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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18화 (322/361)

318화

촤좌좌좍!

슉! 슈욱!

식물 뿌리가 톨룩군의 중심부를 거세게 뒤흔들었다. 마법사들이 어 떻게든 막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표 연원의 손짓 한 방에 무너져내리고 만다.

쿠우우웅!

그러나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수의 식물 줄기를 다루는 것도 쉬운 일 이 아니었다. 표연원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연원아, 지금!"

탓!

표혜원의 외침에 표연원이 타이밍 을 맞춰 나무 넝쿨을 휘감아 올렸 다.

휘이익, 서걱!

공중부양 스킬에 발돋움할 나무 넝쿨들이 더해지자 표혜원은 거의하늘을 날다시피 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병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치이이잉!

상대 기사와 검이 맞붙는다. 힘겨 루기를 해보지만 비등비등했다.

그 틈을 타서 표혜원의 등 뒤로 다른 기사들이 접근한다.

타앗!

그러자 표혜원의 발밑에서 식물 줄기가 튀어나와 그녀를 하늘 위로 높게 띄워 보낸다.

"쳇!"

코앞에서 목표물을 잃은 기사가 짧게 혀를 찼다.

표혜원이 전쟁터를 마음껏 누비는 그때 등 뒤를 노리는 눈먼 화살에 고개를 비틀어 피하려는 찰나였다.

탁!

기다란 창이 파고들어 화살을 쳐 낸다.

표혜원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 인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는 분명……

적진의 명장으로 보고받은 적이 있는 사내였다. 기다란 귀가 특징적인 기사, 에녹 클라우드였다.

"서하가 말한 혁명군에 당신도 있 었어?"

"설명은 나중에 하지."

에녹이 잡담을 끊어냈다. 사방에서 적이 몰려오고 있었다.

둘은 약속한 듯 등을 맞댔다.

"믿어도 되나?"

" 일단은."

표혜원이 보기에도 톨룩군이 살의 를 가지고 에녹에게 검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촤악!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표혜원 의 얼굴을 노리고 검이 파고든다. 고개를 움직여 피해내자, 에녹의 창 이 적을 찔러버린다.

"합이 나쁘지 않은데?"

검과 창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 며 한창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 다.

후우욱!

에녹의 창을 피해 사정거리 안으 로 들어온 적이 의기양양하게 검을 휘두른다.

"하아아압!"

서걱! 푸욱!

창과 검이 상대의 적을 찔렀다.

표혜원이 에녹에게 달려드는 적을 처리하고, 대신 에녹이 창을 뒤편으 로 돌려 표혜원 쪽 적을 죽인다.

둘이 동시에 검과 창을 뽑아내자 두 명의 병사가 바닥에 철푸덕 쓰 러 졌다.

"내 생각에도 그렇군."

에녹이 담담하게 인정했다.

"도저히 모르겠어!"

틸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페일 이 이번에 어떤 방해 공작을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는단 거다.

"이번에도 실습에서 방해하지 않 을까?"

"내 생각에도 그래. 실습에서 방해 하는 건 딱히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잖아."

동아리원들이 하나둘 그럴듯한 의 견을 냈다.

"페일 그 자식. 되지도 않는 시비

나 걸고 있고……

털난이 주먹을 꽉 쥔 채 중얼거린 다.

"근데 부장이 다 막아냈잖아."

"맞아. 요즘 운동이라도 해?"

"부장이 언제부터 그렇게 운동 신 경이 좋았지?"

의아해하는 이들의 질문을 대충 웃어넘겼다. 내용물이 다른 사람이 라 그렇다곤 얘기 못 하겠지.

"이번에 페일이 실습 때 방해하려 고 해도 지금의 부장이라면 다 막 아낼 수 있지 않을까?"

"맞아. 요즘도 시비 걸다가 역으로 당하잖아."

어린애 장난 같은 시비를 걸길래 고스란히 돌려주긴 했다.

"그보다 부장은…… 필기시험부터 잘 대비해야지."

"운동 신경이랑 뒤바꾼 것처럼 어 떻게 갑자기 시험 성적이 그렇게 똑 떨어지지?"

그야 내용물이 바뀌었으니까!

실습이야 어떻게든 넘긴다 해도 필기시험은 내가 직접 준비해야 하 는 일이었다.

덕분에 매일 도서관에서 벼락치기 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긴 해."

"맞아. 우리 학원 졸업시험은 통과 율이 98% 정도잖아."

그 2%에 해당하는 게 줄리아랑 페일이란 게 참 안타까울 뿐이다.

'매년 100명의 졸업생을 내는데 그중 유일한 낙제자들이라니……

진짜 줄리아는 이 상황에서 얼마 나 짜증이 났을지.

"페일 그 자식도 집착이 이 정도

면 사랑이라니까? 사실 이 정도면 페일이 누나를 사랑하는 게 아닐 까?"

"와, 그럼 계속 얼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낙제시키는 거야?"

"그거 좀 그럴듯한데?"

"야. 너네 끔찍한 소리 하지 마!"

틸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진짜 좋아해서 그런 거라 하더라도 악질이지! 원래 둘이 친 했었으니까 동생 얘기도 다 알 텐 데……!"

틸난은 다 내뱉고 나서야 실수했

다는 걸 깨달았는지 내 눈치를 봤 다.

안타깝게도, 그 애는 줄리아의 동 생이지 내 동생이 아니라 별 감흥 은 없었다.

"미안. 줄리아. 네 앞에서 내가 너 무…… 무신경했네."

"아냐. 괜찮아."

나는 시무룩해진 털난을 위로했다. 졸업시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레태흐태드와 한 내 기의 끝도 다가오고 있단 소리였다.

'아직까진 눈에 띄게 수상한 점은

없는데.'

학원이 이상하리만치 바깥과 단절 된 점과, 갈수록 애타게 언니를 부 르짖는 여동생의 편지만 빼면 말이 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 불안감의 정체가 뭔지 아직도 찾아내질 못하고 있었다.

* * *

이사벨라와 이운우는 손을 맞잡았 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요. 서하랑 절친한 사이시라 고요."

이사벨라의 말에 이운우가 잠시 멈칫했다.

"이번 전쟁에 기여를 해주시는 대 신 영주권을 얻고 싶다 하셨다고 요?"

"네. 보시다시피 저희 부대는 특출 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제법 많거 든요."

전쟁터 한가운데를 휘젓고 다니는 셀은 한서하가 회귀하기 전 '전투마법사'로 이름을 날린 바 있었다. 그 명성만큼 지금도 신이 나 보였 다.

이제야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처 럼 날뛴다.

게다가 오랜 시간 체계적인 훈련 을 받은 덕에 일반 혁명군들도 준 수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만요."

그때 표혜원이 하늘 높이 치솟았 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그리고 다른 이와 등을 맞대고 화려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등을 맞댄 이가 이운우가

보기에 낯설지가 않았다.

이운우는 방긋 미소를 머금었다. 한서하가 봤더라면 '기분 나쁜 미 소'라고 평했겠지만 이사벨라가 보 기엔 호의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혁명군에…… 저 엘프까지 포함 되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최근에 합류했거든요. 하지만 걱 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신원 을 보장한 건 다름 아니라 서하니 까요."

한서 하...하

이운우가 낮게 그 이름을 중얼거 렸다.

"에녹 경과 처음에 적군으로 마주 했었으니 껄끄러운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에녹이 탐탁지 않다거나, 그에게 희생된 헌터들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그 기억 속에서도 이 정도 로 대규모 전투였어.'

아직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 었다.

최석철에 의해 강제로 보게 됐던 정체 모를 기억 말이다.

-푸욱!

에녹의 창이 정확하게 한서하의 심장 부근을 꿰뚫었다.

한서하는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도리어 창으로 찌른 자가 묘하게 뒤틀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란 것 같기도 했고 의아한 것 같기도 했다.

에녹이 무어라 입을 뻐끔거리는 것과 한서하가 눈을 감는 건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아득히 멀리서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는 이운우가 있었다.

_안 돼...

표정을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절 망감이 몰려오고, 기억 속의 이운우 는 마치 자신이 창에 찔린 것처럼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대로 시야가 암전된다.

마지막에 파지직거리며 마력이 튀 는 소리가 들렸으니, 아마도 과도한 흥분으로 폭주가 연달아 일어났을 것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 기억

이…… 오늘 재현되려는 건가?'

그 생각이 들자 불쑥 불안감이 치 밀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됴?"

이사벨라의 물음에 이운우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뇨.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어떠한 물증도 없었 다. 게다가 정체도 모르는 기억 따 위를 근거로 이런 중요한 전력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한서하가 돌아온 것도 아니 니까. 둘이 마주치지만 않으면 괜찮

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이운우는 최대한 에녹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고 애를 썼다.

"정부 측에 미리 애기를 해뒀습니 다. 공적에 따라 협상의 여지가 달 라질 거란 대답을 들었는데, 아마 무사히 영주권을 가질 수 있으실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이사벨라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 다.

혁명군의 오늘 활약은 제국에 대 한 복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향한 자 기 증명이기도 했으니까.

'비록 우리 세계에서 혁명에 성공 하진 못했지만. 우리의 세계를 바꿔 냈으니까.'

그들의 세계를 '톨룩'에서 '지구'로 바꿔버렸으니 어찌 보면 세상을 바 꾸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겠 다.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이운우를 불렀다.

"이, 이것 좀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러자 보좌관이 이운우에게 무전 기를 보여줬다.

게이트 밖에서 연구원들이 게이트 파동을 연구한 것인데, 적진 한가운 데에서 또 심상치 않은 파동이 발 견된 것이었다.

"톨룩 측에서 지원군이 오는 걸지 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측한 적군의 숫자는 지 금 이 정도가 최대치였는데……

이제 와서 지원군이 더 오려는 걸 까?

"게이트용 드론 여분 있죠?"

"네. 가능합니다."

"드론 파견합니다."

우우우웅!

이운우의 명령에 게이트용 드론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전쟁의 여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 촬영하기 위해 특수제작한 드론이 었다.

"새로운 인물 발견했습니다! 현재 인물 식별 중입니다."

"지원군이라기엔 숫자가 너무 적 습니다! 1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고위 마족이거나 마왕일 가능성

"마력 보유량을 보면 그럴 가능성 은 적습니다."

마왕이 아니라니 그나마 한숨 돌 렸다. 그동안 마왕이 나타나면서 얼 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는가.

"인물 식별을 위해선 가까이 접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들킬 가능성 이 높은데, 접근할까요?"

"접근 허가합니다."

파직!

"외부 충격으로 드론이 파괴됐습 니다!"

"데이터는?"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이 있습니 다."

이운우가 재촉하자 보좌관이 서둘 러 사진을 외부 연구원으로부터 전 송받았다.

"이 사진입니다."

바로 옆에 있던 이사벨라가 저도 모르게 홈칫 놀랐다.

"……5황자? 아니. 지금은 황제겠 군요."

이운우가 그래도 적장으로 몇 번 보고된 바 있는 5황자를 알아봤다.

"주변은 황제의 기사들이에요. 충 성심 깊은 최측근들이죠."

이사벨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뒷말 을 이었다.

"……한 명만 빼고요."

다니엘 블랙. 아니, 다니엘 로스.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남자가 황제 의 호위기사로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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