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기사들이 저마다 긴장한 채로 칸을 보았다. 칼만 겨누지 않았다 뿐이지, 그들의 손은 이미 칼 손잡이에 있었다.
비올렛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군나르족이 그들을 습격한 것일까. 정말로 이자카의 소행일까? 이자카는 쏟아지는 의심과 경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시신에 다가가 시신의 웃통을 벗겼다. 시신의 가슴팍 위에 날카로운 초승달이 겹쳐진듯한 ‘χ’자 모양과 그 위에 찍혀 있는 점이 그려져 있었다. 이자카가 말했다.
“하쉬샤신이다.”
그 말에 기사들이 침음성을 냈다. 하쉬샤신? 기사들은 그 이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저 뒤에서 '역시' 라는 소리도 들렸다. 이자카는 죽어있는 시체의 가슴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이들은 우리의 전사가 아니다. 암살 단체다. 가슴에 새겨진 이것은 마법으로 새긴 문양이다. 함부로 새길수가 없는 저주의 낙인이다. 이것은 가슴 안에 있는 심장과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비밀을 지킨다. 아마 너희들이 끌고 간 자들 모두 죽었을거다.”
이자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아남은 암살자들을 호송한 기사들이 뛰어왔다. 그리고 이자카의 말과 같이 그들이 모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자카의 말이 맞다고 혐의를 풀기는 다소 부족했다.
“증명하라면 증명하겠다. 나는 그 낙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의 샴쉬르를 던지더니 다짜고짜 자신의 웃옷을 벗었다. 비올렛은 갑작스럽게 옷을 벗어 깜짝 놀랐다. 떡 벌어진 어깨와 조각처럼 자리잡은 근육들이 그의 자그마한 움직임에 꿈틀거렸다. 그러나 비올렛을 놀라게 했던 것은 그가 가진 남자의 몸의 완벽함이 아니라 의 등과 허리, 가슴 모두 작거나 큰 흉터들이 자리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몸 위에 하쉬샤신과 같은 검은 낙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 낙인이 없다. 혹여 아래까지도 원한다면 지금 이자리에서 보여줄 수도 있다.”
그 말에 비올렛이 얼굴을 붉혔다. 이자카가 자신을 증명한 것은 아주 명쾌한 일이었다. 그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낙인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이자카가 하쉬샤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지, 하쉬샤신과 이자카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비올렛은 갑자기 이자카에게 쏟아지는 의심의 시선에서 적대와 이교도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꼈다. 사람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자카를 의심하고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이자카는 하쉬샤신과 그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일단 어찌되었든 간에 이자카는 샤를과 그녀를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만하십시오,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타국에 방문하신 대사이십니다. 칸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와 전하는 이미 죽은목숨이었습니다. ”
비올렛의 말에 그들이 앗차, 하고 정신을 차렸다. 조금 날카롭게 말했던 비올렛보다 오히려 이자카가 더 침착해 보였다.
“나는 너희의 의심을 알고 있다. 내가 너희 왕의 아들을 노릴 이유가 없다는걸 기억하라.”
이자카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하쉬샤신은 우리의 전사들도 아니고 백성들도 아니다. 만약 우리 나라에 얼굴 흰 암살자들이 쳐들어 온다면 나는 너희를 쳐야하는가? 너희도 하쉬샤신의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
그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렛은 하쉬샤신이라는 곳에 대해 정확히는 몰랐으나, 아마 유명한 암살단체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모두가 의심은 거두었다. 암살을 의뢰하거나 암살단이었으면 굳이 이렇게 큰 규모의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다. 이자카는 구자르트의 아슈카바드를 지배하는 칸이었다. 게다가 카칸의 지위를 물려받아 서남쪽 대륙을 전부 다 지배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이런식으로 소홀히 대우해서는 안되었다. 혹여나 전쟁의 불씨가 터진다면 구자르트와 인접한 아그레시아는 전쟁의 불바다가 될것이 뻔했다.
암살자가 군나르 족이라는 사실을 배제한다면, 오히려 이자카 측에서 방범에 대해 항의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암살자가 들어오는 궁이 어떻게 안전할 수 있겠는가. 브라운슈바이크 경역시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역시 마지막으로 확인차 질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칸께서는 왜 혼자서 궁을 돌아다니셨던 겁니까?”
그 말에 이자카는 머뭇거리다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비올렛이 목적이라는 것이 표가 났다. 이러다 뜬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런단 말인가. 그러나 그 알기 쉬운 얼굴 표정에 브라운슈바이크 경이 허, 하고 한숨을 쉬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경 역시도 아마 암암리에 이자카가 비올렛에게 개인적으로 가지는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부단장인 에셀먼드가 그녀를 호위했을 테고. 브라운슈바이크 경이 비올렛을 바라보며 무엇을 말하려는 바로 그 때였다.
“우선 이 암살자들이 어느 경로로 유입되었는지 살펴봐야합니다.”
에셀먼드가 말했다. 비올렛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경이 대놓고 무슨 사이냐고 물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추문이 되었을 것이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보았다. 아직도 에셀먼드의 팔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자카가 얼굴을 찡그렸다.
“너, 어서 치료받아라. 하쉬샤신의 칼에 독이 발라져있다.”
그 말에 비올렛과 이자카를 보던 브라운슈바이크 경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에셀먼드경, 경이 부상을 입었나?”
“제가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방심했나봅니다.”
“알겠네, 빨리 치료하시게.”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팔이 신경쓰였다. 에셀먼드가 어떻게 다칠 수가 있을까. 어떻게. 불안해 하는 그녀를 보며 이자카가 말을 건넸다.
“신경쓰지 마라. 검을 든 사내는 강하다.”
“.........”
“걱정이 되는가?”
비올렛은 그 말에 자신이 에셀먼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자카는 그렇군. 하고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이다.
“너, 피흘리고 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보다는 옅었지만 자신의 어깨에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피가 팔꿈치 사이에 고여 똑 똑, 흘러내리고 있었다.
“네 피, 중요한거 아니냐?”
비올렛은 땅바닥을 보았다. 성력을 쓰려고 했기 때문에 제어를 풀어 피에 다시 성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똑, 똑, 거리는 피에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비올렛이 이자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녀의 피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 말인가. 비올렛이 자신의 힘을 갈무리 하자 그는 눈에 보이지 않게 커다란 발로 자라난 풀을 비볐다.
“칸, 모시러 왔습니다.”
소식을 듣고 나타난 이자카의 가신들이 이자카에게 다가왔다. 이자카가 묘한 눈길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피아케, 이야기 할게 있다.”
그가 말했다. 이야기 할게 있어서 그런것인가?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자카를 보러 가려 하자 고맙게도 현장에 있던 칼츠 경과 기사 몇몇이 자진해서 자원하여 그녀와 동행해주었다. 이자카는 자신의 가신들을 바깥으로 물렸다. 그리고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는 것이다.
“...이자카, 옷좀 입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이자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덥다.”
이자카는 이 반라의 몸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가 숨실때마다 낯선 직선의 조각과 같은 살이 튀어나왔다 사라졌다. 비올렛은 자신이 지나치게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아슈카바드에서는 항상 이러고 살았다. 이 나라는 참 피곤하다.”
이자카가 한손으로 턱을 괴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할 말이 무엇인데 지금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건가. 분위기가 답답해 지려 할 때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너 치료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겨우 화살이 스친걸요.”
“그 화살에 독이 발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말했다.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나마 피가 성력을 머금었던 입장에서 독이 통할리가 없었다. 신은 그녀의 목숨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집요하게도. 죽음을 시도 했을때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자카는 그것을 몰랐다. 그는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옆에 앉았다. 상처라도 자세히 보려고 그러나? 비올렛이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자 이자카가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잡아 몸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도망가려 움직이려 하자 별안간 뒤에서 팔이 튀어나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안았다.
“무슨!”
예상치 못한 스킨쉽에 비올렛이 깜짝 놀랐다. 이자카는 피가 맺혀있는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체열이 뜨거운 것인지 뜨거운 입술의 느낌과 함께 무언가가 빨아들여지는 느낌이 났다. 그느낌에 깜짝 놀라 비올렛이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 치자, 남자의 힘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쥐었다. 간질간질한 감촉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음을 흘렸다.
“읏!”
“이상한 소리 내지마라. 너, 안고싶다.”
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나 직설적인 말에 비올렛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이자카가 웃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자카는 한참동안 그녀의 어깨의 상처의 피를 마셨다. 왜인지 모르게 그 부분만이 뜨거워 지는 것같았다. 한참동안 그녀의 어깨의 상처에 입을 맞춘 이자카가 고개를 들어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것이다.
“그래, 독은 확실히 없군.”
“........”
“달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피로 살짝 붉게 물들었다. 이자카의 얼굴이 가까이 보였다. 무서운 외모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은 조각처럼 날렵하고 곧은 곡선을 가지고 있었다. 달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하지 못하다가 그것이 그가 입에 머금은 그녀의 피라는 것을 알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늦지 않았으니 칼츠경이라도 불러야 하나, 라고 생각할때 이자카는 다시 맞은편 의자에 앉아, 비올렛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비올렛은 그 시선을 외면했다.
“화내지 마라 피아케.”
그가 말했다.
“정말 독을 확인한거다.”
하지만 그것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낮게 가라앉아 다시금 강렬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정말로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독을 확인해 봤다는 거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풍습과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참으로 적응하기 어려웠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상사가 안괴롭혀요! 뿅!!
이따 열두시에 만날게요~~
여..여러분 체자레가 나이 많아서 실망이라고요...? 야레야레(업신여기며 한대 쳐주고싶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 하며 고개를 젓는다)
잠깐만요, 저 지금 단 두줄만으로 납득시켜 드릴게요.
“왜 우십니까. 스스로 내 방에 오신게 아니었습니까?”
체자레가 비릿하게 웃었다 .
이거 두줄만으로도 설명이 되는데...? 아닌가요...?
드래곤은 몇천년 묵어도 사랑이 가능하고 엘프도 몇천년 묵어도 섹도시발(섹시도발입니다..욕아님...)인데 여러분......정말로.....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흡....?
아차 이 19금 외전같은경우... 전부다 파멸적인...스토리를 그릴..생각..햄보칸 건 단발성이지만 파멸은 스토리가 있어야 하잖아여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