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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17화 (110/208)

00117  제비꽃, 피어나다  =========================================================================

비올렛이 백궁으로 돌아오자, 방은 에셀먼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방에 앉아 들어온 그녀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오늘은 그가 오고나서부터 처음으로 하루 종일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녀를 다시 보러 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잠을 더 자거나, 검을 단련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무슨 볼일이 있나요?”

비올렛이 물었다. 에셀먼드가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아.”

차. 그래, 매일 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 약속은 매일매일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에셀먼드가 하루종일, 그러니가 내일 아침까지 쉬기 때문에 아침도 함께하지 않았었고, 그에 당연하겠지만 차를 마시는 일과도 없을거라 자연스럽게 생각했었다.

“일부러 차를 마시러 온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쉬어도 되셨을텐데.”

비올렛이 말했다. 융통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정말 오랜만에 쉴수 있었던 날인데 기껏했던 일이 그녀와 차를 마시는 일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그런 날에 그녀를 보러 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것을 표내지 않으려 하며 얼굴을 굳히며 그의 건너편에 앉았다.

“성가대 아이들이 정원에 있었습니다.”

“그건, 아이들이 저를 보러 찾아왔었던 거예요.”

“.......”

“귀여운 아이들이죠?”

비올렛이 드물게 살짝 미소지으며 물었다. 어색하긴 했으나. 분명 그 순하고 어여쁜 눈망울들이  기억에 남았다. 생각해보니 그녀를 보고싶어 교황성에서 나와 비올렛의 백궁 앞을 기웃대었다는 것도 생각해보니 재미있었다. 그러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자신을 보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올렛이 당황했다. 무언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것일까. 자신의 입에서 누군가를 향해 ‘귀엽다’라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쩐지 어색해져서 비올렛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자 에셀먼드가 흠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나 했지만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리체는 이럴때 어디 간 것일까. 차라도 내와야 차를 마시면서 뭐라도 이야기를 하지. 해맑은 그녀의 수발시녀를 떠올리며 비올렛은 괜히 그녀가 미워져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딜 다녀오신겁니까? 교황성에 갔다는 것 치고는 오래 걸리셨습니다.”

“꽤나 오래 기다리셨나봅니다.”

비올렛이 말하자 에셀먼드가 말했다.

“그런건 아닙니다.”

괜히 물어본건가 싶었다.

“오늘은 무엇을 하셨나요?”

“잠시동안 성도를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교황성을 빠져나가 성도를 나갈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런 것을 생각에 넣지 못했다. 예전 꽃의 거리에 있었을 때는 신변의 위협이 있어서 못나갔고, 성녀가 되어서는 신전파와 국왕파의 알력싸움에 혹여나 신전파에 납치될까 후작 가에만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울타리 안에 생활하는게 익숙했다. 어려서는 마을, 조금더 자라서는 꽃의 거리, 후작가, 신전. 언제나 한정된 곳이었다. 비올렛은 그나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에셀먼드가 부러웠다.

“교황성에서 기도를 올리신겁니까?”

에셀먼드가 다시 물어봤다. 아, 비올렛은 아까 에셀먼드가 늦게 돌아왔다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기도는 올리지 않았어요. 그저 린도를, 아니, 성하를 만났을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에셀먼드를 보니, 에셀먼드의 얼굴이 조금 달라져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에 비올렛은 속으로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 말에 비올렛이 대답했다.

“그저 이곳을 돌아다녔어요.”

“그건 저번에도 돌아다니시지 않으셨습니까.”

비올렛은 그 말에 음, 하며 목소리를 냈다. 어딘지 모르게 힐난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올렛은 그 말에 속으로 당황해서 쩔쩔맸다. 하지만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에셀먼드에게 불신을 주게된다. 그리하여 비올렛은 표정을 애써 갈무리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경?”

에셀먼드는 그말에 대답했다.

“아닙니다.”

기분탓이라고 생각하며 비올렛은 말했다.

“성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솔직히 놀라웠어요. 저는 신전 사람들이 언제나 부패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상당히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어느 나라든, 어느 집단이든 중심부가 바쁘지 않으면 멸망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비올렛의 편견을 꾸짖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체계를 만드신건 스승님이라고 합니다.”

비올렛은 체자레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체자레를 본 것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다. 언제나 만날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에 그녀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때문이지 그녀의 인생에서 체자레를 만났던 횟수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만큼 체자레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래 살았던 만큼 체계가 더욱 잘 잡힌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

비올렛은 다시한번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에셀먼드는 비올렛이 아직도 어리숙하다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틀린 생각은 아닌지라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미흡하였군요. 공부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비올렛의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다시 변했다. 이번에는 조금 읽기 쉬웠다. 그는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비올렛의 말의 의도를 생각하는 듯 했다, 비올렛이 오히려 그것에 어리둥절했다. 그녀의 지식에 관련된 부분이라 뭐라고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한 비올렛은 입을 열었다.

“린도는.”

그 말에 에셀먼드의 얼굴이 다시 돌아왔다.

“교황은, 어떤 사람일까요.”

에셀먼드가 물었다.

“그것은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겁니까?”

“아니요, 그저 사람에게 향하는 단순한 호기심입니다.”

비올렛의 대답에 에셀먼드가 말했다.

“궁금해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저번의 린도에 대한 대화와 한가지 다른 사실이 깨달았는데 에셀먼드가 ‘궁금해 하지 않는 게 좋다’ 라고 말을 했다는 것은, 분명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께서는 뭔가 알고 계시지요?”

비올렛이 말했다.

“무언가 알아내신거예요, 그러니 제가 궁금해 하지 않는게 낫다 하고계신거죠?”

에셀먼드는 그 푸른 눈동자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가 여동생에게 꾸짖는 듯한 엄한 눈초리였다. 비올렛은 그 눈동자에 위축이 되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린도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에 대해 알고싶어요.”

신전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 같은 새하얀 순수의 소년. 영원히 더럽히지 않은 그만의 낙원에서 살아가는 그 소년이 지금은 궁금해졌다.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다던 그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향하는 무조건적인 순수한 애정을 주는 소년.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올렛의 눈을 바라보는 에셀먼드가 한숨을 쉬듯 말했다.

“한 가지, 짐작가는 바가 있습니다.”

“짐작이요?”

비올렛이 물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선선대 왕과 아나스타샤님에 대한 일입니다.”

“........”

또다. 비올렛은 아나스타샤의 이름을 다시 들었다. 게다가 그녀와 전혀 관련이 없게 느껴지던 선선대 왕의 이야기도. 선선대 왕이 아나스타샤를 사랑했다는 것을 라이셀 백작부인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일방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에셀먼드가 뜸을 들이다 조용히 말했다. 잠시동안 비올렛이 눈을 깜빡였다. 일방적인 사랑?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그녀가 가진 마음도 일방적이다. 비올렛은 그 말의 의미를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가 이성보다 먼저 그 말의 뜻을 파악해버린순간,

‘널 사랑해 비올렛.’

깡 마른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귀에 들려왔다. 자신의 위에서 숨을 헐떡이며 그녀를 욕망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비올렛은 입을 틀어막았다. 다니엘이다. 다니엘의 얼굴이 잠시동안 비올렛의 뇌리에 자리잡았다. 일방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의미였던 것이다

그녀의 손이 그녀의 입을 막고 호흡이 흐트러지자. 에셀먼드가 그녀에게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떨리는 손가락을 애써 가라앉히며 비올렛이 말했다.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제가 먼저 부탁했는걸요.”

“송구합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에셀먼드가 이야기 꺼내기 주저했던 것이다. 에셀먼드가 말한 것은 일리 있었다. 이미 체자레가 아나스타샤와 선선대왕 데메트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아이가 린도일 가능성이 있던 것이다.

“왕족은 손이 귀합니다. 성녀님이 알고 계신 왕족들이 왕족의 전부라 봐도 무방합니다.”

비올렛은 무언가에 홀린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력이 강한 것도 머리가 은발인 것도 아나스타샤의 아들이기 때문인 것일까. 하지만 머리색 같은 경우는 신성으로 물드는 색이다. 그것이 아이를 낳으면 그대로 내려오는 것일까.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체자레와 린도는 그렇다면 형제 사이인걸까요?”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모르는 관계, 린도가 체자레를 그렇게 믿는것도 사실은 혈연에 의한 믿음이었다면 납득이 간다. 게다가 나이를 먹지 않는것도. 어딘지 모르게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졌다. 결국 이런 비밀이었구나. 하지만 린도는 정말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했다.

“만약 추측이 맞다면 그럴 것입니다.”

에셀먼드의 대답에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런 화제가 불편해졌다. 에셀먼드도 비올렛도 알 정도로 선선대 왕의 아나스타샤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다. 비올렛이 알 정도면 어려서부터 지식을 습득해온 에셀먼드는 더욱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선대왕의 성녀에 대한 집착으로 선대 왕인 아스토르가와 린도의 사이가 벌어졌다. 그리고 린도는 아스토르가를 자신의 발 앞에 무릎 꿇렸다. 선대 왕 아스토르가는 왕궁에 있는 모든 성물을 불태우며 미쳐서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원한을 현  왕인 트라이덴이 물려받았다. 양보와 타협은 없다. 체자레도, 린도도, 국왕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희생된 것은 그들을 지탱하는 국민이었다.

린도는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어떻기에 교황의 자리에 올라서. 멈추지 않는 나이를 가지고 살아갔던 것일까.

“신경쓰이십니까?”

에셀먼드가 물었다.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는 비올렛의 심각한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잠옷을 챙겨 입은 비올렛은 바깥을 보았다. 창밖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다. 그리 밝은 빛은 아니었기에 램프에 불을 붙이고 비올렛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충격을 떠올렸다. 에셀먼드가 짐작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입에서 무엇인가 나왔다는 것은 그것은 확신일 터였다.

“성녀님,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요새 설탕도 많이 안 넣으시고.”

리체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설탕 한스푼에 익숙해졌더니 정말 그러했나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신관님도 무척 걱정하신다고요.”

“신관님?”

“그 예쁜 신관님 있잖아요.”

아아. 리체는 아직도 그가 교황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분명 그를 성하라 불렀던 곳에 있었던 것도 같은데, 그 무신경함에 경의를 표해야 하나. 비올렛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설탕 하나에도 그렇게 신경을쓰니?”

“그럼요, 물론이죠. 만날 때 마다 물어보는걸요.”

설탕 몇스푼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몰랐다. 그것이 섬찟하게 느껴졌다. 이 린도라는 사람은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있기에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일까. 비올렛은 난생처음으로 사람에게 강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아나스타샤와 선선대 왕의 자식이라. 비올렛은 한숨을 내쉬었다. 린도는 어떻게 자라왔을까. 왜 소년에서 성장이 멈추었을까.

어느새 밤은 깊었고, 리체는 곁방에서 잠을 자는지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바깥에 서 있는것은 아마 다른 기사일 것이다. 그러다 비올렛은 린도에게서 에셀먼드로 생각이 넘어 갔다.. 생각해보니 성도에서 정확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보았는지 물어볼 것을 그랬나보다. 아니, 그것을 물어본다고 순순히 말해줄 그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그는 비올렛의 감정에 대해 물었거나 그녀의 행동에 대해 평가했지 그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하긴, 주종관계에서 주인된 자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웃겼다. 그게 아니면, 어린 아이에게  감정을 드러내는것도 우습기 그지 없었다. 침대위 시트를 손으로 덧그렸다.

말룸이 올 때가 다가왔다. 그녀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꿈을 꿀때마다 느껴지는 그 붉은 시선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선이 가진 힘이 강렬해진다는 것도.  가끔씩 신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그녀는 입을 다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이것은 성녀만의 비밀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올렛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떠오르던 달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백궁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비올렛은 흠칫 하며 몸을 떨었다. 저절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군가 밤에 찾아오는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다니엘을 떠올려서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더 가슴이 뛰었다. 누가 지금 잠을 자는 데에.......

“무슨일입니까.”

침착하자, 밖에는 성기사가 있다. 그리고 여차하면 리체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녀도 그때처럼 운신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케이든입니다. 잠시 이야기가.......”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야기라면 내일 하셔도 되실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한 밤중입니다 경.”

“아니, 저 그게 아니고.....”

그는 난감한 목소리였다. 그때 화를 내는듯한 딱딱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며 문이 열렸다. 비올렛은 침대가 아닌 벽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들어온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 인물은 다시 문을 닫았다.

“비올렛.”

이 새벽에, 왜 린도가 와 있는 것일까. 린도는 애처롭게 미소를 지었다. 희미하게 타오르는 램프는 그의 은발을 금빛으로 물들었다.

“무슨 일이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해서, 경계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비올렛이 크게 겁에 질려하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린도가 다가왔다.

“린도!”

“비올렛.”

잠옷차림인것도 상관하지 않는 것인지. 린도가 조용히 비올렛을 불렀다. 방은 어두웠고, 창은 달빛이 들어왔다.

“린도, 무슨 일이야?”

비올렛이 다시 한번 물었다. 하지만 린도는 또다시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다.

“비올렛.”

마치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 답이라도 되는 것 처럼 린도는 비올렛의 이름을 불렀다. 린도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비올렛은 크게 놀라 그를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린도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허리를 감싼채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쇄골깨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너, 울어?”

마치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다가와 그는 울고 있었다. 이 포옹에 남성의 지저분한 욕망이 없다는 것을 느낀 비올렛은 몸에 지나치게 들어가 있는 힘을 뺐다. 린도는 흐느끼는 듯 몸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비올렛, 비올렛, 비올렛, 비올렛, 비올렛.”

“........”

그저 흔하디 흔한, 어쩌면 천하다고 하면 천하다 하는 이름이었다. 그럼에도 어찌나 애타게 그녀의 이름이 불렸는지, 비올렛은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그녀의 딱딱했던 어조는 누그러져 있었다. 덩치가 큼에도 안겨있는것이 마치 상처입은 강아지 같았다.

“네가 없는 꿈을 꿨어.”

“응?”

“네가 사라지고, 네가 오지 않는 꿈을 꿨어.”

“........”

그게 무슨 소리일까. 비올렛은 생각했다.

“아버지는...네가, 성녀가 올거라...했어.”

울음기 서린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네가 오면 외롭지 않을거라 했어. 너는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났지, 하지만 꿈속에서 넌 오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영원히 이곳에서 널 기다렸어. 미칠것같은 하얀 벽에서, 하얀 신성속에서, 신을 바라보며 오로지 하늘만을 바라보며 너를 달라 기도해. 그렇지만 신은 너를 주지 않아. 욕심쟁이처럼 널 독점한채 나를 농락하지.”

“........”

“가끔씩 꿈을 꿔. 너는 나타났고 이렇게 사랑스럽게 자라서 내 옆에 숨쉬고 있는데. 나는 널 계속 기다려. 너를 기다려, 언제나 너를 기다려. 언제나 기다렸어. 하지만 네가 날 싫어할까봐 데려올 수도 없었어. 언제나 네가 오길 바랐어. 넌 오지 않았어.”

“........”

“아버지는 네가 오면 외롭지 않을거라 했는데, 네가 오지 않아서 나는 외롭고 외로워견딜수가 없어.”

목소리에 서린것은 분명히 끈적하지는 않았지만 짙은 두려움과 외로움이 내포되어 있었다. 비올렛은 그 감정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날 떠나지 마 비올렛. 나는 네가 없으면 살 수 없어. 제발 부탁이야. 네가 있는 곳이 나의 낙원이야. 네가 있어야 외롭지 않아. 다른사람은 행복하게 만들수 있어. 하지만 네가 없으면 나는 행복하지 않아. 떠나지마, 내게 와줘.”

“린도.”

“사라져 버리지 마 제발 비올렛 부탁이야, 제발.......”

그는 절박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 처럼 무서워 했다. 그 두려움이, 떨림이 손을 타고 비올렛에게까지 느껴졌다. 비올렛은 누군가를 다독이는 방법은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린도를 보니 그 어렸을때 악몽을 꾸면 다정하게 달래주던 언니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산적들에게 죽임을 당한 부모의 꿈을 그녀는 너무나 자주 꾸어 가끔 그녀는 꿈을 꾸다 울부짖었다. 깨어나서도 횡설수설 할 때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그녀들은, 그 창녀들은 비올렛은 손을 들어 따스하게 비올렛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포근하고 다정하게 그녀를 끌어안아 등을 토닥였다. 비올렛은 손을 들어 린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떠난다. 떠나지 않는다를 단언할 수 없다. 비올렛은 말룸이 있었고 그것이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악몽을 꾸었나보네, 비올렛.

새하얗고 고운 손이 비올렛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의 그 손에 느껴지던 따스함이 아짇고 기억에 남았다. 다정한 어조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던 소녀가 세상이 그나마 안전하다는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악몽을 꾸었나보구나. 린도”

비올렛은 팔을 뻗어 어색하게 그의 등을 안았다. 이 소년은, 이 남자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한 것일까. 무엇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기다리고,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나는 어디도 가지 않아. 그러니까 안심해.”

그녀는 린도가 진정할 때까지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 예전, 그녀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오랫동안, 다정하게.

============================ 작품 후기 ============================

공모전이 많이있는데 해야할일이 산더미다.. 그런데 하기 싫어 헤헤..^0^(쳐맞는다)

위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로 진짜 힘이 되었어요 ^0^

제가 사실스트레스 받으면 하는일이 미친듯이 걷기 + 뭔가를 하는일이에요

그니까 쇼핑은 파괴적인데

산거는 언제나 뭘 ㄹ만들어내거나 표현하는거..(바욜린연주하기, 십자수(어렸을적(, 인형만들기, 컬러링북, 명화 diy, 사진찍어서 예쁘게 편집하기 는- 트위터에 사진남겨났지만 계정폭파시켰쟈나... ㅠ.ㅠ)

향초만들기.. 석고방향제(오퓨저)만들기..

도합 20만원을 들여 샀어요 꺄하!

저 잘만들면 이걸로 이벤트해요 이벤트! (이벤트성애자)

내일 첫 도전☆

소이캔들 만들어보신분들, 석고방향제 만들어주신분들 팁좀 알려주세여!

사실 블로그같은데에선 찾아봤답니다 크킄

여러분 제가 진짜진짜 좋아하는거 알죠? ^0^

아 맞다 오일 향기도 추천해주고 그래여 독자랑 작가로 만난것도 인연인데 추천도 좀하고 코멘트좀 남겨보고 ㅎ

좋은정보좀 내놔봐여!(정보를 삥뜯는 인간) 는 넝담이고 저 비굴합니다 ㅠㅠ . 제발 알려주세여. .전 쩌리라 몰라여 (비굴비굴)

저 웨딩부케, 우드(나무향), 가드니아, 잉글리시페어&프리지아, 화이트 머스크 샀어여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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