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88화 (81/208)

00088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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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방 안에 들어온 비올렛은 무슨일이 있냐는 앤의 물음에도 답하지 않은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에셀먼드의 상처에 대해 자꾸 떠올랐다. 정말로 팔을 베어내려는 듯 정확히 갑주의 틈새를 깊숙히 베어낸 상처를 패트리샤가 창백한 얼굴로 닦아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상처는, 분명히 힘들 터였다. 물론 신관들이 치료를 해 줄테지만, 분명 후유증은 남아 있을것이다.

비올렛은 문득 에셀먼드가 자신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 알고 있다. 그녀만 없었어도 이 싸움은 일어나지도 않고 잘해야 본전인 그 싸움에 에셀먼드가 나올 일은 없었다. 그녀 자체가 증명하라고 그것을 부추기기도 했고, 비틀린 마음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가 나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

시작은 이자카였고, 변명하자면 그녀는 얼마든지 변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것은. 비올렛을 지켜내기 위해 출전한 사람들과, 다친 사람들. 그리고 다친 에셀먼드 때문일지도 몰랐다. 누군가 ‘고귀한’사람의 결정 하나 때문에, 죽고 다치는 것들을 혐오했으나, 정작 그 원인이 자신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셀먼드가 보이는 경멸도 이해가 갔다.

“.........”

그러면서도 비올렛은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에셀먼드는 그런 표정을 지을 자격이 없었다. 그럼에도 비올렛이 그를 마음껏 증오하는 이유는, 에셀먼드의 그런 냉정한 태도에 있었다.

일어날 사실만을 추려내자면 샤를이 읽는 동화책으로 써도 될 일이다. 왕자가 마물로 부터 공주를 구해냈듯이, 기사가 이민족에게 끌려갈 뻔한 성녀를 구해내는 이야기,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기사와 성녀가 서로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저택이 조금 소란스러웠다. 아마 에셀먼드가 돌아온 듯 했다. 내일 경기가 있으니 더욱 더 긴장할 만도 했다. 상대는 아슈카바드의 칸이다. 아슈카바드는 구자르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였고 그것을 자신의 지배하에 넣었던 것은 이자카였다. 그의 무용은 비올렛은 잘 알고 있었다. 약탈과 전투를 반목하는 그 야생마 같은 군나르 족을 하나로 통합한 그라함과 그 카칸의 자리를 노리는 칸. 수식어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물론 에셀먼드도 검술에 대해서는 뛰어나다는 소리는 들었다. 천재라는 소리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자카와는 다르다. 하쉬샤신의 암살시도때 에셀먼드는 상처를 입었지만 이자카는 멀쩡했으니 그것으로 실력은 점쳐볼 수 있었다.

아마 에셀먼드도 그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패배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도 실력차는 알고 있겠지. 게다가 부상까지 입어버린 상황에서야.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가 키우는 호랑이라는 고양이는 이미 짝을 찾느라 바빴다. 어깨에 숄을 걸치고 나갔다. 밖은 어두워져 있었고, 달빛은 맑았다. 그러나 나가는 길에 후작 가는 어쩐지 이상한 고요에 잠겨 있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싸움은 합법적으로 살인이 용납된다. 게다가 상대는 아그레시아의 귀족이 아닌, 타국의 칸이다. 체자레가 이자카를 죽이겠다고 위협한 이상, 이자카가 에셀먼드를 죽일 자격도 얻는 셈이었다. 체자레는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일지도 몰랐다. 어쩐지 점점 이 저택에 있는게 힘들어지고 있다. 비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풀냄새를 맡으며 정원을 거닐었다.

“........”

에셀먼드에게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런 거부를 받은 이상 가는것도 이상했다. 더군다나 패트리샤가 와 있을지도 모른다. 후원에 발을 디뎠다. 가을의 꽃들은 피어 있었다. 거기에 제비꽃이 없다고 한탄단하면 또 에이든이 비웃을지도 몰랐다. 찬바람을 맞이하며 비올렛은 생각에 잠겼다.

“야, 비올렛!”

에이든이 급하게 그녀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비올렛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에서는 에이든과는 우연히 만나는 횟수가 많았고, 그가 일부러 그녀를 찾으러 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에이든이 그녀를 찾아 왔다는 것은 무슨 변고라도 있는 것인가? 에이든의 얼굴은 막상 비올렛을 불러세웠어도 이상했다. 비올렛의 얼굴을 보며 입을 다물었고, 그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거야?”

비올렛의 물음에 에이든이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에이든은 망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만약 형이, 형이 진다면 정말로 가는거야?”

그러한 질문을 샤를도 물었다. 이쯤되면 에셀먼드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 누구도 에셀먼드가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 동생조차도

“오라버니가 그 소리를 들으면, 좋아하시겠다.”

“시끄러.”

비올렛이 빈정거리자 에이든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그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무래도 비올렛은 그들이 정말로 궁지에 몰려있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칸 녀석은 네가 자기 신부가 되길 바라.”

“알아.”

비올렛이 말했다. 어차피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담담한 태도에 에이든은 답답한 듯 소리쳤다.

“처음부터 너에게 눈독들이고 있었다니까? 부인이 아홉명인데 널 어떻게 보낼 수가 있겠어!”

그 말에 비올렛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에이든이 답답한 듯 말했다.

“뭐라고 말을 해봐! 그러다고 네가 열번째 신부로 가다니 그게 있을 일이야? 어차피 성녀가 순결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네가 거기서 행복해 질 수 있겠어?”

“글쎄, 여기보다는 행복할 수도 있겠지.”

“........”

그 말에 에이든의 말문이 막혔다. 에이든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너, 이미 각오하고 있구나.”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할 때 각오는 했어. 그리고 이자카 역시도 국왕과 협상해서 날 데려가면 되었던 것을 요란스럽게 목숨까지 걸며 증명하겠다고 했지.”

비올렛의 말에 에이든이 말했다.

“그러면 형은,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거야, 너는 슬프지 않아? 집을 떠나는 거야!”

“........집? 이곳이 집이던가?”

비올렛이 물었다. 그 말에 에이든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그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잠시 말문이 막힌 에이든은 검푸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구름이 지나가며 잠시 달이 사라지며 까만 어둠에 세상이 잠시 담궈졌다.

“넌 정말로, 이곳이 집이라 생각하지 않는구나.”

“.........”

에이든이 어떤 표정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비올렛은 그를 안다. 이제 에이든은 화를 내겠지. 폭언을 퍼부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천민 근성이라고 또 비웃을지도 몰랐다. 다시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에이든의 얼굴이 보였다. 에이든의 얼굴이 번들거렸다. 에이든은 울고 있었다. 계집애 처럼 우는 것은 분명 질색일텐데 게다가 에이든이 울었다.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에이든이 말했다. 에이든이 화를 내면 곧바로 코웃음 칠 준비가 되어 있던 비올렛은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에이든에 등골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그녀는 긴장해서 에이든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났다.

“왜 네가 울어.”

“그럼 너같으면 화를 내겠냐!”

“화 잘 내잖아.”

비올렛의 말에 그가 소리쳤다.

“내가, 너한테 화를 낼 입장은 못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거든!”

억지로 울음을 참는 소년의 얼굴에 비올렛은 눈을 내리깔았다. 불편했다. 정말로, 에이든이 눈물을 흘리는걸 본적이 없으니 더욱 그러했다.

“난, 네 오빠일거야. 네가 싫어도, 네가 날 미워해도, 끝까지 네 오빠가 되어줄거야. 네가 만약 그곳에 가기 싫어한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을거야.”

언제나 에이든은 못믿을 소리만 한다. 언제나. 다니엘처럼 책략을 조언하거나, 에셀먼드처럼 그녀를 행동하게 하지 않고, 그저 가슴을 펑펑 치며 믿으라 말한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녀는 그것을 믿은 적이 없었다. 상처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에이든이 티를 내지 않는 것은, 그가 상처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빠라, 오빠라 말하더니 정말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할 바에는 오라버니를 마음이라도 응원하는건 어때? 성력이라는 힘을 쓰는 원천도 의지니 네 의지가 오라버니의 승리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지.”

그 말에 에이든의 얼굴이 굳었다. 왜그러지? 비올렛의 말에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든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지만 꾹 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어본다면 알려주겠지. 하지만 비올렛은 그것을 굳이 캐낼 정도로 에이든에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알 필요도 없다 생각했다. 에이든마저 에셀먼드의 패배를 확신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헤어지게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을 향한 호기심 따위는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비올렛.”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는 비올렛을 향해 에이든이 말한다.

“널 너무 탓하지 마.”

에이든이 단 한번이라도 저렇게 진지하게 된 적이 있던가? 그렇게 그녀를 쳐다보는 그 얼굴은 분명히 에셀먼드와 닮아 있다. 과연 그는 에셀먼드의 동생이었다. 마치 에셀먼드가 말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차분하게 걸어가던 비올렛은, 빠른 걸음으로 저택 안에 들어갔다. 저택 안에 들어가자 마자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다니엘 옆에는 패트리샤가 있었는데, 패트리샤는 그녀를 차가운 눈초리로 보더니, 무시한 채로 스쳐지나갔다. 다니엘이 비올렛을 보며 아주 짙은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다니엘이 무척이나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애를 따라가야하는거 아냐? 바래다 주러 나온것 같은데.”

“멋대로 하라지 저 제멋대로 아가씨.”

언뜻보면 남매같아 보이는데도, 씹어뱉듯 말하고 비올렛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다니엘이 말했다.

“이제, 그 군나르족 남자에게 몸이 팔릴 시간인가?”

“다니엘.”

“아, 미안. 하지만 그런 너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넌 아주 잘 지낼거야. 뻔뻔하게 이곳을 나가서 여자들과 싸움하며, 그 짐승같은 놈의 손길만을 애타게 원하며 그렇게 살아갈거야. 이곳에선 천민, 저곳에선, 여러 암컷을 거느린 짐승의 짝짓기 상대. 아주 재미있을거야.”

그는 행복해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비올렛을 향해 강한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다 그는 저 앞에 가는 패트리샤를 쫓아 나갔다.  뭘까.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제정신이 아니게 된 걸지도 몰랐다. 요사이 비올렛은 다니엘을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었으니 더욱 더 그러했다.

올라가보니 앤 역시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가 다 비올렛이 떠날거라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에이든도 다니엘도 비슷한 부분을 언급했다. 앤 역시도 똑같았다.

“앤, 내가 어딜 가더라도 너를 데려가진 않을거야. 너무 걱정하지는 마.”

비올렛이 그렇게 말하자 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그걸 걱저정하세요?! 만약 아가씨가 간다면 따라갈 테니 걱정마세요. 아가씨는 혼자가 아닐테니까.”

“........”

앤이 화내는 건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엔도 오라버니가 질 거라고 생각해?”

앤과 에셀먼드는 어느정도 친한 사이라고 알고 있다. 형제에 이어 하인에게까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일까.

“도련님은 무패의 기사세요, 패배란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분이시죠.”

앤이 그녀의 머리를 반 묶음한 리본을 풀며 부드럽게 머리를 빗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은 첫 패배가 될거에요. 그리고, 가장 뼈아픈 패배가 되겠죠.”

앤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그에 비올렛은 정말로 실감하는 것이다. 에셀먼드는 내일 경기에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패배가 약속된 싸움이라는 것을.

“후작께서도 무슨 말은 없으셔?”

아니, 생각해보면. 그저 패배로 끝나는게 에셀먼드에게 좋을지도 몰랐다. 국왕이 원하는건 신전을 찍어 누르는 것이고 에셀먼드는 일단 승리했다. 하지만 국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떻게 되는건가. 일단 에셀먼드가 진다는 것은 국격에 떨어지는 일이었으니 국왕은 그런 점도 생각해야 했다. 아니면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국왕은 어리석을까? 모르겠다. 후작에게선 아무 연락도 없는것을 보아서. 그도 그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가씨, 주무세요. 아가씨 곁은 끝까지 따라갈 거에요, 저는 염려 마세요.”

“........”

비올렛은 자신이 어린 비올렛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그 날 이후로 비올렛은 앤마저도 경계했다. 앤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녀가 다른 하녀들 보다 앤과 친밀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전처럼 그녀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군나르 족의 나라에 따라간다는 것은 쉬운 결심이 아니었다. 영지에 내려가서도 고향, ‘집’에 왔다고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것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도, 저렇게 선뜻 말할줄은 몰랐다.

“고마워 앤.”

하지만 괜찮아. 비올렛은 속으로 말했다. 어차피 그녀를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결심은 했지만 그것이 진실로 벌어지는게 내일이다. 앤이 말하는 무패의 기사가 처음으로 패배를 맞이할 것이라고 한다. 다니엘을 제외하고서라도 에셀먼드를 잘 알고 있던 앤이다. 검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에이든이다. 정말로 에셀먼드가 패배할까. 굳건한 믿음이 흔들린다. 어쩌면 하쉬샤신의 습격때부터 그랬을지도 몰랐다. 어렸을 적, 에셀먼드는 무척이나 큰 성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때의 그는 열 다섯의 소년이었다. 변성기가 막 지난. 그때 그는 비올렛에게 싸늘했다. 어린 비올렛은 그것이 자신의 신분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달랐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비올렛이 중얼 거렸다. 3년전, 열 아홉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역시도 에이든과 닮은 면이 무책임한 면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니엘처럼 음습한 구석이 있을지도 몰랐다. 여튼 그는 이 에르멘가르트 가의 후계자였으니. 어리석은 바보.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데, 그는 내일 경기에 임하려 한다. 그녀가 어린애였으면, 그는 바보였다. 샤를이 읽던 동화 속 왕자와 공주는 어쩌면 이런 지독한 어리광쟁이와 멍청이였을지도 몰랐다.

*

해가 밝았다. 다행히도 로디온 경과의 경기 때 처럼 악몽은 꾸지 않았다. 결승이니만큼 최고로 아름답게 보여야 했다. 비올렛은 다른 하녀들의 수발을 받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이 제법 볼만하게 변모해 나간다. 선잠을 잤는지 몸은 피로한게 느껴졌지만 정신만은 맑았다. 비올렛은 다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체자레도 왕도 미리 와 있었다. 비올렛은 왕과 체자레 둘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비올렛을 향한 시선이었다. 샤를과 신관 소년은 둘 다 와 있었다. 어쩐지 둘 다 표정이 똑같은 걸로 봐서, 신전과 국왕 측의 싸움이 아닌 국가와 타국가의 싸움이므로 비슷한 표정인 듯 했다.  둘 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듯 했는데, 그 웃음이 웃음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왔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선선했다. 그때 노랫소리가 들렸다. 비올렛이 그곳을 보니, 새 하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신전측에서 파견된 아이들인듯 했다.

“성가를 부르는 합창단입니다.”

노래는 어떠한 힘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소리가 증폭되어 멀리 멀리 퍼져 나갔다. 소년들로만 이루어진 이 노래하는 소년들은 비올렛이 처음으로 듣는 음악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신성하면서도, 어두운 음악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워 사람들은 꿈을 꾸는 듯 그 소년들이 부르는 음악을 감상했다.

“무슨 노래인지 궁금하십니까?”

비올렛이 물었다. 아름다운 소년들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서로 다른 음역대를 노래하지만 통일된 느낌을 주었다. 비올렛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처음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어를 알고 싶었지만 비올렛으로서는 처음 듣는 음악이었다.

“레퀴엠(Requiem)입니다.”

“.......?”

레퀴엠? 비올렛이 되물었다.

“진혼곡 말입니다.”

비올렛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지금 이 소년들의 노래는, 그렇다면 죽은 사람을 위해 부르는 노래란 말인가. 비올렛이 무어라고 말하려 할때 그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아름다운 곡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곡이 진혼곡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답니다.”

“........”

“저는 아름다운 것이 좋습니다. 그게 장송곡이든, 아니든, 그것은 상관 없는 일이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어차피 둘중 하나의 목숨은 없어질겁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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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두시간 이내로 추천 1000개 어때요? 퇴고가 빨리 끝나면 빨리 돌아 오겠음 ^0^

역시 경기 시작을 장송곡으로 하는 체자레의 클라스.

참고로 제가 모티브로 삼았던 체자레가 선정한 곡은 뜰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사실 진짜 진혼곡, 장송곡이 아니라 베토벤 7번 2악장에 나오는 선율입니다.

사실 가사를 보면, 그냥 신께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평범한 곡.

자 그럼 저는 2시간 후에 과연 소설을 올릴수 있나 없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쓰윽)

만약 안되면 민망해 하면서 걍 내일 보는거져 뭐... (눈물을 흘리지만 강한척...☆)

물론 다른편말고 이번편만 추천입니다 아셨죠?

그럼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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