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86화 (79/208)

00086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자리가 없어서 앉고싶었나 봅니다. 그렇지요?”

“..........그...그렇습니다.”

체자레의 얼굴이 소년을 향했다. 다정하게 웃고 있었지만 분명 그 시선만은 더없이 싸늘했다. 비올렛은 체자레가 이렇게 차가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니, 차가운 게 아니라. 이건...

화가 난 것이다. 체자레가 화를 내고 있었다. 싸늘한 얼굴로 화를 내고 있었다. 비올렛은 체자레가 신관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그는 대부분 공작으로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앉고 싶으시다면 앉으십시오, 이 체자레,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 그런게 아닙니다!”

체자레의 말에 신관 소년이 황급히 대답했다. 당연하게도 앉는 다는 것은 교황의 자리를 노린다는 거니, 저렇게 거절하는 게 당연했다. 역시나 저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럼에도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라 비올렛이 그 둘을 이상하게 바라보자 체자레가 비올렛과 신관 소년을 바라보더니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마치 골칫덩이를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좀 어려보이는 외모에 나이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성력이 높아서  직위가 높은 신관이라던가.

“가만히 안 있으실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막무가내로 날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레기우스 살바나에 관심이 있으실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

“성녀가 빼앗길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했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번 레기우스 살바나의 관람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대신 명목은 저를 보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갑자기 부드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 마치 ‘달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소용이 있었던 듯 소년은 한결 안심한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이 보기에 사실 전혀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았지만, 소년은 생각보다 순진해 보였다.

“진짜 허락해주시는겁니까, 추기경님?”

“네.”

그 말에 그는 뛸듯이 기뻐하며 비올렛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리며 잡고 체자레를 보았지만 그는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뭘까. 체자레는 저런 남자에게 관대한 건가. 아니면 이 소년이 특별한 것인가. 아니면 또 저렇게 웃다가 나중에는 지하실로 끌려가 고문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언제나 처럼 그의 본심을 알 수 없고, 냉정하게 말하면 이 소년이 행여나 끌려가더라도 그건 자업자득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녀님.”

체자레가 그와 신관 소년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두 분은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까?”

체자레를 등지고 선 소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비올렛에게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분명히 모른다고 처음봤다 말하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번에도 체자레가 있다니 도망간 전적이 있으므로.

“아니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스승님.”

“그렇군요.”

체자레가 알만하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체자레도 금안, 소년도 금안이었다. 체자레는 소년이 금안이라는 것을 알까? 떠보고 싶었지만 너무나 위험한 주제였다. 게다가 성력이 없는 비올렛은 그의 비밀을 몰라야 마땅했다. 소년에 대해 더 캐내고 싶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뭔가를 캐내는 것은 이상했다. 이름이라도 묻고 싶었지만 이름을 물어볼 정도의 관심은 없다고 연기하는 것이 나을 성 싶었다.

“다음 부터는 조금 예의를 갖추어서 성녀님을 대하도록 하십시오. 성녀님께서 곤란해 하시지 않습니까?”

체자레의 말에 신관 소년이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마련하라 이르겠으니 제 앞에 앉아서 보십시오.”

체자레가 아래 단을 가리키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렛의 옆에 상당히 앉고 싶어한 듯  의자를 끌어 비올렛과 체자레의 가운데 자리에 앉은 뒤 그녀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그녀는 도움을 청하듯 체자레를 바라보았으나 체자레는 관대하게도 넘어가주기로 결정 한 것 같았다.

“성녀님의 얼굴을 보고싶어하는 신관입니다. 그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성녀님을 배알하길 원하는 어린 신관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 줄 아십니까?”

“........”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싫어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비올렛은 그저 입을 다물고 저 소년의 관심이 빨리 식기를 바랐다.

“저기 저 남자를 보십시오.”

경기장 가운데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조금 멀리서 보기에 남자는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을 한 신전의 상징인 은백색 갑주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건너 편에는 분명히 본선의 개막식을 할때 보았던 평민진출자가 서 있었다.

“저 갑주를 입은 남자가 로디온 경입니다. 성녀님의 가디언이 될 사람이죠.”

아까 신관 소년도 그 소리를 했다. 로디온 경은 경건하게 자신의 로자리오 에게 입을 맞춘 후 비올렛과 체자레가 있는 쪽을 올려다 보았다.눈 색은 멀리 있어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이곳을 본 후 경의를 담아 허리를 숙였다. 체자레에게 한번, 비올렛에게 한 번, 그렇게 인사를 한 후 검을 꺼냈다. 그리고 경기를 알리는 호각 소리가 났다.

“잘 지켜 보셔야 합니다 빨리 끝날 테니끼요.”

체자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비올렛이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그녀는 입을 틀어 막았다. 팔이 잘려나가 있었다. 분명 예선에 진출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을 평민 남자의 검을 든 팔은 잘려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노란 상아빛을 띈 대리석이 붉은 피로 물들어갔다.

“이런, 기사중의 기사인 그가 내숭이라는 걸 떨줄도 아는 군요.”

“.........”

그 평온한 말에 비올렛이 체자레를 쏘아보자 체자레가 말했다.

“보통은 죽이는데, 성녀님이 계시어, 팔로만 끝난 것 같습니다.”

농담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검을 든 사람에게 검을 든게 장기인 사람에게 검을 든 팔을 자르면 그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비올렛은 신관 소년이 무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체자레 역시도 고통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평민 남자가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그저 그는, 자신이 내 건 최고의 카드의 실력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깨닫는 것이다. 비올렛은 자신을 두팔 벌려 환영해 준다는 신전에 조차 끼어들 수 없음을.

비올렛은 자리에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체자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만나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 비올렛은 체자레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분명히 비올렛이 느끼는 감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체자레는 굳이 그녀를 붙잡았다. 이것이 터무니 없이 해야 했던 증명에 대한 화풀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비올렛은 그대로 서 있었다.

“봐, 봐, 로디온 경, 뛰어나지? 정말로 대단해.”

“이런, 성녀님께 말을 낮추시다니. 지금 본인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겁니까?”

체자레의 싸늘한 꾸중에, 소년이 굳으며 아 맞다,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 비올렛이 주의를 줘도 시정하지 않았던 신관이 체자레의 말에 시정하다니 씁쓸한 일이다. 비올렛이 다시 다시 자리에 앉자, 로디온 경이 걸어 나왔다. 한눈에 봐도 무거운 갑주를 입은 그는 비올렛과 체자레를 보자 마자 무릎을 꿇었다. 마치 신을 보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하아, 하고 탄성을 내쉬며 떨리는 손으로 비올렛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나의 신이시여.”

그렇게 하며 아주 소중한 것을 쓰다듬듯, 떨리는 손으로 한번 쓰다듬으며 그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 뒤에 있는 왕실쪽 호위기사들이 못마땅한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비올렛은 오싹하여 그 손을 빼고 싶었다. 로디온 경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준수한 외모였다. 어두운 밤색 머리에 눈역시 그와 똑같은 색이었다 다만 눈 색이 약간 더 붉어보였다. 머리색과 눈색으로 따스해 보일 거라는 인상과는 달리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날카로움을 넘어서, 음습했다. 소름 끼쳤다. 손을 빼고 싶었다. 그가 비올렛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라리 가디언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평민의 동경으로 보였다면 차라리 비올렛은 어느정도 납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광신도 처럼 풀린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비올렛을 보며 갈망하며 욕망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가? 체자레도? 저 신관 소년도? 손을 빼고 싶었지만 그것이 마치 성물이라도 되는 듯 쓰다듬으며 행복해 하는 기사는, 불과 방금 전 평민의 꿈을 짓밟았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로디온 경.”

비올렛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에 그의 얼굴이 기쁜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 팔을 자른 건가요? 당신의 실력이라면 그대로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비올렛의 물음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성녀님께서 생명을 거둬가는 것을 보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저어되어 그리하였습니다.”

“........”

“그렇다면 왜 생명을 거두는 건가요?”

이 레기우스 살바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기록 상으로는 정말 힘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대련’이라는 형식을 취했지, 일방적인 살인은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이었다. 우선 기사들 역시 대부분 귀족들이었으니, 서로간에 살상은 암묵적으로 비허용되었고, 기사가 평민을 큰 실력차에 압도하는 것도 별로 좋은 그림은 아니었고 기사들 역시 평민임에도 검을 쓰는 자들을 존중하여 굳이 목숨을 거두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제가 잘못했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규정상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경의 생각이 궁급합니다.”

비올렛의 말에 로디온 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당현한게 아닙니까. 저는 성녀님을 무도한 이교도 녀석들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를 이기겠다 막아서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사악한 이단입니다.”

그게 무슨, 비올렛은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성녀님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없이, 절 누르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당연히 이단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다른 이들이 절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적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저만이 유일하게 성녀님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직도 잡힌 손을 만지작거린다. 그 손을 빼고 싶다.

“저를 막아서는 이들은 모두 다 이단자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심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이단자가 아니라면 마땅히 기권하면 될 일입니다.”

“로디온 경, 경께서는 너무 오만합니다.”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리며 그 손을 뺐다. 그 말에 로디온 경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당연히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는 그 태도에 비올렛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도 이것에 제제를 하지 않았다.

“경에게 목숨을 잃은 자들은 어차피 약한 자들입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자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팔을......”

“팔을 자른 것은, 검사의 미래를 없앤 것 아닙니까? 검이 장점입니다. 저들의 생계는 무엇으로 보상할 건가요?”

“만약 그게 문제된다면, 금화 한 자루라도 드리겠습니다.”

비올렛의 말에 긴장한 얼굴의 로디온이 말했다. 아, 이래서는 대화가 안된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있다.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리자, 체자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신관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로디온 경 이외에 누가 이길 수 있단 말이야? 어차피 그 이교도 놈이 결승에 나올거라면 로디온 경을 결승에 내보내는게 낫지 않아? 왜 로디온 경의 체력을 낭비해야해? 그러는 그들이 나쁜게 당연하잖아?”

소년의 말에(또 그는 반말을 했다.) 그녀는 신전과는 절대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한 길 이외에 다른 것은 다른게 아니고 틀린게 된다.

“왜 로디온 경께서 결승에 나가는게 당연한 겁니까?”

비올렛이 물었다. 당황한 로디온경이 갑자기 얼굴을 무섭도록 굳혔다. 이단심문관이라더니 그가 표정을 굳히자 그의 눈썹이 매섭게 굳어졌다.

“나의 성녀님, 나의 신의 대리인이여, 설마. 성녀님께서는 저 말고 다른 이가 저를 꺾고 그 이교도놈과 대적하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가 웃고 있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두 눈을 보며 비올렛은 말했다.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왜 당연한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섣불리 승리를 점치는 것이 난 오만하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저는 성녀님께 전혀 믿음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로디온 경의 얼굴이 다시 돌변했다. 비올렛은 그 간극을 알 수 없었다.

“아아. 그렇군요. 그래요, 성녀님께서 누구를 신뢰하고 계시는지 알 알았습니다.”

“.......”

“성녀님께서는 성녀님의 그 오라비라는 작자를 신뢰하시고 계시는군요.”

“로디온 경.”

왜 거기서 갑자기 에셀먼드가 나오는지 모른다. 게다가 방금 전에 존재를 알았던 로디온 경은 에셀먼드의 존재와 더불어 그가 비올렛의 오라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당연한걸지도 모르지만, 그 점이 소름끼쳤다.

“나는 에셀먼드 경을 신뢰하는게 아니라, 누가 될 지 모른다고........”

“그를 꺾고, 그 이교도 놈도 꺾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로디온 경에게선 피비린내가 났다. 짙은 피비린내가. 그 위험한 남자가 에셀먼드를 꺾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신전이 이자카를 꺾겠다 말했고, 왕국  측의 에셀먼드도 이자카를 꺾겠다 말했다. 정말로 이자카를 이기고 싶다면 에셀먼드든 로디온 경이든 준결승과 결승전에 나가게 되며 이자카의 체력을 깎아 이기는 방법이 있다. 서로를 꺾겠다니, 왕국과 교황측의 싸움아닌 싸움이 일어날 것은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이렇게 어리석을줄은 몰랐다. 에셀먼드는 그런 것을 몰랐다. 저 로디온 경 처럼 저 남자도 꺾고, 이자카도 꺾으려 할 것이다. 이런데에서 조차 이들은 합의가 안되는 것이다.  위험에 빠지라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에셀먼드가 나가지 않으면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자멸해버리라고. 비웃을지도 몰랐다.

“맹세는 그쯤하십시오, 로디온 경.”

체자레가 미소지으며 말을 건넸다. 아까부터 말이 없던 이유는 그들의 대화를 즐겁게 관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녀님께서는 생명의 살상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까와 같은 장면은 조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추기경 예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알겠습니다.”

그 말에 로디온 경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혹여 만약 신전에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 로디온 경 조차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로디온 경이 오늘 내 다시 있을 경기 때문에 자리로 돌아가고 체자레와 신관소년, 비올렛만이 남았다.

“에셀먼드 경께서 고전하시겠습니다. 이런, 대전표를 바꿀 예정인가 봅니다. 하긴, 누군가가 준결승으로 깔아주기에는 두 기사 모두 자존심이 강하니까요.”

체자레가 다시 아래로 내려간 로디온 경을 보며 말했다. 그는 재미있어 보였다. 신관 소년은 뭔가 말하고 싶어 했으나 체자레 때문에 참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는겁니까?”

신관 소년이 말을 건넸다. 로디온 경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그것은 끝났다. 체자레는 경기를 더 볼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다 비올렛은 문득 물어보고 싶었다.

“스승님.”

비올렛이 그를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식적이 아닌 개인적인 질문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네, 물어보십시오, 나의 제자.”

체자레가 친근하게 그 스승과 제자놀이에 응해왔다.

“성하는, 왜 이곳에 오지 않으시는 겁니까? 제가 제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힘을 잃었어도 저는 까딱하면 구자르트에 끌려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은 중대사가 아닐런지요? 그럼에도 말씀이 없으신채 몸을 숨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말에 체자레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거야, 그분에게도 그분의 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허나 안심하십시오, 그분은 비올렛을 너무도 사랑하니.”

“........”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그 이전부터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그렇지요?”

그는 앞에 앉아 있는 신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에,신관의 금안이 기이한 빛을 머금었다. 두 쌍의 금안이 기묘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가정이라 고개를 저었다.

“꼭 나타나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만이 모든것은 아니랍니다. 나타나지 않아도 제 선에서 처리할 정도로 쉬운 일일수도 있지요. 그럴 가치가 없는 것일지도 몰라요.”

“으, 으음.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가치가 없는건 아닌데.”

신관 소년이 중얼거렸다. 체자레가 그 소년에게 입을 가져다 대었다.

“신관이라면 제가 보기엔 말을 아껴야 할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신관 소년이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저 신관 도대체 뭐가 있을까.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사실 금안을 가진 신관 소년의 존재보다는 에셀먼드와 그가 싸운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빠른 속도로 사람의 팔을 잘라내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안다. 저항없는 호랑이의 목을 자르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선명하게 붉어진 피에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직도, 가끔씩 피를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짜부러진 여자의 머리와 머리가 없는 육체가 뿜어내던 피가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그녀는 주먹을 쥐고 호흡을 고르게 하려고 했다.

나가던 비올렛은 이자카를 맞딱뜨렸다. 너무도 오랜만에 마주해 깜짝 놀랐다. 그는 비올렛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경기가 없다고 들었는데요?”

“보러 온거다.”

이자카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칼을 차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 아까도 보고 있으셨어요?”

“그래.”

그 말에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더 말을 할까, 로디온 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이자카는 미소를 지었다.

“결승까지 열흘 정도 남았다. 열흘 정도 나가면 네 얼굴이 다시 그렇게 되는건 없을 거다.”

“.......”

“걱정하지 마라.”

무엇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비올렛도 잘 모르겠다. 이자카가 지나갔다. 아마 뒤에 호위기사들을 보고 더 말하지 않고 지나간 것이겠지. 비올렛은 집에 돌아가면서 로디온, 에셀먼드, 이자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 가는 길에 그는 후작과 마주했다. 보통 그는 자주 찾아오는 패트리샤를 만나 그와 이야기 했을 뿐 밥도 거의 먹지 않는 비올렛과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날씨가 많이 찹니다.”

비올렛이 말하려 했던 것을 후작이 말하자 조금 당황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는 후작님께서는 어찌하여 바깥에 나가 계십니까? 건강에 주의하셔야 하시지 않으십니까?”

그 물음에 그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성녀님께서 제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꽤나 오랜만입니다.”

“.........”

“제 낡은 육신따윈 죽어 없어져 버리길 바라시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에 힘이 빠져있다. 육년, 육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 만났던 다소 젊어보이던 후작의 얼굴을 지금 보면, 그는 확실히 나이가 들었다. 주름살도 많아졌으면 하얗게 센 머리도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제가 후작님이 죽어 없어지길 바란다고 한들, 후작님께서 죽어 없어지실 분입니까?”

그녀의 말에 후작이 미소 지었다.  무얼까. 이것은. 조금 이상했다. 또다시 해가 지고 있었고, 가을이 그들의 정원에 다가와 붉게 물든 낙엽을 더욱 더 붉게 만들었다. 분명 한낯 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하게 타오르던 태양은 이제 점점 힘을 잃어 갈 것이다. 후작 역시 꼭 타오르던 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했던 적이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저는 이제 대장군 직을 내려 놓을 겁니다.”

“........”

비올렛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래 과분한 일을 했습니다. 폐하를 위해 더욱 더 힘을 써 주어야 하는 것이 맞으나, 이제 그것은 아들이 할 겁니다. 중립인 데후바스 백작가와 혼약을 맺을 것이니 폐하께서도 이득이 될 겁니다.”

“........”

비올렛은 하늘의 해를 바라보았다. 이제 해는 지평에 걸려 있었다.

“에드는 잘 할 겁니다.”

“........”

“그는 저와 달리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요.”

“.... 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비올렛이 물었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도 그랬습니다. 첫째 오라버니의 혼약 건에 대해, 사실 저는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저와 별로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가요?”

그 말에 후작이이 입을 다물었다. 서늘한 침묵이 그들 사이를 휘감았다.

“모르시는게 당연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았으니.”

“.........”

“별로 알 필요 없는 이야기입니다. 늙은이가 말이 많아 진 것 뿐입니다.”

그 말에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이 예민하게 나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올렛이 물었다.

“만약 제가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폐하께서는 내심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신전의 꼭두각시가 되느니, 남에게 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지 모르니까요. 어쩌면 구자르트 쪽이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다면 교황 측과 유사시 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 말에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성녀님께서는 말룸을 퇴치하실겁니다. 아그레시아에 나온 말룸을 없애지 않는 이상, 국경을 넘어  분명히 어마어마한 피해를 미치니까요. 약탈민족도 약탈할 것이 생겨야 약탈할 가치가 있으니 그 점은 분명히 할 겁니다. ”

비올렛은 어이가 없었다. 신전에 넘겨줄 바에는 차라리 이민족들의 손에 넘겨주겠다 이 말인가.처음에는 반대했던 국왕도 그녀가 넘어가는 이점에 대해 알아차렸음이 틀림 없다. 성녀가 없어져서 곤란한 것은 교황이지 국왕이 아니다. 그렇다면 로디온과 에셀먼드의 예정된 경기도 없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자마자, 후작이 말했다.

“하지만, 에셀먼드가 나간 이상. 이런건 소용 없을 겁니다.”

“.........”

“그래서 국왕 폐하는 에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

“성녀님을 보면, 가끔씩 성녀님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고는 합니다. 늙은이의 쓸모없는 후회중 하나죠.”

“그렇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비올렛이 그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서로 후회하고 있다. 후작도 자신도. 무언가 약한 소리를 늘어놓은 후작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후회한다고 말하는 후작을 보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후작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그렇게 느끼리라는 것을 예상함에도, 그런 반응을 보이자 막상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차라리, 그래, 차라리 구자르트에 가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자카가 말했던 집. 역시나 그곳은 이곳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아들은 성녀님을 지켜낼 겁니다. 그렇게 키웠고, 그런 길 밖에 모르는 녀석입니다.”

그가 말했다. 비올렛은 뒷말을 더 듣지 않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후작과는 이야기하고싶지 않았다. 입가엔 조소가 서렸다. 후회라는 단어가 얼마나 끔찍한지는 알고 있었다.

낙엽이 떨어졌다. 비올렛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 레기우스 살바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이 시작될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용량 좀 많게. 저번편에 정색해서 데둉함다. 그러므로 여러분과 코멘내기 연참내기 안하고 얌전하게 고용량으로 들고 왔습니다. 레기우스 살바나 편은 5편 남짓 끝날 예정입니다. 또 챕터 2부가 완결나려면 10편~12편 남았네요 큽.

그런데 여러분... 100개가 넘던 코멘이 좀 적습니다 ?^.^??  추천은 절반이고?

-금자나꽇/2n살/코멘(추천)갈취범

쿡.. 체자레로 표지를 바꿨는데도 우리 독자님 화력이 적으시다니 야레야레...

ㅎ후제꽃 독자님들의 화력은 이거바께 안되어씁니까!!!!

일담 예전 작가님과 톡 후제꽃  초반 조회수가 왜 낮은 거신가!!! 제목이 어쩌면 큰 벽일지도 모른다에  황제의 제비꽃은 어떤가!! 대한 고찰(혹시나 오해할까봐 그러는데 저런 제목류에 대한 비하가 아닙니다. 걍.. 가정이에요 가정 저 저런 소설 핵좋아함)

[잔화잔화] [오후 9:28] 황제의 제비꽃 진짜 뭔가...

[99999]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화잔화] [오후 9:28] 뭔가 진짜 무슨 황제의손아귀에 잡혀서

[잔화잔화] [오후 9:28] 막...

[99999]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화잔화] [오후 9:28] 집착쩌는 황제와 여리한 여주가 보이는듯한

[99999] [오후 9:28] 황제가 꺾은 제비꽃

[99999] [오후 9:28] 이런 거 하면

[잔화잔화] [오후 9:28] 와

[99999] [오후 9:28] 대박

[잔화잔화] [오후 9:28] 그거 대박

[99999] [오후 9:28] 사람들이

[잔화잔화]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화잔화] [오후 9:29] 왜 난 그걸 생각 못했지

[99999] [오후 9:29] 이게 진짜 ☆트렌드다☆ 하는 제목

[99999] [오후 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9] 아니에요 저는 후원에 핀 제비꽃이 더 좋아요

[잔화잔화] [오후 9:29] 추기경에게 꺽일것같은 제비꽃

[잔화잔화] [오후 9:29] ㅋㅋㅋ

[99999] [오후 9:29] 의미가 깊으니까용..

[잔화잔화] [오후 9:29] 아니 저도 사실은...

[99999] [오후 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화잔화] [오후 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9] 아 근데

[99999] [오후 9:29] 이런건

[99999] [오후 9:29] 나중에 후일담으로

[잔화잔화] [오후 9:29] 사실은 저도..ㅋㅋㅋㅋ 아마 그게 트렌디해도안쓸듯

[잔화잔화] [오후 9:29] ㅋㅋ

[99999] [오후 9:29] 남겨요ㅋㅋㅋㅋ

[99999] [오후 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29] 웃기다진짜

[99999] [오후 9:29] 황제의제비꽃

[99999] [오후 9:29] ㅋㅋㅋ

[99999] [오후 9:30] 그럼 황제가 들어간 제목인 소설들을 까는건가

[99999] [오후 9:30] 후ㅋㅋㅋㅋ

[잔화잔화] [오후 9:30] 에이..까는건아니져!!

[잔화잔화] [오후 9:30] 근데 황제가들어간것만으로 뭔가 풍성해보이고

[잔화잔화] [오후 9:30] 재밌어짐

[잔화잔화] [오후 9:30] ㅋㅋㅋ

[99999] [오후 9:30] 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30] 황제만 들어갔는데도..

[99999] [오후 9:30] 아니면

[99999] [오후 9:30] 황궁에 핀 제비꽃!!

[99999] [오후 9: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999] [오후 9:30] 막나온다

[잔화잔화] [오후 9:30] 저그거하려고했는데

[잔화잔화] [오후 9:30] ㄱ근데 1. 황궁이 아니며

[잔화잔화] [오후 9:30] 2. 후작가임

[잔화잔화] [오후 9:31] 3. 제국이 아니라 왕국

[띂띂] [오후 9:31] 아냨ㅌㅋㅋ ㅋㅌㅋㅋ

네 그렇습니다. 정말 후작가에 핀 제비꽃, 황궁에 핀 제비꽃 왕궁에 핀 제비꽃

뭐 이자카를 따라갈 경우 하렘에 핀 제비꽃 아주 많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이것 저것 생각해본거에요 오해없으시길! 자까님과 이것저것 이야기 하면 너무 재밋어요 ㅋㅋㅋ

9999999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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