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47화 (47/208)

00047  움트는 새싹  =========================================================================

“어허, 서운하시게 그런말씀을 하시다뇨.”

비올렛은 정말로 기분이 상한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다. 세상에, 귀족들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일까? 하지만 후작님은 딱 그 나이로 보였는데! 그러다 비올렛이 얼굴을 찡그린 체자레의 얼굴을 보고  핫,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입을 다물었다.

“할아버지라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죄송합니다.”

비올렛은 깔끔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마흔 여덟살은 아닌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힐끔힐끔 바라보자 그가 미소 지었다.

“신께서는 제가 오래 살기를 바라시더군요.”

“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더니, 정말 이대로 멈추어 버렸답니다. 신의 은총이죠.”

그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신의 은총으로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다는 것일까.

“사람들은 저를 보고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스무살에 시간이 멈춰버린 저란 존재는 꺼림칙한게 당연하게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서린 자조적 기색에 비올렛은 체자레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의 고달픔이 여기까지 전해져 왔다. 자신은 정말로 엄청나게 실례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비올렛의 표정을 본 그가 말했다.

“절 가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성녀님은 제가 아닌 다른 이를 가여워 해야 합니다.”

체자레가 그렇게 말했다. 비올렛은 아직도 알 수 없는 이 수수께끼같은 남자를 보았다.

“자, 이제 저에 대해 많이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수업을 시작해 보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시작에 비올렛이 머뭇대자 체자레가 물었다.

“이런, 미처 못한 질문이 있습니까?”

“아, 그럼 저는 그쪽. 아니, 공작님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 말에 체자레가 또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사람을 기분이 좋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요 스승님, 스승님은 어떻습니까.”

그는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

창세기에 대해 말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물건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을 때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천사들이 강림하여 신의 존재를 알리고 사람들은 점차 신의 존재를 믿어간다.

“군나르 족이나 콘차카 족들은 모두 옛 신앙을 그대로 유지하여 생긴 집단입니다. 그리고  태양과 태양의 신 '아그니(Agni)'를 숭배하는 콘차카 족들은 규모가 작아 나라라는 개념이 불분명하지만, ‘위대한 정신(The great spirit)’이라는 정령을 믿는 군나르 족들은 아그레시아 서남단에 큰 나라를 세웠지요.”

콘차카 족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녀의 신은 아그레시아의 절대 신이었고, 성녀에 대한 이야기만 믿어왔으므로 그것은 신선한 일이었다. 백작부인이 가르쳐 준 것은 군나르 족이 나라를 세운 야만인들이라는 사실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을 믿는 자들과 이교도가 결국 한 뿌리였고,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신께서는 왜 군나르 족과 콘차카 족을 그냥 둔 건가요? 그들은 다른 신을 믿잖아요.”

그 말에 체자레가 미소를 지었다.

“신은 자비로우시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언젠가 신의 품에 안기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

“그리고 그들은 성녀라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콘차카 족은 성녀라는 것을 주술사라 여기고, 군나르 족은 마법사라 여깁니다. 우리가 발휘하는 신의 힘은 콘차카 족에게는 주술이며 군나르 족에게는 마법입니다.”

하지만 신이 말하는 증거로서 성녀를 보내왔는데, 왜 그것을 믿지 않는 것일까. 비올렛은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로가 대립하는 것일까. 융화되지 못하고?

“하지만 믿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이 생긴게 아닌가요? 우리의 신은 전지전능하잖아요, 왜 그런 자들을 그냥 두어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거죠?”

그 말에 체자레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

“하지만 그것은 인간 위주의 시각입니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자유 의지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

“자유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일률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지요. 이 자유의지가 있었기에,우린 모두 생각하고 사색하며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말에 비올렛은 더더욱 알 수 없어졌다. 신이 자유 의지를 주었다고? 하지만 그 자유의지라는게 그녀는 어쩐지 무서운 말로 느껴졌다. 전쟁을 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렇다면 종교가 부딪힌 전쟁에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신은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무엇이든 생각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부당한 일을 당한다. 신관이 방탕하여 고통을 당했던 꽃의 거리의 여자들 처럼, 산적들에게 허망하게 스러져 간 마을 사람들 처럼.

“하지만 그것은, 자유의지로 인해 일어난 모든 불행한 일은 그냥 두고만 보신다는 거잖아요.”

왜 자유의지를 준 것일까. 비올렛은 이 말을 하고 나서 자신이 꽤나 삐딱한 시선으로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것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울컥 할 만큼.

어머니를 범하고 아버지를 죽인 산적들도 ‘자유의지’를 지닌 것일까. 그녀를 팔아 넘겼던 토미도, 그녀를 군나르 족에게 팔아 넘기려던 상인도 그저 ‘자유 의지’를 지녔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그 자유 의지에 따라 희생되는 사람들은 무엇일까. 비올렛은 불편함을 느꼈다.

“신은 견딜만큼의 불행만 준답니다.”

체자레가 대답했다. 그말에 비올렛의 숨이 턱 막혔다. 견딜만큼의 불행을 준다고? 그녀가 겪은 불행은 정말 견딜 만큼이었나.  그녀가 힘겹게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생각만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면, 죽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이미 죽는다는 것은 불행한 건데, 이미 견딜수 없게 죽어버린 거 잖아요.”

비올렛이 말했다. 그녀는 답답해졌다. 어쩐지 울컥한 그녀의 얼굴을 체자레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대신 성녀님께서는 훌륭히 극복하시어 이렇게 성장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천민의 더러운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이 정해 두셨기 때문입니다. ”

그 말에 비올렛의 머리는 더욱 더 새하얘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게 다 신의 안배란 말인가. 답답한 얼굴로 체자레를 보자, 체자레가 빙긋 미소지었다.

“-라고, 분명 꽉 막힌 대신관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요. ”

그가 미소지었다. 비올렛은 깜작 놀랐다. 그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고통을 겪은 자들, 불행을 겪은 사람들에게 신이 내린 고통이니 견디라니, 얼마나 잔인한 일입니까. 인간을 사랑하는 신께서, 그 고통을 내리셨다니, 그건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결국 둘중 하나가 잘못된 것이죠. 교리가 잘못된 것이냐, 우리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냐. 성녀님께서 부모님을 잃으시고, 친자매 같이 잘 따르던 여인들을 눈앞에 살해당한 것이, 과연 옳은일일까요. 그것을 극복 할 수있는 시련이라고 준다면 신은 너무도 잔혹합니다. 정말 안 된 일입니다. 당신에게도, 당신의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스러져 간 그 가여운 여인들에게도.”

그는 알고있었다. 그녀가 겪은 일을 모두, 말하지 않았는데도. 비올렛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이 위로에 그녀의 푸른 눈이 크게 떠졌다. 사람들은 꽃의 거리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체자레는 그들을 여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런, 우십니까.”

체자레가 웃음기 서린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후작은 분명 그를 경계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희생당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고, 애도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홀로 애도해왔던 것은 비올렛이었다. 훌쩍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목을 타고 내려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비올렛, 우리의 성녀님. 저는 당신이 결코 순탄한 삶을 살아왔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자레가 속삭였다.

“제가 도와드릴겁니다 성녀님, 성녀님이 아프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상처입지 않도록 그렇게.”

그녀가 한참동안 흐느꼈다. 그의 음성이 다정하게 귀에 울렸다. 비올렛은 그를 보았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비올렛은. 처음으로 호감을 느꼈던 사람인 만큼, 티게르난 공작은 좋은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그녀에게는.  머리를 매만지던 그가 말했다.

“아까 신은 그대로 지켜본다고 말하셨습니까.”

“......."

“어쩌면, 신은.......”

“.......”

“신은 성녀님이 말하신대로 그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죠.”

“.......”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를 만들고, 그리고 그저 방관하는 방관자일 수도 있답니다.”

눈물을 흘리느라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음성은 어딘지 모르게 싸늘하게 들렸다. 비올렛이 그 목소리에 그를 올려다 볼때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체자레의 부드러운 손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

집으로 돌아온 후작은 오자마자 비올렛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안심한듯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가 무엇을 배웠는지, 혹여 공작이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비올렛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로 신의 교리 이외엔 배운 게 없어요.”

사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부드럽게 달랬지만, 수업 도중에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후작이더라도 꽃의 거리의 사람들과 죽어버린 그녀의 부모님을 때문에 울어서라는 것은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알게 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그녀에게 쓴소리를 던질 수도 있었다.

후작은 그녀에게서 무엇인가를 더 찾아보려고 탐색했다. 그러다 특이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아침까지도 가까웠던 후작이 어쩐지 멀게 느껴졌다. 그래, 분명 후작은 그녀가 겪었던 일, 그녀의 슬픔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더라도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서운해졌다.

“어떤 분이 셨습니까?”

“다정한 분이셨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어쩐지 비올렛은 그에 대해 좋은 점을 말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후작의 눈치를 보았다. 생각보다 덤덤한 표정의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녀님, 성녀님께서 느끼시는 것을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비올렛이 고개를 들었다. 후작이 말했다.

“물론 그는 다정하고 깍듯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다시는 그를 이곳에 오지 못하게 했을 테니까요.”

농담인걸까. 그 말에 비올렛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서렸다. 그러자 후작의 입가에도 딱딱한 기색이 사라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금 거리감을 느꼈던 후작이었지만, 그 말에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

“스승님.”

체자레의 두번 째 방문때 비올렛은 줄곧 생각하던 것을 물었다. 체자레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그제 다녀가시고 나서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의 금안이 그녀에게 닿았다. 언제봐도 그는 소름끼치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비록 열 한살인 그녀도 그것에 가슴이 뛰었다.

“스승님께서는 신을 ‘방관자’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룸이 나타나자 신은 성녀를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방관일까요?”

그 말에 체자레가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비올렛은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신은 당신들, 성녀들을 보냈죠. 그것이 신이 실존하며, 신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신은 완전히 방관을 한게 아니죠.”

“..........”

“그래요, 사실 우리가 가진 의문들은 당신의 존재 하나만으로 입증이 됩니다. 당신만이 신의 사랑의 증거입니다. 방관하되 방관하지 않는자, 그것이 우리의 신입니다.”

체자레가 다시 되풀이 해서 말했다. 그의 눈빛은 강렬한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지켜보는 자, 하지만 또 사랑해서 성녀를 보냈다. 그렇다면 신은 결정적으로 인간이 멸망은 막는다. 방관하되 방관하지 않는다.

“애초에 전지전능하다는 신은 왜 나를 선택한 걸까요, 아니 왜 말룸을 처단하지 못한 걸까요.”

“글쎄요, 어쩌면 신께서는 그저 우리를 시험해 보시는 걸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악귀와 내기라도 하고 있거나.”

“내기요?”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무슨 내기를 한단 말인가. 비올렛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체자레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저 가벼운 농이랍니다 성녀님, 너무 심각해지는 것은 좋지 않아요.”

“........”

그녀가 머쓱해하자 체자레가 말했다.

“이제 제 경계심은 풀리셨나 봅니다.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보통 이런 의문을 접하는 자들은 이단으로 간주되어 교황성에 구금된답니다.”

그녀의 심장이 떨어졌다. 비올렛은 그 무서운 신전의 기사들을 알고 있었다. 이단을 설파하는 자들에 대해 잔인한 철퇴를 내리는 자들이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살고있던 꽃의 거리나, 작은 마을에서도 이단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그들을 접할 일은 없었지만 가끔씩 오는 상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다. 이런게 이단의 질문인 것일까.

“하지만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벌을 받아야 할 것은 바로 저겠지요, 성녀님은 아닐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체자레가 겁을 덜컥 집어 먹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체자레는 여전히 사람좋은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기쁩니다. 당신의 의견을 듣게 되어.”

“.........”

“그리고 성녀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체자레도 똑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하얀 장미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장미는 속절없이 검게 졌다. 비올렛은 물었다.

“왜 스승님은 꽃을 시들게 하시나요?”

“글쎄, 이것도 신이 내려주시는 자유의지가 아닐까요. 저는 아릅답게 피우는 것보다 아름답게 시들게 하는것을 좋아해서요.”

그 말에 비올렛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이건 저번처럼 제 눈물에 의해 억지로 피어난 꽃이 아닌걸요.”

그녀가 손을 뻗었지만, 시든 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 검게 말라붙은 장미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체자레가 말했다.

“성녀님은 참 다정하시군요.”

“네?”

비올렛은 갑작스러운 칭찬에 고개를 돌렸다.

“작은 꽃 하나 하나의 마음까지 신경을 쓰시다니. 정말로 성녀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남들보다 더 힘든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만물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군요.”

“........”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 했다.  체자레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체자레는 좋은 스승이었다. 그녀의 의문 하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녀에게 역사를 설명하고 교리를 가르쳤다. 사실 교리란 바르게 살라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태초의 신, 창세, 말룸의 등장, 그리고 지금의 역사 까지. 백작 부인에게서는 아그레시아 개국사를 배웠지만, 신에 대해 배우자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신이 내려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리고 그녀는 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사랑에 대한 모순, 전지전능함에 대한 모순을.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체자레는 그것이 아주 특별한 것 마냥 그녀를 칭찬했다.

후작은 그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듯 했으나, 정말로 체자레는 수업만 했으며, 그녀에게 교황령으로 꼬여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것인지, 아니면 여유로운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비올렛은 자신에게 찾아와 재미있게 이야기 해주는 그의 매력에 푹 빠졌을 뿐이었다.

*

“티게르난 공작님과 수업은 잘 되시나봐요?”

앤이 물었다.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앤도 그분이 마흔 여덟이나 된다는게 말이 된다 생각해?”

앤은 고개를 저었다.

“티게르난 공작님이 신의 은총을 받은 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그렇구나. 나만 몰랐네.”

비올렛이 말했다. 앤은 비올렛에게 물었다.

“마음에 드시나봐요?”

그 말에 그녀가 흠칫 했다. 앤의 눈이 게슴츠레했다. 비올렛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려다 이내 포기한듯 눈을 감으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앤이 말했다.

“공작님은 위험한 사람이에요.”

“응, 나도 알아.”

비올렛이 말했다.

“하지만 위험하다고만 하지, 아무도 내게 위험한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는걸.”

그녀의 말에 앤이 한숨을 쉬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었다. 그는 교황의 오른팔이며,  귀족이며, 왕족이며 현 왕자 샤를 다음의 왕위계승권자이다. 비올렛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그가 왜 무서운지는 모른다.

“'왕을 무릎꿇린 자' 라는 소리를 들어 봤나요?”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라이셀 백작 부인인께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티게르난 공작 께서는 자신의 이복 형인 선대 왕을 교황앞에 무릎 꿇렸답니다.”

“왜?”

“하늘 아래의 태양은 두개가 될 수 없으니까요. 서로 태양이 되려 한다면 서로 싸우는 게 당연한 일이죠.”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과 왕이 싸웠고, 왕이 졌다는 소리구나. 사실상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기 시작했더라도 왕에 대한 역사는 사실 어딘지 모르게 그녀와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왕이 져서 무릎을 꿇은게 무엇이 나쁜가 하는. 신관들이 착복하거나 귀족들이 착복하거나 아래 사람들에게는 똑같다. 성격이 더러워도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신관이 더 낫지 않는가. 적어도 그 쪽은 천민들도 사람은 취급해 주니.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체자레 때문일까.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

체자레와 비올렛의 수업. 참고로 이 부분은 특정 종교 비하가 아님을 밝힙니다. 오해 하시면 아니됩니다. 아셔쬬? 저 참고로 성당까지 다닐까 고민할 정도임.

오탈자수정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언제나 보고 바로 수정하고 있어요 ^^ 감사드립니다.

내일까지 연재하면 예선이네요. 사실 내일까지 유년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조금 글이 길어져써여!!

아..또 뭐라 말할게 있었는데.. 걍 사랑합니다.. 참고로 여러분!! 남주는 이미 정해져 있고 계획대로 진행 해 나가고 이써여!!!

사랑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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