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6 꽃이 지다 =========================================================================
아그레시아의 봄은 유달리 따스하고 맑았다. 몇 개월전 전화로 인한 유달리 잔인하고 혹독한 가을과 겨울에 대해 신이 그들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봄을 맞이해 피었던 꽃들은 누가 누가 더 아름답나 경쟁하듯 화려하고 탐스럽게 열렸다. 타오르는 마지막 생명을 노래하듯, 새들은 맑은 울음소리로 노래했다.
아그레시아에 말룸이 나타났고, 사라졌다.
말룸이라는 괴물은 신화속에서만 나타났던, 지겹게 들은 전설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말룸과 성녀의 구도가 식상했고, 나중에는 공주와 왕자, 공주와 기사에 대한 동화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성녀가 등장했다.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떠들긴 했으나, 성녀가 천민이다, 보잘 것 없다는 소문이 돌고 소문은 사라졌다. 그들이 성녀를 다시 보았을 때는 그녀가 성녀임을 증명할 때였다. 그때 그들은 처음으로 신이란 무엇인지, 신의 기적과 은혜를 경험했다!
그들 사이에서 다시 신앙이 활발해 질 무렵, 국왕과 교황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그때는 다들 국왕을 비난했다. 그렇게 대단한 기적을 가진 사람이 마녀라니, 말룸을 불러오는 악이라니! 한순간 흉흉했던 분위기는 티게르난 공작의 입성으로 마무리 되는가 했더니 결국 교황과 어린 신국왕의 극적인 화해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룸이 나타났던 것이다. 크리처를 목도한 사람들은 이 나라에 얼마 되지 않았고, 말룸의 직접적인 영향을 볼 수 있던 것은, 해와 달이 사라진 피색으로 물든 하늘이었다. 그것에 사람들은 공포를 경험하고, 본능적으로 성녀를 찾았다. 그리고 성녀가 말룸과 대적하러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하늘이 맑게 바뀌며, 그들은 저 멀리서 폭사되는 빛을 목격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떠올렸다. 이곳은 교황의 신성의 나라도, 왕의 나라도 아니었다. 이곳은 신의 사랑 아래, 선택된 성녀의 나라였던 것이다.
말룸이 나타날 것을 예견하고 신은 미리 성녀를 안배했고, 성녀의 신분이 어쨌던 간에 그녀는 성공했다. 그리하여 신은 또다시 악으로부터 약속된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람들은 신을 찬양하고, 그 신을 찬양하는 자신들에게 신의 피조물로서의 자신감을 가졌다. 그리고 말룸을 무찌르고 잠든 성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성녀가 깨어나면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성도에 있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수도로 올라왔고 수도는 유례없이 지속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성녀님이 깨어날까. 그들은 수도의 대신전을 드나들며 혹여나 성녀님이라도 뵐 수 있을까 기웃거렸다.
“경, 정말 괜찮으세요?”
그러나 그 성녀는 지금 한적한 길가에서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어색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앤이 달려와서 씌운 가발때문인지 머리는 답답해왔으나 길가를 걸어다닐 자유가 있다면 못견딜만한 것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비올렛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사용인들을 방문 때마다 별관으로 가둬둘 수 없으니, 정원을 돌아다니는 건 이만 하고, 바깥에서 운동이나 하고 오라는 앤의 말에 쫓겨났던 것이다. 머리색깔은 어째서인지 옛날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금갈색의 머리카락이었으나, 비올렛은 성흔을 가리려고 오랜만에 내려진 앞머리의 감촉이 거슬려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차라리 성력으로 머리색과 눈색으로 바꿀까 하는 충동마저 들었다. 그러나 신이 주신 머리색과 눈 색을 바꾸는 것은 성력이 상당히 손실되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옷 역시도 하얀 성복에서 귀족 여인들이 입는 평상복으로 입었다. 그 옷차림도 가발도 너무 어색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지는 않으니 어느 정도 모습이 가려진 모양이라 생각했다.
비올렛은 자신의 옆에 선 에셀먼드를 보았다. 그녀처럼 그 역시 평상복을 입었다. 몸이 아픔에도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그 모습에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혀를 내둘렀다. 변함없이 아픔을 숨기는 데는 고단수였다.
“진짜로 정말이죠?”
에셀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이 서려있어. 비올렛은 우선 납득해주기로 했다.
무관심으로 걸어보는 거리는 참으로 기이했다. 사람들은 비올렛이 성녀라는 것을 모른채 길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 생경한 느낌에 비올렛은 처음 오는 사람처럼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몇몇 시선이 에셀먼드에게 향했다. 비올렛은 그 시선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팔짱을 꼈다.
“……..?”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비올렛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에셀먼드에게 말했다.
“혹시 경이 쓰러질까봐 그래요.”
비올렛이 말하자 에셀먼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정도는 아닙니다.”
그는 비올렛에게 팔짱을끼며 부축을 당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 팔을 빼려했다. 아니, 이 사람이, 그게 아니고! 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척하면 척 알아줘야 할 거 아닌가? 하지만 비올렛은 에셀먼드도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비올렛은 좀 고민하다 목소리를 꺼냈을 뿐이었다.
“에드.”
비올렛은 그 팔을 꼭 부여잡으며 그 팔에 살짝, 고개를 기댔다. 그러자 팔을 빼려던 에셀먼드가 멈칫 하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걸어갔다. 비올렛은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에셀먼드를 보던 여자들을 보았다. 그들이 시선을 피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자신에게 온 이상 자신은 뺏길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셀먼드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날은 따스하고 봄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와 머리를 간질였다. 머리가 답답한 것만 제외하고, 비올렛은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 생각했다.
“린도에게 나중에 오면 포옹이라도 해주어야겠어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비올렛은 계속 이야기 했다.
“린도는 말룸 처리건으로 바쁜데 저만 지금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거잖아요. 쓰러졌다는 핑계로 이렇게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걸음을 빨리했다. 그 바람에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프다더니 저런 걸음걸이는 또 정상이네.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 했다.
애녹시 글로리를 위한 축제가 말룸의 등장으로 애매하게 끝나버리고 말룸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또다시 축제를 열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전화로 인한 아픔을 딛고, 말룸이라는 큰 위기까지 극복한지라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들떠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것은 귀족들이 주로 들리는 거리에도 확연히 나타났다. 상인들은 물건들을 계속 들여놓으라 소리치고 있었고, 일꾼들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여러 상품들을 들여놓고 있었다.
비올렛이 후작가에 있었을 때도 외출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므로 비올렛은 당연히 이 장면들이 모두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구경하고 싶습니까?”
비올렛은 시수일레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쇼핑할 때 따라가자 하면 에이든이 그렇게 기겁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같은 혈육인 에셀먼드도 그다지 다르진 않을 것이다. 비올렛은 그래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프시잖아요. 그러니 오늘은 조금만 있다가 돌아가도록 해요.”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살풋 찡그려졌으나 비올렛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우선 비올렛은 지금 이상황이 너무나 만족스러웠으므로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해가 제법 길어졌지만, 자칫하면 저녁이다. 찬바람이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비올렛은 혼자서 에셀먼드가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휴식은 꿈처럼 달콤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환자인 에셀먼드가 운동하러 나온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었다. 또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비올렛은 계속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들떠선 안된다. 들떠서. 그럼에도 비올렛은 팔 너머 전해져 오는 온기에 왜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비올렛은 그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한숨소리가 새어나온 것 같았다.
출출해지자 레스토랑을 향한 비올렛은 으음,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레스토랑이라는 데에는 거의 가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비올렛은 자신이 귀족생활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스토랑에서 주문도 못하다니.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성녀라고 틀어박혀 있었더니,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반푼이가 되었구나.
비올렛이 충격을 받아 그 메뉴라는 것을 보고 있자 에셀먼드가 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을 먹고싶냐 비올렛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식당에서 메뉴도 주문을 못하고 있다니, 이것은 사회부적응자 수준이 아닌가.
비올렛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오는 음식을 먹었다. 음식은 당연하겠지만 비올렛의 입맛에 맞았다. 재료도 좋은 것만 쓴 것인지 뒷맛이 남지 않은 깔끔한 요리였다. 이 레스토랑 자체도 에셀먼드가 저기가 어떠냐 해서 선택한 것이라. 자리가 많이 떨어져 방해가 되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이런 곳도 오는구나.
“경도 이런데에는 많이 와봤겠죠?”
비올렛은 우아하게 식사하고 있는 에셀먼드를 보며 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은 와봤습니다.”
“그래요.”
비올렛은 흐음,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도 약혼녀, 아니, 패트리샤라는 정혼녀가 있었는데 그 여자와도 자주 온 곳이 아닐까? 비올렛은 시무룩하게 생각했다. 그와는 이렇게 산책 정도로 오는건데. 패트리샤는 정중한 만남을 가졌겠구나. 뭐 그를 탓할 마음은 없다. 그저 조금 우울해졌을 뿐이다. 우선 그녀는 귀족의 딸이 아니기 때문 그와 식사를 하는것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데에 익숙한 사람이구나. 괜히 시무룩해졌다.
“입에 안 맞으십니까?”
“아, 아뇨, 맛있어요.”
비올렛은 그렇게 하며 열심히 식사를 했다. 에셀먼드의 시선이 비올렛에게 잠시 머물렀다 떨어졌다. 오랜만에 그와 한 식사는 여전히 침묵이 짙게 자리했다.
식사가 끝나고 새하얀 딸기가 가득 든 케이크가 나오자 비올렛의 표정이 변했다. 비올렛은 활짝 웃으며 그것을 입에 넣었다. 에셀먼드가 후, 하고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비올렛은 깜짝 놀라 에셀먼드를 보았다. 한숨을 쉬었음에도 에셀먼드의 얼굴은 한결 편해보였다. 심지어 입가에 미소마저 서려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비올렛은 부끄러워졌다.
“크림이 묻었…….”
“닦을게요.”
세상에, 그의 앞에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다니.! 비올렛이 황급히 냅킨으로 닦고 에셀먼드를 보니 에셀먼드의 손이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왜? 비올렛이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보니 에셀먼드가 손을 내렸다. 아. 설탕이 부족한건가? 하지만 그는 단걸 싫어할텐데? 비올렛은 그가 마시고 있는 차 앞으로 설탕을 내주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이 준 설탕과 비올렛을 번갈아보며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일단 스푼을 들어 설탕을 넣고 차를 마셨다. 에셀먼드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지만 비올렛은 깊은 뜻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 모습을 보았다.
식사를 다 마치고 종업원이 계산을 하러 오자 비올렛이 준비되어 있던 금화를 건넸다. 그때 그 설탕을 넣은 달콤한 차를 마시고 있던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심지어 종업원도 깜짝 놀라 계산서와 비올렛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당황한듯 에셀먼드를 보았다.
“비올…….”
차를 마시던 그가 찻잔에 황급히 입술을 떼며 뭐라고 하려 했지만 종업원은 차를 마시는 그의 모습을 보고 돈과 계산서를 갖고 자리를 떠났다. 종업원이 에셀먼드를 보며 지었던 표정을, 에셀먼드는 평생 못잊을 것이다.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잘 먹었어요, 에드.”
비올렛이 활짝 미소를 짓자 에셀먼드는 잠시동안 멍한 얼굴로 비올렛을 보았다. 비올렛은 그에 고개를 갸웃했다. 쉬어야 할 환자인 그가 비올렛 때문에 굳이 저택 밖에 나와 이렇게 고생하는데, 비올렛만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맛있었고, 디저트도 맛있었다. 그러니 이정도는 에셀먼드에게 대접해야 옳은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그를 위해 무언가를 사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린도가 준 돈이긴 했지만. 헤헷. 비올렛은 혼자 뿌듯해했다.
“……..”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그의 동공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 같았으나, 비올렛은 눈치채지 못한채 그저 웃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오자 하늘이 살짝 어두워지고 있었다. 비올렛은 으음,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슬슬 그를 집에서 쉬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비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분수대가 있는 곳 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이따금 자신의 팔과 비올렛을 번갈아 보았다. 뭐 나란히 걷는 것이 이상한걸까? 그렇게 보다 비올렛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멈춰섰다.
“시스, 나 피곤해.”
“날 위해 이정도도 못해줘?”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근무가 끝난 에이든과 시수일레가 데이트를 하는 모양이었다. 비올렛이 깜짝 놀라서 에셀먼드를 보자 에셀먼드도 잠시 굳어 있었다. 에이든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려던 순간 비올렛은 자신을 확 잡아당기는 손을 느꼈다.
굳은살 박힌 거친 손이 비올렛의 손을 꽉 쥐었다. 비올렛은 그에 치맛자락을 붙잡고 그와 달리기 시작했다.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다. 그들은 한참동안 뛰어갔다. 마치 크리처에게 쫓겼을때와 같았다. 그들이 숨을 멈출 수 있었던 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틈이었다. 아직 해가 뜨고 있음에도 응달진 이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안으로 끌었다. 너무 오래 뛰어서 심장이 뛰쳐나갈 것 같았다. 비올렛은 그럼에도 불안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발이 제대로 씌워진지 확인한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는 이 순간에도 숨하나 차지 않은 듯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차디 차서 비올렛은 겁을 먹었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경, 어디 화가 나셨나요?”
건물과 건물 사이는 좁았으며,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앞에 서자, 그 간격이 더 좁아졌다. 곧바로 입이라도 맞출 수 있을 것처럼 그와 비올렛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다.
“그래. 화가 났습니다, 매우.”
“……..”
그 말에 비올렛이 말했다.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데 운동삼아 나온것도 모자라, 이렇게 무리해서 뛰어야 했다니. 화가 날만도 했다.
“아픈데, 저 때문에 굳이 뛰셔야 하실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허리를 잡고 살짝 들어올려 자신과 시선을 맞추었다. 갑자기 들어올려지는 바람에 비올렛은 깜짝놀라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야 했다. 무게중심이 벽에 쏠리며 비올렛의 건물 아래 살짝 튀어나온 벽돌위에 얹어졌다.
“경, 무리하…….”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에 서린 미소역시 싸늘해서 비올렛은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름을 부르라 네게 몇 번을 말해야 하지?”
그 말에 비올렛은 자신의 목을 깨무는 입술을 느꼈다. 질척이는 소리가 귀 아래까지 다가왔다. 그에 비올렛이 깜짝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에셀먼드를 보았다.
“난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비올렛.”
“아니 상처가…….”
그 말에 에셀먼드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 번져있는 서늘한 미소에 비올렛의 얼굴이 굳었다. 자, 잠깐만, 이건! 이건 진짜로 설마!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소리쳤다.
“꾀병을 부리셨군요, 경!”
그 단순한 결론에 에셀먼드가 미소를 지었다. 그게 마치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이순간 왜 에셀먼드가 에이든의 형인지 알아차렸다. 세상에, 저 남자가 저런 장난기도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그것도 모르고.”
비올렛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병문안을 매일 갔던것도 미안했는데…….”
비올렛이 얼굴을 감싸자 에셀먼드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라고 한겁니다.”
비올렛은 그 뻔뻔한 말에 화를 내고 싶었다.
“어떻게 그래요?! 지금 남 걱정한건 눈에도 안보이죠?”
“걱정해주면 안됩니까?”
“아파도 안아픈척 하는게 경이 자주 했던 거잖아요!”
“그렇게 안하면 제가 얼굴을 못 보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건 그냥 말해주셔도 되었잖아요!”
“대체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그 지극정성인 모습을 보겠습니까?”
그 뻔뻔한 비올렛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비올렛의 머릿속에 그 사흘의 시간이 되풀이 되었다. 비올렛은 그가 혹여나 아플까 스프까지 호호불며 떠먹여 주었다. 어디 갈때는 꼭 손을 잡았다. 언제나 그의 얼굴을 보았고, 혹여 무언가 얼굴을 찡그린 일이 있으면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앤이 이따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에셀먼드를 노려보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일줄 몰랐다. 완전히 속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차가웠던 자신을 반성했다. 특히나 억지로 가디언 맹세를 깨려고 그에게 차갑게 대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셀먼드와 비올렛의 코끝이 살짝 닿았다. 비올렛이 그것을 노려보았지만, 에셀먼드의 피식 웃는 얼굴에 결국 정신이 빼앗기고 말았다. 그의 입술이 비올렛의 입술을 간지럽혔다. 비올렛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른채 그와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맞춤이 어찌나 격렬했던지 비올렛은 디디고 선 벽돌에 미끄러져버렸다. 에셀먼드의 손이 그것을 잡아주려다 치마가 허벅지까지 쓸려 올라갔다. 허벅지를 만지는 단단한 손을 느꼈으나 비올렛은 그 황홀한 감각에 중독이라도 된 듯 그 순간에 흠뻑 빠져 있었다.
“점점 볼때마다 뻔뻔해 지는거 알아요?”
입맞춤이 끝나고 치마가 상당히 위까지 쓸려 올라간 것을 보고 기겁한 비올렛이 치마를 내리며 말했다.
“조금 뻔뻔해져도 된다 생각합니다만.”
에셀먼드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저런 남자였다니. 그럼에도 실망보다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빠져도 단단히 빠져있었다. 비올렛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에셀먼드가 말했다.
“다음부턴 다시는 제게 돈을 지불하지 마십시오.”
“네?”
“성하께서 주신 돈으로 무언가를 얻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게, 왜, 나에게 준 돈이면 제 돈이죠!”
그 말에 에셀먼드는 꿋꿋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 비올렛은 얼굴을 감쌌다. 이 사람도 약간 아이같은 구석이 있었다. 그 질투를 보며 비올렛은 화가 난다기 보다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늘을 보니 해가 저물어 있었다. 비올렛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어스름하게 다가오는 까만 밤하늘이 예뻐 보였다.
============================ 작품 후기 ============================
>_< 여러분의 추천수에 힘을 입어,오늘도 키수했당! 또 내일도 키수할까요?!!
*저번편 에드의 거짓말을 찾아랏! 이거였는데. 네 에드의 거짓말은
바로 꾀.병 이었다능 >_< 일부러 첫문장에 몸이 개운하다 상처가 없다 고통이 없다 이러는데 비올렛한테는~ 좀 아프다 말하고..
사실.. 이번회차부터 본스토리를 넣어야 할까 생각했지만~~ 여러분이 이렇게 달달을 좋아할줄 몰랐으므로... 저는 이렇게...또 넣어서... 네... 근데 여러분..삽질남과 삽질녀가 사겨도.. 뭐 별거 있겠어요? 서로 삽질하지. 친구들이 이거 보여주니까 니네 뭐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웃던데요... 저도 쓰면서 잇몸미소 발사.
2고 탈고를 드디어 출판사에 넘겨드렸어여!!!! 근데 또 2차 교정의 압박! 그래서 전 격일연재.. 늦어도 3월달 안으로 완결이 될거라 생각해요. 이제 40편후면 완결입니다 >ㅁ<
아 이벤트 당첨자 발표할게요. (갑자기 정색)
당첨자는(이거 순위 아님)
우유잼!
1. 자몽퓨님,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커미션급의 퀄리티를 보여주셨습니다. ㅠㅠ너무 예뻐요
그리고 캐릭터 전부 그려주세요 ^_^(에드를 닮아 뻔뻔해짐)
2. 지구색연필님
-아 진짜.. 이분은 팬아트를 두개나 투척해주셨어. 에드 비올렛, 린도 너무 예쁘고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정말 너무 귀중한 그림 감사드립니다.
3. 갈락님
어휴...제가 또 이거보면서 또..아주..심장떨려서 그냥 체자레, 비올렛, 시스, 에이든, 샤를, 에셀먼드까지 다 나온 팬아트이죠. 퀄이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이 외에 석고방향제 세분(그냥 한분 더 늘였어여.)
1.J미리내님의 에드의 수난
->패러디소설이고요, 네 말그대로 수난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뒤에부분을 더보고싶었던 욕망이 있지만 입다물겠습니다.
2.아이루푸님, 비올렛 팬아트.
-한복입은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3.wjdtn4454님 제비꽃 화관을 쓴 비올렛.
-네..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로프트지에 직접그리신건 아니실테고. 펜터치가 너무 섬세하셔서.
제가 도저히...진짜 뭔가 안드릴수가 없어서......
이 외에 다른분들도 다 뽑고 싶었으나..진짜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ㅠㅠㅠ 이거 이틀동안 고민 심하게 했음요. 다른 참여해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해당분들은 제게 쪽지/상품(우유잼은 초코,녹차,얼그레이,커피중 1택가능)석고방향제(망고향/섬유유현제향/꽃향1개 선택가능)/주소(연락처, 주소) 보내주세요.
후원쿠폰 주신 분ㄷ...어... 우와 많이주셨어..
휴먼통님, 아리Ariy님(너무 자줒셔서 감사합니다.),ㅇㄹㄹㅇㄹㄹ님,perfomer님,ㄱㄴㄷㅈㅅ바님, 마스카포네님, 귤넷님, 킨에르(너는 그냥 내게 기프티콘을쏴라<-저분이 후제꽃 에드 비올렛 일러스트 그려주심),opticalnerve님,디아호님,ºⓧº곰도zl님,어린왕자-★님,lesmis님, didldidi님, 손세희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Jaed 님 서평 감사드려용!
그러면 내일 모레 봬요! 저 이제 비축분 쌓아서 와야겠읍니다~요새달달쓰니 저도 적응이 안돼요.. 에드가 말이 너무 많아짐 근데 사랑에 빠지면 다 그래요~ 여러분~~ 하지만 연애 방식은 여전히 삽질하는 방식이라..쓰면서 엄청 웃겼어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