고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저러는 것일까. 비올렛은 슬며시 불안해져 에셀먼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아까도 그렇고 그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성하 앞에서도 그럽니까?”
“뭐가요?”
비올렛의 물음에 에셀먼드가 다시 침묵을 지켰다. 음,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을 보아 그는 지금 비올렛에게 툴툴거리고 있었다. 뭔가 억울해 졌다. 지금 늦잠을 잔 사람이 왜 저렇게 내게 화를 내는 건가. 비올렛은 지금 자신의 이름이나 자신을 부르는 횟수보다 이 남자가 린도에 대해 더 많이 언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도가 경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어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손에 꽈악 힘을 주었다. 그의 입에서 조그마한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이 고달파 보여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밀려들던 화가 사라지고 그를 달래려 애썼다.
“린도가 정말로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요? 이를 어쩐다. 린도에 대해 아시잖아요. 조금 어린 구석이 있지만 나쁜 애는 아니에요.”
“…….”
왜 저러는 걸까.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겁니까?”
“뭐가요?”
린도의 앞에서 자신을 납치한다는 말이나 린도의 앞에서도 ‘그러냐’는 말에 서린 원망의 기색을 비올렛은 분명히 읽었다. 왠지 혼자 무언가에 화를 내는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며 비올렛은 그가 이렇게 한가하게 정원을 산책할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그만 돌아갈까요? 샤를과 린도가 찾을 거예요.”
갑자기 테라스로 가던 비올렛이 사라졌으니, 누군가 비올렛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에셀먼드는 꿋꿋하게 비올렛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경.”
“저와 오랜만에 같이 있는 게 싫으십니까?”
“네?”
비올렛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다, 당연히 싫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저 이렇게 짧은 순간에 만나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에셀먼드는 지금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그 손등에 인장이라도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같이 있을 자격이라도 주어지니말입니다.”
“아니, 그건 다시는…!”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자신의 하얀 손등을 보았다. 푸른 인장이 있던 손등은 깨끗했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마주보았다. 서늘한 푸른 눈동자가 황금빛의 달빛을 머금고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욕심을 부리는 건 저인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
비올렛이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욕심을 부리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한 손은 비올렛의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을 쓸어내려 그녀의 목언저리를 어루만졌다.
“드레스가 안 어울린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
이번 옷은 그래도 오랜만에 그를 보니 고심해서, 정말로 심혈을 기울여 고른 것이다. 머리 장식도, 목걸이도 하나 하나 비올렛이 착용해보고, 또 착용해봤던 것이다. 이것만해도 얼마나 많은 준비가 소요되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그것이 어울리지 않다니, 비올렛은 알쏭달쏭한 말을 내며 화를 내는 에셀먼드에게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러면 또 성복이라도 입어야 하나요?”
“차라리 그게 낫습니다.”
비올렛은 그 말에 드디어 울컥 했다. 내가 마주치려 할 때마다 돌아보지도 않고, 그를 만난다고 그 전날 새벽부터 단장했더니 정작 그가 늦잠도 자고! 혼자서 화를 내다! 지금은 옷이 안 어울린다 한다. 그야말로 최악의 남자가 아닌가!
“경은 그냥 제가 성녀로 남아있길 바라는 거죠? 제가 여자로서 예쁜 옷을 입는 건 어울리지 않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왜 여자로 저를 좋아하나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비올렛이 화를 낼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러려던게…….”
심지어 그는 말까지 더듬고 있었으나, 화난 비올렛에게 그것은 들리지 않았다.
“멀리서 봐서 눈이라도 마주치려 안달나면 눈도 안 마주치고 쌩 하고 지나가고, 그렇다고 제게 편지라도 보내봤나요? 왜요, 또 그것도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안 보낸거죠? 말이 없는 사람인데 편지로 보낼게 뭐가 있겠어. 그래도 오랜만에 몇 마디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겠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단장하고 빨리 오니까, 세상에 늦잠까지! 혼자서 화를 내는것도 가뜩이나 이해가 안가는데, 이젠 옷도 안 어울려요?”
화가 나니 말이 막 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비올렛은 화를 냈다.
“진짜, 최악이에요 경!”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홱 뒤를 돌아서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에셀먼드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니 더욱 답답해져왔다. 빠른 걸음걸이로 걸어가자 힐을 신은 비올렛의 발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중심을 잃은 비올렛의 손을 에셀먼드가 잡아들었다.
“이거 놔요!”
비올렛이 나름 앙칼지게 말하자, 에셀먼드는 손을 놓으려다 아주 살짝 비올렛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뿌리칠 수 있는 정도로 손을 잡았다. 에셀먼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안 어울린다고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데요.”
비올렛이 뾰족한 말투로 물어보자 에셀먼드는 말을 고르는 듯 했다. 가끔씩 그의 언어는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아니다 가끔이 아니라 항상!
“어울리지 않다는 게 아름답지 않다는 말 아닌가요? 저도 경에게 아름답다는 말 정도는 듣고……”
“아름답습니다.”
“…….”
방금 그 말에 솔직히 기분이 좋기는 했다. 망설임 없이 나온 그 말을 듣고 비올렛의 화는 아주 살짝 풀렸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온 말이 아닌 것 정도는 비올렛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름답다면서 어울리지 않다니 경의 어울린다는 기준이 대체 뭔가요?”
“그건 어울리지 않는 겁니다.”
아. 비올렛은 대화할 의욕을 잃었다. 그를 노려본 비올렛이 잡힌 손을 빼내려 하자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두 번의 기회는 없다. 그럼에도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불렀다.
“비올렛.”
“이거 놔요.”
비올렛이 화난 목소리로 말하자,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말했다.
“또 성하에게 갈 것을 내가 내버려 둘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아, 그 린도 소리 좀 그만해요! 린도에게 질투라도 해요?!”
비올렛은 자신이 이야기를 꺼내놓고 자신이 놀랐다. 에셀먼드 역시 입을 다물고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막 나온 말이지만, 어쩐지 그게 맞는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올렛이 놀란 표정으로 에셀먼드를 보자 에셀먼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설마, 그걸 이제 아신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어……진짜요?”
비올렛의 그 말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 린도를 질투한다고요? 경이?”
“…….”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팔을 꽉 잡았다. 비올렛의 머릿속에는 린도는 린도고 에셀먼드는 에셀먼드였다. 굳이 린도에게 품은 감정을 따지자고 한다면 린도는 친구와 같은 개념이었고 에셀먼드는 범접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랑하는 연인이 질투를 하는 것인가? 질투란 누군가에게 무엇을 빼앗길까 두려워하거나 누군가를 지나치게 부러워 하여 하는 것이 아닌가? 비올렛은 이 질투라는 감정에 무지한 편이었다.
“경이 질투도 해요?”
“…….”
게다가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입장에서 그 자체도로 고고한 사람인지라, 그가 남을 ‘진정으로’ 질투한다는 감정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에셀먼드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드레스가 안 어울린다는 소리에 대한 섭섭함은 사라지고 비올렛의 머리가 혼란으로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다.
에셀먼드가 질투한다는 가정 하에 그녀가 저질렀던 일들을 보면, 에셀먼드가 만날 때마다 비올렛은 린도와 대화하고 있었고 린도는 비올렛의 어깨에 손도 올리고는 했었다. 린도는 비올렛의 머리를 만지는 걸 좋아해서 자주 매만지고 있었고, 심지어 아침마다 초상화를 그릴 때마다 피곤한 것을 린도가 안마랍시고 어깨를 주물러주고는 했었다. 생각해보면 에셀먼드와 마주할 때 항상 옆에 린도가 있었다. 당연했다. 린도와 비올렛의 일정은 동일했으니 그와 함께 있던 것이다. 그래서 에셀먼드와 만나는 시간보다 린도와 하루종일 같이 있던 시간이 많았으니. 에셀먼드와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보면 자신이라도 린도를 질투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충분히 에셀먼드에게 잘못을 저지른 셈이 된 것이다. 다른 남자를 가까이 했으므로. 이제야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했다. 자신이라도 화가 나서 뾰족하게 옷이 안 어울린다 말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비올렛의 눈이 돌아가며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을 본 이 남자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경, 린도와 경은 비교도 안 되는 걸요?”
“비교도 안 되는걸, 성하는 꼬박꼬박 이름을 부르고 저는 가끔가다 이름을 부릅니까?”
“그야 린도는 린도고, 경은 경인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비올렛은 자신이 말하는게 에셀먼드의 ‘어울리지 않다’는 말과 다를 게 무언가 생각했다. 뭔가 말은 다른데 뜻이 묘하게 같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혹 에드라는 이름을 부르는데 익숙해져서 제가 혹시라도 실수한다면 경이 곤란해질지도 모르잖아요. 저야 언제나 에드라고 부르고 싶은 걸요.”
그 말에 치켜 올라간 에셀먼드의 눈썹도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언젠간 평생 에드라고 부르게 해드리겠습니다.”
“어……”
그 말에 비올렛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올렛은 그 말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러나 입술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며 말했다.
“모든 일이 정리되면, 다시 에이든에게 작위를 물려줄 생각입니다.”
“…….”
비올렛은 그 말에 놀라 눈을 떴다. 제일 바라지 않던 상황이 되었다. 이것을 바라지 않아, 비올렛은 그를 버렸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그들 사이에 맴돌던 달콤하고 묘한 행복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에드, 하지만…….”
에이든은 에셀먼드처럼 카리스마로 기사들을 이끌지는 못한다. 아직 기반이 약한 샤를은 에셀먼드가 꼭 필요했다.
“대장군이라는 직함은 세습이 아닙니다. 꼭 물려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럴 것이라는 것 정도는. 그럼에도 비올렛은 그것을 외면해 왔던 것이다. 그를 만류해야 하나? 비올렛은 그것을 말하려 했지만 에셀먼드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에셀먼드에게 잡힌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 힘을 주어 그 손을 잡았다.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한다. 비올렛.”
그 말에 비올렛의 눈이 커졌다. 에셀먼드는 단호한 눈동자로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후계자로서 어렸을 적부터 길러졌던 그가. 그 자리에 있는게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가, 그 자리를 버리고 내려올 수 있는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그에 비올렛은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물드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그에게 그 각오를 들으니 가슴이 선뜩해졌다. 여러 생각이 많아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귀족으로서, 이 자리에서 당신을 여자로 맞이할 수 없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천민을 아내로 맞이한 귀족은 한명도 없었다. 그것이 심지어 전대 성녀라도, 성력이 떨어진 비올렛을 누가 취급해 주겠는가.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당신도 나도 지나치게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비올렛보다 자신의 현실을 더 잘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비올렛은 에이든의 얼굴이 떠올랐다. 방금도 시수일레에게 뛰어갔다. 그렇다면 그 둘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에셀먼드를 보자 그가 말했다.
“라이셀 백작과는 거래를 끝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더 말하지 않았다. 에이든에 대해서는 해결이 되었다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으나. 비올렛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욕심을 부리는 건 언제나 저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욕심은 비올렛이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셀먼드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자신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에 대해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올렛이 성녀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면, 에셀먼드도 가문의 후계자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 했다. 에셀먼드가 가문의 영광을 위한 것이 행복이라 말한적이 있던가? 그는 그의 의무에 대해 호불호를 표현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것을 향했다.
만약 그것이 비올렛과 같은 마음이라면. 그 역시도 비올렛과 함께 맺어지는 것이, 그의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그의 ‘욕심’이 아닐까? 비올렛이 에셀먼드를 마음에 담았던 것을 ‘욕심’이라 표현한 것처럼 그 역시 비올렛을 ‘욕심’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자신을 정말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떠나면 다신 붙잡지 않겠다 했습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침묵을 오해한 것인지 서늘한 어투로 대답했다.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에드, 그거 알아요?”
“…….”
“제가 욕심이 없다 말하는 것 자체가.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해요.”
성녀로서 남자를 원하며, 천민으로서 귀족을 원한다. 그것이 세간에서 말하는 탐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에셀먼드는 그것을 욕심이라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가 과욕을 부리는 것도 모르는 것이다.
비올렛은 이 눈앞의 남자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다가가 그의 볼에 자신의 손바닥을 댔다. 얼굴의 감촉이 전해졌다. 그녀만의 행복에 도취된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얼굴을 한참이나 쓸었다. 그는 모른다. 이렇게 얼굴을 만지는 것이 욕심이라는 걸 진정으로 모르는 것이다. 그에 비올렛은 너무나 행복해서, 울고싶었다. 이미 머릿속에 그에 대해 가졌던 서운한 감정 따윈 날아가 버렸다. 에셀먼드는 그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어쩐지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아 비올렛이 이야기를 꺼냈다.
“머리가 촉촉해요. 역시 제대로 말리지 않으신 거죠?”
한결 밝은 목소리로 비올렛이 이야기 하자, 에셀먼드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도 늦잠이라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일생에 유일한 오점일 수도 있었다. 왜 에이든이 사람을 놀리는지 알 것 도 같았다. 비올렛은 그를 놀리는 게 즐거웠다.
“자꾸 늦게 일어났다고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에셀먼드가 얼굴을 가져다 댔다. 입맞춤이라도 하려는 건가? 깜짝 놀랐지만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안은 채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다.
“나중에 늦잠을 자게 되는 건 비올렛, 당신일 수도 있으니까.”
============================ 작품 후기 ============================
^.~(마지막 대사를 쓰며 뿌듯해한다. )
-오늘 이벤트 상품 발송했습니다. 진짜 죄송한데, 제가 너무 급하게 배송하느라 티라이트를 하나씩 넣어드리려했는데..몰라.. 그거 하나도 안넣었어...심지어 우체국 시간 급하게 맞추느라 머리카락이 뜯겨서 머리카락이 붙어있을지도 몰라요.. 음식엔 안들어가게 했으니 걱정마세요.. 그냥 제 머리카락이 뜯긴겁니다.. 흑......
녹차잼같은경우 제가 우유잼을 너무 달게해서 설탕을 거의 안넣었어요. 약간 달거여요. 커피잼은 뭐 설탕 넣었는데 원재료 카누...
석고방향제는 헤이즐넛향, 망고향 두개... 네 잘 걸어주세요. 아마 냄새가많이 진할겁니다. 그러면 다용도실 화장실같은데에 걸어두세영
이번에는 27,28일 사이의 자정에 돌아오겠습니다.(넹.. 목,금 휴재) 이번주 26일이 마감이라서. 제가 다시한번 봐야할것같아서요.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