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143화 (136/208)

00143  크리스마스 외전   =========================================================================

아그레시아 종교인 절대신의 교리를 따르고 있는 자들은 모두 똑같은 풍습이 있다. 바로 성인(聖人) 산티우스의 탄신일이 그것이다. 신의 현신인 성녀의 탄신일, 특히나 아그레시아의 탄신일도 불분명하여 기념하지 않는 가운데, 성인 산티우스의 탄신일만은 유일한 기록에 남아 있었다. 이 산티우스라는 성인은, 본디 백작의 작위를 가졌으나, 자신의 영지의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는게 너무나 안타까워, 자신의 창고를 개방해 맨발의 아이들에게 신을, 굶주린 아이들에게는 달콤한 간식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것을 그 당시의 성녀, 아피아체레가  그의 공을 높이 사 그를 성자라 칭했으나, 그것이 바로 성인 산티우스였다.

시성(諡聖)을 받고 나서도 그는 영지민의 아이들을 소중히 여겨, 겨울의 아이들이 헐벗은 날이 되면 그는 빨간 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러 다녔다. 그가 죽을때 까지 계속,

그리하여 성자인 그가 태어난 날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날이 되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후작가에서 그것을 경험한적이 없었다. 물론, 에르멘가르트 후작가가 그것을 챙져준 적도 없었다.

에르멘가르트 후작은, 라이셀 백작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것이 한나라의 재상이라니, 아그레시아 성녀가 혀를 찰 일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 우리 시스에게 줄 선물이 도착했다는 소릴 들었지.”

“선물?”

후작이 물어보자 라이셀 백작이 말했다.

“그래, 아주 작은 조랑말을 샀지. 그걸 타고 달리면 얼마나 예...서, 설마 다치지는 않겠지?”

“.......”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른걸 사줘야 하나.. 라이셀 백작이 머리를 쥐어 잡았다. 아주 놀고 있다. 국왕 폐하가 또 아시면 한소리 하실 거다. 후작이 그를 보며 생각했다.

“아, 그런데 자네 이번에도 그냥 넘길건가?”

“이번에도? 사내녀석들에게 선물이 따로 필요한가?”

아들들에게 선물을 주고 기뻐하는 것을 봐도 별로 감흥은 없다. 게다가 그녀석들의 선물이라 해봤자 검이나  책 밖에 더 있겠는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잇는 것이었고, 그것을 주는것이 새삼스러웠다.

“자네 딸, 말이야 딸!”

“........”

“성녀님 말일세, 우리 성녀님.”

후작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성녀에 대한 건 후작은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건가?”

“........”

“오늘이 이브인데?”

“........”

“아들내미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심하지 않은가?”

“.......”

“자네 정말, 나가 죽어야겠군.”

*

이 중요한 날, 빨리 퇴궁하고 싶어 눈치를 보던 아버지들은 후작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일벌레이신 대장군이 지금 일을 하시고 계시는데, 자신들이 먼저 퇴근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했다. 그는 국왕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무려 ‘조퇴’를 한 것이었다!

“......”

왕성기사단과 로얄기사단 내에 파문이 커져 나갔다. 후작, 약 10년 만에 휴가를 쓰다! 어떻게 하면 조퇴를 할까 고민하던 사람들은 후작이 먼저 조퇴를 해버리니, 자신도 따라 조퇴를 하려다 문득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후작은 자신들과 달랐다. 할 일이 있다면,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후작은 심각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 10년만에 쓰는 휴가다. 세상에, 10년만에 쓰다니 후작은 10년동안 성실하게 일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 조퇴서를 내밀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후작과 비교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몇몇 관료들과 군인들은 내미려던 조퇴서를 차마 내밀지 못하고 야근을 하고야 말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에셀먼드가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이제 몇달만 있으면 성인이 되는 소년은 이제 얼굴에 앳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두운 푸른빛 머리카락은 후작과 같은 색깔이었으며, 파란 눈은 바다와도 같이 진하고 깊었다. 소년의 몸은 또래, 또는 서너살 위에 있는 기사들과도 맞먹었다.

“다니엘을 불러와야 할 것인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무슨 일이 있으신겁니까?”

“그래.”

하지만 다니엘은 집에 있었다. 어렸을적부터 몸도 안좋은 녀석이니 바깥에 찬기운을 쐬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그의 아들과 그 뿐이다. 그렇게 결론내린 후작이 물었다.

“에드, 너는 성녀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느냐?”

“성녀님... 말씀하십니까?”

“그래, 오늘은 성 산티우스 탄신일 전야이다. 모든 아이들이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하더구나. 성녀님께 드릴 생각을 해 봐야지, 우리가 데리고 모시는 입장이 아니더냐. 생각해보니 제작년이야 그렇다 치고 작년에도 잊고 넘어갔으니, 이번 해에도 잊고 넘어간다면........”

“.......”

이것은 비상사태다.

에셀먼드의 얼굴이 굳었다. 일단 그의 얼굴에는 눈물을 머금고 훌쩍이는 비올렛의 얼굴만이 스쳐지나갔다.

*

저택에 가서 다니엘을 굳이 끌어올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에이든을 데려오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선물하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기획하는것을 전혀 모르는 두 남자들이 거리에 나서게 된 것이다.

“라이셀 백작은 백작 영애에게 조랑말을 사주었다고 하더구나.”

“사실 생일때 고양이를 한 마리 데려왔을 때 기뻐하셨습니다. 조랑말을 선물해준다면 기뻐할 겁니다.”

확실히, 비올렛이 활짝 웃으며 하얀 손을 뻗어, 조랑말에 다가가는 모습은 상상하기 쉬웠다.

“그러나 말을 타는 법을 아직 제대로 깨우치진 못했습니다. 다칠까 염려됩니다.”

“그렇겠구나... 다친다면, 안 되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그래도 겁이 많은 토끼같은 소녀다. 후작은 그 자그맣고 가느다란 종아리에새겨진 상흔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회초리를 맞은 것도 그렇게나 가슴아픈 일인데, 하물며 아무리 작은 조랑말이라도 낙마사고를 겪는다면! 절 대 안 되 는 일 이 었 다. 그것이 그렇게나 한심하게 여기던 라이셀 백작이 하던 행동과 똑같았으나, 후작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형이라도...?”

“소용없다. 그건 이미 내가 많이 선물했어. 게다가  인형은 티게르난 공작과 엮여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시게 할 수도 있다."

평소 때라면 둔감의 극을 달리는 이 남자 둘은 자신들이 지나친 커다란 실수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었다. 에셀먼드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문실을 봤다는 트라우마에서 겨우 벗어난 소녀에게 또 인형을 보여줬다간.......

“그렇다면 장식같은건 어떻습니까? 머리에 꽂는 그.. 그것을 뭐라합니까?”

거스름돈도 모르는 소년 답게, 그는 머리핀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았지만,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있는 곳에 살아왔던 기사다웠다.

“저번에 보니까, 분명히 목걸이도 좋아했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장신구를... 어디서 산단 말이냐.”

실제로, 비올렛의 드레스를 사는 것은, 라이셀 백작 부인이 담당했다. 그녀는 이 어린 소녀가 품위가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후작이 만족할만한 옷들을 사는것을 그녀의 직속 시종인 앤에게 맡겼던 것이다

“제가 알고 있긴 합니다.”

일단은 그 역시 시찰을 빌미로 여러군데에 나가긴 했으니, 잘 알고 있었다. 장신구 가게는 드레스점 근처에 있었다. 게다가 귀족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은 커다란 장신구가게였으므로 찾기는 용이할 터였다. 그리하여 졸지에 두 남자는, 거의 가본적이 없던  장신구 가게를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전 영지에서 열렸던 시장에서 파는 것은 많았으나 지금은 바깥을 시찰 나온 것이 아닌 성녀님에게 공식적으로 건네주는 선물이다. 따라서 그녀의 격에 맞아야만 했다. 나라에서 대우받아야 할 여인이 아니던가. 그동안 후작은 자신이 그 어린 여자아이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못한 것은 사지 않겠다. 라고 후작은 다짐했다.

그러나 물론, 돈만준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귀한 보석들로 이루어진 장신구들이 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또 세공하는 장인의 이름이 드높으면 드높을 수록 그것은 비싸서 못사는 경우는 없어도, 없어서 못파는 경우는 부지기수인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한번도 이런 것을 사려 해본적이 없던 이 에르멘가르트 부자 같은 경우 오늘이 성 산티우스 탄신일 전야라는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늦어도 한참 늦었다.

게다가 성인 여성들의 장신구가 아닌, 어린 여자아이용 장신구들, 머리띠나 조그마한 목걸이, 팔찌등은 이미 없는지 오래였다. 하급 귀족들만이 하는 듯한 그들이 보기에 조잡해 보이는 장신구들이 다였다. 만약 저걸 선물로 줬다가 그녀가 해맑게 자랑이라도 하면? 라이셀 백작부인이야 믿을만한 사람이니 괜찮겠지만, 혹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것을 하고 나갔다 웃음거리가 될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연하겠지만 무언가를 사는 것을 실패했다.

“흠.”

후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번화가에서 여자아이를 위한 선물이 어떻게 하나 없단 말인가! 인형이라는 거대한 부류가 없어졌으므로 그것은 당연하 것이었다.

“아아 혹시 동물같은게 좋다면 노래하는 새는.......”

“시끄럽다며 싫어하실 겁니다. 새의 말을 알아들으시니까요.”

이전 비올렛이 새들은 너무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에셀먼드가 들은적이 있었다. 대화하다가 얼굴을 살풋찡그리는것은 모두 새가 울었을 때였다. 아름다운 울음소리도 비올렛에게는 그저 수다를 떠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다. 후작과 에셀먼드의 머릿속에는 새를 받아 기뻐하는 듯 하지만 이내 그 수다에 정신을 못차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새장을 열어줘 새에게 자유를 주는 비올렛이 떠올랐다. 그것이 금화 100개짜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채.... 금화 100개가 그렇게 날아가는 것이다.......하늘로 훨훨..

아아.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다치게 하는 조랑말도, 트라우마가 생긴 인형도, 귀한 보석도 사줄수가 없으니. 옷이라도 사줘야 하나?

“드레스는 안됩니다. 별로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

확실히 비올렛은 편한 드레스를 입는 것을 원했다. 화려한 옷을 보면 깜짝 놀라긴 하겠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전야는 가족과 만찬을 하는것이 풍습이라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래, 그랬지.”

이 삭막한 후작가가 그것을 해왔을리는 없다. 에셀먼드 역시 그저 이러한 풍습이라는 것을 알았지 이것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따윈 없는 편이었다. 후작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번 생일파티 건도 있고, 조금 더 괜찮게 해주고 싶은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 쌓인다면 후작 가로 돌아갈 수 없게된다. 이들은 인정해야만 했다  선물을 살만한게 없다. 만약 크고 귀한것을 원했다면, 그것은 이미 주문을 했어야 마땅한 것이다.

라이셀 백작의 말이 후작의 머릿속에 멤돌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라 유일의 성녀를 데려와 놓고서, 그 어떤 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나? 양녀로서 입양하면 그 의무도 다 해야 할걸. 지금쯤이면 그분은 분명히 선물을 기대하고 계시겠지. 아니면 2년동안 선물이 없었으니 기대도 안하고 있겠군. 하지만 우울해하시고 계시겠지. 왜 나는 아무도 선물을 안챙겨주나  내가 나빴나 생각하고 또 자책할거야 그리고 겨우 말수가 많아지신 성녀님은 말수가 없어지시겠지. 그리고 나중에선 신에게 에르멘가르트 가좀 없애달라 할지도 모르지! 아니 일단 다정하시고 착하신 분이시니 그러진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일단 적어도 이거 하나는!

-하나는?

-내가 시수일레에게 한번 그래봐서 알거든. 자네 성녀니께 확실히 미움받을거네.

아직도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미.움.받.을.거.네.

그동안 이브니 뭐니 이야기는 듣고, 그에 맞춰서 수도 내의 치안을 강화한적은 있어도 이 이브가 자신이 관련이 있는, 자신도 치러야 할 행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나!

억울하지만 또 억울해할수도 없다. 일단 아내가 죽은 뒤로 이런 자잘한 행사는 사라진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에셀먼드도 그런 것에 무덤한 편이었고, 다니엘 역시도 거의 병에 걸려 그 날은 그냥 선물이 하나 들어오는 날이었고, 에이든은 어렸을 때부터 챙기지 않아 별 생각이 없었다.

이것도 나의 죄지. 후작은 자신을 자책했다. 결국 그들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비올렛을 위한 선물은 준비할 수 없었다.

조퇴를 하였기 때문에 저택에 일찍 귀택한 후작은 비올렛이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하녀들과 요리사 잭에게 이브에 맞는 요리를 하라 이른 뒤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 이 두 남자는 실패자들이었다. 어쩐지 어깨가 무거움을 느끼며, 비올렛이 잠을 자서 일어나기까지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마치 매를 맞는 아이의 기분처럼, 회색빛의 하늘과 더불어 그들의 마음도 회색으로 얼어붙었다.

정말로 백작에게 맡겼던게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비올렛이 어려웠다. 남자아이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자란다. 그러나 여자아이의 감성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아내가 있으면 분명히 이런 일도 없이 비올렛도 잘 녹아들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죽은 아내와는 딸을 낳고 싶다 이야기 했었다. 아들은 대를 이어야 하니 꼭 낳아야 했지만, 딸을낳아 기르고 싶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하곤 했었다.

그리하여 아내는 없고 딸은 데려왔으니. 어쩔 수 없이 데려왔고, 이 소녀가 나라 제일의 권력을 가졌다 해도. 120년동안의 부재와 그녀의 성정은 후작마저도 그녀를 그저 어린 여자아이로만 보이게 했다.여러 무서운 꼴을 당한채 훌쩍이던 비올렛이 떠올랐다. 아마 오늘도 선물이 없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똑같이 그러겠지. 후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앞둔 죄수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 잠에서 일어난 비올렛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후작에게 꾸벅 인사하고,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난게 설마 울다가 그런것이 아닐까? 이제 보니 눈이 빨개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에셀먼드와 후작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하는게 나을까.

저녁은 조용했고, 에셀먼드 일가의 사람들은 아무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후작은 보통 말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선물을 못가져 왔다 미안해 해야 하는것인가, 아니면 아무말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했고, 에셀먼드 역시 나름의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다. 에이든은 호화로운 만찬을 먹기에 바빴고 다니엘 역시 별로 할 이야기는 없어 보였다.

식사가 걷어지고 디저트가 나올 때 쯤 후작이 무어라고 말하려고 비올렛을 보았다.

“.......”

비올렛은 후작을 보고 있었다. 원망의 말이라도 쏟아부으면 받아들여줄 심산이었으나 비올렛은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후작님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녀의 얼굴은 절대 원망하는 사람이라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억지로 감사를 말하고 있는 표정도 아니었다. 환하게 미소짓는 여자아이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후작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저기 저것들 전부 성 산티우스 탄신일 이브(전야)때문에 만들라 지시한거죠?”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너무 기뻐요, 너무 행복해요!”

“........”

후작은 식탁위에 있는 요리사 잭이 피를 토하며 만든 디저트들을 보았다. ‘스위츠’라고 불리는 것들은 귀부인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이었다. 갖가지 과일을 섞어 하얀 우유크림을 바른 무지개색 케이크라던가, 유지방을 심혈을 기울여 얼린 부드러운 아이스 크림이라던가. 꿀을 발라 사탈처럼 굳힌 생딸기라던가, 산티우스가 좋아 했다는 통나무가 담긴 부시드노엘이라던가. 아니면 커스타드 크림이 묻어있는 슈라던가.

그저 조금 힘만 쓴다면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뿐이었다. 물론 그 말을 잭이 들으면 절대 그런게 아니라 하겠지만,  후작가에서는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파티도 아니고, 겨우 만찬의 디저트는 그에게 신경쓸 영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적에 저 정말 이거 먹어보고 싶었어요.”

부쉬드 노엘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에셀먼드가 일어나서 그 빵을 비올렛의 앞에 가져다 주었다. 다니엘이 웃었다.

“비올렛은 정말로 스위츠를 좋아하는구나?”

“응.”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 역시 말했다.

“아 오늘이 성 산티우스 탄신일 전날이야? 가끔씩은 이런 요리도 먹을만 하네.”

그가 헤헤 웃으며 포크를 가져다 대려 했으나 후작과 에셀먼드의 차가운 시선에 포크를 놓았다. 그는 비올렛의 열두번째 생일때, 비올렛의 케이크를 무너뜨려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전적이 있었던 것이다. 에이든은 입을 삐쭉였으나, 그저 자신의 여동생이 환하게 웃음짓는걸 보고 픽픽 웃었다.

후작과 에셀먼드는 서로 마주보았다. 조랑말과 장신구를 주었어도 이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후작이 팔을 뻗자 비올렛이 자리에서 일어나 후작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래도 조금 겁을 먹은 얼굴이었으나. 후작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환하게 미소지었다. 새하얀 볼에 붉은빛의 홍조가 서려, 한없이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전, 겁에 질린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언제나 금방 꺼졌던 부억의 황금빛 촛불이 계속 해서 타들어간다. 비올렛은 당연하겠지만 준비된 스위츠들을 다 먹지 못하고 아쉬워 했다. 그러나 나중에 더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찾는 건 멀리있지 않았다. 해주지 않은 원망보다는 해주어서 감사하다 말한다. 비올렛은 그런아이였던 것이다. 비올렛이 웃자 식탁이 떠들썩해졌다. 후작은 그 식탁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나쁘지 않았다.

꿈에서조차 나오지 않던 그 따스하고 부드러운 풍경을 보고 그는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 외전입니다.

사실 어 좀 고민했어요.

1. 싯구금 외전 (동굴에서 거사가 이루어졌다면)

2. 전체연령가 외전(이거)

전체가 즐길수 있는 크리스마스의 취지에 맞는 외전을 쓰기로 했답니다.

뭐 19금은 아마 선작 2만이 넘으면 쓰지 않을까요? 노블란에 1편만..ㅎ.?

수더수 외전집 디자인도 나오고 마음은 가뿐하네요. 다음편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향한 때에 돌아오겟음니다

그럼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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