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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38화 (38/208)

00038  움트는 새싹  =========================================================================

“정말로 이렇게 하면 아무도 못알아 봐요? 오라버니는 첫째 도련님이시잖아요.”

비올렛이 불신을 담아 에셀먼드에게 물어보자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언제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이 나와 에이든의 얼굴을 기억하는게 쉽지는 않겠지.  그렇게 좁은 곳도 아니고. 외부인도 유입이 많이 되니.”

“........”

그렇구나. 하기사 에셀먼드가 허름한 옷을 입자 완벽한 도련님의 외모는 조금 준수한외모를 가진 평범해 보이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데에 익숙한 것일까.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녀는 더욱 더 불편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왜 손을 잡은지는 알만했다. 그는 비올렛을 불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손을 왜 잡아. 손을 잡아 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뚱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는 비올렛이었다.

“둘이 사이가 좋네.”

에이든이 킥킥거렸다. 비올렛은 에이든에게 화를 내고 싶었으나 자꾸 망토에 달린 모자가 시야를 가리는 통에 그녀는 포기하고야 말았다.

걸어서 바깥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섞여서 광장쪽으로 나가니 여러 노점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정말로 아무도 에셀먼드와 에이든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보지 못한게 아니라 시선 한줌조차 주지 않았다.

에르멘가르트 성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시인만큼 축제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비올렛 역시 꽃의 거리에 가게 된 후 몇번이고 도시에 온 적은 있었으나, 사실 젊은 여자들의 조합, 특히나 얼굴이 반반한 여성들의 조합은 꽃의 거리 사람들이라는게 금세 들통이 나, 치근덕 대는 남자들이나 욕설을 퍼붓는 여자들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비올렛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게 에셀먼드라는 것을 잊은 채 노점상 거리의 입구를 보았다. 이렇게 큰 곳은 처음이야.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이고, 거기 꼬마아가씨, 자, 여기, 여기, 이것좀 와서 봐봐.”

노점상의 노파가 손짓했다. 어, 어떻게 여자라는걸 알았지? 비올렛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가려 하자 손에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뒤를 보자 에셀먼드가 서 있었다. 히엑, 비올렛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에셀먼드가 조용히 말했다.

“몇 번이고 네 위치를 알려줬는데도 또 경솔하게 행동하는군.”

“.......죄송해요.”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래, 이미 에셀먼드가 옆에 있는 이상 축제를 즐기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구경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그때였다.

“어이, 거기 잘생긴 총각! 총각 그러지 말고 여동생좀 데리고 이쪽으로 와봐! 축제인데도 이럴 거야? 저 봐, 남동생은 벌써 저기에 있는데, 여동생 예쁜건 알겠는데 너무 싸고  도는건 좋지 않다고!”

반대쪽 노점상 아저씨가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와하하 웃었다. 비올렛은 그것이 너무 신기했다. 다른 쪽에서도 여기로 와! 어이, 오빠님! 이라고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에셀먼드가 이곳의 후계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누구도 그런 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님과 마을에서 살았을 때 그녀는 이곳에 한번도 온 적이 없었고 꽃의 거리에서 살았을 때는 이런 곳은 그녀를 배척했다. 그리하여 비올렛은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신기했다. 그저 에셀먼드가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 아우성 치고 있었다. 문득 저 상인들의 호의적인 얼굴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에셀먼드가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결국엔 갈거면서. 비올렛은 반항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맨 처음 그녀를 불렀던 노파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자세히 보니 어린 총각이구먼. 여동생 맞지? 턱 선만 보면 안다니까.”

“그렇습니다.”

남을 하대할 것으로 보이는 에셀먼드는 예상 외로 너무 쉽게 그들에게 존대했다.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비올렛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를 쓰고는 했다.

“어이고 예쁜 여동생 얼굴은 왜 그리 가려놨누?”

“얼굴에 큰 상처가 있어 혹여나 사람들 보는 눈에 혹여 상처받게 될까 그렇습니다.”

와, 거짓말도 잘한다. 비올렛은 속으로 꽁알거렸다. 노파가 쯧쯧, 혀를 차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호기심어린 시선은 두건 내의 상처를 찾아보려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을 숨겼다. 그것이 노파의 동정심을 자극한 듯 했다.

“어이구, 어린 나이에 안 됐구먼. 얘야, 이거 받아라.”

노파가 뒤적뒤적이더니 조그마한 팔찌를 주었다. 한눈에 봐도 푸른 돌을 엮어 만든 팔찌는 그닥 예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었다. 덕분에 비올렛은 에셀먼드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노파는 친절하게 손목에 그것을 둘러주었다.

“와, 감사합니다.”

가느다란 팔목에 매여진 팔찌는 헐렁했지만 비올렛은 미소를지었다. 그 바람에 저녁에 다 시들어가던 꽃을 파는 어느 소녀의 꽃이 생생하게 다시 피어났다.

“이리와서 하나 골라.”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은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인심좋게 여동생에게 팔찌를 준 노파를 외면할 수 없는 듯 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살려달라는 노파는 죽였으면서, 이런데에 온정을 베풀다니 말이었다.

비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떤게 비싸지 않은지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새하얀 돌에 푸른빛을 희미하게 머금은 돌을 세공한 듯한 은목걸이가 보였다.

“아이고, 보는 눈이 있구먼. 월장석을 세공해서 만든 거란다. 애야, 네 피부가 희고 고와서 아주 잘 어울리겠구나.”

할머니가 웃었다. 가격같은 것도 물어보지도 않고 에셀먼드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그는 금화를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에드의 팔목을 덥썩 잡았다.

“금화를 주면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길 거예요.”

“수상하게 여긴다고?”

그가 물었다. 비올렛은 자동적으로 에셀먼드의 손을 붙잡았지만, 아 설마 에셀먼드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는건가. 무슨 생각이 있는건가 혼란스러웠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하, 할머니가 거스름돈을 거슬러주시지 못할거에요.”

“거스름돈?”

비올렛은 예상외의 대답에 뭐라고 말도하지 못하고 입을 뻐금거렸다. 거스름돈?이라니 뭐인가. 그 처음듣는 단어를 말하는 사람의 반응은.

금화는 한번도 만져볼 수가 없었던 비올렛으로서는 금화가 엄청 큰 단위였다. 금화 네 개면 평민들의 1년치 생활비였다. 그걸 다짜고짜 낸다면 어떻게 한단말인가. 게다가 뭔가, 거스름돈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 것 같은 말투는. 옷은 그럴듯하게 입었는데 정말로 평민인척 한게 맞긴 한걸까?

“저기  할머니 이게 얼마죠?”

“동화 다섯 닢이야. 네가 고른거니 특별히 싸게 주는 거란다.”

동화 100개가 은화 1개이며 은화 100개가 금화 1개이다. 그것을 감안해서 이 금화 하나만 내면 여기 있는것을 전부 다 살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모두의 주목을 받은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굳이 평민분장까지 해놓고서 왜 정체를 드러내려고 하는건지 이해가 안가 벌인 행동이었고 그녀는 솔직히 에셀먼드를 막은 것을 후회했다.

“평소에 돌아다녔을 때는 어떻게 했어요?”

“그때는 수행원이나 동료 기사들이 알아서 하곤 했다.”

“도련, 아니 오라버니는요? 이 곳에서 물건을 사본적이 있어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말에 비올렛은 이 사람이, 아니 그 역시도 아주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번이 처음이라니.

“뭐가 문제지?”

“.........”

그래, 사실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에셀먼드의 개념이 문제였다. 비올렛은 저 사람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있는 사실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지금 이 행동을 에셀먼드가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없이 벌이는 멍청한 행동이었다는 것도.

“주머니 좀 주세요.”

분명 이것도 시종이 준비해 준 것이겠지. 에셀먼드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예상과는 다르게 에셀먼드는 쉽사리 주머니에 손을 놓았고,  비올렛은 작은 손으로 짤랑이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다행히도  시종은 거스름돈이라는 것이 뭔지는 알았는지 은화와 동화가 다행히 몇개 있었다. 비올렛은 돈을 짤짤 털어서 겨우 동화 다섯개를 냈다.

“어이고 오빠가 형편도 안좋은데  고생하구면. 내가 동화 세개만 받을게.”

주머니를 자꾸 뒤적뒤적 거리는 것을 혀를 차며 본 노파는  그것이 가여웠는지 동화 다섯닢짜리 목걸이를 세닢에 팔았다. 에셀먼드가 뭔가 억울한 듯 주머니를 꼭 잡고 돈을 꺼내려고 했다. 금화였다. 아 진짜! 비올렛은 그걸 모른척 주머니를 꼭 쥐었다.

“어, 에이든이 저기있어요!”

내가 정신 차려야돼. 여기서 금전개념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돼. 에이든은 물론 저 사람도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비올렛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일방적으로 잡은 형태였다면, 비올렛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정신, 차려야 해! 여기서 믿을 건 자신밖에 없다. 나머지는 지리만 알지 거스름돈도 모르는 나으리들 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되뇌고 또 되뇌었다.

“뭐야 뭐야 그 걸음걸이는?”

에이든이 물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여기서 믿을건 나밖에 없다는 비올렛은 정말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꼭 기사같잖아 와하하!”

에이든은 여기가 익숙한지 비올렛이 씨름하는 동안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에셀먼드는 에이든에게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거스름돈.”

그때 에셀먼드가 말했다. 비올렛이 에셀먼드를 올려다보자 에이든이 말했다.

“응? 거스름돈이 왜?”

에이든이 물었다.

“너는 알고 있었던건가?”

“돈을 냈으면 당연히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

그녀는 머릿속의 생각을 수정했다. 아, 여기서 거스름돈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은 에셀먼드밖에 없었다. 바보. 비올렛이 생각했다.

*

거스름돈의 충격을 어느정도 회복한 비올렛은 (이번에는 에이든이 충격에 빠진 듯 했지만) 다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사이좋은 3남매로 보이는 그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들은 많았고, 에셀먼드는 생각 외로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는데 비올렛은 그 대화를 들으면서 물가가 어떤지, 요새 큰 일은 없는지, 옆집 돼지 아롱이가 새끼를 낳았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비올렛은 왜 그가 굳이 이런 분장을 하고 녹아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평민 분장을 하고 숨어들었다던 동화속 왕자님 처럼. 그러나 도련님은 비올렛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정말 어디 도망가지는 않을 건데. 그때였다. 말들이 히힝,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모르게 급박해 보이는 말울음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비올렛이었고, 그 다음은 에셀먼드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파를 거슬러 바깥으로 나갔는데 영문을 모르는 에이든만이 뭔데, 뭐야, 라고 물어보았다. 날카로운 말의 울림에 비올렛은 어쩐지 불안해졌다.

“에르멘가르트 경!”

그들이 다가왔다. 비올렛은 검을 든 그들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에셀먼드의 뒤로 숨었다.

“찾는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입니다.”

“무슨 일인가, 칼츠 경?”

“비상상황입니다.”

기사가 에셀먼드에게 속닥였다. 에셀먼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비올렛에게 머무르다 사라졌다. 비올렛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 설마 돌아가야 하는건가? 아직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조금 있으면 불쇼가 시작된다고 아주머니가 말씀해주셨는데. 에이든이 말했다.

“우린 돌아가야해?”

“아니.”

웬일인지 에셀먼드는 에이든에게 그렇게 대답하며 말했다.

“부탁한다.”

에셀먼드가 그렇게 말하며 칼츠 경이 타고 온 말에 올랐다. 젊은 기사도 물음표를 띄웠다.

“잠깐만요, 혹시?”

“그래.”

그가 말하며 말을 탔다. 뒤에 따른 남자들이 수고해 칼츠 경, 조금만 돌다 와! 라고 말하며 에셀먼드를 뒤따라 사라졌다. 비올렛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사를 힐끔 바라보았다. 에이든이 말했다.

“오, 가자 칼츠 경.”

“애보기라니...”

그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그가 두건을 쓴 비올렛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가 헙, 하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혹시 실례지만 서, 성녀님이십니까...?”

“네.”

“예를 취하지 못하는 무, 무례를 용서 하십시오.”

어쩐지 긴장한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보며 비올렛은 손을 내밀었다.

“손, 잡으라고요?”

“오라버니가 저는 도망갈지도 모르니 제 손을 꼭 잡으셨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황송하다는 듯 손을 잡으려는 찰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와, 불쇼다!”

축제의 백미인 불쇼가 시작이 되었다. 비올렛이 밝은 불쪽으로 몸을 트는 순간 사람들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손도 잡지 못했는데, 비올렛의 자그마한 몸은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들로 인해 섞이고야 말았다. 어, 어어 ,어어어어! 비올렛은 그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칼츠 경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좋아지고 세상이 밝아지는데

지금 저는 배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지진이나고... 홍수가 나겠네요 ^^... 일단 이것만 올리고 얼른다녀오께여..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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