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7 제비꽃, 피어나다 =========================================================================
성내에 얼마 남지않은 문관과 무관이 교황의 인장이 찍힌 문서를 받아들인 순간, 왕궁에는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왕비는 의연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덜덜 떨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왕의 목은 이미 배신자들 손에서 신전으로 넘어갔으며, 내성은 이미 개방되어 수도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수도의 성벽은 미관에만 집중한 그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므로 방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즉, 왕국군은 패한 것이다. 귀족들은 항복했고, 교황측, 아니 추기경은 왕궁으로 하여금 마지막으로 항복하겠냐는 의사를 묻고 있었다. 항복 조건은 교황에게 양위였다. 혼수상태인 왕자가 왕이 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이든은 이를 으득 갈았다. 모든것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비록 등뒤에 군나르족이 있었을지언정 그러했다. 성 전체가 암담한 침묵이 서렸다. 문관들은 어떻게 도망가야 할지 고민했고, 무관들 역시도 최후의 항전이냐, 항복이냐로 목소리에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때, 알현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왕비마마, 전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전쟁이 벌어진지 52일째, 샤를루스가 드디어 눈을 떴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희망적인 소식이 되지 못했다. 무너져 내리는 왕가의 왕자는, 아니, 소년왕은 눈을 떴다.
*
샤를루스는 옥좌의 알현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왕좌에 오른지 겨우 4일이 지났다. 깨어나자 마자 자초지종을 들은 샤를에게는 그것이 무겁고, 또 버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는것을 성의 분위기를 보고 짐작했다. 조촐한 대관식에 서서 그는 왕관의 무게가 진정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왕관을 쓴 채로, 그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왕좌는 그의 키에 비해 너무나 높았고, 왕관은 그의 머리크기에 비해 컸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랴, 그것은 이미 다른이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을.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어린 샤를로서는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운명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심지어 신전파 귀족들이 아닌, 자신들의 우군인 데후바스 백작의 손에 의해 배신당해 목이 잘려 죽었으며, 왕국은 이제 교황의 손에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을 샤를은 잘 알고 있었다.
원망하려면 세상을 원망해야 한다. 그 누구도 원망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기사, 에이든 에르멘가르트가 서 있었다.
“폐하, 걱정마십시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그 말에 안심이 된건지, 샤를은 잔잔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것이 충성인지 우정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소년 왕에게 어울리는 것이 소년 기사라면, 그와 마지막을 함께 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문관들과 무관이 모두 알현실에 모여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무관들의 무기는 손에 들리지 않았다. 샤를루스는 항복문서를 보냈고, 약속된 시간, 지금. 이제 교황파가 올 것이다.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철걱거리는 갑주소리와 챙, 하는 무기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었던 그들의 왕궁이 마치 조롱당하듯 승전한 군사들의 의기양양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간의 그 비로드 아래에 체자레가 우아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옷은 화려함의 극치라,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신관이자 공작인 체자레는, 그 화려한 문양의 붉은 옷마저 무섭도록 잘 어울려, 왕좌의 단 아래에 위치해 국왕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마치 왕궁의 주인은 그에 더 어울리는 자리 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입니다 전하, 아니, 폐하.”
그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본디 국왕에게는 무릎을 꿇어 인사해야 했으나, 이미 그러한 예의는 패한 왕에게 지켜질리가 없었다.
“오랜만이오, 공작.”
조용한 침묵이 그들 사이에 서렸다. 끝까지 국왕의 곁에 남아있던 귀족들, 왕비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 조용한 고요 속에서 샤를루스는 잠시동안 그 풍경들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생각하는지 몽롱한 표정이기도 했고, 모든 것을 체념하는 자의비관적인 표정인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는 체자레에게 말했다.
“아직 즉위한지 4일밖에 지나지 않았소.”
“........”
“항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오?”
그 말에 체자레의 뒷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어린왕의 무지를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순진무구한 물음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확인차 묻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에이든은 당장이라도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들어서 그 웃음짓는 배신자 귀족놈들을 베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것은 그의 치욕의 순간을 함께 하는 것 뿐이었다.
“항복을 선언하시고, 제 발치에 엎드리면 되십니다. 그리고 양위에 대한 것은 옥쇄를 찍어 문건으로 남기십시오.”
“이런 극악 무도한!”
선왕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너희 도둑놈들이 내 남편을 죽이고, 내 아들의 자리까지 앗아가 목숨을 위협하고 치욕을 주려 하는구나!”
“........”
“이 천한 놈, 너를 용서하지 않으리! 신이 너를 저주할 것이다, 신이!”
“그 신을 선왕께서 거부하신 걸 정녕 잊으신 겁니까, 선왕비전하.”
“그것은 잘못된 신에 미혹된 그대들의 잘못이 아닌가!”
“어마마마.”
샤를루스의 차분한 말에 선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그 흐느낌을 잠시동안 보던 샤를루스는 차마 자신의 어머니에게 손을 뻗지도 못하고 천천히 단 아래로 걸어내려갔다. 그리고 그는 숙였던 고개를 서서히 들어 입을 열었다.
“항복문서의 내용은 지키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와 함께한 이들의 목숨은 지켜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 어머니의 목숨과 신분은 보장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국왕의 하대는 어느새 공대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샤를루스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디뎠다. 이젠 이 어울리지 않는 왕의 자리도 끝이었다. 그래도 1년간 그 나름 책도 읽고 공부도 했다. 언젠가 그가 왕이 된다면, 적어도 그는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항복하겠습니다. 그대가 바란다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공작, 그대의 앞에 무릎을 꿇겟습니다.”
그 말에 에이든이 울음을 삼키며 체자레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샤를루스의 얼굴은 담담했다. 열 셋은 결코 굴욕을 모르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 체자레는 샤를루스에게 놀란 듯 잠시동안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는 절실한 눈빛의 샤를루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폐하, 폐하의 목숨에 대해 말이 없으시군요.”
샤를루스가 체자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왕비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샤를루스는 꿋꿋하게 뒤돌아 보지 않았다.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지만, 샤를루스는 입술을 꾹 다물고 그것을 참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어렸기에, 이 맹수같은 추기경 앞에서 그는 떨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싫어하던 흉하고 멍청한 모습이라 언제나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것과는 달리, 이 체자레라는 모든것을 어그러트린 남자는 그것을 인내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역사에서...패한 왕은 대부분 죽음이라 들었습니다. 공작이 내 목숨을 보증하는데 그것이 정치적 상황이나, 불행한 사고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른 조건들도 어겨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것은 샤를이 제안한 거래였다. 설령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도, 항복의 조건은 꼭 지켜달라는 목숨을 건 마지막 애원이었다. 그의 호박색 눈동자가 체자레를 절실한 얼굴로 응시한다. 체자레는 잠시동안 얼이 빠져 있었다. 어린 왕자는, 아니, 어린 왕은 체자레의 헛점을 찔렀던 것이다. 그것은 비굴의 굴종이 아니었다. 이 왕은 패했음에도 패하지 않았다. 단순한 거래 조건으로 자신의 명예를 팔아 넘기는 것일 뿐, 그 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의연한 모습에 체자레도,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이 어리숙한 왕자를 비웃었던 대신들도, 신관들도, 성기사들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 말에 샤를루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려 다리를 살짝 벌리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몰려있는 연회장 뒤편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뒤편에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감격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샤를루스도 체자레도 그 소란에 뒤를 돌아보았다. 물결이 갈라지듯, 사람들이 갈라져 그 가운데에는 한 청년이 들어오고 있었다. 청년의 옷이 어찌나 초라한지, 그는 마치 여행자로 보였다. 그러나 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적색이 섞인 성스러워 보이는 그 특유의 은발과 금색의 눈동자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 생김새로, 그 당당함으로 모두들 알 수 있었다. 체자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서렸다.
“성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청년, 아니, 린도는 기품있는 걸음걸이로 그곳을 걸어왔다. 그 걸음이 마치 신관복을 입은 자들 특유의 느릿한 걸음이어서 그들은 이 젊은 남자가 교황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동안 골머리를 썩게 만들었던 골칫덩어리가 하나 해결되었음을 깨달았다. 교황이 왔으니, 이젠 양위에 그 어떠한 이상도 없는 것이다.
*
비올렛은 멍하게 눈앞을 보고 서 있었다. 눈 앞에는 다니엘이 서 있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안녕?”
날은 셀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약 보름이 지난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 병사가 지키고 있을텐데, 왜 다니엘이 들어올 수 있었던 건가.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지금 교황군이 왕성으로 들어와.”
“.......”
비올렛은 그를 보고 있었다. 다니엘은 조용히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마치 집착처럼, 그는 또 찾아왔다.
“그래서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거네, 너는 그리고 이곳에 들어왔고.”
“맞아.”
비올렛은 눈을 감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성에 무사히 복귀한 에이든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에이든은 배신과 죽음에 대해서 알렸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성문을 개방하여 교황파의 군대를 맞이하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겨우 기사 하나조차도 세워둘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왕자 전하, 아니 폐하가 깨어난거 알아? 일어나자 마자 대관식을 치렀어.”
“........”
그말에 비올렛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러나 샤를이 일어났다면, 왜 그녀를 찾아오지 않는 거지? 게다가 샤를이 깨어났다고 가장 먼저 알려줄 사람은 에이든이 아니던가? 비올렛은 그 말을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 샤를이라면 그녀를 이곳에 둘 리가 없었다. 왜 깨어났음에도, 샤를루스는 왜 그녀를 방치한 것인가? 에이든은 왜?
에이든이 말을 하지 않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샤를루스가 말하지 말라 명령했기에 그런 것이다.
“신왕 폐하도 너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비올렛은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다니엘은 언제나 그녀의 신경을 긁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에이든이 해독제를 구입한것이 다니엘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샤를루스에게 말하지 않을리가 없다. 왜 그는 지금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가?
“그런 소리를 하러 이곳에 온거니?”
“아니. 보고싶어서.”
그 당당한 말에 비올렛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니엘은 그런 비올렛을 물끄러미 그리고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우습지 않아? 형은 끝까지 널 데리러 오지 않았어.”
“그래.”
비올렛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가 나지 않아?”
“전혀.”
비올렛이 대답했다. 그 말에 다니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드 경이 배신했다는 네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네가 머리가 좋아 그 청년이 교황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건, 사실 무리도 아니었지.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이라니, 에드 경은 진짜 그의 머리색과 눈 색을 알고 있는걸? 왕자 전하, 아니, 폐하가 말해준것으로 유추한거지?”
에이든은 분명히 자신의 모험에 대해 샤를에게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샤를은 그것을 친해진 다니엘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그 이야기는 다니엘에게 한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게 했을 터였다. 엄청난 성력을 가진 미형의 신관이라니, 어딘가 수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너는 알현실에 안가도 되는거니? 교황의 군대가 지금쯤이면 도착 했을텐데.”
“아니,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그저 항복문서를 소리내어 읽고 죽이니 살리니 하고 있을테니, 그것보다는 네 얼굴이 더 보고싶어. 폐하는 항복하겠지, 그런데 양위할 교황이 없으니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진 않을거야. 그런 지지부진한걸 내가 왜 봐?”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은 어쩐지 비올렛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생각했다.
“교황은 어디에 시체더미가 됐을지도 몰라. 또 그러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겠지.”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해. 추기경이 결코 교황을 못찾을리는 없어. 그는 언제나 철저하고 집요한 사람이니, 절대 못찾을리 없지.”
“추기경에 대한 신뢰가 하늘을 찌르는 구나?”
비올렛은 그말은 들은척도 하지 않고 말했다.
“만약 린도가 눈에 띠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숨어있어서 그런거야.”
“........”
“그리고, 다니엘 나는 이제 예전처럼 다른 사람을 못믿지 않아. 특히나 내 가디언에 대해서는.”
“.......”
“그가 날 두고 달아났다고? 전혀, 처음부터 말이 안됐어.”
“....뭐야, 그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다니엘이 자리에 일어났다. 그의 발걸음이 위협적이었으나. 비올렛은 전혀 겁이 나지 않는듯했다.
“내가 그에게 달아나라 시켰거든."
그녀는 만개한 꽃처럼 아름답게 웃었다. 그것은 다니엘이 너무나 오래 접한 미소라, 마치 신성한 성물을 보는것과도 같았다. 분명 말라 있었지만, 비올렛은 너무나 아름답게 웃었다. 신경질 적인 미소도, 억지로 안심시켜주기 위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행복한 여자의 어딘지 모를 서글픈 표정이었다.
“초대성녀와 가디언의 전설 알고 있어? 서로 마음이 일치하면 가디언과 연결된다는 것 말이야.”
비올렛이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등의 인을 가리켰다.
"이곳에서, 에드 경과 계속 이야기 했어."
그 눈부신 미소에 너무나 화가 났지만, 너무나 원하던 거라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비올렛의 하얗고 보드라운 뺨에 손이 닿으려는 찰나, 비올렛은 그의 손을 쳐냈다. 그녀는 다니엘의 너머의 감옥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수줍은, 사랑에 빠진 설레는 소녀처럼. 마법진으로 쇠약해져 있을텐데, 그녀는 방금 물을 먹어 싱싱한 꽃과 같은 얼굴이었다.
“.......”
그와 동시에 감옥의 나무문이 열리며 빛이 새어들어왔다. 다니엘이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꼴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허름했고, 더러웠다. 검푸른 색 머리는 흙먼지에 거의 검게 보였고, 기사치고는 하얀 편이었던 피부 역시도 온갖 그을음이 다 묻어 있었다. 비올렛이 다니엘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도저히 비올렛을 막을 수가 없었다. 비올렛은, 그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깊게 에셀먼드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그 마음은 순수하며, 밝고 아름다웠다. 다니엘이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과 본질만 같지, 전혀 달랐다. 어두운 방 안에 그가 들어오자 방 안이 꽉찬것 같았다. 어쩐지, 서늘한 이곳에 뜨거운 열기가 들어찬 것도 같았다.
“늦었네요, 에드 경.”
그 말에, 에셀먼드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비올렛.”
허름한 청년은 잠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신기루라도 되는 듯이, 그렇게 몇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갑자기 뛰어들어가 비올렛을 안았다. 팔의 힘이 꽉 들어갔지만, 이내 그것마저도 혹여나 부셔져버리지 않을까, 힘을 풀고 충동을 억누르는게 보였다. 비올렛은 거부하지 않고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전의 비올렛도, 이전의 에셀먼드도 아니었다. 그들은 어딘가 다른 세상들의 사람과도 같았다.
에셀먼드와는 달리 다니엘은 깨끗했으며 오히려 아름답다 들을정도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비올렛에게는 손끝 하나도 닿을 수 없었고, 에셀먼드의 행색이 천민보다 못하게 더러웠어도 그는 언제든 그녀에게 닿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먼저 손을 뻗었다. 그 둘에게 다니엘은 방해물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다니엘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성하를 모셔왔습니다.”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셀먼드의 시선이 이윽고 다니엘에게 향했다. 다니엘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자신을 보는 형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명백한 적의와 살의가 혼합된 것이었다. 그의 서늘한 시선은 곧바로 다니엘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부드러운 얼굴이 비올렛을 향했다. 알고 있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이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행복한 시간을 질투했다. 자신은 버리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간단하게 버린채 가장 원하던 것에 모든걸 쏟아 붓는 과감함이 너무나 미워 견딜 수 없었다.
“나가십시다.”
비올렛은 그의 손을 잡고 감옥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감옥 안의 그와 그녀만이 함께했던 공간 안, 그러나 그녀만이 없었던 공간, 비올렛의 말이 맞았다. 그는 형을 따라갈 수 없었다. 영원히. 다니엘은 기사들이 자신을 데려갈 때 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에드가 나타나 좋으시다면 추천!!! 고진감래임니다!
도..독자님들 제가 지금 체력이 방전되어 리타이어... 내일아침에 연참하기로 한거 다시 올릴게여..
하루죙일 글씨만 봤더니 토나올것같....
추천 1000연참은 내일 또 할겁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우욱...
넹 내일아침도 재밌을거여용
아차, 왕의 죽음이 급전개나요? 어라.. 이건 거의 초기때부터 데후바스는 후작에서 백작가로 족강..아니라 그걸 뭐라하지 상승..하강 머지..갑자기단어가생각이안나 강등! 작위가 강등당했고 중립파라는거 예상했는뎅.......
갑작스러운 전개라니 넘나 당황스러워여....보통 목은.. 자른다... 자를거다... 잘랐다!
이게 아ㅣ라 갑자기 죽어라! 이러고 푹 하는거라서... 복선같은건 그저 외세를 끌여들여 반감이 높아졌다. 그런거... 근데.. 모..목 자를거야?(시동1) 목 자른다?!(시동2) 목..자르까말까@(시동3) 목잘랐다!(시동4) 이러면..넘 허접한것. 그냥 충격먹으세요 여러분 (뻔뻔)
사실 급전개면 제가 문제가 많은거라서...크흐ㅡㅂ
그리고저.. 3부에 달달한 전개 나온다 한적없습니다..3부가 힐링이라 말하는건 오로지 초반뿐.
그리고 3부 끝까지는 전쟁 관련 에피소드라 로맨스는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거에요.
이미 정해진 플롯에 로맨스를 보여달라해도 보여줄수가 없는게 저의 한계랍니다..ㅜㅜ
아 이게 로맨스인가? 이편은 로맨스네요, 아마 이편이 로맨스...맞네요.
3부의 끝이 5편정도 남았나...? 잘모르겠네여. 더남았을수도있궁.. 3부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새벽 3시반까지 퇴고하고 글쓰다 자다 일어나서 또 글만썼.. 데둉해여
저일어나면 한편 또올릴게요
추천수 5천 너무 고생하셨어요 ㅠㅠ! 근데 제가 그런 이벤트 할때마다 속으로 욕하면서 누르셨다니.....불쾌하셨구나...... .담부터 혹여 싫어하신다면 이 이벤트 안하고.. 평범하게 다시 격일연재 갈게여.. ㅜㅜ
아 체자레에 대한건 4부에 정확하게 이야기 풀립니다.. 외전을 쓸지 대화체로 쓸지, 잘모르겠지만. 여튼 뭐 다니엘처럼 개연성 없다 생각하지 않으실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