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1 제비꽃, 피어나다 =========================================================================
국왕의 호출에 에이든이 급하게 알현실로 향했다. 궁 주변에 신관 몇몇이 있는 것을 보니 국왕과 교황사이의 알력다툼이 오랜만에 재개된 것 같았다. 티게르난 공작이라도 온 것인가. 티게르난 공작을 아침부터 보다니 운수가 사나운데. 그는 속으로 가정했다. 보나마나 세금 문제일 것이다. 아마 이곳에 온 것은 에르멘가르트 후작 령의 영주로서 이곳에 온 것이다. 만약 재수가 없으면 기부금 형식으로 일정 기간동안 신전에 세금을 내야 할 지도 모른다. 에이든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형이라면 분명, 분명히 이런 데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후계자였으니.
“에이든.”
활짝 웃으며 다가온 금발의 청년을 본 에이든의 얼굴이 굳었다. 둘째 형인 다니엘이 눈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본 다니엘의 얼굴은 깡 마른듯 핼쑥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두 눈, 에르멘가르트 남자들 특유의 어두운 빛깔의 푸른 눈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드퍼드 백작가에 있다고는 들었는데. 다시 관료로 복직한거야?”
에이든의 물음에 다니엘이 기쁜듯 활짝 웃었다
“그래, 아 역시 너는 날 무시하지 않는구나.”
그 모습은 그 어린날 다정한 형이었던 청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에셀먼드와 달리 다니엘은 몸이 약했지만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다정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문에서 쫓겨났다. 바로 다름아닌 에셀먼드에 의해서. 그날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에이든은 몰랐다. 그저 터저나오는 살기에 놀라 잠에서 깼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묵한 형이 화가 나서 그를 쫓아낼 정도면 분명 큰일일 것이다. 에이든은 당시 비올렛에게 또 폭력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관념으로서는 ‘여동생’인 비올렛을 그가 범하려 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영역이었다. 후작가에서 쫓겨나 하드퍼드 백작가로 들어간 것은 알고 있다. 고모님이 겨우겨우 하드퍼드 백작에게 요청하여 단승작위로나마 뒤에 하드퍼드 라는 백작가 성을 뒤에 달아 귀족의 체면치레정도는 할 수 있었으나, 작위 계승도, 세습권도 사라진지 오래인 무늬만 귀족이었다. 후작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다니엘이 어떤 조롱을 당하는지는 불보듯 뻔했다. ‘무시하지 않는거야?’라는 말은 그것에서 나온 말임이 틀림없었다. 에이든은 이 순간 다니엘이 조금 가여웠다. 하지만 그저 그 뿐. 다니엘은 전대 후작에게 추방당한 열외자였다.
“미안한데 앞으로 우린 지켜야 할 거리를 지켰으면 좋겠어.”
에셀먼드라면 가차없이 그를 잘라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이든으로서는 그런 말을 하는게 아직 괴로웠다.
“왜그래 에이든, 너는 좋은 동생이었잖아.”
“비올렛도 좋은 동생이었는데 그렇게 하진 말았어야지.”
에이든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 에셀먼드와 같은 날카로움이 서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 들 것 같은 위압감에 다니엘은 혀를 찼다.
“에이든 넌 뭔가 오해하고 있어.”
“에이드리언 경, 아니면 에르멘가르트 후작으로 불러주시죠, 하드퍼드 영식.”
“에이든!”
결국 에이든이 검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에 다니엘이 놀라 두발자국 물러났다. 그가 가진 위압감은 '동생'인 에이든이 보여줄 만한 투기가 아니었다. 비록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검으로 너를 벤다는 투기만이 느껴졌다.
“동생으로서 영식에게 보여주는 내 마지막 자비입니다.”
그는 등을 돌려 알현실을 걸어갔다. 자비, 자비라고? 누가 누구에게! 감히 누가 누구에게 자비를 베푼단 말인가! 다니엘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의 두 눈이 음습하게 빛이났다. 이놈의 가문은 언제나 검, 검이 최고였다. 그리고 다니엘은 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각잡힌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에이든의 뒷모습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그 것에 살기마저 어렸으나, 에이든은 알고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일 터였다. 하. 가소롭다. 이렇게 된 이상 죽어도 밟고 올라가 주겠다. 다니엘은 이를 으득 갈았다. 푸른 두 눈이 음험하게 빛났다.
*
에이든은 착잡한 마음으로 알현실로 들어갔다. 그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어쩌다 다니엘 형이 저렇게 변한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다니엘은 좋은 형이었던 것이다. 두 번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애써 갈무리 했다. 이럴때면 그는 에셀먼드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중임을 떠맡기고 간 그가 원망스러웠다.
에이든이 들어가 있자. 왕성기사단의 단장 브라운슈바이크경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왕좌쪽을 바라보자 왕은 아직이었고 그 옆에 샤를왕자가 앉아 있었다. 에이든은 샤를루스와 눈을 마주했다. 정복을 입은 에이든은 옆에 마주 선 신관들을 힐끗 보았다. 그러다 어떤 신관과 눈이 마주치고 깜작 놀랐다.
“어.”
분명 본적있는 청년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청년. 레기우스 살바나때나 그 전 사냥대회에서부터 비올렛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신관이기에 기억한다. 후작 령에서도 만난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이라 똑똑히 기억한다. 레기우스 살바나가 작녀이었는데 만 1년새에 저렇게 자랄수도 있나. 그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눈이 마주친 그 신관이 웃었다. 그러자 주변이 환해지는 착시효과가 일어났다. 으으, 여자보다 예뻐서 어떻게 하자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다 저 아름다운 얼굴의 신관을 힐끔 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샤를루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외모에 홀린 다른이들과는 다르게 샤를루스는 어딘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 청년을 보고 있었다.
국왕이 자리에 나타났다.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국왕이 착석하자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수도 근처의 대신관 셋과 외모가 범상치 않은 소년신관 하나. 궁에 모여있는 신관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신전 측에서 처음으로,무언가를 요청했기 때문이오.”
장황한 서두가 끝나고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기싸움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신전측이 국왕측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도움을 빙자한 과세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국왕을 보았다.
“말룸이 나타날 징조가 보이고 있소.”
그에 사람들이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고 눈짓을 교환했다. 에이든의 가슴이 동시에 두근거렸다. 저번에 비올렛이 의원을 보내달라 했던 편지가 떠올랐다.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형과 여동생에 대한 걱정이 들며 그를 보았다.
“왕도, 아니, 수도 남쪽 후버 백작령입니다 폐하.”
신관중 한명이 예의바르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 사태에 당황했다. 신관이 이렇게 공손하게 말한적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인사했을 당시에도 신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에게 예를 취했다. 이것역시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또한 후버 백작령의 동쪽에는 시스벨 남작의 영지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염된 것입니다.”
시스벨 백작은 명백한 신전파 귀족이었다.
“이쪽이 '근원지'이자 앞으로 주시해야 할 곳입니다.”
“잠깐, 무엇이 근원이란 말입니까?”
라이셀 백작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재상인 그 역시도 이 빠른 화제에 적응하지 못한모양이었다.
“크리처(creature)말입니다.”
그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저 전설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괴인의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게 아닙니다. 도움을 주겠다 말하는겁니다. 크리처는 절대로 기사들의 손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신관이 나서서 말했다. 국왕의 입을 꾹 다물고 그 청년을 보았다. 그러나 그 청년은 체자레처럼 미소로 조롱하듯 화답하지도 않으며, 그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국왕의 얼굴을 쏘아보고 있었다.
“성력을 가진 신관들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크리처들은 말룸의 독으로 태어난 창조물, 성력이 있어야......”
“전하! 후버 백작령에서!”
“알고 있다.”
전령이 급히 다가왔으나 국왕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후버 백작령에 딸린 도시가 둘, 마을이 열개지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크리처’가 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전하, 군대를 파견하여야 합니다. 신관들이 곁에서 원호하겠나이다.”
청년의 말에 국왕은 입을 다물었다.
“말도 안됩니다. 어떻게 신전 쪽 말을 그대로 믿습니까?”
신전파에서 국왕파로 노선을 튼 귀족 한명이 말했다. 그는 체자레의 왕위계승 포기로 불만이 상당한 자였다. 미청년이 그쪽을 보자 갑자기 쏙 들어갔다.
“저 역시 반대입니다. 도움을 ‘주겠다’라고 하셨는데 그것이 단순한 도움입니까? 아니라고 봅니다. 우린 우리의 일을 알아서 잘 처리해왔습니다.”
사람들의 의견들이 분분하게 흩어졌다. 절대 모이지 않을 의견, 에이든 역시도 얼굴을 찌푸리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신관들은 역시나, 하는 표정이었으나. 그 미형의 청년 만은 서늘하게 눈을 빛내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에르멘가르트 후작의 의견은 어떻소?”
국왕의 말에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니 갑자기 가만히 있던 나는 왜? 에이든은 혀를 깨물고 싶었다. 신관들도, 다른 귀족들도 모두 에이든의 얼굴을 보았다. 마치 에이든의 입에서 대단한 말이라도 나올것 마냥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에이든은 에셀먼드의 흉내를 내며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질문을 내뱉었다.
“성녀님은 무엇을 하시고 계신지 궁금한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까?”
그 말이 갑자기 도화선이 되듯 국왕파 귀족들이 말했다.
“그렇소! 성녀님은 무엇을 하시고 계시오!”
“그동안 성녀님은 아무 행보도 보이지 않으셨소!”
“성녀님께서 이곳에 와 계셔야 하는 곳이 아니오? 신관!”
“성녀님이 나서면 될 일 아니오!”
성녀가 신전의 입장에 나서서 뭔가를 한다면 결국 칼이 겨눠지는게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고 저러는걸까. 말을 꺼낸것은 에이든이었지만 한숨밖에 안나왔다. 당황스러운건 둘째 치고 비올렛에게 왜 떠넘긴단 말인가. 아니, 원인은 나였나? 내가 말한 것은 그런 의미로 들렸나? 성녀님은 뭐하고 우리보고 군대를 파견하라 하냐는 말로 들렸던건가?! 에이든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비올렛, 미안해. 아니 나는 그러려는게 아니었어. 에이든이 속으로 빌었다. 국왕 역시 에이든이 말한 질문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성녀는 무엇을 하고 이곳에 달려와 도와준다고 말하는 것인가.
“공들께서 그렇게 찾아 부르짖는 성녀님께선 이미 그곳으로 가장 먼저 가셨소.”
청년이 차갑게 말했다. 그 말에 사람들이 굳었다.
“그, 그렇다면 우린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것이 아니오. 크리처 따윈 성녀님께서.......”
“애초에 성녀님의 선에서 조속히 처리가 가능하다면 신전은 수도에 와서 도움을 말하지 않을 것이오. 신전의 군사를 얼마나 움직여야 할 것 같소? 후버 백작령의 엄리프 마을은 상업도시인걸로 알고 있소만 아그레시아 국민 전체가 크리처화 되기를 바라는 것이오?”
“........”
그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 나라의 성녀님이 나라를 지킬 의무가 있다지만, 성녀님에게만 떠맡기고 정녕 그 무엇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소?”
청년의 한심하다는 어투에 귀족이 이를 악물고 뭐라 소리지르려 했다. 에이든 역시도 청년의 고압적인 태도에 기가 질린 참이었지만 그래도 하는 말은 자신과 비슷해서 꽤나 마음에 들었다. 청년은 국왕을 보았다.
“말룸이 나타날 징조는, 언제나 이렇게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그리하여 이나라의 모든 왕족과 귀족들이 신학을 공부하는게 필수인 겁니다. 성녀님께서 힘을 쓰신다면 크리처 사태는 진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크리처가 나타날 징조라면. 짧으면 3개월, 길으면 1년 내로 말룸이 나타날 징조가 됩니다. 한 마을이 아니라 한 '구획'입니다. 그것도 남작령에서 백작령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3개월 안에 성녀님이 회복이 가능하시리라 봅니까?”
비올렛이 경이로운 성력을 보여주고 거의 한 달간 쓰러져 있었다. 성력을 보여주는 것은 한순간이다. 크리처라는 이형의 생물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쓰러진다, 그리고 말룸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서서히 그들 사이에 ‘말룸’이라는 공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리처가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전설과 신화처럼 아득한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었다.
“신전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때 국왕의 곁에 앉아있던 왕자가 말했다. 아까부터 창백한 얼굴로 침묵을 고수하던 왕자는 처음으로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폐하. 저들이 원하는 것은 도움의 요청도 아니고, 도움을 내리겠노라는 적선이 아닙니다. 같이 무언가를 하자는 ‘제안’입니다.”
호박색 눈동자가 결의로 떨리고 있었다. 왕자의 의견은 너무나 강했다. 에이든은 샤를이 주먹을 꼭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말을 하는것이 얼마나 커다란 용기가 필요로 했는지 정도는 폐하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국왕은 거의 노려보듯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샤를이 겁에 질려하는것이 느껴졌다. 에이든 역시 말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폐하. 저는 크리처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나. 나라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에르멘가르트 경, 그대가 이 일에 나서봄은 어떤가.”
명백한 부정적의도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마음 속으로 아 이런! 앗싸, 제기랄, 신난다! 잘했다 나의 혀! 소리쳤다. 그는 애써 에셀먼드처럼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비로드에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맡겨주신 소임, 목숨을 다하여 이행하겠나이다.”
비올렛이 그곳에 가 있다면 어쩌면 형을 만날 수도 있다! 이 답답한 수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찌 좋지 않을소냐! 분명 에셀먼드가 이것을 보았다면, 에이든의 마음 상태를 알고 크게 꾸중을 했을 테지만, 꾸중을 했던 남자는 그곳에 가 있었다. 물론, 오히려 그것을 덥썩 받아들여 당황한 것은 국왕과 기사단장인 브라운슈바이크 경이었다. 그것을 신관 청년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보고 있었다.
*
“경!”
샤를루스가 궁을 나가 바로 준비에 들어가려는 에이든을 향해 달려왔다. 샤를루스는 울먹이고 있었다.
“전하. 왜 오셨습니까?
“저, 저때문에 사지로 가신건 아니십니까?”
“사지요? 무슨 걱정입니까. 비올렛이 있는데.”
“어.... 하지만 스승님께서 말씀하신거면 크리처는 무서운 생명체라고 하던데요.”
인간이 말룸의 기에 닿아 변한 모습.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괴수. 손톱은 길고 이빨은 그대로이지만 단단하며 끈적한 점액질이 흐른다. 말룸이 나타난다는 초기 징조 중에 하나이며 말룸은 대체로 그 근처에서 생성되는게 정설이다.
이 크리처들은 말룸의 독기에 닿아 무섭도록 감정적이며, 본능적이며, 폭력적이 된다. 그리하여 그렇게 변한 이들은. 자기 뿐만이 아니라 자기 주변인들을 망가트리게 되는 것이다. 폭력, 강간, 살인. 모든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며 결국 감염된 인간은 이지를 상실하고, 괴물이 된다. 그러나 가장 까다로운것은.
“상처만 입지 않으면 됩니다.”
그들에게 상처를 입으면 또다시 크리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처를 입어도. 이젠 신관들이 옆에 있잖습니까.”
다행인것은 신관들의 성력이 그러한 독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잘하셨습니다 왕자님. 협약이 없었으면 분명히 우린 곤경에 처했을 겁니다.”
에이든이 샤를을 칭찬했다. 샤를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아직도 겁에 질려있었다.
“불안합니다.”
“뭐가요?”
“스승님도, 경도, 에셀먼드 경도 다 저를 떠나가지 않습니까? 너무나 불안합니다.”
“......”
꾹 눌러참고 있는 호박색 눈망울에 눈물이 번졌다. 여리고 여린 이 다정한 왕자를 향해 에이든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니까요. 무사히 돌아올겁니다. 아 그래요. 성녀님 가을, 왕자님 생일때 이곳에 와달라 할까요?”
“정말이요?”
에이든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아무리 성녀가 되었다고 한들. 왕자님의 생일에 오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방금 말은 에이든이 한 말이 아니었다. 미형의 신관이 서 있었다. 샤를이 흐르던 눈물을 쓱쓱 닦고 신관을 노려보았다. 에이든은 이 순한 왕자님이 누구를 저렇게 싫어하는 기색을 드러내는것이 처음인지라 당황했다.
“성녀님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년이 푸른 눈을 내리깔며 아름답게 웃었다.
“에이드리언 후작에게 맡기겠소. 그리고 스승님은 제가 말하지 않아도 올거요. 그러니 신관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마시오.”
“아, 그래요?”
청년이 물었다.
“하지만 비올렛, 아니 성녀님은 방에만 있는걸 좋아해서 나오는거 별로 안좋아 하실텐데.. 흐응.”
“비올레.. 아니 성녀님을 잘 아십니까?”
순간 청년이 비올렛이라는 말을 쓰자 에이든도 덩달아 비올렛이라는 말을 쓸 뻔했다. 네가 뭔데 신관 나부랭이가 비올렛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 에이든이 노려보자 청년이 말했다.
“저와 가장 친합니다. 제 절친한 친구입니다.”
“친구요? 걔가요?”
에이든이 물었다. 아 또 실수했다. 마치 비올렛이 성격이 파탄이라 아무도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꼴이 아닌가. 비올렛의 친구라면 시수일레같은 둔한 여자애로 충분했다. 샤를루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 편지 가져다 드릴까요? 분명 좋아할겁니다.”
“.......이미 보냈소..”
“하지만 성녀님은 저쪽에 가 있어서 신전편에 도달하다간 받으면 한참 걸릴텐데요? 제가 전달해주는게.......”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전하.”
아니 내가 간다는데, 무슨 저걸 가지고 왕자를 놀리고 있냐. 미형의 신관아. 저 외모로 비올렛을 꼬드기지는 않는지 걱정이었다. 아니 형이 있으니 그런 것은 안심이었지만.
“아 그래요, 에이든 경이 있습니다.”
“어라. 만날수 없을 경우는 어떻게 합니까. 그 정도도 상정하지 않고 말하신겁니까?
“....아..”
비올렛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샤를루스는 쿠구궁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편지를 안보내고 싶다. 하지만 편지를 나중에 볼텐데?
“....아. 알았어요.”
“그럼 오늘 써서 내일 주십시오 전하.”
그가 싱글싱글 웃었다. 에이든은 샤를루스의 완벽한 패배를 지켜보았다. 왕자님. 좀만 힘내시지. 신관이 가고 난 뒤 에이든이 물었다.
“전하, 그런데 왜 저 신관을 그렇게도 싫어하십니까?”
순둥한 전하가 누굴 저렇게 미워할리가 없다. 그 성격이 안좋은 비올렛도 좋아하지 않는가? 에이든이 생각했다.
“아니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네?”
“혼자만 저렇게 크다니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분명 키가 나랑 비슷했는데!”
“.......”
에이든은 할 말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아이고 우리 독자님들 왤케 막 성격 좋으시고 부드러우시냐긔 ㅠㅠㅠ 너무 힘이 나네여 ㅠㅠ
사랑해여 ㅠㅠ
아 다니엘 새끼 나왔네여.. 여러분 제가 뭐라했죠? 다니엘? ㅇㅇㅇㅇ
개로 시작해서 끼로 끝나는 단어 있잖아요!!! 세글짜!!
개숑끼?
아님니다
죽지도 않고 또왔음..
다음편은 벌써 충격적인...? 나름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거랍니다...
사랑해여 독자님들!!!
워후 이제 스토리가 휘리리리릭 진행되는구나. 담화에서 저때려패는거 아녀요?
아 그리고 저 청년신관 린도 맞슴니다!
후제꽃 다음화는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날에 옵니다 ^0^
댓글 넘나 많이 달아주셔서 진짜 저 너무 기뻐요!
아...여러분. 추천을 잊으시지 않으셨음니까?
아 다른작가님이 이거 보고 이거 좀비물이냐 물어봤음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
이거 좀비물에 착안얻은거 맞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 후제꽃 좀ㅋ비ㅋ물에 착안얻었습니다. 저 대도님 플레이 빠져있을때 라오어를 정말 좋아했거든욬ㅋㅋㅋㅋㅋ
조엘..엘리 ㅠ.ㅠ
아 근데 너무 춥네요..추워서 손가락이 떨려서 오타율이 넘나 높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