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가 웬 소년을 노예라며 던져줬다.
전쟁터에서 구르는 걸 얼굴이 반반해서 주워왔단다.
"심장에 인을 새겨 뒀다. 구슬이 있는 한 네 말을 거역하지 못할테니 뭐든 명령해 보렴."
"네? 아니 나중에…"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대충 떠오르는 말을 뱉었다.
"아, 앉아!"
내 말을 들은 소년의 시선이 험악해졌다.
아, 너무 개 취급하는 듯한 명령이었나?
아버지가 구슬을 꽉 쥐려는 순간, 소년이 내 발 밑에 무릎 꿇었다.
"주인님."
배시시 웃는 얼굴 아래로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
아빠…. 얘 흑막 중의 흑막.
미래의 대마법사이자 이 세계 최종 보스 아니에요?
“자, 이제 너만 남았네. 주인님.”
그리고 그는 22살이 되던 해 마탑의 주인으로 각성하곤 내 집안을 초토화하며 복수했다.
“살고 싶어? 그럼, 앉아봐. 주인님.”
섬뜩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한테 왜 그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잘해줬잖아!
자은향 장편 로맨스 판타지, <흑막을 버리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