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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55화 (148/208)

00155  제비꽃, 피어나다  =========================================================================

"옷을 따스하게 입어도 추워보이는구나.”

비올렛은 다니엘을 보고 있었다. 다니엘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비올렛이 입고 있는 망토가 비올렛에게 제법 잘 어울리자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역시 유폐된 곳이라서 그런가, 확실히 여긴 공기가 달라, 너무 차갑네. 이곳에 갇혀있던 왕족들이 얼마나 원념에 차서 저주를 퍼부었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해.”

비올렛은 그 말을 들으며 다니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다니엘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온 것 같았다. 그 옛날, 다정한 오라버니처럼 말이다.

에이든도 비올렛도 서로 마주침이 없이 바빠보였다. 가끔 오는 에이든은, 다니엘이 챙겨준 물건들을 보고, 무어라 말하지 못한채로 돌아갔다. 그는 말한다면 언제든 다니엘이 오는 것을 막아주겠다 했지만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은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 돌아가는 전세, 소식이 없는 에셀먼드, 린도가 왕족이어서 멍청한 군나르 족이 다시 금안의 시신을 찾으러 냄새나는 시신을 수색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까지. 때로 다니엘은 그가 당했던 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는 했다. 검을 들라길래 검을 들었지만, 너무 무거워 들 수 없어서, 후작이 다신 자신을 거들떠도 안봤다는 이야기, 심지어 형을 도와주려 했더니 상관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는 이야기.

“비올렛, 뭐라 말좀 해봐.”

비올렛은 다니엘의 얼굴을 보았다. 환하게 웃던 그의 얼굴이 다시 슬픈듯 찡그려졌다. 다니엘이 어떤 마음으로 미친듯이 사랑을 속삭였는지 비올렛은 알고 있었다. 그는 그의 지옥에서 같이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비올렛을 데려오려 했던 것이다. 그 감정이 서글플 정도로 공감이 갔고, 혐오스러웠다. 비올렛은 동정과 혐오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응? 내가 미워? 싫어? 무서워?”

비올렛은 대답하지 않고 다니엘을 보았다.

“넌 날 괴롭히는게 재미있니?”

그 말에 다니엘이 말했다.

“재미는 있었지, 난 그런 장난감이 필요했거든.”

그 다정함이 장난감에 대한 다정함이라는 것 따윈 알고 있었다. 비올렛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장난감에게 애정을 줄 수도 있는거야 비올렛, 그리고 장난감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땐,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어.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지.”

비올렛은 눈을 감았다. 다니엘의 배려인지 에이든의 배려인지, 아니면 정말로 왕궁의 사람이 왕에게 반감을 가져서 몰래 도우는 것인지. 비올렛은 북쪽의 탑이 아니라면 나름 잘 지내고 있는 편이었지만 몸은 마법진의  영향 때문인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다니엘은 지나가는 말로 이 마법진을 위해서 군나르 족 무녀 열이 희생되었다고 말했었다.

“널 정말 사랑해 비올렛.”

그는 올 때마다 비올렛에게 사랑한다 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 말이 애달프면서도 너무나 끔찍했다.

“네가 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건 알고 하는 소리니?”

“비올렛, 설마 내가 널 죽이게 두겠어? 성녀를 죽인다는데 신료들이 얼마나 반발이 거센지 알고 있지? 그래서 너는 아마 안죽을거야.”

“만약 내가 죽으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아무도 널 못가지잖아.”

하하. 그녀는 헛웃음을 흘렸다. 눈 앞의 남자는 정말 미쳐 있었다. 처음 만날때 성녀 자체에 미쳐 있었던 린도와는 다르게, 그는 비올렛에게 미쳐있었다.

“너 정말 미쳤구나.”

“예전부터 미쳐 있었어. 그 불길에서 살아 날 때부터 말이야.”

천진한 다니엘의 미소는 온데간데 신기루 처럼 사라졌다. 비올렛은 그 악랄한 광기에 숨이 막혔다. 다니엘의 감정은 언제나 비올렛의 숨을 막히게 했다.

“대체 네가 바라는 게 뭐야.”

“나도 잘 모르겠어, 비올렛.”

다니엘과의 대화는 항상 머리가 아팠다. 그는 심지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모든 것을 망가뜨리려 하고 있었다. 모든게 무너진 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았을 때 후회하면 어떻게 하려 그러는 것인가. 이미 망가진 건 되돌릴 수 없는데.

“비올렛, 왕은 정말 널 죽일 수 없어. 왜냐면 이 싸움은 어차피 교황파가 이기는 싸움이야, 너도 알잖아?”

“........”

아니, 모르고 있다. 성도가 구자르트에게 침략당했다. 어떻게 보면 거점이 털리고, 왕으로 옹립하겠다는 교황 자체가 사라졌는데,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추기경은 왕위 계승권을 포기 하지 않았는가?

“교황이 이겨도 상관 없어, 추기경은 자신의 심부름만 해준다면 후에 보상해주겠다 했어. 에르멘가르트 가문도 무사하고, 나에게도 새로운 작위가 생기는거야, 어느 쪽이 이겨도 난 사실 상관없어. 하지만 추기경이 이길거라 확신해. 국왕은 추기경처럼 영리하지 않아. 너무나 멍청해.”

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볼을 매만졌다. 차가운 볼에 따스한 손이 닿았다.

“그러니까 비올렛, 내가 작위를 가지면 그땐 나도 널 가질 수 있어. 추기경이 그렇게 약속했거든.”

비올렛은 체자레에 대해 생각하자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체자레의 진심은 알수가 없었다. 그녀를 다니엘에게 팔아넘겼다고? 이전에는 군나르 족에게 팔아 넘겨도 상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도대체 체자레의 진심은 무엇인가. 비올렛은 체자레라는 인물마저 이젠 지겹게 느껴졌다. 빛이라곤 한줄기 밖에 들어오지 않는 서늘한 지하감옥, 다니엘의 이야기를 듣는것은 비올렛에게 커다란 부담이었다.

“다니엘,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있을 곳은 내가 선택해. 네 곁이 아니야.”

“.......”

다니엘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는 내 슬픔에 울어줬잖아. 그걸로 돼, 나는 네가 있으면 기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싫다고 했잖아! 네가 불쌍한 과거를 지녔다고 해서 내가 널 용서하는 것도 아니고, 널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야!”

비올렛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다니엘을 뿌리쳤다. 다니엘의 눈빛이 화가난듯 일그러졌다. 또 목이라도 조를까 싶어 그를 두려움 섞인 얼굴로 노려보았으나 다니엘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분노를 억지로 누른 채 물었던 것이다.

“손 시렵지 비올렛?”

비올렛은 더이상 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고싶지 않았다. 모든게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체자레에 대해서 역시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다니엘의 손이 비올렛의 의사도 묻지 않고 그녀의 작은 손을 가져가 매만졌다. 그러다 그는 그녀의 오른쪽 손등에 있는 푸른 인을 보았다. 그것은 화가 나있던 다니엘을 자극한 것이 틀림 없었다.

“이거 가디언 맹세로 이루어진거지?”

그것에 손을 움찔 했다. 그는 그것이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손등을 꽉 잡는 그 손길에 비올렛이 손을 잡아 빼려 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비올렛의 저항에도 상관하지 않고 그 손의 인을 정신없이 보았다.

“형의 손에도 이게 있겠네? 그렇지 비올렛?”

그는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형과 같이 이 문양이 있어서 아주 좋았을 거야. 왜냐면 형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잖아.”

비올렛은 에셀먼드에 대한 화제를 꺼내는 것이 다니엘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 화제를 꺼낼때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심지어 그가 이야기 하는 것은 에셀먼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뿐이라, 그녀는 다니엘이 원하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너를 버렸다. 라는 말은 언제든지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설령 진실이든, 거짓이든.

“다니엘, 그만 이 손 놔.”

“넌 형을 좋아했잖아, 지금도 사랑할거야, 난 알고 있어. 항상 널 봤거든.”

“다니엘!”

그가 팔을 끌어당겼다.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 처럼 촛점없는 눈으로 비올렛을 보았다.

“네게 처음부터 친절하게 대해준 건 나야, 내가 먼저 널 발견했잖아! 너도 나만 보고 웃었잖아, 다른 사람보다 나를 따랐잖아!”

“이거 제발... 놔!”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너무나 아파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비명이라도 지를까 했지만, 예전 기억하는 이 감옥의 구조가 계단 앞에는 철문으로 막혀있고, 감옥의 문과 한참 떨어져 있어 보초를 스는 기사들은 그녀의 비명소리를 못들을 가능성이 컸다.

“왜 나를 혼자 두려 해? 왜 혼자서, 형을 보러 갔어? 왜 형때문에 자살하려 했어? 넌 적어도 나 때문에 자살하려 하진 않을거 아니야, 그렇지?”

“다니엘 그만해!”

“너 사실, 형이 아직도 그리운거지? 좋아서 어쩔수가 없지? 성도에서 아주 행복했을거야. 너 혼자서 죽도록 행복했지, 형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 말에 비올렛이 그를 밀며 소리쳤다.

“그래, 행복했어, 눈물나도록!”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다니엘이 그말에 움찔하여 비올렛의 얼굴을 보았다.  다니엘은 비올렛의 눈에 독기가 서린 것을 보았다. 그녀는 한계에 달해 있었다

“행복했지, 그래서 견딜수가 없이 괴로웠어. 내가 이기적으로 행복한 만큼, 불행할 테니까. 그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게 왔든 나는 좋았어.”

“널 배신하기 위해서 널 따른건데 말이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지? 내게 맹세한건 변함없어.”

지긋지긋함에 치가 떨렸지만 그녀는 지금 시달렸던 것에 대해 다니엘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다니엘이 그녀를 상처 주고 싶듯 그녀도 다니엘을 상처주고 싶었다. 이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것은 너무나 지치는 일이었다.

상처가 많았다고 그에게 기대다 돌변하는 것을 보니 동정심은 슬며시 사그라들고, 또 혐오감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이번에는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

“왜 너를 안봤냐고? 너는 이기적이었으니까. 에르멘가르트 성의 애녹시 글로리 기억나? 네가 그때 나를 도와주었니? 에드 경은 내게 손을 뻗었어, 그래서 뒷산으로 날 데려가 주어서 풍등을 날리게 해주었어. 도와주지 않겠다 해놓고서 날 계속 지켜봐 주었어! 그런데 너는 뭐했니?!”

“........”

“왕궁을 방문했을때  에스코트 한번이라도 해주려 하지 않았지, 왜냐고? 간단해, 왜냐면 천민인 나와 손을 잡는 것 자체가 네게는 싫었거든. 너는 네 평판을 어지럽히는 짓은 무엇보다 하기 싫어해.”

“.......”

“에드 경은 어땠는데? 네 형은 어땠냐면,  내가 무섭다고 하는 바람에, 왕명을 거역하고서 그 무서운 티게르난 공작 가에서 결례를 범하고 날 후작 가로 데려왔어, 그래서 3년동안 전쟁터에 나갔지!”

그가 이를 악물벼 비올렛을 노려보았다.

“너 역시 증오스러운 에르멘가르트 후작가였어, 그런데 너는 내게 사과했니? 아니?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너랑 그 사람들을 분리시키며 자신은 아닌것 마냥, 그 집안을 계속 증오하도록 부추겼잖아, 에드 경은 사죄로 내게 평생을 바친다 했고, 지금 내게 평생을 바치겠다 맹세했어, 하지만 너는 하지 않았지.”

“비올렛, 너는 순진해 분명 너는 이상하게 믿고 있는거야.사실은.....”

다니엘이 당황해서 변명처럼 이야기 했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설령 그사람이 날 배신했다 하더라도, 네 말은 듣지 않아. 앞으로 이젠 찾아오지 마, 에이든에게 말하겠어. 같이 살자고? 사람 평판에 신경쓰면서 이기적으로 굴던 내가 너와 함께하고 싶었겠니?”

“너........”

비올렛은 싸늘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너는 에드 경의 발끝도 못 따라와.”

그 말은 다니엘의 마지막 이성을 끊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올렛은 다니엘을 보았다. 결국 그런 것이다. 아무리 비참하고, 슬픈 과거가 있다 해도, 이것이 그의 악행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었다. 그것을 보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그의 의지였다. 돌변한 다니엘의 손이 비올렛의 목을 졸랐다. 비올렛은 그 무게 덕분에 침대에 걸터앉았던 그녀의 몸이 침대위로 쓰러졌다. 누워있는 비올렛의 몸위로 다니엘이 올라탔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전처럼 더이상 겁을 먹지도, 당황해서 소리지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니엘을 쏘아 보였다. 그는 씩, 씩, 거리며 비올렛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래, 또 억지로 덮치려고 하니? 빨리 해봐.”

그 서늘한 말에 다니엘이 방금 자신이 선물한 망토 단추를 풀고 비올렛이 입고 옷의 윗부분을 찢었다. 단추가 떼구르르 소리가 나며 방을 굴렀다.  따뜻한 옷감에 보호받던 살결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것을 가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그래서 네가 만족한다면, 그러도록해, 그래도 난 더럽혀지는게 아니야, 더러운 짓거리를 한다 해서, 내가 더럽지는 않거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언제 그가 몸을 손댈까 두려워하고 싶지 않았다. 이젠 다니엘에게 만족감을 주고싶지 않았다. 그 끝에 무엇이 있다해도, 설령 그가 정말로 비올렛을 안더라도, 비올렛은 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모욕이 되지 못하며, 비올렛을 짓밟고 상처입히는게 될 수 없다는 것을 다니엘은 알아야 했다.

“난 네가 역겨워 다니엘, 네가 내 몸을 안았다고 해서 날 굴복시키는 건 아닐거야, 마음 역시 얻을수도 없을거고.”

“비올렛!”

“그냥 내가 너를 끔찍하고 더럽게 여길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것 뿐이야.”

그 말에 다니엘이 손을 들어 비올렛의 뺨을 내리쳤다. 비올렛은 그것에 비명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녀는 다니엘을 보았다. 다니엘은 어째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욕을하며 비올렛의 옷의 단추를 풀어내리고 있었다. 가슴까지 채워진 단추는 배꼽부분까지 드러났다. 슬립은 아까 다니엘이 잡아당겨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였다. 다니엘은 차마 비올렛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씨익, 하는 열이선 공기가 그녀의 목돌미에 닿았다

“뭐해? 당장 해.”

비올렛의 말에 다니엘은 비올렛을 노려보았다.

“너는.......”

그가 비올렛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올렛의 얼굴을 보는게 무척이나 괴로운 듯 했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도 알아차린 것이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떻게 해서든, 다니엘은 비올렛을 가질 수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고통을 줄 수도 없던 것이다. 다니엘은 허리를 숙여 비올렛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눈물이 비올렛의 얼굴에 똑, 똑, 떨어졌다. 이젠 동정조차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다니엘은 깨달은 것이다. 그의 삶에는 구원따윈 없었다. 그가 나락에 있을지언정, 그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나락에 빠트렸다. 그는 인형처럼 변하지 않는 비올렛의 얼굴을 보며 아이처럼 흐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후회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인가. 비올렛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끔찍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그 울고있는 처연한 얼굴에서, 문득 에셀먼드와 닮은 점이 들어왔다. 저렇게나 닮은 형제였는데, 다니엘은 너무나 많이 비틀리고 비틀렸다.

비올렛은 그에게 손을 뻗어 그를 위로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니엘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조그맣게 욕설을 중얼 그렸다. 그가 그녀에게서 내려오려 몸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왔다.

“지금 무슨짓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며 그와 거의 동시에 몸을 짓눌렀던 사람의 무게가 사라지며 다니엘이 내팽겨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올렛은 잠시동안 머리가 아찔해졌다. 에이든이 씩씩거린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지금 이시간은 저녁시간으로 에이든이 퇴궁했을 시간이었다. 다니엘과 에이든의 면회시간은 절대 겹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비올렛은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에이든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문득,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에셀먼드 역시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에이든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배신감과 절망에 치를 떠는 에이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멍하게 비올렛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에이든의 눈이 커진 것을 보아, 분명 그녀의 꼴은 참혹할 것이다. 비올렛은 다니엘에 의헤 풀려진 망토로 다시 몸을 가렸다.

“내가 지금 이해가 안가서 그러는데.......에드 형이 형을 쫓아냈던게, 저런 이유였어?”

믿고싶지 않아서 묻는 것이었다. 비올렛은 차마 에이든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다니엘이 그의 눈을 마주했다. 그러다 갑자기 키득거리며 웃었다.

“대답해, 형!”

그는 말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배까지 끌어안으며 키득거렸다. 그 웃음소리에 에이든이 참지 못하고 다니엘의 멱살을 잡았다. 에이든의 커다란 손은 다니엘의 호리호리한 몸을 이끌었다.

“대답해 보란 말이야! 아니지? 내가 지금 착각한거지? 아니 지금도 내가 뭔가 오해하는거야, 그렇지?”

“그래, 그랬어! 저 앨 안으려 했어 그랬더니, 저 계집애 때문에 날 쫓아내더군!”

그가 대답했다. 에이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들은게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 마냥, 그는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에이든이 흐느꼈다.

“세상에...나는 그것도 모르고 에드 형을 원망하고... 미워하기까지 했어... 적어도 날 떠날거면.. 형이라도 남겨주었어야지....쫓아내진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고......”

에이든의 울음섞인 목소리에도 다니엘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비올렛도 때로는 원망했어. 차라리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이렇게 까지는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렇게......”

그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비올렛의 눈에 눈물이 번지고 있었다. 에이든은 비올렛을 보았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비올렛을 본 에이든이 다시 다니엘에게 고함쳤다.

“도대체 얘가 우리에게 뭘 어쨌다고. 다들 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거야!”

에이든의 목이 메인 목소리가 들렸다. 다니엘은 에이든을 보며 말했다.

“넌 몰라 에이든.”

“그래 난 몰라 형.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어. 형이 이렇게 쓰레기같은 사람이었는지! 나와 겹치는 형의 피를 지워버리고 싶어!”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힘주어 말하고 있었다.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 그의 감정 하나하나가 전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을 일으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에이든은, 에셀먼드와 같아 어쩐지 눈물까지 나올 것 같았다.

다니엘은 피식 피식 웃고 있었다. 그 역시 비올렛과 똑같은 것을 생각하는 듯 그와 에이든을 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우스워 형, 도대체 뭐가 불만인데, 도대체 뭐때문에 이랬어?! 대체 왜!”

“너는 아무것도 몰라 에이든.”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이야기 해줬으면 됐잖아.”

“아니, 너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형!”

“소리 줄여,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서 그래? 우리가 여자애 하나 두고 이렇게 싸운다는거?”

“이건 형이.......!”

비올렛이 에이든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붉게 달아오른 목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잠시동안 정신을 가다듬은 에이든이 말했다.

“형은 다시는 비올렛을 찾아올 수 없어, 다시는 만나지 않게 할거야.”

“........그래, 네 맘대로 해.”

“그리고 전하께 드린 해독제를 형이 왜 구해다 줬는지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할거야.”

그 말에 다니엘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비올렛은 에이든을 보고 있었다. 에이든은 다니엘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것이었다. 에이든은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 확신한 상황이었다.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에이든, 많이 컸구나! 그런데 괜찮겠니? 아무리 가문에서 쫓겨나도 내가 에르멘가르트의 피가 흐르는건 변함이 없어. 그런데 시해사건과 연결시켜도 괜찮을까?”

“형!”

에이든의 말에 다니엘이 미소지었다.

“가주로서 이 일을 묻느냐, 아니면 수면위로 드러내느냐는 네 선택이야.”

“형!”

에이든이 소리쳤다. 다니엘은 자신의 흩어진 몸을 정리하고 나가버렸다. 그의 발걸음은 어딘지 모르게 흐늘흐늘했다. 에이든은 비올렛을 보았다.

“비올렛 미안해, 많이 놀랐지?”

그의 다정한 말에 비올렛은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형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그가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스러웠다.

“에이든, 이제 너도 날 찾아오지 마.”

비올렛이 말했다. 에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훌쩍일 뿐이었다. 비올렛은 생각했다. 왜 에이든 같은 사람이 고통받는 것일까. 그녀는 너무나 미안해서 에이든을 볼 수가 없었다. 맏형을 빼앗아가고, 둘째 형마저 타락시킨게 그녀인 것 같아서, 그녀는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에이든은 그 차가운 말에, 아주 조용히 이야기했다.

“어차피 못찾아와. 이제부터. 나 출정해야한단말이야.”

“.......”

“외성이 뚫렸어, 지금 당장 내성으로 출정해야해.”

============================ 작품 후기 ============================

추천수가 4천이 넘었죠?  그럼 14곱하게 4를 해야하니 56키바가 총 오늘내로 올라와야 하는군여.. .(계산해본다) 16,13,24히엥 4키바 남았네.. 게으름 부리려 햇더니 한편 더업로드 해야할각이다 ㅠㅠㅠ

아직도 3부 완결 못냈어여 근데 이제 2편분량정도만 쓰면 될듯해여!

++ 저 다니엘에게 별로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아요ㅎㅎㅎ..데헷

이제 전쟁편도 곧 끝나갑니다~_~ 3부 끝도 다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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