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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61화 (154/208)

00161  제비꽃, 피어나다  =========================================================================

[추천 1000당 3부 끝까지 1편 연참하겠읍니다.]

“폐하, 그것은 아닙니다, 절대 선왕폐하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선왕비가 그에 소리쳤다. 자식을 독살시키는 왕이라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단 말인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샤를루스가 이것을 입 밖에 낸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겨우 하나 있는 아들을 아비가 독살을 시키다니, 샤를루스가 잘못 안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가 그를 향했다. 하지만 샤를루스는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샤를의 마음이 썩어 문드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너진 어머니를 보며 애써 담담한 척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확인했습니다. 독술사에게 막대한 대금이 지불되었고, 그것은 아버지의 내탕금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어마마마.”

“.........”

선왕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의 독살범이 남편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믿고싶지 않을 진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들의 입에서 듣는 어미의 감정은 어떤 것일지 짐작조차 못했다. 선왕비는 시녀가 떠온 물을 마시면서 애써 진정하려 했다.

“사실을 말하시오, 다니엘 고문관.”

샤를루스의 말에 다니엘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폐하에게 그 브로치를 주라 말한 이는 선대왕이 맞습니다.”

에이든이 창백한 얼굴로 다니엘을 보고 있었다. 비올렛도, 에셀먼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술사를 원하셨던 것도, 그리고 그 브로치를 전하에게 주라 명하신 것도 선대폐하셨습니다. 그러나 결단코 선대 폐하께서는 죽음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건…….”

다니엘의 말에 샤를루스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었다. 다니엘이 이 모든 것을 꾸몄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대왕 역시 다니엘을 이용한 것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비올렛은 다니엘이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국왕을 부추겼다. 그리고 그 부추겨진 국왕이 내린 선택이 왕자의 독살시도로 인한 전쟁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상념은 샤를루스에 의해 멈추었다.

“송구합니다. 스승님. 제가 혹시라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간 혹여나 스승님께  해가 끼칠까 두려워 잠시 동안 그 고초 안에 스승님을 방치했습니다.”

정작 울음을 터트려야 할 것은 샤를루스였다. 그러나 샤를루스는 오히려 자신을 보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저 소년이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을까.

“괜찮습니다. 폐하.”

비올렛이 대답했다. 전쟁 자체가 국왕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다음대의 보위를 이을 왕자까지 독살에 이용당했다. 린도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샤를을 보고 있었다. 국왕이 신전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달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 남은 아들까지도 그 복수에 이용했던 것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가.

“자, 이제 성녀 비올렛은 무고하다는 것을 알았을 거라 생각하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도, 증인도 나왔다. 처연한 얼굴로 눈물을 흘릴 듯 한 샤를루스는 비로드 위를 걸어 왕좌에 앉았다. 그 누구도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것은 샤를루스에게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방금까지 어울리지 않았던 왕관과 왕좌가 그에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샤를루스의 음성이 연회장을 울려퍼졌다.

“허나, 내 아비의 과오가 있듯, 그대들의 과오가 없는 것은 아니요!”

귀족들은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도 죄가 있다며 그것을 넘길 줄 알았던 이 어린 왕은 생각보다 어리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변성기가 아직 채 가지 않은 앳된 목소리임에도, 그 목소리에는 위압이 서려 있었다.

“내 아비의 과오를 아비의 목을 침으로서, 나라를 전화(戰火)에 불살라버린 그대들은 그대들 나름의 책임이 있소. 그대들은 내 아비가 실정을 할 동안 무엇을 했는가? 왜 그것을 누구도 막지 않았는가!”

어린 왕은 제법 매섭게 그들을 일갈하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샤를루스를 비웃던 신관들과 귀족들은 그들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숨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린 왕의 호통이 아닌,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비록 자신의 아비가 자신을 죽이려 했지만, 국왕파의 귀족 일부는 성문을 열었고 국왕을 배신했다. 그것은 없어지는 죄가 아니었다. 그의 미움이 옅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용렬한 군주라면 그것을 바로 잡는것이 신하들일 터, 그대들은 그 무엇도 하지 않았소. 티게르난 공작,  그대 역시 수도를 진군하여, 전쟁을 일으켰소. 그대들의 명분이 어찌하듯, 그대는 귀족으로서 보필해야 할 국왕을 저버린것이오. 그것이 틀리오?”

“맞습니다. 폐하.”

비올렛은 체자레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생각해보면 체자레는 샤를루스에게는 호의적인 편이었다. 아니, 어린 비올렛에게도 호의적인 편이었다. 체자레가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한없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은 순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공작은 그대의 죄를 인정한다는 말이오?”

“인정합니다. 폐하.”

그 시원스러운 대답에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방금 추기경 자리에서 파문되었지만 그는 공작이라는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자였다. 추기경으로서의 체자레는 교황에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함으로서 입지가 높았지만, 교황파 귀족들에게 있어서 그는 작위로서 입지가 높았다. 체자레가 죄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체자레를 따른 그들 역시 반역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나 어느 왕가나 반역의 죄에 가담한 자들은 처절한 응징이 기본이었다.

“공작 각하!”

“공작!”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체자레는 원래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그저 웃을 뿐이었다. 체자레는 그저 선 채로 국왕을 보고 있었다. 린도가 무엇이라 말하려 했지만 그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린도 역시도 그것을 예상한 것이었다.

“공작은 아실 것이오. 교황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당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이었다는 것을.”

“........”

체자레가 그 말에 샤를루스의 얼굴을 보았다. 설마,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체자레는 린도를 보았다. 린도는 서서 체자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체자레는 하, 하며 잔웃음을 지었다.

“그대의 작위는 짐도, 선왕도 아닌, 내 증조부이신 아그레시아 167대왕 데메트리우스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 그대의 작위는 내가 몰수할 수 없다. 그러나 그대는 그 공작 령에서 아그레시아 국왕의 윤허 없이는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

처벌치고는 사실 관대한 편이었다. 공작령은 넓었고 그곳에서 평생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샤를루스의 말은 귀족들에게 공포를 주었다.

“그동안 그대가 내지 않았던 그대가 공작위를 받았을 때부터의 세금을 1년 내로 상납하며, 그 1년 후,  그대는 공작령의 수확의 삼할을 왕국에 납세해야 할 것이다. 공작령에 주둔한 군사 일만중 오천은 왕궁에 귀속될 것이며 앞으로 2년마다 한번, 감사관을 통하여 그대의 영지를 감시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내리는 처분이오.”

“그리하겠습니다.”

그것은 체자레의 사고를 전부 다 털어내며 팔 다리를 자르겠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체자레는 개의치 않아 하고 있었다. 목숨을 거두지 않아서 무엇이든 좋다는 것일까? 그러나 비올렛은 설령 샤를이 체자레에게 처형의 명령을 내려도 웃으며 받아들일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언제나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그건 너무나 온건한 처사입니다, 티게르난 공작은 반역의 죄를 일으켰습니다!”

성문을 열은 귀족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샤를루스의 편에 서서 티게르난 공작의 처형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 어리석은 이들은 아직도 세력이 ‘국왕파’와 ‘교황파’로 나뉘고 있다고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샤를루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불만이 있다면 그대들은 내 아비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목을 치면 되오.”

어린소년의 담담한 어투에 담긴 위협이 너무나 서늘해서 귀족들은 차마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비올렛은 샤를루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 어린 소년은 깨어나고 나서 4일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그레시아의 켄셀라이그의 왕조를 지금 여기서 갈아 치우면 된단 말이오. 간단한 일이 아닌가? 왕을 갈아치우려 했듯이 왕조를 갈아 치우는 것도 간단할 것이오.”

국왕을 배신한 가문들도, 교황에 따른 가문들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채,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그 하나의 목적이 없어지자 그들은 서로 눈을 굴리고 있었다. 수도는 무방비였고 누구 하나 마음만 먹으면 샤를을 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샤를루스는 어려서 그런지 그들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있었다. 그에 비올렛이 나섰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있는 힘껏 그대들을 막을 것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비올렛이 성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비올렛이 그 기괴하다는 크리처를 없앴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 전대 성녀인 아나스타샤가 군나르 족을 혼자 힘으로 격퇴했다는 소식 역시도........

비올렛에게선 아무 위압도 뿜어 나오지 않았다. 가녀린 하얀 성복을 입은채 샤를루스의 앞에 선 비올렛은 중앙귀족들에게는 성녀증명의 기적과 신비로움을, 지방 귀족들에게는 먼 옛날 전설로 내려지던 성녀의 고결함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 자체가 더 커다란 힘이 되었다. 아그레시아의 성녀를 죽일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신관들 역시도 성녀가 나타나 그것을 막아서자, 고개를 숙였다. 마치 어머니에게 혼이 나는 자식들의 얼굴이었다. 체자레는 그런 비올렛을 보고 알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그가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챘다는 것을 알았다.  샤를루스가 말했다.

“티게르난 공작의 처분은 이것으로 끝내겠소, 그리고 데후바스 백작.”

체자레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데후바스 백작이 걸어 나왔다. 그는 자신이 불릴 것에 겁에 질려 있었다. 비올렛은 혹시라도 무장한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까 저어되어 샤를루스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선왕을 시해한 데후바스 백작의 죄는 잘 알거라 믿소. 그대 역시 목숨은 거두지 않겠소, 그러나 그대의 작위를 회수하고 데후바스의 성은 리베르 아우레룸(Liber aureum-황금의 책, 아그레시아의 귀족들을 기록한 명부)에서 영원히 삭제할 것이오.”

그것은 작위의 회수와 귀족의 신분의 회수뿐만이 아닌 데후바스라는 성 자체가 명부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그 뿐만이 아니라 그의 조상들 모두 귀족이 아니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가문에 커다란 치욕이었고, 후계자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불명예였다.

“폐..폐하, 아나스타샤님이 이 가문에 태어나셨습니다. 부디 성녀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부디 그것만은…….”

“지금의 성녀는 비올렛뿐이며 아나스타샤 역시도 이곳에 있었다면 반대하진 않을거라 생각하오.”

샤를루스는 차갑게 말했다. 데후바스, 아니, 이젠 데후바스라는 이름도 없게 될 남자는 비굴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왕의 목을 자른 배신의 선봉장에 선 것 치고는 지나치게 비굴하며 졸렬했다. 비올렛은 그것에 든 혐오를 애써 삼켰다.

“폐하, 저는, 저는 지금......그것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습니다.”

샤를루스은 데후바스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그대는 내가 혹여나 실수를 해도 내 목을 자를 것이오?”

“폐하!”

백작의 애걸에도 샤를루스는 놀랍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리가 왕을 만드는 건가 왕이 자리를 만드는 것인가.

“그대를 단두대에 올려 처형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해야 하오.”

그 서늘한 경고에, 데후바스 백작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든의 손짓에 기사들이 그를 포박했다. 샤를루스의 얼굴이 다니엘을 향했다.

“그대의 죄는 정당한 재판을 통하여 이루어 질 것이오.”

적어도 인도적이고 합법적인 절차 안에서 그에 대해 처분을 내린다는 말이었다. 다니엘은 정말로 국왕의 명령을 받고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음모를 꾸민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재판에 다루어 질 것이었다.

“나머지는 잘 들으시오, 내 아버지가 실정을 했으나, 그대들 역시 똑같은 죄를 범한 것은 그대들도 인정해야 할 것이오.”

그 소년 왕의 말에 사람들은 자연히 집중하고 있었다.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선왕이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있었고, 체자레가 부드럽고 위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면, 이 어린 왕에게는 왕 나름의 단호함이 있었다.

“ 이것은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한 내 아버지가 그대들의 기대를 배신했기에 그대들 역시 그랬으리라 생각하오.”

“........”

“허나, 그대들 역시 나의 신뢰를 져버렸소. 아그레시아라는 나라를 이룬 왕가에 충성을 맹세하여 봉토를 하사받은 그대들의 신뢰는 깨진지 오래요.”

샤를루스가 알현실에 들어온 귀족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대들 역시 잃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오늘의 이 엄청난 일은 이제 불문에 붙이겠소.”

하아. 사람들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릴정도였다. 샤를루스의 금색 눈동자가 어쩐지 빛이 나는 것 같다 생각하며 비올렛은 그 왕을 보았다.

“그러나 그대들의 얼굴과 처신을 잊어버리겠다는 것은 아니오.”

그 서늘한 말에 안심하려던 귀족들이 국왕의 얼굴을 보았다.

“중앙의 귀족들은 하루 빨리 정무에 복귀해 수도의 재건에 힘을 쓰시고, 군나르족에 침략당한 영지가 있는 성도 쪽의 귀족들은 그것을 방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오.”

그 말에 모든 이들이 마지못하여, 대답했다. 샤를역시 그런 기색을 알고 있었다.

“대관식 때 말할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꿈이 있소. 선왕은 자신이 옳다 여기며, 그것을 믿으라 했소.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이오. 선왕의 전철은 밟지 않고 언제나 나를 돌아볼 것이오. 불합리함을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겠소, 그리고 더 이상 나라가 반으로 갈라져 서로 반목하는 것은 보지 않겠소. 나는 나라의 백성에게 편을 갈라 싸우는 것 보다는, 화합을 보여주고 싶소. 그리고 그 화합이 결과적으로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이라 믿고 있소.”

샤를루스는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대들은 내게 충정을 차차 증명해야 할 것이오. 교황도, 공작도 아닌, 그대들에게 충성맹세를 받은 국왕인 나에게 말이오. 그러나 나 역시, 그대들에게 증명하겠소.”

그 말에, 잠시나마 귀족들의 얼굴이 달라졌다 그들도 분명히 샤를과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세속에 찌들지 않은 샤를은 교황뿐만이 아니라 귀족들에게도 똑같은 이상론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상론에도 비웃음이 서리지 않은 것은, 그의 진지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샤를의 측근에 서 있던 후버 백작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사람들이 샤를에게 예를 표하기 시작했다. 마치 대관식과 같이 말이었다. 비올렛은 샤를루스를 보았다. 비올렛 역시도 샤를루스가 왕이 될 재목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는 너무나 유약하고 섬세했으므로. 하지만 그런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가. 조용해진 알현실 안에서, 린도가 말했다.

“성기사와 신관들을 물리고 퇴군하라.”

린도의 말에 신관들이 헐레벌떡 고개를 끄덕이며 군사들을 물렸다. 린도는 대신관들 열명의 만장일치로 선택된 교황이었고, 체자레가 없는 이상, 그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한 종교의 지도자였다. 린도의 말에 마법이 풀린 것과 같이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일단 이들의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었고 전쟁의 명분이 사라져버린 이상, 이들은 굳이 군사를 유지시키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이곳에 오래 있다간 사이가 안좋은 다른 귀족가문들에 의해 ‘반역’으로 몰릴 우려가 있으므로 그들의 철군은 다소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샤를의 얼굴이 쓰러질 것 처럼 위태했다. 그러나 그의 호박색 눈동자가 다니엘을 향했다. 비올렛은 샤를루스가 왕좌에 내려가 그에게 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오려던 에셀먼드를 만류하고 샤를루스에게 다가갔다.

다니엘은 가까이 해서 좋은 자가 아니었다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더욱더 가시돋친말로 사람을 지옥에 빠트렸다. 그녀는 에셀먼드도 샤를루스도 그와 가까워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 묻고싶은 게 있소, 다니엘 고문관.”

그 말에 끌려가던 다니엘이 멈추어 섰다. 비올렛은 샤를루스를 만류하려 했으나 이윽고 다음에 나온 샤를루스의 말에 멈추어 섰다.

“왜, 그대는 선왕폐하가 가지고 있지 않은 독의 해독제를 굳이 그대의 사재를 털어 산거요?”

그 말에 다니엘의 옆에 선 비올렛은 놀란 표정으로 다니엘을 보았다. 생각해 보니 에이든도 해독제를 산 것이 다니엘이라 말했다. 왜 다니엘이 사재로 해독제를 샀는가? 독을 구매한 사람이 국왕이라면, 해독제를 구매한 것도 국왕이 되어야 하는게 맞는 것이 아닌가?

“분명 선왕폐하는 내 스승님이 날 치료해 줄 거라는 것을 알았음이 틀림없소.”

“......그건.”

심지어, 선대왕은 비올렛이 그를 치료할거라는 것을 믿고, 해독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샤를루스는 그 아비의 비정함을 알았음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다니엘을 보았다.

“경은 아버지에게 독살 당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는 나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요?”

“……폐하는 언제나 다정하시군요. 언제나 사람의 좋은 면만을 보고 믿으려 합니다.”

다니엘이 그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샤를루스의 얼굴이 갑자기 울듯 일그러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를루스는 모든 것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마저 자신을 배신한 홍수 속에서, 샤를은 발버둥치고 있었다. 다니엘이 완전히 그를 배신한게 아니라는 그 선의를 믿고싶어, 이렇게 물으러 그에게 향했던 것이다.

“스승과 제자는 닮은 법이라 하잖습니까. 그 다정함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의 시선이 옆에 서 있는 비올렛을 향했다.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로, 그는 그저 비올렛을 보았다. 그 시선에 비올렛은 잠시 동안, 할 말을 찾았던 것도 같았다.

“아비에게 필요하지 않은 자식이라니, 너무나 잔인하지 않습니까.”

비올렛은 왜 다니엘이, 그렇게 행동했던 건지 이해했다. 언제나 그는 비정하고, 잔혹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마음 한끝의 양심만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죄에 죄를 거듭했을지언정 말이었다.

“이대로 끝이라니, 웃기지 마라, 가문의 왕가에 대한 원한은 용서할 수 없느니라!”

갑작스러운 목소리와 동시에 비올렛은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을 보았다. 무장한 병사들 중 데후바스 가문의 문양이 찍힌 병사로부터 날아온 화살이었다. 샤를루스에게 날아오던 화살은 비올렛의 얼굴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머리에 화살이 맞는다면 회복할 수 있나? 즉사인가? 얼마나 아플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샤를을 감싸 안고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있었다. 그때, 비올렛은 자신의 바깥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았다. 화살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날아왔지만, 화살에 누군가 맞는 모습은 너무나 천천히 눈앞에서 재생되었다.

순간 든 생각은 왜? 였다. 정말로 왜 였다. 그는 언제나 이기적이었으니 그럴 리가 없었다. 언제나 약한 그가 무장들을 뿌리치고, 모든것을 버리고 그녀를 막아섰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빨랐다. 순식간에 피가 얼굴을 적셨다.

“……다니엘!”

비올렛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러나 쓰러져버린 남자의 목에는 마치 숨통을 끊을 듯한 무자비한 화살이 꽂혀 있었다. 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를 검으로 찌르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비올렛은 푸른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보았다.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 그가 움직였는지 그녀는 평생 모를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따윈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비올렛이 그의 목에 습관처럼 성력을 쓰려 했다. 하지만 성력이 나오지 않았다. 왜? 자꾸만 성력을 쓰려 했지만 무언가에 틀어 막힌듯 그것은 멈추었다.

“여, 영식 정신 차리시오! 영식!”

아, 비올렛은 그제야 깨달았다. 감옥 안에 있던 성력억제 마법진의 제한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체자레는 기사들에게 추방으로 인해 끌려갔으며, 린도는 신관들을 이끌고 알현실을 나간 뒤였다. 이곳에서 성력을 쓸 수 있는 것은 그녀 밖에 없었다.

“괘…찮니…….비올렛?”

바람 빠지듯 나오는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였다. 피묻은 손이 힘없이 비올렛의 뺨에 닿았다 떨어졌다. 숨을 헐떡일수록 화살이 꽂힌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새어나왔다. 제발,제발, 누군가 제발! 에이든이 뛰어왔다. 그리고 에셀먼드 역시도. 에이든이 형, 이라며 소리쳤다. 다니엘은 희미해진 시각 너머 시야에 들어온 형제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린 시절, 병에 걸려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형제의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고집스럽게 형제의 얼굴에서 비올렛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올렛의 눈을 보고 입술이 열리며 그의 몸이 경련했다. 그리고 그몸이 동작을 멈추었다. 그의 짙푸른 푸른 눈은 죽어서도 비올렛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자 여러분  저 빨리 칭찬해줄거여용? 저 3부 끝까지 소설 썼어요!

자 이제 추천수 1000이벤트합니다 캬.. 남은것은 약 70키바. 14키바로 환산하면 5편이 있네요

여러분들은 과연 내일 추천을 5천을 넘겨서 내일 안으로 3부완결 을 볼 수 있을거신가! 두둔!!

그런데 조건.

1.. 저 잠ㅁ은 자고싶어요..

2. 퇴고할 시간은 주세요..오..

3. 오랜만에 브금 찾아서 틀건데 또 제가 틀어달랄때 틀어줘야함!!!

오늘의 요약!!

샤를 : 난 존나 짱인 왕이다!! 크오오오옹

투명왕이 울부짖어따

는 끗

다니엘이 죽었네요 다니엘의 죽음은 생각해뒀지만, '자업자득'을 넣고 싶어서.

다니엘이 비올렛을 무력화 시키려고 그 마법진을 안깔았다면 당연히 살 수 있었겠죠.  넹...

사실 요사이 오탈자를 줄이려고 좀 노력합니다. 저번에 좀 심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은 사실 열심히 봤는데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좋아서 사실 잘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부디어여삐 봐주세요 독자님ㄷ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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