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방에서 나온 비올렛은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에셀먼드를 마주했다. 그는 비올렛을 훑어보았다. 노골적인 관찰의 시선이었다. 그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비올렛은 그 시선이 상당히 거북했다. 마치 그것은 그녀를 힐난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녀를 한심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에셀먼드는 언제나 그러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기에, 그녀가 기분이 상한 것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 혹여 에셀먼드와 대화를 하게 된다면, 별로 유쾌한 대화는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에셀먼드를 지나쳤다.
방으로 갈까 생각했던 비올렛은 다니엘의 방을 향했다. 어쨌거나 오늘의 일을 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노크를 하니 들어와, 라는 대답이 들렸다. 비올렛은 방 문을 열고 그의 방을 들어갔다. 그의 방에는 촛불이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흘러나오는 달빛 만으로 사물을 식별해야 했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 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다니엘.”
비올렛이 가까스로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다니엘, 거기있어?”
그때 누군가가 비올렛을 뒤에서 껴안았다. 비올렛은 깜짝 놀라 발버둥쳤지만 그녀는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가만히 그 손을 받아들였다. 뜨거운 숨소리가 귀에 들리며 목덜미에 느껴지는 숨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비올렛은 말했다.
“다니엘, 이거 풀어.”
그 말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그 팔을 풀지 않았다.
“그래, 형은 잘 만나고 왔어?”
“.........”
“에드 형을 봐서 기쁘지?”
다니엘은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다니엘의 말에 비올렛이 대답했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알면서 왜 물어보는거야?”
“그야 물론 확인하고 싶어서지.”
다니엘이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창문으로 쏟아져 오는 어슴푸레한 달빛에 구름이 끼어 방안은 완벽한 어둠이 되었다. 다니엘은 그녀의 쇄골 아래 가슴 얹저리에 손을 올렸다. 가슴쪽이 패인 드레스를 입어, 다니엘의 손이 그녀의 가슴 위에 닿았다. 그녀는 갑자기 느껴지는 그 손길에 몸을 움찔했다.
“너 그거 알아?”
“.........”
“심장이 빠르게 뛰고있어.”
여전히 다니엘은 심술이 난 것 같았다. 그가 손끝을 세워 그녀의 가슴언저리를 꾹하고 눌렀다. 손가락이 그녀의 여린 살로 파고들자 그녀는 고통의 짧은 비명소리를 낸채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심장이 안뛰면 죽어. 그리고 갑자기 이렇게 뒤에서 안기면 누구라도 이럴거야. 그러니까 이거 놔.”
“싫어.”
다니엘이 어리광을 부렸다. 비올렛은 할 수없이 다니엘이 스스로 팔을 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조금 늦으면 앤이 걱정할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다니엘이 왜 그러는 지 알고있다. 다니엘은 에셀먼드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 역시 아버지라는 후작을 미워했고, 에셀먼드를 미워했다. 아니, 그는 에르멘가르트 사람들 전부를 미워했다. 다니엘은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꽉 안고 있었다. 그리고 긴 구름이 지나가 다시 창문에 달빛이 쏟아져 내려올 때 쯤, 다니엘은 팔을 풀었다.
“몸은 괜찮아?”
비올렛은 그제야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니엘이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몸 정도는 알지 않아? 처음부터 아프지도 않았던거.”
“아. 그래. 알고 있었어.”
비올렛이 답했다. 다니엘의 얼굴에는 비틀린 미소가 서렸다
“네 성인식때 누가 네 손을 잡아 주나 했더니, 결국 에이든이 네 손을 잡았다면서? 어리석어.”
“.........”
비올렛은 다니엘의 비웃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 어설픈 가족극에 너무 몰입된 거 아니야, 그 자식? 멍청하네.”
그는 자신의 동생에 대해 그렇게 평했다. 언제부터 에이든을 그렇게 멍청하게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처음에 다니엘이 그를 멍청이라고 불렀을 때의 충격은 이미 가신지 오래였고 그녀는 그것에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다. 다니엘은 그녀와 같이 비틀린 사람이다.
그녀는 그의 컵에 물을 떠다주었다. 다니엘은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가 건네준 물을 마셨다. 비올렛은 물을 마시는 다니엘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아프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네가 날 에스코트 하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도.”
“그래.”
다니엘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올렛도 그 태도에 별로 상처받지는 않았다. 너무나 뻔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비올렛, 알잖아. 널 가장 좋아하는 건 나라고. 물론 그것을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지만 말이야.”
그 말에 비올렛은 대답하지 앟고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그런말을 하면서도 당당한 태도였다. 다니엘은 언제나 그래왔다. 언제나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드러내놓고 모든 이들의 앞에 애정을 주지는 않았다. 열한 살, 그녀가 에르멘가르트 영지에서 아나블라와 다툼이 있었을 적에도 아나블라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의 애정은 떳떳하지 못하고 비밀스러웠다.
“그래, 천출여자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건 위신을 떨어트리는 짓이겠지 이해해 다니엘.”
그녀가 다니엘의 얼굴을 보며 빈정거렸다. 다니엘의 그런 성격을 알았을 때는, 그녀가 자살시도를 하고 난 바로 직후였다. 그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만, 그때 그의 말에 회복했다. 비올렛은 추악한 진실을 말하는 다니엘을 믿었다. 비올렛의 빈정거림에 다니엘은 웃으며 협탁위에 컵을 놓았다.
“난 항상 말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한다는거.”
다니엘이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이 다니엘과 척을 지지 않는 이유는, 그는 욕망에 아주 솔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오빠랍시고 친절했던 다니엘의 변모에 비올렛은 죽을만큼 절망을 느꼈으나. 이내 그가 가진 욕망이 가장 솔직하고 신뢰가 가는 것임을 알았다.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니엘만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비록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애정은 아닐지라도 비올렛은 그가 정말로 비올렛을 애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다니엘은 정말로 비올렛을 필요로 했으니, 절박할 정도로 말이다.
“아, 오늘도 난리가 났겠군. 난 티게르난 공작의 얼굴을 보고싶었는데. 잘 끝났다고 들었어.”
“그래, 난리가 났지.”
비올렛이 대답했다. 다니엘은 침대에 앉았다. 푸르스름한 빛이 다니엘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푸른 벽안이 달빛을 머금어 사이하게 빛났다. 나이를 먹어 성년이 지난 다니엘은 에셀먼드나 에이든 처럼 무력을 단련하지 않아 호리한 체격이었지만 어딘지 모를 날카로움이 있었다. 이것은 체자레의 얼굴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 다니엘의 얼굴을 여자들이 꽤 좋아한다는 것을 앤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형이 네 이런 모습을 제대로 봐야 할텐데.”
“이미 한번 대화를 나누었어.”
“어땠어?”
“평소와 똑같았지. 삼년 전 그대로.”
비올렛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을 본 다니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아쉽네. 나는 이런 널 보면 에드 형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궁금했는데.”
“그 인간이 나를 봐서 표정이 변할정도로 커다란 애정이 있어?”
그녀가 자조적으로 말했다.
“자신감이 없구나 비올렛.”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허리까지 긴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손에 사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비올렛은 그 손길을 말없이 받아들였다.
“너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
“이렇게 아름다운데.”
다니엘의 가늘고 기다란 손이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칼을 잡지 않은 그의 손의 감촉은 부드러웠다.
비올렛의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이 났다. 어린 여자아이의 몸은 어느새 꽃봉오리처럼 여물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그녀의 얼굴이 빼어나게 아름다운것은 아니었으나 비올렛은 다른 이들에게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나름의 청일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목은 백조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목 아래 반듯한 쇄골 과 더불어 어느새 여자의 상징인 부풀어 굴곡진 가슴이 달빛에 그림자져 그림과 같이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찔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여자는 몇년만 지나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질 것이다. 다니엘은 욕망어린 눈동자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잖아? 형이 새삼 너를 보며 반했을지. 나처럼 말이야.”
다니엘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 작품 후기 ============================
회원 비회원 추천추천~ 모바일도 추천추천~~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라고 하지만 개뿔 지금 서버가 터져서 지금 혈압이 수직상승중인데...
오랜만에 다니엘이 나왔어요.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다니엘은 저런 캐릭터였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제가 유년기라서 자제했던 것 뿐이지.. 제 소설은 아주 약간
수위가 있을거에요. 하핫;;; 뭐 수더수처럼요..
어제도 투베 1위 했네요.. 사실 선작이 천이 넘어서 당황했어요. 일단 감사드립니다.
사..사랑합니다.
그리고 비올렛 이제 확실히 밝혀졌죠? 성력 사용 가능합니다...
원랜 한편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와서 죄송합니다.
내일이나 내일모레쯤에는 여러분이 기다렸던 사람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찡긋)
아차차차 울독자님 서운하셨겠구나!! 우쭈쭈!
후원꽃 팬앝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해리포터 패러디로는 많이 받았는데
또 제가 백퍼센트 창작한 소설로 받아서 감격이 더 배랍니다.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