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움트는 새싹 =========================================================================
“비올렛.”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왠지 이름을 불렸을 뿐인데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커다란 살짝 잡힌 손이 불편했으나 빼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가장 사납다는 흑마를 데려왔다. 오랜만에 보는 그 말은 비올렛에게 왜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다. 비올렛이 그 말에게 손을 뻗어 그를 달래며 또 올거라고 속삭이자 말은 얌전해 졌다. 에셀먼드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를 말에 태웠다.
“어디로 가는 거에요?”
말에 탄 그녀가 겁에 질려 물었다. 어영부영 따라가기는 했지만 행선지가 어딘지 모르니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지는 해가 점차 짙은 황금색으로 물드는 것을 바라본 에셀먼드가 대답없이 말에 탔다. 그가 뒤에 오르자 묵직한 느낌과 함께 온기가 전해져왔다.
아나블라의 일로 설마 그녀를 탓하려는게 아닐까. 설마 그녀를 어디 멀리 버리려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 예상이 맞을 법도 한게, 그가 간 곳은 성의 정문이 아닌 뒷문이었다.
이십여분 정도 말이 가볍게 달리자 그녀의 앞에 산의 입구가 보였다. 말은 그 험한 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갔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그가 멈추었다. 그리고 말에서 훌쩍 뛰어내린 그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말에 탄 그녀를 올려다 보는 그의 눈빛이 주홍색 노을을 담았다. 비올렛은 그의 손을 잡고 내려왔다. 에셀먼드는 그녀를 내려놓고서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는데, 비올렛은 다시 잡힌 손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불편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그가 말했다. 정말 어디를 가려는 걸까. 물어봐도 어차피 답도 안해줄게 뻔했다. 길은 점점 험해졌는데, 비록 평상복이긴 했으나 그녀는 치렁치렁 긴 치마를 입었고, 산에 오르기에 적합한 신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몇번이고 돌이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그러자 에셀먼드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더니, 그녀의 허리로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올렸다.
“.......아!”
“왜, 이번에도 도련님에게 안기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인가?”
그가 말했다. 설마 농담하는 걸까. 비올렛이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전처럼 짐짝같이 그녀를 안은게 아니라 두 팔로 얌전하게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녀가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어쩐지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에셀먼드는 그녀를 두 팔에 안아도 힘든 기색이 없이 가볍게 돌길을 올랐다. 오분 정도 험한 길을 걸어 좁은 나무길이 나오자 그는 비올렛을 내려주었다. 이때는 걷기가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비좁은 나무들을 적당히 벌려서 낑낑대며 벗어나자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그것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헐벗은 듯 빈 공터였으나, 비올렛은 이곳에 여러 생명이 싹이 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 겨울을 벗어난 황량한 대지에 봄을 상징하는 초록의 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왜 이곳은 나무들이 자라지 않은 것일까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항상 여기서 검을 연습하곤 했었다.”
그가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자잘한 나무 밑동이 보였다. 아마, 이곳은 자그마한 공터였으나, 그가 연습하면서 베어지고 썰어졌으리라. 그는 비올렛을 나무 밑동 에 데려다놓은뒤 잔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웠다. 그것은 전혀 귀족적인 몸짓이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은 몸짓이라 비올렛은 그가 낯설었다.
그리고 그는 짐에서 그것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풍등이었다. 해는 어느새 지고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등에 불을 붙였다. 납작한 등이 불꽃의 바람에 원통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는 그녀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아, 그래. 이걸 하자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구나. 비올렛은 그가 내민 등불을 받아들였다. 등불에는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성흔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
이제 영주가 풍등을 띄우면 그것을 따라 띄운다. 하늘에 떠 있는 등불 사이에서는 서열은 없었지만 누가 먼저 띄우냐의 서열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 신성하고 지엄한 의식의 시작은 반드시 이 땅을 통치하는 영주여야만 했다. 여기서 다니엘이 풍등을 띄우는 것을 기다리는 걸까.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에셀먼드가 그녀의 손을 잡아 잡고있던 그녀의 풍등을 띄웠다. 아직 어둑한 하늘에 수놓은 등불은 없었으므로, 비올렛의 등이 하늘을 두둥실 날아올랐다. 성흔의 모양을 새긴 풍등이 천천히 올라갔다.
“어, 아직!”
그녀가 당황해서 말했다. 혹여 누군가 실수로라도 이것을 먼저 올린다면 그 사람은 당연하겠지만 크나큰 벌을 받았다. 그러나 등은 그녀의 손을 떠난지 오래였다. 에셀먼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당황해 하는 비올렛을 보며 말했다.
“뭔가 크게 잘못생각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어디 있든 간에, 여기 이 영지에서 풍등을 먼저 올릴 수 있는 것은 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나지.”
그렇게 말하며 에셀먼드가 자신의 등을 띄웠다. 그가 띄운 등에는 에르멘가르트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아. 그래, 그랬다. 에셀먼드는 후작이 없는 이상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디있든지 이 등을 먼저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성녀인 자신은 왕과 교황과 대등한 지위니, 그의 말이 맞았다. 그녀와 그의 등이 사이좋게 하늘로 날아 올랐다.
그리고 비올렛은 왜 그가 이곳에 데려왔는지 깨달았다. 갑자기 온 땅이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에셀먼드를 바라보고 있던 비올렛은 그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물들자 그저 노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고 땅 너머로 얼핏 보이는 풍경에 그녀는 깜짝 놀라 그곳으로 달려갔다. 공터는 아찔한 낭떠러지였다. 그리고 그곳은 에르멘가르트 후작 령의 커다란 도시가 눈앞에 내려다 보였다.
벌써 그녀의 시야만큼 떠있는 몇개의 풍등이 보였다. 영지를 보자 붉은 물감에 서서히 물이 들듯 반짝이는 빛들이 깜빡이더니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개의 모양을 지닌 풍등이 떠올랐다. 이곳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날아가는 풍등들을 가장 근처에서 볼 수 있었다.
비올렛은 넋을 잃고 그 장관을 바라보았다. 비올렛은 단 한번도 높은곳에서 아래를 내려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올려다 본 기억만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떠오른 풍등들을 다시 올려다 볼 수 있었다. 그녀와 그가 먼저 날려보낸 풍등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도록 높이, 더 높이 치솟았다.
“아!”
후작 가의 문양이 새겨진 풍등, 그러니까 에셀먼드가 날려보냈던 풍등이 비올렛의 등불때문에 불이 붙어버렸다. 비올렛은 당황했으나 어느새 그녀의 등 뒤에 다가와 그것을 보고 있던 에셀먼드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가장 먼저 등을 날려보낼 거라고 의기양양해하던 아나블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쯤 얼마나 분해할지, 그 얼굴을 생각하자 왠지 우스워졌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모든게 작아보였다.
“나의 권한은 아버지, 에르멘가르트 후작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 생일을 공식적으로 축하함으로서, 너를 이곳 사람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녀가 물끄러미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생일 파티를 여는게 공식적으로 '이곳' 사람이라고 하다니?
“동시에, 너는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 지금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에셀먼드는 말했다. 하늘에 두둥실 떠오르는 풍등들을 바라보며.
“나는 널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
“네 것은 네 스스로 되찾아.”
그 말이 무슨 의미인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그 말 하나 하나가 가슴에 스며들었다. 위로일까, 격려일까, 충고일까, 아니면 꾸중일까. 비올렛은 그것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등불은하늘을 꽉 채워 수놓았다. 비올렛은 계속해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살풋 바람이 불었다. 황량했던 산에는 익숙하면서도 또 낯선 내음이 났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숨을 흡, 하고 들이마쉬었다. 어느새 공터는 무성하게 자란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에셀먼드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것을 보았다. 산에 피는 들꽃처럼 소박한, 제비꽃.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 하늘을 가득채운 등불처럼, 그들이 딛고 선 땅을 가득 채운 채로.
*
에셀먼드와 같이 영지를 내려오자 에셀먼드를 맞이하는 시종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백작 부인과 아나블라가 돌아왔다. 다니엘과 에이든역시 보였다. 다니엘과 에이든은 멋진 의복을 입었으나, 어째서인지 아나블라는 별로 보는 눈이 없는 비올렛이 보기에도 이상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보라색과 노란색이 섞인 옷이었는데, 색 배합도 그렇고, 모양도 항아리같은게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아나블라는 씩씩거렸다. 백작 부인역시 분노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백작부인이 오자마자 비올렛을 향해 거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하녀를 시켜 애 옷을 이런옷을 입혀요!”
그녀가 에이든을 바라보자 에이든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나블라의 두 눈에는 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비올렛은 황당했다.
“분명 수도에서 유행하는 옷이라고........”
“이게요? 정말요?”
비올렛의 악의 없는 물음에 아나블라는 숨이 넘어갈듯 씩씩댔는데, 결국 에이든이 못참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웃음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아이고 웃겨라!”
“에이든.”
다니엘이 말렸다. 백작부인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성녀님이 시키신거죠? 그렇죠?”
“저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비올렛이 말했다. 정말이었다. 그녀는 앤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앤을 보니 앤은 새침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비올렛은 앤이 정말 어지간히 화가 났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쩐지 마음이 따스해졌다. 앤이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에요, 앙드레 봉 선생님 작품의 드레스에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죠. 아 물론 아나블라 아가씨는 충분히 그걸 소화할만큼 사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앤이 꼬박꼬박 말하자 백작부인은 분기를 참지 못했다.
“에드, 이게 무슨 일이니, 이걸 보렴. 아무리 지체높은 성녀님이라고 하시지만 이런 뒷공작을 꾸미다니, 아나블라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겠니? 인형을 빼앗지를 않나, 에이든을 시켜서 괴롭히지를 않나. 하녀를 시켜 골탕을 먹이지를 않나. 애나를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아니?”
“.........”
에셀먼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에이든을 바라보자 에이든이 억울한 듯 소리쳤다.
“아, 아니라니까! 내가 괴롭힌건 맞는데 얘는 아무짓도 안했다고!”
그리고 앤 역시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이 여러 드레스를 보여주면서 이 드레스가 앙드레 봉 선생님의 드레스라는걸 말씀 드렸어요, 선택한 것은 아가씨에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분명히 설명 드렸어요. 그리고 인형은 아가씨가 빼앗은게 아니에요. 후작님이 주신 인형도 못만지는 아가씨가 그걸 왜 뺏어가겠나요 아참, 혹시나 모르신것 같아 그러는데, 아가씨는 후작님께 선물받아 수도의 인형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인형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런 인형은 조금... 촌스러운 디자인이긴 해요. 아마 아가씨가 인형을 봤다면 그런 디자인 때문에 그랬겠죠?”
앤이 에셀먼드를 보며 말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앤은 에셀먼드에게 당돌한 면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에셀먼드도 그녀를 대하는데에는 뭔가 스스럼이 없었다. 비올렛은 이때다 싶어 말하는 앤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인형이 많지는 않은데, 그리고 딱히 촌스럽다고 생각한 기억은 없다. 앤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막, 차를 뜨거운걸 줬어.”
“저는 식혀먹으라고 말 했어요. 아가씨가 언제나 아가씨네 하녀들과 비올렛 아가씨에 대해 수다를 떠느라 차를 늦게 마셔서 배려한 것 뿐이에요.”
“세숫물은 차가운걸 가져왔는걸?”
“그거야, 성녀님께서도 언제나 그런 물을 쓰셔요, 설마 성녀님보다 더 대우받길 원하신건 아니겠죠?”
또 거짓말이다. 비올렛은 생각했다. 앤은 사려깊게 언제나 미지근한 물을 갖다주었고 적절한 온도의 물은 그녀의 잠을 깨우곤 했다. 게다가 앤은 절대 차 온도를 못맞추는 법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비올렛은 언제나 차를 마시는데 뜨거워 거슬린 적이 없었다.
“간식 같은것도 안갖다 주었잖아.”
“어머, 제가 말했을 텐데요. 우리 주방장은 간식같은걸 잘 만들지 못해서, 아가씨의 입맛에 맞출 수 없다고. 게다가 백작부인 께서도 너무 단것만 주라고 하지 않으셨잖아요.”
저 말만 들어도 앤이 어떠했는지 상상이 갔다.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앤이 어찌나 얄미웠는지 아나블라가 씩씩대며 눈에 불을 뿜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앤은 다니엘보다 키가 컸다.
“너, 고개숙여.”
아나블라가 말했다. 앤은 당연하게 그 명령을 따라 허리를 숙였다. 에셀먼드와 에이든, 다니엘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다들 저걸 지켜보고 있는걸까. 비올렛은 생각했다. 아, 그래, 그녀가 하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앤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앤은 그냥 하녀가 아니다. 그녀의 친구인걸, 그래서 뺨을 때릴때 그녀는 앤에게로 뛰어갔고, 결과적으로 아나블라의 손은 비올렛의 뺨을 스쳤다. 아나블라의 긴 손톱에 긁힌건지 볼이 따끔했다.
“뭐예요, 성녀님.”
아나블라가 노골적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비올렛 역시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앤이 맞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멋대로 몸이 나갔다. 이젠 어떻게 할 것인가. 비올렛의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앤은 잘못하지 않았다. 잘못은 그녀, 아나블라에게 있었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성녀님이 대신 맞기라도 할 거에요? 아니면 비슷한 신분이라서 동정심이라도 들었나?”
에셀먼드의 묵인 하에 아나블라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아가씨, 왜.”
앤이 물었다. 막상 일을 저질렀으니 너무나 두려웠다. 뒤로 고개를 돌리니 에셀먼드가 가만히 서 있었다. 떠나지 않는 것은, 일단은 이것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이었다.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결코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내 것은 내 스스로 찾으라고 했다. 에셀먼드가 했던 행위는 상징적이였지만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은채 높다고만 하는 모호한 권리를 풍등을 먼저 올려보냄으로서 그녀에게 와닿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아나블라의 태생이 고귀하더라도 아나블라는 비올렛보다 풍등을 늦게 날려야 하는 그녀보다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비올렛은 다시 앞을 보았다. 아나블라의 밉살스런 얼굴이 보였다. 풍등을 먼저 올려보내지 않았다면 옛날의 비올렛도, 불과 어제까지의 비올렛도 이 귀족 아가씨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제 하녀를 때리는 것은 그만두세요, 백작 영애.”
“감히 귀족의 말에 꼬박 꼬박 말대답을 했어요. 그렇다면 그에 마땅한 벌을 줘야죠. 그런걸 모르시는건가요?”
대놓고 무시하며 비아냥거려도 비올렛의 얼굴 표정에는 한점의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당신의 말에 대답한 것 뿐이에요.”
“고작 하녀 따위를 감싸다니. 지금 저를 무시하는건 아니겠죠?”
그 말에 비올렛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영애야 말로 얼마나 저를 무시하려는 셈이세요?”
“........”
“저는 영애와의 친분을 위해, 제 하나뿐인 직속 하녀를 영애께 드렸습니다. 혹시나 앞으로 일어날 갈등은 피하고 싶어서요.”
비올렛은 말을 골랐다.
“제 하녀는 후작님께서 직접 배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건 에셀먼드 님. 아니, 에셀먼드 오라버니께서도 확인한 사실이고요. 그런데 후작님이 직접 주신 하녀를 제게 달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하녀에게 손찌검을 하려하고, 그 하녀가 영애를 만족스럽게 모시 못한 것을 제 탓으로 몰아가다니, 이것이 무시하는게 아니면 무엇인가요?”
“.........”
비올렛은 속으로 달달 떨었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것은 내 스스로 찾으라는 에셀먼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침착하자. 여기서 말하지 못하면 이전보다 더 못할 취급을 당할거야. 그녀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백작 부인. 아까 따님께서 '비슷한 신분'이라고 제 신분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백작 부인이 사납게 대답했다.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 비올렛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날고 긴 그녀라도, 다음에 이어지는 비올렛의 말은 그런 그녀의 여유롭고 거만한 표정을 일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허리를 숙이세요.”
그 말은 비올렛이 백작 부인의 뺨을 내려치겠다는 말이었다.
============================ 작품 후기 ============================
비올렛이 했던건 무리수같아보이지만 이유 있음.
사이다다 싶으시면 추천 눌러주세엽!! ㅋㅋㅋㅋ
회원비회원 추천추천~ 모바일도 추천추천!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조아져여 세상이 밝아지고 저도 밝아지고...힘이나고..인생의 낙이 생기고. 제 부서진 유리심장도 다시 붙고........ 흡.......ㅠ.ㅠ(눙물을 닦는다)
사이다는 다음편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사실 댓글수가 폭발해서 놀랐어여.. 부.. 분노의 힘이 댓글 폭발의 요소라니!!!! 사실 쿠크도 많이 깨지고 (애써 눙물을 닦으며 웃으며 말한다..) 조금 화가나는 댓도 있었지만..
발암이라는 댓글로 처음으로 코멘 백개를 넘어본 기념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렵니다..껄껄
이전에 제 소설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사이다를 좋아합니다.. 저도 사실 답답한건 싫어여... 그래서 14키바가 최대용량인걸 ㅠㅠ 약속을 지키고자 5키바나 더 넣었답니다..캬캬!!!
아! 하녀가 말을 하는게 이상하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성녀라는 고귀한 지위가 있음에도, 아나블라쪽 하인이 아나블라를 닮아 방약무인하다는걸 보여주려는 장치이고 성녀의 지위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랍니다. 독자님의 판타지 세계의 상식과 제 상식은 차이점이 있는거에여!!
그럼 20000내일 봬여!! 또와여 내사랑들! 뿅!!
아차.. 잡담하나! 제가 카페에서 글쓰다가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아무도움직이지 않더라고요
물론 오경보일 가능성이 많긴 하지만 여러분들은 혹여 모르니 대피하셔야 해여 ㅠㅠ
저도 그냥 밖에 나왔음. 다행히 오경보였지만.. 아시잖아여 ㅠㅠㅠㅠ
여러분들도 꼭 밖에 나오기에여..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