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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83화 (76/208)

00083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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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정식으로 투기장(鬪技場)의 문이 열렸다. 비올렛이 수도를 왔을때 역시도 영문을 모르는 곳이라 생각했던 이곳은 레기우스 살바나만을 위해 만든 곳이었다. 어느새 예선이 끝나고 본선에 진출할 이들이 모여 있었다.  군나르 족 사람들이 투기장의 의자에 앉은것이 보였다. 국빈인데 다소 먼 자리에 떨어져 있는 것은 아마도 샤를 때문이리라. 너무 멀리 있어 이자카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이자카는 이것을 상당히 좋아할 것이다.

레기우스 살바나가 끝나고 그녀의 금족령 아닌 금족령이 풀려도 결국 이자카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겨우 그런 것이다. 그가 믿어달라는 것은. 그녀는 씁쓸하게 생각하다 고개를 돌렸다. 앞에는 기사들이 갑옷을 입은채 앉아 있었다. 검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두개의 머리가 보였다. 하나는 에셀먼드였고 하나는 에이든이었다. 기사들이 참여하는건 자유였고, 비올렛은 그 둘이 참여한다는 소리는 못들었다. 하긴 대장군의 아들들이 나가기엔 격이 떨어지는 경기일것이다. 이기는 것은 당연하며 지면 명예의 추락을 가져오니.

비올렛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바로 옆을 바라보았다. 당연하겠지만 교황이 앉아야 할 곳에는 체자레가 앉아 있었고, 그 다음에는 왕이 앉았다. 그 가운데에는 비올렛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체자레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퍽이나 반갑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벌써 본선이로군요.”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가디언 후보들을 풀었습니다. 성녀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기사가 있으면 수호자로 삼으십시오. 저는 성녀님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비올렛은 그저 입을 다물었다. 제한된 자유가 무슨 자유일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선에서 본선으로 진출한 평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앉은 자리는 높은 단이였으나, 그들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에 멀지는 않았다. 무기를 던지기엔 가까운 자리는 아니기에 호위기사들이 옆에 서 있었다.

“스승님 저길 보십시오!”

“네?”

앞단에 앉은 샤를이 비올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저기 긴 칼을 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델타 왕국을 떠도는 용병인데 창술이 번개처럼 빠르대서 델타지방의 검은 번개라 불린다 합니다. 그리고 저기 저 남자는 검술이 기사만큼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또 온몸을 붕대로 휘감은 남자는  아타나스라고 불리는데 기묘한 검술을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검은......”

“샤를.”

그가 신이 나서 비올렛에게 말하자 왕이 주의를 주었다. 샤를은 핫, 하더니 자신이 지나치게 들떠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앞을 보았다. 평민들 앞에서 더욱 더 체통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올렛은 가지각색의 남자들을 보았다. 이제 기사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치열한 싸움이 되는 것이다.

귀족들도 저마다 본선진출한자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평민을 기사작위를 둔다면 뛰어난 무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것이니 사실 그 '작위'를 주는것에 손해볼 것은 없었다. 100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서서 왕과 비올렛, 그리고 체자레를 보고 있었다. 레기우스 살바나의 본선의 시작은 왕과 교황이 번갈아 본선진출자들을 부르며, 그들에 대해 일상적인 문답을 하는데에 시작된다.  살아가는 고향, 가족, 취미 또는 우승시 이루고 싶은 소원 등 평생 살아가며 말을 섞을 일이 없을 왕과, 교황과의 소탈한 대화라는 것은 무척이나 영광된 자리인 것이다.

물론 교황과의 대화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여 교황의 대리인 붉은 추기경 체자레와의 대화였지만  이 또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대화리라. 게다가 이때의 왕과 교황은 너그럽고 인자한 모습만 보이면 되므로, 그들의 지배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에서 비올렛이 할 일은 미소를 지어주며 축복을 내리는 것 밖에 없었다. 비록 천민이지만 아름답게 꾸며 새하얀 옷을 입은 그녀에게 사람들은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아그레시아의 수호 성녀다. 말룸에서 그들을 구원한. 예전에 비올렛은 그 시선에 우쭐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비올렛은 망섦이 없이 그 우쭐함을 느끼는 심장을 후벼팔것이다. 지금은 저 시선에 서린 선망과 기대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서, 성녀님을 지키는 가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샤를이 말했던 번개 어쩌고 용병이 그녀를 보며 말할때, 그녀는 만들어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만으로도 용병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야, 네 소원은 그게 아니잖아!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한게 틀림없다.

“이런, 패기 넘치는 젊은이로군요. 건투를 빕니다.”

체자레의 입에서 젊은이라는 말이 나오는건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하지만 건투를 빈다는 말이, 어쩐지 저주로 느껴져 비올렛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디언이 되겠다는 사람이 벌써 세명이었다. 그때마다 체자레는 검은 오오라를 뿜으며 건투를 빈다고 했다. 정말 누가 보면 팔불출 스승인줄 알 것이다. 그녀는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다음은 인상이 싸나워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걸어왔는데 그의 소원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아, 아버님의 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한 남자가 체자레를 보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비올렛은 깨달았다. 사람들은 소원을 이루고 싶어할때 왕을 보지 않고 체자레를 보며 말한다. 그것에 이 나라의 진정한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감하는 것이다. 왕 또한 권력자가 맞음에도. 체자레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은 사람들에게 국왕보다 신전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왕보다 존대를 쓰는 체자제를 이 큰 무투대회의 본선에 나가는 장정들은 두려워 했다.

“그것은 너무나 시시한 소원입니다. 지금 당장 신관과 의원을 파견하겠습니다. 자, 아서.”

체자레가 선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신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그 근육질의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비올렛은 체자레가 이것을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된다면 그 누구도 신전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싫어할 수 없을 것이다. 기부금과 공물이라는 명목에 어마어마한 것을 요구해도 말이다.

그 다음  샤를이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은 붕대를 감은 남자가 나왔다. 저렇게 얼굴을 칭칭 감으면 눈조차 제대로 보이는 것일까. 비올렛이 멍하게 생각했다.

“검을 든 자여, 이름은 무엇인가.”

왕의 말에 옆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타나스’라고 하는 남자입니다.”

비올렛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것을 보았다. 말도 못하는 남자구나. 저 어리석은 평민 남자는 또 얼마나 어리석은 꿈에 현혹되어 온 것일까. 목소리라도 되찾으려고? 비올렛은 그 남자를 보며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본선 진출자는 신분을 밝혀야 함이 옳다. 옆에 있는 동료로 보이는 그대는 저 아카나스라는 자의 신분을 아는가?”

왕이 말했다. 옆에 있는 참가자가 어깨를 으쓱 하며 고개를 저었다.  벙어리에게 신분을 증명하라는 것도 조금 가혹한 일이 아닐까. 비올렛은 생각했다. 이것은 나중에 서류로 확인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이런, 폐하. 아무래도 말을 못하는 이에게 신분을 증명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습니다.”

그녀는 체자레와 소름끼치게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을 찡그렸다. 체자레의 말에 왕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체자레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 침묵하는 자 아타나스여. 그대를 이 신성한 레기우스 살바나에 참여하게 한 연유는 무엇입니까. 소원을 말하십시오. 중대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드리겠습니다.”

붕대를 든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화상 자국이라도 있는니 고개를 들어도 틈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가 붕대를 든 손을 까딱 했다.

“이런 이런, 말못하는 자에게 물었다니, 제가 가혹했군요. 옆에 계신 동료분 께서는 그 소원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니, 전혀요.”

어차피 대화가 되지 않는다. 벙어리와는 무슨 대화를 한단 말인가. 조금 지루해지려는 시점에 붕대를 쓴 남자가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붕대를 얼굴에 감은 남자가 검을 들어 비올렛을 가리킨 것이다. 그에 호위기사들이 체자레, 비올렛, 왕, 왕자를 에워쌌다.

“나는 증명, 증명을 원한다.”

절대로 날리 없던 붕대 속에서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익숙한 목소리였다.  비올렛의 눈이 커졌다. 비올렛을 칼로 가리킨채, 남자가 얼굴에 감긴 붕대를 푼다. 한꺼풀 붕대가 풀리자 두 눈과 함께 맨 살이 보였다. 그것의 살 색은 그녀가 익히 알고있는 구릿빛이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녹안이 보였다. 익숙한 말투, 익숙한 눈. 그리고 완전히 얼굴을 감고있던 천이 풀리자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 나라가 나에게 해줘야 할 증명, 그리고 이 나라가 이 나라의 수호자에게 해야 할 증명. 그리고 내가 네게 해야 할 증명!”

그가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대신을 섬기는 어리석은 종족들이여, 나는 너희의 종교에 대해 공부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여자의 다리뒤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는 비겁한 종교를 가진 나라이다!”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자카의 등장에 앉아있던 귀족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여 내게 증명해야한다. 너희의 구원자를 너희 스스로 욕보이는 행위를 하는 너희가 과연 구원자인 성녀를 가질만한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이 나라의 구원자를 수호할 힘이 있는가!”

호위기사들이 그 도발에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이자카는 개의치 않고 그 긴 장검을 비올렛에게 겨누며 말하는 것이었다.

“우린 약탈의 민족, 위대한 정령을 섬기는 군나르! 너희들이 증명하지 못할 시 나는 이곳에서 우승하여, 저 여자를 데려갈 것이다. 이것이 나의 소원이다.”

레기우스 살바나. 신의 가호아래, 모두가 평등하게 검을 맞대는 곳, 그리고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이루어 지는 곳. 공주를 내놓으라는 소원 역시 들어주어야 했던 낭만의 대회, 신성한 대회. 그러나 그 누구도 성녀를 내놓으라 한적이 없었다. 그들의 가디언이라는 신성한 자리를 탐할지언정 성녀를 탐한적은 없었다.

“U jien se tipprova li inti.(그리고 나는 네게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자카가 그녀에게 군나르 족의 언어로 말을 건넸다. 이자카는 비올렛에게 증명하려는 것이다. 그가 믿을만한 남자인가 아닌가.  단순한 하렘의 여인으로서 그녀를 욕망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녀를 갈망한다고.

정말로 미친짓이다.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아니, 저렇게 공언한 시점에서 이미 이자카는 아그레시아의 기사들의 적이다. 체자레가 가만두지 않을거다. 정말 미쳤다. 미친 짓이다. 사람들이 비올렛을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말도 안된다 소리지르는 자들이 있다. 심지어 본선에 진출한  평민들도  멀찍이 떨어져 적대적인 눈빛으로 그 이민족을 바라본다. 왕 역시 할말을 잃었다. 그 체자레 마저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 누가 알았을까. 이민족이지만 그 고고한 군나르 족이, 그들이 믿지 않은 신의 가호가 서린 대회에 참여하여, 감히 성녀를 달라는 조건을 내세울 줄이야.

그것을 거절하게 된다면 아그레시아와 종교적 지배자의 위엄이 상실될 것이다. 군나르 족 뿐만이 아니다. 다른나라의 대사들도 이곳에 와 있다.  이 공개적인곳에서 이자카는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책략이었다.

“그것은 성녀의 의지에 따라 달렸다.”

왕이 회피하듯 말한다. 하지만 비올렛은, 이미 생각한 것이다. 이자카의 시선도, 검도 흔들림이 없다. 아무것도 그를 막을 수는 없다. 비올렛은 홀린듯 그의 녹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잔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겨눠진 검과 그녀를 약탈하고 탐하겠다는 이종족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입술을 열었다.

“그래요, 증명하십시오. 아슈카바드의 칸 이자카.  그대의 나라의 구성원을 대표하여 나를 약탈할 자격이 있는가, 그대가 나를 수호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하여, 이 나라도 이자카도. 비올렛에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성녀의 나라지만 성녀를 홀대한 이 나라가 과연 성녀를 가질만한 힘이 있는 것인가, 능력이 있는 것인가. 그녀가 머물만한 ‘집이자 둥지’가 되어줄 것인가.

============================ 작품 후기 ============================

마..마케따...(털썩)

이 미친사람들...................난 중복을 허용한적이 없어

중복을 안하는건 센스아닌가요? 아놔... 진짜 ㅠㅠㅠ 말안한 내잘못이니 그냥 올립니다.

이 인간들... 웬수같은인간들(부들부들) 아진짜 안올리려다 올림.. 중복이라니

그런 반칙을 부들부들...... 그런데 여러분... 추천은 잊고계시지 않으십니까? 코멘에 집중하느라 추천을 잊어버렸던걸? 쯧쯧.

나중에 비축분 많이 챙기고 이벤트해야지.. 진짜

음 다니엘이 수더수나 레귤러라고 하는데.. 일단 리들이 헤일리를 같은 격으로 끌어내려서 탐하지는 않았죠. 레귤러스도 마찬가지로. 일단 여자를 후려쳐서 자기를 가지려 한 사람은 없어요. 캐릭터 바꾸게 하려고하는데 비슷하다면 서운함 ㅠㅠ  오히려 리들스러운건 체자레인것가튼데..ㅠ.ㅠ

이벤트 당첨공지 올렸어여 참여하신분들은 공지확인하시라니까 ㅠㅠㅠㅠ 왜 왜왜왜

쪽지가 안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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