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98화 (91/208)

00098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연참 이벤투 할거에염!!>

“동생의 팔을 찔러 꽤나 분노하신것 같군 에르멘가르트 경?”

로디온이 에셀먼드를 보며 빈정거렸다. 에셀먼드는 그의 말을 무시한채 비올렛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눈빛을 보았다. 그의 시선은 비올렛의 목에 향해 있었다. 그의 서늘한 시선은 곧바로 분노를 머금었다.

“그렇게 된 일이었군.”

에셀먼드가 중얼거리듯 말하며 잡을까 말까 머뭇대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잠깐, 어떻게 성녀님께 사사로이 접촉할 수 있단 말인가.”

로디온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난 그녀의 오라비다. 로디온 경.”

에셀먼드가 차갑게 대답했다. 차가운 바람에 에셀먼드의 따스한 손바닥이 느껴졌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로디온을 보다가도 이따금 비올렛의 목 언저리에 시선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성녀님이 계시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야. 네 동생놈을 보고 알아챘다. 무례하며 방만하다. 오라비라고 했나? 나는 동생의 목을 조르며 모욕하는 오라비는 일찍이 본적이 없다. 에르멘 가르트가는 쓰레기군, 왜 성하가 나섰는지 이해가 간다.”

로디온이 말했다.

“그녀가 성녀가 아니라는게 주장 아니던가? 그리하여 네놈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 들어와 있는 것이고.”

“흥. 나는 내 감을 믿는다. 에셀먼드. 그녀가 성녀이든 아니든 이곳은 전혀, 이 분께 좋지 않아. 지옥같은 곳이지. 에셀먼드, 열흘 후에 네놈의 일가가 교황성에 처박혀 처형을 당하든, 아니면 그 하찮은 목숨을 온존하든 이분은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 말을 제대로 다 듣지도 않고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인지. 다만 에셀먼드가 하고 있는 것은 비올렛의 목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에셀먼드의 시선에 비올렛이 그녀의 목을 향했다.

그는 비올렛을 그녀의 방 안에 데리고 가 의자위에 앉혔다.

“물어보겠다.”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에셀먼드는 어쩌면 체자레의 수작을 눈치 채고 물어보려 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비올렛이 진짜 성녀냐고 물어보려는 것일까. 아니면......

“다니엘이, 전에도 저런 적이 있었나?”

“........”

너무나 의외의 물음에 비올렛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 녀석이 너에게 폭언을 했나? 아니, 그 정도로. 너에게.......”

“.........”

너무나 이상한 물음이었다. 다니엘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다니, 이제 와서 무슨 관심이 생겼다고 묻는단 말인가. 비올렛이 멍하게 그것을 보았다.  없던 것은 아니었다. 목을 조른다는 극단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비올렛의 어깨를 꽉 쥐거나. 손을 꽉 잡거나. 목을 조를 것 처럼, 위협적이게, 이런 종류의 것이다. 폭언같은 것은 언제나 받았던 것이다. 너는 천민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그것이 만약 로디온 경이 말하는 ‘폭언’이라면 그것은 폭언이 맞았다.....

“모르고 계셨던건가요?”

오히려 비올렛이 되물을 정도였다. 그에 에셀먼드가. 하. 하며 작은 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기가 차다는 말이겠지. 그러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손 사이로 바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에셀먼드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도대체... 너는 언제까지 어린 시절 그대로 머물 생각이지!”

그가 소리쳤다. 비올렛은 그의 고함과 같은 소리에 당황했다. 왜 화를 내는 것일까. 그는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반응이 새삼스러운 것이다. 에드가 감정적이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이자카와의 결투를 앞둔 그가 다쳤을 때, 그리고 지금은 다니엘의 일로. 어린 시절 그대로 머문다라. 비올렛은 자신이 언제나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말한다, 변하지 않았다고. 그는 언제나처럼 표정이 없었다. 아니, 표정이 없었지만 그 눈은. 언제나 감정이 없던 두 눈은 무언가를 담은채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그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다 등을 돌려 바깥을 나섰다. 쾅, 하는 문이 닫히는 소리에 비올렛은 움찔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왜 그가 화를 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다라니. 비올렛은 지금 충분히 성장했고, 어른으로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는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 가문의 존속이 달려있다는 것을.

“........”

에셀먼드가 나가고 앤이 들어왔다. 앤의 표정은 울 것 같았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차가운 수건과 연고를 가져와 비올렛의 목에 발랐다.

“다니엘 도련님이 정말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예요?”

비올렛은 피곤한 듯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앤이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다니엘 도련님이 한번씩 저녁마다 들렸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가씨가 친절한 다니엘 도련님과 이야기 하려는 줄 알고.....”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앤,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어떻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있어요! 아가씨가, 제가 모시고 있는 아가씨가, 제가 모시는 사이에, 이런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데!”

그녀가 소리쳤다.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앤이 화를 내고 있었다. 에셀먼드처럼. 지금 그녀는 이 후작가를 몰락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비올렛은 그 사실을 말해야 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

“너 혼자 편해지겠다고 그러니?”

이젠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여자가 물었다. 질척한 피웅덩이에 기어나온 그녀는 비올렛의 목을 졸랐다.

“넌 절대 편해질 수 없어.”

피에젖은 붉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가 기어나와 비올렛의 귀에 속삭인다.

“아아, 윌, 왜 나를 배신했나요 윌!”

통곡의 여인이 가슴에 구멍을 뚫린채 울부짖는다. 이따금 찾아오는 그녀들은 비올렛을 괴롭힌다.

“배신하지 마. 너 혼자 용서하고 편해진다면, 우리의 원통함을 누가 알아주겠어?”

“우릴 배신하지 마.”

“죽여버려.”

“비올렛, 비올렛, 너무 아파.....”

“사랑해 비올렛.”

“우릴 잊지 마.”

“복수 해.”

이따금씩 붉은 핏빛의 꿈속에 나오는 그녀들은 비올렛의 목을 조르고 팔을 압박하고 가슴을 짓누른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복수해, 증오해, 사랑해. 그들의 죽음을 잊은게 아니다. 잊은게 아닌데도.......

“비올렛.”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는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여자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머니의 따스한 음성이 구원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앞에서 멈춰야 했다.

어머니의 환한 모습은 피투성이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배와 폐를 찔려 컥컥거리다 죽어버린 얼굴에는 원한이 가득하다. 비올렛이 돌아보다 손에 따뜻한 감촉을 느끼며 손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아버지의 머리가 그녀를 보며 울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일어나니 회색빛 하늘은 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비올렛은 자신의 두 눈에 눈물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유예기간이 시작된 이후부터 계속 이런 꿈을 꾸고 있다. 이따금 꾸었던 꿈이 더욱 더 피의 색채를 띄며, 비린내를 풍기며 비올렛에게 충고하고 있었다. 잊지 마라. 잊지마라. 어머니의 치욕을, 아버지의 원한을. 잊지마라. 들꽃처럼 스러져간 여자들의 가여운 영혼을.

어두운 하늘을 보며 비올렛은 생각에 잠겼다. 유예기간 중 닷새가 지나 있다.  비올렛은 방 안에서 두문불출 하고 있었다. 후작이 병중이라 비올렛에게 신경을 쓰는 이들은 적었다. 있어봤자 사용인들은 비올렛과의 접촉을 피하려 했다.

아마 이들도 이제 알고 있을 것이다. 비올렛이 성녀를 사칭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 가문이 위험하다는 것을.  신성모독이 되어 교황의 명령 하에 이 거대한 가문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사용인들이 보인다. 몇몇 사용인들은 함부로 탈출하려다가 저택을 에워싼 기사들에게 처형당했다고 했다.

비올렛은 창 밖 너머로 황량해보이는 후작가를 보았다. 정원사는 이틈에도 틈틈히 정원을 관리했다. 이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의 끝은 어덯게 될까? 후원에 짓밟힌 제비꽃과 같을까. 비올렛이 멍하게 생각하며 그것을 보았다.

“아가씨, 식사하세요.”

앤이 일부러 밝게 말했다. 비올렛은 앤을 보았다. 두렵지는 않은 것일까. 만약 비올렛이 가짜성녀가 되길 원한다면 앤이 무사할리가 없다. 물론 비올렛은 그녀를 외면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한다고 앤의 목숨을 살릴 권한이 없었다.

“앞으로 오일 남았어.”

비올렛이 말했다. 앤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비올렛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날짜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아가씨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비올렛이 창을 보다 말했다.

“죽지는 않을거야. 비록 가짜 성녀라고 말할지라도.”

체자레는 약속을 어기는 자가 아니었다. 가짜 성녀라 매도당해도 그녀를 구할 구명줄은 마련할 수 있었다. 성녀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도 있었다. 이마의 성흔과 머리카락만 어떻게 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될수도 있었다. 차라리 이자카와 함께 도망가는게 나았을까, 생각했지만. 성녀라는 맞지 않는 옷을 벗어내릴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간에 근본적으로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대신 이 사람들은 죽게되겠지, 죽거나 비참한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앤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 다행이네요.”

비올렛은 그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방금 무슨 소리를 한건지 모르겠다. 다행이라고 했다. 분명히.

“저는 아가씨가 교황성에 끌려가서.. 혹여나 고문실에 끌려가실까봐.”

“.......”

비올렛은 앤을 보았다. 그것은 비올렛이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아니야, 차라리 날 원망했어야지, 그녀가 진짜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저주를 퍼부었어야지. 비올렛은 어두운 창밖에서 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앤.”

비올렛이 앤의 이름을 불렀다. 예전에도 몇년동안 불렀던 이름이지만, 앤은 그 부름이 여태껏 불러왔던 것과는 다른 울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 때문이라는거 알잖아.”

“.......”

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을 거다.

“화나지 않아? 나는 성녀로서 알아야 했다던 신어도 모르고 있어. 나는 날 증명하는데 온 힘을 써야해. 지금이라도 신어를 공부해야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어쩌면 내가 널 거짓으로 속였을지도 모르고. 일부러 성력을 감추고 있는지도 몰라. 나는 성녀가 아니라 정말로 천한 여자일 수도 있어.”

비올렛의 말에 앤이 말했다.

“제가 언제 아가씨를 성녀님이라 모셨나요? 내 아가씨라서 모셨지.”

안된다. 비올렛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제어하려 애썼다. 정말로 이야기를 더 들을 수는 없다. 앤은 똑똑하다. 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죽을 수도 있어. 고문실에 끌려가는건 내가 아니라 나를 모셨던 너일수도 있단 말이야. 집사인 네 아버지도 무사하지 못할거야.”

“그것이 이 가문을 모셔왔던 것에 대한 대가라면 받아들여야죠.”

“어째서?!”

비올렛이 화를 냈다. 그 담담한 말투에 화가 났다. 아니야. 이럴땐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원망을 해야 한다. ‘모셨다’라는 것 때문에, 짓지도 않은 잘못으로 끌려들어가 괴롭힘 받고 목숨을 잃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작은 여자 애의 인생을 빼앗고, 억지로 검을 쥐게 하고, 사랑을 빼앗고, 사랑조차 꿈꾸지 못하게 하고.”

“........”

“아가씨는 언제나 짓밟히는 작은 것들을 가엽게 여기셨죠.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높은 사람들을 싫어하셨어요.”

비올렛은 앤이 자신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앤과는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럼에도 앤은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이 관심이라는 것일까.

“작은 여자 애는 아무 의사도 없이 끌려왔고 이 다정한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상처받고 외로워했죠. 작고 여리며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하고 강한 존재가 그것을 마음대로 망가트리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한다면.”

앤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렇다면 그 거대한 존재역시 작고여린 존재에게 파괴된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마땅해요, 아가씨.”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한 여자아이를, 너무나 괴롭고, 외롭고 슬프게 한 죄니까, 죗값을 치루는 거니까.”

그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가문을 잘못 모신 죄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에요. 높은 사람에게 순응하는게 아니에요. 아가씨의 갈 곳 없는 미움을, 풀어드리지못한 죗값을 받는 거에요. 너무나 슬픈데도 차마 어루만져주지 못한 제 잘못을. 모든 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제 죄의 대가를 받는거죠.”

비올렛의 두 눈에 눈물이 떨어졌다. 울 자격은 없다. 울 자격은 없는데도 눈물이 나오고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따스한 품. 비올렛의 선택이 그녀의 죽음을 원한대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연한 태도. 앤은 언제나 따스했다.

“그러니까 아가씨, 아가씨가 모든것을 짊어지고 괴로워 할 필요는 없어요. 당연한 거니까.”

============================ 작품 후기 ============================

<연참이벤트는 코멘  100개+ 추천 500개로 합시다! 물론 코멘은 중복이 안되지만 추천은 다른편 중복추천돼여 ㅋㅋㅋ한시간 까지 기다리다가 내일아침에 조건 충족되면 내일아침에 올릴게요(제가 밤을 샐수는 없으니..)>

저 이제 이번 파트 비축 거의 다 쌓아놨어요. 여러분들은 그러니!! 저에게 잘보이셔야!!하는건 아니고요..

아니요 잘봐주세요(굽신굽신) 사랑합니다 (굽신굽신)

사실 용량을 줄이려 했지만...왠지 용량은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 큽..

이번 파트가 2부고 2부의 끝입니다..

2부가 끝나면 한달정도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사실 휴식기가 아니라 하고 있는  다른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소리..

저는 휴식을 취할수가 없.음ㅋ

혹여나 좋은 소식있으면 들고오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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