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0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목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그녀의 따스한 입술이 느껴졌다. 비올렛은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기억났다. 그 소년이다. 분명 다니엘만한 키의 소년이었는데. 그 녹색눈동자는 분명 그의 것이다.
“issib dak(나의 것).”
비올렛의 입에 나온 말에, 이자카가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군나르 족의 언어였다. 비올렛은 이자카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나의 것’이라고 했어요, 이자카는. 처음에 봤을때도, 그리고 지금도.”
이자카는 만면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자카는 하던 행위를 멈추고 자신의 아래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바라보는 비올렛의 얼굴을 보았다. 붉은 입술과 하얀 목에 있던 아찔한 석류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열어 말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것인가요?”
분명 단정한 모습이 아닌 흐트러진 모습이었어도, 눈동자만은 또렷하며 단정했다. 이자카는 비올렛의 눈동자 안에 제비꽃 색의 눈 색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로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는 나의 것이다.”
비올렛의 얼굴에 곡선이 서렸다. 수수한 얼굴에 서려지는 붉은 곡선이 너무도 화려하여 이자카는 잠시 입을 다물고 그것을 홀린듯 바라보았다. 어느 남자에겐 평범하며 사랑스러운 소녀의 미소였던 그것은, 이자카에겐 너무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가 맹목적으로 숭배 할 가치가 있는.
“그래서 나는 당신의 ‘것’으로서 아슈카바드에 가는 건가요?”
“그래.”
이자카의 말에 비올렛이 말했다.
“당신의 여자들이 있는 하렘 속에서?”
부드러운 미소안에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얼음과 같은 냉혹함, 그녀는 분명 순진했다. 하지만 얼음과 같은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당신의 소유물로서, 당신의 여자로서, 당신의 하렘 안에? 당신의 아내들이 일곱 명이었던가요?”
“아홉명이다. 두명이 더 추가되었지, 그리고 이젠 열명이 될 예정이고.”
그 말에 비올렛이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겁에 질려있음에도 터트리는 낮은 웃음에 이자카는 비올렛의 입술을 다시 빨아들였다. 석류의 신 맛이 혀에 맴돌았다. 비올렛은 이제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서늘한 시선으로 이자카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 시선에 이자카는 이상함을 느꼈다.
“당신의 소유물이 되어, 당신의 여자들 중 하나로 살아가란 말인가요?”
열기를 머금었던 이자카가 그 싸늘한 음성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눈을 보았다. 비올렛은 일찍이 본 적 없는 얼굴로 이자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싫은가? 너는 자유롭게 될 수 있다.”
“자유요?”
비올렛이 되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낮게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것은 비올렛이 숨겨왔던 본 모습이었다. 이자카에게 말하지 않은 속내, 이미 썩어문드러져 불신으로 가득찬 채 온몸으로 조소를 보내는 제비꽃.
“당신이 만든 화려한 감옥 속의 삶을 자유라 부르나요?”
“.........”
“바다를 볼 수 있는 감옥, 그것은 자유인가요?”
그 말에 이자카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피아케, 너는 정말로. 가지고 싶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녹안이 그녀를 향했다. 하지만 비올렛은 그것에 겁을 먹기는 커녕 그것을 서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은 몇번이고 유린되었고, 몸이 유린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어디든 마찬가지인 감옥이라면 내 손에 와라. 나는 너를 가장 아낄거다. 지금이라도 내 사람이 되어라.”
“.......”
“아니, 이미 넌 내 거다, 피아케. 지금 내것이 되어라.”
비올렛은 이자카를 바라보았다. 비올렛도 알고는 있었다. 이것이 이성적 관심이라는 것을. 그것이 사랑에 기인한 감정인지 육욕에 기인한 감정인지는 모른다. 이자카는 그녀를 강렬히 원하고 있었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했다. 사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기만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괴롭혀왔던 감정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열명의 여인들이 모이는 곳에서, 한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해 구걸해야 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 새파란 바다를 보고 비취를 보는 것이 자유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그곳이 그녀를 제한한다면 결국 그것 역시 화려한 감옥일 뿐이다. 이미 카칸인 그라함이 그녀에게 바라던 쓸모따윈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다시 이자카를 믿었다. 그러나,그의 소유욕을 믿었다는 것이 그를 완전히 믿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싫어요.”
그래서 비올렛은 그를 밀어냈다. 그것은 비올렛이 처음으로 정확하게 표시한 거부의 의사였다. 이자카는 그 말에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자카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피아케,”
“그만 하세요.”
이자카가 말했다.
“넌 다른 여인들에 대해 질투하는 것인가? 그 여자들은 나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원했다. 너만이 내가 원하는 유일한 여자다.”
“싫어요.”
이자카의 말에도 비올렛이 대답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비올렛이 순진하다고 생각한다. 에이든도, 체자레도, 칼츠 경도. 하지만 그녀의 외에 있는 사람들은 비올렛에 대해 험담한다. 꽃의 거리 사람이니 음란할 것이라 그렇게 쉽게 말하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꽃의 거리의 여인들이 남자들의 허망한 약속에 기대를 품었다가 스러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들 중 하나, 프리지아가 기사를 믿었다가 도륙당한 것만 봐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도 경험자였다. 갑자기 그 기억을 떠오르자 울컥, 하고 무엇인가가 차올랐다.
“이자카. 나는, 당신의 것이 되기 싫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신뢰하며,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
비올렛이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 말이 맞아요. 당신을 믿어요, 그러나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이자카는 그녀의 눈물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그 눈에는 눈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오르고 있었다. 벼려질 것 같은 눈동자에 흐르는 눈물은 얼음이 아니라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비록 한두방울의 눈물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눈에서 나온 액체라기 보다는 응축되어있는 슬픔 그 자체였다. 이자카는 그것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피아케.”
그가 말했다. 강제로 끌어올려진 다리를 눕혀주고 치마자락을 내렸다. 본디 이자카는 가지고 싶으면 손에 넣었다. 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그를 좋아했고. 그가 원한다면 쉽게 침대로 들어가 그가 원하는대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싫다고 말하는 존재를 가지고 싶다는 이유에 어떻게 갖겠는가. 아래에 힘없이 누워있는 가녀린 열 여섯의 여자를 바라보며. 이자카는 말하는 것이다. 뜨거움이 아닌, 강렬함을 담아.
“나는 널 원한다.”
“........”
“그러나 너는 날 믿지 않는다.”
“........”
“그러니 날 믿게 할 것이다. 나는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의 멍청한 것들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하면 내 손에 와라. 그렇게 된다면 네가 올 것은 감옥이 아니다.”
이자카가 손을 들어 그녀의 눈에 새겨진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 했다.
“그곳은, 너의 집(id-dar)이다.”
id-dar, 둥지와 안식처, 집을 뜻하는 그들의 언어였다. 집, 둥지, 안식처. 이다르, 비올렛은 그 단어를 소리내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입에 붙지 않아, 허공에 맴돌았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자카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그 방에 들어오는 사람이 더 빨랐다.
“.......스승님?”
소파 앞에는 샤를이 서 있었다. 샤를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는 무엇인가를 물어보려 온 듯 했다.
“전하, 그렇게 막 들어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문이 열리며 호위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오려하고있었다.
“들어오지 마십시오! 스승님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샤를이 매섭게 소리치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 말에 들어오려던 기사들이 방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그들의 위치에서 비올렛과 이자카는 보이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완벽한 방음이 되는 상태가 되었다. 샤를이 소리를 쳤다.
“지, 지금 이게 무슨짓입니까!”
“...시끄럽다. 어린 칸.”
이자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스승님을, 스승님을...!”
“저.. 전하.”
타이밍도 좋게 비올렛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것이 샤를의 분노를 자극한 듯 했다.
“스승님 이리오십시오!”
그가 비올렛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허리를 일으킨 비올렛이 다리를 디뎠으나 덩치 큰 남자의 무게에 짓눌려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비틀대자 이자카가 그녀를 부축해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샤를이 소리쳤다.
“손대지 마십시오, 아슈카바드의 칸!”
제법 매섭게 말하며 샤를은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문득 소년의 성장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어린애 같던 왕자가 이렇게 비올렛의 손을 잡아주니 말이었다.
“칸께서 스승님께 접근하시는걸 오늘부로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칸께서 거하시는 방에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자카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샤를을 바라보았다. 마치 떽떽거리는 오리를 보는 것 같은 맹수같았다. 화를 낼 거라 생각했던 이자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승님께는 치욕적이라 이 일을 표면 위에 올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십시오, 칸! 당신은 저희 스승님을.....스승님을....!”
“덮치려했지.”
그 노골적인 말을 듣자 샤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자카는 그 특유의 표정으로 얼굴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얼굴로 묻는 것이다.
“어린 칸, 너도 피아케를 원하는가?”
“원...원하다뇨! 어떻게 스승님을 원한답니까!”
샤를이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래, 그렇군. 그럼 다행이다. 네 스승은 내것이 될거니까.”
“실례되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의 소유가 된답니까!”
그 말에 이자카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비올렛은 이자카가 샤를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는 샤를을 아주 귀여워 하고 있었다.
“가능하다.”
“무슨, 노예 제도가 있다더니 정말이십니까!”
샤를이 씩씩대도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이자카는 비올렛의 푸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야, 피아케는 이미 날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샤를의 얼굴이 더욱 더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은 마치 누나의 사랑 고백 장면을 본 남동생의 얼굴과 같은 얼굴이었다. 비올렛 역시 이자카를 바라보았다.
“이, 이해할수없습니다.”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 칸, 그녀는 반드시 내가 데려 갈 거다.”
“궁에 말해서 당분간 스승님을 오시지 않게 할겁니다. 에르멘가르트 후작가에도 사병을 보낼겁니다.”
비올렛은 샤를에게 내심 놀랐다. 언제나 위축되었던 샤를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은(정확힌 지시가 아니라 계획설명이었지만) 처음 보았다.
“그래, 그렇게 해.”
무슨 꿍꿍이일까. 비올렛은 생각했다. 이자카는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여유롭게 웃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왔는데 본편인데 추천,코멘트 안주시면 섭합니다 ^0^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러분 이자카에 대한 환상을 깨세요~여자가 열명있다니까요~~하하
(비올렛 멘붕..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조이코패스에 이은 자나꽃패스인가..)
우선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공모전 규정상 수상한다면 유료화가 필수라 사실 고민이 많았는데 (이건 규정이에요~ 조아라 잘못이아닙니다 ㅎㅎ)
다른분들 후기에서 '미리보기 연재'에 대한게있어서 조아라측에 여쭤보니
혹 수상작들에 한에서 꼭 프리미엄 전환이 아니라 미리보기 유료화전환도 된다고 하네요.
저는 사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 미리보기 연재를 선택하려 합니다. 물론 수상작이 된다면 가정에서 말하는거고
수상ㅇ하지 않으면 평소대로 무료연재로 갈거에요 ㅋㅋ
걍 여러분들은 즐겨주세요!
그냥 기다렸다 보느냐, 평소대로 보느냐의 차이에요. 미리보기를 보고싶은 분들만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무료랍니다!! 무료!! 무료!!!!!! Free of charge! 랍니다. 그저 님들은 아주 시간만 조금 할애해주시면 되십니다. 앓던 이가 빠진것같아 시원하네요!
+ 요사이 페이트제로를 보고있는데.. 사실 페스나랑 페제랑 뭘먼저 봐야 한다냐 해서
트친분들이 페제를 먼져 보라 해서 봤는데. 와 신세계 쩔어..
길가매쉬... 와....... 랜서.. 전 여러분들이 말하는 랜서가 아니라 디어뮈드 보는데
눈물점....ㅠㅠㅠ 아니 쫄쫄이 ㅠㅠㅠㅠ잘생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오오오ㅗㅇ ㅠㅠㅠ 저기서 막 로맨스 패러디 쓰고싶어 손이 또근질거리네요.
페제 특유의 꿈도 희망도 없는 서술 좋습니다.
아 여러분! 오늘 별똥별 내린다네요. 새벽 3~4시에 제일 잘보인다니까 소원비세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