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116화 (109/208)

00116  제비꽃, 피어나다  =========================================================================

투둑투둑,

비올렛은 일어나자마자 뭔가 머리에 묵직한 것들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왜....”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새끼고양이들이었다. 어미 고양이도 꼬물거리는 아기고양이들에게 젖만 주다가 이젠 젖을 그만주고 돌아다니고 있었고 새끼고양이들은 다리에 힘이 붙었는지 마련된 둥지내에서만 놀다가 결국 어미 고양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비올렛의 방안을  돌아다니다 그녀에게 다가왔다.

머리에 엉겨붙은 새끼 고양이들이 툭툭 떨어졌다. 고양이들이 귀여워 고양이 둥지를 방 안으로 옮긴것이 화근이었다. 리체와 시녀들이 깨끗하게 관리는 했지만 이 고양이들이 비올렛을 너무나 잘 따라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것은 막질 못했다. 덕분에 비올렛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에도 ‘냥!’ ‘냥!’ 거리며 새끼고양이들은 폭신한 침대에 떨어져 폭,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박혔다.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리며 바깥을 나갔다. 성녀인지라 구색에는 맞게  기도실에서 기도를 드리고 오노라면 하루의 시작이었다. 기도실로 나갈 채비를 하자 고양이들이 그녀에게 매달렸다.

“놀아줘 인간아!”

“이리와서 놀아줘!”

“네 털은 놀기 재밌어!”

“안 돼.”

비올렛이 말했다. 저 집, 다시 옮기라 말하고 싶었다. 저기 늘어지게 잠든 어미고양이는 육아를 비올렛에게 떠맡기고 있었다. 이것도 집사의 몫이라나 뭐라나. 시끄럽게 야옹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비올렛에게 나가니 이젠 새끼 고양이들은 그녀의 하늘하늘한 옷자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너희들 길 잃어버려.”

“내가 나중에 데리러갈거당 저것들좀 앞에서 놀아 줘라 냥.”

늘어지게 자고있는 어미고양이가 비올렛에게 명령했다.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동물이랑 대화가 된다는 것은 가끔 이런 짜증을 수반했다. 세상은 아름다워라고 소리칠것같은 동물들은 실상 언어를 알아들으면 저렇게 이상한 말을 하고는 했다. 특히나 고양이들이 더 그렇다.

“잃어버려도 몰라.”

비올렛이 말했다. 리체가 성녀님이 또! 라고 말하며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비올렛을 신의 현신처럼 보았으나. 비올렛은 이것이 실상 주인과 집사의 대화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동물들, 특히 고양이들이 대부분 인간들을 하인취급한다는 것을 알면 아마 고양이는 멸종할 것이다.

“와 고양이들이 따라와요!”

리체가 말했다. 비올렛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바깥에 있는 것은 신전기사단의 기사중 하나였다. 레기우스 살바나때 참전했고, 에셀먼드가 성기사들의 군기를 잡았을 때 검을 뽑지 않았던 이들 중 하나였다. 아마 에셀먼드는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일’ 이후로 잠시동안 에셀먼드가 안보이면 불안했지만 비올렛은 자신에게 위해를 끼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경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케이든 이라고 합니다.”

비올렛이 그의 이름을 물었던 것은 그저 변덕이었으나, 케이든같은 경우는 자신이 에셀먼드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디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위로 해석이 되었다. 언제나 서늘한 얼굴이던 비올렛의 얼굴에서 살짝 미소가 보였다. 역시! 사실 비올렛이 웃었던 것은 에이드리언, 에이든과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이었으나 그 미소는 케이든의 확신으로 변했다. 언제나 서늘한 성녀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는 것은 엄청난 대 사건이었다. 역시 그때 검을 뽑지 않기를 잘했어! 그는 생각했다.

“야옹!”

“야오옹!”

비켜라 인간아! 비켜 비켜! 비올렛은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케이든은 한편 당혹스러웠다. 왜 갑자기 저러시지? 비올렛의 뒤에는 앙증맞은 새끼고양이들이 따라 붙고 있었다. 잠깐, 새끼고양이? 성녀님?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한눈에 봐도 귀한 고양이가 아니었으나 아웅다웅대며 비올렛에게 달려드는것을 보니, 역시나 신의 사랑을 받는 성녀님 다웠다. 다만 정작 그 사랑을 받는 비올렛의 얼굴은 다시 차갑게 굳었지만.

“아이 귀여워라~”

리체가 해맑게 웃으며 나가는 비올렛을 따랐다. 비올렛을 백궁의 입구까지 배웅할 생각인듯 했다. 고양이들은 백궁 앞에 난생 처음으로 접한 흙이 있음에도 문득 두려워졌는지 비올렛의 품에 붙어 있었다. 그러다 비올렛은 백궁의 입구에 기웃거리는 소년들을 보았다. 이런 곳에 왜 아이들이 있나 생각했더니 성가대 소속의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근위병들에게 가로막혔지만 근위병 너머로 보이는 백궁의 모습을 보려는듯 고개를 쭉 뻗고있다가 비올렛을 발견하자 얼른 돋움했던 발을 내렸다.

“너희들 여기 무슨일이냐.”

케이든 경이 검손잡이를 잡지도 않고 물었다. 아무래도 성가대 소년들과는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성가대 소년들은 맑은 눈을 데록데록 굴리며 비올렛을 보았다.

“성녀님을 보고싶었던거냐?”

그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에는 지키고 있는 경비병이 있기때문에 차마 들어도지도 못한채 기웃대고 있는 그들을 보며 비올렛은 눈을 깜빡였다. 정말로 자기가 보고 싶어서 그런건가? 사실 사람들의 광적인 애정과 경외보다 저 아이들의 순수한 눈동자는 비올렛에게 다가왔다. 비올렛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이리오렴.”

그녀의 허가가 떨어지자 근위병들이 창을 거둬 길을 터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비올렛에게 뛰어왔다. 그러나 막상 뛰어온 그들은 비올렛에게 차마 말도 걸지 못하고 비올렛을 에워싸 그저 그녀를 보기만 했다.  순수한 눈망울이 그녀에게 향하자 비올렛은 자신이 그런 눈빛을 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 얼결에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비올렛은 머쓱했다. 그들에게 무엇인가 해줄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탓이다. 비올렛은 사실 그닥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다. 특히나 아이들을 대해본 적이 없으니 더욱 그러했다. 아이들은 비올렛이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란 것 같지만 비올렛은 어색한 얼굴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미소를 지어보이자니 그것도 사실 어색했다.  리체가 어머나 귀여워라, 라고 감탄하는 소리가 나오자 비올렛은 그제야 말할거리가 생각났다.

“너희들의 노래, 정말 좋아한단다.”

그러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그들은 볼에 홍조를 띈채 모두 다 함께 입을 모아 감사하다 말했다. 그러다가 비올렛을 또 뭔가를 기대하고 그녀를 보는 것이었다. 비올렛은 민망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냐 잉간.”

비올렛은 자신의 옷자락 뒤에서 움직이고 있는 새끼고양이들이 나왔다.

“우와!”

얌전해 보이던 소년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 것은 순간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그 감탄성에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 둘 비올렛의 옆에 섰다. 새끼고양이들역시 성가대의 아이들의 여리고 고운 목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고양이 소리인줄 알고 나왔던 것이었다.

“조그마한 인간들이다냥”

“키가 작다냥.”

조그만 새끼 고양이들이 호기심을 가진 채 야옹 거리며 다가갔다. ‘너는 누구니?’라고 물어보는 아름다운 장면인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흥, 저렇게 어린 인간이라니. 감히 날 공격하진 못하겠군.’‘내 집사가 될 능력은 없어보여.’라는 둥 집사가 될 자들을 '품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올렛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만져도 되냐 물어보는 것 같아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

아이들이 헤헤 웃으며 고양이들에게 달려들었다.

“냐, 냥, 인간들의 급습이다 비상이다!”

“엄마! 엄마!”

하지만 고양이들역시 작은 인간 아이들이 궁금했고. 비올렛이나 리체를 통해서 인간의 손을 탔기 때문에 작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손을 뻗어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장한 소년들의 얼굴에 미소가 서리니 정말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새끼고양이들이 다칠까봐 주저하며 손을 뻗는걸 보며 비올렛은 왠지 모르게 따스함을 느꼈다.

“나중에 시간이나면 언제든 찾아오렴. 고양이들도 좋아할거야.”

비올렛의 말에 소년들의 얼굴이 다시 환하게 물들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노래하는 소년들의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였지만, 인사하는것은 천상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상한 마력이 있었다. 순수하게 비올렛을 따르는 노래하는 소년들. 새끼고양이는 마치 이 아이들을 위해 데려온건가 싶을 정도였다.

비올렛은 아이들이 웃는것을 미소를 지으며 보았다. 그리고 교황성으로 향했다. 교황청의 집무실

체자레는 에셀먼드의 일로 교황성에 오래 체류하고 있었다. 얼굴이라도 봐야 할까 싶었지만 문안인사를 받아야 할 것은 이쪽이었기에 굳이 향하지는 않았다. 대예배당내에 마련된 기도실에서 기도라도 해 주어야 성녀로서의 면이 섰기에 비올렛은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려고 했다.

“비올렛.”

기도실에 들어가 계단위에 마자 불쑥 나타난 린도를 보고 비올렛은 깜짝 놀랐다. 발을 헛디뎌 비올렛 뒤로 기우뚱 몸이 기울자 비올렛의 팔을 린도가 잡았다. 어리고 남자치고는 가녀려보이지만 린도는 제법 튼튼하게 비올렛의 무게를 지탱해 그녀를 끌어당겼다. 허리에 단단한 손이 감겼다.

“헤헤 안오는줄 알았어.”

그는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말 그대로 매우 기쁜 얼굴이었다.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기도실에서 신의 대리인인 비올렛과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이 서 있었다. 신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것일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러 온거지?”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갑자기 린도는 기도실을 죽 둘러보았다. 마치 이곳을 처음온 것 처럼 비잉 둘러보았다. 기도라.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다시피 이곳은... 재미없어, 비올렛.”

재미가 없다니 그게 무슨말일까? 비올렛이 대답을 기다리며 그를 보자 린도가 말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거든.”

그는 씁쓸한 얼굴로 기도실에 걸린 아그레시아의 석상과 신의 상징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동자는 기나긴 시간을 담고 있어 소년의 것으로 결코 보이지 않았다. 그의 해맑은 순수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자.”

린도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뭘까. 또 린도의 페이스에 말리는 느낌이다. 비올렛이 말했다.

“자, 잠깐!”

“오자마자 아파서 여기도 제대로 보지 못했잖아, 그렇지?”

“성하!”

“린도라 부르라니까, 싫어. 그런거.”

그가 말하며 비올렛을 이끌었다.

“그래, 이거 정말 해주고 싶었어. 성도만 돌면 뭐해, ‘우리’가 있을 곳을 소개시켜주는거야.”

린도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다. 예배당에 나오자 케이든 경이 비올렛과 같이 나온 린도를 보고 당황한듯했지만 린도는 그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얹은채 쉬잇, 이라고 개구지게 웃었다. 이런일이 자주 있는 일인 듯 케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린도가 말했다.

“비올렛은 내가 데려가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호위가.”

“내가 있는데 호위가 필요합니까?”

린도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서린 미소는 비올렛에게 향한것과는 달랐다. 린도는 기본적으로 비올렛에게 언제나 어딘가 모자른 듯 행동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종교의 지도자로서 군림해왔다. 케이든은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비올렛. 가자.”

그는 비올렛에게 따뜻하게 웃었다. 그 온도의 차이에 비올렛은 괴리감을 느꼈다. 케이든과 눈짓을 주고받은 비올렛은 린도를 따랐다. 그리고 비올렛은 자신이 린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영원할 것 같은 이 소년은, 비올렛이 자라도 그대로이다. 아마 그녀가 늙은 노파가 되어서도 그대로이지 않을까? 분명 근거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왠지모를 확신이 있었다.

린도는 이번에 단단히 결심했는지 본성이 아닌 집무처들 위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관들은 전부 다 나태하고 부패할거라는 비올렛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들은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하긴, 여러나라의 국교이다. 그 종교의 거점이 이곳이라 한다면, 이들도 바빠야 할 것이 당연한 듯 했다. 비올렛은 자신이 생각이 짧았다는것을 인정했다.

“왜, 놀랐어?”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성만 구경할 것이 후회가 되었다.

“물론 이 체계는 추기경께서 제대로 짠거야. 전대 교황인 성(聖) 류스프리드는 다소 미흡했거든.”

“.......”

비올렛은 린도를 보았다. 린도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체자레가 체계를 짰다는 것은, 체자레가 이곳의 책임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교황성의 업무는 추기경이 담당하겠네.”

비올렛의 말에 린도가 말했다.

“당연하지, 추기경께서는 날 언제나 생각해주시는걸. 내가 그에게 권력을 위임했어.”

비올렛은 근거없는 믿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교황은 추기경의 존재를 이렇게나 믿고 있는 것일까. 그 눈동자에는 한점의 의심도 없었다.

“비올렛은 추기경을 미워하지?”

“응?”

갑자기 불쑥 물어보는 질문에 비올레의 얼굴이 깨졌다. 체자레를 미워하냐니? 린도의 얼굴을 봤지만 그는 무엇을 대답해도 괜찮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경계하며 린도를 보았다. 미워하냐, 미워하지 않느냐. 비올렛은 자신이 체자레에게 가진 감정을 정의할 수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미워한다기 보다는 께름칙하고 두려웠다. 그 어렸을적 가졌던 호감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미워하는건 아냐.”

비올렛의 말에 린도가 말했다.

“추기경은 좋은 사람이야, 미워하면 안돼.”

마치 아이처럼 그는 말한다.

“비올렛, 왜 저사람들이 바쁜지 알아?”

“그거야 추기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 않았니?”

방금 이야기한 화제였다. 린도가 말했다.

“신의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평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아픈 자에겐 치료를 해주지, 날은 되도록이면 맑게 유지해. 내 신민들을 보호하는건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노력이 필요해. 나는 내 힘을 쓰기도 바빠. 그는 날 도와주는거야.”

비올렛은 평민들의 반이 넘는 숫자가 글을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천민들은 열에 둘, 하나가 읽을 수 있는것이 글이라면, 평민들중 열에 일곱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것이 상당히 높은 숫자였다. 그렇다면 그것이 다 신전의 노력이 있는 것인가?

“나는 신민을 지키고 추기경은 신민들을 계몽하지, 그러나 왕은 무얼하지?”

“.........”

“국왕은 무얼하지? 나와 추기경을 무너트리기 위해 졸렬하게 궁리하지 신민들은 생각하지 않잖아.”

린도가 비올렛을 보며 말했다. 비올렛은 린도가 처음으로 보인 국왕에 대한 적개심에 입을 다물었다. 왜 사람들이 신전에 기부금 형식으로 세금을 내는지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이나라의 평민들은 합리적인 돈을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나라의 지배자인 왕이 아닌 종교의 지배자, 그리고 자신들을 어루만져주는 신에게.

“신분이 낮다고 그랬니, 비올렛?”

린도가 말했다.

“나는 말이야, 신분이 낮아도 상관하지 않아. 그래도 오롯이 품어야 할 신민이야. 게다가 너는 성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걸.”

그는 눈을 둥글게 휘며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그는 그녀가 처음 만났을때의 모습 그대로 아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왕도의 바보들은 널 언제나 괴롭혔어. 그래서 난 그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었어. 울고 있던 널 보고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아?”

린도가 말했다. 비올렛을 괴롭히던 사람들은 체자레의 손에 모두 죽었다. 아직도 그 잔혹한 장면을 기억한다. 왜 체자레는 그녀에게 그 모습을 일부러 보였을까? 그러나 대답은 너무나 쉽게 나왔다.

“너에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 어린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어. 하지만 내가 가기 전에, 너는 달아나버렸지.”

린도의 목소리는 어둡게 가라앉아있었다. 그는 비올렛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분명 린도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이 분명했다. 체자레의 행동이 납득이 갔다. 그것은 린도의 명령이었던 것이다. 그 잔혹한 장면을 린도는 그녀에게 보여줄 ‘선물’로 이용했던 것이다.

비올렛은 굳은 얼굴로 린도를 보았다.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때의 공포때문에 마냥 두려움에 떨만큼 나약하게 자라지는 않았다. 비올렛은 린도를 보았다. 언제나 처럼 따스하게 웃고 있었다. 그것은 잔혹한 순수였다. 어린아이의 잔혹함.

“무섭니?”

“.......”

“하지만 무서워 해선 안돼 비올렛, 그저 너를 위한 작은 일인걸.”

“.......”

린도는 비올렛을 다시 이끌었다. 비올렛은 린도가 이끄는대로 저항없이 그를 따랐다. 머리가 혼란스러웠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겠다. 신전이, 교황이, 추기경이 품고있는것은 광적인 애정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그저 내심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니 그것이 께름칙하게 느껴졌다.

또 어딘가 조그마한 샛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탁트인 들판과 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꽃밭의 옆에는 가지가 많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화려한 색의 무언가가 열려있었다. 비올렛은 그것이 열매가 아니라 새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도가 다가가자 새들이 린도의 주변에 날아와 내려 앉았다. 푸른하늘과 푸른 나무들, 피어있는 꽃들.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들은 전부 달콤한 노래를 불렀다. 문득 비올렛은 고양이와 놀고있을 그 아이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봐, 내가 기르는 새들이야, 예쁘지?”

비올렛은 린도를 바라보았다. 린도가 손을 뻗자. 청동의 광택을 가진 새가 린도의 손가락 위에 앉았다. 한눈에봐도 윤기가 흐르는 깃털을 가진 잘 관리되어 있는 새였다.

“오랜만이야! 또 왔구나!”

“그래, 보고싶었어!”

새가 린도를 보며 반가워하자 린도가 답했다. 비올렛은 린도를 보았다. 이곳은 비올렛이 수도에서 만들었던 낙원과 비슷했다. 그 낙원속의 아름다운 소년이 미소짓고 있었다. 화가라면 감탄하며 화폭에 옮길만한 풍경이었다. 황금의 햇살을 맞이하며, 새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린도는 신성한 그 어떤존재로 보였다. 그가 여장해서 나타냈던 ‘라즈니’라는 존재가 떠올랐다. ‘가짜’ 비록 가짜이긴 해도 성녀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것은 어쩌면 린도가 아니었을까?

“린도.”

비올렛이 물었다. 린도가 그녀를 보았다.

“너는 누구니?”

그 말에 린도가 미소를 지었다.

“누구긴, 이 종교의 지도자이자 이 성도의 주인이지.”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비올렛의 얼굴을 읽었는지 린도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말이야 비올렛.”

그는 새의 부리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새를 날려보냈다.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은 잠시동안 보이지 않았다.

“나도 잘 몰라.”

그 대답과 함께 린도는 비올렛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비올렛은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말과 동시에 푸드덕 거리며 새들이 날아올랐다. 린도의 뒤에 있는 파란 하늘에 새들이 녹아들었다. 울것 같은 얼굴. 비올렛은 린도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용~세상이 밝아져용!

이틀에 한번이라고 공지를 올렸는데 3일동안 안올렸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있다는건 아니고 사실 슬럼프가 심하게 왔어요...

항상 동료작가님들이나 친구분들께 슬럼프란느 말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슬럼프라는 단어를 쓰고야 말았네요. ㅋㅋㅋ

트위터도 그간 여러 일들이 있어서 존재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이기회에 탈퇴해버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했어요. 쇼핑은 미친듯이하고 노래방에서 혼자

한시간 반동안 열창하고 뭐 이래도 마음은 안풀리고. 거의 1년동안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단발로 싹뚝 잘랐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제가 탈모가 오거든요..탈모가...20대 처자의 머리에 땜빵이있다고 묭실 언니가 보여주심.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고...ㅋ....

사실 후제꽃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왔는데 예전같으면 ㅇㅇ 뭐 다 만족시킬순 없지뭥 이러고 넘기는 것도

하필 시기가 너무 절묘하게 맞물려서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허허;;

조회수도 반토막났고 추천, 코멘도 반토막났고. (독자님들 눈치주는게 아니고 그런것자체가 반응인거잖아여 ㅋㅋㅋㅋㅋㅋ)

일단 뭐 그냥 전개가 재미없어졌다 반응이 좀보여서..큽..

(참고로 감정선에 대해 이해가 안간다는 편수는 제가 조금더 설명을 덧붙였답니다!)

앞으로 나아갈 전개에 대해 독자님들이 좋아해주실까, 재미있어 해주실까. 생각도 많이하고.

사실 그런데 뭐 어떻게 보면 종이책을 내든 어쩌든. 글이라는건 자기만족이죠 뭐.

독자님들의 고견은 들을 예정이나. 그냥 저는 제가 밀고싶은대로 밀고 나갈래요ㅋㅋ

뭔가 선전포고 같은데..그런건아니랍니다. 제 글을 쓴다는거에요 ㅋㅋㅋ

이런 이기적인 작가라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비꼬는거 아니에요. 헤헤 이기적인 저라도

따라와 줬음좋겠어요.  붕붕

사람과 사람간의 로맨스도 쓰고싶지만. 여러 가지의 관점을 써보고 싶어서... 그걸 담고싶어요.

단순 남주와 여주만의 성장이 아닌, 다른 캐릭터들을 아우르는 성장말이에요.

3부는 아직 시작도 안했네요. 3부가 그저 달기만 하다 생각하시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경기도 오산독자님들 : ? 오리둥절)

제가 패러디작가였을적부터 저를 따라오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음..

후제꽃은 가드를 올리기보단 뒤통수를 막으시는게 가장 여러분들께 좋아요.(흐린눈)

아 아직은아니에요! 껄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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