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제비꽃, 피어나다 =========================================================================
비올렛은 린도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허술하게 행동하여 비올렛은 그를 위험인물로 생각해본적이 거의 없었다. 우선 그는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체자레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체자레에게 신경을 쓰느라, 비올렛은 이 종교의 수장인 교황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30년 전에 즉위한 교황 린도. 최소 삼십은 넘은 나이를 가졌다. 어쩌면 체자레보다 나이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곳은 달콤한 자유를 주겠노라고 그녀에게 제안하고 있었다. 과연 그것이 옳은 길인 것일까. 비올렛은 멍하게 발코니에서 정원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묵묵하게 서 있는 그녀의 기사에게 시선이 갔다.
“오라..아니, 에셀먼드 경.”
그녀는 하마터면 에셀먼드를 다시 오라버니라 부를 뻔 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그는 비올렛이 알아 차릴 수 있는 비교적 쉬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역시 조금 생각이 잠긴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에셀먼드의 턱가에는 수염이 꺼끌꺼끌하게 나 있었다. 역시나 잠을 못자는 것일까.
“수염이 자라셨네요. 설마 저녁까지 내내 제 방 밖에 서 있는건 아니시죠?”
“.......”
에셀먼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디언이라고 철인은 아니었다. 성녀를 수호하기 위해서 신전 기사단과 연계하여 교대로 서는것이 일반된 일이었다. 하아. 비올렛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린도나 체자레에게 말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정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에셀먼드는 대답하지 않고 비올렛을 보며 자신의 손을 들어 수염을 매만지고 있었다.
“수도에 있을때 교황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나요?”
비올렛이 에셀먼드에게 물었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전무합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런 나이를 먹지 않은 소년이라는 것도 신전측에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린도에 대해 조사해볼수는 없는건가요?”
비올렛이 물었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성녀님께서 원하시는 거라면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만 힘듭니다. 우선 이곳의 그 누구도 그가 교황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알아보셨단 말인가요?”
비올렛이 눈을 깜빡였다. 에셀먼드는 이미 린도에 대해 알아보려 시도는 하고 있었다. 우선 자신에게 들이닥친 이 어마어마한 환경에 정신이 팔린 비올렛보다 역시 합리적이었다.
“티게르난 공작, 아니, 추기경 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소년이 교황이라고 해서 국왕파에 그 어떤 이득도 없습니다. 굳이 숨긴다고 이득이 되는 정체가 아닙니다.”
에셀먼드는 생각에 잠긴듯 말했다. 비올렛은 눈을 뜨고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같이 붙어있다보니 이런 대화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이 확신이 들었다. 언제나 어리게만 보고 한심하다 여겼던 여동생이 아니라, 그가 모시는 사람으로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말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표정을 애써 갈무리했다. 짐작이 가는 바는 있었다.
“하나 묻겠습니다. 경.”
비올렛이 말했다.
“린도의 눈동자 색과 머리 색은 어떠합니까?”
다소 이상한 질문에도 에셀먼드는 바로 대답했다.
“푸른 눈에 눈에 띄지 않은 흑갈색 머리카락입니다.”
역시나 그러했다. 린도를 보면 언제나 마이 페이스라서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아니, 사실은 별로 신경을 쓸 가치를 못 느끼겠다는 표현이 맞았다.
“성녀로 분장했던 린도의 머리색과 눈 색은 어떠했습니까?”
“머리색만 붉은 기만 도는 은발이었습니다. 성녀님의 머리색과는 약간 달랐지만 눈 색은 성녀님과 비슷했습니다.”
“........”
에셀먼드가 말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성력을 썼다. 눈을 깜빡이자 그녀의 눈 색과 머리색이 변했다. 이번에는 에셀먼드를 확실히 놀라게 한 듯 했다.
“일시적이지만 저도 머리색과 눈 색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올렛이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아마 그녀가 잃어버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옅은 갈색 머리에 제비꽃의 눈 색깔을.
“그러나 이것을 하루종일 지속할 수는 없지요. 특히나 신성으로 물든 머리색과 눈색을 한 저로서는 이것을 유지하기 힘이듭니다. 그 역시 성도를 신성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황은 저를 만날때나 추기경을 만날때 이외에는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을 삼가고 있습니다.”
“.......”
에셀먼드는 자꾸 비올렛의 눈동자를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묘한 눈빛이었다. 하긴 사람의 눈동자 색이 갑자기 바뀌는게 신기할 법도 했다. 특징없는 갈색 머리카락에 조금 특이한 보랏빛 눈동자 색이라니. 성녀의 탈을 벗은 그녀는 평범해 보일 것이다. 비올렛은 고개를 살짝 숙인채 태양을 바라보았다.
“린도의 눈동자는 황금색입니다.”
“......그건.”
에셀먼드가 말했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제게는 보입니다. 그는 은발이며, 황금색 눈을 하고 있습니다. 에셀먼드 경, 왕족의 눈은 모두 황금색이라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샤를의 눈동자 역시 호박색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기가 도는‘황금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왕도, 체자레도 금안을 하고 있었다.
“황금색 눈은 아그레시아 초대왕 카스토르의 증표입니다. 성녀의 징표가 은발에 푸른 눈이듯 왕족은 대부분 황금 눈을 갖습니다. 왕족의 피가 흐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 눈동자를 가질 수 없습니다.”
역시나 그러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왕족의 피이외에는 그 눈동자를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교황이 왕족이었단 말이겠군요.”
“그 황금의 눈을 가졌다면, 그러겠죠.”
비올렛이 대답했다. 잠시동안 침묵이 그들을 감쌌다. 이것은 크나큰 위험 신호중에 하나였다. 교황이 왕족이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체자레 뿐만이 아니라 교황 역시 왕위계승권이 생긴 것이었다. 체자레는 린도의 눈 색을 알고 있었던가? 비올렛은 생각했다.‘혼나겠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체자레가 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차라리 먼저 눈치를 챘으면 전쟁터에서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그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제가 미리 말했어야 했습니다.”
비올렛이 말했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딱히 그 사실을 제게 말해야 했던 이유도 없었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말에 비올렛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황금색 눈동자가 주는 의미를 너무나 간과했다. 숨기려 했다기 보다는 전혀 신경이 안쓰였던게 사실이었다. 린도는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비올렛이 가진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저 황금색 눈을 가진 이상한 신관소년이었던 것이다. 에셀먼드는 깊게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왕족의 가계를 조사해 봐야 할것 같습니다.”
“.....여기서요?”
비올렛이 물어보자 에셀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따로 어떠한 목적이 있어 캐내려는게 아닙니다.”
비올렛이 만류했다.
“경께서는 이 사실을 에이든에게 알리실 건가요?”
비올렛의 입에서 에이든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가 말했다.
“에르멘가르트 후작에게 이 일을 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침묵을 대가로 당신의 곁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마정석이나 전서구를 통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에셀먼드는 단호했다.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운 말이었다. 린도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만약 그가 반역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으면 비올렛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선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린도가 비록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성도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아무 목적을 가지지 않으셨다면, 생각하는 것도 그만 두십시오.”
비올렛이 에셀먼드의 말에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이것은 충언인가. 아니면 잔소리인가 비올렛이 눈을 깜빡이자. 그는 말했다.
“알아봤자 위해가 되는 정보입니다.”
반박할 수가 없다. 그녀는 어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캐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끔한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한 성격이다. 비올렛이 속으로 투덜거릴때였다.
“궁금한게 하나 있습니다.”
에셀먼드가 다시 말을 걸었다. 또 무엇을 말하려 그런 것일까. 비올렛은 내심 또 쓴소리를 들을 것을 걱정했다.
“그 눈동자. 원래 당신의 눈동자입니까?”
“....네?”
너무나 의외의 질문에 비올렛이 눈을 크게 떴다. 생각해보니 눈 색과 머리색을 바꿔놓고 제대로 돌려놓지 않았다. 보라색 눈에 갈색의 머리카락. 흔한 여자의 머리색
“제비꽃의 색입니다.”
“........”
가슴이 쿵쿵 거렸다.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에셀먼드는 바다색이라는 어두운 푸른 눈을 그녀의 눈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탐색이 아닌 정말로 그녀의 눈을 눈 자체로 보고 있는 시선이었다.
“선대 후작께서는 제비꽃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알고 있으셨나요?”
비올렛이 물었다.
“봄이되면 항상 피는 꽃이 아닙니까.”
비올렛의 동공이 작아졌다. 심장이 다시금 쿵쿵거리며 뛰었다.
“아버지가....그러니까 제 친부가 태어난 제 눈동자색을 보고 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비올렛(Violet)이라고.”
그녀가 어물거리며 말했다. 사적으로 그가 무엇을 물어본적이 있던가. 생각해봐도 없었다. 에셀먼드는 침묵을 지켰다. 그것을 물어봐 놓고서 어떤 감상이 없었다. 그렇군요, 아름답다. 신기하다. 따위의 감상은 물론 없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그가 제비꽃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얼굴이 붉게 익은 것을 숨기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인지 에셀먼드가 조용히 바깥을 나갔다. 문소리가 나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이미 붉게 익어 있었다. 비올렛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손을 들어 볼을 쓰다듬어 보았다. 손이 차가웠다. 그렇다면 그만큼 볼이 달아올라 있는 것이겠지.
그래, 제비꽃을 알고 있었구나. 그는 제비꽃 따윈 모른다고 생각했다. 길가에 널린게 제비꽃이니 모를리가 없다고 오히려 말했다. 알고 있었네. 알고있었구나.
그런데 왜 그는 갑자기 바깥으로 나간걸까. 아니, 다행히 그것때문에 달아오른 얼굴을 숨길수도 있었다. 거울을 보니 보라색 눈동자가 보였다. 비올렛은 그 그리운 눈동자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성력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머리색이 다시 하얗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눈동자의색 역시 하늘색으로 물들었다.
*
신전은 후작 가나 왕궁과는 달리 비올렛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할까 애쓰는 것 같았다. 애녹시 글로리때 비올렛은 정말로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쉬었다. 그것은 린도를 시험해 볼 생각이었으나, 정말로 린도는 비올렛이 불참의사를 밝혀도 ‘나도 나가는게 아니니 괜찮아!’라고 말하며 참여하지 않았다. 비올렛은 백궁에서 조용히 등을 날려보냈다.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교황의 가호아래 이루어진 이 성도에는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으며.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백궁역시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비올렛은 이 신전을 거닐고 또 거닐었다. 신전은 너무나 그녀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녀를 딱히 이용하지도 않았으며 그녀를 꼭두각시로 조종하지 않았다. 보고싶어서 불렀다는 린도의 말 처럼 정말로 그녀를 보고싶어서 불러낸 것 처럼 그녀를 대했다.
왕궁에서 언제나 그녀를 향하던 시선이 아니었다. 비올렛은 이 어색한 대접을 받아들이는것이 힘들었다. 가만히 있으라 하지만 그것은 안주하라는 말이었다. 후작은 생전에 그녀에게 검술을 배우라 혹독하게 가르쳤고. 일정수준 이후에는 그녀를 방치했으나. 왕궁의 임무, 예를들어 샤를을 가르치는 것이라던가 성녀로서 외교관을 만나는 일을 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의무도 없다. 이따금 새끼고양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이 무료함속에 말룸을 기다리고, 말룸을 처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비올렛은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 분명 전대 성녀들은 성녀로서 무언가를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비올렛에게는 정말로 아무런 목표의식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린도는 비올렛의 그런 욕구를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비올렛은 복잡했다. 그리고 문득 손이 굳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리체, 연무장은 어디있니?”
비올렛이 물었다. 리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 연무장이요? 성기사님들이 수련하는 그런곳이요?”
“...연무장이 다른곳이 더 있니?”
“그, 그곳을 제가 가도 되는 것인가요?!”
갑자기 리체가 소리쳤다. 비올렛은 한번씩 이 아이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정상인의 범주에 들면서도 묘하게 아니었다.
“에셀먼드 경, 경도 연무장에 따라오실거죠?”
“당연합니다.”
결정되었다. 에셀먼드가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것을 보아, 그 역시도 몸이 근질거리는 듯 했다. 사실 검을 쓰는것은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자꾸 손에 익은 검술이 사라지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우선 그녀는 말룸을 물리쳐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 그만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초조했다. 검술을 단련하지 못해도 하다못해 화살이라도 쏠수는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비올렛은 그곳으로 향했다.
왕궁에 있는 연무장은 가 본적이 없으나 신전이 있는 연무장은 넓었다. 비올렛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자, 입구에 서 있던 기사들이 무릎을 꿇으려는 것을 약식 인사로 대체했다. 비올렛은 고개를 푹, 숙이는 그를 보며 조금 난감한 기색을 비췄다. 괜히 자신이 가서 방해를 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로디온 경은 안계시나요?”
“아 저기 오십니다.”
마치 국왕이 납신것같다. 차라리 한적한 곳에 연무장이라도 만들어달라 말할걸 그랬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니. 우왕좌왕하는 그들의 시선이 비올렛에게 꽂혔다. 로디온 경이 얼마 안되어 비올렛의 앞에 섰다. 그는 수련을 위해서인지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성녀님?”
“조금 몸을 풀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연무장도 구경도 할 겸요.”
비올렛의 말에 로디온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연히 성녀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리 하셔야 할 일입니다. 들어오십시오.”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눈짓했다. 다행히 로디온은 에셀먼드쪽에는 눈초리도 주지 않고 있었다. 이게 그 나름의 대우라면, 차라리 부딪히는 것 보다는 나았다. 비올렛은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에셀먼드가 안으로 들어오려는 순간 성기사들이 갑자기 검을 뽑아들었다.
“외부인은 이곳에 들어올수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우에 비올렛이 뒤를 보았다.
“그가 왕이 보낸 밀정인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로디온이 말했다. 비올렛은 말했다.
“경께서는 지금 나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성녀님, 저흰 성녀님만을 믿고 성녀님을 따릅니다. 하지만 저 자는 국왕의 개였던 자입니다. 그런 그를 저희가 어찌 받아들일수 있겠습니까!”
옆에 있는 덩치큰 기사가 말했다. 성기사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스무명 남짓한 남자들이 소리치자 그것은 비올렛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리체가 겁을 먹은 듯 비명을 질렀다.
“성녀님을 천출이라 무시하고 핍박하셨던 왕도의 사람입니다.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는 조용한 얼굴로 비올렛을 보았다.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몰랐다.
“심지어 세속에서는 작위까지 가진 자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에셀먼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너희가 했던 행동 군시설을 노출시키지 않은 것 모두 반역죄로 처벌가능하다.”
이것은 당연하겠지만 더욱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말이었다. 기사단 사람들에게 험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정작 에셀먼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보십시오! 저 자는 신전의 사람이 아닙니다. 반역 죄라니요, 누가 누구에게 반역죄를 언급한답니까?”
“성녀님 호위를 독차지 했을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저자는 성녀님을 신전에 넘길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호위를 독차지. 에셀먼드는 그런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비올렛은 뒤를 보았다. 수염을 말끔하게 깎았고, 조금은 쉬는 것으로 보았기에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성하의 뒤를 캐고 다녔다지?”
로디온 경이 말했다. 그리고 비올렛에게 말하는 것이다.
“성녀님, 저 자는 성녀님을 공격했던 자의 형입니다. 성녀님의 죽이려 했었던 자의 형이란 말입니다!”
아. 그래, 비올렛은 깨달았다. 다니엘이 목을 졸랐을 때, 로디온 경이 구해주었다. 만약 로디온이 성녀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형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그 더러운 놈이 성녀님을 괴롭히는 것을 방치한 자란 말입니다!”
에셀먼드는 그런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에셀먼드는 떠나 있었다. 비올렛으로 인해. 에셀먼드는 다니엘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그것을 침묵했던 것은 비올렛이었다.
“성녀님, 정신차리십시오. 그는 왕의 세작일지도 모릅니다. 왕의 명령을 받고 이용한것인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로디온이 말했다. 적개심이 어린 눈동자. 체자레도, 린도도 에셀먼드에게 그런 눈빛을 보낸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와 에셀먼드는 반대의 입장에 처해 있었다. 아니, 지금은 비올렛이 더욱더 좋은 입장인지도 몰랐다. 국왕의 검이 국왕의 개로 매도 당하며, 그의 고귀한 기상을 거만이라고 매도한다.
천출이라고 모든것을 무시당했던 비올렛과, 국왕파의 귀족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는 에셀먼드가 무엇이 다를까. 그는 그녀에게 침묵을 지키겠다고 했다. 린도에 대해 알아냈던것은 비올렛을 위한것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 그가 어떤 입장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는 수도에서 처럼 언제나 고귀하며 고명하며 그 드높은 이상이 존중받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그는 비올렛에게 종속되었으며, 그의 권위는 비올렛이 살펴주어야 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에셀먼드를 가져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호위를 독차지한다? 비올렛은 알았다. 그것은 독차지한게 아니라, 신전기사단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그저 고집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지만 삼켰다.
답답하고 화가 났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 주었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너무나 화가 나 분노가 가득찼으나 서운함과 슬픔마저 밀려왔다. 이런 것 따윈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것일까, 그녀가 못미덥다는 것일까?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속죄라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은건가?
그리고 비올렛은 왜 에셀먼드가 그녀를 답답하게 여겼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런 기분이었다. 분명히 그도 이 기분을 느꼇을 것이었다. 비올렛은 그를 돌봐야 했지만 그는 이미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 에셀먼드에게 비올렛은 보살피고 돌봐줘야 할 어린 여동생이었지만, 비올렛에게 에셀먼드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차마 말도 붙이지 못할만큼, 소중하고 귀중한. 왜 아무말도 안하는것인가. 왜 이것을 그대로 당하고 있었단 말인가. 분명 그도 화가 났을 것이었다. 아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입술을 꽉 깨물어 드러내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푸른 하늘색 눈에는 차가운 불길이 일었다. 비올렛은 로디온 경을 바라보지 않고 에셀먼드에게 다가갔다. 그 누구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로디온이 그녀를 불렀으나 그녀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는 감히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녀의 눈과 그의 깊은 푸른눈이 마주했다.
기사단 사람들의 불만어린 눈빛따윈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애녹시 글로리때 혼자서 서재에 울고있던 소녀에게 소년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널 도와주지 않을거다.
“나는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겁니다. 에셀먼드 경.”
비올렛은 입술에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젠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등을 날려보낸 소년 에셀먼드가 어리고 나약한 여자아이였던 비올렛에게 말했다.
-네 것은 네 스스로 되찾아.
“그대의 것은 그대 스스로 되찾으십시오.”
에셀먼드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그 깊은 푸른 눈이 휘어졌다. 다소 비틀린 미소였으나 남매였던, 그러나 주종관계가 되어버린 둘은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마치 암호처럼 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처음으로 그들은 마주하고 같은 마음으로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너는 어떠한 행동을 해도 괜찮다. 내가 뒤에 있을 것이다.
그래, 도와주지 않는 다는 말은 그러한 말이었다.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비올렛이 그러한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속이시원하시면 추천!... 코멘도 남겨주실거죠..? 그럴꺼죠?(초롱초롱)
추천안해주면 삐질거얌!! ㅠㅠ은 농담이고 해주세요(굽신굽신)
에 뭐.. 다음에는 언제돌아올까.. 내일은 재고판매땜에 힘들것같고..
목요일즘에 돌아올것같습니다!
우와!!
여튼 서로 반대입장에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네요.
완벽한 반대입장은아니지만 말이에요. 아 비올렛이 이말하는거 너무 쓰고싶어 죽을뻔했어
여튼 저는 자러갑니다 안녕히주무세요 굿나잇!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