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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02화 (311/361)

302화

"그 전에, 기사들은 모두 신의 조 각을 사용하도록."

뒷이야기는 황족 외엔 허락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다니엘은 아쉬운 기색을 애써 감 추며 귀마개 아이템을 썼다.

그리고 아이템을 꺼내는 척, 품 안

에 미리 갖고 온 아이템을 슬쩍 건 드렸다.

귀가 막힌 기사들이 외부의 소란 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리가 없 다.

이건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뒷 말을 이었다.

"모든 힘은 균형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태초에 두 신께서 그러하셨 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슬쩍 시선을 흐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

지."

"설마…… 이 오염이란 게, 누군가 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요?"

샬럿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 다.

오염은 대륙을 위험에 빠뜨린 충 격적인 대재앙이었는데.

그게 누군가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누가……

"땅의 가호가 항상 완벽한 건 아 니었다. 모든 것엔 약점이 있기 마

련이니까. 그 약점이 바로 '크로노 스'다."

크로노스.

그 이름은 모두가 신화를 배우며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었다.

시간의 신. 이 땅 위의 모든 흐름 을 조정하는 신성한 이름이었다.

"땅의 가호는 공간에 기반을 둔 힘이니 그 대적자는 시간인 게 당 연한 일이지. 시간의 힘, '크로노스' 라고 불리는 신의 조각이 바로 이 가호의 약점이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름이었다.

신의 이름을 따서 붙이다니. 그것 만 봐도 그 아이템이 얼마나 강력 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예상이 갔 다.

"그럼 그 크로노스는 지금 어디에 있죠?"

"톨룩엔 없다."

" 없다고요?"

"그래. 땅의 가호는 그 자체만으로 도 막강한 힘이지만, 약점이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 다. 선대 중 한 명은 그 두려움이 너무 극심했던 나머지 크로노스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리는 데 온

힘을 쏟기도 했지."

"그게 성공해서 크로노스가 사라 졌다면 좋은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황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자는 아무 도 없게 된……

"말하지 않았느냐. 빈센트.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한 법이라고."

샬럿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아차린 듯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서 '오염'이 생긴 거군 요."

시온과 빈센트가 놀란 눈으로 샬 럿을 바라봤다.

"크로노스가 사라지면서 힘의 균 형이 무너져서요."

"네 말이 맞다. 샬럿

카를로스가 긍정을 표했다. 시온은 도저히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밀어 넣고, 끝내는 지구와 전쟁까지 도래 하게 만든 그 오염이…… 선대 황 제의 바보짓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크로노스는 지구에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위치는 모 르지만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언

젠간 찾을 수 있겠지."

꽤나 무책임한 말이었다.

'언젠가는'이라니. 그 전에 톨룩이 오염으로 뒤덮이면 모든 게 끝인데.

"좋아. 모든 설명이 끝났으니, 이 제 진짜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마."

충격에 빠져있을 새가 없었다.

그래. 땅의 가호니 크로노스니 하 는 내용들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당 장 중요한 건 눈앞의 황태자 시험 이었다.

빈센트와 샬럿의 눈빛이 냉철하게 돌아왔다.

반면에 시온은 아직까지도 멍한 상태였다.

"시험은 별것 없다.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땅'이 알고 있 으니까. 가호는 내 몸에서 벗어나면 너희들에게 새겨진 땅의 기억을 읽 고 가장 적법한 이를 선택할 것이 다."

"아무…… 시험도 없는 것입니 까?"

"그래. 모든 것은 너희가 쌓아온 역사에 달려있다."

그 말에 잔뜩 긴장했던 빈센트가 힘을 탁 풀었다.

'땅의 기억이라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유리하지. 단련을 하면서 돈 연무장이 몇 바퀴고 내가 쏟아낸 땀이 몇 바가지인데!'

그는 자신이 해온 노력이 절대 배 신하지 않는다며 의기양양했다.

한편 샬럿도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인간이 아니라 땅의 의지라면 누 가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지 아시 겠지.'

살럿 역시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 다.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 라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라면,그녀는 누구보다 청렴하고 고귀한 영혼을 가졌을 테니까.

더불어 시온도 기뻐했다.

'내가 한 짓이라곤 먹고 논 것뿐이 니 내가 걸리진 않겠어.'

괜히 이상한 시험 같은 걸 냈다가 자칫 잘못해서 또 결과가 이상하게 흐르면 정말 곤란할 것이다.

카를로스는 셋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우…….

길게 이어진 숨이, 점점 늘어난다.

스으으윽.

숨이 점점 불투명하게 변하기 시 작했다.

마치 카를로스의 영혼이라도 빠져 나오는 것처럼.

기나긴 날숨 끝에 빠져나온 것은, 마치 희뿌연 연기와도 같았다.

'저게 가호인가?'

의아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 러나 이내 연기가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 천장을 가득 채웠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다니엘은 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혁명이 시작될 타이밍 말이다!

'..왜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고 있는 거지?'

그는 손아귀에 땀이 맺히는 걸 느 꼈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약속대로면 황제가 가호를 내뱉었 을때 곧장 들어왔어야 하는데가호가 후보자들 위를 둘러보는 지금까지 아무런 기색도 없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문 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나 여전히 문은 한 치의 요동 도 없이 고요했다.

'뭔가 잘못됐어.'

그는 그제야 확신했다. 계획이 틀 어진 게 분명했다.

"누굴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 같 군."

그때 카를로스가 시온의 뒤에 서 있는 다니엘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 었다.

다니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뭔가 심상 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확신했다.

"귀마개를 빼도 좋다."

황제가 손짓으로 명령을 내리자 다니엘은 아이템을 빼냈다.

"다니엘. 안색이 좋지 않구나. 몸 이 안 좋은 건 아닌가."

"아닙니다, 폐하. 심려를 끼쳐 죄 송합니다."

다니엘은 자신이 평소처럼 말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황제가 뭔가 눈치챈 건 아닐지, 불 안한 마음에 자꾸만 목이 탔다. 식 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카를로스는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시온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니엘을 제 쪽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천천히 걸어 그의 앞에 섰다.

카를로스는 다니엘을 걱정하는 척 하다가,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 다.

"네 동료들이 이곳까지 들이닥치 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다니엘은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게 그런 중요한 것은 간수를 잘 했어야지."

톡톡.

카를로스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 로 두어 번 건드렸다.

'정신 감정!'

다니엘은 순식간에 모든 걸 파악 할 수 있었다.

'그 재판! 그때 받았던 정신 감정 에…… 읽혔던 거야!'

불안하다 싶었더니 역시나였다!

다니엘은 손이 덜덜 떨려오고 시

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주변 기사들이 이상하다는 듯 바 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어떻게 수습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다니엘 경……. 아니, 다니엘 로 스."

카를로스가 손짓하자 그제야 나머 지 기사들도 귀마개 아이템을 빼냈 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다니엘을 에워쌌다.

"그때 미처 주워 담지 못했던 네 목숨을 이제야 끝낼 수 있겠구나."

스릉.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들이 다니 엘의 목을 겨눴다. 저항의 여지도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는 순간 목이 베일 것이다.

다니엘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대로 끝인 건가.'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움직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바깥의 상황이 짐작되었다.

시선을 돌린 줄 알고 소수정예로 급습하던 이들이 예상치 못한 대군에 죄다 죽어버렸겠지.

'전부 내 실수 때문에……!'

이사벨라에게 미리 알리긴 했으나,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보면 황제 쪽 의 대비가 더 완벽했던 모양이다.

그의 참패였다.

다니엘은 체념한 채 눈을 감았다.

'다음 생에는 꼭 너를 죽이고 말겠 다.'

그런 살벌한 다짐을 하며 이를 아 득 갈았다. 죽음이 그의 코 앞까지 치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목을 찌르

는 검날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털썩.

무언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까지 났다.

어? 하고 눈을 뜨자, 그는 예상치 못했던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늘 그렇듯이 담담한 검은 눈동자 와 말이다.

"한서하……!"

"당장 침입자를 잡아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다니엘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도 전에 한서하는 허공을 날며 기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기사 두어 명이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여전히 둘은 적들에 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니엘은 제 앞으로 치고 들어오 는 칼날을 황급히 막아냈다.

이윽고 그 역시 정신을 차리고 전 투에 임하기 시작했다.

" 리트?"

시온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탕탕탕! 탕!

총과 검이 맞부딪치며 순식간에 즉위관 안이 엉망으로 변했다.

적은 단 둘. 다니엘과 한서하뿐이 었지만 쉽사리 잡을 수가 없었다.

둘은 바쁘게 싸우는 와중에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어 다행 이라는 생각이 다니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휙, 스그그그극!

달려드는 기사에 한서하는 능숙하 게 대처했다.

단검으로 검을 흘려보내고 반대편 손으로 총구를 겨눈다.

당황하며 검을 치켜 올려 막아내

려고 하지만, 단검에 가로막혀 속수 무책이었다.

탕!

그대로 기사 하나가 바닥으로 곤 두박질친다.

다니엘은 전부 자신의 잘못이라며, 그가 기억을 읽힌 탓에 모든 계획 이 틀어졌다고 자책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서하는 공간 간섭을 동시에 전 개하며 타이밍을 쟀다.

바깥에서부터 몰려오는 혁명군의 기척이 느껴졌다.

콰아아앙!

쿠웅! 쿵!

철문을 뭉갤 듯이 내리치는 소리 가 들려왔다.

각 황자와 황녀를 지키는 기사들 이 검을 빼 들고 경계 태세를 갖췄 다.

단순히 침입자가 하나 들이닥친 상황이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었 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저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단 말이 냐!"

카를로스는 길길이 날뛰었다.

이미 가호를 내보낸 다음이라 그 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였다. 수많 은 기사들로 방패막을 세운다 하더 라도, 한번 칼에 찔리면 돌이킬 수 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조슈아!"

그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사를 찾았다.

"배신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렇 게 빨리 뚫렸을 리가 없어!"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폐하."

푸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카를로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 신을 칼로 찌른 조슈아를 바라봤다.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웃으 며 카를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커흡!"

카를로스는 자신을 찌른 칼을 내 려다봤다. 조슈아가 몰래 챙겨온 칼 날이 그의 등허리를 꿰뚫고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요."

조슈아가 태연하게 대꾸하며 칼날 을 비틀었다.

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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