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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60화 (153/208)

00160  제비꽃, 피어나다  =========================================================================

“서, 성하, 아니, 교황, 이러지 마십시오!”

샤를루스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러나 린도는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그 작은 소년왕의 앞의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그것은 굴종의 의미였으나, 비올렛의 눈에는 어딘지 모르게 예식과도 같이 경건하며, 신성했다. 마치 그의 앞에 신이 내려와 있는 것처럼 그는 이마를 땅에 대고 대고, 또 대었다. 그가 무릎을 꿇고 말했던 말 그대로, 선선대왕이 당했던 치욕을 돌려주려는 듯 말이었다.

“나는 국왕이, 왕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자임을 인정하며, 저는 신관이기에 왕위계승권이 없음을 밝히며, 혹 계승권이 생긴다 하더라도, 결코 왕좌에 오를 일은 없을 겁니다. 이 맹세는 제가 죽을 때 까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교황을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이 아닌가. 그러나 그 왕위 계승권을 모든 귀족과 신관들 앞에서 선언해 버린 것이다. 비올렛은 체자레를 슬쩍보았다. 대신들이 서 있는 곳에 서 있는 그는 린도와 샤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교황파의 승리를 위해 전쟁을 벌인 것 치고 체자레는 평온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일견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순간 이 충격적인 장면과 더불어, 비올렛은 체자레의 감정을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가 노리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분명 그는 린도와 자신이 부자관계라는 진실을 린도의 손으로 직접 밝힌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비올렛마저 눈치챌 정도로, 그는 크게 당황했었으니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린도의 선언에 아무 저항 없이 물러났다. 군세와 민심은 교황쪽이 우세했고, 그들은

압도적으로 왕좌를 손에 넣었다, 아니, 손에 넣을 뻔 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그가 이룩한 승리는 결코 쉽게 얻은 승리가 아닌 피로 얼룩진 승리였다. 내륙은 불바다가 되었으며 해상역시도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져 이들의 손해도, 날아가버린 목숨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걷어찬 채로 패전한 국왕에게 무릎까지 꿇은 린도를보며 체자레는 화를 내지도, 슬퍼하거나 한탄하지도 않았다. 체자레는 체자레였다. 언제나 처럼 오묘한 얼굴을 하며 그는 린도를 지켜보았다. 린도의 선언에 신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린도는 눈을 몇 번 천천히 감더니 다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신을 믿는 자들을 이끄는 자들이며, 신을 섬기는 우리는 아그레시아에 발붙이고 사는 국민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폐하에게 예속된 백성임을 인정합니다.”

비올렛은 전쟁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그가 해주었던 약속을 떠올렸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이것을 위해, 린도는 이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에 맞추어 궁에 당도했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국왕파와 교황파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최후의 대립의 장에서, 마지막으로 뒤엎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린도가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저, 린도가 다스리는 성도는 믿는 자들의 도시이며 교황의 직할령이나, 왕국이 내린 봉토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성하!”

이것은 교황이 왕의 곁에 서겠다는 말이 아니라, 국왕에게 땅을 하사받은 그의 신하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왕국에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린도는 지금 엄청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교황으로서 옆에 선 자가 아닌, 왕국에 대해 지배받는 입장임을, 결국 왕이 그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하, 이게 무슨!”

“이, 이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군사를 가져 오긴 했지만, 모여 있는 성기사들도, 귀족들 역시도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교황은 무릎을 꿇은 것도 모자라 이젠 신하가 되겠다는 선언까지 한 것이다.

“저는 폐하의 신하로서, 폐하를 보필할 것입니다. 그러나 폐하가 신의(神意)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것에 대해 조언할 것이나 그것을 강제하진 않을 것입니다.”

린도의 말에 샤를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루스는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도움을 청하듯 뒤에 서 있는 자들을 보았다. 왕비가 보였고, 국왕파 귀족 측근들이 보였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라 하고 있었다. 샤를루스가 할 것은 그저 이 막간에 굴러들어온 기적과도 같은 행운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승리하며 이젠 신전에 대해 마음껏 지배력을 행사하면 되었다. 샤를루스이 입이 몇 번이고 벌어질 것처럼 떨어졌다 다물어졌다. 그리고 한참후에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샤를루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비올렛은 깜짝 놀라 샤를루스를 보았다. 샤를루스는 그것을 거절하는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처음으로 신전을 찍어 누를 수 있는 기회였다. 샤를루스는 어리석지 않다. 분명 그것이 어떤 뜻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샤를루스가 비올렛을 잠시 본 순간, 비올렛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샤를루스는 비올렛의 제자였다. 온화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가 나름의 고집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비올렛의 얼굴을 보고 샤를루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확신을 얻은 듯 무릎을 꿇은 린도에게 다가가 린도를 일으켜 세웠다. 승전한 교황은 허름한 차림이었고, 패전한 국왕은 말끔한 차림이라 그것이 대비되었다. 샤를루스는 엄한 얼굴로 린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하. 성하는 나의 신하가 아닙니다. 성하와 저는 나라를 이끌어갈 동반자입니다. 왜냐하면, 그대가 나의 나라의 백성이듯, 나 역시 그대가 이끄는 신의 백성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그대의 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폐하, 지금 그것이 어떤 의미인줄은 아십니까?”

“성하가 제 신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하는 저와 동등한 위치라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폐하.”

분명 이 둘을 어리석다 본다면 분명 어리석게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떠받들던 사람들도 그렇게 여기며 각자의 호칭을 불러대었다. 너무나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아닌가.

“성하!”

“폐하!”

그러나 이 둘의 얼굴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샤를은 키가 큰 린도를 올려다보았다. 린도 역시 키가 작은 샤를을 바라보았다. 비슷한 눈동자 색을 가진 그들은 너무나 닮은꼴인 그들을 계속 응시했다. 샤를루스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성하는 영원한 나의 동반자이며, 함께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입니다. 내가 나라를 이끈다면 성하는 신앙을 이끌어 나가시면 되는 겁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아래에 위치한다거나,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쉽게 이룰 수 있는 평화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훗날 또 다른 앙금이 될 겁니다. 분명 그럴 겁니다, 성하. 제 아버지, 선왕께서 그리 하셨듯이요.”

샤를루스는 말을 더듬었지만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린도는 샤를루스를 내려다 보다, 얼굴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린 왕자라고 놀려먹고 비웃을줄 알기만 했지, 서른이 넘은 자신보다 더욱 더 어른스럽지 않은가. 자신을 잡아 올린 소년의 작은 손을 보며, 린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레시아 국가의 문양과, 신관을 뜻하는 문양이 그러하듯이. 성하와 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설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도와주십시오.”

샤를루스는 그 작은 손을 뻗어 린도의 손을 잡았다. 샤를루스 역시 이 청년이, 그때 그를 찾아왔던 소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부터 저 사람은 신전에서 군림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이런 것을 싫어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어쩌면 아버지역시도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을 가졌다면,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신관과 왕국군의 기사가 힘을 합쳐 결국 크리처를 물리쳤듯이 말이다. 이것을 이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샤를루스는 어렸고, 린도가 제시한 쉬운 해결책을 걷어차 버렸다. 권력의 동등함을 인정하는 것은 분명히 부딪힐 일도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신앙과 정치는 언제나 대립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어린 왕은 그것을 알고도 같이 나아가자 말하는 것일까. 분명 세월이 지나면 그 역시도 아버지, 체자레 처럼 변모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또 다시 서로를 원망하고 싸울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순수한 왕의 눈에 있는 것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느끼는 커다란 동질감과, 친밀감이었다. 그 순수한 신뢰를 그는 어떻게 비웃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기만하고, 배신할 수 있겠는가. 샤를루스는 참으로 이상한 마력을 지닌 소년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린도는 결국 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린도가 체자레를 보니, 체자레역시 샤를루스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그리고 체자레가 조용한 미소를 띠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미소에 린도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딘지 모르게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싶었던 마음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색하게 그들은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벌어졌던 전쟁은 공식적으로 존재할 명분을 잃었다.

비올렛은 샤를루스의 눈빛이 더욱 더 또렷해지는 것이 보였다. 국왕과 린도, 체자레의 눈이 깨끗한 금색이라면 샤를루스는 붉은 색이 섞인 호박색 눈동자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눈동자는 마치 별을 박은 듯 빛나고 있었다. 패전한 국왕의 모습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단 위에 선채로 조용히 알현실 안에 난입한 교황파의 신관들과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교황은 국왕에게 무릎을 꿇었으며, 왕위 계승권을 포기해버렸다. 그들의 목표가 붕 떠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각종 이해관계가 있던 이들을 하나로 규합한 것은 왕족의 피를 이은 교황이었으며, 추기경 체자레였다. 그러나 체자레는 물러나 신전에 대한 그 어떠한 권한도 없어졌으며 귀족들 역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이끌고 온 군사들로 이 왕궁을 불태우며 왕가를 멸망시킬 수 있었다. 교황과 체자레가 왕위를 거부하겠다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상,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적통의 왕은 샤를루스 뿐이었다. 아그레시아의 왕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 금안의 켄셀라이그 혈통이라는 것이 명시되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것을 거부하려면 왕정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구자르트와 전쟁을 일으키는 만큼이나 무리한 일이었다.

샤를루스는 후, 하고 심호흡을 하고 그들을 보며 말했다. 그 옛날 주눅 들어 있던 소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왕의 과오를 인정합니다. 아그레시아는 성녀에 의해 존속되는 나라입니다. 아그레시아의 국교가 바뀌는 일은 없으며, 신전은 신앙에 대해 그 자주적인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

그에 신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관들이 대노하여 전쟁을 일으킬만한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린도는 샤를이 자신을 ‘신의 백성’이라고 칭했을 때부터, 그가 이러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녀에 대한 것.”

샤를루스가 그제야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비올렛의 존재를 알았다. 전쟁의 시발점은 바로 그녀였다. 그녀가 초콜렛으로 독을 먹였다는 누명을 썼기에, 국왕이 그녀를 감금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비올렛을 향하자 그 옆에 있던 에셀먼드가 서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 보았다.  덕분에 사람들은 차마 비올렛을 쳐다보지 못한 채, 샤를루스 쪽으로 시선을 줄 뿐이었다.

“에르멘가르트 경.”

샤를루스의 명령에 에이든이 드디어 걸어 나왔다 에이든의 얼굴은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에이든이 고갯짓 하자, 알현실 문이 열리고 다니엘이 끌려왔다. 비올렛은 샤를루스가 항복하기 전 부터 다니엘을 미리 잡아오라 일러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올렛은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노려보거나 애처로운 피해자를 연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혀 있었다. 다니엘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턱이 긴장으로 굳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얼굴을 굳힌 에이든이었다.

손등이 욱신거린다. 계약의 인 때문인지 그를 이제 오랫동안 겪어서인지. 그가 어떤 감정인지 비올렛은 비교적 알기 쉬워졌다. 그러나 비올렛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어깨 위에 있는 것은 그의 손이었다. 비올렛은 어깨위에 얹은 그의 손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손이, 온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에이든은 자신의 품에 있던 것을 뒤적여 상자를 꺼냈다. 에이든은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고, 상자를 열자 브로치가 보였다.

“이것은 다니엘 하드퍼드 고문관이 짐에게 준 것이오.”

샤를루스는 귀족들과 신관들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이든은 그것에 참담한 표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그는 애써 무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이 비올렛의 눈에 보이기까지 해 애처로울 정도였다. 드디어 다니엘의 범행이 밝혀지는 것이다. 하지만 브로치가 왜?

“디스트렌.”

린도가 말했다. 린도는 이 독을 알고 있었나? 비올렛이 린도를 보니 린도 역시 얼굴을 찡그린채 체자레를 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린도가 체자레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체자레는 린도와 시선이 닿자, 체자레가 고개를 저었다.

“디스트렌이라는 독은 광물의 독성이 있는 부분을 후가공해서 만든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고온의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가 까다로워 이것을 하나 구매하게 된다면 작은 영지 하나의 땅 값에 버금 갈 정도입니다. 무색무취에,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의 돌인지라 숨겨갈 수 있으니까요. 극미량의 독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에이든이 설명했다.

“다니엘 하드퍼드 경, 경은 내게 신의 품으로 떠난 베오른 에르멘가르트 경의 유품이라 말하며 제게 이것을 건넸습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실 성녀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그러나 비올렛은 후작에 대해 막연한 그리움 따윈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후작의 유품들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가깝지도, 애정이 서린 진득한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샤를루스의 말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이것은 성녀와 마주하기 바로 몇 시간 전에, 다니엘 고문관이 나에게 주었소. 나는 그것을 성녀에게 보여주러 착용했지. 그러나 이것은 핀이 많이 헐거웠고, 나는 그것을 손으로 계속 고정시켜야만 했소.”

“아.”

비올렛은 그제야 그녀에게 뛰어왔던 샤를루스가 헐렁한 브로치를 고정시켰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는 브로치가 떨어질까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브로치 자체의 보석이 독이라면 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초콜렛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고문관 밖에 없었소. 왜냐면 성녀와 나누었던 편지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한건 그대밖에 없었으니. 그대는 그 초콜렛이라는 것이 맨손으로 먹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들었을 정도로 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

샤를루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샤를루스의 경계심 없는 성격은, 다니엘에게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설마 그녀와 샤를이 주고받았던 편지의 내용까지 공유가 될 줄은 몰랐다. 샤를루스는 에이든의 손에 있는 브로치와 다니엘을 번갈아 보았다. 비올렛은 문득 샤를루스의 눈이 황폐해 보인 다는 것을 알았다. 이 어린 소년은 지금 지나치게 잘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속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을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만졌고, 그 와중에 손에 가루가 묻었소. 사실 브로치를 고정시키면서도 이상한 감촉을 느꼈는데, 그것이 가루의 감촉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소. 나는 내 스승이 준 초콜렛을 먹었고, 내 손가락에 묻은 독을 먹고 결국, 쓰러졌지.”

“.......”

사람들은 이젠 다니엘을 보고 있었다. 이 모든 전쟁의 근원지가 바로 저 귀족이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람들의 비난이 가득 찬 시선에도 다니엘은 태연한 얼굴이었다. 비올렛은 그것을 보며 깨달았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 진 것이오. 그대가 준 것은 이 브로치였고, 그대가 해독제를 준비해서 우연히 왕궁의에게 들어가게 했소. 쓰러져있던 내몸에 있던 브로치는 날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분명 떨어졌을 거고 내 고양이는 내게서 떨어졌던 브로치를 입으로 옮기다가, 죽어버렸지. 그리고 에이든 경에 의해서 발견되었소.”

에이든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도 그저 눈을 감았다. 에이든과 다니엘이 형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어떤 의미로 보이는지 에이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에이든은 쫓아낸 다니엘을 완전히 나락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죄요.”

샤를루스가 다니엘을 쏘아보며 말했다. 다니엘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애매한 표정이 마치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비올렛은 께름칙했다. 그러나 그것을 한참동안 본 샤를루스는 오히려 더욱 더 서글픈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것은 배신을 당한 이의 서글픈 분노와는 달랐다.

“다니엘 그대는 그대 스스로가 날 죽인 게 아닐 것이오.”

설마 샤를루스는 아직도 다니엘이 독살범이라는 것을 믿고 있지 않은 것일까? 비올렛이 무엇이라고 말하려는 사이,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다니엘이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잡았다 환희하는 표정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다.

“전하, 분명 그것은…….”

다니엘이 힘겹게 꺼냈던 말은 샤를루스가 계속 꺼낸 이야기에 의해 말이 막혔다.

“사실 처음부터 이상하게 여겼어야 했소, 듣자하니 구자르트에서 쳐들어 온 것은 전쟁의 20일이 지난날이오. 당연하겠지만 구자르트 측에서 대군을 규합하여 이곳에 진격하기 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오? 일어난 전쟁에 의해 동맹을 청한 거라면 도저히 시기가 맞지 않소.”

그들은 만 백오십년만에 이민족들이 쳐들어 온 충격 때문에, 그들이 온 시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민족들은 정말로 지나치게 빨리 쳐들어 왔다. 마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처럼.“

“내가 독살때문에 빠질 것을 미리 예측한 사람은 하드퍼드 고문관, 말고 한사람 더 있었지.”

“그게 무슨……?”

“폐하.”

다니엘이 만류하듯 샤를루스를 불렀다. 그것을 본 샤를루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년의 눈시울이 애처롭게 붉게 물들었다. 바르르 떨리는 턱을 애써 진정하며, 샤를루스가 말했다. 그의 두 눈에는 결국 눈물이 맺혔다.

“그것은, 바로 선왕폐하였소.”

설마 했던 국왕파의 귀족들도, 국왕이 미쳤다 손가락질 한 교황파의 귀족들도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4일만에 돌아왔다고 선삭하는 나쁜사람들..큽. 저왔어요! 나왔다귱!!

잔화와쪄용 뿌우우우 >< (발로차인다)

이번편 요약

린 : 아이고 제가 죄송합니다

샤 :  아뇨..우리모두 다함께 화합의길을...

린도 : 진짜 레알 참트루?

샤 : 레알 참트루

린 : 하하....

(마치 남북정상회담처럼 서로 악수를 하는 두사람 그것을 보는 체자레)

샤 : 아 맞다 내 독살범...

비올렛 : (에드의 엄한손을 느끼며 소름이돋는다 덜덜!)

샤: 내이름은 샤를, 탐정이죠. 자 이사람은 이런트릭에 의해 어떻게 독살을 계획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일동: 바로!!!

샤를: 내 아빠!!!

두둥!!!!!!!

(아 드립치고싶었)

아 사실 넘 이상적으로 끝나는게 아닌가 했지만. 초기 단계부터 이렇게  어린 교황과 어린 왕이 서로 이해한다는..

일단 후제꽃 설정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를 먹는다는 설정이랍니다.

그렇데 된다면 열세살의 초딩 샤를도 사실은! 나이가 열다섯일수도 있는것

인터네셔널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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