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110화 (103/208)

00110  제비꽃, 피어나다  =========================================================================

“네 생일에 맞춰오고 억지좀 썼지.”

린도가 맑게 웃었다. 비올렛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찬들을 보았다. 이것들은 모두 비올렛을 위해 마련된 식사였다. 후작가에서도, 왕궁에서도 이런 식사를 대접받아 본 적은 없었다.  그 이전에 비올렛은 음식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얼마나 풍미가 좋은 것인지에 대해  차려진 음식으로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비싼 음식인지는 알 수는 있었다. 겨울임을 감안하고서라도 파릇파릇한 밝은 색갈의 채소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이런걸 다 먹을 수 있을리가 없다. 커다란 케이크가 보였다.

“무슨 맛을 좋아할지 몰라서 여러개를 만들라고 했어! 이중에 네가 좋아하는게 하나정도는 있겠지!”

린도가 해맑게 웃었다. 신관들이 모두 다 해맑게 웃고 있었다. 마치 엄마에게 칭찬받으려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들을 보며. 그녀는 신전이란 왜 이런 것인지에 대해 고찰하는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중년 남자들이 린도와 같은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것은 부담스러웠다.

사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공식적으로 그녀가 거하던 백궁의 처소에서 나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걸어다닐 수 있다 해도 몸이 완벽하게 회복이 된것은 아닌지라. 그녀는 거의 누워있어서 제대로 교황성을 볼 기회를 갖지도 못했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그녀가 조용한 휴식을 원하다고 말하자마자 모두가 다 그녀의 궁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원래 후작가에 있었을 시에 가장 하찮은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음에도, 절대적으로 그것들을 따랐다.

그러나 이런 바보같은 구석은 뭐란 말인가. 원래부터 이런 곳인가.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그녀를 따른다. 비올렛은 선량한 표정을 짓는 자들을 수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저런게 바로 돈낭비다. 신전을 얼마나 많은 재력이 있기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체자레에게 뭐라 항의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체자레는 이 자리에 없었다. 아마 린도가 이런 일을 벌일걸 알고 미리 도망간 것은 아닐까. 그런 원망까지 들었다.

“태어난 탄신일을 축하드립니다, 성녀님.”

“축하드립니다 성녀님.”

낯뜨거운 인사에 일일이 답하며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넘어갈 리가 없다. 아침식사부터 부담스러우니 속역시 부담스러웠다. 에셀먼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뭐 이런 일에 익숙한건지, 아니면 별 생각이 없는건지 표정은 그대로이다. 그를 바라보던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고, 그녀는 성도 주변을 한바퀴 돌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린도가 그녀의 건너편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맛있지?”

부담스러운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신관들은 왜 다 그녀의 뒤에 나열해 있으며, 지금 밥을 먹는 이 순간까지, 심지어는 그 신관의 수장인 교황인 린도마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을까. 기대에 찬 눈동자였다. 생각해보니 린도는 교황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다던데, 이렇게 다녀도 되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식욕은 없었지만 그녀는 수프를 마시고 겨우 맛있다는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 말을 들으니 신관들도 시녀들도, 전부 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전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세상의 행복을 얻은듯한 그 행복한 얼굴을 보며 비올렛은 기겁했다. 정말 이상한 곳이다, 이 곳은.

**

성대하게 차려진 아침을 먹고 비올렛은 몸단장을 했다. 새하얀 성복의 디자인은 단순해 보였으나 섬세하게 주름을 잡아 언뜻 보면 세속의 디자인보다 더욱 더 화려해보였다. 백금의 실이 그녀의 하얀 치마 하나하나를 수놓아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한눈에 봐도 진주처럼 은은한 광택이 나는 그 옷은 어떤 천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았다. 겨울인지라 따스한 푸른색의 망토를 착용한 채 비올렛은 머리를 매만졌다.

단 하나 좋았던 것은, 신을 모시는 자이기 때문에 속세의 여성과 같은 장식은 상스럽게 여겨 더이상 양식에 얽매이지 않아서 그녀는 조금 더 편한옷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어렸을 적 후작가에 왔었을 땐 이 얼굴이 익숙하지 않았고, 1년전, 성년이 되었을 때는 이 얼굴에 익숙해지고 이 얼굴에 조소했다.

“에셀먼드 경은 밖에서 기다리는 거니?”

비올렛의 물음에 리체가 대답했다.

“네.”

이상하다. 에셀먼드가 바깥에 있다 생각하자 두근거렸다. 그때는 어떤 얼굴로 꾸며도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신전에 온 지금이 더 얼굴에 신경을 쓰고 싶었다. 다른 시녀들이 옷매무새를 고르게 정리해주었다. 머리 역시 몇가닥을 땋아 실크 리본으로 묶어 보석핀으로 고정했다. 푸른 돌이 박힌 목걸이를 걸고. 팔찌까지 걸었다. 바로 문 뒤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몸이 회복되지 않아 쉬고 있을 때도 가끔 보러 왔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진짜 본격적인 호위 업무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오른쪽 손등을 바라보았다. 계약의 푸른 인이 보였다. 이 푸른 인은 계약의 증표로서, 어떤 책에서는 마음만 통한다면 조금 먼 거리에서 대화도 가능하다고는 했다. 그러나 사실 그런 것은 잘 모른다. 중요한건 그들이 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니.

대부분 귀하게 다루어진 성녀가 그녀를 지키려는 가디언과 이야기 할 절박한 확률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녀는 그것을 쓰다듬다가 손을 내렸다. 이것은 그저 야사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닥 신뢰성은 없는 이야기였다.

방 밖을 나가니 낯익은 사람이 눈에 서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이를 보았다. 로디온 경이었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그는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오싹 하고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에셀먼드를 찾았다. 다행히 에셀먼드가 걸어와 그녀의 앞을 호위하듯 섰다.

“로디온 경?”

그녀의 말에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성녀님을 찬양하라, 드디어 신도의 주인없는 백궁에 주인이 생겼습니다.”

“네.”

“몸이 좋지 않으시다 하여, 알현을 미루었습니다. 신전 기사단은 당신과 함께할겁니다.”

“그대의 신앙 잘 알았습니다. 이젠 일어나 주십시오.”

절대적인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며 비올렛은 부담을 느꼈다. 천하다는 시선만을 받다 이런 시선을 마주하니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했다. 특히나 이렇게 매일 매일 이런 시선을 마주할 걸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로디온 경의 뒤쪽에 서 있는 청년들의 얼굴이 보였다. 모두들 기대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다 에셀먼드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지체될 것 같습니다. 가보죠.”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모시겠습니다.”

비올렛은 그들을 따르는 시녀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로디온 경과 신전 기사단 소속 성기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피했으나 실례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행진까지 같이 호위해 달라 할걸 그랬나? 사실 그녀는 결례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조금 신경 쓰였지만 어차피 오늘 성도 행진에 함께할 사람들이었다. 찝찝하긴 했지만 문제는 없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깥으로 나섰다.

*

무려 군마가 여덟마리나 이끄는 열린 마차는 그녀가 보았던 어떤 마차보다 호사스러웠다. 일견 보면 수수해보였지만 빛이 비치자 반짝거리는 것을 보아 이 마차에도 얼마나 화려한 세공이 들어가 있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오셨습니까?”

체자레가 다가왔다. 체자레를 올려다보자 체자레는 그녀가 탈 마차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은채 인사했다. 에셀먼드는 자신이 옆에서 타고 갈 군마 한마리를 가지러 간 상태였고. 그녀는 마차앞에 서 있었다.

“당신의 격에 맞도록 준비해두었습니다, 성녀님.”

써오던게 아니란 말인가. 비올렛은 저 마차를 보며 생각했다. 체자레는 비올렛의 반응을 보며 재밌다는 얼굴을 했다. 별로 놀란것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백이십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마차를 진즉 만들었어야 했던 것이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요.”

비올렛이 대답했다. 체자레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음 역시 편하신가 봅니다.”

“........”

“에셀먼드 경이 있어 행복하시겠지요.”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태도였다. 은근하고 다정한 말투, 언제나 그런 말투로 사람을 농락하는 사람이다. 비올렛은 체자레를 보았다. 내심 당황했으나, 그녀의 마음이 들킨다면 체자레에게 가장 커다란 약점을 잡히게되는 것인지라 애써 관리했다.

“스승님.”

비올렛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물었다. 체자레는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이야 말로, 이 상황이 가장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체자레는 비올렛의 허세를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올렛은 그것을 공공연하게 표를 내서는 안되었다. 체자레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때, 에르멘가르트 가문이 내게 저질렀던 잘못을 이야기 해주신건 스승님이십니다. 그리고 에셀먼드 경은 속죄를 하기위해 삶을 바쳤습니다.”

“속죄요?”

그는 재미있는 것을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진정 속죄라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비올렛이 물었다. 그러자 체자레는 하, 하고 기가찬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 이야기는 달가운 주제가 아니다. 다른 주제로 바꾸어야 한다. 비올렛은 체자레에게 물었다.

“오히려 제가 묻고싶습니다, 스승님.”

비올렛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이야 말로 눈에 띄게 경계하시고 계십니다. 스승님은 에셀먼드 경께서 가디언이 되시는게 왜 못마땅하신 겁니까? 제 마음이 중요한 겁니까? 그것을 알아내고 싶으신건가요? 스승님 답지 않게 집요하십니다.”

“........”

그 말에 체자레가 입을 다물었다. 비올렛은 그의 얼굴이 잠시 혼란이 깃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자조했다.

“그렇군요, 비올렛.”

“........”

“확실히, 나는 에셀먼드 경이 못마땅합니다. 당신의 가디언이 되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체자레에게 확인을 받는 순간 비올렛은 놀랐다. 그가 다른 사람에 대해 호불호를 표현한 적이 있었나? 정적인 후작에게도 웃었고, 공작성에서 조차 에셀먼드에게 미소를 지었던 사람이다.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한걸까. 이렇게 표정조차 미묘하게 일그러질만큼?

그는 비올렛에게 다가왔다. 비올렛은 항상 체자레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생각했다. 그는 언제나 잡히지 않았다. 린도나 에이든, 샤를 왕자처럼 순수한 호의를 가지지도 않았으며, 다니엘 처럼 정욕을 품지도 않았으며, 에셀먼드처럼 마음을 꽁꽁 숨기지도 않았다. 체자레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그는 언제나 비올렛을 비웃는 것도 같으며 동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녀를 누구보다 생각해 주는 것 처럼 굴었다. 저자의 마음에 실체란 있는 것일까. 그가 손을 들어 비올렛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비올렛이 거기에 경계하지 않았던 것은 이것이 끈적한 애정이 아닌, 그저 단순한 접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도발하기 위해서라는.

“그만하십시오 스승님.”

뒤에 서 있는 에셀먼드를 보고 비올렛이 말했다. 체자레는 에셀먼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가디언께서 오셨군요. 조금 늦으셨습니다.”

부드럽게 돌려말하는 것이지만 에셀먼드를 꾸짖는 듯한 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비올렛의 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비올렛이 손을 들어 그 손을 쳐내려 할 때 에셀먼드가 말했다.

“송구합니다. 예하.”

비올렛은 눈을 크게 떴다. 무엇 때문에 늦었는지, 어떻게 된 일인지 변명따윈 하지 않고 죄송하다 말한다. 체자레는 미소짓고 있었지만 비올렛은 체자레가 저렇게 싸늘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가 고문하고 죽였던 이들에게도 저런 얼굴을 한적이 없었다. 적대, 이것은 적대였다.

“성녀님. 마차에 오르실 때입니다.”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이며 체자레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났다. 체자레는 에셀먼드를 바라보다 비올렛을 보며 다시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마차를 탈 곳으로 돌아갔다. 비올렛은 체자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에셀먼드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랐다.

비올렛이 자신도 모르게 꺅, 하고 비명을 질렀는데. 이미 마차 안에는 린도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말을 타러 다가가던 에셀먼드가 다가왔다.

“이게 무슨 행동이십니까, 성하.”

비올렛이 깜짝놀라 할말을 찾지 못하자 에셀먼드가 대신 말했다. 분명 교황은 교황에게 마련된 마차가 있을 터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성하께서는 마련된 마차를 타셔야 하지 않으십니까.”

린도는 에셀먼드를 노려보더니 비올렛이 말하자 헤헤 웃어보였다. 비올렛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건 대리 교황이 탈거야. 나는 소년이라서 아무도 교황이라 안믿어 주는걸?”

에셀먼드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에 비올렛은 린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에셀먼드는 개의치 않아했다.

“나는 너랑 성도를 보고싶거든, 정말로 그걸 원해왔어.”

신전의 비밀을 수호하기로 약속했으므로 에셀먼드는 린도가 교황이라는 사실을 에이든에게 알리지 못한다. 아마 몇몇 린도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린도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대놓고 말릴 수는 없는것이다.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는 린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공식적으로 성녀님을 모시는 신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린도가 에셀먼드에게 말하자 에셀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린도는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의 곁에 앉았다. 체자레도 린도도 에셀먼드에게 적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에 신경쓰지 않을 에셀먼드라는 것을 안다. 왕 덕분에 전쟁터까지 나간 에셀먼드가 그것을 견디지 못할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꾸 신경이 쓰여 에셀먼드를 보았다. 린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의 도시를 보여줄게, 아니, 이제 ‘우리의’도시야.”

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런데 비올렛.”

그가 말했다.

“너 정말 예쁘다.”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황금색 눈이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가 어떤 머리색과 눈색을 지녔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비올렛은 이 떨떠름한 교황의 존재를 지켜보았다.

*

성 기사단은 앞과 뒤로 배열이되어 새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갑주를 입은 기사단과 제복을 입은 기사단이 어우러졌다. 넓은 길에는 비올렛이 탄 마차가 먼저 가고 있었고 그 뒤를 교황의 마차가 가고 있었다. 본디 교황과 비올렛은 동일한 권력인지라 교황과 비올렛은 나란히 가야 하지만. 사실은 마차에는 비올렛과 실제의 교황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의 마차가 앞에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린도는 웃으며 비올렛의 생일이잖아, 그러니 비올렛이 먼저지. 라고 말했다. 말을 탄 신관들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성도를 벗어나. 도시로 나갔을때 비올렛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많은 군중들이 비올렛을 보기 위해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올렛이 탄 하얀 마차가 등장하자 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신을 직접 영접한 것 처럼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자들도 있었다.

“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너를 좋아해.”

린도가 자신만만하게 속삭이며 손을 흔들었다. 성녀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신관의 존재역시도 어딘지 모르게 신성해 보여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기뻐했다. 성녀는 왕과 교황과 대등하다. 성녀는 나라의 심장이다. 책으로만 그것을 습득해왔고 사실 그 권력을 주장함에도 그녀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기적을 일으켰어도, 그 기적을 일으켰으나 그때 그녀는 고통과 그녀 자신의 번민으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기적은 멀리 떨어진 왕도에서 보여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도쪽 사람들은 모두가 지나치게 그녀를 숭배했다. 그녀의 얼굴 하나만을 보기위해 나온 사람들을 보고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빛을 보듯 비올렛을 보고 있었다. 만약 비올렛이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저 자리에서 성녀를 바라보는게 자신일 수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경외를 받고 비올렛은 그 눈빛에 짓눌렸다. 그러나 린도만은 그것이 당연한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분명 저 사람들은 하나 하나 가지고 있는 소망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비올렛은 그런 소망을 이루어 줄 신의 현신이었다. 그 각자의 기대가 그녀에게는 중압으로 느껴졌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비올렛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경멸이라면 언제나 처럼 씁쓸하게 넘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 기대는 너무나 무거웠다.

비올렛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의 슬픔에 짓눌려서. 그녀는 말룸에게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끝내려 했다. 그렇다면 세상은 끝이 나는 것이었다. 모두가 다 그녀를 찬양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상했다. 모두가 맹목적으로 비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 서린 것은 신의 대리인을 봤다는 만족감과 행복이었다. 그러나 왜 그녀가 딛고 선 땅에 입을 맞추고, 눈물을 흘리는 것인가. 이 반응은 조금 지나쳤다.

“행복해 보인다, 그렇지?”

린도가 말했다. 비올렛은 깨달았다. 어딘지 모르게 저 사람들은 모두 린도와 비슷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 꼬집어 낼 수는 없지만 그들은 행복했고, 그녀는 그 행복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다.

“웃어 주시는게 어떠십니까?”

말을 타고 온 체자레가 그녀의 옆에 서며 말했다. (린도는 체자레가 오자 숨었으나 이미 들킨것 같았다.) 자신의 얼굴을 간절히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비올렛은 께름칙함을 뒤로 한 채로 억지로 웃어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외마디 탄성을 내질렀다. 이상한 연극이었다. 넘치는 사랑을 받음에도 그것이 기쁘지 않았으며, 어색했고, 어딘지 모르게 기괴함마저 느껴졌다.

도시는 발달되어 있고, 어쩌면 왕도보다 세련된 곳인지도 몰랐다. 이 신성한 곳의 날씨는 겨울임에도 따뜻한 편이었으니, 이곳은 천국일지도 몰랐다. 후작령이나 수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지 않았다. 성도와 떨어질 수록 당연하겠지만 신앙은 엷은 편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그들은 성도 가운데에 있는 제단을 바라보았다. 이 제단은 위로 갈수록 단의 넓이가 좁아져서 마치 뿔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천천히 그 곳위에 올라갔다.  에셀먼드의 팔을 잡으려 팔을 뻗었지만 린도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비올렛은 그 아래에 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해를 등진 비올렛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그녀를 신의 대리자로 보고 무릎을 꿇는다. 그 애정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언제나 처럼 의연한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단 하나마다 서있는 추기경 체자레와  대신관들을 보며 비올렛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옆에 서 있는 린도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린도마저. 왕도와는 다른 곳, 교황이 지배하는 성도는 비올렛을 열렬히 환영했다. 교황이 누리는 권력은 비올렛 역시 누릴 수 있는것,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비올렛에게마저 권력을 위임하고 있었다. 교황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린도는 비올렛을 가까이 모시는 신관 소년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에겐 같은 단 위에 서 있으므로, 교황은 직접적으로 비올렛과 자신을 동등하게 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겐, 교황은 자신은 단 위에 오르지 않고 비올렛을 단상위에 세움으로서 그녀의 권력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것이었다.

“생일축하해, 그리고 너와 나의 도시, 아우베르트에 온 것을 환영해.”

린도가 미소를 지었다. 빛을 받은 비올렛을  바라보는 황금색 눈동자가 따스한 빛을 머금었다. 이곳은 백이십년동안 신앙을 지켜오는 도시 다웠다. 이곳은 성도, 신의 도시인‘아우베르트’였다.

============================ 작품 후기 ============================

일단 여러분, 저 왔어요. 이제 워밍업은 끝났군요.

내일도 한편 올리겠습니다. 부디 절 응원해주세요. 2편 분량 스고 월요일까지 올리고 화요일도 올리고 수요일도 올릴꺼야!!!!

지금 트위터로 시리우스 봇놀이하고있으니.. 오탈자는 조금있다가수정할게여

평화로운 분위기군요 하하...우리 비올 너무 예쁨받아서

쓰는 저는

재미가 없다는거(사악)

맨날 이래요 제가 ㅋㅋㅋ농담이고 오랜만에 여주가 우쭈쭈 받는거 쓰니까 기분은 좋네여

우리비올렛 사랑해

그리고 서평, 후원쿠폰 주신분들도 사랑해요! 진짜진짜 사랑합니다 ^0^

아니다 추천눌러주시는분 그냥 읽어주시는분 코멘다시는분득ㄹ 다 사랑해여

나는그냥 다사랑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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