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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21화 (193/361)

321 화

찰박.

핏물을 즈려밟으며 그들에게 현실 을 알려줬다.

"보안 요원은 다 죽었어."

탕!

내 등 뒤에서 식칼을 들고 달려드 는 주방장을 한 번 더 총으로 쏜다음에야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 명 확해진 것이다.

"한 가지만 묻지. 여기 베넷 가 사 람은 있나?"

내 물음에 저마다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린다.

탕!

"히 이익!"

내가 허공에 총알을 날리자 지레 겁을 먹고 몇몇 귀족들이 이야길 털어놓기 시작했다.

"베, 베넷 가는 오늘 참석하지 못

했다네. 왜냐하면 그들이 학원에 보 낸 아이가 올해도 졸업하지 못했거

"졸업생이 없으면 여기 참석도 못 하나?"

"당연하지! 이 한 명을 길러내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이는데!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

탕!

뒷말은 들을 가치도 없었기 때문 에 총알로 입을 막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귀족이 사시나 무 떨듯이 떨었다.

"베넷 가는 없다 이거지."

그럼 이 안에서 내가 죽이면 안 되는 인물도 없단 소리였다.

바로 옆에 있던 귀족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물었다.

"베넷 가의 저택 위치는?"

"나, 나도 몰라!"

탕!

바로 옆에 있는 이에게 물었다.

"저택 위치는?"

"흐, 흐흑……. 차라리 날 죽여라, 이 익.마야!"

타앙!

"소원대로."

누가 누굴 보고 악마라고 하는 건 지. 벽 사방에 매달린 시신을 보면, 누가 더 악한 죄인인지는 명확한데.

다섯 명쯤 죽이고 나서야 베넷 가 의 위치가 어딘지 부는 이가 나왔 다.

"베넷 가에 원수를 진 모양이지! 그치? 내, 내가 그들의 치부를 알 려줄 수 있다네. 웅?"

그는 내게 협상을 제의했다.

"이 안에서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

도 발설하지 않겠네!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 제발…… 제 발 나 좀 살려주게……

내가 빤히 그를 내려다보자 그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원하는 건 뭐든 주겠네! 부? 명 예? 뭐가 됐든 간에! 그도 아니면 베넷 가를……

"당신이구나."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다 했다.

"페일의 아버지가."

"......페일?"

그래. 오늘의 메인 디시 말이다.

끔찍한 몰골로 여전히 식탁에 놓 여있는 저 녀석.

왜 그가 그토록 내 졸업을 방해해 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졸업식? 졸업식은 무슨.

학원에서 잘 기른 고기를 먹는 만 찬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페일은…… 내 졸업을 막 기 위해 스스로 이 만찬회에 뛰어 든 것이고.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당부의 말 을 전할 때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 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몰랐을지언정 페일은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을 텐데.

그는 말 그대로, 도축장에 끌려가 는 소인 양 그렇게 안으로 향한 것 이다.

나도 모르게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면서 통증이 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이 성을 잃을 것 같았다.

'페일이 계속해서 내 졸업을 막았 던 이유도 전부……>'

아니. 아니지.

'내' 졸업이 아니다. '줄리아'의 졸 업이지.

일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 렀다.

"페일과…… 아는 사이라고? 그럼 넌…… 저 학원에서……?"

그는 내가 외부에서 침입했거나 그의 정적이 보낸 줄 알았던 모양 이다.

이 소란이 식재료가 부린 난동이 란 걸 깨닫자 그의 얼굴이 기이하 게 뒤틀렸다.

당장 무엄하다고 소리 지르고 싶 지만 머리에 겨눠진 총구에 겨우 참는 것 같았다.

"친자식까지 이 안에 밀어 넣을 정도인가?"

"페일이 좀 특수한 경우였지. 대부 분은 길거리에 널린 고아들을 데려 다가 몰래 집어넣는 경우가 많으니 까……

그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단어를 애써 고르는 것 같았 다.

"최고의 교육을 하고, 좋은 것만 보고 느끼게 했지. 왜, 요즘은 소나

닭에게도 그러지 않느냐? 최고급 사료를 먹이고, 교향곡을 들려주 고."

"우린 소나 닭이 아니란 말이야!"

틸난이 조용히 움츠려 있다가 발 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털난의 존재를 잊고 있던 그는 화 들짝 놀랐다.

"내가 언제 그들과 같다고 했느 냐? 그야 다르지! 그런 고기들은 갖가지 조리법으로 요리해도 더 이 상 새로운 맛을 찾을 수가 없으니 까."

그래서 인간에게 손을 댔다.

별로 안타까울 것도 없는 변명이 었다.

"그 고기는?"

"고기'?"

"학원에서 제공되는 고기 말이야."

내가 입에 넣고 씹다가 퉤 뱉었던, 그 기묘했던 맛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러자 그는 입이 찢어질 듯이 웃 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죄악감도 느끼 지 못하는 그 모습에 속이 매스꺼 워졌다.

"그거야말로 우리 학원이 자랑하

는 시스템이지."

그는 내가 자신을 살려둘 리 없다 는 걸 직감한 듯했다. 내뱉는 말에 거침이 없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총을 쏴버리고 싶은 걸 겨우 참아냈다.

"최고급 부위 말고 나머지 부위는 우리 회원님들 입맛이 까다로워서 드시질 않거든."

"읍……

틸난이 입을 틀어막았다. 헛구역질 이 치밀어 오르는 탓이었다.

"그리고 먹는 것이 곧 인간의 육

신을 구성하지 않느냐. 맛이 확실히 다르던걸?"

그는 잔뜩 이죽거렸다.

"자기가 지금까지 먹어온 게 뭔지 깨닫고 일그러지던 그 얼굴도 아주 볼만했지! 하하하!"

나는 최대한 담담하려고 애를 썼 다.

여기서 그에게 흔들리면 그가 원 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자꾸만 아드득 이가 갈 렸다.

턱에 강하게 힘을 주자 턱이 덜덜

떨리고 관자놀이가 절로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참자. 참아야 한다.

고작 총알 따위로 이 개자식을 편 히 죽게 해줄 순 없었다.

"졸업시험이라는 이름의 '납품 기 준'을 넘으려고 애를 쓰던 꼴이란! 그게 제 명을 재촉하는 줄도 모르 고! 하하하하!"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 었다. 대신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주방장에게 그를 집어 던졌다.

"으윽!"

"요리해."

그의 뒷목을 붙잡고 주방장에게 들이밀자, 주방장이 벌벌 떨며 시선 을 땅으로 굴렸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요리하라고. 당신이 원래 하던 대 로."

툭.

"재료도 여기 있잖아."

내가 하는 말이 뭔지 깨달았는지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날 죽여! 그 총으로 날 쏘란 말 이야!"

"그리 쉽게 보내줄 수는 없지."

그는 이 거대한 정육점을 직접 만 든 이 아닌가. 페일이 학원장의 아 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직접 그 시스템을 체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역지사지는 없 겠지.

"싫으면. 당신부터 죽이고 내가 직 접 할까?"

"아뇨! 아뇨! 하겠습니다! 하게 해 주세요!"

주방장이 결국 식칼을 다시 잡았 다. 그는 자신이 총주방장이 아니라시중이나 들던 막내라서 다소 서툴 지도 모른다고 미리 경고했다.

"더 잘됐네."

나는 그것이 흡족했다.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을 배경음으로 나는 틸난에게 물었다.

"난 이제 베넷 가로 갈 거야. 너 는?"

그 말에 틸난이 멍한 얼굴을 했다.

"난…… 나도 모르겠어."

그녀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듯 했다.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것들은 다 뭐고. 저 안에 있는 아이들은 어떻 게 되는 거고. 또…… 내가 가족이 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틸난은 말을 하다 감정이 북받쳤 는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난 내가 졸업하고 나서 정부의 관료가 될 줄 알았단 말이야."

틸난은 그래서 유독 행정법을 열 심히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는 졸업 시험 성적으로 직업을 구하고자 했 으니까.

"근데, 이게 뭐야? 난 이 사회의 구성원도 아니었네. 그냥 한낱……

한낱 식재료에 불과한 거였어……

좌절에 빠진 그녀를 위로할 방법 이 있을까. 이 거대한 불행에서 말 이다.

나는 이것이 레태흐태드의 기억이 란 걸 깨닫고, 그녀가 실제로 어떻 게 이 모든 것들을 알게 됐을지 가 늠해봤다.

또 알게 된 직후 그녀가 느꼈을 깊은 절망에 잠시 소름이 돋았다.

"그럼 여기서 저 요리가 다 나올 때까지만 생각해봐."

학원장이 얼마나 처참한 몰골로 변하는지 보고 나면, 저 울분이 좀풀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난 베넷 가의 저택으로 갈 거야."

아직 끝마치지 못한 일이 하나 남 았기 때문이다.

* * *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서둘러야 한다고 느꼈다.

아까 큰 사건을 겪은 직후부터, '나'와 '줄리아'를 구분하기가 어려 워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 학원의 정체를 알아버리면서

느낀 격한 감정이 나와 줄리아의 동화를 가속화하고 있었다.

그러니 정말로 내가 줄리아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벌컥!

베넷 가 저택의 문을 열어젖히자 기사들이 놀라 후다닥 달려왔다.

탕, 탕!

사이좋게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 어 줬다.

"습격자다! 습격자가 나타났다!"

"모두 경계 태세를 갖……! 커허

억!"

탕탕탕탕!

황실 기사도 아니고 작은 귀족 가 문의 기사 정도는 내 상대가 되질 못했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도 수준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보안을 뚫고 저택 안으로 들어서 자 하인과 하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어딘지 알 것 같아.'

내가 처음 와보는 곳일 게 분명한 데도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것만같았다.

이 기다란 복도를 지나고, 왼쪽으 로 들어가고 한 번 더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리저리 꼬불거리는 복도 들을 다 지난 다음에야 한 곳에 도 착할 수 있었다.

일종의 방공호 같은 곳이다.

이런 외부 침입이 생겼을 때 몸을 피하기 위해 숨겨진 방이었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손이 자연스럽게 비밀의 문을 열 었다.

달칵.

스르르륵.

문이 열리자 공포에 질린 눈동자 와 마주했다.

"..줄리아?"

그가 작게 속삭이듯이 내뱉었다.

"줄리아. 너니? 올해 졸업하지 못 했다고 들었는데.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네가 여기에……

나는 그들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 해 얄팍한 속임수를 썼다.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

" 도망쳤다고?"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졸업을 포 기하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중도 포 기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졸 업식 날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서 도망쳤어요."

내 말에 그들은 저마다 눈치를 살 폈다.

내가 학원의 정체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그랬구나. 그런데 바깥이 시 끄럽던데 대체 무슨 일을……

"제 동생은 어디 있어요?"

나는 본론부터 물었다.

"제시가 저한테 편지를 종종 썼거 든요. 많이 불안해하는 것 같길래 이렇게 몰래 도망쳐 나온 거예요. 제시가 괜찮다는 것만 확인하면 다 시 돌아갈게요."

그러자 베넷 부인이 제 자녀들의 귀를 막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그 애는 죽었단다."

"제시가…… 죽었다고요?"

"죽은 지 한참 됐지."

나는 속에서부터 뭔가 치밀어 오 르는 게 느껴졌다.

그걸 애써 아래로 꾹꾹 누르려고

했다.

'이건 내 감정이 아니야. 줄리아의 감정이지.'

그러니 여기에 동화해서 함께 흥 분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베넷 부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고작해야 채 성인도 되 지 못한 여자아이 혼자서 이 저택 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리 없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따르기로 한 것이 다.

"그, 그보다 바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니? 다른 시 종들은 대체 어디에……!"

"저한테 온 편지는요?"

"편지?"

"네. 제시가 저한테 편지를 썼어 요. 그것도 꽤 자주."

하나뿐인 언니의 이름 철자도 틀 려먹는 무성의한 편지 말이다.

"글쎄다. 그건 나도 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편지, 누가 쓴 거예요?"

"줄리아! 지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문부터 닫아!"

결국 베넷 부인이 인내심의 한계 를 느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막무가내로 문을 닫으려고 시도했 지만 내가 버티고 서 있는 이상 그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베넷 부인이 연신 내 등 뒤를 살 폈다. 누군가 쫓아 올라올까봐 잔뜩 겁먹은 눈치였다.

"……이 미친 것! 거두고 키워준 은혜를 이렇게 갚니?"

"제시는…… 언제 죽었어요?"

베넷 부인은 결국 날 똑바로 마주

했다. 그녀는 허, 하고 짧게 비소를 흘리더니 실성한 듯 고함을 질러댔 다.

"언제냐고? 오, 그야 당연히 네가 학원으로 가자마자 그해 마지막 날 식탁 위에 올랐지!"

베넷 부인은 나를 위아래로 훑으 며 입맛을 다셨다.

"역시 학원을 통하지 않아서 그런 가. 맛은 형편없더구나. 길바닥에서 지낼 때 대체 뭘 먹고 지냈던 거 니? 육질이 엉망이었어."

나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럼 지금까지 온 편지는

요'?"

"내가 그 애의 이름으로 여태까지 편지를 썼지. 네가 졸업을 할 기미 가 보이질 않길래 재촉을 좀 했단 다! 이렇게 도망쳐 나올 정도였으 면 진작 졸업하지 그랬니."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나는 뚝,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지는 걸 느꼈다.

"그럼 너도 더 빨리 네 동생을 만 날 수 있었을 텐데!"

눈앞이 새빨갛게 변하는 것 같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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