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나팔소리가 들리자 비올렛은 지체없이 말에 올라탔다. 에이든이 갑자기 진지해져 버려 영 편치 않은 분위기에 잘되었다 성 싶었다. 조금 가라앉은 얼굴로 에이든이 따라왔다. 비올렛은 에이든을 기다리지 않고 나갔다. 뜨거웠던 해가 산에 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잡은 동물들을 말에 매달았다.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하얗게 질려 있었는데, 그녀는 사냥감들을 모아두는 공터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티게르난 공작이 호랑이를 잡아왔던 것이다. 그녀도 그림으로나마 봤던 호랑이는 처음보았다. 어떻게 잡았는지 산채로 잡힌 호랑이는 밧줄에 꽁꽁 묶인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 호랑이가 살기어린 목소리로 저주를 퍼붓는 것을 보았다.
“와, 저것 좀 봐.”
에이든이 말했다. 그 역시도 호랑이는 처음 본 듯 했다.
“저렇게 큰 동물이 존재하다니, 정말 몰랐어. 어떻게 호랑이가 있을 수 있지?”
비올렛역시 그런 동물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분명 산을 지배하는 왕이었을 그 동물이 묶인채 저주를 퍼붓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서글픔이 존재했다. 비올렛은 그것을 잡은 체자레를 보았다. 체자레는 아무것도 못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잔혹함으로 알면서 무시하는 것일까. 비올렛은 체자레를 보았다. 아마 우승자는 말할 것도 없이 체자레일 것이다. 그는 그것을 뽐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찬양을 원하지도않았다. 그저 그는 그것을 미소를 지은 채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왕의 위에 올라선 자였다. 산을 지배하는 짐승들의 제왕을 눌렀듯, 이 나라의 국왕 역시 그의 아래였다.
백마를 탄 체자레는 명화속에나 나올 법한 영웅의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에 비해 호리호리한 체격이었지만 그 조차도 그의 매력적인 외양중 하나였다. 이 영원불멸할 것 같은 지배자는 황금의 눈에 미소를 띠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비올렛을 찾았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비올렛이 이상함을 느끼는 찰나였다. 그리고 갑자기 호랑이를 묶은 줄이 풀린 것은 순간이었다.
호랑이의 포효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비올렛은 깜짝 놀랐다. 설마 사람들 한복판에 저 짐승을 풀어 둔 것인가? 그녀는 체자레가 자신을 시험하는 것임을 알았다. 아, 이건 그러니까 그녀의 능력을 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그것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비올렛이 성력이라도 써서 호랑이를 멈추길 바라는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 저 치들에게 상처를 주고, 목숨을 앗아갈 지언정, 그들은 이 동물의 분노를 받아야 해도 무방한 이들이었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비올렛은 무표정으로 체자레를 보았다.
“와, 왕자님!”
하지만 비올렛의 시선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에게 향했을 때, 그리고 그 거대한 동물앞에 선 아주 작은 소년을 보았을 때 그녀의 표정이 흔들렸다.
호랑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여린 생명에게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 생물체는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 어린 생명이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는 저 소년을 길동무 삼을 계획이었다. 겁에 질린 소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호랑이가 튀어오르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호랑이의 목에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화살은 빗나가 호랑이의 목덜미에 꽂혔다. 그녀는 체자레쪽을 차갑게 쏘아보고 걸어갔다. 얼이빠진 멍청한 사람들은 그녀가 걸어가는것에 아무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그녀는 소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주근깨가 가득한 어린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는 듯 했다. 소년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겁에 질린 소년에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였던 호랑이에게 다가갔다. 목덜미가 꿰뚫렸음에도 이 거대한 생명체는 피를 흘린채 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한번에 죽이지 못했다. 고통이라도 없앴어야 하는데. 비올렛은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토끼의 비명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살생을 했을 때였다. 그 토끼는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비명이었다. 이 여린 생명체는 살려달라고 말하지조차 않았다. 죽일 거면 차라리 아프지 않게 죽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 연약한 생명체를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죽여야만 했다. 그리고 생명을 죽였던 날, 그녀는 울었다. 밤새도록, 그렇게.
“이 호랑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물음에 기사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아마....... 이대로 숨통이 붙은 채로 이 호랑이를 잡으신 티게르난 공작각하에게 가죽으로 만들어져 바쳐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스승님께 드릴 호랑이 가죽이로군요.”
비올렛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죽음마저도 평화롭게 해주지 않는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조소였다. 산의 제왕이던 그 호랑이가 죽는다. 귀하디 귀한 가죽을 얻기 위해 저렇게 숨통이 붙어있는 채로 가죽을 벗겨 내겠지. 잡혀버린 저 고강한 동물이 얼마나 고통에 몸부림 칠지는 생각해보지는 않는 것이다.
호랑이의 금안이 그녀를 향한다. 다시 잡혀버린 제왕은 볼품없는 모양새로 입을 벌린채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나 한듯, 그 연약한 생물체처럼 말했다.
“나를 죽여줘.”
그를 이렇게 만든 인간에게 증오조차 하지 않은채 그저 부탁한다. 신에게 사랑받아 받은 능력 때문일까, 그녀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이 자그마한 울림에 비올렛은 칼을 꺼내들었다. 미안해, 두번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않을게. 그녀의 칼이 예기를 뿜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동물의 목을 망설임 없이 베어냈다. 그 거대한 동물의 목을 한번에 베는 것은 그녀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헐떡여지는 숨을 애써 참은 채 비올렛은 혹여나 이 동물이 죽어서도 가죽이 벗겨지는 수모를 당할까봐 여러번 몸통을 찔렀다. 그녀는 하늘색 눈을 빛내며 체자레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송구합니다, 스승님. 왕족을 시해하려던 호랑입니다. 스승님이 입으시면 혹 변고를 당하실까 그리하였습니다.”
그것은 체자레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두번 다시, 이런 식으로 그녀를 시험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체자레는 비올렛의 무력을 예상하지 못했던게 분명했다. 피가 튄 아름답지 못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잠시 굳어있다.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내 제자가 이리도 절 생각해주시다니 기쁘기 그지없군요.”
그는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며 말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신의 대리인이시라는 분이 어떻게 말못하는 피조물인 호랑이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실 수 있답니까?”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말했다. 보아하니 아나블라의 옆에 있었던 멍청한 귀족 아가씨 중 하나였다. 비올렛을 비웃었던. 참으로 멍청한 말이 아닌가. 사람에 따라서는 왕조차 비난하는 말도 되었다.
비올렛은 참혹하게 죽은 호랑이의 시신을 내려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열기를 띄며 싸늘한 빛을 머금은 체자레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이 상황을 재미있어 하면서도,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 부디 그녀가 좋은 가문이기를, 만약 한미한 가문이라면 이스킨데르 자작 일가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아나블라가 노래하듯 물었다. 그녀는 비올렛을 몰아가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싶었는데 비올렛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 보다는 옆에 있는 하녀를 보았다. 정말로 비올렛의 말을 실행한 것인지 아나블라가 죄를 뒤집어 씌우며 뺨을 때린 하녀의 얼굴에는 다른 멍이 들어 있었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비올렛은 그 하녀를 보며 말했다.
“주인 아가씨께 매질을 당했니?”
갑작스러운 물음에 하녀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녀는 혹시라도 비올렛이 무엇인가 더 지시할까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또 대답을 안하면 혼이 날까 말하는 것이다.
“네, 네에, 성녀님의 분부대로 하셨습니다.”
비올렛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하녀의 얼굴에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같은 말을 쓰는 같은 인간도 없는 죄로 때리는데, 하물며 말도 못하는 같은 인간도 아닌 것을 왕자님을 시해하려 한죄로 처단하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일입니까, 영애?”
그 말에 아나블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표독스러운 얼굴을 하고 비올렛을 노려봤다. 갑자기 피곤했다. 아나블라가 뭐라고 하려고 할때 그것을 용인하지 않은 체자레가 결국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비올렛의 옆에 섰다.
“영애, 더이상 말하다간 왕자님을 구하려 했던 성녀님을 비난하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요?”
“아, 아니.”
“아니면 호랑이를 잡아온 제가 잘못이라는 것이군요. 저도 신을 모시는 자의 입장에서 피조물을 죽여왔으니 말입니다.”
체자레가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비올렛은 그 미소가 의미하는것이 경고라는 것을 알았다. 공작까지 나서자 아나블라 패거리들이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공작각하. 그저 저는 동물이 불쌍하여 말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의도를 곡해하지 마옵소서.”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 시선을 떠나고 싶었는데 볼에 무엇인가 닿았다. 몸을 움찔하자 체자레가 손으로 그녀의 볼에 묻은 피를 닦아주고 있었다.
“피가묻었습니다. 성녀님.”
그는 시종에게 시켜 물수건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그 체자레가 손수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신전에게 버림받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말이었다. 비올렛은 체자레를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가 강하게 어깨를 잡는 통에 그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체자레가 속삭이는 것이다.
“미안합니다.”
그가 무엇을 사과했는지 눈치 챈 비올렛은 울컥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정말로 미안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체자레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
왕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비올렛은 그것을 대충 들어 넘기며, 사냥 대회가 끝나길 바랐다. 우승자야 말할것도 없이 체자레였다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우승자는 거대한 하얀 숫사슴을 잡아온 에셀먼드가 차지했다. 다들 이 나라의 대장군의 아들의 무위를 칭송하였다.
비올렛은 그것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에셀먼드가 상을 받든 받지 않든 비올렛의 정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아마 그들은 사냥감들을 성에 옮기고 해산할 것이다. 귀부인들은 전부 다 돌아갈 것이고. 이 산에 다시 평화가 찾아 올 것이다. 말을 타고 돌아가던 일행들 사이에 있던 비올렛은 말을 돌렸다. 에이든은 친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그녀가 어디가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비올렛은 다시 말을 달려 숲속으로 돌아가 막사가 있던 곳에 다가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향했다. 그녀는 체자레가 일부러 그것을 가져가지 않은 것을 안다. 그리고 무엇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지 안다. 체자레는 그녀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것또한 예상했을 것이다. 숨을 내쉬던 그녀는 공터 위에 있는 그 불쌍한 죽은 생명을 보았다. 인간들의 유희거리에 희생되어버린 몰락한 숲의 제왕의 시신. 죽여달라고 말하던 그 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예전 토끼를 죽였을 때도 그랬다. 비올렛은 자신의 손에 있는 날붙이가 작은 생명을 끊었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리고 토끼에게 미안했다. 생존을 위해 그것을 사냥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죽이기 위한 살생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그래서 토끼늘 죽였던 어린 비올렛은 죽은 토끼의 시체를 찾아냈다. 그것은 들짐승이 물어가길 바라는 듯 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어린 비올렛은 그 토끼를 들었다. 그리고 훌쩍거리며 땅을 팠다. 그리고........
그리고 지금의 비올렛은 커다란 호랑이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눈물이 새어나왔다. 비올렛은 자신의 모순이 싫었다. 이렇게 동물을 가엽게 여기면서도, 자신은 인간을 위해 움직인다. 이 동물의 마지막 발악이 왕자를 죽이는 것이었다면 그대로 두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 앞에서 소년이 살해당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한번에 명줄을 꿰뚫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도 못한채, 호랑이에게 죽여달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그 비참한 시체를 바라보며 그녀는 그 머리를 끌어안은채 흐느꼈다. 차라리 분노라도 하면 좋을 텐데, 동물들은 인간들을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에 결국 순응하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목숨을 거두러 온 ‘사신’을 원망하지 않듯, 그렇게.
그것이 너무나 서글펐다. 다른이들에겐 들리지 않는 그들의 언어가 너무도 또렷이 다가온다. 비올렛은 호랑이의 머리를 옆에 두고 손으로 땅을 파헤쳤다. 몸통은 너무 무거우니 머리라도 묻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머리를 내려두고 훌쩍거린채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렇게 손으로 파면 다친다.”
그녀는 그 목소리에 잠시동안 자신이 과거에 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토끼의 무덤을 만들어 주려 훌쩍이던 그녀에게 청년이 다가와 흙이 묻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누군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들으니 에셀먼드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그 손목을 꼭 잡았다. 어둑해진 숲에 그림자진 에셀먼드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니엘이 네가 변했다고 했다.”
“.........”
“그런데 내 눈엔 하나도 달라진게 없군.”
그 말에 울컥 한 비올렛이 그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나약해.”
그는 그렇게 말하며 꽉 쥔 그녀의 손목을 풀었다. 비올렛은 뒤로 물러나 그를 바라보았다. 에셀먼드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럼요, 제가 어떻게 오라버니 처럼 되겠나요?”
비올렛이 빈정대며 말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앞에서 우는 모습을 들켰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너무도 끔찍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저쪽에 구덩이가 있다. 막사 기둥을 고정시키기 위해 파놓은 거라 충분히 깊을거야.”
그가 손으로 가리켰다. 비올렛은 그가 가르키는 손가락 대신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아니면 손으로 파던지, 나는 기다릴거다.”
그 말에 그녀는 정말로 화가 났다. 저 사람은 어떻게 그대로일까.
“오라버니야 말로 정말 한결같으시네요. 변하지 않으셨어요.”
비올렛의 말에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올렛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래, 변할 거라 생각했는데 변하지 않았지.”
그는 비올렛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며 팔짱을 낀 채 나무에 기댔다. 어떻게 하는지 끝까지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앞에서 손으로 구덩이를 팔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에셀먼드의 충고에 따라야만 했다. 그의 말대로 막사의 기둥을 고정시키기 위한 구덩이가 있었다. 비올렛은 그곳에 호랑이의 머리를 들고 가 떨어트렸다. 그리고 주변에 흙과 돌을 이용해서 그것을 묻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것은 저주스러운 신을 향한 것이 아닌, 가여운 한 생명체를 향한 기도였다.
토끼를 묻으러 나온 어린 비올렛을 말리고 에셀먼드는 자신이 손수 땅을 파 주었다. 그녀의 조그마한 손보다 에셀먼드의 커다란 손이 능숙하고 빠르게 땅을 팠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호의를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정말로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리가라며 화를 냈었다. 그렇지만 에셀먼드는 고집스런 그녀의 말에도, 그저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결국 포기했던 비올렛이 토끼를 묻고 토끼를 향해 미안하다 기도하던 그 순간까지 그렇게 계속.
그리고 다시 기도를 끝낸 지금까지도 에셀먼드는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올렛은 그를 바라보았다. 비올렛은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셀먼드는 그녀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보는 에셀먼드는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서늘한 밤바람이 불었다.
“가자.”
그가 말했다. 비올렛은 말에 올랐다. 먼저 산길을 내려가는 에셀먼드는 그녀가 이따금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를 돌아보며 확인했다. 말을 타고 내려가던 비올렛은 옛날이 떠올랐다.
토끼를 파묻고 애도를 끝낸 비올렛이 그의 재촉에 일어났다. 그가 손을 내밀었으나 어린 비올렛은 두번다시 에셀먼드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리하여 에셀먼드는 먼저 앞으로 향했고, 그녀가 뒤를 향했다. 에셀먼드는 후작가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그녀가 제대로 오고있는지 확인했다. 그 모습과 지금의 에셀먼드의 모습이 겹쳤다.
그도 그녀도 정말로 변하지 않았다. 증오스러울 정도로.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 (대청자)
흡 여러분들 저 순위 1위에서 5위로 떨어져써여..ㅠ.ㅠ.. 제가 천천히 내려오면 그러쿠나 하는데.. 너무 빨리 떨어짐..ㅠㅠㅠㅠ
우리 신관 소년님께서 나오셨어요... 여러분들 참 대단하세요 어휴..
그리고 예원드립 이해해주신 분들이 한분밖에 없어서 서운했는데 점점 아시는 분들이 나타나
드립을 사랑하는 저는 행복할 따름입니다. 행복해요 여러분들 저는 드립을 즐깁니다
그런데 저놈의 소설이 너무 진지해서 드립을 넣을수가 없어요 ㅠㅠㅠ
그리고 비올렛의 과거가 나왔어요. 호랑이 편에 대한 진상은 이렇답니다.
체자레가 도발하고 비올렛이 그 도발에 응하고. 뭐 그런거죠 ...ㅎㅎㅎ
혹여나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비올렛은 12살때 그 일 이후로 검을 배웠고, 13살때
에셀먼드가 떠납니다. 그리고 3년동안 돌아오지 않아요.
그리고 또 뜰에 커미션이랑 자료들 다 모아놨어요, 공지 보지 마시고 뜰로 오세요
제가 배경음악도 바꿔둠.. 여름에 맞는걸루. 뜰 배경음악은 여러분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노래로 선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