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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36화 (129/208)

00136  제비꽃, 피어나다  =========================================================================

-이사람들...평소때도 이렇게해주지...넘하신것......!!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올렛은 에드가 크리처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까 산의 독기, 어떤 작용인지는 모르지만 에셀먼드는 그것을 오래 견뎌왔던 모양이었다. 뒷머리카락을 잡은 손이 그녀의 볼을 타고내려와 허리를 쓸었다. 덕분에 그녀는 결국 뒤로 넘어가 차가운 돌바닥에 눕혀지고 말았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붉은 눈동자가 빨갛게 빛이나며 열기가 올랐다. 그녀의 작은 숨결을 마쉬던 입술이 그녀의 턱을 살짝 깨물며, 그녀의 목을 지분거리며 깨물었다. 그녀가 윽, 하는 비명소리를 흘렸다. 피라도 날 것 같았다. 한쪽손이 팔을 결박하고 한쪽손이 허리에서 내려와 허벅지를 살짝쓸었다. 그에 갑자기 그와 같은 눈동자색을 한 금발의 형제가 떠올랐다. 비올렛이 겁에 질려 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에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불빛에 비친 그의 붉은 눈동자의 동공이 좁혀졌다. 꽉 붙잡히던 손목의 힘이 느슨해졌다. 그는 자신이 했던 짓에 눈을 크게 뜨며 그녀의 다리로 향하던 손을 뗐다. 놀랍게도, 그는 스스로 이성을 차렸다. 그의 천부적인 인내심에 감탄하며 속으로 씁쓸히 웃던 비올렛은 누워있는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손으로 성력을 주입했다. 하얀 빛이 그의 상처에 흡수되었다.  그의 눈동자색이 천천히 붉은색에서 보라색, 그리고 다시 어두운 푸른 색으로 변했다.

다행이다, 아직 늦지 않았구나. 비올렛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식은땀을 흘린채 얼굴을 찌푸리며 억지로 의식을 찾으려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보니, 아마도 그의 속으로 파고든 악기(惡氣)와 싸운것이 꽤나 힘겨워 보였다.  그나마  자기안에 내재된 본성에 충실해 지는 초기단계라는게 다행이었다.  게다가 에셀먼드의 본성이 흉폭한 편이 아니었다는 것도. 만약 그녀가 어렸을적 살았던 꽃의거리에서 만난 도련님처럼 에셀먼드가 가학적인 성향이었다면 아마 그녀의 저항은 아랑곳하지 않고 에셀먼드는 그녀를 짓씹어 삼켰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의 피부가 변색되어 크리처화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아, 정말 다행이다. 비올렛이 자유로워진 손으로 식은땀난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으며 살짝 미소지었다.

“전 괜찮아요, 이제 자요, 에드.”

그러자 그의 눈이 사르르 감겼다. 쓰러지면서도 그녀에게 해가 될까 그녀의 옆으로 넘어진 에셀먼드를 보며 비올렛은 몸을 일으켜  에셀먼드를 제대로 눕혀주었다. 타닥 거리며 나뭇가지가 타올랐다. 악기에 감염된 와중에 비올렛을 구해서 건져다 놓고, 모닥불까지 피우다니. 그녀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비올렛은 눈썹을 찡그린채 누워있는 에셀먼드를 보았다. 짧은 어두운 푸른 머리색이 보였다. 비올렛은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그 역시도 욕정을 가진 똑같은 사내라는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실망감이라기 보다는 검은 죄책감이 되어 마음을 어둑하게 물들여 나갔다.

비올렛은 그가 얼마나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잘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귀족아가씨였어도 분명 그를 동경하고 좋아했으리라. 그럴만한 사람이었으니. 그러나 그렇게 뛰어난 그도 귀족 남성인지라 그대로 갔다간 분명히 아름다운 페트리샤와 결혼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본능따윈 억누를 필요 없이, 이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 자명했다.

자신의 곁이 아니었다면 이런 고생따윈 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명예로운 곳에서, 언제나 고귀하게 빛나는 명성을 가지고 칭송받으며 국왕의 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가정일 뿐. 촉망받는 기사였던 그는, 비올렛의 곁에 가디언으로 남았다. 당연하겠지만 이것은 그에게 약속되어 있던 빛나는 자리도 아니였으며 그가 바라는 영예로운 자리는 아니었다. 또한 그는 아름다운 아내와 가족을 만들어 대를 잇는것도 불가능했다. 에셀먼드에겐 소유라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에게 허락 되는 것은 소유받는 것이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것이었다. 오로지 그를 소유한 것은 그녀였다. 애써 부정하려 했던 저열한 충족감, 그런 이기적이고 질투심 많은 불경한 마음을 가진 자신에 대한 혐오로 그녀의 마음은 검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커먼 색깔이 아닌,  슬픔이 짙어져 까맣게 보이는 보랏빛이었다.

불의 환한 빛이 그의 서늘한 이목구비를 덮어 음영지게 했다. 붉은 빛이 일렁이며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을 비췄음에도 그는 언제나 싸늘해보였다. 잠든 얼굴마저 그랬다. 코 아래의 다물린 선홍색 입술이 보였다. 방금까지의 입맞춤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비록 악기로 인해 충동적으로 했을 지언정 그와 입을 맞추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기쁜가? 하면 기이하게도 그런것도 같다. 두려워 한 주제에, 그 속에서 자신을 여자로 봐주며 안으려 했다는 것에 작은 기쁨을 느끼는 자신이 있었다.  비올렛의 창백한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비록 그가 이것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이 실수였다 생각하더라도 그녀는 이 감촉을, 이 느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영원히. 비올렛은 이러한 것에도 기뻐하는 자신에게 조소했다.

그러다 비올렛은 문득 자신에게서 상당히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강에 표류하며 씻겨졌을 얼룩이지만. 크리처로부터 묻은 점액질은 물에도 잘 씻겨나가지 않는 것인지 끈덕졌다. 오히려 크리처들을 죽여 피범벅이었던 에셀먼드는 그 피가 물에 씻겨나간것인지 더욱 더 깨끗한 몰골이었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이었다니. 아니, 일단 깨어나면 이런 몰골로 어떻게 그를 본단 말인가. 이 상황에 비해서 사소하지만, 그녀에게는 중대한 고민이었다.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끗하고 맑은 달밤이었다. 물에 빠져서 건져졌다면, 이 근처 물이 있을 것이다. 비올렛은 망설였다.

크리처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신부를 찾아 애타게 우는 산부엉이 소리나, 위협적인 소리가 나는 맹수의 소리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동물들은 크리처들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평화롭게 울고있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지나가던 족제비에게 물었다.

“거, 저런것들이 오면 저 미친 부엉이 새끼들이 저렇게 노래나 부르것소?”

“........”

언제나 동물들은 특이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말이 통하는 것이 신기한 아기 산새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인간, 안위험! 안위험!”

시야가 넓은 동물들의 확인까지 받았으니, 그녀는 안심하고 바깥을 나갈 수 있었다. 산새 중 한명이 재잘거리며, 이곳에 작은 호수가 있다 말했다. 멀리나가지 않아도 바로 볼 수 있었다. 호수는 달빛이 산산히 부서져 내려 푸르게 반짝이고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비올렛은 끔적한 점액이 눌어붙은 망토를 벗어 물에헹구었다. 호숫물은 투명하고 맑았다. 조금 망설이던 비올렛은 자켓과 조끼, 그리고 바지를 하나씩 벗어 나갔다. 그녀의 가냘픈 몸에 걸쳐져 모든 게 벗겨져 내려갔다. 비올렛은 망설임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몇걸음 걷자 수심이 허리까지 차올라 이 정도면 적당했다. 새하얗고 동그스름한 어깨가 달빛에 하얗게 빛이 났다. 기다란 젖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모아 앞으로 늘어트려 물에 씻은 비올렛은 자신의 머리카락에 붙은 크리처의 손가락을 보고 기겁했다.

손을 들어서 몸에 있는 점액을 손으로 문질러 씻어냈다. 그 악취에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쉽게 벗겨지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면서 비올렛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몸을 씻는 것 따위가 중요한가. 아니, 그녀가 만족하는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다 해도 애초에 소용없는 발버둥이 아니던가. 아니, 사실 애초에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자그마한 동굴 속을 나오니 의식적으로 잊으려 했던 모든게 다시 생각났다.

크리처들은 더욱 더 늘어났고, 사람들은 죽었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나?  천? 이천? 비올렛이 생각했다. 그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저번에 역병 의 일도 그렇고, 지금 그렇다.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실패만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목숨을 바친 기사를 생각했다.

로디온도 그렇고, 다른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숨을 바치려다, 크리처가 되었고, 아니면 크리처에게 목을 잡아 뜯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죽어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두 손을 들어 한참동안 얼굴을 감싸 엺은 달빛으로부터도 시야를 차단한채 흐느꼈다.

무거웠다. 모든게, 두렵지 않다는건 거짓말이었다. 아직도 변색된 피부로 어기적걸어오는 크리처의 모습이 섬뜩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것이 말룸이 보내는 경고의 메세지라는 것도, 알았다. 죽이려는거다. 자신을, 이렇게..... 고통을 주려는거다. 그냥 죽지는 않겠다고, 괴로워하라 그런 것이다.  저주스러운 말룸같으니라고, 저주스러운 신 같으니라고. 제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한참동안 비올렛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것이 괴로워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 저주스러운 신은 마치 세상에서 그녀가 가장 괴롭게 하는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듯, 이렇게 그녀를 만들어놓기만 했다. 이토록 이기적이고 비틀리게 했으면서 왜.

“인간! 위험, 인간, 위험!”

비올렛이 산새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비올렛이 움직이자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그녀가 호수 입구쪽을 보았을때, 그녀는 검은 인영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푸르스름한 달빛이 그 산을 비추었다. 에셀먼드가 서 있었다.

비올렛은 완벽한 나신이었다. 고고한 달빛은 자애롭게도 모든 것을 평등하게 비추었고, 비올렛의 나신은 에셀먼드의 머리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등에 몇가닥 내려앉은 머리를 제외하고 한쪽으로 넘겨 분명히 그의 눈엔  완만한 곡선을 그려 떨어지는 어깨와 가냘픈 등과 허리가 눈에 들어왔을 터였다. 머리를 감기 위해 한족으로만 넘기는 바람에 몸을 틀자 여과없이 그녀의 나신이 보였다. 굴곡진 한쪽 젖가슴과 배꼽역시 보였을 터였다. 비올렛은 지금 머리가 멍해진 상태였다. 두 눈을 가리고 앞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야가 어둑했고, 에셀먼드가 일어나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따윈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는 것 역시도 비올렛의 사고를 방해했다. 에셀먼드가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왔다. 그의 걸음은 다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경?”

비올렛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셀먼드는 옷이 젖는것도 상관하지 않고 호수 안으로 들어와 비올렛의 등 뒤에 섰다. 어쩐지 빠른 호흡을 내뱉는 숨소리가 맨살에 닿아 유달리 뜨겁고 빠르게 느껴졌다. 그것에 등골이 오소소 소름이 돋은 비올렛은 그제야 등을 돌리고 가슴을 가린채 고개만 돌려 에셀먼드를 보았다. 달빛탓일까, 그의 눈동자가 열기를 품은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눈을 깜빡이자 비올렛은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서늘함을 품은채 푸르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비올렛에게 그가 걸치고 있던 붉은 망토를 벗어서 그녀의 옷에 걸쳐 주었기 때문이었다. 걸쳐주느라 뻗어진 두팔이 비올렛의 맨 어께에 어쩐지 길게 머물렀다. 마치 그에게 안긴 것 같았다. 그가 주는 망토를 잡아 몸을 가리자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귀에 속삭였다. 숨결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지지 않은 귀에 닿아 간지러웠다.순간 그가 깨물었던 목이 따끔거렸다.

“일을 다 마치실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냥 동굴로 돌아가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호수 밖으로 나간 뒤였다. 비올렛은 한참동안 붉은 얼굴로 등을 돌린채 멍하게 서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몸을 씻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긴 망토를 몸에 감싼 비올렛이 몸을 돌렸다.

“.........”

생각해보면 그냥 옷을 입으라 말하면 되는것을 왜 이렇게 망토까지 줘가며 그렇게 말한것일까. 그녀는 고개를 갸웃 했다. 저기 서 있는 에셀먼드의 뒷모습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이 독자님들이!! 평소때도 이래주면 좀좋나여....ㅎ...그러면 무리해서라도 매일돌아갈텐데..ㅎ...ㅎ.........

그래도 우리 독자님들 추리하는거 보고 뿌듯한 맛에 삽니다.

아 크리처에 대해서는 어 에이든이랑 린도랑 만나는 편에 서술해뒀는데 정보가 부족한것같아 설명충적인 설명이 몇개 들어갔네여 양해 부탁드려용

이 씬은 어 음.. .야하네요.. 야해..뭔가 야해...여러분 에드가 뭔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행동하고 있지 않나여? 아니 뭐 나만알면 말궁 ㅎ

++추가 이사람들아 에드 사심 변태아녀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드도 당황할때가 잇다는걸 눈치를 못채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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