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3 제비꽃, 피어나다 =========================================================================
비올렛이 살짝 뒷걸음질 쳤다. 기사들도 같은 것을 느낀지 마찬가지였다. 에셀먼드는 처음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은색의 강철이 반짝거리며 빛이나고 있었다.
“내 자리는 정당하게 쟁취하여 얻어낸 나의 자리.”
그는 검을 세우며 말했다.
“세속의 연을 버렸다는 것을 너희들에게 입증할 의무는 없다.”
역시나 그 성격, 어디를 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는 저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입증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안하무인의 태도에 성기사들에게서도 살기가 피어 올랐다. 분명 여러 기사들의 살기가 쏟아져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텐데도 에셀먼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들의 앞에 검을 들이댄 기사를 보며 말했다.
“대신, 너희에게 벌을 줄 의무는 있다.”
“하!”
그 말에 다른 기사들이 코웃음을 쳤다. 본디 권한이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권력 밑에서 나왔다. 성기사단 전원이 인정하지 않는 가디언이 누군가를 벌준다는 것은 일어날 리 없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알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검을 휘둘렀다. 그 검격에 기사의 가슴에서 피가 튀어올랐다.
“.......무슨!”
겨우 겁이나 주겠지 생각하던 안이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교황령은 적국이 아닌 동맹국과 인접해 있었다. 수도에 틀어박혀 있는 비올렛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에셀먼드의 명성을, 신전에 틀어박혀 있던 그들이 알리는 없었다. 그들 역시 기사인지라 사람을 죽여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에셀먼드만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같은 기사도를 지키는 기사였으나, 에셀먼드는 그들과 달랐다. 전쟁의 살육을 경험했고. 살떨리는 위협도 견뎠을 것이다. 그는 검으로 권력을 '집행하는 자'가 아닌 검으로 '싸우는 자'였다.
이미 그는 공격의사를 밝혔다. 짙은 살기를 드러내는 것 보다, 손이 먼저 빠르게 나가는 것은 물론이었다. 비올렛은 손속을 두지 않고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는 에셀먼드에게 놀랐으나, 이내 기사들의 수준을 알아보았다.
상대역시 검을 수련한 기사라면 이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어야만 했다. 검을 들고, 검을 휘두르겠다 말했는데도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않은것은 그들은 안이하고 미숙했다. 피가 보이자 기사들이 움찔 했다. 신전기사단들은 이단심문도 겸하였고, 그들이 대부분 살육하는 자들은 대부분 기사가 아니라 평범한 상인이었다. 이들은 같은 무인을 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봐도 무방했다.
이들 사이에 로디온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는 모르지만 에셀먼드는 로디온을 이겼다. 그런 기사가 검을 뽑아들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담을 줄 것이다. 에셀먼드가 비로소 검을 휘두르니, 그들은 깨닫는 것이다. 그는 콘차카족과 전쟁을 치루었던 무패의 기사였다. 에셀먼드가 로디온 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뜨거운 혈기나 적의는 없었으나 에셀먼드는 로디온을 분명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그녀를 지나처 로디온에게 걸어갔다.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을 들고 서 있는 기사들은 그제야 그가 뿜어내는 농도 짙은 서슬퍼런 살기를 느꼈다. 비올렛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것을 지켜 보았다. 여전한 사람이다. 그는 애초에 누군가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에 대해 납득시키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 보다는, 그저 그는 가디언으로서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위급상황이 아님에도 그 누가 성녀님 앞에서 불경스럽게 검을 꺼내는가.”
그의 말은 언제나처럼 조용했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에셀먼드가 그의 앞에 있는 검을 든 기사의 팔을 잘라냈다. 마치 로디온과도 같았다. 비올렛은 그 옛날,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납치에 가담했언 평민들의 목을 쳤던 에셀먼드를 기억해 냈다. 그는 저런 사람이었다. 기사들이 참지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기사였다. 레기우스 살바나에 참여했던 기사들은 에셀먼드에게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비올렛은 비명소리를 삼켰다. 기사들 몇이 에셀먼드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러나 공기를 가르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들은 나가 떨어졌다. 경갑옷을 입었던 그들이었지만, 갑옷을 갈라 피가 새어나왔다. 같은 기사임에도 이렇게 수준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었다. 아니, 에셀먼드의 수준을 모르기에 무모하게 저렇게 달려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사들이 비올렛을 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성녀의 자비를 원하고 있었다. 이만 그를 말려주길 바라고 있었지만 비올렛은 차가운 눈으로 그것을 무시했다. 비올렛은 그들의 편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애초에 명분을 준 것은 그들이었고, 비올렛의 권위에 도전한 것 역시도 그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아무권력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그들이 그녀를 신처럼 섬기고 떠받든다고 하여 이 무례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었다. 에셀먼드는 그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비올렛의 명예를 우선에 두고 행동하고 있었다.
도와주지 않을거라 했다. 그렇다면 방해도 하지 말아야 한다. 갑자기 일어난 유혈사태에 비명을 지르고 귀를 막고 쭈그려 앉아있던 리체와는 달리 비올렛은 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의 잔인한 검격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가까이서 보는 그의 검은 잔인하고 노골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검을 든 기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셀먼드가 근처에 있는 기사의 어깨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분명 그가 팔을 잘라내려 했던 것을 겨우 칼로 막아낸 것이었다. 그러나 에셀먼드가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던듯 어깨를 찔러 검을 내리그었다. 그것에 고통에 질린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에셀먼드는 그 쓰러진 기사의 앞에 다가갔다. 목이라도 치려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는 완벽하게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 그는 두꺼운 신을 신은 발을 들어 내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운 기사의 신음소리가 처절한 비명소리로 퍼졌다. 에셀먼드가 발을 움직이자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근육이 뭉개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발길질 한번에 상처를 해집고 살을 뭉개버린 것이었다. 제 아무리 붉은 추기경이 잔혹하다 했을 지언정 그들은 기사들에게 이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우선 그들은 이런 짓을 해왔던 집행자였지, 그것을 받아들였던 죄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앞에 있는 기사는 능히 그럴 수 있는 남자였다.
“아아아아악!”
여러 기사들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에셀먼드는 그 기사를 발로 걷어차고 앞으로 걸어가 검을 든 자들을 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비올렛에게 위협이 가해지는 위급 상황도 아님에도 사사로운 감정에 검을 꺼낸 것은, 기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올렛에게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면, 그것은 즉결 처분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얀 제복에 피를 뒤집어 쓴 악귀같은 모습은 결코 가디언의 신성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셀먼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팔이 잘린 기사들이나 자신의 아래에 고통에 겨워 울고 있는 기사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의 눈동자는 성녀의 앞에서 감히 검을 든 자들에게 시선이 옮겨가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한 기사와 눈을 마주치며 그 기사에게 다가가자 그가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다들 호기롭게 빼어들었던 검을 머뭇대며 집어 넣었다.
남자들의 위계질서가 힘으로 결정된다면, 이것은 그들의 완패였다. 스무명 남짓의 기사들 중 여덟이 쓰러졌고, 나머지는 공포에 질려 검을 집어 넣은채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는 그들의 검이 검집에 있는것을 확인한 후 로디온 경에게 다가갔다. 로디온은 에셀먼드를 죽일 듯 쏘아보고 있었다.
“경의 잘못은 경이 더 잘 알 것이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로디온은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그 역시 에셀먼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녀님, 로디온 경을....!”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했던 기사는 차마 할 말을 잃어버렸다. 분명 비올렛과 에셀먼드는 피가 흐르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둘의 눈빛은 너무나 닮아 있는 것이다. 성녀의 옅은 푸른 눈동자가 더없이 싸늘했다.
그리고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뒷모습을 보았다. 기사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런 알력싸움이 유혈사태가 될지 절대로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는 연약한 성녀가 그들을 굽어살펴줄거라 예상했었고, 그의 가디언이 그들의 위세에 짓눌릴 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너무나 과신했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은 없었다. 성녀는 분노했고, 가디언 역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있었다.
그때 린도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것을 보았다. 린도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당황한것 같았다. 그는 체통도 잊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짓이야, 기사들을 다치게하다니!”
“.........”
린도는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나 비올렛의 옆에 멈춰 설 정도의 정신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기사들은 전부 다 린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이 모두 다 참담하게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비올렛, 이게 어떻게 된거야? 왜 저녀석이 날뛰는 건데?”
린도가 물었다. 비올렛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셀먼드가 검을 들었다.
“그만 둬!”
린도가 소리쳤다. 에셀먼드가 뒤를 돌아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린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내게 명령할 권리가 없습니다. 성하.”
그 말에 린도의 얼굴이 변했다. 어리숙하거나 때론 무덤해보였던 성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것을 그 스스로 되찾으라 ‘명령’했습니다.”
교황은 성녀를 강제할 수 없다. 성녀도 교황을 강제할 수 없다. 지금 이것은 성녀가 처음으로 가디언에게 명령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그녀의 의사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교황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비올렛이 교황이 옆에 있음에도 아무런 의사를 표현하지 않자 에셀먼드는 검을 휘둘렀다. 로디온 경의 얼굴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상처를 입은 로디온을 보며 에셀먼드가 뒤돌아섰다. 죽이는 것과 영원한 흉터를 남기는 것, 어느게 굴욕일지는 자명했다. 에셀먼드는 로디온 경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는 얼굴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린도가 화를 냈다.
“잡아, 저 녀석을 잡아!”
그 말에 비올렛이 말했다.
“에셀먼드 경, 이쪽으로 오십시오.”
린도의 말에 성기사들과 로디온이 움직였다. 얼굴에 피를 뚝뚝 흘리는 에셀먼드를 로디온이 등 뒤에서 칼을 들어 공격했지만 에셀먼드는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너무나 쉽게 로디온을 제압했다. 성기사들의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체자레가 레기우스 살바나에 내세운 사람이 로디온이라면 성기사들 중 무예가 단연 뛰어난 자가 로디온일 것이다. 게다가 ‘잡아오라’는 명령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너무나 얄밉게 비올렛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아 린도는 약이 단단히 오른 듯 했다.
“너!”
린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에셀먼드의 시선이 그를 바라볼때 비올렛은 이상을 느꼈다. 린도의 손에서 빛이 터져나와 그를 공격하는 순간 비올렛이 손을 뻗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비올렛이 펼친 성력과 린도가 에셀먼드에게 직격하려던 성력이 맞부딪혔다. 잠시동안 하얀 빛이 폭사되었다. 비올렛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갑작스럽게 에셀먼드를 공격하려던 성력을 막아내느라 손바닥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손이 아픈것을 봐 화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발 밑엔 땅이 푹 꺼져 있었다.
“비올렛!”
정작 성력을 쓴 린도가 놀라서 비올렛에게 뛰어갔다. 비올렛은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붉게 물든 손바닥이 물집이 잡혔다.
“다쳤잖아, 아아, 어떡하지!”
린도는 비올렛이 다쳤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라, 아까까지 살기를 띄며 에셀먼드를 공격하던 린도는 흉흉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이 비올렛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았다. 비올렛은 린도를 보았다. 기사들 역시 지금 벌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비올렛은 린도가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미, 미안해 비올렛.”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이 일그러진 얼굴을보며 비올렛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얼굴을 찡그렸는데. 성력으로 입은 상처는 제아무리 비올렛이라도 빨리 회복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린도도 비올렛도 아까부터 그녀의 손바닥에 성력을 집중시켰지만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얼음.”
에셀먼드가 다가와 비올렛의 손을 린도에게서 빼내며 말했다.
“얼음이 필요합니다.”
린도가 정신을 차린듯 에셀먼드를 노려보다 소리쳤다.
“얼음을 가져와라!”
***
비올렛의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체자레는 그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홍차색 머리카락은 붉었다. 공작령에서 오던 도중 성력이 부딪히는 것을 느끼고 바로 달려왔다는 말 그대로, 그의 긴 머리는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오자마자 백궁에 들어 선 체자레는 붕대가 감긴 비올렛의 손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에 띄게 불쾌한 표정이었다.
비올렛은 신관들과 대신관들이 가득 들어찬 방 안에 있었다. 그저 화상일 뿐인데도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마냥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리고 아까부터 머리아프게 들었던 소리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성녀가 가디언을 지키다가 입은 상처라니 말도 안됩니다!”
비올렛은 이곳의 신관들 역시 에셀먼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런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막상 그 말을 듣는 에셀먼드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비올렛은 화가 났다.
체자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린도 역시 비올렛의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풀죽은 강아지의 모습이었다. 비올렛은 이 떠들썩한 상황을 정리해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다.
“물러나십시오.”
비올렛이 말했다.
“에셀먼드경, 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들썩 대던 대신관을 포함한 신관들은 비올렛의 말에 깨갱, 하듯 물러났다. 흥분해서 떠드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에셀먼드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는 차갑게 외면했다. 방에는 소파에 앉아있는 체자레와 비올렛 그리고 린도만이 있었다.
“에셀먼드 경의 처벌을 원하십니까 추기경?”
비올렛이 물었다. 체자레는 비올렛의 상처를 내려다 보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이 다시 물었다.
“아니, 성하께 물어보는게 먼저겠군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성하?”
비올렛의 말에 린도가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온 시선에 깜짝 놀라했다. 린도는 우물쭈물 했다.
“그 녀석은 처벌하는게 옳아, 왜냐하면 내 명령을 어겼으니까.”
“처벌하실 생각입니까?”
비올렛이 체자레를 바라보자 체자레는 비올렛을 관찰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답답해졌다.
“스승님!”
비올렛이 대답을 재촉하자 체자레가 말했다.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교황과 추기경의 결론이 완벽하게 상반되었다. 비올렛은 린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린도는 추기경에게 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성녀님의 면전에서 감히 검을 빼어들었습니다. 가디언의 행동은 정당한 행동이었습니다.”
“........”
체자레는 린도를 보았다.
“가디언을 못마땅하게 여긴건 이해할만하나 성하. 이번일은 지나치셨습니다.”
“.......”
린도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신전기사단들이 성녀님의 호위에 비협조적이었고, 신관들 역시도 가디언에게 살피지 않았다고 하지요? 떠받드는 시종들도. 성하께서 그런 적대적인 태도를 대놓고 취하시니 그 사실이 퍼져나가 가디언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올렛은 문득 에셀먼드가 그녀의 생일때 말을 데려오는데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자레는 아마 이때부터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체자레는 많은 시종들 앞에서 그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적은 없었다. 체자레는 일단 에셀먼드의 명예를 존중은 해 주었다. 그러나 린도 때문에 에셀먼드는 그녀가 모르는곳에서 고초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비올렛이 린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신전 기사단 측역시도 반성해야 합니다. 로디온 경이 에셀먼드 경에게 원한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던 사실이나 그것을 분위기로 퍼트렸습니다. 처벌은 당연한겁니다. 저같으면 그들의 목을 베었을겁니다.”
“추기경!”
린도가 소리쳤다. 비올렛은 린도가 상당히 자신의 사람들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정말로 열 다섯의 소년과도 같았다. 마치 죄를 지은 소년처럼 그는 체자레의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분석하여 판단할 여유가없었다. 비올렛은 그저 화를 가라앉히느라 애쓰는데 급급했다. 눈물이 핑 돌것 같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진작 살피지 못했나 자신에게 화가 날 뿐이었다. 어린시절과 달라질게 무엇인가.
“성녀님이 상처입은 것은 에셀먼드 경 때문이 아니라 성하 때문입니다. 아시고 계시지요?”
체자레의 말에 린도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는 대놓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화를 낼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묵묵하게 받아들였다. 정말로 체자레는 완벽하게 꾸지람을 하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린도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결국 방 안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방 안에는 이제 체자레와 비올렛 단 둘이 남았다.
“그러나 성녀님.”
체자레가 그녀를 돌아보며 손을 뻗었다. 체자레는 자신의 두 손에 비올렛의 조그마한 두 손을 가두듯 잡았다. 붕대 너머로 온기가느껴졌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상처를 보고 있었다.
“다시는 누군가를 지키려다 대신 상처입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들은 비올렛은 어이가 없었다. 성녀 증명때 누구때문에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해한건지는 잊어버린건가.
“특히나 가디언은 절대로. 그는 성녀님을 지키려다 죽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스승님.”
비올렛이 체자레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에셀먼드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관대하게 판결을 내렸다. 체자레는 조용하게 그녀의 붕대를 감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속이 썩어 문드러집니다.”
“........”
그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누가 속이 썩어 문드러집니까?”
“글쎄요.”
비올렛의 물음에 그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만면에 미소를 띄우던 얼굴에는 미소가 싹 가셔있었다. 비올렛은 정말로 체자레가 이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해야만 했다.
“스승님, 저는 몇번이고 이렇게 나설겁니다.”
그 말에 상처입은 손을 보고 있던 체자레가 고개를 들어 비올렛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금안은 불쾌함을 담고 있었다.
“그에게 위해가 가해진다면 언제나 그의 앞에 설것입니다.”
체자레의 얼굴에는 다시금 가면같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비올렛, 그를 사랑합니까?”
그 말에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렸다. 정곡을 찔린 기분에 표정관리가 안되었으나. 그녀는 일부러 체자레를 똑바로 보았다.
“사랑을 해야 지켜야 한다 말할수 있는겁니까?”
비올렛은 체자레를 올려보았다. 이 노회하면서도 젊은 사람에게. 사실 진실을 숨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 체자레 앞에서도 그녀는 언제든 진실을 숨길수 있었다.
“그는 제겁니다 스승님. 이곳에서 유일한 저만의 것이요.”
비올렛이 말했다. 체자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황금색 눈을 내리 깔며 손을 내렸다.
“그의 대우는 문제가 없도록 조정할겁니다. 약속하겠습니다. 나의 성녀님.”
비올렛은 체자레를 보았다.
“그러나 성녀님, 가디언과 성녀의 관계가 절대적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 ^0^(저 대청자맞아요)
코멘트 남겨주실거죠? ㅠㅠㅠ 안남겨주시면 저 서운함
ㄴ내일은 못올리고 내일모레 올립니다 불금시각에 올리겠군요.
저는 또 입금확인으 하러 갑니다..(바쁨..)
이번 편에 안그래도 체자레를 등장시키려 했는데 ㅋㅋㅋ 적절하시게 원하셨어
독자님들
어떤 독자님이 이 댓글 남겨주셔셔 QnA합니다.
-후원에 핀 제비꽃 관련 질문.
Q.작가님 뒤늦게 정주행하고 있는데요! 공지사항보고나서 마동석씨가 계속 이자카에 빙의되서 몰입이 안돼욬ㅋㅋㅋㅋㅋㅋㅋㄲ 저 어떡하죸ㅋㅋ
A. 망했네요.
네 망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