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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07화 (316/361)

307화

챕터: 각자의 길

새로운 황제가 즉위했다.

황태자 즉위식 날 일어난 반란이 수많은 황족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시온 카이사르 생퀸.

본래 5황자였던 그는 그 참사에서

살아남는 몇 안 되는 생존자로, 황 태자를 상징하는 문양까지 몸에 새 겨진 채였다.

그는 단숨에 텅 빈 황실을 자신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리고 불온하게도 '혁명' 따위를 생각한 자들을 축출하는 데 앞장서 기 시작했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감히 황제에게 불만을 품은 이들 은 '혁명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 고 죄다 죽어나갔다.

귀족들은 제 목숨이 아까워 말을 아꼈고, 시온은 강력한 황권을 가진황제로 재탄생했다.

털썩.

그런 그의 앞에 죄인들이 무릎 꿇 려 졌다.

갖은 고생을 한 탓인지 옷은 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저마다 독기 어린 눈빛으로 감히 황제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심문관. 심문 결과는?"

"제대로 된 정보를 말하는 놈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제가……

"시간? 얼마나 더 시간을 달란 말

이냐."

시온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눈 썹을 꿈틀거리자 심문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나라를 좀먹는 것도 모르고……. 이전처럼 이 황실까지 들어와 난리를 칠 때 까지 기다리란 소린가."

"아닙니다, 폐하! 최대한 빨리 본 거지를 색출해내도록 하겠습니다!"

심문관은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다 했다.

그때 잠깐 3황자 줄에 섰던 것이 문제였다.

재판에서 잘근잘근 씹던 5황자가 이렇게 황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 냔 말이다.

하지만 이미 눈 밖에 난 적이 있 으니 최선을 다해 바닥을 길 수밖 에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나까지 공범으로 몰려서 사형당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심문관의 안색 이 창백해졌다.

"이렇게 잡혀오는 놈들이 시간 벌 기용이란 걸 내가 모를 것 같나?"

"죄송합니다, 폐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금방 놈들을 잡아낼 수 있 을 것입니다."

"진짜배기들은 이미 저 멀리 도망 치고 있으니..

시온은 귀찮다는 듯이 휘휘 손을 젓고는 다니엘에게 손을 탁, 건넸 다.

"다니엘 경."

"예, 폐하.''

"검을 이리 내거라."

스릉.

다니엘의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 이 시온의 손에 쥐어졌다.

"내 너희를 믿을 수 없으니 직접 심문을 해야겠다."

"폐하! 위험합니다!"

신하들이 기겁을 하며 말렸지만 시온이 인상을 구긴 채 그들을 쏘 아보자 도로 입을 다문다.

스윽.

가장 가까이 있는 혁명군의 목에 검을 겨눈다.

"지금이라도 네 녀석들의 목적지 를 말하면 네게 명예 작위를 내리 고, 네 가족들은 영원히 떵떵거리며 살게 해주마."

검날에 죄인의 얼굴이 비친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낯이었다.

"반면에 여기서 말을 꺼내지 않으 면. 네가 아니라……

검이 그의 목을 지나 옆 사람에게 향했다.

"네 동료가 죽을 것이다."

꿀꺽. 갑작스레 목에 검이 들이밀 어진 이가 작게 침을 삼켰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섣불리 입을 여 는 자가 없었다.

"명을 재촉하는군."

서걱!

"커허어어억!"

옆에 있는 동료가 목숨을 잃자, 작 게 흐느끼는 소리가 울렸다.

"이래도 말을 안 하겠느냐."

서걱.

" 이래도?"

우드드득!

"고집이 세군."

콰직!

모두 다 죽고 그 혼자 남았을 무 렵엔 이미 바닥이 피범벅이 된 후 였다.

그의 목에도 검이 들이밀어지자, 눈을 꼭 감고 시온에게 항변했다.

"네가 이런다고 내가 말할 것 같 으냐!"

"그래. 아무래도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구나."

시온은 손가락을 까딱, 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이 마 지막 남은 혁명군을 질질 끌고 가 기 시작한다.

"정신 감정을 해서 목적지를 찾아 내거라."

그 말에 혁명군의 얼굴이 절망으

로 물든다.

"그 머릿속을 헤집어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러더니 다시 황좌로 돌아가 앉 는다. 그의 옷자락은 이미 핏물이 들어 엉망이었다.

더불어 황좌까지 피에 젖어든다.

시온이 검을 도로 다니엘에게 건 네자, 묵묵히 받아들며 그가 되물었 다.

"처음부터 정신 감정을 맡기시지 그러셨습니까. 갈아입으실 옷을 준 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쉽게 가면 재미없지 않 나."

시온이 씨익 웃으며 살벌한 소릴 했다.

다니엘은 그런 그를 잠시 내려다 보면서, 묵묵히 시온의 옷가지를 정 돈해줬다.

기사가 할 법한 일은 아니었지만, 세드릭이 늘 그에게 해주던 일이었 다.

* * *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근육이 찢어질 듯이 아파도, 자꾸 만 힘이 빠져도 어떻게든 움직여야 했다.

낙오되면 그대로 끝장이다.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 다!"

올리버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들을 재촉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 말에 다들 젖 먹던 힘까지 끌

어내 겨우 발을 움직였다.

"보입니다! 용암이 보여요!"

"저기가……

한밤중에도 저 끝에서 넘실거리는 용암은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서두릅시다!"

"저길 넘으면 제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요!"

희망이 보이자 사람들이 웅성거리 기 시작했다.

엘리사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제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는 안 힘들어? 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어."

"나도 걸을 수 있는데."

"많이 힘들어했잖아."

에녹이 단호하게 잘라내자 엘리사 도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둘은 어두운 로브를 뒤집어쓴 채 혁명군과 함께 이동하고 있었는데, 체력이 약한 엘리사가 자꾸 뒤처지 자 에녹이 그녀를 업어 들었다.

"마계에도 우리 동족이 살고 있다 고 하지 않았어?"

"다크 엘프 말하는 거야?"

"응. 전에 들은 적 있어. 숲이 아

니라 마계에서 사는 엘프들이 있다 고."

엘리사의 말에 에녹은 어색한 미 소를 지었다.

다크 엘프는 이름만 엘프지, 일반 적인 엘프들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상만 같고 완전히 다른 종족이라 해야 옳을 터였다.

하지만 눈을 반짝이는 엘리사의 기대를 꺾고 싶지 않아서 대충 그 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는 뭔가 다를 수도 있지 않 을까? 다크 엘프는 그냥 엘프보다훨씬 호탕하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나도……

" 쉿."

에녹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 자, 엘리사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

에녹은 날카로운 눈매로 뒤편을 살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에녹은 잠시 뒤를 응시하다가 재 빠르게 앞쪽으로 이동했다.

선두에서 움직이던 올리버와 셀이 그를 발견하자, 대뜸 을리버에게 엘 리사를 건넸다.

"응? 갑자기 이제 무슨……

얼결에 엘리사를 등에 업은 올리 버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 하자 에녹이 작게 속삭였다.

"뒤에 제국군이 따라붙었다."

그 말에 올리버와 셀의 얼굴이 딱 딱하게 굳었다.

"여기까지 따라왔단 말이야? 조금 만 더 가면 마계로 넘어갈 수 있는 데……!"

"마계로 넘어가면 서로의 불가침 조약 때문에 건들 수 없겠지만, 그 전까진 제국의 땅이니 마계가 우릴

보호해 줄 수가 없어."

고지가 코앞인데 덜미를 붙잡히다 니.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내가 처치하고 뒤따라가겠다."

"할 수 있겠어?"

올리버의 물음에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제국에서 제 일가는 창지기였고, 황실에서도 그 와 맞붙을 수 있는 실력자는 몇 없 었다.

"대신 내 동생을 잘 부탁한다."

"안전하게 모실 테니 걱정 마."

셀이 대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엘리사가 불안한 눈빛으로 에녹을 바라봤지만, 그는 애써 엘리 사를 안심시켰다.

"금방 돌아올게."

"진짜지?"

"응. 걱정하지 마."

에녹이 엘리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엘리사도 알겠다며 고개 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가 순식간에 뒤편으로 향했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

른 몸놀림이었다.

"다들 서두른다! 마계 안으로 진입 하면 쉴 수 있어!"

셀이 뒤처지는 이들을 마법으로 끌어당기면서 크게 외쳤다.

올리버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 뱉었다.

휴우.

"다들 무사히 도착했나! 낙오된 자 는 없는지 살핀다!"

"2조 전원 무사히 도착했슴다!"

"4조도 전원입니다!"

저마다 인원을 체크해 보고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무사히 넘어오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일단 무사히 넘어오긴 했는 데……

용암으로 가로막힌 곳은 셀의 도 움으로 겨우 통과했다.

널찍한 바위 위에서 쉬고 있긴 한 데, 이 드넓은 곳에서 대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마계로 가. 내가 아는 자에 게 미리 말을 해둘 테니까.

짧게 이어졌던 연락에서 한서하는 그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그 말 한마디 믿고 여기까지 온 나도 미친 거 같지만.'

올리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 쩐지 한서하의 말이면 믿을 수밖에 없다고 중얼거렸다.

일단 마계 안으로 들어오긴 했으 니 오늘은 여기서 묵으며 하루 쉴 까, 하고 고민하는 찰나에.

그의 그림자에서 무언가 불쑥 튀 어나왔다.

"짜잔〜!"

인간을 닮았지만 명백하게 인간은 아닌 무언가였다.

'마족!'

올리버는 검집에 손을 올리며 바 짝 긴장했다.

마족들이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적 대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 다.

"인사드리죠. 저는 이 구역을 다스 리는 마왕, 벨제부브 님의 직! 속!

하수인인 '테토'라고 합니다!"

게다가 마왕의 직속 하수인이라니!

일반 하위 마족도 아니고 꽤나 상 급 마족인 것 같았다.

대체 그런 자가 무슨 용건으로 자 신들을 찾아온 건지 알 수가 없었 다.

'먼저 공격해야 하나?'

올리버는 슬쩍 뒤편을 바라봤다.

모두 지쳐있어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승산이 있을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전략을 돌려

보는데. 자신을 테토라고 소개한 마 족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제 주인님께서 귀빈들을 편안히 모시라고 하셨답니다!"

"..마왕이?"

귀빈이라고? 우리가?

올리버의 물음을 듣지 못한 것처 럼 테토가 딱, 손짓했다.

히히이이이잉!

어디선가 말 울음소리가 울렸다.

타닥, 타닥, 타닥!

말발굽 소리가 하늘에서부터 들리 고 있었다. 그 소리에 다들 고개를들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어억! 저게 뭐야!"

"마차? 앞에는 말이 아니라 마물 같은데……!"

마차 수십 대가 공중을 날아 그들 앞에 섰다.

일반 마차도 아니었다.

등에 갈기 대신 불길이 타오르는 마물들이 마차를 끌고 있었다.

쉭쉭, 그들이 숨을 쉴 때마다 불길 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내려왔다.

"타시죠! 마왕성으로 모시겠습니 다!"

마왕성이라고?

올리버와 셀은 잠시 서로를 마주 봤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자기들이 마왕의 귀빈이 되질 않나, 이제는 본 적도 없는 마차에 심지어 마왕성으로 모신다 고 한다!

'대체 뭘 준비한 거야, 한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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