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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85화 (78/208)

00085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스승님은 투기장에 따로 가시지는 않으십니까?”

비올렛이 앉자 마자 샤를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비올렛은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백명이 넘은 민간인과 50명이 넘은 기사들 도합 150명이 75개의 경기를 하는데. 그걸 처음부터 보긴 무리가 따르죠.”

어떻게 보면 그녀 자신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고 다소 무책임해 보일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검을 들고 싸우는 것을 싫어했다. 신아래 평등한 싸움이라고 하지만 때때로는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심할때는 살육이 벌어진다. 비올렛이 검을 배운 것은 피할수 없었기 때문에 배운 것이지 저렇게 싸우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떻게 저런걸 보며 즐길 수 있단 말인가. 경기는 보통 하루에 다섯 경기, 그리하여 비올렛은 몇 번씩 얼굴만 내비추고 있다. 그러나 에셀먼드와 이자카의 경기만은 보고 있지는 않았다. 당연히 이자카 측에 경기 관람을 한다면 구설수에 오를 것이고, 에셀먼드가 경기에 참여하는것은 어째서인지 그가 행동하는 것을 유희거리로 삼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던 탓이었다.

“두 사람 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요?”

“전 사실 칸의 경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검에 대해 에드 경께 배워 깨달은 바로는. 칸의 검술은 정말로 교묘하고, 화려합니다. 그런 건 본적이 없습니다.”

“.........”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과연 아슈카바드의 칸입니다. 그는 뛰어난 무장입니다.”

샤를이 말했다. 비올렛은 샤를의 얼굴이 시무룩하다는 것을 알았다. 왜? 라고 물어볼까 했지만 곧 이어지는 말로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셀먼드 경은 우리가 암살자에게 당할 뻔 했을때,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땐 다른 사람도 같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전하.”

“만약 정말로 칸이 이기면, 스승님께서는 그곳으로 가는 것 입니까?”

그가 물어왔다. 샤를의 불안감이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이자카가 정말 이기면, 그땐 아슈카바드로 가는 것인가.

“저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말룸이 아그레시아에 나타나면 그곳으로 갈 테니까요.”

“스승님!”

샤를이 소리쳤다. 비올렛은 생각보다 이 왕자가 자신에게 무척이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진한 왕자는, 어린 비올렛처럼 지금의 그녀에게 의지한 것이다.

“전하께서 걱정하실 건 제가 아니라 떨어진 나라의 국격입니다.”

비올렛이 차갑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제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까? 그건 어리광입니다.”

마치 누가 말하던 것처럼 비올렛은 말한다. 샤를은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얼굴을 했다. 일단 비올렛은 샤를에게 다정한 편이었다. 가시를 세워 대했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 여리고 순진하며 착하기까지 한 소년에게는 한없이 물러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정말로 이자카를 따라 구자르트로 가게 된다면 샤를은 상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냉정하게 이렇게 말해두는 것이 나았다. 샤를이 걱정할 것은 그녀가 아니라 땅으로 떨어진 나라의 위신이었다. 샤를은 이별에 적응해야 했다. 비올렛 처럼 비뚤어져서는 안되었다.

“스승님.”

눈물을 뚝 뚝 흘린다. 마치 소녀같이. 비올렛은 그에 크게 당황했다. 냉정하게 나가려다가도, 이런 반응을 보이니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다. 어린 비올렛은 그런 적이 없었다. 남 앞에서 되도록이면 우는 것을 삼갔고, 울었을 때는 혼자서 울었다. 샤를은 제법 의젓해 보였으나, 한번씩 이렇게 우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기에 저렇게 울 수 있는 것이다. 샤를과 어린 비올렛의 차이란 그러했다.

“........”

비올렛이 말없이 샤를을 바라보자 샤를이 눈물을 쓱 닦더니 억지로 웃어보였다.

“죄송합니다. 스승님을 곤란하게 했네요. 오, 오늘은 수업을 잘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그에 비올렛은 나왔다. 여기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봤자 그건 소용없는 짓이다. 어차피 상처되는 말은 이미 했으니. 그러다 자신이 마치 에셀먼드가 자신을 몰아붙였던 것 처럼 샤를을 몰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자신에 대해 혐오감이 든다기 보다는 그도 이런 찝찝한 마음을 느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

이자카가 이긴다면 이자카를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었다. 어쭙잖은 각오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하쉬샤신에게 당했을 때, 이자카는 무사했지만 에셀먼드는 팔을 크게 다쳤다. 비올렛도 알고 있는 바였다. 에드는 이길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자카의 승리를 생각한다. 그러나 에셀먼드의 패배역시 생각할 수 없다.

“.....오늘은 에셀먼드 경이 나가나요?”

“아니요, 오늘이 아니라 내일 나가실 예정입니다.”

호위기사 루체 경의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셀먼드가 정말로 못하지 않는 이상 결승에 만나는 것은 이자카와 에셀먼드일 것이다.

“칸은요?”

“칸 역시 오늘 경기 예정이 없습니다. 경기장에 가보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루체 경의 말에 비올렛은 곰곰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에셀먼드나 이자카의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무패의 행진이라는 것은 이미 듣고 있었고, 긴 경기 일정에 너무 얼굴을 숨기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으므로. 루체 경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호위기사 몇몇을 대동하며 그곳으로 향하자 입구 쪽에 누군가가 기웃기웃 서있는 것이 보였다. 본래대로라면 넘어갈 듯 했으나  일단 뒤통수의 머리색을 간과할 수 없는지라 비올렛은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여기서 무얼하고 계십니까?”

너 여기서 뭐해? 라고 묻고싶었지만, 일단 주위에 보는 눈이 있으니 예의를 갖추기로 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소년은 으악, 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뒤를 돌아보는 소년의 얼굴을 보며 비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너는 여기에 왜 온거니?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사들이 뒤에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

“뭐야, 너였어?”

은발의 신관 소년이 헤헤 하고 해맑게 웃었다. 그녀 앞으로 나서려던 호위기사들은 소년의 미모를 보고 넋을 잃었다. 비올렛도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던 것이다. 여전히 그의 머리와 눈 색은 다른 색으로 보이겠지만.

“와, 정말 나는 벌써 네가 이민족들에게 끌려가버린줄 알고 걱정했어, 그래서 이렇게 뛰쳐나와버렸지 뭐야.”

계속 무례한 언사를 하자 호위기사들이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비올렛은 그것을 말렸다. 어차피 저런 애다. 또 신관이기 때문에 까딱하다간 교황 측과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왜 여기 있나요?”

“그거야, 당연히 구자르트에 네가 끌려갈지도 모른다니까 내가 뛰쳐 나온거 아니야! 그런데 경기가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어.”

“준결승과 결승은 적어도 열흘 후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하루에 다섯경기씩이니까요, 아직도 많이 남았네요.”

“히익, 역시 너무 빨리왔다.”

신관 소년이 투덜거렸다. 그러다 비올렛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다.

“진짜로 그 이교도놈이 이기면 네가 가는거야?”

“이교도...놈....”

비올렛이 말을 흐렸다. 그 말을 하는 소년은 적개심 어린 얼굴이었다. 일단 이교도놈이라는 단어 선택이 그러했다.

“그럼 내가 죽여버리면 되지 않을까?”

“말 조심하세요!”

비올렛이 소리쳤다. 정말 큰일날 소리를 골라 한다. 그래도 근처에 있는게 호위기사들 뿐이고 게다가 이 호위기사들도 일단 ‘소년’의 철없는 무례한 언동이라 생각할 것이다.

“정말인데, 아니면 그냥 내가 죽이려고 왔어.”

“신관인 네가 무슨수로!”

“어라, 다시 반말했다.”

그 말에 헤헤 하고 웃는 소년을 보고 비올렛이 두통에 머리를 싸맸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대전표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어?”

“왜냐하면 로디온 경이 저기 있잖아. 오늘 경기 하는데?”

“로디온 경?”

처음 듣는 이름이다.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리자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로디온 경은 성 기사단의 기사야, 그 중에서도 신전기사단에 속해 있어.”

기사가 있고 왕실 기사단이 있듯 신전도 마찬가지다. 성 기사단이 있고 신전 기사단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중 신전을 수호하는 기사들의 무력은 뛰어날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올렛을 보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비올렛이 호위기사들을 보자 그들도 몰랐던 사실인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교황이 신비주의를 고수하듯, 성 기사단 역시도 신비주의였다.

“이단심문관인 그가 나오다니, 우와.”

신관 소년은 흥분된지 팔을 흔들었다. 로디온. 비올렛이 중얼거렸다.

“응, 그래, 우리 저거 보자! 로디온이 얼마나 대단한 기사인지 알려줄게.”

그가 비올렛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비올렛이 난감한 얼굴표정을 지었다. ‘

“아니 나는........”

그녀는 어물어물 거절하려고 했다. 사실 경기에 보러 온 것은 맞으나 이 신관 소년이 너무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바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 하고 있었다.

“가디언.”

소년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낯선 목소리에 비올렛이 흠칫 하며 그곳을 바라보자. 낯선 얼굴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얼굴. 그러나 그 소년의 얼굴과 눈빛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거역할 수 있는 뭔가가 소년에게는 있었다. 저 금안때문인가? 정체를 묻고 싶어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데에서는 물을 수 조차 없다.

“그는 가디언 후보야. 널 지킬 사람인데 봐야 하지 않겠어?”

그 말투는 분명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가디언. 그래, 가디언. 체자레가 선택한 기사가 저 기사라면 일단 봐두는게 옳았다.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짓말 처럼 신관 소년의 얼굴에 서렸던 그늘이 사라졌다.

“자, 어서 보러 가자!”

그가 먼저 달려나갔다. 어딘지 모르게 더욱 더 행동이 아이같아졌다. 분명히 어렸을 적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비올렛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신관이라도 성녀님께 너무 무례합니다.”

루체경의 말에 다른 호위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날 때 부터 저런 아이였습니다. 말해봤자 티게르난 공작에게 크게 혼이 날 뿐이겠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체자레가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간, 저 신관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어차피 도를 넘지 않은 무례였고, 이 정도는 비올렛도 관대히 봐 줄 수 있을 정도였다. 비올렛이 투기장에 들어갈 때였다.

안은 귀족들과 막대한 돈을 지불한 상인 계급, 평민들이 계급별로 앉아 있었다. 왕과 추기경의 자리는 비어 있다. 비올렛은 상석에 다가갔다.

“...아, 내가 앉을 자리는 어디지?”

소년이 투덜거렸다.

“저기 인가?”

그러면서 신관은 체자레의 자리에 가는 것이었다. 비올렛이 크게 놀라 말했다. 어찌나 놀랐던지, 그만 반말이 튀어나왔다.

“너 무슨짓이야!”

“우와, 또 반말.”

소년이 눈을 깜빡였다.

“추기경께서 이 사실을 알았다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셔서 이러십니까 신관? 도대체 무슨 망발을 하시는 겁니까!”

“어.. 이건.”

그는 당황해 했다. 비올렛은 답답해졌다. 적어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존대를 쓰든지, 조금 더 신관답게 굴어야 했다. 철이 없어도 정도가 있다. 이걸 만약에 체자레가 알았다간 정말로 큰 화를 겪을 것이다. 비올렛이 더 화를 내려는 순간이었다.

“그냥 두십시오.”

“........”

체자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흠칫 한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리라. 신관 소년역시도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 목소리가 있는 곳을 응시했다. 체자레를 생각했더니 체자레가 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처럼 온화한 미소로 서 있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안다. 저것이 가장 체자레의 위험한 미소라는 것을.

============================ 작품 후기 ============================

으아니 이것은! 아침드라마에서 비장의 바이올린 빰빠바바바바바바바밥ㅁ빰!! 하고 나와야 하는 장면이 아닌가! 그리고 비올렛 ㅇ.ㅇ 하는 얼굴 클로즈업 신관소년 놀란 얼굴 클로즈업 체자레 얼굴 클로즈업 그리고 전체샷 하면서 내일 오전 8시에... 하고 끝나야 할듯한 분위기!

동석자카는 제가 한게 아니라.. 이벤트 참여하신 독자님이 해주신건데... 첩 아홉명이 지지율 낮추려고 의도된거라거 말씀하시는 분이나 동석자카를 지지율 낮추려고 했다는 분이나.. 왜그러세요... 이자카나 에드나 내새끼고 사랑받는다는건 똑같은뎅.... 제가 왜 그러겠어요... 아니에요..........

드디어!!!!!표지가 바뀝니다(눈물) 이거가지고 조아라에 세번이나 말했는데.. 유난..이겠죠 하하...하핳.... 바꿔주셨어요........채색은 덜됐지만 흑백채색은 되었으므로 나중에 채색이 다되면 다되는걸로 바꿀거에요...

사실 커미션 작가님 협박하느라 체자레 그림에 알록달록 굴.림.체 로 합성해서 표지를 할 생각이었으나.. 내 살 깎아먹기라...크...

덧, 이자카 표지가 이상했다는 분들때문에 체자레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게이같고 이상하다는 분은 불량이웃등록합니다. 일단 저에대한 예의가 아닌건 둘째 치고 커미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분께 예의는 아닌거 아시죠? 한번만 댓글을 읽는 이의 마음도 생각해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가 여러분께 예의를 지키듯 여러분도 예의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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