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150화 (143/208)

00150  제비꽃, 피어나다  =========================================================================

“어제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에셀먼드가 기사들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비올렛은 에이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은 자색의 예복을 입고 서 있었는데, 붉은 계열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느낌과 다르게 그것이 잘 어울렸다. 1년 전만해도 에이든이 이렇게 멋을 내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주는 옷을 입고, 그 마저도 불편하다 싫어해서 마음대로 입고 다녔던 것이다. 전 후작도 그것을 고쳐보려 했지만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옷이 잘 어울려 에이든.”

그 말에 에이든이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개구지게 웃었다. 비올렛은 그것에 어쩐지 안심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비올렛은 어제 그녀에게 시선한줌도 주지 않고 지나치던 에이든에게 내심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계자이니 옷을 제대로 입고 다녀야지.”

그 말에 서린 뼈에 비올렛이 에이든을 보았다. 사실 비올렛은 뼈가 있듯이 말하지만 에이든 자체가 의도해서 무언가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시수일레에게 보여주려 그런 게 아니고?”

“윽!”

비올렛의 예상대로, 너무나 솔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에이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어떻게 눈치 챘어...?”

그가 초조한 얼굴로 비올렛을 구석진 곳으로 끌었다. 그저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뿐이다. 그렇게나 표가 나는데 눈치를 못채는게 이상한 것이 아닌가?

“야, 그러니까 나는.......”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 사실 말할 사람도 시스밖에 없지만.”

“야, 야! 영애한테는 절대로........”

비올렛이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든이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미소 지었다. 어쩐지 허탈해 보였다.

“아, 내가 어떻게 널 미워하겠냐......”

“뭐?”

에이든이 팔을 뻗어 비올렛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머리를 쓰다듬는 거야, 지금 기껏 잡아놨던 머리 모양이 흐트러졌잖아.”

“아, 그래?”

그의 얼굴이 심각한 얼굴로 일그러졌다. 분명 그는 다시는 시수일레의 머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에이든이 비올렛을 보며 웃었다.

“이제 널 또 보내면 언제 보지?”

“언젠간 또 보게 되겠지.”

“무슨 일 있어?”

“왜?”

“아니.”

에이든은 비올렛의 얼굴을 보며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갸웃, 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에이든은 찝찝하다는 얼굴이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왕자 전하 생일인데 전하와 함께 해야지. 전하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

“연회가 끝나는 내일 모레 찾아뵙기로 했어. 그때 선물도 같이 드릴거야.”

“아, 그래? 무슨 선물?”

“비밀이야.”

비올렛의 말에 에이든이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때 너도 올 거야?”

“아니. 그날 에셀먼드 형이 온다면 난 날 휴가를 낼거야.”

에이든이 딱 잘라 말했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그 말에 비올렛은 아직도 그들의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이든은 단호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에이든이 이렇게 화를 낼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싸운 거야?”

비올렛이 속닥이며 물었다. 에이든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기사들 몇과 이야기를 나누는 에셀먼드를 보다 비올렛을 보았다. 그는 어쩐지 비올렛을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왜 그런 얼굴로 그녀를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르는 게 약이야.”

“왜?”

“아니. 알 필요 없다니까.”

날카로운 말에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이든은 미안, 이라고 작게 말하고선 한숨을 쉬었다.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던 것은 비올렛이었다. 에이든의 얼굴을 보고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더 생각해봤다면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았을 거다. 에이든으로서는 에셀먼드에게 화가 나는게당연했다. 어제 들었던 페트리샤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에이든이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에셀먼드를 따르던 기사들이 과연 어린 막내를 따를까. 대대로 대장군이었던 에르멘가르트 가문에서, 그가 대장군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고민을 에이든은 갑자기 어린나이에 떠안게 된 것이다.

분명 저 옷도, 시수일레에게 잘 보이는 것과 동시에 후계자이니 저렇게 억지로 입고 있을 터였다. 자유분방한 에이든이, 답답한 옷에 갇혀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이든은 비올렛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에이든이 웃으며 말했다.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나쁜 건 형이야.”

비올렛은 그러나 그것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화나는 건 말이야.”

에이든은 에셀먼드 쪽을 다시 보았다. 기사들은 에셀먼드에게 말을 붙이려 노력했지만 에셀먼드는 되도록이면 단답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와 같았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에이든의 미움을 사는것도 가족에게마저도 한결같다는 점 때문인지도 몰랐다.

“형은, 내게 용서를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거야.”

비올렛역시 동시에 그를 보았다. 에이든의 말이 맞았다. 에셀먼드는 언제나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다. 이해해달라 하지 않았다.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그의 영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

“여기 다 되었습니다. 성녀님.”

“수고하셨습니다.”

요리사가 내민 상자를 받아들며 비올렛은 미소를 지었다. 샤를을 위해 준비한 것은 다 끝났다. 그저 상자를 받아들며, 그것이 샤를루스에게 마음에 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샤를과 약속한 시간은 한 시였다.

비올렛은 드디어 이 익숙한 성복을 입게 되자 기뻤다. 삼일 내내 드레스 차림은 역시나 여자에겐 무척 고된 일이었다. 일단 조인 허리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저절로 살이 빠졌다. 그러나 넉넉한 품의 성복은 비올렛이 숨쉬기에 편안했다.

상자를 든 비올렛은 문을 열고 나서다 복도에서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는 그 상자를 보더니 그녀에게서 그것을 가져갔다. 별로 무겁지 않았지만 그 배려에 비올렛이 작게 웃었다. 그녀는 거의 하루동안 고민하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경. 부탁이 하나 있어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그녀로서 처음으로 말하는 부탁이었다.

“후작 가에, 에이든을 데려오세요.”

오늘 에이든이 나오지 않고 후작 가에서 쉰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던 비올렛은 그런 명령을 내렸다.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굳었다. 이것이 쓸데없는 참견이라도, 골을 만드는데 기여했던 게 자신이라도 어쩔 수 없다.

“가서, 앤에게도 이것을 전해주세요.”

비올렛이 또 다른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에셀먼드가 그것을 받아 들였다. 그가 말했다.

“그건…….”

“제 호위는 같이 온 아르센 경께 맡기겠습니다.”

“그건 불가능 합니다.”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말했다.

“에이든은 분명히 올 거예요. 에드 경께서도, 분명히…….”

“저는 당신의 호위를 말하는 겁니다.”

“에드 경!”

비올렛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습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에이든과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몇 개월 전 크리처 토벌을 하느라 오랜만에 재회 했을 때, 에이든이 에셀먼드를 보고 얼마나 반가워했던가.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얼굴이 따스해 지는 것을 몇 번이고 보았다. 지금의 그는 에이든을 불편해 했다. 이제 다시 성도로 내려가면 언제 수도로 올지 모른다. 그러니 그 전에 화해가 필요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형제들끼리 따스한 대화를 하고 좋은 추억을 보내길 바랄 뿐이었다.

“제 핑계대지 마세요. 경. 호위를 비우는 건 기껏해야 네 시간 정도입니다. 왕궁에 들어가면 절 노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그마저 에이든 경을 빨리 데려오면 데려올 수 짧아지는 거 아닙니까?”

비올렛의 말에 에셀먼드가 상자를 보았다.

“들어주지 않을 건가요? 제가 처음으로 부탁이라는 걸 하는데.”

“그래도 불가능 할 겁니다. 그 녀석은 오히려 저를 봐서 괴로울 테니까요. 이것은 성녀님이 명령을 내려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젠 제법 오래 그와 같이 있었던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어조가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 비올렛은 그제야 에셀먼드의 진심 한 조각을 엿본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용서 받을리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용서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람은 강요이자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 나름의 배려였다. 미워하고 원망해도 되니, 더이상 죄를 짓지 않겠다는. 그러나 오해든, 실제로 저지른 죄로 화를 내든 꼭 미워하지 않고도 말로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은가? 상대가 미워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비올렛은 그것을 이미 겪어보았다. 미워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용서를 하지 않았기에 더욱더 미워했었다. 그 4년 동안 말이다.

“경.”

비올렛이 말했다.

“경이 더 잘 알잖아요. 후작이, 아니 에이든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간절히 에셀먼드를 보았다. 그 역시 비올렛의 얼굴을 한점의 흔들림 없이 마주했다. 한참의 정적끝에 그가 말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리라도 부러뜨려 데려오겠습니다.”

그 말에 비올렛은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방금 것은 정말로 웃겼다. 진심으로 그가 했던 농담 중에 가장 재밌는 것이었다. 다리를 부러트려 끌려오는 에이든을 상상하는게 어찌나 우습던지 비올렛의 눈에는 눈물마저 맺혔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기다란 은발이 찰랑거리며 빛났다. 언제나 수줍은 듯 손을 가리고 웃었던 비올렛이 만개한 꽃처럼 웃음을 짓자, 주변에 심어져 있는 나무 끝자락에서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꽃이 피어났다.

그때 비올렛의 명령을 받았던 아르센 경이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그녀는 에셀먼드가 들고 있던 상자를 뺏어들어 아르센 경에게 주었다.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성녀의 얼굴을 보며 횡재 했다 케이든 경에게 자랑해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아르센 경을 차갑게 지켜보던 에셀먼드가 말했다.

“두 시간 내로 다녀오겠습니다.”

맙소사, 그 정도 시간이라면 정말 집에 들어가자마자 강제로 데려올지도 모르겠다. 비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분명 그도 집이 그리웠겠지. 그래서 완강하게 버티지 않았던 것이다. 비올렛은 자신이 했던 행동에 뿌듯함을 느꼈다. 부디 왕궁에서 다시 만날때, 사이좋은 형제들이 왔으면 좋겠다. 비올렛은 마차에 오르기 전 에셀먼드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이 끝까지 마차를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

비올렛은 왕성 안에 들어가자마자 샤를의 방에 안내되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샤를의 방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안내된 방에서 잠깐 샤를루스를 기다리던 비올렛이 마련되어있던 차를 마셨다. 샤를루스는 아주 약간 늦었는데, 뛰어왔는지 주홍색 머리카락이 땀에 절어 있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스승님!”

너무 뛰어왔는지 망토에 맸던 브로치가 빠지려했다. 샤를루스가 얼른 그것을 다시 고쳐달고 배시시 웃었다.

연회 첫날 근엄한 왕자로 보이던 샤를루스는 없고 스승을 만나 신이 난 어린 샤를이 비올렛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좋습니다. 스승님.”

“저도 그래요.”

연회는 서로 얼굴만 보는게 고작일 뿐,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이야기를 할 공간과 여유를 주진 않는다. 비올렛은 방을 둘러보다 동화책을 보며 웃었다.

“아직 동화책을 즐겨읽으신 모양입니다.”

그가 얼굴을 붉히며 피식 웃었다. 비올렛은 그가 아직어리다 비난할 마음은 없었다. 오랫동안 동화를 읽는 왕자라니, 그것이 뭐가 나쁜 일인가 그때 야옹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루비! 왔구나!”

샤를이 반가운듯 소리쳤다. 아아 이런!  그래, 얘도 있었지. 이젠 완벽하게 뚱뚱하게 변해버린 고양이를 보고 비올렛은 생각에 잠겼다.

“나를 보았으면 아는 척해라 인간.”

비올렛은 고양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캬앗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창가에 가서 잠들었다.

“많이... 커졌네요.”

“요새는 저보다 음식을 더 가린답니다. 하하...”

그가 난감한 듯 웃으며 테이블을 보았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것을 쳐다보던 비올렛이 웃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자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달콤한 향기가 퍼졌다.

“이게 무엇입니까?”

“저번에, 드시고 싶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초콜렛이요.”

“와!”

초콜렛은 교황성과 인접된 노틸레스 왕국에서 들여온 디저트로 아직 수도에까지 들여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라 비올렛은 초콜렛을 만드는 요리사를 데려가 초콜렛을 만드라 시켰다.

“탄신을 축하드립니다 전하. 조금 늦은 선물이지요?”

“아닙니다!”

그 말에 비올렛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나 먹어봐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선물인걸요.”

비올렛의 말에 샤를이 손을 뻗었다. 모양을 다르게 해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던 샤를은 초콜렛 하나를 골라 입에 넣었다.

“아, 부드럽습니다. 입에 살살 녹아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아, 다행이다. 이 간식은 샤를루스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는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초콜렛의 맛을 음미했다.

“스승님도 하나 드십시오!”

그말에 비올렛은 자신의 앞에 있는 초콜렛에 손을 뻗어 그것을 먹었다.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사실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한다고 에드 경에게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 말에 샤를루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스승님이 에셀먼드 경을 에드 경이라 부르는 날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에셀먼드 경은 어디 있습니까?”

“잠깐 에이든 경을 데리러 후작가로 갔습니다.”

“정말요? 하지만 에이든 경이 분명 화가 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리를 부러트려서라도 에드 경이 데려오겠다고 말했답니다. 두 시간 이내면, 앞으로 이제 한시간 내로 올 것 같네요.”

샤를이 그 말에 키득 웃었다. 비올렛은 어쩐지 샤를의 얼굴이 창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샤를루스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스승님 스승님께 보ㅇ.....”

샤를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 내렸다. 비올렛이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샤를루스가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내다. 비올렛은 토악질을 하는 소리가 그렇게 섬뜩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전하!”

비올렛은 놀라서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성력을 쏟아부어 비올렛은 샤를에게 성력을 퍼부었다. 샤를루스의 혈기가 돌아온 것 같았지만 그는 지금 누워있었다.

“전하, 눈 좀 떠보십시오, 전하!”

아르센 경이 문을 열었다. 그 바깥에 서 있던 아르센경과 샤를의 호위기사들이 눈을 크게 떴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시종들이 달려와 샤를을 부축했다. 의식을 잃은 왕자는 목을 축 늘어뜨린채, 눈동자를 까뒤집었다. 비올렛은 샤를의 몸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하, 전하!”

샤를의 호위기사 한명이 그녀에게서 샤를을 빼앗아들듯 안아 들었다. 비올렛의 목에 검이 겨누어 졌다.

“.........”

“이게 무슨 짓인가!”

아르센 경이 반발했다. 비올렛은 검을 뽑아드려는 기사에게 말했다.

“검을 뽑지 마세요, 경!”

검을 뽑아든다면 정말로 기묘한 대치상태가 된다. 엄청난 양의 피가 토해진 테이블을 보았다. 아토해진 피는 테이블 위에 퍼지고 퍼져 똑 똑, 거리는 섬뜩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싸늘히 식어가던 샤를의 몸의 감촉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검을 겨눈 기사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성녀님, 지금 성녀님은.... 왕족을 시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계십니다.”

아아. 비올렛은 눈을 감았다.

*

그나마 비올렛은 성녀이기에 이런 방에 구금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신의 하얀 옷에 묻은 샤를의 피를 보고 비올렛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샤를은 괜찮을까? 샤를은 무사할까? 한참동안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한시간, 아니 두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방 문이 열리고 국왕이 들어왔다. 국왕은 살기가 등등한 얼굴로 비올렛을 노려보았다.

“폐하, 전하는!”

“두번 다시, 그 사특한 입으로 왕자를 부르지 마라!”

비올렛은 그제야 오해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작이 그렇게 시켰나? 아니면, 교황이 그렇게 시켰나?”

왕의 말에, 비올렛은 말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초콜렛을 조사해보시면......”

“그대가 준 초콜렛에 독 말인가? 이미 찾아냈다. 우리나라에선 없는 독이라지. 가루가 되어 뿌려져 있더군, 아주 교묘한 독이었지.”

“허나 저는 그것을 먹고 무탈하였습니다. 이건!”

“그대가 죽을 수 없는 자라는 것은 그대 스스로가 증명해보이지 않았나.”

이글이글거리는 눈이 비올렛을 향했다. 그녀는 자신이 꼼짝없이 내몰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자를 누가 가져왔지? 아르센 경이었나? 하지만 아르센 경은 오늘 변칙적으로 데려온 사람이다. 그가 독살을 꾀했을리는 없다. 그러나 왕은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너는 불운의 존재라는게 증명되었다. 성녀라는 것들은 신화 속에 머물렀어야 하는 존재, 그러나 아그레시아만이 그 망령이 남아 나라를 나라답지 못하게 한다. 그것이 다음 대의 왕을 ! 나의 왕자를 집어삼켰노라!”

왕이 격노하여 말했다.

“성녀라는 것들이 만들었던 신화를, 드디어 부셔버릴 것이다.”

“폐하!”

그가 불꽃이 튀는 눈으로 비올렛을 노려보았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존재한다면, 너희 무도한 것들이 믿는 신이 진짜 신은 아닐 것이다. 끌고 가라!”

기사들이 난감한 얼굴로 비올렛을 보았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성녀의 앞에서 신을 부정했다. 성녀의 신화를 부셔버린다고 했다. ‘드디어’라니, 도대체 왕은 무엇을 바랐던 것인가!

비올렛은 기사들에게 붙들렸다. 그녀가 끌려간 것은 성의 북쪽에 위치한 탐의 감옥이었다. 왕위 계승권에서 밀려난 왕족들을 유폐하는 방이었다. 그나마 지하감옥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하나 생각했지만 축축한 석벽을 보며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렸다. 체자레가 보여주었던 지하감옥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괜찮을겁니다. 오해는 풀릴 거예요, 폐하가 노하셔서 그런겁니다. 부디 마음을 굳건히 가지십시오.”

기사중의 한명이 덜덜 떨고 있는 비올렛에게 말했다. 비올렛은 그 말에 정신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까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샤를이 쓰러져 버렸다.

“전하는...전하는 지금 어떻게 된겁니까?”

“다행히 해독약을 쓰는 의원이 계셔서 약을 드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식이 깨어나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아마 성녀님께서 성력을 쓰신 덕인 모양입니다.”

비올렛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살아있다니 다행이다. 눈물이 맺히려 했으나 비올렛은 애써 평정을 찾으려 했다. 치명적인 독은 해독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독한 독이었으면 비올렛이 치료를 하기 전에 샤를의 내장을 망가트려버린 것인가. 빨리 눈치챘어야 했다. 아니, 일단 자신이 먹어봤어야 했다. 하지만 비올렛이 먹은 것은 정말로 독이 없었다. 죽지 못한다는 것은 고통을 못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초콜렛에 장난을 쳐놓은 것이다.

기사가 비올렛을 그대로 두고 바깥으로 나갔다. 탑에 노을이 지며 비올렛은 이 좁은 방에 갇혔다. 방의 서늘한 기운이 비올렛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창마저 작아서 바깥이 잘 보이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어째서.”

비올렛이 중얼거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그러나 비올렛은 금세 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감옥 안의 방문자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방, 찾아온 방문객.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졌다.

“안녕 비올렛?”

소름끼치도록 매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다정한 목소리를. 이 인위적이고, 악독한 목소리를.

호리호리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옅은 녹빛의 옷을 입고있는 그의 얼굴은 갸름하다 못해 광대가 튀어나와 날카로워 보일 정도였다.

“다니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

전서구가 성도로 도착한 것은 거대한 사건이 벌어진지 3일 이후였다. 린도는 자리에 앉아 그 글을 읽었다. 휘장 뒤의 그의 얼굴에는 불꽃이 튀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를 악물려 했지만 분노의 표현으로 그는 꽉 깨물었다. 꽉쥔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린도는 격노하고 있었다. 저절로 그가 품은 기운에 결정이 맺혔다. 린도는 이제 어느정도 몸이 회복이 된 상태였다. 그는 휘장 너머로 체자레에게 그것을 주었다 교황의 알현실 끝 너머에는 왕궁쪽에서 나온 전령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전대 교황과 선대 왕 아스토르가가 남긴 유언장을 손에 넣었다라.....”

체자레가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오만불손한 내용이었다.

‘그 고결한 성녀는 결국 자신을 스승으로 섬겼던 연약한 어린 왕자를 죽음의 땅으로 결국 내몰았다. 이것은 너희 기도쟁이들의 간악한 음모이며, 술수임이 드러났다. 성녀는 불행의 존재로서, 왕자에게 그 불행을 옮겨갔나니, 이것은 심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대들이 섬기는 신이 가진 모순을 나는 보았다. 너희들이 그렇게 숨기려던 선대 왕 아스토르가와 그대들의 지도자인 류스프리드가 남긴 유언장은 결국 내 손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 나라의 성녀가 불행의 징조라는 것을 너희 무도한 자들은 숨기고 왜곡해왔다.

우습게도 내용은 이러했다.

‘성녀가 있기에 말룸이 존재한다. 성녀를 죽여라.’

그렇다. 이 나라의 성녀는 처음부터 성녀가 아니라 불행의 징조였던 것이다. 말룸이 나타날 징조가 있기 때문에 신이 성녀를 내려 보낸 것인가? ‘성녀가 있기에 말룸이 있다.’ 이것이 진실이다. 이태껏 왜 성녀가 먼저 등장하고 말룸이 나타나는 것인가. 신이 있다면 말룸이 나타나면 성녀를 보내야 하는것이 아닌가? 그러나 너희들은 내가 살아온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너희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대들의 신화가 조작되었음을 증명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들이 한번 마녀라고 세웠던 성녀는, 다시 마녀로 세워져, 죽음을 내리리라. 죽음이 허락되지 않는 사특한 저주가 걸려있다면, 죽을때까지 죽이고 또 죽여, 신화가 없음을 이 손으로 증명하리.

기도쟁이들이여, 신이 있다면 증명하라! 이 나라는 진실하며 지혜로운 자들의 나라이니, 거짓되며 사특한 자들은 이곳에 목숨을 구가할 자격이 없다.

나는 그 진실에 도달하여, 신의 이름을 빌어 지엄한 왕권에 도전하는 거짓되며 간악한 그대들에게 철퇴를 들것이다!

- 트라이덴 루고 켄셀라이그

체자레가 읽은 서신의 내용을 듣고 신전의 사람들은 모두 침묵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묘한 긴장감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왕은 신앙을 부정했고, 신전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성녀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명백했다.

국왕의 선전포고다.

체자레가 그 종이를 보며 말했다.

“아아, 트라이덴. 결국 네가 선택한 길이 이것이었구나.”

그의 눈이 서글픈 빛을 띄다 사라졌다.

“너 역시도.”

성녀를 버리는구나.

체자레는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며 린도가 앉아있는 휘장으로 다가갔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채로 휘장을 걷었다. 린도의 모습이 신관들 전부에게 드러났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하?”

“나라의 신화와 근간을 부정하다니,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왕이로고.”

린도는 자신의 얼굴이 드러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교황의 아름다운 외모에 사람들이 교황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왕의 선전포고와 드러난 교황 그곳에서 의연한 것은 교황의 정체를 알고 있던 신전기사단 밖에 없었다.

린도의 얼굴이 얼굴이 서늘하게 물들었다.

“어리석은 왕, 그동안 우리가 그 우왕을 참아주고 있다는 것을 모른채 신의(神意)를 거스르는 자는 필요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성하.”

그가 미소지었다. 대신관중 한명이 나타났다.

“하지만 성하, 예하, 아그레시아의 전통은 황금의 눈을 가진 자들에게만 해당됩니다. 금안을 가지지 않는 이상, 왕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하께서는........”

“맞습니다. 저들이 신앙을 부정한다 해서, 우리까지 모든 법칙을 어겨버린다면 세상은 혼돈으로 물들겠지요. 어느정도 귀찮은 룰은 지켜주어야 합니다. 나는 황금의 눈을 가진 자로서의 왕위 계승권을 포기했답니다. 저는 귀족들을 설득시킬수 없습니다.”

신전의 사람들은 미친 왕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남은 왕족은 체자레 밖에 없다.

“예를들어 이건 어떻습니까?”

체자레가 성좌의 단위까지 걸어올라와 린도의 옆에 섰다.

“전대 교황이신 성 류스프리드 님과, 제가, 사실은 왕족의 핏줄을 하나 숨겨왔습니다. 혹시나 왕이 신의(神意)를 잃을 것을 대비해서 말입니다.”

체자레가 허리를 숙여 린도를 보며 말했다.

“그, 그 왕족은 어디에 있습니까!”

신관들이 소리쳤다. 역시나 추기경이다! 사람들을 이끄는 신전의 실질적 주인 답게 늘 앞날을 생각하는 선구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서 흩어졌던 신전파 귀족들도 다시 모을 수 있었다.

“자 성하.”

검게 투영되었던 린도의 머리색이 묘한 적색을 띤 은색으로 변해간다. 그의 푸른 눈 역시 금안으로 서서히 물들어 갔다. 그들은 드러난 그 눈동자를 보고 전율했다.

“신성 왕국은 처음부터 교황이 지배해야 했습니다. 신앙의 나라에서 왕이 있다는 것 부터가 어불성설. 그렇지 않습니까?”

그들은 금안을 가진 교황을 보았다. 교황은 눈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그것이 설령 조작된 것일 지라도 그들은 왕을 갈아치울 수가 있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자신들이 그동안 모시고 섬겨왔던 교황이 왕이 된다. 그들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

“이것이 그동안 반목해왔던 왕권과 신권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화합입니다.”

그들 사이에서 환희가 퍼져 나갔다. 그러나 린도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들은 지금 비올렛을 생각하고는 있는 것인가? 앞선 이익들 앞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린도의 얼굴이 서늘하게 일그러졌다. 지금에 와서야 그는 신앙을 믿지 않는 자들이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저들은 과연 무엇일까. 이 급한 상황에서 저들은 정치적인 것만 떠올리고 있었다.

*

“전쟁이 벌어질거야. 비올렛.”

다니엘이 흥얼거리듯 말했다. 그는 가만히 서있는 비올렛의 곁에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내렵다보았다.

“이 와중에도 형은 운이 좋구나, 감옥에 가둬서 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곧 끌려오겠지. 그건 시간문제 일거야.”

그가 비올렛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그것이 이곳의 유일한 온기였으나 비올렛은 그 손을 쳐냈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것마저 유쾌한듯 미소를 지었다.

“이 나라의 국왕이 신전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신전 사람들은 간과한 모양이야. 왕을 너무 우습게 본거지. 방심했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지, 국왕은 독을 숨기고 있었거든. 폐하께 접근하는건 너무 어려웠어. 하지만 우리 왕자 전하는 날 보살펴주셨지. 아, 왕자 전하는 걱정하지 마 깨어나실 거야. 해독제가 바로 준비된걸 보면 모르겠니?”

다니엘은 진정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듯 말했다.

“그래서 너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어. 자 어때? 이게 바로 내가 만든 지옥이야. 다시 초대된 경험은?”

“네 짓이구나. 네가 전하를....”

비올렛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 왕자님, 참 순진하더라? 형과 에이든의 형제라는 이유로 날 너무 쉽게 받아들였어. 하지만 왕의 미덕중에 경계심도 포함되어 있어야지.”

그가 미소를 지었다. 방금 어린 아이를 죽음직전으로 몰아놓고서도 그는 전혀 죄책감이 없는 얼굴이었다. 비올렛은 얼굴을 붉혔다.

“너, 지금 무슨짓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거야? 너때문에 지금 전쟁이 일어날 거야! 사람들이 죽을거야, 전하에 이어서,  너, 정말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는다는게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

비올렛의 외침에 다니엘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비올렛, 나 때문이 아니야.”

그가 다가가 비올렛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리석은 왕자 때문도 복수심에 미친 왕도, 전쟁을 원하던 추기경 때문도 아니지.”

그가 비올렛의 턱을 치켜들었다. 그 악력에 강제로 얼굴을 마주하니 진득한 눈빛이 비올렛을 훑었다.

“바로 비올렛, 너 때문이야.”

*

“그렇다면 아그레시아에 내전(內戰 : civil war)이 일어나는 것 입니까?”

로디온이 나서서 체자레에게 물었다. 체자레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아래 단으로 내려갔다. 그는 겁에 질린 전령을 보며 말했다.

“성녀님은 무사하시겠죠?”

“무, 물론입니다.”

린도가 뿜어낸 기운에도 그는 충분히 겁에 질려 있었다. 체자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가 안심하자. 전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추기경이 신변의 안정을 확보해주니, 그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전령은 체자레의 홀릴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

“아프지 않을겁니다.”

뭐? 라고 말할 틈도 없이 목이 틀어잡히며 혈관이 터졌다. 피가 터져나오며 체자레의 얼굴을 적셨다. 우지끈 하며, 전령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었다. 자색의 비로드는 튄 피로 붉게 적셔져 있었다.

“방금 내전이라 하셨습니까?

체자레의 얼굴에 튄 피가 똑, 똑, 떨어지고 있었다.  전령의 몸통이 스르륵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물음을 던진 로디온을 보았다. 그것은 이단 심문관으로서 살육을 많이 해본 로디온마저도 오싹해지는 광경이었다.

“아니요, 성전(聖戰 : crusade)입니다.”

그의 손에 들린 전령의 수급(首級)이 달랑거렸다. 붉은 피웅덩이 속,  앞으로 벌어질 붉은 피들의 향연을 축복하듯, 붉은 추기경이라 불리는 남자는 붉게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연초는 전쟁으로 시작해야 제맛 ㅎ

늦어서 죄송합니다...ㅎ.. 이거 35키바에여.. 여러분 제게 추천을 주세요..

추천추천... 추천이 없으면 힘이안나....코멘트도 없으면힘이안나...흑..

기를 끌어모으겠다..크오오오오옷!!

저 내일 못올지도 몰라요.......제가 치과를 가서..

3부의 마지막 에피소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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