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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39화 (39/208)

00039  움트는 새싹  =========================================================================

인파에 꼭 끼어지고 눌리느라 비올렛은 하마터면 망토의 모자가 벗겨질 뻔 한것을 가까스로 다시 썼다. 하도 사람들에게 떠밀려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그녀는 불쇼 쪽을 바라보았지만 칼츠 경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떼었다.

“너 뭐야 꼬마야!”

어떤 아저씨 한명이 갑작스럽게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어떤 손이 그녀를 밀었는데 미처 중심을 못 잡은 그녀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망토는 벗겨지지 않았다.

“내 지갑이 없어졌잖아! 너 무슨 깜찍한 짓을 한거냐!”

그가 소리쳤다. 북새통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소리를 듣고 모두 다 비올렛을 보았다. 어. 자신이 주목당하자 그녀는 겁에 질렸다.

“제, 제가한게 아니에요!”

비올렛은 칼츠 경이 자신을 빨리 찾아주길 바라며 소리쳤다.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는 여과없이 남자에게 전달 되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금 너 내 뒤에 서 있었잖아! 사람들 사이에 딱 붙어서는!  너, 망토에 얼굴을 가리는게 수상해, 순찰병에게 넘기기 전에 내 지갑을 주는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지금 벗겨내서 다 뒤져보겠어.”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 금화주머니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셀먼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그녀가 꼭 쥐고 있던 바람에 그녀의 주머니에 그것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너 이 계집애, 빨리 모자 안 벗을래?”

그가 손을 뻗었다. 아, 모자가 벗겨지면 그녀의 은발이 드러날 것이다.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모자를 벗기지 않더라도 누군가 지금 당장 뒤지면 금화가 나올 것이다. 어린 소녀가 보호자도 없이 금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일어나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려 할때 그녀의 허리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작은 꼬마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하시지 그러십니까.”

다정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비올렛이 고개를 들려하자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꼭 잡았다. 비올렛이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새하얀 신관복이 펄럭였다.

“시, 신관님!”

신관은 신전을 상징했다. 비록 견습 신관이더라도 그들이 가진 권력은 일반적인 평민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신의 사도들은 존경을 받아 마땅했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그녀에게 험악하게 대하던 남자가 비굴하리만치 공손해졌다.

“하, 하지만 제 돈은........”

“이상하군요, 아까도 다른 소년에게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맑은 목소리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람들이 홀린듯이 신관에게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구분이 안 정도로 중성적이었지만 듣기 좋았다.

“아, 혹 의심스러우면 정말로 순찰병에게 넘겨야 겠군요. 순찰병은 어디....!”

쳇, 남자가 혀를차며 인파 안으로 숨어들었다. 신관은 그녀를 안은채로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비올렛이 고개를 올려보니 은색의 단발이 보였다. 밤의 어둠과 대조되는 새하얀 신관복이 하얗게 빛이나는 것 같았다. 금색의 눈동자가 미소를 짓자 세상이 환하게 느껴졌다.

“또 만나네, 그렇지?”

“.........”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비올렛의 손을 꼭 잡았다. 그들은 신관의 얼굴에 정신이 팔렸으나 그 누구도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불쇼가 벌어지는 듯 붉은 빛이 번쩍거렸는데, 그는 그것에 눈길하나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채 사람들이 좀 적은 곳으로 데려갔다.

“안 반가워?”

반가워야 하나요? 비올렛은 묻고 싶었지만 정말로 이렇게 대답하거나 별로 생각이 없었다고 답하면 저 예쁜 얼굴을 울려버릴 것 같다. 비올렛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반가워요, 그리고 감사해요.”

그 말에 신관소년이 해맑게 웃었는데, 언제 봐도 심장이 떨리게 할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이 신관님은 이제와서 보니 어딘가 멍한 분위기가 있었다. 마치 이 세상사람이 아닌 것같은 아름다움과 더불어 성격역시.

“신관님이 어떻게 여기에 오신 거예요?”

“그야 나는 항상 너를 찾아다니거든. 여기 오면 널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그래도 제때 만나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그 인간을 죽여버릴 뻔 했지 뭐야.”

“.........”

그렇게 말하는 그는 표정변화 없이 그저 사람좋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과 다소 대비되는 살벌한 말에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참 살벌한 말이다. 에셀먼드처럼 말이다. 그녀는 갑자기 이 신관 소년의 정체가 무서워졌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기민하게 눈치 챈 신관 소년은 이런,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속삭였다.

“미안, 내가 무섭게 말한거니?”

“아, 아니에요. 아, 저 맞다 일행을 찾아야 해요.”

비올렛이 경계심을 애써 감추고 말하자 신관 소년이 말했다.

“어, 안돼는데. 나는 널 데려가고 싶은데.”

그 말에 비올렛이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신관 소년을 빨리 떼어내고 싶었다.

“제 호위기사랑 오빠가 절 기다려요.”

“아. 보내기 싫어. 그리고 친오빠도 아니잖아.”

그 말에 비올렛은 얼굴을 찌푸린 채 그를 보았다. 정말로 이 신관소년은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일단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가족관계를 알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나 일단 외모만 해도 그러했다. 은발에 금색 눈을 한, 아름다운 소년이 왜 도대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은지 궁금했다. 게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은발은 성녀에게만 있는데 그 역시 붉은 기가 도는 은발을 하고 있었다. 비올렛의 머리카락색이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면 이 소년의 머리색은 화려해서 이목을 끌만한 머리였다. 어쩌면 이 소년의 외모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성녀라고 오해를 받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긴 고민 끝에 그녀는 그것을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물어볼게 있는데요."

“응, 그래 뭔데? 뭐든지 다 대답해 줄게.”

그가 웃었다. 비올렛은 자신에게 마냥 호의적인 것 같은 이 신관이 부담스러웠다.

“왜 저랑 비슷한 색의 머리색이에요? 그리고 저런 머리를 해도 왜 사람들은 신관님의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건데요?”

“.........”

소년의 얼굴이 굳었다. 비올렛은 무섭도록 빠르게 굳은 그 표정에 깜짝 놀랐다. 뭐라도 잘못 말했던 것일까? 그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이게 보여?”

“.........”

“말해봐, 내 머리색은 어떻고 내 눈 색은 어떻지...?”

어깨를 잡으며 눈을 마주해보는 금안에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머리색은 저랑 같은 은색이고, 눈 색은 금색...이요.”

그녀의 대답에 그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 들켰어. 들켰다고. 혼날거야.”

그가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우울하게 말하다가 비올렛의 얼굴을 보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참 천사같이 생긴 신관님이다. 늙고 폭력적인 신관들만 보던 비올렛은 저런 정순한 기운을 가진 소년이 있다는게 참 놀라웠다. 일단 경계하는게 우선이긴 했지만. 하긴 신관이라는게 전부 다 무서운 이들만 있을리가 없었다. 귀족 나으리도 다니엘이나 에이든 같은 사람이 있는 것 처럼. 이 소년을 만난 이후 만났던 붉은 머리의 체자레라는 신관 역시 다정하지 않았나. 그녀가 이리저리 고민하는 것을 소년신관이 부드럽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그녀가 핫,하고 정신을 차리며 지금 자신이 가장 해야 할 일을 생각해냈다.

“아, 저 칼츠 경을 찾아야 해요. 그러니까, 제 기사요.”

“그래, 뭐. 다음기회도 있으니까아. 이렇게 너도 만났고.”

그는 어딘지 붕 뜬 느낌이었는데. 비올렛은 집착적이던 그의 태도의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년전에 왕궁에서 만났던 신관들은 언제나 끈덕지게 달라 붙었는데 의외로 산뜻한 태도였다. 어쩌면 이렇게 방심을 시키는 사이에 데려갈지도 모른다. 조심하자. 비올렛은 자신에게 속삭였다.

“나, 괜찮지?”

“네?”

“봐,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이야.”

“아, 네.”

비올렛이 대답했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걸까. 괜찮은 사람이라니, 사실 정말로 그러하긴 했지만 뭔가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도 싱글싱글 웃는 것이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를 구해준 사람에게 차마 냉정하게 가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비올렛은 애매하게 그 손을 놓치도 못한채로 칼츠 경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정말 날 따라가지 않을거야?”

“안돼요.”

비올렛이 바로 대답하자 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정말로 머리 색은 어떻게 한거에요?”

비올렛이 묻자 그는 비올렛이 보여주는 관심에 기쁜듯 눈웃음을 지었다.

“너도 할 수 있을거야, 이거 성력으로 바꿀 수 있거든.”

“진짜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사람들이 성력을 추앙하는지 알았다.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구나.

“그런데 왜 저한테는 안보이죠?”

“너는 성녀니까. 이런 얕은 술수는 당연히 다 보이겠지. 아 물론, 좀더 강력한 방법을 쓴다면 모를걸.”

비올렛은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천사처럼 빙그레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보며 자신이 또 그와 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 이 것 좀 사주면 안돼?”

“네?”

“나 돈이 없어.”

“.........”

세상에나, 가난한 신관이다.  비올렛은 저 사람을 어떻게 처분할까 생각했다. 신관과 같이 있는것을 보였다간 에셀먼드가 화를 낼게 분명했다. 저번에도 검을 들어 목을 겨누었지 않은가. 주머니에 있는 돈 역시 자신의 것이 아니니 함부로 쓸 수도 없었다. 어떡하지?  그때 헐레벌떡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아니, 아가씨!”

반가운 목소리다. 칼츠 경이 그녀를 찾아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는 안색이 파랗게 물들었는데 그동안 그가 겪은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에이든이 소리쳤다.

“야, 이 칠칠치 못한 계집애야!”

그렇게 버럭 소리치자 비올렛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 에이든이 어, 어어 하고 말을 더듬는 것을 보자, 그녀는 살짝 모자를 걷어 보았다. 에이든의 볼에 홍조가 어려서 그녀의 옆에 있는 신관소년을 보고 있었다. 뭐, 뭐지. 에이든의 시선은 신관 소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신관님께서는 무슨 일로....?”

칼츠 경의 목소리에 경계가 서렸다. 아, 정신을 차린 비올렛은 어떻게 된 사정인지 설명하려고 했으나. 신관 소년이 먼저 대답했다.

“이곳을 지나가다 시비에 휘말려 있어 데려왔습니다. 일행을 찾는다 하기에 같이 찾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로군요.”

사실  키가 조금 컸다 뿐이지, 신관 소년의 아름다운 얼굴은 미소를 짓는 것 만으로도 천사같아 경계심이 사르르 풀리는 마력이 있었다. 칼츠 경은 신관이 성녀를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한 듯 안심했다.

“그렇습니까?”

그 말에 그는 비올렛을 더 붙잡을 생각이 없어 보여 그는 칼츠 경 근처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했다.

“도움 너무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그가 사람좋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은 이 만남을 비밀로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어찌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신전과 적대관계라지만 에셀먼드가 혹여나 목이라도 자르면 어떡하란 말인가. 물론 요사이 에셀먼드는 친절했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그가 두려웠다.

신관 소년은 일부러인지 비올렛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채 칼츠경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사라졌다. 아, 그러고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비올렛은 어째서 인지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그가 이쪽으로 뛰어왔다. 칼츠 경이 깜짝 놀라 검을 뽑을려고 했다.

“아, 그런데 실례지만 여기서 신전으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하죠?”

“..........”

이 사람도 좀 바보같다. 떨떠름한 칼츠 경이 알려준 곳을 향해 느적느적 걸어가는 신관 소년을 보며 비올렛은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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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갔네요.. 내 배도.... 여기도......

코멘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쿡? 이런이런~ 또 발암을 유발하면 많이 달아주시려나?(거들먹 그리고 진짜 발암을 쓰다가 돌맞아 엉엉운다)

여러분 해산물은 조심히 먹어야해여......ㅎ.븍 저도 요즘 나이가 나이가 아닌가봐요

밀가루를 소화하지 못하네..(해산물에서 갑자기 밀가루로 넘어가는 일관성제로)

아 오타 지적해주신분들 너무 사랑합니다 ㅠㅠ 한번 걸러보고는 있는데

제가 사실 오타나 비문체크에 젬병이라서... 막 읽다보면 오타보다는 스토리에 빠지게 되어서

자꾸 제대로 체크하지를 못해여.... 본격 독자들과 만들어가는 신개념 소설....

항상 감사드립니다! 감사해여! 사랑해요! 대신 성실연재 할게요!!! 내사랑들!!!

아차! 제가 저번편 실수로 비올렛 성격부분 지적 코멘을 삭제해버리고 말았어요..

그거 일부러 삭제한게아니고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려다 삭제 버튼을 누르고 말아써여..  비올렛이 갑자기 똑똑하단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앤이 풀이해줄겁니다 ㅎ ㅠㅠㅠㅠㅠㅠ 일부러 그런게 아니니 너무 노여워하지마세요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오탈자 지적 코멘은 제가 보는 즉시 수정하고 삭제하고 있어요 아니면 저같은 빠가사리는

오탈자 코멘이 있다->고친다 (며칠후) 오탈자 코멘이있다->내가 고쳤나?->확인한다->???

무한루프라 삭제한답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또 다른 코멘은 제 기준 도를 넘는 코멘일 경우 삭제한답니다. 비록 공모전에 나가지만

즐겁자고 쓰는 글인데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싶지는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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