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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24화 (324/361)

324화

챕터: 크로노스, 시간의 축

푸하!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가득 들이 쉬었다. 통증이 일던 흉부에 산소가 들어찬다.

"후우!"

호흡이 진정될 즈음 나는 다시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여기가 몇 번째 차원인지는 몰라 도 온통 물로 가득 찬 세계였다. 공간 간섭을 펼쳐봐도 사방이 죄다 물이었다.

아래로 힘껏 헤엄치자 잔뜩 성난 이무기가 날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부우웅!

'공간 간섭.'

쿠과과광!

바위 한쪽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 안에 숨어 있던 물고기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쳤다.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기술만 좋 구나.

싸우지 않고 저 안에 들어가는 방 법은 없는 것 같은데 큰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여기가 물속이라 내 움직 임에 제약이 많다는 거고.'

부우웅, 다시 한번 이무기의 꼬리 가 날 향해 내리쳐진다.

후욱!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그 꼬 리를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물 속이라 제대로 움직이기 쉽지가 않 았다.

결국 한 번 더 공간 간섭을 이용 해 아예 공간 좌표를 재설정했다.

움직임의 제약은 스킬을 이용해 보완할 수 있었다.

'둘째는 금방 숨이 막힌다는 거 지.'

이게 아주 심각한 문제점이었다.

탕, 탕!

노이트는 마력탄이라 수중에서 조 금 느려진 것 말고는 크게 영향이 없었다.

이무기는 답지 않게 잽싼 몸놀림 으로 탄환을 피해냈다.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간 간섭 으로 녀석의 등 뒤를 점했다.

철컥, 탕!

비늘에 정통으로 명중했는데 흠집 조차 나질 않았다.

-이 몸은 900년 묵은 이무기다! 곧 있으면 용이 될 운명이지. 그런 내게 조잡한 술수가 통할 것 같으 냐!

이무기가 크하하하, 호탕하게 웃었 다.

그러자 곧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한 번 더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데

이무기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린 다.

-내가 900년 동안 여기서 신선놀 음만 한 줄 아느냐?

무슨 소리냐고 되묻기도 전에 내 주변 물살이 점점 빨라지는 게 느 껴 졌다.

이무기가 앞발에 달린 기다란 발 톱을 빙그르르 휘젓자 그에 따라 물결이 마치 사슬처럼 내 몸을 휘 감았다.

'공간 간……!'

- 잡았다!

덥석!

빠져나가려는 순간 이무기가 앞발 로 날 꽉 잡아챘다.

'커험!'

꼬르륵.

그 충격에 입 밖으로 공기 방울이 새어나갔다.

-이놈을 어떻게 처리한담? 널 구 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 으웅?

혼잣말하는 이무기에겐 미안하지 만 인간은 물 안에서 뭐라 말을 꺼 낼 수 있는 생물이 아니었다.

꽈아악!

더구나 이렇게 온몸이 붙잡힌 상 태에선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네.'

최대한 특수 탄환은 아껴두고 싶 었는데.

이무기는 내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며 아직도 뭐라뭐라 중얼대고 있 었다.

-비록 내가 지금 덕을 쌓는 증이 라 직접적인 살생은 어렵지만, 이렇 게 자연적으로 익사한 먹잇감은 충 분히 먹을 수 있지! 간만에 포식하 게 생겼구나!

녀석이 군침을 질질 흘리는 것과 동시에 노이트가 알림을 울렸다.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사용자의 의지에 찬사를 보냅니 다!]

빛나는 고리가 두세 겹 서로 엇갈 리며 내 주변을 감싼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이무기가 당 혹스레 눈을 뜬다.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시전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알림: 17분 동안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턱 끝까지 차오르던 숨이 이젠 아 무렇지도 않았다. 단숨에 침착함을 되찾는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죽을 때가 됐는데 왜 갑자기 살아난 거지?!

이무기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 이민다.

녀석이 금방이라도 날 잡아먹을 듯이 입을 쩍 벌렸다.

철컥, 탕!

탄환이 이무기의 입 안을 꿰뚫는 다. 제아무리 녀석이라 해도 입 안 쪽까지 단련할 순 없을 테니까.

-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손아귀 힘이 느슨해 진다.

탓!

나는 녀석과 떨어진 다음 곧장 스 킬을 발동했다.

'공간 간섭!'

슈욱!

녀석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지자 이무기가 이글이글 분노에 찬 눈빛 으로 날 노려봤다.

-감히 내게 이런 짓으을!

슈우우욱!

눈 깜짝할 새에 녀석이 내 코앞까 지 다가왔다.

'공간 간섭!'

콰득!

내가 서 있던 곳에서 힘껏 입질을 해 살벌한 소리가 울렸다. 하마터면 저 이빨에 뚫려 그대로 죽을 뻔했 다.

-짜증 나게 구는구나아아아……!

나는 최대한 도발적인 표정을 지 으며 녀석에게 까딱, 손짓했다.

그러자 대단한 모욕을 받은 것처 럼 녀석의 눈빛이 회까닥 돌았다.

-네 녀서어어어억!

휙!

나는 전체적인 움직임에 신경 쓰 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성격이 단순무식한 것 같아 다행 이었다.

속으로 시간을 가늠하며 이리저리 지형지물을 이용해 놈을 피해낸다.

텁!

녀석이 또 허공에 입질을 했다. 바 로 코앞에 있는 날 향해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턱, 뭔가에 걸 린 듯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으웅?

그제야 녀석도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 어어어어?!

이리저리 휘감은 탓에 놈의 기다 란 몸이 제멋대로 꼬여 있었다.

-으으윽! 조금만! 조금만 더어 어……!

녀석은 무리하게 목을 앞으로 빼 려고 애를 썼다. 그럴수록 몸은 더 욱 단단하게 조였다.

나는 그런 이무기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줬다.

-가, 감히이이!

녀석은 더 분해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이따위 허접한 술수에 내가 걸리 다니! 풀고 나가기만 하면 네놈을 당장……!

탁.

아직 상황파악을 못 한 것 같아서

노이트를 녀석의 입 안에 가져다 댔다.

_흡!

그러자 두려움을 느꼈는지 입을 꽉 다문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다.

나는 입을 뻐끔대며 말문을 열었 다.

"크로노스를 만나게 해줘."

인간인 내 귀에는 물속이라 이상 하게 웅얼대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 만 녀석에겐 똑똑히 들렸는지 표정 이 잔뜩 일그러진다.

-크로노스 님은 너 같은 인간 따

위가 함부로 만나뵐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이 침입자가 대체 무슨 소 릴 하는…….

철컥.

"안 돼'?"

한 번 더 묻자 이무기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정말 안 돼?"

노이트를 더 깊숙하게 집어넣자 녀석이 결국 수긍의 말을 내뱉었다.

-됩니다…….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채로 애써 대꾸한다.

"허락해줘서 고마워. 내가 급한 용 무가 있어서."

-허락이 아니라 협박이겠지…….

쓸데없는 소리는 무시했다.

"근데 내가 저 안에 다녀오는 동 안 네가 마음을 바꿔먹을까 봐 고 민이 되네."

혹여라도 아이템을 구하고 돌아오 는 길에 녀석에게 공격을 당할 수 도 있으니 미리 대비해둬야 했다.

-공격 안 할게! 안 하면 되잖아!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용언으로 맹세할게!

"이무긴데 용언을 쓸 수 있다고?"

이게 어디서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쳐. 내 얼굴이 험악해지자 녀석이 다급하게 뒷말을 이었다.

-물론 난 이무기지만! 곧 용이 될 예정이라 용의 권능을 어느 정도 빌려 쓸 수 있단 말이야!

그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녀석이 뭔가 다른 언어를 내뱉었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신비한 떨림이 그 안에 담겨 있었 다.

- 됐지?

나는 그 정도면 만족스러웠기 때 문에 노이트를 거뒀다.

"나 먼저 들어갈 테니까 잘 풀고 있어."

-뭐? 야! 집주인도 없이 들어가는 게 어딨어!

"내가 한시가 급해서."

지금쯤 다른 이들은 치열하게 싸 우고 있을 텐데. 이 용이 되다 만 미꾸라지 녀석과 태연하게 농담 따 먹기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으, 으으…… 잠시만 기다려 봐.

녀석이 잠시 바르르 떨더니 이내

팡! 하고 변신했다.

연기가 걷히고 보니 인간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는데, 한 가지 특이 한 점이 있었다.

"……900년?"

"900년을 살진 않았지만, 900살 묵은 이무기랑 비슷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열두어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 이의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 열두 살은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900살보단 덜 먹은 게 분명해 보였다.

"따라와."

녀석이 새초롬하게 내뱉고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동굴 앞에 서서 녀석이 문에 손을 가져다 대자 스르륵 장막이 걷혔다.

신기하게도 동굴 안은 물 대신 공 기가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내부는 답지 않게 아기자 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래서 안 보여주려고 한 건가.'

나름의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보아하니 이곳 출신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건

가?"

" 맞아."

"쳇. 그럴 줄 알았어. 날 보고 넙 죽 엎드리지 않는 것부터가 이상했 다고. 차원을 건너온 놈들은 규격 외의 존재니까 상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그랬는데……

성큼성큼 걸어가 가장 깊숙한 방 안쪽으로 날 안내한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그 안은 마치 신전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한가운데에 드높이, 내가 익히 아 는 그것이 놓여있었다.

크로노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모래시계가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크로노스 님 옆을 지 켰지만 지금까진 아무런 반응도 없 었어."

전에 본 적이 있었다.

회귀 전 나도 모르는 기억을 보고 만 직후에.

전쟁을 끝낼 방법이 있다며 이운 우의 만류를 거부하며 와인잔을 기 울이던 그 기억 말이다.

직접 목격하자 모든 게 다 명확해

졌다.

'내가 회귀한 것도 크로노스랑 연 관이 있는 게 분명해.'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로노스는 그저 성스러운 빛을 흩뿌리며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보 고 있었다.

:k * *

털썩!

"이거 놔! 놓으란 말……!"

퍼억!

다니엘의 주먹이 셀의 뺨을 거세 게 내려쳤다. 셀은 잠시 침묵하더니 퉤, 핏물 섞인 침을 뱉어냈다.

"명하신 대로 잡아왔습니다, 폐 하."

"훌륭하군, 다니엘!"

시온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다 니엘을 꼭 끌어안고 말았다.

다니엘은 사무적으로 '옷이 더러우 니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하고 대꾸했으나 시온은 아랑곳하 지 않았다.

마력 제어구를 단 채 결박당해 끌 려온 셀의 몰골이 잔뜩 엉망이었다.

그는 방금 두들겨 맞은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허벅지에도 길 게 검상을 입었다.

제일 심각한 부상은 등 뒤에 새겨 진 것이었다. 아직도 피가 줄줄 흘 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내 이 녀석의 얼굴을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지……

시온이 광소를 흘리며 셀에게 다 가갔다.

여전히 셀은 무척 반항적인 표정

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하등 잘못 한 것이 없다는 듯한 뻔뻔함이 배 어나오고 있었다.

"감히 내 기사에게 손을 댔을 땐, 너도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겠지. 안 그래?"

"각오는 일찍이 되어 있었지."

셀이 잔뜩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시온을 도발했다.

"혁명군이 되기로 한 그 순간부터 말이야. 이름 모를 기사 하나 죽인 건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뭐……?"

시온이 셀의 멱살을 덥석 잡아끌 었다.

"이 버러지 같은 게 그딴 헛소릴 지껄여?! 기억할 거 아냐! 즉위관 에서 네가 그 마법으로……

"아

셀은 그제야 기억난다는 듯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기사?"

"그래! 세드릭을, 그를 네가 무참 히 죽이지 않았느냐!"

그러나 여전히 셀은 태연한 얼굴 이었다.

"그때 죽인 기사가 한둘이어야지. 당신은 당신이 죽인 혁명군을 전부 기억해?"

셀은 통증을 이겨내며 겨우 입꼬 리를 말아 올렸다.

"나는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는 편은 아니라서. 얘길 들어도 잘 모 르겠는데?"

스릉!

시온이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옆 에 있던 기사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 들었다.

"다시 지껄여 보거라."

서슬 퍼런 칼날이 셀의 목덜미 위 에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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