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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63화 (63/208)

00063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사냥 대회에서는 호랑이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보지는 못하였지만 다시 제대로 본 열한 살의 샤를 왕자의 인상을 표현하자면 그는 너무도 평범한 외모였다. 어렸을 적 비올렛은 왕자라는 사람들은 무조건 잘 생긴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로, 정말로 그는 너무도 평범했다. 체자레처럼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도 아닌 노을의 색과같은 머릿빛에, 눈색역시 왕족의 상징인 금안이 아니라 다른 빛이 섞인 호박색이었다. 선선대왕이나 선대, 현왕이 젊었을 당시 붉은 머리카락에 금안을 가진 미남이라고 들었지만 정말로 이 소년은 어느것 하나 물려받지 못했다.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해 보이는 두 뺨에는 주근깨가 가득했다. 비올렛은 어린시절 보았던 에셀먼드가 왕자로 대우했던 것이 더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만약 에셀먼드와 저 왕자를 세워뒀더라도 그녀는 에셀먼드가 왕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왕자 전하를 뵙습니다.”

실례되는 생각을 하며 그녀가 살짝 무릎을 꿇자 그는 당황한 듯 허둥지둥 허리를 숙였다. 왕자가 그녀에게 허리를 숙일 줄은 몰랐기에 그녀는 당황했다.

“제, 제가 틀렸습니까? 성녀님께서는 분명히 아바마마와 같은 위치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니, 아닙니다.”

비올렛이 대답했다. 체자레나 국왕보다는 흐리멍텅한 인상을 주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왕자의 두 눈만은 맑았다. 그리고 그 호박색 눈동자는 비올렛에 대한 호의로 가득 차 있었다.

“성녀님을 뵙게 되어 너, 너무나 영광입니다.”

왕자가 말했다. 왕자는 정말로 그 나이의 어린아이 같은 어리숙한 모습이 보였다. 그녀도 그런 모습이었을까.  그들은 테이블에 앉았다. 소년은 아직도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저 반짝거리는 소년의 눈동자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무슨 궁금하신 점이 있으십니까?”

“아, 저.”

“말씀하십시오.”

비올렛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스, 스승님.. .아, 제가 스승님이라 불러도 되는거죠?”

비올렛은 잠시동안 체자레를 마주했던 어린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색한 얼굴로 겁에 질려 그를 보았을때, 체자레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시 생각했을때 체자레가 한 행동이 가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소년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웃음이 나오는 걸 보면 가식은 아니었던 듯 싶었다.

“물론입니다.”

그 말에 샤를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자신감을 얻은 것 같은 소년이 물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존함은 어찌 되는 겁니까?”

비올렛은 자신의 이름을 대놓고 물어보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니면 이름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랬기 때문에, 남에게 이름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비올렛, 비올렛입니다.”

“성은 없는 것입니까? 에르멘가르트 후작가에 거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왕자가 자신있게 말하다 말끝을 흐리며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가문이나 가족을 나타내는 단위인 성은 제게 없습니다. 저는 엄밀히 말하면 그 가문 사람이 아니니까요.”

비올렛이 단호하게 말했다. 쌀쌀맞아진 말투에 샤를이 부쩍 긴장했다.

“에이든 경이 예쁜 여동생이라 하시던데........”

“..........”

그 멍청한녀석. 비올렛은 얼굴을 찡그렸다. 나이차이도 한살밖에 나지 않은 주제에 오빠랍시고 여러사람에게 여동생이라 말하고 다닌다. 차라리 다니엘 처럼 진중해 질 수는 없는건가. 아니면 에셀먼드처럼 조용히나 있던지.

“그를 자주 보십니까?”

“아, 제 검술 스승이 에르멘가르트 경이라 자주 뵙니다.”

하긴 이 나라의 왕자씩이나 되는 사람의 스승은 대장군이 되어야 맞았다. 대장군인 그가 첫째인 에셀먼드보다는 아직 견습인 에이든을 부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군요, 제 신학 스승도 에르멘가르트쪽이며, 검술 스승도 에르멘가르트라뇨.”

“신기합니까?”

“네.”

그가 무방비한 얼굴로 웃었다. 왕비와 비슷한 선한 인상은 흐릿했지만 웃으니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어린 왕자도 자라면 또 다시 왕이나 후작, 에셀먼드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비올렛은 씁쓸함을 느꼈다.

“스승님.”

처음에 배울 것에대해 어느정도 일러주던 비올렛은 돌연 왕자의 질문에 말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니 이 어린 왕자는 그녀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말씀하십시오 전하. 대신 이번에 궁금하신 점은 모두 물어보셔야 합니다.”

“네, 네.”

그  엄한 말에 샤를이 머뭇거렸다.

“스승님께서는 말룸을 처단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그 시기가 언제입니까?”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영웅을 앞에둔 소년과 같은 얼굴이라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정말이요?”

“네,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성년이 되었으니 이젠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녀가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하늘은 새파랬다.

“성년이 지나야 꼭 나타나는겁니까?”

“역사서에 기록들을 보면 말룸들은 모두 성녀가 성년이 지나고 나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빠르면 1년, 늦으면 8년. 전대 성녀인 아나스타샤가 말룸을 격퇴한 것은 스무살 때 였습니다. 그보다 더 3대 거슬러가 성녀 아스테리아는 스물 여섯 때군요. 그렇게 보면 아직 팔년이나 남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인 시간을 듣자 그는 겁을 먹은듯 했다.

“저, 정말 말룸이 나타나나요? 그게 정말 실존하는겁니까?”

“실존한다더군요. 저 역시 실제로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정말로 봤다면 그건 그거대로 큰일이 아닐까. 태평해 보이는 비올렛의 대답에 샤를은 당황한 듯 했다. 반대로 비올렛은 겁에 질린 왕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어린 날 저 이야기를 듣고 겁에 질렸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성녀가 되어 말룸과 싸워야 한다는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을때 저런 반응을 보였다.

“그, 그렇다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하죠? 만약 왕성에 나타나거나........”

“괜찮습니다. 말룸이 나타나면 눈으로 볼 수 있는 징조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가뭄이 들거나, 병충해가 들거나. 이형의 것들이 생긴다거나, 하늘이 하루종일 핏빛으로 물든다는 그런 징조요.”

그 말을 들으니 더 무시무시했다. 샤를은 바로 앞에 있는 비올렛을 보며 물었다.

“스승님은 이길수 있습니까?”

“글쎄요. 아직 한번도 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체자레에게 그 말을 들었을때도 비올렛은 말했다. 나는 이길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체자레가 대답했다. 그것은 당연히 하셔야 합니다. 라고. 그때 체자레의 얼굴은 평소와는 다른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제가 존재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모든 성녀들이 다 해왔던 일입니다. 모두 다 승리했고요. 저라고는 못할 법은 없습니다.”

비올렛의 그 말에 샤를은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다시 차분하게 수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때 야옹,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

비올렛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왕자 역시 그 소리를 눈치 챈듯 했다.

“이상하네요, 고양이 소리가 안들립니까.”

“아! 루비가 왔나봅니다. 제가 기르는 고양이에요.”

꼬리를 빳빳이 세운 고양이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넌 누구냥? 하고 묻는 얼굴에 비올렛의 얼굴이 애매하게 변했다.. 한눈에 봐도 어디서 본 듯한 고양이었다. 왕자와 비슷한 머리색의 털과 샛노란 눈을 하고 있는 고양이는 그녀가 기르는 시끄러운 고양이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비올렛이 손을 내밀자 고양이가 야옹, 하더니 그녀의 손에 얼굴을 문질렀다.

“루비는 처음 본 사람을 경계하는데 드문 일입니다. 스승님! 정말 동물의 말을 알아들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가 초롱초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그녀는 공식적으로는 성력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요.”

“거짓말 하지마라 잉간. 나는 다 알고 있지. 너 모르는 척 하는거지? 너에게서 냄새가 난다냥.”

“.........”

아, 저 시끄러운 고양이.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진짜요?”

“거짓말이다 하인. 저 여자는 내 말을 전부 다 알아듣고 있어.”

하인....... 어떻게 한 나라의 왕자한테. 비올렛은 표정이 이상하게 지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그녀는 왕자의 스승이다, 이런 얼굴표정을 지어서는 안되었다. 저 냉소적이고 안하무인한 말투가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자신을 맹수로 주장하는 모 고양이와 닮아 있었다.

“이건 어디서 난 고양이입니까? 보아하니 혈통이 없는 고양이인것같은데........”

“스승님도 혈통이 없는 고양이라 말씀하십니까?”

갑자기 울컥해서 소리치는 샤를의 목소리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샤를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금 하인취급을 받는데 고양이를 옹호해? 비올렛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샤를을 바라보자 샤를은 더욱 더 오해를 한 듯 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게 틀림없다. 샤를의 얼굴에는 눈물마저 고여있었다 마치 비올렛이 샤를에게 심한 소리라도 한 것 같았다.

“외람되오나 스승님께서는 이런곳에 대해 편견이 없으실 줄 알았습니다. 비록 혈통은 없지만 어미 잃은 고양이라 하여 손수 정성들여 길렀습니다. 아버님도 어머님도 모두 다 혈통없는 고양이라 버리라고 하셨는데 성녀님마저......”

저 왕자는 그의 품에 안긴 고양이가 그를 하인취급을 하는 것은 알고나 있는걸까. 아니 일단 그녀는 버리라는 소리는 안했다.

“봐, 내 하인이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러잖냥. 내 하인 좀 높은 신분이다 잉간.”

“.........”

슬프게 훌쩍거리는 샤를과 샤를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눈을 게슴츠레 뜬 고양이가 그녀를 비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말 희극이 따로 없었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에르멘가르트 경이 너무 늦어진다고 이곳에 와 기다리고 계십니다.”

설상가상이다. 첫날부터 왕자를 울리다니 아무리 그래도 후작이 뭐라 할것이 틀림없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대장군이 아니라 청년이었다.

“경!”

“.........”

비올렛은 자리에 앉은 채 문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샤를은 그 남자에게 달려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이럴순 없습니다. 제 루비가 또 무시를 당했습니다.”

“........”

“성녀님이시라 하여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볼 줄알았습니다. 그런데 혈통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하여 이렇게 무시를 하십니다 ”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어. 비올렛은 억울해서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제자라는 상대가 왕자였고, 또 들어온 상대역시 만만치 않았으므로 입을 다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검을 찬 남자는 왕자를 바라보다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에셀먼드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저 고양이일 뿐입니다. 혈통이 무슨 상관입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하.”

에셀먼드가 그의 눈높이 에 맞추어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서러움을 많이 당했나, 그 에셀먼드가 달래주는데도 아직도 왕자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야옹, 거리며 비올렛의 어깨 위에 고양이가 올라탔다.

“봐, 네가 거짓말을 해서 하인이 하인의 하인을 불렀잖느냥.”

할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이 고양이를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저 심약한 왕자가 기절할지도 모르므로 비올렛은 그것을 인내했다. 그리고 말했다.

“전하의 검술 스승이 후작이신줄 알았는데, 에르멘가르트 경이셨군요.”

“.......”

무시당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말을 듣고도 무시한채로 왕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달랬다.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첫 수업부터 전하를 울리다니 참 대단하군.”

왕자 앞에서 존대를 쓰지 않다니, 비올렛이 기가막혀서 하,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는 비웃지도 않은채 한심하다는 듯 비올렛을 보았다. 그녀야 말로 황당했다.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하물여 에르멘가르트 경께서도 인정해주시는 고양이를 스승님께서 무시하시다니요 흑. 루비가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여자아인데.......”

“남자아입니다.”

비올렛이 차갑게 말했다. 샤를이 당황해서 비올렛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아니, 생김새가 여자같은......”

“남.자.입니다.”

“에르멘가르트 경이 데려올 때 여자애라고.......”

“수.컷. 입니다.”

비올렛이 다시 한번 웃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샤를이 충격을 받은 듯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세상에 배신당하여 상처받은 가련한 남자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올렛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네, 전하. 혈통으로 고양이를 차별하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양이 성별도 구분하지 못하는 고양이 평등주의자인 에르멘가르트 경과 즐거운 수업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인의 하인님. 경께서도 부디 왕자님께 좋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비올렛은 그리고 바깥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한참동안 씩씩거렸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잘못걸렸다. 하필이면 왕자의 검술 스승이 에셀먼드인줄은 몰랐다. 어쩌다 보니 시간도 붙어있는데 마주치는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첫날부터 왕자를 울리냐는 말에 화가 나 견딜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세상이 밝아져요! 뿅!!.

저 오늘 생일이에여 여러분들!! 헤헿 추천 또는 코멘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

헤헿..

시수일레와 비올렛 씬은 동성 친구에게서 흔하게는 아니지만 나타날 수 있는...

그리고 비올렛과 샤를씬은 샤를이 우오오옹 성녀님이다(마치 지니어스 시즌 4의 병풍화된 홍진호가 우와아앙 지니어스드아아앙 이러듯이) 고양이 건으로 대립하는 에셀먼드와 비올렛은 쌈닭...

뭐 그런거구요, 내일은 아마 친구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아서 한편만 업뎃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최대한 2편 업로드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하 저도 2n살 중반을 완전하게 넘어서 후반으로 달려가고있네요 핳......ㅎㅎㅎㅎㅎㅎㅎ 눙물이 앞을 가리네 ㅎㅎㅎ

여튼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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