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3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제비꽃처럼 소박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어머니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비올렛은 그 따스한 품에 안겨 있었다. 이제는 얼굴도 잊어버릴 것 같은 그 여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비올렛을 언제나 사랑해주었다.
비올렛이라 이름지었더니, 언제나 길을 가면 너를 볼 수 있어 좋구나. 아버지는 언제고 그렇게 말하고 했다. 아버지 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그녀의 눈을 따 그녀의 이름을 비올렛이라 지었다. 봄이되면 길가에 피어있는 흔하디 흔한 풀, 그러나 아버지가 나갈때면 어느곳에나 피어 있어 아버지의 입가에 미소짓게 만드는 꽃.
“참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산처럼 커다란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제비꽃의 존재를 알아 제비꽃이라 이름지어주던 부모와는 다르게 그 남자는 본래부터 제비꽃을 모르고 있었다.
“제비꽃은 봄에 피는 꽃이라지요? 봄에도 심으라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꽃을 바라보았다. 이미 비올렛에게는 제비꽃의 색은 찾아볼 수 없음에도.
“제 생일 선물을 미리 드리는 겁니다. 아들 녀석의 생일 선물을 빼앗아 버렸지만. 어떻습니까. 성녀님께서 마음에 드는 선물은 한정적인데 말입니다.”
봄에는 꽃이 심겨질 것이다. 그가 그렇게 명했으니, 꽃이 심어질 터였다. 하지만 왜 그 꽃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남자는 어떤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알 수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릴 정다운 부녀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름지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녀를 입양했던 귀족이었으며 모순된 사람이었다.
“찌르십시오.”
단도를 주며 단호하게 말하던 그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후작은 말했다.
“찌르지 않으면 이 동물을 산채로 불에 태울겁니다.”
“..........”
그는 냉혹하게 말했다. 부녀라고? 웃기는 소리였다. 아버지라면 절대 그리해서는 안 되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법입니다”
부모를 잃었던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후작은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공간을 인지하자 그녀의 눈 앞에는 보라색의 제비꽃의 초원이 펼쳐져 잇었다. 그녀가 '눈'을 인지하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비꽃의 초원에 후작이 서 있었다. 노을지는 하늘, 주홍색으로 물든 그 하늘. 비가 오는 날씨가 아닌 봄의 따스한 온기가 마주한 세상. 후작은 그 자색의 물결을 바라보며 미소짓더니 사라졌다. 비올렛은 그것을 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 말은, 가지 마라는 말이었다.
“......아.”
비올렛은 눈을 떴다. 그러다가 비명이 튀어나오는 입을 막았다.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다. 아팠다. 너무나 아팠다. 이곳이 어디지?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비올렛은 이를 꽉 깨물며 덜덜 떨며 일어났다. 이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한참동안 쉼호흡을 하던 비올렛은 침대에 내려가려다 굴러떨어졌다. 또 다시 온몸이 격통이 뒤덮였다. 비올렛은 비명을 지르려던 입을 애써 틀어막았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가씨!”
앤이 들어왔다. 앤은 침대에 떨어진 채 숨을 헉헉대던 비올렛을 일으켜 세웠다. 땀이 계속 얼굴에 맺혔다.
“아가씨 쉬세요. 쉬어야만 해요.”
“후작님은 어떻게 됐어?”
비올렛의 물음에 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비올렛은 깨달았다. 꿈이 아니었다.
“장례는 다 끝나고 이제 관을 운반할 예정이에요.”
“........”
비올렛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입술을 꽉 깨물려 했지만 그러한 힘조차 없었다.
“가야겠어.”
“응?”
“거기 무덤으로.
비올렛이 윽,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했다.
“앤, 검은 드레스를 가져와. 어서. 내가 입어야지.”
앤은 한숨을 쉬며 잠시동안 바깥에 나갔다 왔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맑은 날씨였다. 초겨울이 아니라 봄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앤은 어찌어찌 힘겹게 비올렛에게 검은드레스를 입혔다. 며칠동안 자다 일어나 씻어야 마땅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시간은 원래부터 비올렛따윈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다.
“미안해 앤, 부축좀 해줘.”
하지만 몸은 비올렛의 의지를 배반했다. 땅에 뛰어내렸을 당시에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성력까지 써댔다. 장례가 끝났다면 기껏해야 삼일이 지났다. 몸을 회복하려면 너무나 멀고도 멀었다.
“아가씨 쉬셔야 해요. 안될 것 같아요.”
“그래 쉴거야, 그래도 봐야겠어. 그 남자의 마지막은......”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앤이 그녀를 부축해주었으나 비올렛의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 주저앉았다. 그때 문이 열렸다. 에셀먼드가 들어왔다. 그는 검은 예복을 입고 있었다. 바닥에 거의 쓰러져 헉헉거리던 비올렛을 보던 에셀먼드가 앤에게 물었다.
“깨어났으면 충분히 휴식이 필요하다 했는데 왜 지금 이런 차림이지? 누가 옷을 갈아입으라 시킨거냐, 앤?”
그 말은 분명히 비난을 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앤이 혼날지도 모른다.
“...그거야. 내가 원했으니까요.”
앤이 뭐라 말하려 하는것을 막아서며 비올렛이 말했다. 침대를 지탱해서 일어나려 했지만 침대보가 미끄러졌다. 덕분에 비올렛은 다시한번 앞으로 쓰러졌다. 은발의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는 아마 이것을 비웃을거다. 에셀먼드는 아마 여느때처럼 그녀를 억지로 쉬게 하고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달랐다.
“.........”
그가 그녀의 눈 높이에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정돈하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번쩍 일으켜세웠다.
“자...잠깐.”
비올렛이 그를 지탱해 서자. 에셀먼드가 제대로 서지 못해 그의 팔에 몸을 덜덜 떠는 손으로 지탱하는 비올렛을 보더니 눈썹을 모으다 그녀를 안아들었다. 비명이 나올 뻔 했으나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
“클래하들에게 운구(運柩)는 기다리라 전해라.”
“네. 주인님.”
앤이 뛰어갔다. 에셀먼드는 천천히 걸었다. 주인님이라니... 그래, 그렇구나. 그가 이제 새로운 후작이었다. 그녀가 자는 사이에 상속은 이미 다 끝났을 것이다. 이젠 에셀먼드가 에르멘가르트가의 가주이자, 후작이었다. 정말로 닿지 못할 사람이 되었구나. 비올렛은 생각했다. 에셀먼드의 걸음은 서두르지 않았다. 하긴, 장례의 절차는 이제 이 집의 주인인 그가 마음대로 정해도 무방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상당히 무거울 텐데도 힘든 기색이 없다.
“바쁠 일도 많으실 텐데, 다른 분께 맡기세요.”
비올렛이 말하자 에셀먼드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네 몸은 누구나 함부로 손댈 수 있는 몸이 아니다.”
그가 차갑게 대답했다. 비올렛은 그 말에 실없이 미소지었다. 그 웃음에 에셀먼드가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앞에서 웃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구나.
“웃는게 이상해요 오라버니? 하긴, 이상하기도 하겠군요. 장례니.”
비올렛이 에셀먼드에게 물었다. 에셀먼드는 대답했다.
“아니.”
딱딱한 대답. 그러나 대화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올렛에게는 언제나 품어왔던 독기가 빠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이곳의 생활을, 날이 선 채로 보내기엔 아까웠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녀는 이제 신전에 가아 했다. 신전에서 얼마의 유예기간을 주었는지는 모른다. 이제 남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사용인들이 비올렛과 에드를 보며 길을 터주었다. 저택 내 작은 예배당에 그가 들어갔다.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 후작가의 가신들 몇이 보인다. 에셀먼드의 등장 만으로도 주목 받을 만한 일인데 비올렛이 그 품에 안겨 있었다.
그날, 수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신의 기적을 기억한다. 외경을 담은 눈빛이 비올렛을 향한다. 그러나 비올렛은 단상위에 있는 검은 관만이 보였다. 그 관에 다가가자 에셀먼드가 부드럽게 그녀를 내려주었다. 몸은 여전히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힘을 내 관위에 손을 얹었다. 맨들맨들한 그 관에 그녀의 손자국이 남았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비올렛은 한참동안이나 그 관에 손을 얹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뒤로 물러났다. 신을 저주했던 그 새하얀 예배당에 관이 놓여 있었다. 우르르 거리는 소리가 났다. 에셀먼드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에셀먼드의 명령에 예배당을 나갔다.
“내가 졌어요. 후작님.”
사람이 없어 고요한 후작가에 비올렛이 말했다.
“보고 계셨나요? 내가졌단 말이예요. 당신의 의도를 알면서도 넘어갈 수 밖에 없었어요.”
비올렛은 말했다.
“저 어려서부터 죽은 사람을 많이 봤어요. 엄마 아빠가 죽는것도 봤고. 꽃의 거리에서도 언니들이 많이 죽었어요. 사실 저한테는 안나라는 언니가 있었는데, 저를 정말로 못살게 굴었어요. 그땐 너무 화가나서 안나언니가 없어졌으면 하길 바랐었죠. 그런데 그 언니가 어느 여름날에 그곳을 지나가던 귀족 도련님한테 맞아 죽었어요.”
비올렛이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런데, 죽는다는게 참 이상해요.”
비올렛이 헌화되어 있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비올렛의 성력때문인지 수도에는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한 겨울임에도 관의 주변에는 선명한 색들의 꽃이 그의 관을 장식했다.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해도. 꼭 좋은 사람처럼 기억에 남거든요.”
관위에 얹은 손에 주먹을 꼭 쥐었다.
“그래서 분명히 잘못한건 내가 아닌데. 분명히 나는 내야 했던 화를 낸건데, 그런 것 조차 후회하게 되거든요.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어요.......꼭 언니가 내겐 친절한 사람처럼 기억에 남아서. 언니가 더이상 없다는 게 너무 슬퍼서 밤낮을 울었어요.”
비올렛이 다시한번 이를 악물었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상해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 내 잘못인 것 같아요. 내가, 여길 너무 미워해서......”
그녀는 모든것을 자애롭게 바라보는 성녀 아그레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물을 흐르지 않도록 고개를 들었지만 눈물은 허용범위를 넘어서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곰인형 선물받은거 후작님께서 새로 사오신 걸로 바꾸셨다는거 나중에 알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리본 색은 바꾸셨어야죠.”
“.......”
“인형이 마음에 안들었는줄 알았죠? 사실 너무 예뻐서 아꼈던 것 뿐이에요. 그것도 모르시고 몇 개나 더 사주시고. 전 그런 게 싫었어요.”
비올렛이 속삭였다.
“생일 다음날에도 잭한테 케이크를 다시 만들라 명령했다면서요? 케이크는 생일에 먹어야 의미가 있는 거예요. 잭이 고생하는지도 모르셨죠? 그런 건 관심도 없잖아요. 저는 그런 게 진저리나게 싫었어요.”
그녀가 그렇게 하며 숨을 들이마쉬었다. 차오르는 울음기 때문에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 다시 몸이 아파왔지만 그녀는 홀린 듯이 말하고 있었다. 마치 후작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사실 영지에서 웃으며 절 맞아주었을 때, 기뻤어요. 보고싶다는 말에 기뻐하실줄은 몰랐거든요 나는....”
그녀가 흐느끼며 숨을 다시한번 몰아쉬자 눈물이 뚝뚝 관 위에 떨어졌다.
“말했어야죠. 신전에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하셨어야죠. 하다못해 신관이라도 부르셨어야죠. 뭐예요. 저보고 불쌍하라고 그렇게 죽으신 건가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라고. 그렇게......”
흐느낌이 새어져나왔지만 비올렛은 그것을 꾹 삼키려 노력했다. 그만큼 몸이 고통을 호소했다.
“왜 일부러 미워하라고 그렇게 행동하셨어도 그렇게 눈에 보이게 잘해주신 건가요. 마음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게. 그렇다면 하다못해 조금 더 살아있을 수 있었잖아요.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고 날 속였다고 비웃어 줄 수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죽는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면 너무 쉽잖아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흐느낌에 묻혔다. 차라리 잘못했다는 말을 먼저 말하거나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 그들의 관계는 조금 더 달라졌을 것이다. 아낌을 받았다는 것도 안다. 챙김을 받았다는 것도 안다. 후작은 자신이 냉혹하다 생각했지만 그는 어설펐다. 그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을 뿐이다. 그녀는 한참동안 관을 내려다 보았다. 제비꽃 너머로 사라지던 후작의 뒷모습이 보였다. 가지말라는 그녀의 물음에 그래, 후작은 딱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봄에 피는 제비꽃, 정말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비올렛이 관 위에 엎드려 흐느꼈다.
============================ 작품 후기 ============================
아침에 잠깐깨서 올림니다 이따가 또 올릴게요 2편 남았군요 ㅋㅋ
이거의 브금은 fate zero 18,19엔딩 칼라피나의 만천인가...안들어도 돼여..
100화처럼 완벽한 그런건아님.. 그냥 어울리는 정도임..
여러분~ 오늘 내로 2부 완결 보실수 있으실가요~ 완결편 까지 3편입니다 3편!
하지만 2편이 남아버렸으니 큽.. ^0^
여러분.. 에드먼드가 아니라 에셀먼드입니다... 모 제비꽃이름이 들어가는 소설에서
에드먼드라는 이ㅡㅁ이 나왔지만... 여기 남주는 에셀먼드입니다...큽..
그리고 비올라가 아니라 비올렛입니다...ㅠㅠㅠ 100화가 넘도록 이름이 틀리네요....
비올라는 악기입니다.....바이올린보다 약간 큰..현악기...
뀨.. 그리고 악마같다는데에 대헤 위로는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뉘앙스는 어떤 뉘앙스인지 알아여.. 그리고 악ㅋㅋㅋㅋ악마세옄ㅋㅋ라면 드립이지만. 10살짜리한테 너무하네요. 작가님 악마세요? 를 여태까지 피페네요 지친다. 작가님 악마세요? 라는 코멘이 아 악마처럼 잘쓰시네요 로 받아들이긴 힘들죠 ^^;
그리고 위로 코멘감사합니다.. 저 진짜 자러갔다가 다시올게여.. 넘 피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