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5 제비꽃, 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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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도의 얼굴이 유례없이 싸늘하게 굳었다. 언제나 부드러워 보이던 인상을 주는 얼굴이 분노를 머금자 그것이 주는 차이는 엄청 났다. 마치 서늘한 찬바람이라도 그로부터 불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에이든은 그것에 놀랄 겨를이 없었다. 그 역시도 굳은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너덜해진 옷을 입고 있는 성기사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모두들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에이든은 저 남자가 레기우스 살바나때 에셀먼드의 팔을 상처입힌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만해 보이던 성도의 기사는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만나러 왔더니 그 둘은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고한다.
에이든은 하루 전 상황을 떠올렸다. 결국 샤를은 편지를 린도에게 주었다. 국왕은 수도 바로 옆 영지를 지배하는 라이셀백작과 메르핀 백작의 기사단까지 동원했다.아마도 강너머에 있는 성기사단들의 수에 비해 부족함이 없도록 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다.
크리처라는 것이 내려왔다는 것에 모두들 긴장했다. 하지만 에이든은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형과 비올렛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 미청년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는듯해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러한 가벼운 마음은 백작령의 성벽을 열자마자 사라졌다.
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온 이형의 것들이 주는 기괴함은 그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보다 끔찍했다. 그들은 이지가 없었고, 불결하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것들 보다 더욱 끔찍했다.
핏빛의 새빨간 눈을 한채 거의 초록색으로 변색되어버린 피부를 한 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같은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에이든은 검을들어 그들을 하나 둘 씩 베어나갔다. 신관의 수가 적은게 걱정이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갑주를 입어 상처를 덜입은것도 있었지만. 저 미청년이 성력을 쓰는 속도가 어찌나 정교한지 아마 비올렛도 이정도는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신관들보다 기사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시스벨 남작령의 처리를한 비올렛이 신관을 끌고 넘어아야 했다. 린도는 소규모의 왕국 기사단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아직 감염이 안된 지역으로 크게 우회하여 만나기로 한 다리 건너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비올렛은 전서구를 통해 보낸 시간이 지난 한참 후 까지도 오지 않았다. 다리 너머 잔잔한 강물이 보였다. 린도가 휘파람을 불며 손가락을 하늘 높이 들자 새 몇마리가 린도의 주변을 돌았다. 하얀 비둘기가 그의 손에 내려 앉았다. 그리고 린도는 강이 아닌 강 위로 몇시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산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갑시다. 산이요.”
“산말입니까?”
이쪽도 시스벨 남작령과 닿아있는 곳이긴 했다. 하지만 강에 다리가 생기면서, 저 곳은 사람들이 굳이 가는 곳이 아니었다. 다리를 놔두고 왜?
“성녀님께 무슨 일이 생겼습니다.”
린도의 말에 에이든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그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산이 있는 상류쪽으로 향했다.
“!”
강에는 사람들의 시신이 떠내려오고 있었다. 또 시체들이 보이나 싶었으나 자세히 보니 강을 건너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게 무슨.....”
기사들이 검을 뽑아들었으나 린도는 손을 들었다. 린도는 얼굴을 찌푸리며 강을 건너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로디온 경을 비롯한 세명의 기사였다. 그들은 숨을 몰아쉬며 린도를 보고 있었다. 눈 색이 모두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린도가 팔을 뻗어 엄청난 양의 성력을 썼다. 새하얀 빛이 그들의 몸 전체를 감쌌다. 빛이 사그라들자 그들의 눈색은 공포스러운 크리처의 색이아닌 자신의 원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기사들 중 한명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서..”
린도가 검지 손을 들어 쉿, 하는 소리를 냈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의 교황이 신관복을 입고 있으며 나머지 기사들은 그들 옆에 있는 청년이 왕국군의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가디언을 닮아 있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남작령 전부가 크리처들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성안에 있는 신관들이 모두 전멸당했습니다.”
그 말이 주는 충격은 기사들 사이로 퍼졌다. 에이든은 얼굴을 찌푸리며 기사들의 입단속을 눈짓으로 지시했다.
“성녀님은 산으로 넘어 하버 백작령까지 가게 했습니다만, 아직 소식이 없으셨던겁니까?”
“성녀가 산에 갔다는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로디온 경. 그러나 그대들은 왜 산이아닌 강쪽으로 내려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청년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로디온이 무어라고 하려고 했다.
“성녀를 지키지 못한 그대들은 왜 살아있는겁니까?”
그 말과 함께 서늘한 무형의 기운이 청년을 둘러쌌다. 에이든은 생각외로 잔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린도를 보았다. 그저 이상한 미청년이라 생각했던 신관은 대신관의 지위라도 되는 것인지 사람들 모두 은근히 그를 따랐다. 바사삭거리는 살얼음같은 위태함이 그들을 감쌌다. 남자의 파란 눈은 얼음이라도 되는 것 처럼 그들을 쏘아보았다.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로디온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빠져나온겁니까?”
“종탑, 종탑에 강쪽으로 빠져나가는 비밀통로가 있었습니다.”
몇번의 아찔한 추격끝에 도착한 곳이 강이었고, 그들은 크리처에게 목숨을 뜯기느니, 강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크리처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린도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만은 인지했다.
“죄송합니다. 신관님.”
로디온의 말에 린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사과를 받아들이는게 아닌, 그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냉정한 태도였다.
“산으로 가는게 좋을것같습니다, 신관.”
“그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이든의 말에 린도가 말했다. 린도의 싸늘하게 가라앉은 얼굴은 어딘지 모를 위압이 풍겼다. 평소였다면 린도가 미심쩍다 생각했을 에이든이었지만 지금은 형과 비올렛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몇개월만에 만나는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일을 그저 재회의 장으로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이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산적토벌건으로 정식 기사들을 따라 기사수행만 다녀왔던 그로서는 이런 끔찍한 곳에 어린 지휘관으로서 있다는 것과, 그 끔찍한 곳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크리처들은 이상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성으로 몰아 넣고, 공격했습니다. 죽은 시체들역시 살아났고요.”
“죽은 시체들?”
린도가 얼굴을 찌푸렸다. 린도 역시 크리처에 대해서는 읽고 또 읽었다. 크리처에게 감염당한채로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이 크리처였다. 그러나 크리처에게 생명이 끊길만한 공격을 당해서 죽은 시체들은 다행이도 크리처화 되지 않았다. 후버 백작령에서 그들은 시체를 많이 목도했다. 그렇다면 그들역시 그렇게 변한단 말인가?
“기록과는 너무 다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이번 대의 말룸은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힘을 가졌기에, 벌써부터 크리처들을 만드는가. 그저 조용한 ‘징조’에 불과했던 크리처들이 성녀의 목숨에 위협이 되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마치 성녀를 죽이기 위해 아득바득 애를 쓰고있지 않은가. 더욱더 집요하고, 강력하게. 린도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린도가 변했던 것 처럼 언제나 무기력해 보였던 비올렛 역시 변해가고 있었다. 이번엔 살리리라 다짐했던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것이라면 너무나 잔인했다.
신이여, 부디 당신의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린도는 버릇처럼 그의 신을 찾아 빌었다. 목숨을 잃지 않을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가 겪을 고통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
똑.
물방울이 고여있는 물을 두드리는 맑은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인 그 소리에 비올렛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누워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몸이 따스하다는 것도. 부서 질 것 같은 몸을 일으켰다. 물에 젖었었나. 신발을 신은 쪽 다리가 축축했다. 몸을 일으키자 자그마한 붉은 불꽃이 보였다. 고개를 둘러보니 그녀는 천장이 높은 동굴에 있었다. 몸이 으스러진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가만, 왜 이렇게 몸이 아프지.......
“에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행여나 놓칠세라 팔을 꽉 껴안은 몸을 기억한다. 한팔로는 허리를 한 팔로는 머리를 끌어안은채 하늘에서 떨어졌다. 몸이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싸늘함이 그녀를 덮쳤다. 곧이어 귀가 먹먹해졌다. 물이 그녀를 삼킬듯 눈과 코로 덮쳐와 그녀의 숨통을 막았다. 수영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나 갑작스럽게 폐에 물이 찼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서 동굴의 돌벽에 기댄채로 눈을 감고 있는 에셀먼드가 보였다.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에셀먼드가 숨을 내쉬는 것을 발견하자 안심했다.
“경?”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불렀다. 의식을 잃은 것일까, 잠이 든것일까. 둘중 어떤 것이라도 그의 상태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분명 저렇게 보여도 그도 사람인지라 타격을 안받는건 아닐것이다. 그에비에 비올렛은 무사했다. 바보같이 왜 그녀를 감싸느냔 말이다. 그라면 높은곳에 떨어져도 조금더 자신을 지킬만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녀가 죽지 않는다는 것은 모르는가. 그렇게나 자신을.... 아닌, 생각해보면 산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 떨어진 것이라 그렇게 높은지대도 아니었고, 물 위로 떨어진 것 때문에 큰상처는 입지 않은 듯 했다. 에셀먼드는 그런것까지 계산하고 몸을 던졌으리라.
그럼에도, 자신을 감쌌다는 것에 심장이 아릿했다. 자신은 무엇이기에 이 사람을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게 만들었던 걸까. 우선 눈에 보이는 상처를 치료하려 비올렛이 팔을 뻗었다. 물에 그녀를 끌어올리면서 갑주가 벗겨졌는지 망토를 입은 평상복차림이어서 상처가 더욱더 잘 보였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있던 생채기를 하나 하나 치료했다. 따스한 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더욱더 완벽한 치료를 위해 손이 그의 가슴팍에 닿는 순간이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손목을 강하게 틀어쥐는 악력 느꼈다.
“경?”
그저 자고있었던 것 뿐인가 어쩌면 실례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렛은 피가 얼룩진 자국이 있는 그의 허리쪽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손이 닿는 것도 싫다는건가. 그녀는 슬며시 얼굴을 찌푸리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 말할 요량으로 고개를 들었다.
“에세.....흡!”
숨을 쉴수가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전해진 열기가 탐욕스럽게 그녀의 숨결을 삼켰다. 틀어잡힌 손목에는 필요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 한 손은 그녀의 뒷목을 그에게로 고정시킨 채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너무 놀라서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뒤로 넘어가려던 몸이 물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파고들었다.
“하아.”
숨이 막혀 애탄 숨을 흘렸다.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이 굳었다. 그녀가 그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 할수록 그의 입은 갈급하게 그녀의 입을 농락하며, 삼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절대로 이럴리가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그가 지금 어떻게...? 그러나 지금 그럴 사람은 이곳에 하나 밖에 없지 않는가. 꿈이라기엔 생경했고, 현실이라기엔 꿈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잔혹했다. 흩어진 이성을 겨우 모아 파악한 사실은 너무나 간단하며 엄청난 것이었다.
에셀먼드가 끊임없이 자신의 입술을 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
비올렛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그녀는 이것이 현실임을 자각했다. 검푸른 눈동자일 그의 눈동자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 작품 후기 ============================
자 여러분 또 저와 내기를 해볼까여..?
대둉함다.. 이런 감질날때제일 끊기 싫을텐데 ㅠ.ㅠ 아니 제가여.. 사실은여
나락의 끝에서도 꽃은 핀다라는 소설에 빠져서.. 제소설 덕질해도 모자랄판에
남소설에 빠져서...노블까지 결제하고..그거 보느라고..막 밤도새고..막...
ㅠ.ㅠ........
지금 열심히 뒤에 장면쓰고있어여! 자 여러분 한시간 미션입니다!!!!
저 한시간만 기다렸다 잘거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