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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48화 (48/208)

00048  움트는 새싹  =========================================================================

“열두 살 생일을 축하 드려요.”

계절이 또 다시 바뀌고, 다시 겨울이 다가왔다. 이번 열 두살 생일에 후작은 비올렛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비올렛은 그저 얼굴을 붉히며 작년과 같은 화려한 파티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게 다 같이 식사를 하는 걸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에이든이든 다니엘이든 에셀먼드든 생일 파티를 작년의 그녀만큼 거창하게 열지는 않았다.

같은 생일인데도 작년과는 달랐다. 작년이라면 언제나 위축되고 어색했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한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가혹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았다.

“스승님과 수업하느라, 사실 오라버니들과 많이 못 놀았던 것도 같아.”

비올렛이 말했다. 체자레와의 수업은 재미있었다. 체자레는 절대 강요하지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비올렛은 그의 수업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 그처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앤이 대답했다. 그녀는 체자레를 경계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다행이야. 나는 내가 스승님을 선택한 것 때문에 모두 다 곤란해 할 줄 알았거든.”

비올렛이 말했다. 사실 후작과 공작은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 일단 체자레는 자기가 어디까지나 추기경 신분이자 성녀의 스승의 신분으로 왔기 때문에, 공작으로서의 예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후작도 그에 따랐다. 더군다나 후작과 공작이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몇번 마주쳤던 적은 있었지만 인사만 하고 안부만 묻는 것으로 끝이나 부딪힐 일은 없었다.

후작 역시 체자레가 그저 그녀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 이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경계를 풀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공작이 오는 날이면 집에 기사들이 대기했다. 약간의 긴장이 감도는 것 빼고는 비올렛은 이 생일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다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앤이 그녀에게 드레스를 입혔다. 이전에는 이것을 보면 답답한 느낌만 느껴졌으나, 이제는 그런 느낌도 살짝 들 뿐이었다. 예전에는 이전과 자신을 비교하며 변한 자신에 낯설어졌으나, 비올렛은 이제 그런 변화를 받아들였다. 따스해보이는 밝은 파랑색의 벨벳드레스를 입은 비올렛은 머리를 땋아 말아올려주는 앤의 손길을 이젠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거창한 파티도 아니다. 그저 작게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며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작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옷을 사주고, 사용인들을 분주하게 만든다. 잭이 자신의 회심의 요리를 기대하라고 으스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앉아있던 비올렛은 거울을 본다. 어느새 익숙해진 은발에 푸른 하늘을 담은 눈동자가보인다. 꼭 태어날 때 부터 소중하게 다뤄진 귀족아가씨의 모습이다. 어느새 키도 훌쩍 컸다. 그 이전 낯선 얼굴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던 소녀는 없었다.

“1년 사이에 정말로 훌쩍 크셨네요. 예전에는 아주 자그만 어린아이같았는데.”

“.......정말?”

“그래도 아직 멀으셨어요, 음식은 골고루 먹읍시다 아가씨!”

“네에.”

비올렛이 앤의 잔소리에 설렁설렁 대답했다. 요즘 들어 앤은 성장을 하려면 이걸 먹어야 한다, 저걸 먹어야 한다 간섭이 심했는데.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 접시를 내밀어 그녀와 눈싸움을 하는 일이 잦았다. 사실 비올렛이 좋아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디저트종류였다. 물론 음식도 맛이 있기는 했지만 우선 남자들만 배려한 식탁은 그녀에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컸네요, 곧 어른이 되실 것 같아요.”

“난 아직 열두 살인데? 성년 까지는 사년이나 남았다고.”

“흐흥,제가 말하는건 그런 부분이 아니랍니다 누구 손에 길러졌담? 누가봐도 고귀한 태가 난다니까요.”

앤이 혼자 만족하며 말했다. 야생동물. 앤이 어떻게 그동안 봐왔는지 알겠다. 어쩐지 느껴지는 서운함에 비올렛은 입을 삐죽였다. 앤이 그 표정에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성녀님은 그래도 예뻤어요.”

“그래?”

예쁘다는 말을 누가 싫어할까. 앤이 그녀를 달래며 웃었다.

“아, 정말 어쩜 이렇게 귀여워 지셨을까. 정말 사랑스러워지셨다니까.”

그 말에 비올렛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앤은 언제나 그녀를 사랑스럽게만 보았다. 이러다 또 응석받이가 될지도 모른다. 이젠 열두 살이니 어른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자, 오늘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오라버니들과 아버지께 보여드리자구요.”

“아, 아버지?”

앤은 가끔씩 후작님을 비올렛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불렀는데, 그것이 어색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으니 다니엘이 서 있었다. 다니엘은 그와 잘 맞는 밝은 연두색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끼리 조용하게 치를 건데, 이렇게 차려입어도 되는걸까?”

비올렛의 물음에 다니엘이 대답했다.

“뭐 어때, 네 생일인데. 가끔 이렇게 격식을 차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그가 손을 내밀었다. 비올렛은 수줍에 웃으며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 다니엘이 속삭였다.

“비올렛, 넌 정말 너무 예쁘다.”

“고마워.”

다니엘이 그렇게 말해주니 뛸듯이 기뻤다. 그의 손을 꼭 잡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다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후작이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은 어쩐지 부끄러워 손을 꼼지락거렸다. 후작의 오른쪽 자리는 언제나 에셀먼드의 자리였지만 그곳은 아니나 다를까 비어있었다. 에이든이 설렁설렁 손을 흔들었다.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싶다는 비올렛의 소박한 소원은 에셀먼드가 없으므로 이루어 지지 않은 듯 했다. 하긴 그는 언제나 바빴다. 비올렛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실 에셀먼드라면 분명 딱히 다른 반응을 보여줄 것 같지도 않을거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은 정말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 하고 있었다. '가족'으로서. 그들을 가족으로 여기게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식탁 한 가운데를 장식한 케이크를 보며 중얼거렸다.

“케익이 삼단으로 쌓일수가 있었구나.”

물론, 작년에도 그랬었지만 누구하나 손도대지 않은 케익이었다. 비올렛으로서도 그 당시 분위기에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했으므로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케이크는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케이크는 1단마다 전부 다 다른 과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3단은 그 구하기 힘들다는 노란 복숭아였고, 2단은 블루베리, 1단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 였다. 여자아이가 좋아할 색으로 물들인 크림이 과일의 향긋함과 더불어 비올렛의 가슴을 콩콩 뛰게 했다.

“요리사가 무척신경을 쓴 모양이더군요.”

“네, 맞아요, 잭이 기대하라고 했어요.”

“야, 그런데 이렇게 큰건 못먹어.”

에이든이 투덜거렸다. 비올렛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흥, 너 먹으라고 잭이 만든거 아니거든?”

“뭐? 야, 나도 먹을거거든?”

“못먹는다고 했잖아.”

“에이, 먹을 수 있어, 이따위 건!”

그렇게 말하며 에이든이 별안간 포크를 들어 콕하고 케익 밑단을 찍어내리는 것이었다. 비올렛은 잭이 만든 예술품이 에이든의 포크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안돼,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게다가 어찌나 배려없이 퍼갔던지, 밑단이 파인 케이크가 기울여 크림으로 장식된 모양이 망가졌다. 철푸덕 소리까지 나며 쓰러져버린 케이크의 붕괴를 본 비올렛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뭐야, 내 케이크.”

“야, 어떻게 이게 네 케익이야? 에이, 저렇게 되도 먹을 수만 있으면 되지. 맛있네.”

우물우물거리면서 말하는 에이든을 보고 비올렛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보던 다니엘이 에이든에게 말했다.

“에이든. 너 지금 비올렛을 울린거 안보이니?”

“........”

생각외로 달콤한 케이크의 맛에 집중하던 에이든은 비올렛의 얼굴이 빨개졌다는걸 알았다. 후작이 말했다.

“요리사에게 다시 만들 수 없냐고 물어보도록.”

집사가 이 사상 초유의 긴급사태에 예, 옛, 하고 빠른 속도로 주방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비올렛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먼저 먹어보고 싶었는데. 자를 때도 예쁘게 나이프로 자르면 되지, 왜 아래서부터 무자비하게 파헤친단 말인가. 에이든은 나빠. 너무해. 삼단 케익을 그래도 먹어본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다시 실패한 비올렛이 얼굴이 찡그려졌다. 비올렛의 얼굴이 찡그려지자 후작이 달래기 시작했다.

“에이드리언.”

후작이 에이든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도 그 목소리가 결코 다정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에이든은 자진해서 사과했다.

“야야야야, 미안해 미안해!”

“.......”

“미안하다니까!”

비올렛은 역서 표정을 풀지 않으면 잭이 또 힘들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저 조용히 괜찮아, 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사람들이 그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애써 풀린 척 했다.

그래 비올렛, 이정도면 행복한 생일이야. 작년에 비하면 낫지. 웃으며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도 없고. 이렇게 케이크도 먹을 수 있고. 그러자 정말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라는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첫째 오라버니는 어디로 가신 거에요?”

비올렛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비올렛의 눈치를 힐끔 보던 후작은 화들짝 놀랐지만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드는 업무가 있어 늦을 예정입니다. 왕자님께서 궁 외곽으로 방문할 예정이시라.”

비올렛은 올해 일곱살이라던 샤를 왕자에 대해 떠올렸다. 그때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왕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는 왕자를 호위하느라 바쁘구나. 아직 성년이 안 되었는데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후작님은 그녀가 좋아할 만한 인형들과(어째서인지 토끼인형의 비율이 많았다.) 옷을 사주셨다. 사실 특별한 선물이랄 것도 없는 선물이었지만 비올렛은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니엘은 그녀에게 작은 오르골 상자를 선물해 주었는데, 열때마다 따스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에이든은 당연하겠지만 그 어떠한 것도 준비하지 않았고, 그것을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비올렛은 생일선물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인형들과 오르골 상자에 충분히 행복해 했다.

케이크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행복한 생일이었다. 하나를 가지지 못해 이렇게 꽁해지다니. 자꾸 욕심쟁이가 된다고 자신을 꾸짖던 비올렛은 털옷을 입고 추운 겨울의 정원을 돌아다녔다. 작년에는 여기서 우느라 이상한 신관을 만났다. 신관이니까 어차피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황량한 정원을 보며 비올렛은 그들이 자신을 위해 꽃을 피워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겨울에 꽃잎이 떨어지는 것은 보고싶지 않았으므로 꾹 참았다.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비올렛이 고개를 들으니 에셀먼드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주 피곤해 보였는데, 아마 왕자를 하루종일 호위해서 그런 듯 했다.

“이 추운날에 뭐하는거지?”

에셀먼드의 물음에 비올렛은 그저 눈만 깜빡였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털옷을 입으면 별로 추운 날씨도 아닌데 왜 다들 춥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후작도 그렇고 모두 다 비올렛을 꼭 약한 인형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안추워요.”

비올렛이 대답했다. 그래도 걱정을 받으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때 불쑥 에셀먼드가 물었다.

“날 기다린건가?”

“아니요.”

비올렛이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쪽이 콕콕 찔렸다. 왠지 그가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에셀먼드는 그녀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아쉽군, 선물이라도 기다린 줄 알았더니.”

선물이라도 있는건가? 비올렛이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뭐 에셀먼드가 준비한 선물이 유용할리가 없었다. 단검이나 예법서일테지, 그녀는 그것을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을 자신은 없었다.

“사실 선물은 아니지.”

“네?”

그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올렛은 그제야 에셀먼드가 나무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알았는데, 그 상자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주워온거니까.”

그가 말하며 상자를 내려두었다. 그녀가 그 상자에 시선이 머무르자 그는 그 상자를 그녀의 앞에 내려두었다.

“조심해, 그냥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네, 네.”

비올렛은 호기심어린 얼굴로  상자 앞에 쪼그려 앉았다. 뭘까.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상자가 열렸다. 그때 무언가가 혹 하고 튀어나왔는데, 비올렛은 덕분에 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재빠르게 튀어나갈 그 무언가는 그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한 에셀먼드의 손에 이미 붙잡혀 있었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되냐 냥? 아무리 우리엄마가 날 버리고 갔고 내가 굶어죽을 뻔하기로서니, 이렇게 날 유괴해도 되는거냐냥?  하찮은 인간주제에 폭신하게 조심스럽게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지금, 저 이상한 공간에 흔들흔들 내가 얼마나 많이 토할 뻔한걸 참았는지 아냐냥? 하찮은 잉간따위가 빨리 날 풀어주지 못해!”

“..........”

비올렛은 시끄러워 귀를 막았다. 에셀먼드가 물었다

“뭐하는거지?”

“너무 시끄러워요.”

“내 눈엔 야옹소리밖에 안들리는데.”

“그런데, 오라버니보고 하찮은 인간이래요.”

에셀먼드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는 조금 거친 손길로 고양이를 던졌는데, 이 새끼 고양이는 아주 날렵한 자세로 착지하더니 하악, 하는 소리를 냈다.

“왜그래요, 고양이가 아프잖아요!”

“그렇게 던져서 착지도 못하면 그건 정상적인 고양이가 아니야. 고양이주제에 건방지군.”

고양이는 그말을 듣고 더욱 더 화가난 듯 했다.

“뭐야, 저건 분명히 나한테 뭐라고 하는말이렸다냥! 야, 여자인간! 너는.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 같다냥? 정신이 없군. 내 말좀 들어봐, 아 글쎄 인간 무리가 날 발견했는데 막 죽이네 살리네 그러는거다냥. 그런데 저 하찮은 인간남자가 그리고 마침 좋아할 사람이 있다며 여기까지 데려왔다니까?  이건 완전 유괴 아니냐냥?

“유괴해왔어요?”

비올렛이 에셀먼드에게 물어보자 에셀먼드가 그녀를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심각한 얼굴로 작게 말하는것이었다.

“어미고양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 말에 비올렛은 저 새끼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노란 줄무니에 초록색 눈을 한 고양이는 어머니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세한탄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게 있다면 에셀먼드가 그냥 주워온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버려둘 수도 있었으나 비올렛에게 데려다 줄 생각으로 그런 것이었으니.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찮은 인간이라며 에셀먼드를  부르는 이 고양이나, 기껏 주워와놓고 그것에 화를 내는 에셀먼드의 조합이 너무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인간 내말 듣고 있냐 냥?”

“이리와. 야옹아.”

“이리 오긴 뭘 이리, 엉? 네 말은 왜 내가 정확히 이해할 수가 있냥?”

하악질을 하던 야옹이는 눈을 껌뻑였다.

“인간들의 언어는 나한테 완벽하게 이해가 안간다냥, 그냥,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만 알아먹을 수 있다냥, 그런데 왜 네 말은 이해가 되냥?”

“그거야 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녀의 대답에 에셀먼드가 자신을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솔직히 정상인을 쳐다보는 얼굴은 아니라 어쩐지 기분은 나빴다.

“흥.”

“........”

“넌 내게 간택된거다 냥. 내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라면 같이 살아줄 수도 있다냥.”

“.......”

야옹이는 그렇게 말하며 비올렛에게 안겼다. 재빠르긴 했지만 안아드니 생각보다 몸이 많이 말라 있었다. 비올렛의 품에 안긴 고양이는 손을 핥으며 세수를 했는데, 그것이 편하다는 의미인 것같아 비올렛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고마워요.”

비올렛이 말했다. 에셀먼드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저 그것을 천천히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진짜 고마워요. 제일 좋은 선물인것같아요.”

그녀가 웃으며 말하자 에셀먼드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추우니 집에들어가자.”

“네.”

에셀먼드가 뻗는 손을 잡으며 비올렛은 한손에 고양이를 들고 조심히 걸어갔다. 에셀먼드의 손은 따스했다. 이름은 뭘로 지을까. 즐겁게 고민하며 에셀먼드를 힐끔 바라보자 에셀먼드와 눈이 마주쳤다. 에셀먼드가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런데 나는 오라버니 생일때 아무것도 못드렸는데 어떻게 하죠?”

에셀먼드의 생일은 가을이었다. 사실 비올렛으로서는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

“성년때는 또 뭘 해드려야 할까요?”

“.........너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에셀먼드가 말했다.

“그저 그대로, 이렇게 있으면 돼.”

============================ 작품 후기 ============================

저번편에 제가 잘못쓴거에여 선선대가 아니라 '선대'가 맞습니다. 보시고 오해하신분 죄송합니다. ㅠ.ㅠ

체자레는 현왕의 숙부가 맞습니다. 조금 더 주의해야 할것같네요..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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