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91화 (84/208)

00091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아프다.”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붕대를 감은채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피아케,  조금 내게 신경써라.”

“신관에게 치료를 받았다면서요.”

비올렛이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아픈척 누워서 신경써달라는 이자카를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개인 것 같았다.

“괜찮나 해서 와봤더니, 정말 괜찮은 모양이군요.”

비올렛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자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비올렛은 자리에 서 있었다. 이자카는 잠시동안 비올렛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한참동안의 침묵 끝에 그가 말한 것은 그것이었다. 이자카의 녹안이 말하고 있었다. 비올렛의 두 뺨이 홍조가 서렸다. 그는 손을 뻗어 비올렛의 볼을 매만졌다. 갈망이 눈에 서린다.

“그 검을 든 사내는 오지 않는건가?”

“네, 오라버니라면 대회가 끝나자 마자 바로 업무에 복귀하셨어요.”

대회에 참여하느라 업무를 참여하지 못했으니 바로 경기가 끝날 당일에 업무에 복귀했다. 비올렛은 그를 떠올렸다. 손에 입을 맞춘 그는, 냉정하게 그녀를 현실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역시도 현실로 돌아가버렸다.

“그 녀석도 그 답다.”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비올렛을 보며 말했다.

“그는 네 진짜 오라비가 될 수 없다.”

“무슨?”

“그렇게 필사적으로 여자를 지키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남자는 네가 진짜 여동생이었다면 너를 나에게 넘겼던 것 보다는 주저 없이 그 붉은 괴물에게 널 넘겼을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비올렛은 이자카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로 단어를 헷갈리던가. 이자카가 비올렛을 보며 피식 하고 웃는 것이다.

“그 사내는 고생이겠군. 아니, 이제야 알았다. 그 사내는 일부러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어리석다.”

“....이자카,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아니, 알 필요가 없다. 알려주고 싶지 않은 하찮은 진실이다. 어떤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사내는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숨길 것이다.”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높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바람이 싸늘하게 그의 밀빛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춥다.”

이자카가 말했다.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리고 이자카는 고개를 들어 비올렛을 바라보며 다시 묻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아직도 이 나라에 남아 있을 것인가? 나는 널 데리고 갈 수 있다. 물론 너를 숨겨서 데려가야 하지만.”

여전히 집요하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미 당신의 증명은 패배로 결정난게 아니었나요, 이자카?”

그 말에 이자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시원스러운 입매에 호선이 그려졌다.이자카는 비올렛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 너는 끝까지 차갑다 이 날씨처럼.”

패배에 대해 말한다면 에셀먼드처럼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자카는 의외로 호쾌하게 그의 패배를 인정하며 웃었다.

“피아케. 내가 네게 했던 것은 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명’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홉명의 여자들에겐 걸 수 없는 목숨을 네게 걸겠다는 증명.”

“.........”

“그러나 내 제안과 그 경기는 다르다. 그저 허락을 맡고 데려가거나, 아니면 널 훔쳐가면 된다. 어차피 그들의 허락은 내게 필요하지 않다.”

그 말에 이자카는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에게 말했다.

“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 내 패배로 네 선택을 왜곡하지 마라.”

“.......”

“너는 ‘처음부터’ 여기 남고 싶어 했었던 거다.”

드물게 ‘왜곡’이라는 어려운 표현을 쓰며 이자카가 말했다. 이자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에 비올렛이 밀려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제시하며,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새인 그녀를 해방시켜주겠다고, 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체자레가 제시한 의혹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겠다며 목숨까지 걸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분명히 그녀는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패트리샤와 결혼하여 그 집에 살 그를 볼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런 아주 간단한 질투였던 것이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어했었다. 그래서 흔들리긴 했었다. 분명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너를 본 적이 있다. 피아케.”

“알아요.”

그녀가 토미라는 소년에게 배신당해 팔려갈 뻔 했을 때, 그녀를 사려던 사람이 이자카였다. 얼굴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녹안만이 유달리 기억에 남았었다. 그러나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 이유가 있었다. 이자카는 그땐 이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나는 그때 작은 체구였다. 모든 형제들 중에 열두번째 계집애와 비슷할 정도였다. 난 오만했 지만 카칸의 자리는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예도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작은 체구에 나는 포기했다. 그저 내 어미의 가족들이 힘이 강해서 살아남았다.”

그래. 열여덟살이어야 했을 그때의 이자카는 기껏해야 열 다섯쯤 되는 소년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자카는 기골이 장대한 한사람의 전사였다. 그런 그가 사실은 수동적으로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형제는 적이 되어 카칸의 자리를 노리며 서로 죽였다. 열두 명의 형제중에 타르크는 날 미워했고, 그는 강했기고 내 어미와 그 가족은 죽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나의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간 것이다. 너의 나라는 안전했으니.”

“왜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는 거죠, 이자카?”

“네게 말해야 하니.”

비올렛에게 이자카가 말했다.

“그러나 성녀라는 존재를 찾았다고 했다. 널 데려가 그라함께 바친다면 나는 칸의 자리를 얻을 것이고 타르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다행히 내 부하는 돈이 많았고 너를 사들인다 했다. 그리고 나는 너를 보러 갔다.”

이자카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비올렛을 바라보다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

“예뻤다.”

이자카는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예쁘고 귀여웠다. 어느것 하나 안 예쁜 곳이 없었다. 모두가 다 예뻤다. 작던 나보다 더 작았다.”

그때 분명 머리는 헝클어진 상태였고. 행색은 엉망이었는데, 이자카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는건가.

“그러나 잊을 수 없었던 건. 그렇게 작은 네가 살 길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비올렛이 손에 상처를 내서 피를 흘렸던 것을 말하는 듯 했다. 겨울에 새싹이 돋아날 리가 없다. 그녀의 피는 그 피 자체로서 땅에 활기를 불어넣어져 죽은듯 잠들어 있던 작은 새싹을 피워냈던 것이다.

“........”

“네 행동은 무의미 했다. 피를 떨어트리는 것은 들킬 위험이 높았다. 네 피에 돋았던 너보다 작은 풀들은 모두 너를 찾으려던 말에 짓발혔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찾아내기에 너무 작았다.”

“그리고 넌 결국 들켰다.”

그래 들켰다. 비올렛은 정말로 들켜서 죽을 뻔 했다. 이자카가 말렸으나 순간적으로 그녀를 발로 차고 짓밟는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러나 너는 구해졌다.”

“........”

그러나,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때 에셀먼드가 와 주었다.

“검을 든 사내다. 처음 볼 때 한 번에 알아보았다. 그 녀석도 날 알아보았지.”

이자카는 말했다.

“네 의미없는 행동은 결국 너를 구하게 만들었다. 포기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 발악에 가까웠다. 무서운 발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어쩌면 그 누구라도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자카는 그것에 대해 인상적이었는지 잊지 않고 있었다. 비올렛 조차 이젠 아득한 기억임에도.

“그래서 나는 널 원했다.”

“........”

“너 같은 작은 생명조차 안간힘을 쓰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검을 든 사내 역시. 부하 녀석들에게 지켜지지 않고 너를 구해내며, 이끌고 있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에셀먼드도, 이자카도 서로를 알아 봤던 것일까. 문득 그 둘이 처음 만났다 생각했을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게 떠올랐다. 정말로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나는 너처럼 발버둥 쳤다. 넘어질 뻔한 적도 많았고 죽을 뻔한 적도 많았지만 힘을 냈다. 무예도 단련했다. 나는 작았지만 생각보다 난 강했다. 그리고 몸도 커졌다.  나는 살아 남고 칸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말했다. 스물 셋인 이자카는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말했다.

“그 검을 든 사내에게서 널 뺏어오고 싶었다.”

이자카가 말했다. 하지만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가문에 끌려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자카가 보기에 에셀먼드의 행동은 비올렛을 ‘소유’하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를 소유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이자카는 그것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 비올렛의 얼굴을 본 이자카가 여유롭게 웃음을 지었다. 그의 미소는 시원스러웠으나 어딘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졌다. 처음부터 의미 없는 행동을 의미가 있게 만들어 버린 사내에게는 질 수 밖에 없었다.”

“........”

“네가 틔운 새싹은 너무나 작았다. 누구나 다 밟고 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그 작은 것을 발견해냈던 건 결국 그 사내다. 나는 그 새싹을 결코 발견하지는 못할 거다. 지금도 완벽하게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왜 갑자기 새싹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대화의 맥락을 못따라가겠다. 무의미와 유의미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갑자기 졌다는 말은 왜? 여하튼 그가 비올렛에게 인상을 받아 다시 돌아가 칸의 자리에 도전했다는 것은 알았다. 이자카는 비올렛의 얼굴을 보고 킥킥거렸다.

“그건 발버둥이었어요. 그냥 죽을 수 없어서 쳤던 발버둥.”

“안다.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

이자카가 말했다.

“그러나 네가 예뻐서 네 발버둥이 기억에 남았다.”

그 노골적인 칭찬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완벽한 패배다.”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려면 차라리 군나르 족 언어로 하지. 공용어를 쓰면 비올렛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줄 알고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아깝다.”

이자카가 다시 비올렛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아깝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자카.”

비올렛이 그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 보려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자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너는 이곳에서 행복할 수 없을거다. 그러나 날 따라갔다간 행복하지 않을 거다.”

“........”

“어느 쪽이더라도 행복이 없다면 네 선택을 따르는게 옳다.”

그 말에 비올렛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울 수 는 없었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이제 그와 헤어지기 때문에 우는건지. 눈물 젖은 눈으로 이자카를 올려다 보자 그가 말했다.

“정말로 안타깝다. 날 따라가면 다시는 그 눈에 눈물흘리지 않게 할 것인데 말이다.......”

*

방에 나온 비올렛은 앞에 서 있는 신관 소년을 마주했다.  기사들도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는 것을 봐서 막무가내로 그녀를 기다린듯 했다.

“그 이교도놈에게 이야기는 다 했어?”

“어, 응.”

눈물을 흘렸던 것을 들켰으려나. 신관 소년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너 무슨 짓이야?”

비올렛이 깜짝 놀랐다. 분명 어린 소년이었는데도 힘은 장사라 비올렛은 그 손에 끌려갔는데. 그것을 막으려던 호위기사들을 눈짓으로 제재했다.

“나 칭찬 안해 줄 거야?”

“뭘?”

“그 기사를 치료해 준건 나인걸?”

비올렛이 그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에셀먼드의 어깨의 상처를 낫게 한게 저 신관 소년이라니. 하아. 한숨을 쉬었다.

“추기경께서는 널 혼내시지 않았니?”

“응, 사실 추기경님도 잘했다고 해주셨어.”

그가 웃었다. 호위기사들도 수근수근거렸다. 아무래도 에셀먼드의 승리에 대해 공헌한 이 소년에 대해 그들은 경계가 풀어진 듯 했다.

“왜 어젠 말하지 않았어?”

“네가 금방 돌아갔잖아. 나도 추기경님께 불려가서 한 소리좀 들었거든.”

그가 말했다. 방글방글 미소 짓는 얼굴에 비올렛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짓자, 오히려 반대로 신관 소년의 얼굴이 굳어갔다. 그는 무척이나 딱딱한 얼굴을 지었는데, 그녀는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비올렛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신관 소년이 그녀에게 호의로 그러했다는 것을 안다. 분명 체자레가 가만 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아니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해 준것은 감사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다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소년을 끌어안았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고마워서 그것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막 나온 행동이었다. 물론 소년은 어려보였기에 스스럼 없이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비올렛이 소년을 바라보자, 소년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비올렛을 관찰했다. 그 황금색 두 눈에 깊이 서린것은 순수함보다는 오래 묵어왔던 어떤 것이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비올렛은 신관 소년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기.”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이름도 모른다. 비올렛은 그것을 깨달았다. 신관 소년이 말했다.

“한번도 웃어준 적이 없던 네가. 정말로, 기사 한 명 때문에 웃어 줄 수도 있네.”

“.......”

어쩐지 다니엘을 생각나게 하는 어조였다. 불안한 감을 느낀 비올렛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지, 왜 갑자기.........

“아니, 그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했던 행동이지만.”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비올렛이 눈을 크게 뜰 때, 신관소년이 다시 헤벌쭉 웃었다.

“이젠 여기에 계속 있는거다, 다른 데에 가면 곤란해 비올렛!”

그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야!”

깜짝 놀라 비올렛이 항의했지만 신관 소년은 저 멀리 뛰어가 버렸다. 변함없이 알기 힘든 녀석이다. 비올렛이 한숨을 쉬었다. 호위기사들을 보니 그들도 그저 조금 이상한 신관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그리 원하시던 칭찬은 받았습니까?”

체자레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성복만 입어야 했던 레기우스 살바나와는 달리, 그는 이 대회가 끝나자 마자 다시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귀에는 루비귀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추기경께서는 참으로 사치를 좋아하시군요.”

신관소년이 말했다.

“이것도 제 ‘행복’이니까요.”

그 말에 소년은 그 귀걸이로 향하던 관심을 껐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체자레는 그가 어딘지 모르게 못마땅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왜그러십니까? 칭찬을 받으러 가셨던거 아닙니까? 설마 성녀님께서 뭐라고 하신겁니까?”

“아니요,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호라, 정말 진귀한 것을 보셨군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체자레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궁을 벗어나 초록의 정원을 걷고 있었다. 새들이 짹짹거리며 그들 주변에서 맑은 울음을 터트렸다. 주변엔 아무도 없는 모양이군. 소년은 중얼거렸다.

“이젠 더이상 못참겠습니다 추기경.”

“.........”

체자레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못마땅한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채 그는 그저 분노했다.. 그럼에도 소년의 주위를 둘러싼 새들은 평화롭게 재잘거릴 뿐 이었다.

“그녀를, 그녀를 데려와야겠습니다.”

소년이 지극히 딱닥하게 말했다. 소녀에게 지었던 무방비한 미소도, 순수함도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의 황금빛 눈에는 어린생명 특유의 생동감있는 순수함이 아닌 고여있는 자 특유의 흐릿한 눈빛만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성녀님께선 상처입을 겁니다.”

“부모를 죽이고 살아있던 터전을 파괴했던 그 무뢰배같은 놈들에게 벗어나는게 상처입을 일입니까? 모두 죽여버리는 겁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새들이 푸드덕 하고 날아올랐다. 온화한 표정으로 새를 바라보았던 소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비올렛을 해방시킵시다. 그리고, 원래 있어야 할 장소로 데려오는 거예요.”

고압적으로, 그의 앞에 서 있는 붉은 추기경에게 소년이 ‘명령’했다. 붉은 추기경은 입술에 살풋 미소를 띄운채 그의 어린 교황의 표정을 살펴본다. 텅 빈 두 눈동자가 갈망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해드리겠습니다, 성하.”

체자레의 금안이 사이하게 빛났다. 소년, 아니 교황 린도는 생각했다. 목에 감겨오는 여린 팔의 감촉, 향기. 그리고 미소까지. 그러나 그것은 그의 것. 다른 사람을 위해 미소지으며, 감사하다 기뻐해서는 안 되었다. 비올렛이 웃을 수 있는 장소는 신전인 것이다. 그의 곁에서 오로지 웃어야 하는 것이다. 새파란 하늘. 그녀의 눈 색을 닮은 그곳을 보며 린도는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와아. 이제 함께할 수 있겠구나, 비올렛."

============================ 작품 후기 ============================

90편이 넘도록 로맨스가 안나오다니... 로맨스보시려고 소설을 보셨구나..그럼 제소설을 보시면안되는데...ㅠㅠ...로맨스 서서히 진도 나가고 있는데 안보이시구나... 그리고 피폐라고 미리 말했는데.. 안보시는구나 작품소개... 분명 말했는데...

진도는 차근차근 나가고 있습니다. 일일연재라서 못견뎌하시는것 뿐이에여(낙관론자)

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네요. 우리 성하의 커미션은

제 트윗 프사입니다. 그냥 대놓고 스포를 쁘리고 있었죠. 여튼 붉은 법복을 입은 성하님

그러니 성하의 사진을 보려면 공지를 보도록합니다. (사진이래..나도 중증이다.)

요사이 좀 안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좀 짜증이 나네여. 원하는대로 제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몇 있어서  저번 공지가 좀 예민했던 것 같은데 넘 기분상하시면 안돼여..아셔쬬?  그래도 로맨스 위주가 아니라는 것은 변함이 없음. 끝나면 여러분들은 로맨스 판타지라는걸 인정하게 될걸요? (거만거만 으쓱으쓱)

지금은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보는 여러분은 한마디지만 저는 백마디라.. 그것도 편수가 쌓이면 그것에 제곱이라 저도 사람인지라 정말로 지친답니다. ㅠㅠㅠ 사실 이걸 쓸때부터 각오했지만  대중성은 버렸다고 생각해요.

**격랑이라는 단어 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격랑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서로가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죠 큽...다음번엔 꼭 쓸게요 기둘기둘!!

**이자카가 했던 말을 보세요. 분명히 힌트가 많이 숨어있답니다. 어린 비올렛이 납치당했을때 그 조그만 새싹을 발견했던건 에셀먼드였죠.

**

요사이 페이트씨리즈에 빠졌잖아요.ㅋㅋㅋ 비올렛이랑 에셀먼드 가상플레이를 해봤어요

사실 트위터에 망상 썼던거 퍼왔음.

페이트라는건 과거의 영령(영웅의 영혼)을  서번트로서 소환해서 뿅뿅 싸우는건데

요기요기 보세요

에드가 마술사고 비올렛이 서번트로소환되었다면

비올렛은 아처클래스겠져 근데 검을 배워서 어느정도는 근접전도 가능할거에요 ㅋㅋ 사실 캐스터 클래스로 넣을까 생각했지만.. 캐스터들은 영고과라... 아니구나 하긴 뭐 랜서만하겠나요 (뻔뻔)

또 비올렛이 에셀먼드를 서번트로 소환했다면

당연히 세이버클래스ㅋㅋㅋㅋㅋ

비올렛(마법사)/에셀먼드(소환된 영령)

기사의 칼날이 비올렛을 꿰뚫으려 했다. 살고 싶다. 너무나 살고싶다. 비올렛은 바닥으로 기어 도망쳤다. 그 위로 창이 내찔린다. 바깥에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도 건물 깊숙히 들어간다. 몰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지하에 떨어진다.

온몸이 피투성이다. 하지만 살고싶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고싶지 않았다. 잘 움직여지지 않은 다리를 이끌어 비올렛은 안쪽으로, 더욱 안쪽으로 기어들어갔다.

"어디있니 꼬마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저 목소리에 꾀였다간 죽는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입을 막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바깥에 들릴것 같이 쿵쾅거렸다.

"여기있었구나!" 환희에 가득찬 가학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올렛은 자신의 삶이 끝났다고 직감했다. 온몸을 아프게 했던 상처가 배, 아니면 가슴에 쏟아지겠지. 눈을 질끈감자마자 킹! 하는 금속음이 들렸다.

눈을 뜨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달빛에 비춘 그 머리색은 푸른색으로 빛이나고 있었다. 여유롭게 한 팔로 기사의 일격을 막아낸 남자는 비올렛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기질의 어두운 푸른 눈. 그는 자그마한 소녀에게 물었다.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에셀먼드(마법사)/비올렛(소환된 영령)

성유물인 시들지 않은 제비꽃을 가운데 두고 그는 주문을 외웠다.  사실 그에게 어떠한 욕망도 없었다. 성배전쟁따윈 그저 가문의 비원에 따라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자신이 마술사로도, 검사로서도 어느정도 자질이 있다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소환이 내키지 않았다. 오른 손 위에 새겨진 붉은 령주는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 빛을 뿜듯 순간적으로 시야가 점멸했다.

"당신이 제 마스터인가요?

달빛에 비친 머리카락은 은색으로 새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에셀먼드보다 옅은 하늘색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여인은 머리색 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는 기사도 아니었다. 광전사도, 라이더도 아니다. 그저 캐스터(마법사)이다.

"너는 뭐냐. 캐스터라면 소환되었을 텐데?"

에셀먼드의 말에 여자가 가냘픈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처의 클래스를 받고 현신하였습니다, 마스터."

저 자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활을 쏜다는 건가. 소환은 실패다. 에셀먼드가 생각했다.

뭐 이런 가상플레이 재밋을것같아여 ㅋㅋㅋ 페스나 보시는 분들만 아시겠지만 큽...

아 맞다 내일은 휴재x휴재입니다 내일은 일이 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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