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5 제비꽃, 피어나다 =========================================================================
[bgm을 틀어달라는 곳에 틀어주세요. 뜰에있습니다. 리베라 합창단의 아베마리아!]
샤를, 비올렛, 그리고 린도는 나란히 말을 타고 성도로 입성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구제한 이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해방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비올렛은 린도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온 그들의 행렬은 화려했으나, 그 화려함의 극치였던 성도는 아직도 검은 잿빛과 붉은 상흔이 얼룩져있었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다 줄 존재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신관들과 기사들을 두팔 벌려 맞아들였다.
사람들이 만세, 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전쟁이라는 것도 지배자들의 그릇된 선택에 따른 결과이며, 그것에 애꿎은 피해를 당했음에도, 저들은 비올렛이, 샤를이, 린도가 마치 신의 현신이라도 되는 듯, 희망을 품으며 해방의 날을 반기고 있었다.
비올렛은 문득 체자레를 떠올렸다. 이제 이곳에서 체자레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국왕의 명이 아니면 그는 평생 공작령에 유폐될 테니, 마지막으로 본 체자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언제나 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작별을 고했다.
이제 붉은 추기경이 다시 성도에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황이 다시 지도자의 위치에 섰다. 그리고 샤를이 그 옆에 있으니, 이제 나라가 어떻게 바뀔지는 그들의 몫이었다. 저들도 어쩌면 다른 이들과 똑같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비올렛은 린도와 샤를의 다정함을 믿었다. 절대로 나란히 걸어가는 일이 없었던 교황과 국왕을 보며, 비올렛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말의 걸음이 너무 늦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비올렛은 자신과 에이든, 그리고 에셀먼드가 나란히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이 옆에 있음에도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에이든은 수도와는 퍽 다른 성도가 신기한 듯 했다. 에이든은 비올렛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도 마주보며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의 속력을 높였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니 다소 신이 난 말은 비올렛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성녀님, 만세!”
“아그레시아의 수호자, 비올렛 만세!”
사람들이 비올렛의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도 되는 듯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단신으로 군나르족을 무찌른 무용담은 이미 퍼져있었다. 성력이 가장 강했다던 아나스타샤와는 다른, 상대적으로 다루는데 성력이 별로 들지 않는 동물들과 식물들을 향한 술수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말하며, 그녀를 찬양했다.
그녀가 전쟁의 불씨라는 것을 알고도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하는 것인가. 알 수 없다. 아니,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칭송할 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에 적합한 것이 성녀 비올렛이었다.
비올렛이 신어를 작게 중얼거리자. 서늘했던 공기가 점점 따스한 온기를 머금어갔다. 삭막한 잿빛이 지배했던 도시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색들이 곱게 물들여나갔다. 비올렛이 지나간 곳에 피어나는 작고 작은 새싹들은, 아직도 많이 남은 추운 겨울 끝에 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희망의 새싹이 되었다.
비올렛은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참으로 어리석고도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
군나르족을 격퇴하고 교황과 국왕 성녀가 이끄는 군대가 성도로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성도의 사람들은 군나르족이 사라진 교황성을 최대한 복구시켜 놓았다. 그러나 비올렛이 거했던 백궁의 일부가 약간 전소되었으며, 창고가 털려 있었다. 물론 그것이 성력으로 막아둔 것이라 노략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불탄 건물들 때문에 아마 교황성에서 이루어질 업무가 정상화 되는 것은 한참 후가 될 듯 했다. 비올렛 역시도, 전소된 궁 때문에 당분간 교황성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녀는 짐을 가지러 온 리체가 살아남아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부여잡고 엉엉 운 리체는 이젠 신이 나서, 새로 선별해온 시녀들과 더불어 백궁에 남은 그녀의 물품들을 교황성에 가져와 정리해주었다.
다행히 대 예배당의 아그레시아 상은 멀쩡했고, 여러 성물들 역시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성도의 사람들이 노력했음에도, 자리가 정돈되는 데는 한나절이 걸렸다. 이제 샤를과 교황이 신관들을 모아두고 연설을 할 것이었다. 시녀들의 시중을 받아 성복을 갈아입은 비올렛은 한참동안 거울을 보았다.
“성녀님, 예뻐요.”
리체가 웃으며 비올렛의 머리를 곱게 빗어주었다. 거울속에 비친 여자의 모습은 예쁜가, 하면 그런것도 같았다. 그러나 추악한가, 하면 그런것도 같았다. 손톱을 다듬으려 비올렛의 손을 잡은 시녀가 말했다.
“성녀님, 어디 아프셔요? 손이 무척 차요.”
거하고 있던 능숙한 시녀들이 모두 죽어서 그런지, 이 순진한 소녀들은 마치 리체처럼 그녀를 걱정하는 순진한 눈망울로 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방안의 온도는 과할정도로 따스했으나, 차가워진 손의 온기는 돌아오지 않을 성 싶었다.
그저 준비되어 있는 것만 말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 것일까. 머릿속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연습한 것인데. 그녀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성녀님,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
알현실에 어느정도 구색이 갖추어지고, 신관들도, 국왕을 따라온 기사들도, 병력을 충원해준 성도 주변 영지를 관리하는 귀족들도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 가장 높은 교황이 앉은 성좌는 비어 있었으며, 그 아랫단에 나란히 앉아있는 린도와 샤를은 그들의 노고에 대해 치하하며 공을 세운 신관들과 대신들, 그리고 기사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샤를루스와 린도는 익숙한 얼굴로 그들의 논공행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날 때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린도와 샤를루스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비올렛을 보았다. 굳은 입매가 드러나며, 그들이 비올렛을 보았다. 왕과 교황이 갑자기 성녀에게 향했다. 비올렛은 그들과 나란히 앉아있던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교황과 샤를 가운데에 펼쳐진 푸른 비로드 위에 섰다. 새하얀 옷을 입은 비올렛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종전후 한달이 지났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 하려던 일은 겨우 그 한 달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지배하는 자들에 기대 군림할 수 밖에 없었던 비올렛은, 처음으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비올렛은 하얗게 질린 선홍색 입술을 열어, 교황과 국왕에게 말했던 것이다.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눈과같이 새하얀 성복과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그녀의 은색의 머리카락일 뿐이었다. 약속이라니 어떤 것을 약속하는 것일까. 국왕과 교황의 얼굴이 왜 심각하게 굳어진 것인가. 한참 후에 나온 것은, 너무나 의외의 말이었다.
“나, 성녀 비올렛은, 가디언 에셀먼드와의 가디언 계약 파기를 하도록 요청 드립니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드 가, 성녀의 근처에서 검을 든채로 그녀를 지키고 서 있던 검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에게 시선이 닿았다.
“먼저 그것을 인가해주십시오, 성하.”
첫째로, 가디언을 결정하여 받아들이는 신전의 권리였다. 그리고 가디언에 대한 계약의 파기에 대한 권한은 성녀에게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신전에 적을 올린 이를 신적에서 제거하는 것은 교황의 권리었다. 린도가 비올렛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린도는 굳은 얼굴로 비올렛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때 에셀먼드가 비로드로 걸어 나왔다. 일개 기사였을지언정, 그의 걸음은 무거웠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만큼 위협적이었다. 사람들은 그 걸음에 서린 분노를 느꼈다. 에셀먼드는 그 순간마저 냉정을 유지한채로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비올렛과 에셀먼드는 마치 적수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비올렛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를 보았고, 에셀먼드는 처음으로 끓어오르는 뜨거운 분노를 가라앉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유를…….”
그는 잠시 동안 호흡을 골랐다.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역사상 가디언과 성녀의 관계는 평생 갔다. 그러나, 비올렛은 체자레의 말이 맞다 생각하고 있었다. 가디언이라는 것 자체에 애정을 주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비올렛의 목소리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소름끼치도록 서늘했다.
“그대가 계약을 어기고 나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그대는 내가 고초를 당했을 때 무엇을 했습니까. 그대는 저를 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성하를 구명한 것이 되었으나. 경은 나를 버린 것입니다.”
비올렛의 차가운 말에 에셀먼드가 무어라고 말을 하려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손등의 인장으로 비올렛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그 누가 증명할 수 있겠는가. 에셀먼드는 그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짙은 푸른 눈이 처음으로 비올렛을 증오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알고 있다. 증오하는게 당연했다. 목숨을 다 바쳐, 헌신했더니 오는 것은 배신이라 매도하는 가증스러운 입술과 기만뿐이었으니. 그는 화를 내도 되었다. 오히려 증오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 그녀역시도 뻔뻔하게 똑같이 그를 보는 것이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 처럼, 그렇게 서늘하게. 그 시선이 가슴을 찢어발기는 듯 날카로웠다. 그러나 비올렛은 애써 담담한 척 그를 보았다.
“그대의 결정 수용하겠소, 성녀.”
그 대치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듯 자리에 앉은 린도가 대답했다. 그 말에 신관들은 웅성거리며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보았다. 추문이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자들이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녀가 왕궁에 갇혀 고초를 겪고 있었을 때 에셀먼드의 행방이 묘연한 것을 본다면, 성녀로서는 자신을 지켰어야 할 가디언이 떠났다는 것에 신뢰를 잃을 만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에도, 교황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신전 안에 있던 왕국 기사들이 수군거렸다. 그가 가디언에서 해임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러나 가디언이 내 목숨을 구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여 나는 폐하께, 에셀먼드 경이 다시 에르멘가르트에 적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하겠네. 그렇게 해도 되겠는가?”
일은 벌어졌고, 이 극의 주역 중의 하나인 린도는 자신의 대사를 읊었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그것에 반론할 수 없었다. 이 극은 철저하게 그가 배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비올렛이 그를 위해 준비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저와 관계가 없어질 사람입니다. 추후 그의 처분이 어떻게 되든 제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싸늘하게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비올렛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신전도 교황의 편인지라 교황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교황파와 국왕파의 대립자체가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린 지금은 굳이 에셀먼드를 눈에 가시처럼 여길 필요도 없다. 게다가 그 전쟁통에서 거의 한달간 교황을 보필했다는 점에서 에셀먼드는 대우받아야 할 기사였다.
복잡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샤를이 자신이 린도의 시선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레기우스 살바나에서 그대가 주장했던 맹세는 ‘가디언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왕께서는 그것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맹세를 지속하는 것은 그대의 역량이었지. 그 결정은 오로지 성녀만의 것. 유감이오, 에셀먼드 경.”
소년은 자신의 의자의 손잡이를 꾹 쥐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주장할 수도 있는 교황과 왕이 증명하는 레기우스 살바나의 맹세마저도 샤를루스에 의해 완벽하게 틀어막혔다. 에셀먼드의 숭고한 맹세는 비올렛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혀가고 있었다.
“에셀먼드 경에게 다시 작위를 준다는 것에 대해 나 역시 이견은 없소. 그것은 에르멘가르트 경, 그대도 마찬가지라 믿소, 그렇지 않소?”
사람들의 시선이 샤를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에이든을 향했다. 갑작스럽게 집중되어있는 시선에 당황할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에이든은 비올렛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가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신전에서 나왔다 하여, 다시 적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샤를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계에 대한 것은 가문의 수장인 에이든 에르멘가르트 경이 알아서 결정하실거라 믿소. 가디언 계약이 완전히 해지되고 난 후, 나는 에셀먼드의 이름 뒤에, 에르멘가르트의 성을 붙여도 되는 것을 허락하오. 그의 이름은 다시금 리베르 아우레룸(Liber aureum-황금의 책, 아그레시아의 귀족들을 기록한 명부)에 등록될 것이오.”
이것으로 가디언에서 물러난 순간 아무 신분도 가지지 않게 되어 버린 에셀먼드의 신분에 대해서도 해결이 끝났다. 신관이 파직된다면 이도 저도 아닌신분이 되지만, 만약 그 신관이 귀족이 된다면 그 신관은 국왕의 허락과 가주의 허락이 있다면 다시 그 가문에 입적할 수 있었다. 에셀먼드의 가디언 해임은 교황의 인가가 필요했고, 그의 신분의 복원은 국왕의 힘이 필요했다. 이것은 비올렛이 처음으로 교황과 국왕에게 행사한 의지였고, 그들은 그 의지를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에이든은 에셀먼드에게 후작 위를 승계할 것이고, 에셀먼드는 다시 샤를의 기사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신전에 남아서, 이제 곧 나타날 말룸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됐다. 이제, 다 된것이다. 국왕과 교황이 있는 곳에서 계약을 파기했고, 국왕의 입으로 직접 말했으니 그는 어렵지 않게 복권될 것이다. 후련했다. 해냈다는 고양감이 들면서 어쩐지 눈에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비올렛은 충격에 아무런 말도 하지를 못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교황성은 시종들과 시녀들이 이제 들어와 복구되기 시작하느라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황이 제대로 힘쓰지 못하는 성도의 성은 지나치게 싸늘했다.
그녀는 회랑으로 무조건 달려갔다. 달은 비정상적으로 밝았고, 새하얀 눈과 은빛의 달은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듯, 그것을 아름답다 생각하던 그녀는 자신을 쫓아온 남자의 인기척을 눈치 챘다. 그러나 비올렛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약의 인의 해지를 지금이라도 해 드릴까요?”
얼음처럼 단단하고 차가운 말에, 에셀먼드가 말했다.
“처음부터 이러실 작정이셨습니까.”
“무엇이요?”
등 뒤에 서 있는 에셀먼드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도 비올렛이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등 뒤에 있는 그의 열기 때문이었다. 고집스럽게 그를 보지 않으려 다짐했건만, 에셀먼드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것을 뿌리치려던 찰나, 그녀의 몸이 강제로 그와 마주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둡게 가라앉은 푸른 눈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너무나 어둡고 짙은 원망에, 잠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당신은 제게 함부로 손댈 수 없을 텐데요.”
비올렛의 싸늘한 말에도 에셀먼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단호함으로 에셀먼드는 집요하게 비올렛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따스하고 넓은 손바닥에 금방이라도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손등의 인으로 명령을 내린 것은 당신이었습니다.”
그 말에 비올렛이 한쪽 입술을 들어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이제 극은 막바지였다. 린도와 샤를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어 이 연극을 했던 것이라면, 그것을 기획한 비올렛 역시도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그를 짓밟아야 했다.
“설마 손등의 인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초대 성녀와 가디언의 이야기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것이 가증스러워 보일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는 방법은 그런 것 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내는 것, 미움을 사는 것, 그러나 그렇게 까지 몰아간 에셀먼드도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나오려던 눈물은 다시 연극을 하는 비올렛을 위해 말라붙었다.
“에드…….아니, 에셀먼드 경. 그것은 전설속의 이야기입니다. 혹, 제가 전쟁을 막으라는 계시라도 내렸다는 것입니까? 그건 도망치려던 경께서 들은 환상이 아닙니까? 변명은 그만하세요. 구차합니다.”
그 말에 에셀먼드의 손에 힘이 풀렸다. 대신 그는 비올렛을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전쟁을 막으라는 불가능한 명령을 제게 내렸던 겁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올렛의 차가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옭아맸다. 그 거대한 감정이 그녀를 짓누르고, 또 짓눌렀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나는 없었던 겁니다.”
그 말에 그녀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견고한 가면을 쓴 비올렛의 가면이 벗겨졌다. 애써 숨겼으나 그것은 이미 에셀먼드에게 드러난 뒤였다. 그리고 에셀먼드는 그것을 놓치지 않을 듯, 비올렛을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올렛, 당신이 무엇을 본 것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절 속일 수 없습니다.”
그 시선이 다정함을 띠었다. 따스한 손이 비올렛의 얼굴을 향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께 평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 맹세가…….”
“에드경.”
비올렛이 에셀먼드의 말을 끊었다. 허술한 가면은 이 남자에겐 너무나 잘 보였으리라. 이미 들통난 뒤였다. 그러나 에셀먼드에게 들켜버린 거짓된 연극에도 그녀는 다시 그녀의 역할대로 행동해야 했다. 그녀에겐 마지막 남은 단어가 있지 않은가?
“저는 당신을 용서하는 게 너무나 힘들어요”
한숨을 쉬듯, 에셀먼드를 보며 말했다. 잠시 풀렸던 에셀먼드의 얼굴이 잠시동안 기이한 빛을 머금었다. 일순, 비올렛은 그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의 형인 당신을 보는게 제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모를 거예요.”
그 말은 절대로 꺼내서는 안되는 금기어였다. 알고 있다. 그것이 그의 상처를 후벼파고, 후벼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그에게 져서는 안 되었다. 그녀의 이기심에 그를 얼마나 많이 상처를 주고 있었던가. 애초에 에셀먼드와 비올렛은 만나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당신의 가족들은 내 부모를 죽이고, 내가 있던 곳을 파괴하고, 날 범하려고 했으며, 날 죽이려고 했죠. 당신이 가문을 나왔다고 한들, 당신의 피가 사라지나요? 평생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그 맹세가 제게 가혹한 강요라는 것을 정말 모르시는 건가요, 에셀먼드 경?”
상처를 주고자하는 말임에도 상처를 받는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이었다. 서늘한 얼음이 가슴속에 꽂히는 것 같이 아릿했다. 그러나 그 얼음이 심장도, 자꾸만 눈물이 떨어지려는 얼굴마저 얼려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차가운 말로 자신을 가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는 이 말 한 마디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이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저 간절함만을 담아, 그를 보는 것이었다.
“평생을 바치는 그 어리석은 방법으로,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요? 당신만이 만족한 방법으로 그렇게 이루어질거라 생각했나요? 제가 기뻐할줄 알았나요? 저도 그럴줄 알았어요, 하지만 언제나 당신을 보며 괴롭지 않았던 날이 없었어요.”
내뱉는 말은 반쯤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반은 거짓말이었다. 그가 곁에 있어 괴로웠고 불행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뻤다. 황홀했다. 너무나 행복했다.
“.........”
“당신마저 내게 평생 가혹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그녀는 잔혹하게 속삭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에셀먼드를 떼어놓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어떤 것으로도 그를 상처 줄 수 있었다. 눈보라에 서늘한 바람소리가 들렸다. 두꺼운 털망토가 벗겨질 것 처럼 휘날렸으나 비올렛은 그것을 채 잡을 수도 없었다 에셀먼드를 보았다.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하늘에 마주봄에도, 음영진 에셀먼드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눈바람소리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많은 감정이 담겨있던 목소리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너무나 두려웠지만 비올렛은 고개를 들어 에셀먼드를 보았다. 비올렛에게 품은 원망도, 증오도 사라져버린 그 얼굴은, 비올렛이 억지로 가장하려던 차가운 얼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비올렛이 원하던 가장 완벽한 모습이기도 했다. 연극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올렛은 그것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교황성이 재정비 되고 이제 샤를루스가 떠날 때가 다가왔다. 그녀는 텅 비어버린 손등을 보았다. 파란 문양이 채워있었던 그 손등은 새하얀 살결만이 남아있어 허전했다. 이제 몇달 후면 봄이 될 것이다. 봄이 되면 성도는 꽃이 피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삭풍이 불어오는 겨울이었다.
그녀는 가디언 맹세를 해지했을 때를 떠올렸다. 웅장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예식과는 달리, 해약은 작은 기도실에서 이루어졌다. 영원을 맹세하던 그들은, 그 맹세를 너무나 쉽게 깨트렸다. 영원이라는 단어를 인간이 쓴다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짓인가. 순간의 결심이 비록 ‘영원’을 담더라도 그 맹세는 퇴색되고 빛이 바라며 그 가치를 침범한다.
손등의 인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에셀먼드도 비올렛도 서로의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오라버니와 여동생도 아니고, 가디언과 성녀도 아닌, 그들은 이제 완벽한 남이 된 것이다. 가디언의 맹세는 절대적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비올렛이 원하기만 한다면. 아니, 그 둘중 하나 맹세를 지속시킬 마음이 없다면 그 계약은 너무도 쉽게 해지된다.
“수도에 꼭 와주십시오. 스승님.”
비올렛은 샤를루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샤를루스가 무엇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어떠한 것을 말해도, 좋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섰는지 입을 다물었다. 에이든 역시도 눈으로 비올렛을 바라보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충 인사가 마무리되자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교황성으로 들어가버렸다. 걸어가는 걸음에 말라붙은줄 알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시녀들은 아침부터 다른곳에 보내놓았고, 덕분에 교황성의 그녀의 방은 그녀가 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되었다.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그녀는 붉게 물든 얼굴로, 책상으로 걸어갔다. 책상에는 낡은 일기장이 있었다.
‘잊지 마십시오. 비올렛.’
체자레가 공작성으로 내려가기 전, 그녀에게 속삭였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당신이 보셨던 그 일기장은, 진짜입니다.’
더 물어보려 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숨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체자레는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것을 보는 표정으로 비올렛을 바라 본 후, 떠나가버렸다. 찾아가서 캐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차마 캐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너무나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일기장을 물끄러미 보던 비올렛은 그것을 쓰다듬었다. 일기장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xx년 x월 xx일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스튜어드 경이 내게 왜 그런 짓을 한 것인가’
이것, 바로 이 책, 이 일기장을 본 비올렛은 다시 한번 절망하고 신을 저주했다. 그 일기장은 아나스타샤의 일기장이었다. 누군가가 확인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 정도의 결계로 시간과 공간을 봉인하는 것은 성녀 이외엔 불가능했다. 누군가 마치 그녀를 기다리듯, 그 일기장은 그녀에게 안배되었던 것이다. 그때 그녀는 아나스타샤의 일기장을 읽었다는 체자레의 말을 떠올렸다. 아나스타샤가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스튜어드 라는 사람이 아나스타샤의 가디언이었다는 것. 그리고 일기장에 가끔 언급되는 데메트리우스. 그 시대에 있었던 성녀는 한명 뿐이었다. 바로 아나스타샤. 그녀 뿐이었다.
‘xx년 x월 xx일오늘 이마에 신의 표식이 사라졌다. 예상대로다. 성력은 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일기장이 잉크가 번져 있어 읽지 못해 읽기 힘들었지만. 비올렛은 그 구절을 읽고 한동안 충격을 받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날짜 상으로는 이미 말룸을 격퇴한 뒤였다. 생각해보면 비올렛은 마치 무엇에 씌이기라도 하듯 말룸을 무찌른 이후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성녀들은 모두 어떻게 된 것인가?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넘겼던 비올렛은 이곳에 답을 찾았다. 말룸이 없어지고 성녀들은 힘을 잃는다. 그렇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드디어 염원하던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여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본디 가지고 있었던 것을 손에 쥔 상황에서 여자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지. 이런 의미가 아니었다.’
눈물방울에 노랗게 번진 문구를 보고 비올렛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이 어지러웠다. 분명 지금은 여름을 지나는 어느날이었으나 한겨울처럼 몸이 떨리고 있었다.
‘xx년 x월 xx일 가디언이 그러했던 이유를 알았다. 성녀는 재앙의 근원이다. 성녀가 있기에 말룸이 나타나는 것이다. 왕비가 손가락질 하며 말한 그대로이다. 내가 목숨을 부지 한 것은, 그리고 이곳에 발을 붙이게 된 것은 결국 그 끔찍한 국왕의 배려였던 것이다. 참으로 우습기도 하구나. 모두 다 이것을 알고 있었다니, 저의 피를 취한 대가가 제 목숨이었군요. 폐하!’
‘xx년 x월 xx일 내 성력은 남들보다 뛰어나, 아마 사라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 처지에 웃음이 나온다. 성년이 되어 신전으로 거하게 되며 나는 후작 영애에서 성녀가 되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었고, 귀애하는 내남동생 케이스역시 남이 되었다. 말룸이 사라지고 다음 대 말룸이 나타날 때 까지 성녀는 성력을 잃어가니, 완벽하게 버려지는 일만 남았다.
나는 내가 현명한 편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칭송할 때 그 칭호가 나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왜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나는 교황에겐 경계해야 할 적이며, 왕에게는 골칫덩어리일 분이었다. 루치아 성녀가 무엇을 했건, 내가 전쟁을 막았건 성력이 사라지는 나는 한낱 계집아이였다.
우린 우리가 지킨 나라에서 숨을 붙이며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전의 시대는 교황과 국왕이 대립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든지 대립해왔을 터였다. 일기를 읽는 그녀의 얼굴이 흐려졌다. 아나스타샤는 당시 국왕이었던 데미트리우스 국왕의 지원을 받아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부분 이외에 일기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힘들었지만. 딱 한가지의 문장이 비올렛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랑하는게 괴롭다.’
자신과는 달리 완벽한 혈통을 가지고 태어나 칭송받으며 자랐을 아나스타샤는, 사랑하는게 괴롭다고 말하고 있었다. 교황도, 국왕도 실질적으로 성녀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비올렛은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다.
말룸을 없애고 성력이 사라진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국왕은 분명 그녀를 버릴 것이고 체자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린도는? 만약 버림받는 다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아니, 적어도 린도는 그녀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사실은 버림받아도 상관없었다. 아나스타샤가 그녀의 가디언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모른다. 정말 ‘성녀’는 아그레시아의 평화의 상징이 맞는가? 어쩌면 사람들은 성녀 자체를 신성화 시켜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말룸과 성녀의 전설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신화 자체가 거짓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에셀먼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성력이 사라져버린 성녀는 쓸모가 있는가. 린도가 설령 그녀를 좋아해 옆에 세워두더라도 성력이 없는 성녀가. 성녀로서 머물 수 있는 것인가. 데후바스 가에 있었던 아나스타샤가 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듯이, 에르멘가르트 가문은 절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성녀를 키워내기 위해 억지로 입양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자신이 걸어갈 곳은 무엇인가. 아나스타샤와 같은 미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최악의 상황에서 비올렛은 천민이기에 다시 천출이 되어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지금 방 밖에서 자신을 수호하고 있을 가디언에게 생각이 미쳤다 에셀먼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녀에게 평생을 바치겠다 맹세한 에셀먼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비올렛은 버림 받아도 되었다. 그러나, 그도 그녀처럼, 몰락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인가? 이젠 영광된 자리마저 그에게서 앗아가야 한단 말인가 왜 자신은 그런 위치인 것인가. 도대체 왜. 도대체 신은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왜 이다지도 잔인하여....... 그녀의 존재 자체마저 상처를 주는 것인가!
그와 같이 있었든 꿈결같은 나날들이 잔혹한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악마가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이젠 깨어날 시간이라고.
그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헐떡거렸다. 나중에 에셀먼드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계속해서 부정하려 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에셀먼드는 언제나 처럼 딱딱한 말투로 악몽을 꾸었냐 물어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올렛은 자신이 이 사람을 더 없이, 미칠것처럼 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탐욕와 갈망이 저 남자를 남김없이 불살라버릴 것도.
그는 말을 허락없이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에게 허락된 것은 죽지 않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앞으로 성력을 잃어버릴 그녀의 미래에 이 고귀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가. 그리고 그것의 지속을 원하는 그녀는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가. 딱딱한 얼굴이지만 비올렛은 그가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얼굴을 보며, 비올렛의 머릿속에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한 문장이 울려퍼졌다.
그래 놔주자, 그래야만 했다.
그럼에도 비올렛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다. 놔줘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오늘은 아니길 원했다. 비올렛의 마음은 저열한 탐욕과 언제나 씨름했다. 에셀먼드가 그것을 눈치채는듯 이따금 불안해 했지만 그럴 때마다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그녀는 견디고 견뎠다.
왕궁에서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평생 ‘후회하지 않을거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력이 없어진 그녀와 에셀먼드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저 사람은 그녀의 곁에서 썩어갈 남자가 아니다. 찬란하게 빛나야 한 남자인 것을. 왕궁에 오니 이렇게나 잘 보였는데. 왜 그녀는 그것을 어두운 자신에게 가려 감추려 했는가.
감옥에 갇혔을 때,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손등을 감싼채 그를 애타게 불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을때. 그녀는 안도했다. 그리고 비올렛은 자신에게 너무나 크게 자리잡은 그를 자각했다. 그녀의 불행이 그녀를 좀먹는다. 샤를마저 집어삼켜버렸다. 그리고 이 소중한 사람마저 그나락에 끌어들이려 하는가? 그리하여 비올렛은,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장. 린도를, 아니, 성하에게 달려가 전쟁을 막으십시오.”
하, 이 얼마나 성녀다운 고결한 바람인가. 실제로는 사랑하는 그가 그녀로부터 떨어지게 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숭고함으로 위장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바랐던 것은 그저 에셀먼드의 안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를 린도에게 보낸 것은 에셀먼드가 린도의 아래서 무사할 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남자는 린도를 데려와 그녀를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연극을 짜기로 결심한 것은 다니엘이 죽은 후의 밤이었다. 왕족 시해라 장례조차 치를 수 없던 다니엘이 시체마저 불에 태워진 날. 불타오르는 연기를 보며 창가에 서 있던 그의 뒷모습을 비올렛은 바라보았다. 그녀도 울 수 없었지만, 에셀먼드 역시 울 수 없었다. 너무나 애처로운 그 뒷모습을 보며 비올렛은 그제야 완벽하게 결심했다.
이젠 그를 놓아주어야 하는 때가 다가왔다. 그녀는 다행이도 아직 잃은 게 없었고, 잃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절망은 그녀의 동반자였고, 상실은 그녀의 벗이었다. 부모를 잃었고 친구를 잃었다. 그러니 사람을 잃는 것은 그녀의 삶에서 그리 특별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에르멘가르트 가문이 자신과 악연이었던 것 처럼 자신 역시 에르멘가르트 가문에 재앙이었으니. 정해져 있던 후계자를 빼돌리고, 둘째를 타락시키고. 마지막인 에이든 마저도 불행의 구렁텅이에 내몰았다. 형의 죽음을 슬퍼하던 에이든이 사실은 누구보다 커다란 고민을 가지고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신왕은 등극했고, 그들의 곁에 그 어떠한 지지기반이 없으니, 때는 무르익어 비올렛에게 바로 지금이라 일러주는 듯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그를 위한 연극을 짰다.
일기장을 보던 비올렛은 붉은 커튼 너머 하얗게 쏟아지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하얀 눈이 내린것인지 바깥은 환했다. 그녀는 커튼을 열었다. 창문 너머에 이제 말머리를 돌리기 시작하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새하얀 눈과 대비된 흑색의 방한망토를 입고, 돌아서는 에셀먼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작아서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평소처럼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지엠 틀어주세요)
감히 붙잡을 정도로 뻔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배웅할 용기역시 없었다. 모질게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냈으니 그 역시도 붙잡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만하면 됐다. 그는 이미 충분한 속죄를 한 것이다. 겨우 1년동안이라도 평생을 함께 할거라 믿으며 같이 살아왔으니, 이제 이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새하얀 눈은 점이 되어버린 에셀먼드의 모습을 눈보라속으로 파묻어버렸다. 허탈한 숨이 몰아쉬어지며,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으려 했다. 그러나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다시 울음은 계속해서 새어나왔다.
그를 다시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돌려다 놨으니, 그의 시간은 지독한 그녀의 불행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흘러갈 것이다. 서른 네번 째 성녀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사라지는 그녀와 달리, 에셀먼드는 어쩌면 역사서에 기록될지도 몰랐다. 이제 그녀와 그의 시간은 완벽하게 분리된 것이다.
그녀의 미래는 에셀먼드와 함께해서는 안 되었다. 에셀먼드의 미래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가진 불행은, 이곳에서 끝맺는 것이니. 이젠 안심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 뒷모습이 사라질때 까지 한참 바라보던 비올렛은 그것이 사라지자 천천히 방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걷고 또 걸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대연회장의 안에 있었다. 이곳에서 비올렛은 그의 가디언의 맹세를 받아들였다. 그때의 환희와 같은 감정이 기억에 남아 비올렛은 잠시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미소 지었다.
비로드 너머 가운데에 서 있는 아그레시아의 석상이 자애롭게 그녀에게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 자애로운 얼굴이 그 무엇보다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연회장 안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빛만이 어느새 떠오른 태양에 비추어 환하게 빛났다. 이따금 팔랑거리며 내리는 눈이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아그레시아의 얼굴을 어둡게 물들였다. 아무도 없는 그 조용한 예배당에 서 있던 비올렛은 한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오색의 색깔이 그때처럼 비올렛의 시야를 물들였다.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그러나 비올렛의 시야는 흑백뿐이었다.
그녀의 차가운 손은, 그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나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와 손을 잡은 채로, 이곳을 거닐었다. 이곳에 그녀는 그를 다신 못 본다는 생각에 그를 떠올리며 울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천천히 발걸음을 디뎠다. 폭신한 비로드의 감촉은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지금 곁에 걸어주는 이가 없었다.
그땐 발걸음마다 그와의 추억이 되풀이 되었으나. 지금은 그런 추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었다. 억지로 기억해 내려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며 그녀는 마치 약에 중독된 것 처럼 그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녀 자신을 향한 자해였고, 까맣게 타들어가는 비올렛의 마음이었다. 타오르고 타올라 재가 되어 사그라들어야 함에도, 마음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를 찾아 울부짖었다. 이제 이곳에는 그가 없는데. 다신 그녀 옆에 그가 설 일은 없는데 어리석게 그를 찾았다.
그녀는 아그레시아의 석상에 앞에 섰다. 그리고 대리석 바닥에 패인 수많은 검 자국을 보았다. 이곳, 바로 이곳에서 가디언의 맹세가 이루어졌다. 그때 그는 어떠했던가. 엄한 얼굴로 그녀에게 맹세를 받아들였다. 평생을 함께하겠다며 달콤하지않지만 황홀한 맹세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환희에 차 욕심을 부렸다. 그 대가가 이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탐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에셀먼드는 그녀에게 지독한 불행을 알려주었지만, 그녀에게 지극한 행복을 알려주었다.
언제나 신뢰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역병에도 끝까지 그녀를 믿어주던 그가 떠오른다. 아아, 생각해보니 그가 없었다면 비올렛은 절대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로지 그가 있었기에, 그 덕분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에게 부끄럽게 보이고 싶지 않아 언제나 약한 마음을 가슴에 숨기고 노력해왔다. 마치 그가 그러했듯이. 이름을 불렸던 때가 언제던가. 비올렛. 이라고 불러주는 그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그렇게 이름을 불리면, 마치 평범한 비올렛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그의 애칭을 부르면 평범한 여자가 된 것같아 미칠 것 처럼 행복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이기적인 행복인가. 남의 행복을 짓밟은 채 웃으려 했다. 욕심을 부린 대가가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가디언의 맹세 따윈 진작 거절했어야하는데 거절하지 못했다. 결국 이것이 상처로 남은 것이다. 그의 맹세를 비웃지 않으려 했으면 처음부터 받아들여서는 안되었다.
푸른 계약의 인이 있던 그녀의 손등에 그는 입을 자주 맞추었다. 그 까끌한 입술의 감촉을 그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같이 있겠다고 했다. 목숨을 걸어 그녀를 지키겠다고 이야기 했으며, 그녀의 명만 아니면 비올렛의 곁에 함께 했었다. 그녀는 그 비어버린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것이 사랑스러운 이의 입술이라도 되는 듯, 조용히, 오랫동안 그렇게.
계약의 인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순간 짐작했던 것이 있다.
어쩌면.
어쩌면.
그래, 어쩌면…….
하지만 비올렛은 어쩌면, 그 이후의 말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을 생각하게 될 날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뒤의 말을 생각한다면 추악한 자신이 더더욱 추해질 것 같아서, 마음이 무너져 설 수 없을 것 같아서 또다시 욕심을 부리게 될 것같아 그녀는 그것에 대해 또다시 감히 ‘영원’이라는 말을 쓰며, 영원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입을 맞춘 그녀의 손등을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내리 찔렀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성혈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나 신에게 선택받은 몸은 상처하나조차 내는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살이 갈라진 손등의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진정으로 성녀가 되는 그녀만의 의식이었다.
당신역시 나와 같다면, 나는 당신에게 기도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아니, 당신들이 세상을 사랑하는 숭고함으로 세상을 지켰다면, 나는 그 저속한 욕망으로 세상을 지키리라.
그녀가 고작 바칠 수 있는 그에 대한 마음이란, 이 세상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세상을 수호하는게 성녀의 의무라면, 성녀들이 몸을 바쳐 세상을 지킨다면, 신을 저주하는 그녀 역시 그것을 따라주리. 그러나 세상 사람들을,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고결한 마음이 아닌,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기적인 맹세이다. 이 하찮은 목숨을 다 바쳐서, 그가 숨 쉬며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지키리라.
비올렛은 한참동안 아그레시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신을 저주하는 저주의 언어도 없었고, 울부짖음도 없었다. 환희의 눈물 대신 증오로 점철된 눈물을 흘리며, 그녀가 좋아했던 푸른 인장 대신, 붉은 피를 흘리며 아그레시아의 성녀는 성녀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하여, 사랑에 환희한 여자는 다시 사라지고, 성녀 비올렛만이 남았다.
[어라, 이야기가 너무 슬픈가 보구나. 확실히 이 이야기는 동화책속에 나온 부분이 아니었지? 성녀와 가디언, 아니, 기사의 맹세는 책속에서처럼 계속 이어져 있었던게 아니라, 사실 성녀가 끊었단다. 기사의 찬란한 미래를 바랐던 성녀의 바람으로, 가슴이 아프지만 성녀는 계약을 끊어버렸어. 맹세로 묶였던 관계는 사라지고, 가디언은 다시 기사가 되었지. 아. 걱정하지 마렴. 동화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 않니? 이제 그들은 서로의 영역에 선채로, 누군가가 누군가에 종속되는 일 없이 대등하게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어.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후원에 핀 제비꽃 3부 제비꽃, 피어나다 (完)
============================ 작품 후기 ============================
[저 오늘 용량 50키바 육박해여..괜찮으시다면 추천해주시면 저 힘날텐뎅.. ㅠㅠ ].
3일간 휴재~
안녕하세요 금잔화꽃입니다. 갑자기 왜 3부 결말에 똥투척이냐!라고 말하시게찌만. 흡 어쩔수 없었던것...
1부는 로판콘때문에 후기가 없었고 2부는 나름 드라마틱했죠. 3부는 또 2부에서 겨우 쌓은걸 제가 발로차버렸음니다... 아주 나쁜사람이어요 제가...
우선..거기 든 돌을 진정하셔요.
사실 후제꽃을 기획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3부입니다. 3부같은 경우는 에셀먼드와 비올렛의 관계보다는 주변 상황이 정신없이 강하게!! 휘몰아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삶에 임하는 자세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불합리하고 증오가 서린 나라에 대해서도 그 뿌리깊은 증오의 완화가 반드시 필요했고요.
따라서 1,3부는 가장 로맨스 비중이 낮았다 볼 수 있죠.
특히나 에셀먼드같은 경우는 병풍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때마다 로맨스 요소를 집어 넣을때 강렬하게 집어 넣었습니다.
참고로 에드 병풍 구조는 미흡함이라기 보다는 일부러 의도한겁니다. 1,2부때는 무언가 절대적인 어떤 존재로 보이던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호위기사로 전락하여, 결국 그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그가 매력적이고 멋져보일만한 그 어떤것도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어요 그가 유일하게 내비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에 비롯된 멋있음이 아닌, 비올렛을 향한 연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거의 비올렛의 입장에서 에드를 봐오던 여러분들은, 에셀먼드라는 강한 캐릭터의 몰락을 보셨을 겁니다. 비올렛의 시각에서 본 에셀먼드가 그리하였으니까요. 일개 호위기사가 도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큰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비올렛역시 바라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지요. 사실 이부분을 좋아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슬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가슴이 아파요. ㅠㅠ
그러나 사실 저는 여러분들이 묘한 쾌감을 가지고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저렇게 찢어졌는데 다시 붙는일만 남은거잖아요? 이제 여기서 최악의전개...는...있나..? 여튼 붙는것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아마도 안심해주시면 될것 같습니다.
코멘트 보면서 제일 웃었던게, 에드좀 그만고생시키라하시는거였어욬ㅋㅋㅋ 1부나 2부에서 에드를 굴리라 말하는 여러분들은 도대체 어디에... 에드 벙어리냐고 버리라고했던 여러분들은 어디에......그러나 사실, 가장 걱정했던 캐릭터의 매력을, 여러분들이 발견하고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3부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는게 많았어요. 바로 샤를루스와 린도의 성장입니다.
린도의 성장은 사실 린도는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비올렛이 그 계기가 되었고. 샤를루스는 2부에서 자결하는 비올렛을 보며 1년동안 열심히 노력햇다고 나옵니다. 저번편에도 보시면아시다시피 교황과 국왕군의 협공으로 크리처를 몰아내자 주장했던것도 샤를루스입니다.
이 샤를루스의 성장이 갑작스러웠다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단 샤를루스 자체가. 소심하다고는 나왔지만, 이자카를 대할때를 보시면 나름 맹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올렛이 10년동안 아무것도 안배운 무지렁이였으면 샤를루스는 그래도 왕자이며 천민이었던 비올렛과는 달리 성장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을겁니다. 비올렛의 입장에서 본 샤를이 어린아이였다면 비올렛이 없는곳에서도 샤를은 왕자로서 행동하고 있었고 꾸준히 커가고. 전쟁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랄 수 밖에 없었죠. 순수한 아이같은 마음을 간직한채로요.
비올렛과 에드만의 서사가 있듯, 샤를도 비올렛과 에드가 떠난 왕궁에서 1년동안의 성장할만한 서사가 있다는 점! 샤를은 노력가랍니다. 저는 이게 캐붕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샤를루스는 여전한 순수한 왕입니다. 분명 그 역시 이상이 꺾어지는 날이 올겁니다. 그러나,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지 샤를루스의 몫으로 남겠지요.
체자레에 대해서는 허무하게 사라졌지만 체자레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가 전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네요.
이 비밀이 많은 린도의 아버님께서 품은 비밀은 무엇일까요. 는 4부에 낱낱이 밝혀집니다.
4부 분량이 좀 작다 싶으면 에셀먼드 시점으로 채우려고 생각중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짤막한 4부 맛뵈기를 하면(이거 지금 즉석으로 쓰고있음)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기 직전 최후의 발악인 것처럼 뛰었다. 그녀는 등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것이 마치 환영과도 같아,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망설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두려워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책하지 않았다. 그녀가 욕하고 욕했던 이기적인 모습이 되어, 그녀는 달려갔다.
마치 꽃을 안아들듯 조심스럽게 허리를 감아드는 단단한 두 팔이 느껴졌다.
-요기까지.
그러면 저는 3일동안 쉬고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이때 연재 돌아오겟읍니다.
4부에 앞서서 몇가지 말씀드리자면
1.제 고질병이던 오탈자를 줄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오탈자를 잘 못봐요..심하게 ㅠㅠ 핸드폰으로 보면 더 잘보여서 네이버블로그에 업로드하고 다시 핸드폰으로 확인하며 퇴고하려고 합니다.
-비문같은경우 수시로 수정하겠습니다.
2.저때 선작 2만이 차면 약속대로 노블에 동굴에서 거사가 이루어질 경우 외전을 쓰겠습니다.
3.출간시 최소 일주일 전에는 출간삭제공지를 하도록하겠습니다만 되도록이면 저렇게 짧은기간전에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생색을 내고싶지는 않았지만, 완결까지 무료연재를 출판사측에 주장하고,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미흡한 점, 받아들이겠으나 저도 노력하니 코멘트를 남기실때는 주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돈을 내셔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독자님들은 절 따스히 응원해주고 우쭈쭈해주지만.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남기는 코멘이 있어서 그래요.
3부까지 긴 글 읽어주느라 감사합니다.
구럼 그때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