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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58화 (151/208)

00158  제비꽃, 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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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칼을 맞고 쓰러지는 린도의 시체를 보고, 그것이 금안에 은발이라고 확인한 군나르족은 그의 시체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사라졌다. 눈을 뜨니, 그는 시체의 더미속에 있었다. 전쟁의 불꽃은 사라져 이미 온데간데 없었고, 그는 고통속에 희미해지는 의식을 헤맸다. 희미해지려는 의식은 회광반조처럼 맑아졌다. 차라리 빨리 죽여버리지. 죽는데 오래도 걸리네. 린도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고통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이젠 감각마저 마비되어 죽음은 이제 눈 앞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착각이 아니며, 배에 있는 상처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심지어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왜?”

그는 살아 있었다. 몸에 엄청난 고통이 서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그러했다. 바깥은 불꽃이 튀고 죽는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는 폐허가 된 도시를 걸어다녔다. 아비규환속 까맣게 타들어간 시체에 사람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은 새하얀 이빨 뿐이라, 린도는 그 끔찍함에 치가 떨릴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숨을 헐떡였다. 이걸 하자고 했다고? 지금 이걸 자신이 자신의 입으로 하자고 그랬단 말인가? 비올렛을 위해서? 그는 비올렛이 절대로 이것을 원할리 없다는 것을 알았다.

새하얀 도시는 붉게 피와 불꽃으로 물들더니 결국 까맣게 타버렸다. 생존자는 자신 뿐인가, 알 수 없었다. 그는 교황성에서 들락날락 거리고 있는 군나르 족을 보았다. 다행히 죽은 이들은 대부분 신관이었던지 그들은 포로로 잡은 성도의 신민들을 일렬로 세운 채로 끌고 있었다.

그는 점령지 안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린도는 그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게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해야 하는것은, 저들을 구해내는게 아니고, 일단 살아남아 구하러 오는 것 정도이다.

빌어먹을, 추기경과 합류하는게 먼저였다. 그가 어디 어느 지역에 있나 대충 가늠해보았다. 추기경이 얼마나 그를 혼낼지 알 수 없었으나,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게 맞았다. 그는 옷을 갈아입으러 불에 타지 않는 집을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이 패착이었다. 이미 약탈하고 있는 군나르족과 마주한 것이다.

“신관이다!”

그렇게 말하며 검을 빼들고 달려들자, 그는 욕설을 남기며 뛰었다. 그러나 린도는 한번도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크리처 토벌만 해도 뛰었던 것은 그가 아니라 말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금방 붙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 녀석 칸에게 데려간다면 좋을 듯 하다.”

“칸께서는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으시니. 나쁘진 않을듯 하군.”

그 타르크 라는것은 구자르트의 두명의 칸중 한명의 이름이었다. 서쪽의 아슈카바드를 지배하는 이자카와, 동쪽의 케스투니스를 지배하는 타르크. 국왕녀석, 타르크와 손을 잡은 모양이구나. 그는 이를 으득 갈았다.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목에 검을 가져다 대자 저항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희롱당하는 여인처럼 그는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때 말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피가 튀었다.  나머지 한 병사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순식간에 목이 날아가고야 말았다. 이건 또 무슨....그가 깜짝 놀라 검사의 모습을 보았다. 에셀먼드였다. 그는 허름한 옷을 입은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든 채 그를 보고 있었다. 린도는 순간 이 남자에 대해 오싹함을 느꼈다. 그의 옷은 방금 튄 피와 더불어, 이미 검게 번색되어버린 피로 얼룩져 있었고 그의 얼굴 역시 말라붙은 피가 범벅이었다. 마치 사신과도 같은 모습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그의 서늘한 푸른 눈동자였다. 그는 말없이 린도를 말에 태웠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성도를 빠져나와 비올렛에 대해 떼를 쓰듯 묻는 린도에게, 에셀먼드가 조용히 대답했다.

“손등의 각인을 통해 성녀님이 말을 전달해 주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너무 멀어 들리지 않습니다만.......”

그 각인에 얼마나 오묘한 신성의 술식이 들어가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 전설이 진짜로 되는 구나. 하긴 비올렛이니까, 그는 그 전설의 무게를 모르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전쟁을 멈추며 추기경을 막아달라 하셨습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지금 비올렛이 몰라서 그러는데, 안그래도 전쟁을 막으라 하다가, 추기경이 날 유폐하고 갔어. 지금 나 혼자 살아남은거 보면 몰라? 나 실각했다고.”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에셀먼드 역시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나 힘이 없으셨던 겁니까?”

그 배려없는 말에 린도도 갑자기 할말이 없어졌다. 가장 듣기 아픈말이 아니던가.

“왜 비올렛이 그댈 싫어했는지 알것같아.”

에셀먼드는 얼굴을 찡그렸다.

“꼭 막아달라 하셨습니다.”

“아, 나는 못한다고!”

에셀먼드가 서늘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린도 역시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전쟁은 막을 수 없어, 이미 일어나 버린걸! 내가 막으려 했다니까? 하지만 그 결과는 유폐였어! 내가 권한이 있다 한들, 그 누구도 존중해 주지 않는 이상,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그 말에 에셀먼드가 말했다.

“그것은 스스로 찾으셔야 하실 일이 아닙니까? 비올렛은 성하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었습니다.”

“너, 이자식!”

“막지 못한다면, 자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 진짜, 미친!”

에셀먼드의 얼굴이 마치 에이든을 보는 표정으로 변했다. 린도는 사실 에이든과 같이 있으면서 그 말버릇을 많이 닮아있었다. 자결이라니, 진짜, 비올렛은 도대체 왜이렇게 성격이 나쁘단 말인가! 왜 언제나 그에게 어려운 길을 가라 하는가,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 노력의 대가가 실각이라니, 아직도 체자레를 생각하자 마음이 욱신거렸다.

“지금 내가 어린 모습이라 해서 무시하는데, 나는 네놈보다 나이를 먹었으면 먹었지 덜 먹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 세월동안 보고 배운 눈과 귀가 있어. 무턱대고 전쟁을 막으려 말하던 내가 어리석었던 거지. 추기경의 말이 맞았어. 내가 내세울 수 있는건 기껏해야 교황이라는 내 권위인데, 내가 국왕에게 가서 전쟁을 막고싶소, 나는 교황이고, 우리 협상합시다, 라고 말한다면 퍽이나 날 존중해서 전쟁을 막겠다. 날 잡아서 분명히 이용하려 들걸? 그리고 추기경 역시도, 내가 그에게 간다면 날 막아 세우려 할거야. 저 이교도 놈들을 보고 깨달았어. 이렇게 절묘하게 성도를 습격했다면 분명 그 미친 국왕은 저 이민족들과 손을 잡아서 이곳을 치려했던거야. 이교도를 끌어들이다니, 국왕은 답이 없어. 이긴다면 무엇이든 할 인간이야.”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까?”

그 말에 린도는 제발, 이라고 말하며 에셀먼드를 보았다. 그가 하기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없기에 못하는 것이었다.

“기껏 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나타나지 않는 것 뿐이야. 내가 사라진다면 추기경이 곤란해 할거야. 전쟁은 막을 수는 없지만, 왕위를 얻어야 하는 교황이 사라져 버리니, 그들로서는 얼마나 곤란하겠어.”

그것이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는 끔찍하게 무력했다. 성도도 지키지 못했고, 지금은 저 신민들 역시도 지키지 못한다.

“왕위를 얻는다니?”

“나, 왕족이야. 내 눈색 보면 너도 알잖아?”

“........”

그 산뜻하고 가벼운 말에, 에셀먼드는 잠시 할말을 잃은듯 했다. 그의 시선이 린도의 금안을 향했다. 샤를루스 보다 또렷하고 깨끗한 금안이 맑게 반짝였다.

“비올렛에게 연락 되면 전해. 전쟁은 정말로 막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니까. 국왕도 멈출 생각도 하지 못하고 추기경도 마찬가지잖아? 그녀석들은 내말을 듣지 않아.내가 착각했어. 그들은 나를 섬기는게 아니라 추기경을 섬겼던 거지. 추기경이 날 섬기니 그들도 그런 척 했던 것 뿐이고.”

그의 어조는 씁쓸했다.

“비올렛이 샤를 왕자를 시해했다는 것은 명분이고, 국왕들 처럼 그녀석들 역시 자기들이 힘을 가지고 싶었던 거야. 진정 신을 믿는 자들이 아니었던거지.”

“.........”

린도가 느끼는 배신감과 그가 느끼는 허탈함을 에셀먼드는 함부로 공감할 수 없었다. 아니 공감조차 되지 않았다. 그것은 린도가 그동안 방만했던 것에 대한 대가다. 린도가 주먹을 꽉 쥐자 에셀먼드가 말했다.

“전쟁은 절대로 폐하가 이길 수 없는 전쟁입니다. 성하.”

“나도 같은 생각인데. 처음으로 마음이 맞는군, 우리 성기사가....”

“아니오, 이민족들에 대한 아그레시아 인들의 혐오를, 성녀 기반 신화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녀님께서 마지막에 말했던 말은 자신은 마녀로 몰릴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선대 교황과 선대 왕이 주었던 유언장의 출처도 그렇고, 분명 불신하는 자들이 넘칠겁니다.”

“역시나 어리석은 우왕이로고.”

“우왕이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왕은 어리석은 신민만 못하다는게 내 지론이야.”

“도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비밀이야. 말할 수 없어."

그는 잠시 동안 뭐에 맞기라도 한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참동안 무언가를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린도는 한숨을 쉬기도 했으며 떨리는 눈동자를 들어 에셀먼드와 그 손등의 각인을 보았다.

“국왕이 진다는건 확실한가?”

“변수가 없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군나르 족은.”

“그들이 남쪽에 있어서 기후가 온화합니다. 아그레시아의 겨울은 치명적일 겁니다. 그들은 기껏해야 성도 주변에 머무르는게 전부이며, 이 이상은 진군하지 못할 겁니다.”

린도는 크리처들 토벌건에, 에셀먼드에 대해 공경하는 기사들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에셀먼드에 대해 안부를 물어보면 얼굴을 찡그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과연 에셀먼드는 기사들의 공경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저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지 않고, 날카로운 분석력과 냉정한 판단력을 기반으로 행동했다. 무예도 그 로디온 보다 출중하고, 머리역시 좋다니 만약 신관이었다면 무척이나 아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아니라 체자레가.

“가디언, 그렇다면 우린 우리의 군대가 수도에 입성할때에 정확히 맞추어 들어가야 한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린 그동안 몸을 숨겨야 하지만, 그동안 또 수도에 올라가야해. 그곳에 성녀와 왕이 한자리에 있을거다. 그렇지만 나는 없겠지. 왕이 패하여 양위에 대한 의사를 밝힐때, 추기경을 실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게 무슨 방법입니까?”

“비밀,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방법이지.”

에셀먼드는 고개를 갸웃 했다.

“전쟁은 막을 수 없지만, 두번 다시 이런 일로 전쟁이 안 일어나게 해준 것으로 자결은 참아달라 전해주겠어, 비올렛에게?”

린도의 금색 눈이 씁쓸한 표정을 띠며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것은 사랑에 눈이 멀어 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주관과 판단이 우선 되었다. 체자레는 틀렸다. 린도는 주먹을 꽉 쥐었다.

*

에셀먼드는 정말로 뛰어났다 그는 아주 익숙하게 린도를 철저하게 숨기고, 숨기고 또 숨겼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은 거의 없었지만 에셀먼드는 린도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쓰는 편이었다. 이 불편한 동행 속에서도 에셀먼드는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유추하여 피해갔으며, 그 덕분에 수도로 들어가는데 약 한달이 소비되었다.

수도와 가까운 지역에서 에셀먼드는 자신의 굵은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감고 비올렛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순간 린도는, 그 모습을 참을수가 없었다. 갑자기 화가 울컥 하고 치밀다가 화를 낼 기력역시 사라져버렸다. 한 손으로 손등을 감싼채, 비올렛의 목소리를 듣고 있느라 눈을 감은 모습은 마치 기도를 하는 신관의 모습과도 같았으나, 그 어떤, 신실한 신자들보다 더욱 더 고결해보였다. 그리고 린도는 깨달은 것이다. 지금 그에게는 비올렛의 희미한 목소리만이, 그를 지탱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가볍게 넘길 것이 아니었다. 성녀와 가디언의 계약은 그러했다. 둘이 '같은'마음을 가져야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

이 남자도 그만의 사랑에 미쳐 있었다.

*

걸어들어오는 에셀먼드와 비올렛을 보고 안심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는 이곳에서 교황으로서 군림해야 했다. 그의 등장은 교황파에게는 환희를 주고 있었고 국왕에게는 절망을 주고 있었다. 체자레가 아무리 실권을 쥐고 있어도,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선언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린도였다.

“나는 아그레시아의 교황 린도, 성도 아우베르트를 다스리는 자이자, 절대신의 교리를 따르는 지도자입니다.”

교황의 공손한 어투에 신관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운데에 앉아있는 갓 열세살된 어린 소년왕은 그 왕관의 무게가 너무 컸다. 불과 린도가 연회장에 도착하기 전 까지, 이 소년왕은 체자레의 발치에 무릎을 꿇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신분은, 신관들이 아닌, 여기 이 가운데에 서 있는 성녀가 해 줄것입니다. 성녀 비올렛, 나를 증명해 주십시오.”

“왕자의 시해범이 어찌!”

선왕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팔에 손을 얹으며 불편한 걸음을 걸었다. 아직도 성력은 회복이 안된 모양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녀가 입을 열어 말했다.

“성녀 비올렛의 이름으로 보증합니다. 그대는 교황 린도, 성도 아우베르트를 다스리는 자이자, 신을 믿는 자들의 지도자입니다.”

샤를은 비올렛을 올려다보았다.

“국왕폐하, 저는 폐하께 저의 신분을 증명하려는 것입니다. 저의 증명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체자레가 하,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린도를 보았다. 그는 왕에게 ‘폐하’라는 호칭까지 씀으로서 그보다 낮은 자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에 놀란 것은 샤를루스도 마찬가지였다.

“인정하겠소.”

완벽하게 국왕과 신하의 모습을 한 그들에게 린도는 되돌아 서서 말했다.

“국왕과 성녀의 증명 아래 나의 신분이 증명되었다, 그대들, 신을 믿는 자들 그러나 신을 믿지 않은 어리석은 자들아.”

그의 얼굴이 서늘한 기운을 뿜었다.  그가 성력을 내뿜지 않았어도 그 위압감이 어찌나 어마어마하던지, 신관들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추기경은 폐하로부터 물러나라.”

체자레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졸지에  샤를루스는 비로드 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다.

“그대들, 나의 권위를 믿는 자들아. 당장 추기경을 포박하라.”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그 누구도 체자레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오히려 체자레 역시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것 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린도도 예상한 듯 했다. 그 역시도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그대들을 이끄는 자인데, 그대들은 나의 명령을 거부하는가!”

찬 서리가 내리는 린도의 음성에, 대신관 한 명이 나서서 린도에게 말했다.

“서, 성하, 일단은 진정하시고 추기경께 말씀하셔서 서운한 것을 푸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은....”

“서운한것이라. 나는 그저 어린아이였던 것인가.”

그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가 금색 눈을 빛내며 섬뜩하게 말했다.

“그대는 대신관 하르페니아인가?”

“그, 그렇습니다.”

“신관이 되어 처음 배우는 4대 계율을 이야기 하라”

뜬금없는 말에 신관은 갑자기 신관의 가장 기본 계율인 4대 계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왜 갑자기 대신관에게 그것을 물어보는 것인가. 교황의 노란 눈의 위압감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했다.

“신을 부정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 우상을 섬기지 말라.......”

그것을 들은 린도는 그 뒤에 서 있는 대신관에게 다가갔다.

“그대도 해 보아라”

린도는 대신관들 하나 하나에게 4대 금기를 외우도록 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 4대 계율을 외우라 하는 것인가. 대신관들은 졸지에 교황이 시키는대로 말했다. 이것이 교황의 화를 풀어준다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 어길시에는 어떻게 되는가.”

대신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신관으로서 즉시 파문됩니다.”

비올렛은 이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그것이 무엇이라고. 설령 신을 부정한 것은 비올렛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비올렛은 성녀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말이었다. 대부분 다 말이라는 모호한 것으로 인해 문서로 남기지 않는 이상, 그것은 증명도 어려웠다.  갑자기 린도는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인가?

“그래, 그대들도 잘 알고 있군.”

린도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이 체자레를 향하고 있었다. 일순, 체자레의 금색 눈이 커졌다.

“그대를 파문하겠소. 추기경 체자레.”

그의 냉엄한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비올렛은 눈을 크게 떴다. 파문한다고? 어떻게 파문한단 말인가. 체자레가 신을 조롱하고 농락하는 듯한 말은 했어도, 그것이 증거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석의 여지가 있노라며 린도를 무리수라며 몰아붙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비올렛은 린도의 얼굴이 점점 자신만만한 미소가 서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체자레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대는 신관의 4대 계율 중 하나, 제 2계율, 간음하지 말라는 금기를 어겼소.”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외전집 주소를 택배사에 보내야 해서 이거 자료 정리하고 있었네요~

추천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내일 서울에 올라가기 때문에 연참이벤트는 못하겠네요.

네 극 전개가 치밀하지 못한다는 코멘트를 보고 음..

너무빠르게 전개한 나머지 이런 디테일이 신경쓰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천천히 하는게 낫겠죠? 그러려고 합니다~ 그게 나을것같아서요!

그러나 다음번에는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쪽지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5연참에 대한 공약이 이번편이어요~~

구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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