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제비꽃, 피어나다 =========================================================================
비올렛이 가는 곳은 크리처의 근원지인 시스벨 남작령이었다. 일단 비올렛은 이곳에 있는 크리처들 부터 처리한채로 강을 건너 산을 넘어 후버 백작쪽으로 합류해야했다. 다행히도 시스벨 남작가가 지배하는 영지는 남작령은 자그마했으며 주변에 큰 강이 흘러 성도쪽으로 오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다만 산으로 인접한 후버백작령만은 그것을 피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낮임에도 성벽으로 들어간 입구는 어둑했다. 비릿한 내음을 품은 습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조심하십시오.”
그 말에 비올렛이 그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다. 로디온이었다. 에셀먼드가 상처를 입혀도, 그녀를 섬기는 맹목적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비올렛은 후,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썩은내가 서서히 풍겨오고 있었다. 폐쇄되어있던 성문을 열고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비올렛과 신관들을 중심으로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성문안의 도시는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그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은, ‘살아있는것들’에게서 비어있다는 말이었다. 마치 그녀에게 보여주려는 듯, 알몸의 여자가 늘어져 있었다. 여자의 몸뚱아리는 멍 투성이었고 몇군데는 살점이 벗겨 너덜해져있었다. 끔찍한 참상에 사람들이 모두 비통의 침음을 내뱉었다.
“성녀님 눈을! 무엇을 하느냐, 어서 저걸 치우지 않고!”
로디온이 곁에서 소리쳤다. 비올렛은 로디온에게 손을 들어 그것을 만류했다. 딱봐도 무슨짓을 당했는지 뻔했다.
“괜찮습니다. 익숙해요.”
산적들에게 습격당했을때도, 꽃의 거리에서도, 또 꽃의거리가 불탔을때도 봐왔던 광경이었다. 한 마을이 아닌 도시가 이렇게 고요하고 적막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비올렛이 봐왔던 황폐한 심상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여러구의 참혹한 시신들을 지나 영지 가운데에 있는 남작의 성에 가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남작의 성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었다. 비올렛은 어둑한 성 내를 보며 불길함을 느꼈다. 이곳은 내륙지방인지라 성의 규모가 큰 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방어도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성기사가 소리를 쳐 그를 불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성 안에 들어가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올렛은 말에서 내렸다. 그와 동시에 물컹거리는 무엇인가가 밟혔다. 말 위에 있어서 그저 돌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마치 썩다 못해 삭아버린 과실처럼 끈적하게 내려 앉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했다. 발을 떼자 끈끈한 붉은 점액이 달라붙었다.
“.......”
그와 동시에 악취가 풍겼다. 사람들이 모두 코를 막는 순간이었다.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동시에’ 크리쳐는 자신들이 점령한 성의 창마다 고개를 쭉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쿵, 쿵, 하며 무언가가 떨어졌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자신을 뒤로 돌렸다는 것을 알았다.
철퍽 거리는 그것은 모두 사람이었던 크리처였다. 성의 높은 창에 있음에도 그들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흥분해서 뛰어리는 것이다. 그것들이 붉은 눈을 하고 있는 크리처임에도, 모습은 인간과도 같아 마치 자살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개중 똑똑한 이들이 찢어지는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다. 비올렛을 지키는 대열은 그다지 흐트러지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본 크리처들의 모습은 더욱 끔찍했다. 그들은 마치 피가 흘러내리는 듯한 붉은 눈을 한채 변색된 피부를 하고 있었다. 인간이었던 모습은 그저 사지만 그러했을 뿐 허리는 굽었으며 심지어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것들도 있었다. 길게 늘여진 혀에서는 타액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들 처럼 살점이 너덜너덜한 상처를 입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저렇게 변한다고는 했다. 이곳을 담당하는 신관들의 목숨 역시 아마 다했을것이다. 성안에 있는 시스벨 남작일가 역시 마찬가지일것이다. 훈련된 기사들도 힘으로 당해내기 힘들 정도로 크리처 하나하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는 크리처들의 숫자를 훨씬 상회했으며 그들의 처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하게 끝났다.
“후. 생각보다는 별거 아니었군요.”
옆에 있던 성기사들 중한명이 억지로 웃으며 크리처의 머리를 발로 찼다. 사람이었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비올렛은 생각에 잠겼다. 끈적한 점액질이 곳곳에 그득했으나. 크리처가 독기가 올라 그들을 공격해도 신관들이 치료를 했으니, 커다란 손실없이 끝낸 셈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물리칠수있다는 자신감이 서렸다. 그도 그럴법한게 성안에 있는 크리처가 다였고, 나머지는 시신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감염이 되면, 크리처가 되는것이지 죽고나서 크리처가 되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잔뜩 긴장해있던 성기사들 역시 안심했다. 두꺼운 갑옷과 신관만 있으면 생각보다 금방 처리가 가능할듯했다. 비올렛 역시 내심 안도했다. 그녀의 머리는 끊임없이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때마침 하얀 비둘기들이 그들의 하늘을 세바퀴 돌았다.
“이거 받아라 인간! 이거 받아라 인간!”
“.......”
언제나 전서구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비올렛은 손을 뻗어 그 꼬깃한 종이를 펴서 읽어본 후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입니까?”
에셀먼드가 다가왔다. 로디온 역시 비올렛의 얼굴 변화에 당황해서 다가왔다.
“에이든이 온다고 합니다.”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졌다. 사람들은 비올렛보다 더 변하기 힘던 가디언의 얼굴이 변한다는 것에 놀랐다. 뭘까? 그 에이든이란 사람이 뭔가 이상한 사람인가? 기사단은 서로 쑥덕거렸다.
“이틀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만......”
“그녀석이...”
에셀먼드와 비올렛이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하루정도는 여기 쉬었다 강을 건너면 될 듯 합니다.”
에셀먼드의 말에 로디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휘관은 로디온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비올렛은 로디온을 보며 물었다.
“로디온 경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가디언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성문을 닫고 야영준비를 하라 했다.
*
비올렛은 남작의 방을 둘러보았다. 급하게 도망친듯, 세간의 모든 것들이 흩어져 있었다. 단란한 가족들의 초상화를 보며, 비올렛은 참담함에 눈을 감았다. 언제나 후회, 후회만이 뒤따랐다.
“혹여 크리처가 남아있을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대답했다. 이곳 역시 집이라 생각한다면, 이곳은 주인이 없어진 집이었다. 성벽의 눌어붙은 핏자국들이 참상을 대변했다.
“주무셔야 합니다.”
“못주무셨으니까요.”
이런 곳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리가 없다. .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신관들 역시 두려운 기색으로 모여 들었다. 아마도 같이 자려는 듯 했다.
비올렛이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자 에셀먼드가 엄한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남기는건 매한가지였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에셀먼드의 식사를 보니 이미 다 비워진지 오래였다.
“경은 이게 별로 끔찍하지 않으신가요?”
“이것보다 끔찍한건 많이 겪었습니다.”
그는 전쟁터를 혼자 경험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비올렛을 포함한 모두의 식욕감퇴가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여자 시중이 없다는 것은 언제나 좀 불쾌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성녀님을 보호해야 한다며 목욕물을 가져다 바치는 신관들을 보며 비올렛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역병이 있던 마을에서도 몸만 닦았던 비올렛이었다.
“쉬십시오.”
에셀먼드가 방 안에 들어오며 말했다.
“갑자기 방은 왜....”
“특별사항이 아닙니까. 방 밖에 호위 하나, 안에 한명 세워두는게 안전합니다.”
비올렛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 더욱 더 잘 수 있을리가 없다.
“아무리 일이 쉬워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성녀님.”
에셀먼드가 말했다. 비올렛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몸을 씻었음에도 함부로 잠옷으로 못갈아입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앉아있으라는 명령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비올렛 역시 마련된 침대에 앉아 말했다.
“그래도 내일이면 에이든을 볼 수 있네요.”
비올렛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을 흘낏 바라본 에셀먼드가 물었다.
“보고싶으셨습니까?”
“당연하죠.”
그러다가 그녀는 너무나 강하게 긍정한 자신을 깨닫고 얼굴을 찌푸렸다. 괜히 에이든 따위에게 설레하는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에르멘가르트 후작이라 해야하나요?”
“.......”
에셀먼드가 굳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약간 장난이 섞인 말이었지만 ‘후작’이라는 작위는 이토록 무거웠다. 비올렛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갔다. 에셀먼드는 에이든에게 작위를 물려주고 떠난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 비올렛은 입을 열었다. 물어볼까 했던 질문은 다시 삼켜지고야 말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견딜수 없을 것이었고, 아니라고 한다면, 그 답을 신뢰할 수 없어 어차피 소용없는 질문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주무십시오. 깨워드리겠습니다.”
만약 눕지 않으면 꼭 억지로 눕히겠다는 것 처럼 느껴졌다. 비올렛은 결국 누웠다. 잠이 오지 않을것 같았으나. 그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번 꿈에는 그 어느것도 지켜보지 않는 안온한 어둠속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 비올렛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악몽에서 벗어나 푹 자고 있었다 그때 붉은 두 눈이 다시 나타나 비올렛이 눈을 번쩍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또......”
에셀먼드가 숨을 헐떡이는 비올렛을 보며 말하다 갑자기 검을 빼어 들었다.
“경?”
“준비하십시오.”
그 말에 비올렛이 검과 화살을 허리에 맸다.
“이게 무슨.”
“습격입니다. 방금 검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비올렛이 헝클어진 머리를 하나로 깔끔하게 묶었다.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셀먼드가 방 문을 열었다. 앞족 호위하던 기사가 다른 기사와 검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이게 무슨...!”
“한사람은 감염됐습니다, 가, 가디언! 도와주십시오!”
기사가 힘겹게 검을 막아내며 말했다. 에셀먼드가 검을 뽑아들어 그의 허리를 베었다. 비올렛이 재빨리 다가가 그를 치료했다. 그러자 반대편 기사의 붉은 눈이 다시 원래의 제 색을 찾았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검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지않아서 다행입니다.”
비올렛이 말하자 그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좁은 성에 크리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파인트 경!”
방금 크리처 화 되었던 기사가 놀라 소리쳤다. 기사의 옷을 입은 그는 완벽하게 크리처화 되어 있었다. 에셀먼드가 그의 허리를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피가 흩뿌려졌다. 비올렛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제기랄, 신관들은 무엇을 한거지!”
그들은 이를 갈았다. 성벽 탑 위로 올라가자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보였다. 크리처들이 성벽을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애초에 성벽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크리처들을 몰살 시켰다. 비올렛은 성루 위에서 울부짖고 있는 여자 크리처를 보았다. 분명 성벽에 들어갔을때의 그 여자였다.
“........”
기록대로가 아니다. 죽은 사람은 크리처가 될 수 없다. 살아있을때 감염된 것들만이 살아있는 ‘시체’가 되는것이다.
“함정입니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우릴 성으로 유인하다가 몰아넣고 습격한겁니다.”
“하지만 경, 크리처들은 이지가 없잖습니까!”
비올렛이 말했다. 그랬기에 쉽게 성벽에 들어 온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싸움패턴역시 전략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보면, 이것은 함정입니다.”
모든게 기록과 달라지고 있었다. 크리처 역시도 적어도 다섯시간 전후로 치료가 되어야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갑자기 든 생각에 비올렛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생각해보면, 기록대로 성녀가 바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역병 역시 성력으로 치료가 되지않는 것이 이상했다. 모든게 기록대로 돌아가는게 아니었던 것이다. 비올렛이 일반적이지 않은 성녀이듯이 모든 상황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빠져나가야 합니다.”
에셀먼드가 냉정하게 말했다. 저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신관들은, 신관들은 어찌하고!”
“이들이 이성을 가졌다면, 신관들이 있는 곳이 가장 먼저 습격당했을 겁니다.”
그 말에 기사 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로디온이 달려왔다.
“성녀님, 몸을 피하십시오!”
“로디온 경!”
로디온은 피에 젖어 있었다. 혹시나 몰라 비올렛이 다가가 치료했다. 짧은 인사를 마친 뒤 로디온이 말했다.
“신관들이 가장 먼저 습격당했습니다. 아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크리처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성벽들을 기어오르는 시체였던 것들. 모든 것들이 다 어그러져 있었다. 불과 내일 에이든을 만날수 있다 생각했는데도. 그러했다.
“어딜 가야 합니까?”
기사중 하나가 겁에 질려 물었다. 로디온과 에셀먼드가 동시에 성벽이 끼고 있는 뒷산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야 합니다.”
후버백작과 연결되어 있는 산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다리를 애용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것을 굳이 험한 산이 있는 곳으로 가는 자들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사태이다. 산속으로 숨어들어가는것이 더욱 더 안전할 것이다. 비올렛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성을 보았다. 이들은 완전히 당했던 것이다. 그 참담함에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쫓아오는 크리처들을 검으로 쳐내고 성문이 열렸다. 살아남은 몇몇 기사들은 모두 비올렛을 호위하며 산 위로 올라섰다. 그때 로디온이 멈춰섰다.
“로디온 경?”
비올렛이 물었다.
“저는 여기 남아 유인하겠습니다.”
로디온이 서서 말했다. 그러자 신관 기사들 중 다섯여명이 로디온 경에 붙어 섰다. 그는 굳은 충성심을 가지고 비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하십시오, 성녀님.”
그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비올렛 역시도 알았다. 이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그는 비올렛이 탈출할수 있는 가장 최적의 탈출구로 인도하며, 최적의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나마 로디온을 꺼려했던 자신이 미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물이 맺힐것 같았으나,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자신을 이끄는 것을 알았다.
“내가 피를 한번 쏟으면....”
“절대 안됩니다.”
모두 다 동시에 비올렛에게 말했다. 성혈을 내뿜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크리처화 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없으며, 비올렛이 쓰러지고 말룸이 나타난다면, 비올렛과 말룸의 싸움에서 비올렛이 패하게 된다면, 그것이 더욱 더 끔찍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리 오십시오.”
에셀먼드와 기사 몇이 그를 따랐다. 로디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렛은 산을 올랐다. 길은 험했다.지도 상으로는 이곳은 절벽이 많고 그 아래는 산에서부터 내려온 강이 흐르는 지대라 하였다. 산을 오르내려 후버백작령을 지나가 에이든과 합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몰랐다. 본디 신관이 함께있어야 하나. 저쪽에는 저쪽 나름 린도가 끌어온 신관들과, 수도에 거하는 신관들이 있었다. 게다가 비올렛과 성력이 비등한 린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기사들은 산에 오르는 동안 아무말도 없었다. 산길은 다행히 나무들이 빽빽한 편이 아니라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던 사람이 그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한무리의 크리처들이 나타났을때, 비올렛은 기사들의 눈에 절망을 보았다.
“활로 원호하겠습니다.”
비올렛이 활을 들어 크리처들의 머리를 쏘았다. 멀리서 다가오는 크리처들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들이 마을 사람이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으나, 지금은 어찌할 수 없는일이라 비올렛은 되뇌었다. 비올렛은 지켜 줘야 할 공주가 아니라 같이 싸울수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그레시아의 신의 대리자였다. 기사들이 힘을 얻어 크리처들과 싸우고 있었다. 비올렛 역시 그점을 깨닫고 있었다. 머리에 식은땀이 흘렀으나, 정신이 흐트러진다면 모두가 다 비올렛만을 제외하고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그때 비올렛의 다리를 누군가가 잡아 끌었다. 어린 아이이 모습을 한 크리처였다. 비올렛은 순간 망설였다. 아이의 모습을 한 크리처는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었다. 팔다리가 썩어 문드러진 크리처도 있었으며, 갓난아이의 모습을 한 크리처도 있었다. 비올렛이 활로 그들을 찍어누르려 했지만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크리처가 엄청난 악력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여자아이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다른 기사들을 보았다. 모두들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아니 그.러.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올렛은 기사들이 언젠가부터인가 검을 절도 없이 그저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상처는 방금 치료했다. 하지만 어째서......!
“.....이곳 산이. 독기가...”
이곳 산이 독기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에드!”
비올렛이 에셀먼드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그의 애칭이었으나, 그것을 돌아볼 순간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에셀먼드가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이도, 에셀먼드의 눈은 어두운 푸른 색이었다. 그는 잡혀있는 비올렛을 보며 그녀게에 뛰어왔다. 동시에 등뒤에 에셀먼드를 습격하는 크리처화 되어버린 기사들 둘의 검을 받았다. 비올렛은 아이들의 손에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에셀먼드와 그녀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등뒤에 바람이불어오고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뒤가 절벽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엄청난 악력으로 그녀를 밀었다. 발 뒤꿈치가 허공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비올렛!”
에셀먼드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외침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랜만에 그로부터 이름이 불려진다는 것에 감흥따윈 존재할 시간이 없었다. 바보같은 사람, 비올렛은 생각했다. 그녀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떨어지는 그녀를 끌어안은것이었다. 품안의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전에 발 디딜 곳이 없는 허공의 섬뜩함이 느껴졌다.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끌어안는 팔의 힘이 느껴졌다. 그들은 추락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으으. 마법의 고통 2.. 여러분 내일은 제가 불금 약속이 있어서 못돌아 올것같아 부득이하게 오늘 쓰고 갑니다..
와... 몇편만에 남주가 여주의 이름을 제대로 부른거죠? 여주는 남주의 애칭을 부르고?
여러분 워킹데드로 너무 기대해서 제가 더 놀랐어요.. 이거 그냥..몬스터물이라 해주면안돼요...?
막 좀비 이러면...으흐흐흐 사실은 내가 좀비였지롱! 시스벨 백작도 막 어서오세요! 이러다가 사실좀비였지롱!
이래야하나 고민했잔항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