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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95화 (88/208)

00095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스승님,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샤를의 말에 비올렛이 오히려 물었다.

“무엇이 다른가요?”

“네, 다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쳐져있던 입꼬리가 올라가 있으니까요.”

“정말요?”

비올렛이 물었다. 샤를이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런가. 하긴 언제나 퇴궁할 때 즈음엔 후원에 가서 제비꽃을 보고는 했으니. 그렇다고 고작 꽃에 그렇게 표정이 변할 수도 있는 것인가. 비올렛은 생각했다. 앤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요사이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아, 비가 올 것 같네요.”

“그러네요.”

샤를이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주빛 벨벳커튼 뒤에 열려진 하늘은 꺼먹한 먹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새까만 먹구름이 하늘에 가득 차 어둑한 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음산해 보이게 했다.

“말룸은, 언제 오는 걸까요.”

그래, 마치 말룸이라도 나타날 것 처럼.

“글쎄요.”

비올렛이 말했다. 말룸을 육안으로 본 사람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괴물의 존재. 그것은 과연 나타나는 것일까? 정말로 나타나 세상에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왜 하필 우리의 나라인 걸까요.”

샤를이 말했다. 비올렛이 그 쪽을 보았다.

“왜 항상 말룸은 언제나 우리 나라에만 나타나는 걸까요. 성녀 역시도 그러합니다.  기록으로 보면 언제나 아그레시아에서만 나타납니다.”

그것은 비올렛 역시 느끼던 의문이기도 했다.

“말룸은 자신의 대적자를 가장 먼저 죽이러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여긴 아그레시아의 가호가 있는 나라이며 신에게 선택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성녀는 나타나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성녀가 이곳에 없다면 말룸은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걸까요?”

“아니요. 21대 성녀인 아피아체레가 타국에 있을 시, 말룸이 나타날 징조가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말룸은 아그레시아를 우선적으로 노리는 거지, 성녀를 따라 가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라고 이런 생각을 안 해봤을리는 없다. 말룸이 성녀를 따라 오는 것이라면, 성녀를 타국에 양육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시도로 바깥에 길러졌던 아피아체레가 있을 시, 아그레시아의 남동부 지방에 말룸이 나타날 징조가 보여 급히 귀국한 전적이 있었다. 말룸이 만약 조금 더 이성적이며 머리가 좋았다면. 우선 주변국들을 파괴하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언제나 말룸은 마치 아그레시아를 증오하는 것 처럼 집요하게 아그레시아에 나타났으며, 아그레시아의 성녀에 의해 처단되었다.

“참 이상합니다. 타국에 나타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요? 매번 성녀에게 당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꼭 죽을 자리를 찾아 오는 것 처럼요.”

“그들은 이지가 없다고 합니다. 신을 저주하는 것일 뿐.”

비올렛이 대답했다. 말룸은 이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파괴력에도 성녀들은 하나같이 살아남는다.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그래도 성녀들은 전부 다 생존했다. 어두운 하늘을 보며 비올렛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스승님, 저는 스승님께서 잘 해내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샤를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성녀님들도 해내신 겁니다. 스승님도 잘 하실 수 있을겁니다. 어, 음. 성력은 다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샤를의 어리나 희망찬 목소리는 비올렛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가 말룸을 격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였다. 비올렛은 샤를의 해맑은 얼굴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해야 할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것에 대해 확고한 목적의식 따위는 없지만 동화속 영웅을 우러러보는 아이의 맑은 표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비올렛이 할 수 있는 것은 미소를 지었던 것 뿐이었다.

*

마차를 타고 후작가에 내리자 이슬비가 드문드문 떨어졌다. 비올렛은 그에 별로 상관하지 않고 후원을 향했다. 후원에는 여전히 제비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 꽃들은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모두 다 시들 것 이다. 생각 같아서는 영원히 피어있게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힘을 숨기고 있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시들어 가는 모습이라도 매일 매일 지켜보자. 그것이 그녀가 생각했던 일이었다.

비올렛은 제비꽃을 지켜보았다. 어둑한 하늘에 색을 잃을 것 같은 제비꽃은 선명한 보랏빛을 내며 빛이 나는 듯 했다. 그런 제비꽃을 보노라면 마치 떨어지는 빗방울에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 별로 비를 안좋아하는 비올렛 마저도 하늘에 내리는 비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했다. 후원에 심어져 있는 제비꽃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빗줄기가 조금 거세졌다. 그것이 비올렛의 머리와 드레스를 적셨다. 비올렛이 해야 했던 일은, 분명히 저택 안에 들어가 우산을 가져오거나, 앤을 부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가만히 있었다. 제비꽃 앞에서 그녀는 교육받은 여성으로 서 있고 싶지 않았다. 풀벌레소리가 울리며 토독, 하며 빗소리가 귀에 울렸다. 그것이 마치 노래가락과도 같았다. 앞으로 이 제비꽃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지는 것이다.

그때 비가 더욱 더 세차게 내렸다. 그제야 당황한 그녀가 하늘을 보았다. 그때 뒤에 우산이 씌워졌다. 아, 앤인가? 아니면 에이든? 그렇게 뒤를 돌아볼 때였다.

“그게 비를 잊을 정도로 마음에 드십니까?”

후작이었다. 후작이 후원에 나와 있었다. 후작이 그녀에게 이렇게 다가온 것은 별로 있던 일이 아니었다. 그 마저도 짧게 끝났다. 저번에는 에셀먼드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회 한다고 했다. 그런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색했다. 데려온 것을 후회하는 남자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비올렛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후작이 팔을 뻗어 비올렛을 잡아 우산 안으로 그녀를 집어 넣었다.

“비가 차갑습니다. 감기가 걸릴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후작은 비올렛이 보던 꽃을 바라보는 것이다.

“제비꽃이라는게, 이렇게 아름다운 꽃일줄 몰랐습니다. 사실, 아들 녀석이 정원을 갈아엎자고 하며 제비꽃을 심자고 했을때는 그녀석이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

하긴, 후작가의 저택이다. 간단한 꽃 한두송이라면 몰라도, 이정도로 바꾸려면 후작의 허가가 필수였다.

“그래도 이유가 있는 것 같아 허락하였습니다. 보람이 있군요. 이렇게 운치있는 꽃이었다니 말입니다.”

제비꽃을 보며 그는 말했다. 토독 거리며 빗방울이 우산에 튀었다. 날은 어두워져 갔지만 후작은 그 제비꽃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참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후작은 비올렛을 보았다. 마치 그 사랑스럽다는 대상이 제비꽃이 아닌 비올렛인 것 처럼. 비올렛은 후작이 하는 양을 멍하게 지켜보았다. 후작은 비올렛에게 우산을 내밀더니 허리를 숙여 꽃을 꺾었다. 후작이 손수 꽃을 꺾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태생부터 귀족적이던 그가 이런 들풀을 꺾을 줄은 몰랐다.

“저 역시 임무 수행이나 전쟁을 나갔을 때 분명 이런 꽃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나. 저는 그 꽃을 지나치거나 짓밟았을 겁니다. 이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도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을 헛살았군요.”

그는 자신의 손에 있는 꽃을 보고 말했다.

“제비꽃은 봄에 피는 꽃이라지요? 봄에도 심으라 말해야 겠습니다.”

후작의 말에 비올렛이 눈을 크게 떴다.

“제 생일 선물을 미리 드리는 겁니다. 아들 녀석의 생일 선물을 빼앗아 버렸지만. 어떻습니까. 성녀님께서 마음에 드는 선물은 한정적인데 말입니다.”

그는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는 주름이 졌다. 문득 비올렛의 심장이 두근 뛰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가 알던 후작은 이런 말을 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과묵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후작을 따르려던 비올렛이 후작을 따르지 않자, 바로 냉혹하게 검술을 가르칠 만큼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콜록, 후작이 기침했다. 손을 뻗을까 망설이던 비올렛은 우산을 들지 않은 손을 뻗어 후작의 어깨를 잡았다.

“들어가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후작님께선 들어가셔서 쉬어야 합니다.”

“하.”

콜록거리는 그가 낯설었다. 왜 그러는 걸까. 불안함이 들었다. 비올렛을 보며 후작이 말했다.

“이제 저는 제 직위를 내려 놓을 겁니다. 조금은 시끄러워 지겠지요.”

그가 말했다. 이 나라의 군권을 통솔하는 대장군의 자리를 내려놓고 휴식을 가지겠다고 했다. 이제 후작의 건강은 괜찮은 것일까?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비올렛은 생각했다. 앞으로 불어 올 바람이 걱정이다. 그가 대장군 자리에 내려오면 후작이라는 큰 보호막이 없어지고 에셀먼드와 에이든 다니엘이 이렇게 남게 되는 것이다. 국왕의 검이라 불렸던 후작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후작은 데후바스 가를 에셀먼드와 묶으려 했구나. 비올렛은 깨달았다. 왕이 에셀먼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상, 데후바스와의 끈이 필요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릴 정다운 부녀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뜬금없는 말에 비올렛이 후작을 올려다보았다. 후작은 미소짓고 있었다. 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후작에게 씌워준 채 후작을 부축하고 있는 비올렛, 누가 봐도 다정한 부녀지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일 뿐이었다.

“들어가요, 후작님.”

비올렛이 말했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모두가 다 어리석군요. 표현이라고 한 것이 겨우 후원에 핀 제비꽃이라니.”

무슨 말일까. 그러나 후작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갔다. 비올렛은 그를 따랐다. 들어와서 따스한 타올을 받으며 후작은 비올렛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었다. 그러나 후작의 손은 힘이 없었다. 사용인들이 모두 비올렛과 후작을 쳐다보았다. 따스한 온기와 함께 느껴지는 따스한 타올.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앤에게 말해 따스하게 목욕하십시오.”

콜록, 잔기침을 하며 후작이 말했다. 비올렛은 이 납득이 가지 않는 후작의 행동을 멍하게 지켜보았다. 콜록 콜록거리는 후작의 입에서 피가 나오며 무릎을 굽혔다. 그가 들고 잇는 하얀 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수건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비올렛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같이 꿇고 그를 부축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후작을 바라보았다.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몰랐다. 후작의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에 기분이 안좋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걱정’ 이라고 할수가 없었다. 괜찮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그녀는 후작을 걱정할 자격이 없었고, 후작은 그녀의 걱정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어서 침실로 옮기세요!”

비올렛이 소리쳤다. 사용인들이 비올렛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실로 옮겨진 후작은 누워 있었다. 머리를 보니 열이 있었다. 언제부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악화되었단 말인가.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의원이 올 때까지 비올렛은 후작의 침대 가에 있었다. 후작이 미웠으나, 그 미운 감정은 둘째 치고라도. 도저히 그를 차갑게 내치고 갈 수 없었다.

“방에 돌아가셔도 되십니다. 앤이 목욕물을 준비해 두었다고 합니다.”

하. 비올렛이 미약한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 제가 목욕을 하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녀가 처음으로 소리를 쳤다. 비올렛의 날카로운 모습에 처음으로 사용인들의 시선이 두려움을 담은채 비올렛을 보았다. 이 저택안의 성녀는 단 한 번도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후작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다면, 바깥으로 거동하시게 하시면 아니되었습니다! 집사는 무엇을 하신겁니까!”

“........면목없습니다.”

집사가 비올렛의 화에 정중히 대답했다. 그녀도 안다. 그녀는 이 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심지어 그녀조차 이곳을 집으로 여기지 않았다. 얼굴을 아는 사용인들도 앤이나 요리사인 잭 이외에는 얼마 없을 정도였다.

“의원은 아직입니까?”

비올렛이 날카롭게 물었다.

“지금 오고 있다고 합니다.”

시종 중에 한명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떻게 할까. 비올렛은 말했다. 분명 성력을 쓴다면 좋아질거다. 물론 성력이 만능은 아닌지라 병을 회복하는 것 보다는 병을 회복할 체력을 주는 것이다. 물리적 상처와 병은 달랐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그녀에게 치료받으면 될 일이었다. 병이 키워지기 전에, 치료를 받았으면 이 일까지 오지 않았다.

“왜 왜......”

신관에게 간다면 그의 건강상태가 체자레에게 노출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후작은 완고했다. 그렇다면 비올렛이, 나라 제일의 성력을 가진 비올렛이 집에 있었음에도, 어째서 후작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인가. 비올렛은 이 순간 에셀먼드가 누구를 닮았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의원인가?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온 듯 비를 맞은 에셀먼드가 서 있었다. 에셀먼드는 그녀에게 흘낏 시선을 주더니 후작에게 다가갔다.

“의원은?”

“곧 온다고 합니다.”

에셀먼드의 태도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에셀먼드는 후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애통해보이는 표정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는 있는 사실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이었다. 비올렛과 에셀먼드는 조용히 후작의 곁에 있었다. 그 둘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고 후작의 얼굴만을 볼 뿐이었다. 이윽고 의원이 헐레벌떡 도착했다. 너무 늦었다며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사용인들을 물렸고, 그의 용태에 대해 들었다.

“폐병입니다.”

의원이 말했다. 그의 표정은 누가 봐도 암담해 보였다.

“얼마나 남았지?”

에셀먼드의 말에 의원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길어봐야 삼개월 가량 남았습니다.”

허. 비올렛은 다리의 힘이 풀렸다.

“알았다. 아버님을 보고 있어라.”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비올렛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이제 방으로 돌아가라.”

“지금.. 무슨.”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것에도 이골이 났다. 비올렛은 화를 내려 했으나. 에셀먼드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거울을 봐라.”

마침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일어나서 보자. 파리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도 상당히 비를 맞아 젖은 상태였다. 아마 목욕을 하라는 건 그런 의미였나보다. 그럼에도 비올렛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그가 말했다.

“이 집에 병자가 한명 더 느는건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저는 죽지 않아요.”

비올렛이 말했다. 그가 후작을 바라보더니 일어나 비올렛의 손목을 잡았다. 마침 에이든과 다니엘 방으로 들어왔다. 심각한 표정의 그 둘은 에셀먼드와 비올렛의 분위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물론 비올렛도 에셀먼드도 그 상황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아버님을 보고 있어라.”

그 둘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 끌려갔다.

“이것좀 놔요! 그리고 당신도 비에 젖은건 마찬가지잖아요!”

“지금 너와 내가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나?”

“어차피 병에 걸려도 죽지 않아요!”

그 말에 에셀먼드가 말했다.

“죽지 않는다는 네 자살 시도로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익히 들었다. 민폐 끼치지 마.”

그 말에 비올렛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게 누구 때문인데. 비올렛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하려 했지만 지금이 누굴 탓할 때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에셀먼드를 쏘아보던 그녀는 잡힌 손을 뿌리쳤다.

“좋아요, 어차피 내가 후작님의 옆에 있었던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긴 했죠.”

“그 말이 아니란걸 너도 잘 알고 있을거다.”

“.........”

비올렛의 빈정거림에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몸이 정말 잘게 떨고 있었다. 거울로 본 상태역시 심각한 편이었고. 그녀는 이내 포기했다. 뭐라 더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럴 명분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내키지 않은 따스한 물에 목욕을 하며 잠옷을 입었던 것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마 이 비로 날씨는 추워질 것이고 겨울을 알리겠지. 제비꽃의 꽃잎도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멍하게 옷을 갈아 입을 때 였다. 저택에 소란이 일었다. 고함 소리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비올렛의 가슴이 뛰었다. 후작이 쓰러지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아닥치는 것은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문이 열렸다. 백금의 갑주를 입은 검을 든 남자들이 들어왔다. 앤이 짧게 비명을 지르다 이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이곳은 성녀님이 거하시는 방입니다. 제 아무리 기사라고는 하나 무례하게 무슨 짓입니까!”

앤이 소리쳤다. 그 말에 금발의 기사 한 명이 말하는 것이다.

“성녀님? 이곳에 성녀가 어디 있습니까? 내 눈에는 성녀를 사칭한, 신께 대역의 죄를 지은 여인의 모습만이 보일 뿐입니다만?”

그 말에 앤이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앤.”

비올렛이 말했다. 검을 든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무력으로 진압할 생각이었다. 비올렛은 물러났다.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캐스피언 경?”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목소리였다. 백금색의 갑옷을 볼때부터그를 생각했었지만 그저 오해기를 바랐다.  적색의 성복을 입은 추기경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아직은 ‘혐의’일 뿐입니다. 혹여나 진짜 성녀일지도 모를 분을 이렇게 대하셔서는 되겠습니까?”

그는 차가운 얼굴로 성기사들에게 물러가라 명했다. 앤 역시 그의 눈빛에 물러났다. 그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명이 필요하시겠죠?”

“이를 말이라고 합니까.”

비올렛이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체자레가 그녀의 앞에 섰다. 새하얀 잠옷을 입은 그녀의 어깨를 붉은 피로 감싸듯, 붉은 옷을 입은 그가 그녀의 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당신에게 복수할 기회를 드리려는 겁니다. 나의 성녀님.”

============================ 작품 후기 ============================

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트위터에서 놀다가... 이렇게....

아마 내일은 다른곳에서 저를 볼 수잇을겁니다.. 여기가 아니라 다른곳... 그것도 다른곳...석류스프님의 해리포터 패러디 리들 미 외전으로요....

체자레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요.

추천과..코멘이 많아지면.. 저는 막.. 막 에너지가 막 넘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코멘이 100개 넘는 날은 무리해서라도 쓰는 편이랍니다..홓홋..

아뇨 그냥 그러타구여..

요사이 연재하다가 힘이 빠집니다.. 괜찮아여 저는 ^0^ 여러분들을 사랑하니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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