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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25화 (25/208)

00025  움트는 새싹  =========================================================================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니?”

“그 신관분께서 모든 꽃을 다시 시들게 했어요.”

“……그렇구나.”

“저는 사실 어떻게 꽃을 피게 하는지 지게 하는지도 몰라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걸요. 사실 저는 그러니까, 두려워요. 신께서는 저를 잘못 선택한걸거에요, 아니면 후작님들께서 착각하거나…….”

“저런, 너는 분명한 나의 아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서운하구나.”

여자가 진심으로 슬픈 표정을 짓자 비올렛은 자신이 죽을 죄라도 지은 것 같았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네 힘이 정 의심이 간다면 자, 손을 뻗어보렴.”

여인의 말에 그녀가 손을 뻗었다. 여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눈을 감고 힘을 집중해 보렴.”

“힘이라는게 느껴지지 않아요, 집중이란건 어떻게 하는거죠?”

그녀의 말에 여자가 웃었다.

“눈을 우선 감아보겠니?”

그 말에 그녀가 눈을 감자 따스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녀가 갑작스러운 기운에 몸을 움츠리자 그녀가 말했다.

“이게 힘이란다. 그리고 이 힘이 모든 힘의 근원이지.”

“…….”

비올렛은 눈을 감고 그 생경한 힘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 힘이 굉장히 친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그녀가 울었을때 눈가에 느꼈던 느낌은 이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게 네가 가진 힘이야. 알겠니?”

“…….”

눈을 뜨자 은색의 빛이  구의 모양으로 일렁였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자 여자는 자애롭게 웃고 있었다.

“꽃이 불쌍하다고 했니?”

“…….”

“그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벗어날 수 없었구나.”

“……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뻗어 풀들을 자라나게 했다. 조그마한 들꽃들이 피어올랐다. 분명 후작 가에서는 잡초라고 꺾어버릴 들꽃들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꽃을 꺾었다.

“아!”

꽃의 아픔이 눈에 들어온다. 비올렛이 그녀를 보자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것을 알고 태어나지, 그리고 그들은 삶이라는 것이 결코 평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네 삶이 불행할 거라는 것을 아는 너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거니? 너는 삶과 죽음 그 둘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단다.”

“……너무 어려운 말을 해요.”

“꽃이 정말로 네 힘에 의해 억지로 깨워져서 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니?”

“…….”

“아이야, 이 아이들은 너를 보고 싶기 때문에 피어났던 거란다. 네가 그러했듯이 그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었어.”

“……하지만 추운 겨울이잖아요. 나는 기다릴 수가 있었어요.”

비올렛의 말에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추워서 잠이 든 꽃들이 다시 깨어나면 춥다는 것도 몰랐을 것 같니?”

“…….”

그제야 그녀는 인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애초에 꽃들은 자신이 피어날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피어날 것인지 다시 잠들 것인지 결정할 수 있었다. 식물들은 이미 알고 선택한 것이었다. 그것이 추운 북풍을 미리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런거죠? 그 순간만이 중요하다더라도. 그냥 나를 만나기 위해 피어났다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미래를 재단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단다 아이야.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들에게는 그 순간이 가장 최고의 순간이지. 그들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택한거고 그 대가를 감내하고 있는 거란다.”

“……그래도 이해가 안돼요.”

그녀의 말에 여자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바꿔보자꾸나.”

“…….”

여자가 손을 들었다. 손짓 하나에도 여자가 손으로 가리킨 구석에 무엇인가가 싹이 났다. 그 싹은 점점 커져 나무가 되어 녹음을 만들어 내더니 꽃을 폈다. 그리고 꽃이 지고 붉은 열매가 맺혔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들고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사과였다. 싱그러운 사과의 내음이 났다.

“먹어보렴.”

그 말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사과를 베어 먹었다. 얇은 껍질을 가르고 달콤한 과육이 입안에 퍼졌다. 그녀는 아삭거리는 그것을 씹어 먹었다.

“저 나무는 자신의 일부가 뜯어먹힐 것을 몰랐을까?”

“…….”

그녀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손 안에 있는 사과를 바라보았다. 붉은 사과는 마치 나무가 흘린 피처럼 느껴졌다.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아픔도 못 느끼는 것일까?”

“…….”

문득 깨닫는 잔혹한 진실에 그녀가 여자를 바라보는 순간 여자가 말했다.

“천만에, 나무는 다 알고 있었지. 자신의 종족을 널리 보존하고자 열매를 맺은거란다.”

“어…”

어렵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저 사과나무가 종족의 번식을 위해 자신의 일부가 다른이들에게 잡아 먹힐 것을 알면서도 열매를 맺듯, 꽃들 역시 선택을 한거란 말인가요?”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사과가 손에 잡힌다. 먹히기 위해 태어난 거라면 너무 슬프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감내한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렴 나의 아이야. 너는 잘못하지 않았단다.”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에 왠지 눈물이 차올랐다.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여자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멀어져간다고 느껴졌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는 사라졌다. 오로지 사과 나무와 들꽃, 그리고 손에 들린 사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사과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것 같았다. 겨울이 다 지나가길 바라며 그녀는 식사를 하고 바깥으로 나섰다. 이곳은 앤의 고향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곳에 와서 신이 난 듯 이것저것 알려주고는 했다. 비올렛은 그것을 미소를 지으며 들었다.

“고향에 오면 좋은거야?”

비올렛의 물음에 앤이 대답했다.

“그럼요, 얼마나 좋은 걸요. 고향은 제가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옛날의 추억도 말이에요.”

“그렇구나.”

그녀가 있었던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사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이름은 어떠하며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대도시를 가러면 꼬박 하루를 걸어야 하는 곳이며, 마을 뒤쪽으로 가면 숲이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위험하다고 가지를 못하게 했었던 기억만이 난다. 물론 아이들은 그것을 잘 어기곤 했고 비올렛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마을이란 작은 공동체에 살면 그것이 어떤 곳이 되었든 간에, 그것을 이름으로 아는 아이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이 공동체에 살면서 평생을 살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시는 도시였고 마을은 마을이었다. 그녀가 사는 곳이 ‘어떤 이름’을 지니고 있는 곳인지, 어떤 곳인지는 찾아오는 방문객들에 의해서만 중요할 뿐 이었다.

그러나 이젠 다 끝났다. 그녀가 살던 ‘마을’은 이미 산적들에게 습격을 당했고 폐허만이 남았다. 고향은 있는 걸까. 비올렛은 돌아갈 곳이 있는걸까. 희미해져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로즈와 리나의 얼굴도. 이제 그녀가 있었다는 흔적도, 그것을 기억해준 사람도 추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앤은 화들짝 놀라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앤은 자신이 했던 말이 비올렛을 상처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 저, 아가씨?”

앤은 언제나 세심했으나, 고향에 왔다는 흥분에 그녀 역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녀가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었다. 앤이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대답대신 웃었다.

“나중에 앤의 고향을 구경시켜줄 수 있어?”

그 말에 앤이 활짝 웃으며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아가씨, 여기부터 구경할까요?”

그녀는 본가의 집사의 딸이었고,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앤의 고향은 이곳이었던 것이었다. 앤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주었다. 약간 세련되보이던 저택과는 달리 성은 사실 화려하기보다는 낡았다. 단 두번 갔던 궁과 비교해 본다면 정말로 초라해보일 정도였다.  옛날 비올렛은 아버지가 일을 하시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면 몰래 나와 숲을 지나 바위 끝에 가본적이 있다. 나중에 어머니가 알면 항상 혼이나곤 했지만 날씨가 맑은 날에 보이는 커다란 성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성에 와 있을 줄은 몰랐다. 성 바깥은 추웠지만 그녀는 추운 날씨도 좋았다. 항상 생각하지만 조금 두꺼운 옷으로 겨울을 났던 비올렛에게 있어서 아주 따스한 옷과 망토를 입고 나가는 것은 추운 겨울도 꽤 견딜만 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앤은 추워하는 듯 했으나, 아까전에 지은 죄도 있기 때문에 그녀를 말없이 따라갔다.

“저기는 제 어머니가 좋아했던 꽃이에요.”

그녀가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꽃이 5년에 한번씩 피거든요. 그런데 잘 피지 않고 있어요.”

“진짜?”

그녀는 꽃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저 꽃을 보고싶어하셨어요.”

앤이 담담하게 말했다. 앤이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녀가 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앤이 다정하게 웃었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괴로워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앤도, 에이든도, 다니엘도, 그래, 그 첫째 도련님도 어머니가 없었다. 그들도 어머니가 없다는 기분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리라. 무거운 기분에 아무런 말이 없이 서 있자 앤이 저기 말이 있다며 그녀를 잡아 끌었다.

“앤 아니냐.”

“할아버지!”

앤이 반가워하며 다가갔다. 허름한 옷을 입은 노인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옆에는, 설마!”

따뜻한 털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녀의 은발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비올렛은 그를 말렸다.

“성녀님께서 오셨군요, 이런 곳에까지 오시다니.”

“후작님께서 명령하셨어요.”

“그렇구나, 주인님은 건강하시니?”

“물론이죠.”

노인의 뒤로 마굿간의 말들이 보였다. 앤과 할아버지는 안부를 묻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말이 신기해 그곳을 다가갔다.

“토미, 성녀님을 봐드려라!”

당연하겠지만, 그녀가 앤에게서 멀어진다고 해서 사용인들 중 누구도 그녀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비올렛은 걸어나오는 소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익숙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녀의 얼굴을 감히 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은채 고개를 푹 숙였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오래전 잊혀졌던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살던 마을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짓궂게 그녀를 놀렸던 개구진 소년 한 명.

“말을 구경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응.”

“그, 그럼 이리 오세요.”

소년은 퍽 긴장한 듯 했다. 그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훔쳐보았으나 그녀가 소년을 빤히 쳐다보자 황급히 다시 시선을 내렸다.

“마, 말똥냄새가 날지도 몰라요, 그래도 벌하시진 마세요, 성녀님.”

그녀는 갈색 말에 다가갔다.

“아, 다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비올렛은 말을 다루는데 익숙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욱 더. 손을 뻗어 말을 만지자 갈색 말의 순한 시선이 그녀에게 내려왔다. 말똥 냄새, 그래 이 냄새는 그녀에게 익숙한 냄새였다. 언제나 깨끗하고 향기로운 저택이 아니라, 이 냄새는, 그녀의 흔적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고향이라는 것은 이곳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저 소년 역시 그녀를 기억해주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때문에 그녀는 용기를 냈다. 사실, 저 소년은 그녀를 괴롭히는 축이었으나. 지금은 자신이 있었다.

“날 기억하지 못하겠어, 토미?”

============================ 작품 후기 ============================

드디어 진짜 비축분 진도를 쫙 뺐네요. 이제 글쓰는 글머신이 되어야 합니다.

회원 비회원 추천추천~ 모바일도 추천추천~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대청자 인증)

오늘은 대도님 방송을 못봤네여...게임하시다 서버가 터지시는 본의 아니게 대도스 공격을 일삼으신 대도님..

장마라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조심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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