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37화 (37/208)

00037  움트는 새싹  =========================================================================

“세상에나, 아가씨!”

앤이 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비올렛을 껴안았다. 비올렛은 아직도 무서워서 달달 떨고 있었다. 아직도 머리가 하얗게 달아올랐다. 백작 부인을 때리겠다고, 허리를 숙이라고 했다니.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잘하셨어요, 잘했어요. 마무리 까지 완벽했어요.”

비올렛은 그 말에 대답대신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앤은 서랍을 뒤적이더니 약을 가져와 아나블라가 낸 볼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손톱도 길기도 하지. 뺨은 또 왜 때렸담? 앤이 비아냥거렸다.

“앤, 왜 그랬어.”

“성에 혼자 남겨질 아가씨가 너무 가여웠는걸요. 자기가 제일 먼저 등을 날릴거라고 불을 붙였는데, 하늘에 떠 있는 등을 보고 혼자 방방 뛸 때 웃겨서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도시의 한 가운데 마련된 단상 위에 서있었다고 했다. 영지민들은 그들의 둘째 도련님이 어서 풍등을 날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때가 되자 귀여운척, 순진한척(앤의 묘사에 따르면) 하던 아나블라가 거만한 얼굴로 풍등을 다니엘과 날려보내려 했을때, 그들은 이미 하늘에 떠 있는 풍등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불경한 짓을 저지른 자가 누구일까, 수군거리는 동안 풍등에 크게 새겨진 문양을 발견한 호위 기사가 ‘신의 문장입니다, 성녀님이십니다!’라고 소리를 쳤는데 얼마나 감격에 찬 목소리였는지 앤은 그가 우는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그 말에 탄성을 지르며 일제히 떠오르는 풍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후작 가의 문양이 찍혀진 등 하나가 더 날아오자 사람들은 그것이 첫째 도련님, 에셀먼드가 날려보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앤 역시 비올렛과 에셀먼드의 풍등을 보며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고 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애녹시 글로리가 성녀가 날려보낸 풍등으로 시작이 되었다. 그것이 어떤 상징이든, 성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상서로운 징조라고 떠들어댔다고 한다. 그들 사이의 고단한 한 해에 대한 희망이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아나블라와 다니엘에게 신경을 쓴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영지민들은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하늘에 떠있는 등을 따라 자신들의 풍등을 날려보냈고, 가장 먼저 등을 띄워 주목을 받고싶어 하던 아나블라의 얼굴은 (그 못난 드레스와 함께) 처참하게 일그러졌다고 한다. 아나블라를 두고 바로 옆에 인접한 다른 백작가의 영지를 방문했던 백작 부인은, 돌아오자 마자 딸의 형편없는 차림새에 놀라 딸을 나무랐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선망이 아닌 비웃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나블라는 너무 분해서 울음을 터트린채 재빨리 성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게다가 아가씨, 마지막에 농담이라고 했을때. 정말 그 때, 사람들의 얼굴을 봤어야 했다니까요?”

“그건 그 여자애를 따라한거야. 그 애가 나한테 그랬거든.”

그 말에 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냥 마지막에 아나블라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어서 그녀가 했던 방식 그대로를 했던 것 뿐이다.

“만약 아나블라 아가씨께서 울었는데도 정말로 백작 부인의 뺨이라도 내려쳤다면 아가씨는 정말로 크게 비난받았을 거에요. 물론 그 누구도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에요. 뭐 사실 그대로 때렸더라도 재밌었겠지만.”

앤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웃는 것이었다.

“앤은 백작 영애를 싫어해?”

그녀의 물음에 앤이 말했다.

“전 아나블라 아가씨는 원래부터 별로 안 좋아했어요. 글쎄, 그 에드 도련님도 아나블라 아가씨가 올 때면 일부러 도망을 간다니까요?”

에셀먼드가? 그 무뚝뚝해 보이는, 누군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진짜로?

“설마 시찰을 나가신것도 그래서 그런건 아니겠지?”

“글쎄요?”

앤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라는 인물이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자신이 느낀 감정에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칼을 들어 노인과 여자를 죽이던 그를 기억한다.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를 보면 본능적으로 드는 공포심을 가리고 보자면, 아니, 비올렛의 감정을 우선하자면 그는 비올렛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죽지는 않았어도 낯선 이교도의 땅에 끌려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는 노릇이었다. 일례로 전설로 보았던 인신공양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두려움에 필사적으로 힌트를 남겼고, 에셀먼드는 그것을  발견해 따라와 주었다. 도움을 주지 않겠노라 말하며 도움을 주었다. 비올렛에게 나쁜 사람은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이었고, 에셀먼드는 그런 관념을 깨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쁜 사람은 끝까지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 앤.”

비올렛의 중얼거림에 앤이 미소를 지었다.

“착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악한일수도 있고, 악한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착할수도 있어요. 세상은 꼭 절대적으로, 그러니까 끝까지 나쁜 사람만 있는게 아니고 끝까지 착한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요.”

“.........”

앤은 어려운 설명을 쉽게 말하려고 애썼다. 그 착한 토미가 사실은 그 소중하다던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녀를 팔아넘겼던 것 처럼, 언제나 두려운 에셀먼드가 그녀를 구해주었던 것 처럼. 그렇게. 비올렛은 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다시는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거야.”

비올렛은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침대에 무방비하게 누웠다. 이전의 기백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사실 그것도 사실 덜덜 떨면서 했으니, 그녀는 별로 바뀐건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해요? 다들 놀랐다고요, 우리 아가씨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셨는 줄은 몰랐어요.”

“그거야, 앤이 없어서 매일매일 책만 읽었으니까.”

“어머나, 그렇다면 저는 아나블라 아가씨께 또 가야겠네요.”

그러자 비올렛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앤을 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못마땅해 보인 비올렛은 아랫입술을 톡 내밀고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가 겨우 말했다.

“안 돼, 앤은 가면 안 돼.”

“.........”

“앤이 없으면 그렇게 못할거야 정말이야.”

앤은 그 말을 멍하게 듣고 있었다. 처음으로 비올렛이 내보낸 소유욕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대상이 자신이라는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저는 계속 아가씨 곁에 있어야겠군요.”

끄덕끄덕, 비올렛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앤의 얼굴에는 따스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

아나블라와 백작 부인은 바로 그 다음날 황급히 떠났다. 백작 부인은 마지막까지도 비올렛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비올렛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무튼 그녀들은 비올렛에게 깍듯했으며 비올렛은 무릎을 굽히는 그녀들을 막아서지는 않았다. 그녀들이 가니 왠지 안심이었다. 홀가분한 느낌에 비올렛은 그동안 입었던 무거운 털옷을 벗어버렸다.

“이제 곧 다시 수도로 가겠네요.‘

“응.”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녹시 글로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애녹시 글로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 영지를 떠나버린 하드퍼드 모녀를 떠올리며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 여기 봄꽃이라도 피워볼까?”

비올렛이 물었다. 앤은 글쎄, 에드 도련님께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어차피 허락도 안해줄텐데 뭐.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렛은 (이제는 버릇처럼) 그녀를 찾아온 에이든과 대화했다. 눈치가 없는 구석이 있어도 에이든은 기본적으로 쾌활한 성격이었는데, 요사이 에드 형에게서 검술을 배운다며 즐거워 하고는 했다. 오늘은 어떤 검을 배웠는지 설명하던 에이든이 말했다.

“아 맞다. 우리 저녁에 구경나가자!”

“구경?”

비올렛이 물었다. 축제 기간이라 상인들이 많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비올렛에게 허용이 되는 걸까. 그녀는 시무룩하게 생각에 잠겼다.

“갈수 있어! 나만 믿으라니까!”

“다니엘은 믿어도 에이든, 너는 못 믿어.”

비올렛이 투덜거렸다. 에이든은 그 말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야, 두고봐!”

“하지 마!”

어쩐지 에이든의 승부욕을 돋운 것 같다. 분명 그녀의 선택을 철없다고 하며 타박할 것이다. 동시에 사실은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방을 나가 에이든을 쫓았다.

“거기 서, 멈추라니까.”

비올렛이 소리쳤다. 하지만 에이든은 체력을 단련하는 이답게,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상대적으로 치마를 입고 있는 비올렛의 걸음은 당연히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어디로 간거야, 초조하게 헤매다가 마침 다니엘이 보였다. 그는 비올렛을 보고 잠시 멈춰섰다.

“다니엘, 첫째 오라버니 집무실이 어디야?”

“오라버니?”

다니엘이 되물었다. 그러다가 그는 하하, 하고 웃었는데,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말투였다. 비올렛이 얼굴에 물음표를 하는 순간 다니엘은 표정을 굳혔다.

“다니엘?”

어쩐지 불안해져 비올렛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갑자기 다니엘이 다시 웃었다. 천사처럼 웃는 얼굴을 보며 그녀는 안심했다.

“어떤 일로 형을 찾는데?”

“아, 축제를 구경하러 가는데, 허락 맡고싶어서.”

“그래?”

다니엘이 말했다. 그는 최대한 비올렛을 실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알잖아, 형은........”

“야, 형이 허락해 줬어!”

다니엘이 무어라고 말하려고 하자, 비올렛은 깜짝 놀랐다. 다니엘 역시도 놀란 표정이었다. 비올렛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진짜? 정말이야?”

“어, 진짜! 모르겠으면 가보던지. 집무실에 있어!”

그녀는 너무기뻐 활짝 웃었다.

“잘 됐네, 비올렛.”

다니엘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어조는 어딘지 모르게 싸늘했다. 비올렛은 이런데에 민감한 편이었고, 그녀는 다니엘이 자신에게 화가 난 건가 생각했다.

“나는 별로 이런데 흥미가 없어서 말이야.”

다니엘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왜그러지?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쿵 뛰었다. 그러나 확인을 하는게 먼저였으므로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있다는 집무실에 갔다. 예법에 있던대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에셀먼드는 붉은 빛이 도는 나무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어제의 허름한 옷 차림이 아닌 말끔한 옷차림이었다. 무척이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녀는 차마 축제에 관한걸 물어보러 왔다는 것을 말할수가 없었다. 분명 그녀의 나이보다 다섯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도 도련님은 도련님이었나보다.  그녀는 에셀먼드에게 아주 잠시동안 친근감을 느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며 뒷걸음을 치자 에셀먼드가 말했다.

“용건이 있어 들어 왔다면 용건을 말해야 하는게 예의 아닌가.”

그말에 그녀의 입이 삐쭉였다. 그렇게 따지면 비올렛이 오는 시점에서 에셀먼드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인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으므로, 그녀는 그것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에셀먼드의 깊은 바닷빛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에이든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녀는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걸까. 정말로? 그녀는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하며 그 일에 대해 화제를 꺼내려 할 때였다.

“축제에 간다는거?”

너무나 쉽게 말을 꺼내자 비올렛이 외려 더 놀랐다. 그녀는 두 눈을 깜빡였다

“정말 가도 돼요?”

“그래,”

“정말요?”

정말 믿겨지지 않아서, 다시 물어보자 에셀먼드가 말하는 것이었다.

“별로 가고싶지 않은건가?”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요 천만에요.”

와, 정말이었어. 그녀의 두 뺨이 밝게 달아올랐다. 에셀먼드의 시선이 아직도 그녀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자 그녀는 깜짝 놀라서 달아나듯 그의 방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심장이 쉴새없이 뛰었다. 진짜구나, 와, 정말로 나가도 된다 했구나. 그녀는 그렇게 즐겁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 뿐이었다.

비올렛도 물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가는 길에 당연하게 호위기사 몇몇 정도는 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 상관없겠거니 생각했던 것도 있겠다. 하지만 호위기사는 없었으며 그 대신에 에이든과 옆에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

비올렛은 그 남자를 올려보았다. 남자는 그녀에게 시선한줌도 주지 않고 말하는 것이었다.

“출발한다.”

앤이 손을 흔들었다. 비올렛은 도움을 청하려는 듯 앤을 보았으나 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잘다녀오세요, 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머리를 질끈 묶어 망토로 얼굴을 가려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에셀먼드 역시 일부러 안좋은 옷을 골라 입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도 저런 종류의 옷을 입은 듯 했다. 에이든역시 그러했다. 그들의 옷차림은 평민과도 같았다.

이렇게 셋이 나간다는 말일까? 정말 이차림으로? 이런 구성으로? 비올렛은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고싶은 마음 반, 또 간다고 해놓고선 안간다고 할 시에 치러야할 뒷감당이 무서워 말없이 따랐다.

============================ 작품 후기 ============================

본격 서민_코스프레_.TXT  소설이 딱딱하다고 여기시는 것같아서 참고로 저는 개그도 좋아합니다.~_~ 비올렛의 시점에서만 전개되다 보니 비올렛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하느라 개그가 잘 나오지 않아서 슬퍼요 ㅠㅠㅠ

여러분, 드디어 체자레가 나올 시간이 가까워졌어요 꺄햐!! 라고하지만 일단 여러분들은 며칠후에 보시겠지....ㅋ... 왜냐면 이건 비축분에서 나오니까...

회원비회원 추천추천!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죠아져요~세상이 밝아져요!!

저 대청자 맞아요.. 어 작품후기에도 많이 언급했는뎅..ㅠㅠㅠ 왜 안읽어주시지...

지금은 대도님의 텀오일 방송 보고 있습니다...망하는 대수르를 보는 재미도있네요.

공모전 끝나면 저거 사서 해보려구요 ㅋㅋㅋ

내일이 찜통더위래요 우리 독자님들 건강 조심하셔야 하는거알져...? 당연하지만 그래도

자기몸 챙기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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