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2 제비꽃, 피어나다 =========================================================================
<때가 되었습니다.. 추천수 1000당 한편 연참! >
비올렛, 오랜만에 널 찾아 왔는데 이렇게 축 쳐져 있으면 재미없잖아.”
일어나니 다니엘이 앉아 있었다.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모호했다. 비올렛은 앉아서 별 저항도 없이 다니엘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살만하지? 살만 할 거야, 그 꽃의 거리와는 다르게, 나름 인도적으로 대우해주잖아. 삼일에 한번 목욕도 시켜주고 말이야. 아직 네가 쓸모가 있나봐.”
다니엘이 비올렛의 깨끗한 목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렸다. 눈꺼풀 조차 뜨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 네가 아직 인망이 있어서 이루어지는거라는 거 알아? 멍청하게도 아직도 성녀가 나라를 구할거라 믿나,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야. 다들 너를 아주, 걱정하고 있어, 다들 네가 누명을 썼다 생각한다니까?”
“그리고 그 누명은 네가 씌웠지.”
비올렛이 말하자 다니엘이 미소지었다.
“글쎄, 누가 씌웠을까.”
그가 다정하게 노래하듯 말했다.
“불쌍한 비올렛, 지금 전쟁이 벌어진지 15일이 지났어.”
비올렛은 어지러운 눈을 감았다. 현기증이 핑 돌았다. 15일이라, 벌써 그렇게 된것인가. 사실 표시하려 했지만 날짜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어지럽지? 그래서 곡기를 끊었을거야,그런데 먹거나 먹지 않거나 별로 달라지진 않지?”
그의 말에 비올렛이 물었다.
“너, 뭔가 했구나.”
“글쎄. 왜 너는 항상 '나'라고만 생각하니, 서운하게.”
그는 웃었다.
“폐하는 널 점점 마녀라고 몰아갈 거야. 처음엔 믿지 않겠지, 그 천년의 빌어먹을 신앙이 어딜 가겠어? 너, 예전 역병이 돌았을 때, 성력을 한번도 못써서 마을을 멸망시킬 뻔 했다며? 그것을 발견한 모양이더라 폐하가.”
다니엘이 즐거운 듯 떠들었다. 앉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다니엘이 팔을 들어 그녀의 몸을 받쳐 주었다.
“이런, 비올렛. 정말로 몸이 많이 안좋은 모양이구나.”
저항조차 하지 않은채 그녀는 다니엘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가 가느다란 손을 뻗어 비올렛의 이마를 쓸었다. 차갑게 식어내린 체온에 다니엘의 뜨거운 손가락의 느낌이 들었다.
“진짜 성녀는 아그레시아 하나. 나머지는 신전에 의해 조작 된 것. 그것이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였지만 폐하는 그것조차 싫으신건가봐. 정말로 미친 왕이야. 그저 추기경의 목을 가져오겠다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어, 왜 그동안 그 열정을 그 누구도 몰라줬던 것일까. 그걸 발견한건 오로지 나 뿐이었어.”
국왕은 추기경을 증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무릎을 꿇린 린도보다 추기경에게 더 복수심을 불태우는 것일까. 알 수 없다. 그가 비올렛을 이해하려 하지 않듯, 그녀도 국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도에선 무척이나 대우받았겠지? 살아있는 신의 현신으로서, 그 콧대높은 신관들에게 대우받았을 거야. 어쩌면 교황이 너를 어여삐 여겼을지도 모르지.”
“........”
“그런데 봐, 넌 또 다시 마녀 취급이잖아?‘살아있는 신의 현신에서, 성녀가 있기에 말룸이 있으니 죽여야 한다’. 라니, 성녀가 없으면 말룸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말 아니야? 참 우스운 수수께끼였어.”
흥미를 보이지 않는 비올렛에게 다니엘은 그녀의 ‘죽음’까지 언급했다. 드디어 비올렛이 입을 열었다.
“정말.”
“정말?”
갑작스럽게 나온 말에 다니엘이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그는 비올렛이 화를 내는 것에 흥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의 말은 다니엘의 예상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정말 마녀일지도 모르지.”
그 얼굴에 서린 것은 체념이었다. 지독하게 그 눈에 눌어붙은 어둠에 다니엘이 이를 갈았다. 그가 힘없는 비올렛의 몸을 들고 말했다.
“장난치지마, 비올렛, 넌 이렇게 있으면 안 돼!”
“.......”
이전 처럼 자신을 불태울 증오도, 세상에 대한 자애도 없다. 본디 비올렛은 그러했다. 허울뿐인 왕과 교황과 같은 위치라서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어차피 그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의 미래는 언제나 처럼 암울했다.
“아, 그래. 그래. 교황이 널 어여삐 여겼을수도 있겠군. 그 잘생겼다는 청년 교황이.”
“.........”
비올렛은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다니엘이 린도에 대해 알고있다? 비올렛의 표정을 본 다니엘이 웃었다.
“모를 줄 알았나보구나? 하지만 이젠 모르는 사람들이 더 드물거야. 추기경 처럼 나이를 먹지 않은 교황이라니, 이 나라 성직자들은 전부 다 괴물들이 있는건가? 그거 기분나쁘지 않아? 성도의 사람들은 별 생각도 없는 거니?”
“........”
린도의 화제가 나오자 황급하게 변한 비올렛의 얼굴을 본 다니엘의 얼굴이 가학심으로 일그러졌다.
“비올렛, 널 정말 안고 싶지만 안지 않은 이유는 말이야. 네 성력이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야. 발 밑을 봐볼래? 이런, 어둡나 보구나.”
그가 랜턴을 가져와 바닥에 들이댔다. 그러자 바닥에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저주마법이야. 공격 마법이라면 몰라도 저주에는 꼭 이런 매개체가 필요하대더라. 아마 너는 약 두달간 성력을 못쓸거야, 어때 재밌지?”
“.........”
그 기분나쁜 문양에 어쩐지 구역질이 밀려나올 것 같았다.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문자들은 지금까지 비올렛을 어지럽게 하던 주범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성력을 쓸까 했지만, 무엇에 막힌듯 마법이 나오지 않았다.
“이거, 군나르 족의 마법이지?”
“바로 맞췄어.”
“그런데 왜 네가 그걸 알고 있어?”
그는 랜턴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두고, 말했다.
“폐하가 말이야 완전히 미치셨지만 내 생각을 존중해 주셨거든. 내 제안대로 구자르트와 손을 잡았어. 그런데 그 파격 조건이 글쎄, 우리가 그녀석들을 개종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개종하겠다고 하지 뭐야?”
“.........”
“그래서 동맹국들은 반발하지 못할거야. 왜냐면 구자르트와 동맹이거든! 알잖아 구자르트가 얼마나 거대한 전투민족의 나라인지. 우리말로 아마 ‘제국’이라고 말을 붙여도 될거야. 구자르트는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진격했을거고......”
어디로? 라는 말을 차마 묻지 못했다. 두근거리며 비올렛의 머릿속에 위험신호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거의 원에 가까운 아그레시아와는 달리 구자르트는 가로로 긴 거대 국가였다. 만약 그들이 배를 탄다면, 남동쪽에 있는 병력이 빠져나간 성도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그래, 그 청년 신관, 아니, 청년 교황을 도륙해버리겠지. 자비로워서 산채로 끌고 올수도 있어. 아니, 아니, 그점이 더욱 더 슬플지도 모르겠군. 예쁜 남자라면서? 걔들은 야만인이니 얼굴만 예뻐도 만족할거야.”
“다니엘!”
“이 주술을 봐, 아그레시아를 삼켜버리겠다는 원념의 집합체라고. 아나스타샤의 활약으로 140여년전 여자 하나때문에 물러났잖아, 그들이 얼마나 치를 떨었을까? 이기려 노력했을거야. 그래, 봐 성공했잖아? 너는 이제 몇개월 동안 성력을 못쓸거야. 난 이제 널 겁먹을 필요도 없어, 사실 나는 널 ‘봐주고 있는 거’야.
그의 손이 비올렛의 턱을 쓸었다. 비올렛은 몸서리쳐지는 듯 그를 밀어냈다. 그는 아주 만족한 듯 했다. 그러더니 그는 이야기를 하나 더 꺼냈다.
“가여운 비올렛, 너는 왜 내가 교황을 알고 있는가 물어보지는 않니? 사실 나는 이걸 먼저 더 궁금해 할거라 생각했어. 사실 이건 정말 아껴두려고 했는데말이야. 그거 누가 말해줫을 것 같아?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이 너랑 형 말고 왕도에 있어? 누가 폐하에게 말했을까.”
다니엘은 마지막 사형선고를 내리듯 비올렛의 얼굴을 지켜 보았다.
“난 알고 있어. 형이 정말로 널 생각해서 네게 가디언 맹세를 했을 것 같아? 그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었을까? 성도에 들어가서, 교황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폐하가 왕국 제 1의 기사를 그냥 보내주었을리가 없잖아”
그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 말은 확실히 비올렛을 자극한 듯 했다. 비올렛의 투명한 눈동자색이 진흙으로 더럽혀지듯 어둡게 물들고 있었다.
“형은 그냥 폐하에게 충성을 다 했을 뿐이야.”
비올렛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본 다니엘은 그것을 즐겁게 지켜보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속삭였다.
“알잖아 비올렛, 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니까.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건 나였다고”
그는 비올렛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그것에 저항하지 않고 끌려온채 그 입술을 맞대었다. 비올렛의 입안은 그녀의 체온처럼 차갑고 또 차가웠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저 그것을 달콤하게 맛보았다.
“하드퍼드 고문관!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다니엘은 아쉽다는 듯 입술을 떼고 나가버렸다.
“그럼, 또 올게 비올렛.”
다정한 인사를 뒤로 하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비올렛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성하.”
“싫어. 안 먹는다 전해라.”
린도는 손을 휘휘 저었다. 그는 며칠째 곡기를 끊음으로서 반항을 표출하고 있었다. 체자레가 출정한지 20일 째, 가는 족족 귀족들이 교황파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차피 체자레가 마음만 먹었다면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별로 놀랍지도 않은 소식에 그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저 그는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비올렛이 무사히 돌아오길, 그 재수없는 추기경 역시도 다치지는 않기를. 그러면서도 기분이 더러워 먹을 걸 안 먹었다. 기분이 더러워 견딜수가 없다. 완벽하게 놀아났다는 점을 깨닫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교황성은 성기사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정말 이들에게 화가 나서, 예전처럼 피의 숙청이라도 벌려볼까 했지만, 이들도 힐끔 눈치를 보는 것이 그 피의 숙청을 벌인것이 자신이 아닌 체자레라는 점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20일 동안 그는 자신의 순진함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반성했다. 체자레가 주고 간 일종의 충고이자 조롱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말이다.
그래 그의 잘못이다. 모든 것을 체자레에게 미뤄두고 그는 체자레가 지켜주는 이상만을 보았다.배워야 한다고 했기에 모든 학문은 배웠지만,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다. 그가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자신이 구축한 낙원에서 언젠가 온다는 성녀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들었다.
하얀 방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순백속에서, 나타날 이상적인, 엄마이자, 누나이자, 친구이자, 연인이 되어 줄 것 같은 그런 존재를.
그렇게 삿된 꿈만 꾸었던 그는 겨우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알려준 것이 비올렛이었다.
갑자기 그 이름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린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왕궁놈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가 갈렸다. 죽일때까지 죽이겠다고? 죽일때 까지 죽여주마. 망할 어리석은 국왕아. 또 뿜어나오는 그 기세에 신관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성하.”
“왜.”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추기경께서는 그럴 의도가 아니셨을 겁니다. 누구보다 성하를 아끼시는 분 아닙니까.”
“‘아낀다’라. 그래, 내가 애완동물이지?”
린도가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단어 선택이 한참이나 잘못된 것을 깨달은 신관은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왕위에 오른다. 아그레시아의 지배자가 된다. 아직도 사실은 전쟁이 실감나지 않는다. 이 평화롭고 달콤한 곳에서의 ‘전쟁’이란 그렇다. 정말로 와닿지 않았다. 체자레는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를 비웃었다. 아마도 비올렛은 이 전쟁을 원하지 않겠지.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 하고 화가 치민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일 뿐이었다. 체자레 때문에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 그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젠 아그레시아의 왕? 겨우 종교와 신권이 합쳐진 하나의 태양이 완성 되는가? 또 타의에 의해 왕이 되는건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그땐 비올렛의 일때문에 열이 올라 마음대로 결정했다. 그러나 린도는 그것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알게 뭐야. 비올렛이 안전하면 그만이다. 괴로운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지막에 활짝 웃는 비올렛의 얼굴이 기억에 났다. 그렇게 예쁘게나 웃을 수 있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잔인했던가. 그가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성녀 증명때 자해해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겐 조금 시간이 필요했었던 것 뿐이다. 어쩐지 과거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군. 마음대로 거동하지 못하니 자신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비올렛에 대해서도.
아이의 모습때문인가, 그는 그동안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오면서, 아이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어른스러워지고싶어하자 그는 어른이 되어 비올렛보다 키가 훨씬 더 커졌다. 자신을 내려봐 줄 것 같던 비올렛이 작아 보였다. 사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는 비올렛이 사랑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중증이군, 피의 숙청을 하려면 나부터 자살해야 할 듯 하군.”
그 말에 놀란 신관이 숨을 헉 들여마셨다. 사람들 사이에 공포에 의한 침묵이 둥지를 틀었다. 린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러한 감정이 자신과 매우 동떨어진 감정이라 생각했다. 성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또 바랐던 그런 감정에 대해 정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올렛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도 신관이고, 비올렛도 성녀였다. 참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성녀를 떠받드는 나머지, 성녀의 순결과 사랑에 대한 금지된 계명도, 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살아있는 신인 성녀에 대해 감히 손댈수가 없기에 그녀들은 언제나 순결했음, 사랑따위 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군나르 족의 이자카의 첩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데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받아들였던 이유가 그러했다. 그동안 존재했던 서른 셋의 성녀들은 결혼했다는 흔적까진 없었지만, 뭐 말룸을 격퇴하고 나서 나중의 일이 기록에 안남았다는 것을 보면 의외로 행복하게 잘 살다가 갔을지도 모른다. 역사는 기록된 자들의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안되지.”
교황, 추기경, 대신관, 그리고 나머지 신관들은, 교황을 포함한 자들은 성직자로서 결혼도, 사랑도 금지되어 있었다. 신만을 사랑하리라 맹세했기 때문이다.
“나도 참 이런 상상이나 하다니.”
그러나 그런 상상은 나름 재미있었다. 자신에게 활짝 웃어주는 비올렛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꽤나 짜릿했던 것이다. 교황이 됨을 원망하고 싶어도 교황이기에 비올렛을 만날 수 있어 원망할수조차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린도가 비올렛에 대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가디언을 좋아하고 있다. 너무나 뻔한 사실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이 삿되고 세속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비올렛은 절대로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가디언에 대해서는...아니, 기분도 더러운데 더 생각하지 말자. 린도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의 일은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했다. 심지어 놀랍게도 린도는 자신들이 패할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의 일은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갑작스러운 일인지......
깜빡 잠이 든 린도는 자신을 부르는 신관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이 깼다.
“성하, 성하! 눈좀 떠보십시오!”
“........”
린도는 눈을 떴다. 방금 비올렛의 꿈을 꾼 것도 같은데, 그는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성하,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느껴지는 열기에 등 뒤를 돌렸다. 왜 어울리지 않는 붉은 빛이 이곳에 있는 것인가.
“군나르, 그 야만인들의 침략입니다!”
린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한번도 이러한 상황에 처해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크리처들과의 전투 역시도 그저 미개한 생명체와의 싸움이었다.
“성도의 성벽은어떻게 방어가 된건가! 봉화는 왜 울리지 않았지!?”
“그것이, 봉화라는 수단 자체를 쓰기전에 순식간에 공략당한듯 합니다....”
“이런 바보같은!”
린도가 욕설을 내뱉었다. 린도는 만류하는 성기사들을 뿌리치고, 발코니를 가 성도를 내려다 보았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태양빛에 하얗게 반사되는 것이 아닌 붉은 불꽃들이었다.
아.
그곳은 이미 새하얀 성도가 아니라 붉은 죽음의 도시였다. 불꽃들이 타닥 타닥 타들어가며, 그가 사랑한 낙원을 탐욕스럽게 집어 삼키고 있었다. 적갈색의 깃발을 단채 교황성으로 진격하고 있는 군나르의 병사들이 보였다. 펑,펑! 하며 무언가가 폭발하는 둔중한 소리가 들렸다.
“저건 뭐지?”
“마, 마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안되었던 겁니다. 어서 도망가셔야 합니다, 이곳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나는!”
“성하, 정신 차리십시오! 성하께서 아무리 강하시다고 하나, 저들을 전부 도륙하실 힘은 없습니다. 사실 몸도 제대로 회복이 안된 것 아니십니까.”
자신의 옆에 선 신관의 말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린도의 성력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다 했지만, 그 이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성력을 쓸때마다 회복 되는 폭은 좁을 것이고 종래에는 성력이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린도는 성기사들이 이끄는 대로 말에 올랐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을 몰았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교황성의 성의 너머로 지나치자 어느새 성의 철문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교황을 찾아라!”
“교황을 찾아서 데려가라!”
군나르 족의 언어가 들렸다. 빌어먹을 기마술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도착할 수있는것인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하나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린도는 말을 타고 내달려, 겨우 성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달려나가며 등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낙원이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불에 타 없어지고 있었다. 그의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손을 뻗어 신을 뫼며 행복하듯 말하는 자들이, 신의 은총을 노래하던 자들이, 신을 노래하던 합창단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린도는 그 시체들을 똑똑히 보았다. 쓰러져 꿈틀대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손을 뻗었지만 성기사들의 묵직한 손이 그를 돌려세웠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했는가. 그는 아연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젊은 남자의 모습이다 찾아라!”
군나르 족의 사람들은 모두 젊은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발에 금안을 가진 채로 달려가는 그의 생김새는 알려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눈을 했다는 것을 들은 군나르족은 신관들을 닥치는대로 도륙하기 시작했다. 신관들이 저항하려 성력을 써 보았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하, 잠들기 세시간 전만해도 전쟁이란게 자신과 동떨어져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지금 그는 그 전쟁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경험하다 못해, 싸우지도 못하고 패퇴하여, 도망가고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가!
“성하, 마음을 굳건히 드셔야 합니다. 일단 추기경과 합류하는..억!”
주변에 있는 신관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말에서 굴러내렸다. 뒤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들은 이것이 지금 장난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도시를 지났지만 뒤에 고함을 치는 말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린도는 자신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맞은 편에서 군나르족의 군사들이 보였다. 토끼몰이를 당하듯, 완전히 몰리고 있던 것이었다.
“이곳에도 교황은 없는 것 같군. 죽여라.”
린도가 팔을 뻗어, 성력의 빛덩이를 남겼다. 그러나 그 성력의 빛무리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방패에 새겨져 상쇄되었다. 성력이 통하지 않았다. 린도는 그것에 패닉에 빠졌다. 아무것도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는 것이다.
덩치가 큰 군나르족은 위험천만하게 보였다. 그들이 검을 휘두르며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성기사들이 싸웠지만 애초의 그들의 무력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신관들이 사라지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린도에게 다가왔다.
“특이한 자식이네 칸께서 좋아하시겠어.”
“후환은 두지 마라, 죽여라.”
린도는 그 말에 그를 노려보았다. 재미있다는 듯 웃는 까만 피부의 남자가 창을 휘둘렀다. 그 엄청난 막대가, 그의 배를 관통하는 순간, 피가 후두둑 쏟아져 나왔다. 린도는 말에서 떨어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죽어가는 신관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와중에도 이것을 배에 찔러 넣었을 비올렛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한다. 분명 모든걸 말해주기로 약속했는데. 비올렛의 얼굴이 눈이 비쳤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리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 작품 후기 ============================
추천수 1000당 한편씩 올립니다. (물론 이번편수말고 전체 추천수 말하는거에요ㅋㅋ)
여기서 한편이란 14키바를 뜻하고, 만약 28키바이면 2편을 말하는거여요!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지만, 확인하고 나서 1000이 넘으면 되도록 그때그때 다시 돌아올게요
물론 제 비축분이 끝날때 까지 입니다...아직 비축분 많이 남았고요...? 한 10편 못되게 남았나? 여러분들의 추천 기다립니다 ^^ 이건 3부 완결날때까지 해당이고요 저는 오늘 새벽이나, 아침에 3부를 완결낼 생각입니다. 아직 3부가 좀 남았어요 ㅋㅋㅋㅋ 한..50키바 남았나.. 후훟
독자님들은 과연, 제 도전을 받아줄 것인가! 그렇다고 코멘수 게을리 남기면 안됩니다...코멘수도.....없으면.......저.....올리는..보람이 없는것...)
(여러분 추천수는 그 베스트 란, 로맨스 판타지로 보면 순위별로 나와있어요!)
사실 500너무 적어서 저번에 2부 끝낼때 고생좀 했던것...
아그리구 손 계속 드세요! 추천하면 손내리시구!!(흥!!)
*저 수면시간은 제외합니다.. 저도 잠을 자야죠..여러분... 수면시간 제외.. 퇴고시간은 봐주기.. 바로바로 올리지 못하니까.. 퇴고라도 안하면 후제꽃 오타 무법..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