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0 움트는 새싹 =========================================================================
체자레는 불과 몇시간 전과 같은 태도로 '인형'을 자랑하듯 그들의 수집품을 보여주었다 고약한 악취와 신음소리. 사람이었던 자들이 모두 머리를 깎인채 나신으로 개처럼 묶여있는 모습, 인간이되 인간 이하로 취급되는 그들은 과연 사람인가 동물인가. 비올렛은 너무나 큰 충격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놀랐습니다. 성력에 대해 가르쳐 드렸는데, 제가 만든 결계를 이렇게 간단하게 깨다니요.”
“.......”
“성녀님께서는 참으로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제자이십니다.”
언제나처럼 체자레가 그녀를 칭찬했다. 마치 그의 뒤에 서 있는 징그러운 죄수들만이 없다면 정말로 그녀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착각할만한 태연한 태도였다. 그는 자신의 악행이 들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으으으으!”
토미가 무엇이라고 말을 하려 했다. 아까부터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비올렛이 토미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자 그는 답답한듯 소리를 질렀다, 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입 속이 보였다. 이가 하나도 없는 지저분한 입 속에서 쉴새없이 움직여야 할 붉은 혀는 비올렛이 생각하는 것 보다 짧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법은 너무도 명백했다. 다리에 자꾸 힘이 풀려 서 있기 힘들었다.
비올렛이 아무말도 하지 못하자 체자레가 부드럽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수집품을 계속해서 자랑했다.
“저기 있는 여자는 당신의 하녀였다죠, 돈을 받고 당신이 학대당하는 것도 모르는 척 했던. 그렇다면 그 두 눈은 필요가 없는 것. 그래서 그 두 눈을 도려냈습니다.”
핀이 있던 감옥에 매달린 횃불이 화르륵 타오르며 그녀의 얼굴이 더욱더 자세히 보였다. 그녀는 덜덜떨고 있었는데, 두 눈은 감겨 있었다. 온기가 느껴지자 마치 짐승처럼 몸을 움츠렸다. 비명소리라도 낼 것 같던 그녀의 입이 벌려지자 토미와 같은 목소리가 나는 대신에 바람빠지는 소리만이 났다. 체자레가 그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또한 목소리도 필요없는 법이죠. 방관과 침묵의 죄는 무섭습니다. 돈을 좋아한 모양이니, 입속에 불에 달군 동전 몇개를 넣어주었더니 영원히 침묵하더군요.”
생각만해도 무서운 소리였다. 달군 동전을 삼킨 그녀가 얼마나 괴로움에 몸부림 쳤을지 차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운데 이 소년은 아주 죄질이 무겁지요. 이번 봄에 들여와 최대한 아껴주고 있었답니다. 감히 성녀님을 이교도들의 늪에 빠트리려 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이 소년은 평생 그 죄를 속죄해야 합니다. 허나 성녀님께 대하는걸 보면 아직도 멀었군요. 나중에 다시 신벌을 대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토미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그 간절한 눈빛이 비올렛을 향하자 체자레는 그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비올렛의 시야에서 토미를 차단했다.
“사실 후작 가에서 당신에게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이 불분명해서 구별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죄질이 가벼운 자는 신의 품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아, 물론 이 하녀는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잘되었군요. 신의 품으로 보내드려야겠습니다.”
그가 문을 열었다. 아나블라의 하녀가 기어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고, 입에는 재갈역시 물려있었다. 아마 그녀는 비올렛이 왔을 때 최대한 숨소리를 죽였으리라. 하지만 체자레는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비올렛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체자레의 눈빛은, 그 악마와 같은 눈빛은 부드럽게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도 겪었으며, 끔찍한 일도 겪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이 장면은 비올렛의 상상을 벗어났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안된다고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것을 알아챈 체자레가 말했다.
“성녀를 입으로 모욕한자, 성녀의 안전을 위협한 자, 성녀에게 위해를 끼친 자, 이들의 형벌은 모두 교황 성하께서 담당하십니다. 그리고 교황 성하께서는 간단하게 말하셨죠. 저들에게 내보일 신의 자비는 없다고.”
“.......”
“그런겁니다, 비올렛.”
체자레는 비올렛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쥐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신의 분노가 죽어서도 함께 하기를.”
나지막한 저주를 내뱉은 그가 그녀의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 쥐었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가 터졌다. 그 분비물에 섞인 악취와 비린내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그녀의 얼굴과 잠옷 자락에 붉은 피가 튀었다. 체자레의 얼굴과 하얀 셔츠에도 붉은 피가 물들었다. 그는 피를 닦아내지도 않고 비올렛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너무나 끔찍한 장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비올렛. 하지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성하의 사랑은, 그리고 당신에 대한 저의 애정은 이렇게나 크답니다.”
“.........”
“그리고 미안합니다. 당신께 직접적으로 위해를 끼친 인간들은 귀족들이라 건드리긴 쉽지 않더군요. 뭐, 이스킨데르 자작 부인은 후작이 다행히 손을 써둬서 멸문 직전까지 갔으니 손에 넣는건 이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정말로 그것이 미안한 것일까. 체자레의 얼굴을 본 그녀는 생각했다. 이 끔찍한 고문을 멈추라고 말할수도 없다. 눈과 목소리를 잃어버린 핀, 갇혀있는 토미. 그리고 붉은 피를 뒤집어 쓴 비올렛. 비올렛은 왜 그가 붉은 추기경이라고 불리는지 알았다. 그가 붉은 성채를 소유해서 그런 것도, 홍차 색 처럼 붉은 머리를 소유해서 그런것도 아니다. 본래 저런 모습이라 그런 별명이 불린 것이다.
“이런, 너무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군요.”
그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처럼 다정한 미소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더없이 다정해 소름이 쭉 끼쳤다. 체자레가 다가오자 그녀는 뒷걸음질쳤다. 죽는다. 죽일거다. 퀘퀘한 냄새와 더불어 나는 신음소리, 비명, 쓰러져버린 시신. 피를 뒤집어 쓴 다정한 살인마.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뒤에는 문이 있었다. 비올렛은 망설이지 않고 도망쳤다. 체자레로부터, 그리고 갇혀있는 나머지 사람으로부터.
공포에 잠식된 마음은 그녀를 붙잡아 그녀의 이성을 갈기갈기 찢었다. 손목이 너무나 아파서 보니 그녀는 고양이를 꼭 안고 있었다. 겁에 질려 잔뜩 세운 고양이의 발톱에 그녀의 손목이 긁혔다. 맹수에 바로 먹히기 직전 겨우 풀려난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얼마나 겁에 질려 뛰었던지 무릎이 훅훅 접혔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채 계단을 뛰어오르다가 그녀는 넘어졌다. 그러다 비올렛은 자신의 어깨를 잡아오는 손길에 꺄악 하고 넘어져 비명을 질렀다. 바들바들 떨며 그녀는 처음으로 잡아오는 손길을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냈다.
“비올렛!”
이름이 불리고 목소리가 불리자 그녀는 그제야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마법 같았다. 따스한 손의 느낌이 난다.
“무슨 일이지?”
그 역시 한참동안이나 그녀를 쫓아 왔던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겨있음에도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쿵쿵거리는 심장이 도저히 느려질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지금 이 순간 가장 안심이 되는 이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안겼다. 목을 확 끌어안자 밀어낼 거라 생각했던 것 과는 다르게 그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다리가 허공에 들리면서도 그녀는 에셀먼드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어깨가 어찌나 단단하고 믿음직 스러웠던지, 그녀는 그가 지금 안고 있는 에셀먼드의 품이 세상의 전부이길 바랐다. 바깥을 벗어나기 너무나 두려웠다. 에셀먼드는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비올렛은 그가 그의 방으로 향하는 것을 알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소란에 불이 켜지고 바로 건너의 방 에 기사들이 에셀먼드의 방에 방문했다. 앤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꼭 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가씨!”
옆방에 있던 앤이 달려왔다. 하지만 앤의 목소리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있었던 그녀는 그저 에셀먼드의 허리를 안을 뿐 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에셀먼드가 고개를 젓는 것 같았다.
“지금 아가씨가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에!”
그녀는 비올렛을 따라 온 고양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노란색 털이 귀여웠던 그녀의 고양이의 털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비올렛의 하얀 네글리제(잠옷) 역시 핏방울이 튀어 있었다. 불과 자기 전까지만 해도 행복한 얼굴이던 비올렛의 얼굴은 그녀가 봐왔던 것 중 가장 겁에 질려 있었다. 기사들이 심각한 얼굴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이 모여있는 에셀먼드 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 문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비올렛이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에셀먼드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지?”
“공작께서 무슨 일이신지 알아보시고 싶어하십니다.”
한명도 보이지 않던 사용인이 문 너머로 대답했다.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알 수 있었다. 체자레가 지하에서 올라왔다. 그가 이 근처에 있다! 무슨 행동을 하려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만나고 싶지 않다. 저 사람은 절대 보고 싶지 않다. 그녀는 아까의 그 끔찍한 참상을 떠올렸다. 아, 그래, 이곳은 공작의 집이다. 그렇지만 그를 보고 싶지는 않다. 그저 몸만 달달 떨자 에셀먼드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
에셀먼드가 떨고있는 비올렛의 팔을 밀었다. 그녀는 에셀먼드와 거의 한 몸처럼 밀착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도 않았다. 그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겁에 질렸다. 애초에 에셀먼드가 어리광을 허용할리가 없었다.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위치에 맞는 삶을 강요 했으니. 눈물로 얼룩이 되어 달달 떨고 있는 비올렛의 얼굴을 물끄러미 본 에셀먼드가 말하는 것이다.
“공작께 전하라.”
“..........”
“우린 지금 후작가에 돌아갈 것이라고.”
“뭣!”
비올렛은 깜짝 놀라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올렛을 똑바로 보며 말하는 것이다.
“우린 여길 떠날것이다. ”
왜? 라는 의구심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에셀먼드가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는게 고마웠다. 앞에 서 있는 체자레가 마음에걸렸다. 기사들의 눈빛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르멘가르트 경, 지금 이건 도주하는게 아닙니까!”
“우린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초대자가 초대받은 자를 위협하는 법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녀는 성녀의 신분이다.”
에셀먼드가 자신의 망토를 비올렛에게 주며 말했다.
“옷따윈 챙기지 마라. 우린 여기서 나간다.”
그들이 갑작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더니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앤이 비올렛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그녀가 말했다.
“우린 뛰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녀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장을 마친 기사들과 에셀먼드가 방 바깥으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는 체자레를 비롯한 무장한 병사들이 서 있었다. 비올렛은 그 붉은 머리카락을 보고 싶지 않아 에셀먼드의 뒤에 숨었다.
“이게 지금 무슨 행동입니까. 영식?”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지키려는 듯 기사들이 좁은 복도 양쪽에 서 있었다.
“방금 말씀 드린대로, 우리는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그 말에 체자레가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영식,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하시고 계시는 지는 아십니까? 성하의 초대를 받고 또한 공작인 제 집에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이토록 무례한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그 초대자가 초대받은 자를 위협하는 것은 얼마나 엄청난 짓인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그처럼 든든한 적이 없었다. 체자레는 비올렛을 보았다.
“성녀님, 저를 보십시오.”
그녀가 움찔 했다.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그토록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에셀먼드의 옷깃에 더욱 파고들었다.
“성녀님은 그저 죄수를 가둬 둔 지하감옥에 모르고 들어왔을 뿐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에르멘가르트 후작가의 성에도 그런 것들은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끝을 흐리며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체자레는 그 황금빛 두 눈에 조소를 담고 있었다. 에셀먼드 역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하는 것이다.
“이 새벽에 사용인 한명, 병사 한명도 없이 성이 방치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녀님은 지하감옥까지 걸어가시게되었습니다.”
에셀먼드의 말에 체자레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굳이 지하감옥을 보여 주어, 성녀님에게 커다란 위협을 느끼게 한 연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앞에서 죄수를 죽여서. 더욱 더 큰 공포를 느끼게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하하!”
체자레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것을 들은 듯한 태도였다.
“아, 영식. 내가 영식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그의 웃음 소리가 복도에 웅웅거리며 울려퍼졌다. 비올렛은 그 웃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더욱 더 몸을 움츠렸다.
“성녀님 앞에서 죄수들의 목을 썰었던 영식이 하실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그 말에 싸늘한 정적이 맴돌았다. 비올렛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이 공작 령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역시도.
“뭐, 성녀님께 크나 큰 실례를 저지른 것은 인정합니다. 나는 성녀님의 의사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녀님이 이곳에 마음에 안들어 떠나고 싶으시다면 응당 그리 하셔야 하십니다.”
체자레가 말했다.
“하지만, 영식, 당신들은 성하의 얼굴을 직접 볼 기회를 잃게 됩니다.”
“..........”
“성하는 이 일에 꽤나 불쾌해 하실겁니다. 아, 성녀님을 우선으로 생각하시는 분이니 그저 서운해 하시며 웃으실지도 모르시겠군요. 하지만 폐하는 다를겁니다. 전 제 조카의 성정을 잘 알고 있거든요.”
체자레의 목소리는 악마의 목소리 같았다. 그의 말씨는 언제나 처럼 부드러웠다. 침착하고 논리적인 그를 비올렛은 좋아했다. 하지만 이만큼이나 그의 말투와 행동이 끔찍했던 적은 없었다.
“평생 단 한번 볼까 말까 한 교황을 볼 기회를 놓치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대척점에 서 왔던 교황 성하를 배알하여, 화해의 장을 여는 것도 중요하다 여겼기에 영식도 초대한 것인데. 참으로 유감이군요.”
체자레는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만약 그럼에도 그가 돌아가 버린다면, 그는 교황이 내미는 화해의 손을 거절한 것이 되었고 몇십년동안 은둔한 교황을 볼 기회를 차버린 것이다. 그저 지하감옥에 잘못 발을 들여, 겁에 질린 성녀의 집에 가고 싶다는 철없는 어리광 하나에. 비올렛은 죽어도 여기 있고 싶지 않았다. 고문을 명령한 교황도,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던 체자레도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보고싶지 않은게 아니라 보면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체념했다. 에셀먼드가 손을 뻗어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없을 테니 내일도 없을 것이다.”
“..........”
“한심한 장사치들이 흥정에 그런 말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똑같은 물건이 더욱 싼 값에 팔립니다.”
“.........”
“저는 장사치들의 교활한 혀놀림을 믿지 않습니다.”
그 말에 다시 체자레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야말로 에셀먼드는 체자레의 신경을 긁기에 성공한 것 같았다. 체자레가 그토록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후회하실겁니다.”
“.......”
체자레의 말에 에셀먼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올렛의 손을 잡고 체자레를 스쳐지나갔다. 비올렛은 체자레를 차마 볼 수 없었다. 보기도 싫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손의 온기를 믿었다.
============================ 작품 후기 ============================
와... 일주일 쉴줄 알았는데 본선진출이네여.. 비축분도 안써놨는데.흐븧바ㅡ히바ㅡ비ㅏㅢㅏ 일ㅇ단 이거 올리고 또 이따가 또 올릴게여.. 오후 여섯시쯤에? ㅠㅠㅠ 비축분이 없어ㅠㅠ 빨리 써야해 ㅠㅠㅠㅠ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ㅠㅠ 사랑해요 알럽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